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개봉되어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감독의 영화 는 수천 년 전 그리스 시대의 서사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의미 있게 재해석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영미 문화의 영향을 받으며 형성된 현대 한국 사회는 큰 틀에서 보아 기독교 문명이라는 서구 역사의 흐름에 주로 노출되어 왔지만, 그리스·로마 신화로 대표되는 또 하나의 문화적 전통은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에 새롭게 접근하게 해 준다
그리스·로마 신화 속에 담긴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그 이야기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던지고 있는 질문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문제로 모아진다고 할 수 있다
2026년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오른 더글러스 키어니(Douglas Kearney)의 시 는 황소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반인반수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통해 인간과 짐승의 경계가 어떻게 설정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
다소 난해하게 느껴지는 시어들 때문에 시를 단번에 읽고 이해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지만, 그 어려움을 견디며 황소처럼 보이는 미노타우로스의 모습에 겹쳐진 인간의 얼굴을 상상하다 보면 우리가 평소에 당연히 여기던 전제가 마구 흔들리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