경제

아다니 그룹 사태로 흔들리는 인도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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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PADO /사진제공=Пресс-служба Президента Российской Федерации, Adani Group

2023.04.23 15:31

The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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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가 빠르게 부상하고 있습니다. 올해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인구 대국이 될 전망입니다. 애플은 중국에 집중돼 있던 제조 라인 일부를 인도로 옮겼습니다. 대중국 의존을 줄이고 아시아 다른 지역에서 활로를 찾아야 하는 한국에게도 인도는 앞으로 더욱 중요한 파트너가 될 것입니다. 인도도 한국과 비슷하게 재벌을 필두로 빠르게 경제를 성장시켜왔는데 최근 이 성장모델이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외국 투자기관이 주요 재벌 그룹의 재무상황이 '사기'에 가깝다고 비판하자 그룹 계열사 주식 뿐만 아니라 인도 증시 전체가 흔들렸습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인도도 재벌 중심의 성장 전략을 수정해야 할지 모릅니다. 한국 경제의 앞날을 고민하는 독자라면 인도의 사례에서 배울 수 있는 게 적지 않을 것입니다. 이코노미스트의 2월 9일 기사를 전문(全文) 번역으로 소개합니다.



"저는 국가에 기여하는 기분을 주는 도전을 좋아합니다. 다른 할 수 있는 사업도 많았지만 인도의 여정에 동참하는 무언가를 만들 때 더 큰 만족을 느낍니다." 가우탐 아다니가 2011년 주간지 <인디아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가 일군 인도 굴지의 재벌 기업 아다니 그룹의 여정은 지난 1월 예기치 못한 상황과 맞닥뜨렸다. 한 투자기관이 그룹의 재무상태를 비판했고 그 여파로 그룹 상장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한 것이다. 아다니 그룹과 나렌드라 모디 정부가 긴밀한 관계인데다가 모디 총리의 경제 성장 야심이 크다보니 전문가들은 인도 정부도 잘못된 길로 인도 경제를 몰고 가는 건 아닐까 의문을 품는다.


힌덴버그 리서치가 아다니 그룹에 대한 보고서를 낸 지(1월 24일) 2주가 지났지만 그 여파는 아직 가라앉을 줄 모른다. 미국 소재의 이 투자회사는 가치가 과대평가됐다고 여기는 기업의 주식을 공매도하여 수익을 내는데 아다니 그룹이 계열사 주가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아다니 그룹은 이를 근거없는 주장이라고 반발하면서 413페이지나 되는 반박문건을 발표했다.


아다니 회장 역시 안정적인 재정상태를 과시하면서 놀란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려 했다. 2월 6일 아다니 가문은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빌린 11억 달러를 예정보다 18개월 일찍 상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튿날 아다니 항만회사는 올해 회사 채무 중 6억500만 달러를 상환하고 신규 투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주가는 여전히 요동치고 있다. 2월 6일 아다니 트랜스미션의 주가는 10% 하락해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그날 저녁 이 회사는 호실적(好實績)을 발표했고 이튿날 주가가 10% 급등하면서 또다시 거래 중단이 발생했다. 아다니 그룹 전체의 시가총액은 힌덴버그의 보고서가 나온 후 절반 가까이 증발해버렸다.



인도 주식시장을 감독하는 인도증권거래위원회가 힌덴버그가 아다니의 소유라고 주장한 역외 기업의 실소유주에 대한 정보를 요구했다고 인도 언론은 전한다. 한편으로는 위원회가 아다니에게 답변 기한으로 6개월을 줬다는 보도도 있다. 다시 말해 힌덴버그의 주장은 당분간 어느 쪽으로든 확정이 날 수 없게 된 것이다.


한편 아다니 그룹에 대한 새로운 비판과 난관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주 인도 언론은 뉴욕대의 금융학 교수인 애스워스 더모더런의 분석을 상세히 보도하고 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아다니 그룹 계열사들의 주가는 최근의 주가 폭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대평가된 상태다. 그룹의 자산이 주로 별로 역동성도 없고 성장율도 낮은 산업과 인프라 부문에 상당히 쏠려 있기 때문이다. 2월 8일 프랑스의 석유 대기업 토탈에너지스는 아다니와 함께 '그린 수소'를 생산하는 프로젝트에 40억 달러를 투자하려는 계획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모디의 돈줄에 쏠리는 시선

아다니 그룹이 무너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어쨌든 아다니 그룹은 (얼마나 과대평가됐는지는 차치하더라도) 매출을 내는 실질적인 자산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 파트리크 푸야네 토탈에너지스 CEO는 수소 투자 연기를 발표하면서도 아다니 그룹과의 합작 천연가스 판매 사업은 여전히 건실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다니 그룹은 지출과 채무를 줄여야 하는 압박감을 분명히 느끼고 있다.


아다니 그룹은 현재 건설 중인 모든 프로젝트들을 마무리하기에 충분한 재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상황이 안 좋아진 현재로선 적어도 투자계획 중 과감한 것은 속도가 늦춰지고 몇몇은 좌초될 수도 있다.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아다니의 '투자가능' 등급을 유지하면서도 현재의 투자 계획의 많은 부분이 "연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여러모로 걱정스러운 일이다. 아다니 그룹은 인도 전역에 투자하고 있다(지도 참조). 인도의 500대 상장기업의 전체 자본지출 중 7%가 아다니 그룹 몫이다. 아다니 그룹은 2030년까지 녹색투자에 700조 달러를 쓰겠다고 공언했는데 이는 인도를 녹색경제 초강대국으로 만들겠다는 정부 계획의 일부이기도 하다. 리서치 회사 인도경제모니터링센터(CMIE)는 현재 진행중이거나 계획된 정부 및 민간 대규모 자본지출 사업의 데이터베이스를 작성·유지하고 있는데, 아다니 그룹의 투자가 총액으로는 전체의 3%에 해당하지만 2021-22 회계년도(2021년 4월~2022년 3월)에 발표된 최신 사업만 놓고 볼 때는 10%에 달한다. 한마디로 아다니 그룹의 투자 감소는 인도 경제 전체의 큰 그림에서도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그래픽=The Economist, P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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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아다니 그룹은 몇몇 산업에서 존재감이 특히 크다. 그룹 소유의 공항 7개가 인도 항공여객의 23%를 소화하고, 그룹 소유의 항구 12개가 인도 국제화물의 약 30%를 소화한다. 최근 인수한 시멘트 사업은 인도 국내 생산량의 14~20%를 차지하며 그룹의 창고는 인도 곡물의 30%를 보관하고 있다. 또한 인도 최대의 민간 화력발전 기업(재생에너지 부문에서도 입지가 크다)을 갖고 있다. 투자 감축은 이러한 산업부문에 눈에 띄는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아다니 그룹은 '일이 되게 한다'는 명성을 갖고 있다. 아다니 그룹 계열사가 짓고 있는 뭄바이 신공항을 예로 들어보자. 뭄바이 도시계획가들이 이 도시 동쪽에 신공항을 건설하는 방안을 처음 제안한 게 1997년이다. 계획은 수정을 거듭했고, 주민들과 계속해서 싸웠고, 입찰과정이 시작되었다가 또 연기되고, 그러다가 다시 수정되는 등 진척이 없었다. 아다니 그룹은 2021년 다시 입찰이 시작됐을 때 공사를 수주했다. 이때부터 이 21억 달러짜리 프로젝트는 빠르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오늘날 공사 현장에 가보면 푸른 철제 울타리 너머로 노동자들이 간척지를 활주로 건설을 위한 토대로 만들어가는 작업에 열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보통 대규모 인프라 사업의 예상 완공 시점은 조롱거리가 되기 일쑤지만 공사는 내년에 완료될 예정이고 뭄바이 신공항은 2025년께 운영을 개시할 예정이다. 어떤 기준에서 보더라도 이는 엄청난 속도다.


아다니 같은 기업을 독보적으로 만드는 점은 규제, 지리한 법적 투쟁, 관료적 타성의 늪을 돌파하는 능력에 있다. 인도는 늘 사업하기 어려운 곳이었다. 이러한 사업상의 어려움은 문어발처럼 확장해가는 가문 중심의 인도 재벌에게 중소기업 대비 유리한 지위를 부여했다. 영향력과 담보로 무장한 기업은 돈을 쉽게 빌리고 관료들을 움직일 수가 있다. 영향력과 담보는 어느 산업에서나 유용하기 때문에 이런 그룹은 점차 사업범위를 확장하기 마련인데 이는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기도 하다.


일이 되게 만드는 능력은 경제성장을 자신의 치적으로 여기는 모디 총리에게 특히 소중하다. 그는 더 많은 투자 유치를 원하는데 특히 제조업 부문의 투자를 바란다. "인도가 원하는 수준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이런 양반들이 필요하죠. 이들 없이는 물거품이니까요." 인도 재벌의 부상을 다룬 책 <억만장자의 나라(The Billionaire Raj)>의 저자 제임스 크랩트리의 말이다. "아다니가 부채를 끌어쓰는 걸 좋아한다고 평할 순 있지만… 그러면서 진짜 투자도 이루어지거든요. 항구가 생기고 철도가 생기는데 인도가 필요로 하는 게 바로 이겁니다."


모디의 경제성장 모델은 그가 구자라트 주 수상으로 재직하던 2001년부터 2014년에 걸쳐 형성됐고 이후 인도의 수상이 되면서 전국적으로 도입됐다.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의 밀란 바이쉬나브는 그 성장 모델에 대해 "정부가 일군의 기업에게 토지, 자본, 세금, 환경 및 건축 관련 규제 등에 대해 특혜를 제공하고 기업은 그 대가로 공장과 가게를 차리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우리가 현재 보고 있는 건 이 성장 모델이 전국 차원으로 규모가 커진 버전입니다. 모디 정부가 인도의 국가대표급 기업을 찾아내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전략을 채용하고 있다는 게 뚜렷해졌죠."


모디 총리는 아다니 회장과 각별한 사이다. 둘은 1980년대 후반부터 서로 알고 지냈다. 아다니 회장은 2002년 구자라트에서 종교분규로 1000명 이상이 죽는 사태(대부분 이슬람교도였다)가 발생한 후에도 모디를 계속 지원했던 소수의 기업인들 중 한명이었다. 2003년 그는 이 종교폭동과의 연루 문제로 궁지에 몰려있던 모디의 이미지를 기업 친화적 정치가로 새롭게 만들기 위해 기획된 '번영하는 구자라트' 행사를 도왔다. 모디는 2013년 아다니 회장의 아들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했다.



이듬해 총선 캠페인에서 모디는 아다니 그룹의 여객기를 타고 인도 전역을 돌아다녔다. 심지어 델리에서 자신의 총리 취임식에 참석할 때도 아다니 그룹의 비행기를 탔다. (당시 아다니 회장은 모디가 비행기 항공료를 다 지불했다고 말했다.) 아다니 회장은 모디의 임기 첫 해에만 총리의 미국, 브라질, 캐나다, 프랑스, 일본 순방에 동행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가는 곳이라면 가우탐 아다니 회장도 동행한다." 2015년 인도의 일간지인 힌두스탄타임스의 논평이다.


(뉴델리 AFP=뉴스1) 김성식 기자 = 6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인도 전국학생연합(NSUI) 회원들이 인도 최대 재벌 기업 '아다니'의 회계 부정 의혹에 대해 당국이 수사에 착수할 것을 촉구하며 가두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3.2.6.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델리 AFP=뉴스1) 김성식 기자 = 6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인도 전국학생연합(NSUI) 회원들이 인도 최대 재벌 기업 '아다니'의 회계 부정 의혹에 대해 당국이 수사에 착수할 것을 촉구하며 가두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3.2.6.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특혜는 없는 '베프'

아다니 회장은 그룹의 성공과 모디 총리와의 친분에 연관이 없다고 오랫동안 주장했다. "모디1는 어떤 사적인 도움도 주지 않아요. 국익과 정책에 대해 이야기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정책은 모두를 고려해 결정되는 겁니다." 아다니 회장이 지난 1월 한 TV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마찬가지로 인도 정부도 아디니 그룹을 돕기 위해 나서는 모습을 안 보이려고 노력한다. 아다니 그룹 사태에 대해 언급할 때도 금융 당국을 신뢰한다는 식의 형식적인 코멘트만 내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가 모디 총리에게 곤혹스러운 건 어쩔 수 없다. 정부가 관리하는 보험회사가 아다니 그룹에 투자를 하고 있고 국영은행은 아다니 그룹에 대출을 해준 상태다. 모두 아다니 그룹에 대한 투자와 대출이 위험한 상태는 아니라고 발표해야 했다. 정부는 아다니 그룹 문제를 의회에서 다루고 국정조사를 실시하려는 야당의 시도를 지속적으로 막았다. 야당은 이에 항의해 의회 의사과정을 방해했다.


하지만 이런 논쟁이 모디 총리에게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줄 것 같진 않다. 모디 총리가 아다니 회장과의 친분으로 사적인 이익을 취했다고 믿는 인도 국민은 거의 없다. 제1야당인 국민회의당은 부정부패를 욕하기 시작하면 그 스스로 수세에 몰리게 된다. 최근 집권기인 2009~2014년 끝없는 뇌물과 횡령 스캔들로 마비되었던 일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 인도인들은 아다니 그룹에 대한 공격들이 "인도에 대한 정교한 공격"이라는 아다니 그룹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것 같다. "백인들은 인도가 발전하는 꼴을 못 본다." 전직 크리켓 선수 비렌데르 세와그가 트위터에 쓴 내용이다. "이번 인도 시장에 대한 청부폭력은 잘 꾸며진 음모라고 본다."


게다가 인도의 개인 투자자와 뮤추얼펀드의 아다니 그룹 투자 비중은 미미하다. 힌덴버그 보고서가 주장하는 내용은 너무 전문적이라 일반인은 이해하기 어렵다. 인도의 언론매체는 대부분 재벌 소유라 정부나 친정부 기업을 비판하는 일이 드물다는 점도 인도 재벌에게는 호재다. 집권세력을 자주 비판하던 마지막 TV채널이던 NDTV는 작년에 아다니 그룹에 인수됐다.


모디 총리에겐 인도의 경제를 성장시킬 역량이 있는 기업이 더 많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아다니 그룹 외에도 대규모 투자를 실시할 수 있는 기업은 많다. 2016년 릴라이언스 그룹은 중저가 4G 통신망 지오(Jio)를 출범해 인도의 무선통신 환경을 한 단계 도약시켰다. 작년에 타타 그룹은 빚에 허덕이던 국적항공사 에어인디아를 인수했는데 정부가 오랫동안 민영화하려고 애를 썼던 회사였다. (에어인디아는 과거 타타 그룹 소유였는데 1953년 국유화됐다.) 다른 인도 재벌 몇몇은 아다니 그룹처럼 자본 차입에 적극적인데도 불구하고 아다니 보다 규모도 크고, 재무상태도 건전하고 수익률도 높다.


/그래픽=The Economist, P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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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도 재벌의 계속되는 성장은 양날의 칼이다. 재벌은 훗날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도 있는 중소기업의 성장을 방해하는 편이다. 중소기업들은 정부 사업을 수주하는 게 너무 어렵다고 불평한다. 정부와 연줄이 있는 기업이 한 산업에 진출하거나 입찰에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기업들은 경쟁에 뛰어들기를 주저하게 되고, 이로써 경쟁도 투자도 줄어들게 된다. "분명한 건 다른 민간 투자자에게도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겁니다." 투자은행 내틱시스의 이코노미스트인 트린 응우옌의 말이다.

도마 위에 오른 인도 경제의 미래

인도는 자본 투자에서 별로 성적이 좋지 않다. 2000년대 들어 릴라이언스, GVK, GMR 같은 재벌 그룹이 역대급 투자붐을 이끌었다. 2011년 자본지출은 GDP의 39%에 달했는데 이는 25% 미만이었던 2002년과 비교해보면 놀라운 증가세다. 하지만 당시 투자 사업의 상당수가 너무 낙관적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고유가, 인플레이션, 루피화 평가절하를 겪으며 많은 사업이 시들었다. 은행은 엄청난 규모의 악성 채권을 떠안게 됐다. 투자는 다시 GDP의 3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인도는 그 이후 아직까지 성장동력을 찾지 못했다.


최근 몇 년 간 모디 총리는 인도의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법인세율을 낮추고 보조금들을 합리화했으며 노동 관련법을 정비했다(다만 국회의 법률개정에 따라 주정부도 노동관계 규정을 개정해야 하는데 신속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프라와 물류는 화물수송 전용의 도로와 철도 건설 덕분에 개선되고 있다.


/그래픽=The Economist, P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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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또한 중국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혜택을 입고 있다. 많은 서방 다국적기업들이 중국 리스크로부터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 내수 경제 규모가 크다는 점은 또다른 매력이다. 중국과 달리, 인도의 인구는 젊고 계속 증가하고 있다. 모디가 2017년 전국 차원의 상품용역세(GST)를 도입함에 따라 대내교역을 방해하던 지자체 간의 복잡한 세금체계가 폐지되었다. 전국적 상품용역세는 내용이 복잡함에도 불구하고 인구 14억의 거대한 단일 시장을 창출했다.


모디 총리는 '생산 연계 인센티브'로 투자 유치를 시도한 바 있다. 목표 생산량을 달성하는 특정 산업부문(전자나 제약 부문)의 기업에게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이런 정책을 택한 데는 인도가 GDP의 3.5%(2022년 IMF 통계)에 달하는 경상수지 적자를 메꾸기 위해 해외자본에 의존하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그러나 민간투자가 결정적으로 되살아나고 있다는 조짐은 아직도 요원하다는 게 CMIE의 마헤시 비아스의 평이다. 인도의 법규와 규제는 여전히 변덕스러워 수시로 바뀌는데 해외 다국적기업은 이로 인해 큰 비용을 치렀다. 이런 상황으로부터 사업을 보호하는 방법 하나는 권력자와 긴밀한 정치적 커넥션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커넥션은 다른 기업의 성장을 방해한다. 브라운대학교의 아르빈드 수브라마니언과 JH컨설팅의 조시 펠먼은 그래서 기업들이 끊임없이 변하는 규칙과 기울어진 운동장 둘 다를 걱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다니 사태로 민간 투자의 부활이 더 늦어질 수도 있다. 주가 조작과 부실한 회계감사에 대한 고발은 인도 주식시장, 기업 거버넌스, 정부의 관리감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 이번 사태는 인도의 국가, 사회 제도 전반(정치적 견제와 균형, 언론, 시민 사회)에 대한 시험이 될 수도 있는데 인도가 이를 통과하리란 보장은 없다.


"사람들이 늘 하는 이야기를 하나 해드리죠. 구자라트 사람들은 어디서든 살 수 있지만, 구자라트 음식 없이는 살 수 없다고 하더군요." 구자라트 출신인 아다니 회장이 2011년 '번영하는 구자라트' 행사 연설에서 한 말이다. "하지만 제 경험상 구자라트 사람은 카크라, 도클라, 데플라2 없이도 살 수 있더군요. 하지만 구자라트 사람은 성공이 없으면 못 삽니다."


모디 총리의 경제성장 모델은 그동안 아다니에게 엄청난 성공을 안겨주었다. 덕분에 모디 본인도 인도 정치를 지배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가 상에 차린 음식이 원하는 수준의 투자를 유치할 정도로 군침을 돌게 만들지는 못하는 듯하다. 아다니 회장 말마따나 구자라트 사람의 성공에 대한 열정이 그만치 강하다면 같은 구자라트 사람인 모디 총리는 보다 신중하게 상을 차려야 할 것이다.


1843년 창간돼 국제정세와 정치, 경제, 사회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는 영국의 대표적인 주간지. 정통 자유주의 성향의 논평, 분석이 두드러지며 기사에 기자의 이름(바이라인)을 넣지 않는 독특한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PADO가 가장 탐독하는 매거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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