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중국을 지탱하던 '사회계약'이 무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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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PADO /사진=로이터=뉴스1

2023.12.01 13:45

Financial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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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주의는 노동자를 미래 세력으로 보고 농민은 전략적 제휴세력일뿐 미래를 방해할 수도 있는 세력으로 봅니다. 농민의 성향 자체가 '쁘띠 부르주아'적이라는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농민에 대한 경계심을 늘 갖고 있습니다. 이에 맞춰 중국도 노동자계급에겐 도시에 살 수 있는 권리를 주지만 농민은 원칙적으로 도시에 살 수 없습니다. 실제로 도시에 살더라도 '주민등록'(戶口, 후커우)을 할 수는 없습니다. 중국 공산당 정권은 도시와 농촌을 나눠 부유한 도시를 정권의 지지자로 키워왔습니다. 도시민과 농민 사이의 간극이 아무리 커지더라도 도시의 지지만 굳건하면 중국 공산당 정권은 지속될 수 있다는 속내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경제성장률이 저하되면서 도시의 지지 조차 흔들릴 위험이 생겼습니다. 시진핑의 '공동부유'가 진정으로 도시와 농촌의 차별 없이 함께 부유해질 것으로 목표로 삼는다면, 도시민과 농민의 차별을 없애야 할 것입니다. 과연 그런 대변혁을 이뤄낼 수 있을까요? 파이낸셜타임스의 이 기사를 읽으면서 중국의 근본 문제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중국의 문제는 동아시아 전체의 문제이며 세계 전체의 문제입니다.


베이징 근교의 위신좡于辛庄은 시골에서 올라온 뜨내기 농민공農民工들로 시끌벅적한 좁은 골목 구역인데, 이곳에서 저우 씨는 작은 무슬림 식당에서 국수를 정신없이 먹고 있다.


한 아이를 둔 30세 아빠인 그는 어떻게든 파산을 피하려고 애쓰는 소상공인들이 새로 빚을 얻어 만기가 도래한 빚을 갚을 수 있도록 가짜 돈 흐름을 만들어주는 서류상의 기업을 세워주는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 하강기에는 번성할 법도 한 이 수상한 일조차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달 저우 씨가 벌어들인 돈은 작년에 비해 형편없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름은 숨긴채 자신의 성만 알려준 저우 씨는 이제 베이징 생활을 접고 가난한 중부 허난河南성의 가족 농장으로 돌아가 유기농 달걀이나 팔아볼까 생각중이다.


"경제불황에 대해 누굴 탓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아는 거라곤 올해 경제가 정말 안 좋다는 것뿐입니다.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해고되고 있습니다." 저우 씨의 말이다.



중국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저우 씨같은 이야기가 사방에서 들려온다. 중국의 2억9600만 뜨내기 농민공들은 임금상승이 주춤해지는 것을 겪고 있고, 막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도시의 중산층은 국가정책이 초래한 부동산 침체로 돈을 잃었고, 부유층은 정부당국의 인터넷, 금융, 보건 분야 억압으로 투자를 멈추고는 숨죽이고 있다.


국가안보 관련 규율이 엄격해지면서 많은 해외기업들이 중국내 투자를 중단했다. 정부와 관련된 부문이나 반도체처럼 중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한 부문에서만 해외기업들이 투자를 유지하고 있다.


금년 3월에 전례없는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한, 마오쩌둥 이후 가장 강력한 지도자인 시진핑 주석은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공산당의 '공동부유' 정책이 경제적 불평등을 줄여나가면서 "민족 부흥" "고품질 발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자신만만한 미사여구 아래 실제 정책결정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다. 과거 중국 공산당은 인민들에게 정치적 자유의 엄격한 제한을 받아들이는 대신 풍족한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사회계약'이 더이상 작용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이젠 과거의 성장과 기회 대신 안전과 "더 나은 삶"이라는 애매한 약속만 남아 있다. 하지만 6억 명의 인민이 아직 매월 140달러(18만원)도 못 벌고 있는 상황에서 그 정도 약속만으로 과연 충분할까? 낙관적이었던 중국 사회가 이제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이전의 사회계약은 아주 간단했습니다. 즉, '우린 정치에 관심 없어요. 민감한 의견을 표명하지 않을게요. 대신 앞으로 잘 살게 해주세요.'" '붉은기: 왜 시진핑의 중국은 위험에 처해있는가Red Flags: Why Xi's China is in Jeopardy'의 저자이자 옥스포드대 중국센터 연구원인 조지 매그너스는 말한다.


"이 사회계약이 허물어졌는데, 과거의 발전모델이 더 이상 작동 안 한다기보다는 중국 정부가 수많은 문제들의 해결에 진심을 보이고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죠. 기본적으로, 이것은 신뢰 붕괴의 문제입니다." 매그너스의 진단이다.


공동부유의 약속

2017년 19차 당대회에서 당 총서기로 두 번째 임기를 확보한 후 시진핑은 중국판 "뉴딜"을 선포했다. 카네기평화센터의 에반 파이겐바움이 당시 작성한 보고서의 지적이다.


파이겐바움에 따르면, 중국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모순', 즉 '여러 힘이나 영향들의 변증법적 대립'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관영언론이 보도한 시진핑의 19차 당대회 언급 내용에 따르면, 마오쩌둥 사후 개혁개방기 동안 공산당은 경제성장의 문제, 즉 인민의 "계속 커가는 물질적 요구"와 중국의 "뒤처진 사회적 생산" 사이의 "모순" 문제를 해결하는데 힘을 쏟았다.


하지만 시진핑은 이제 중국은 새로운 도전을 맞고 있다고 선언했다. 수십 년 동안 빠른 경제성장을 거친 끝에 중국의 '주 모순'은 "불균형하고 불충분한 발전과 인민들의 더 나은 삶에 대한 계속 커가는 요구 사이"의 관계라고 했다.


시진핑은 이러한 "(인민적) 요구"에 "민주주의, 법치, 공정과 정의, 안전, 더 좋은 환경에 대한 요구들"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분석가들은 사실 핵심 키워드는 안전이었다고 말한다. 2012년에 시진핑이 당 지도자가 되었을 때 공산당은 성장하고 있는 민간부문이 공산당 당료들보다 더 큰 힘을 기업가들에게 줄지 모른다고 걱정했다. 2013년, 공산당은 '9호 문건'이라는 내부 비밀 문서를 회람시켰는데, 주로 서구식 입헌민주주의, 보편적 인권, 강력한 친시장적 "신자유주의" 같은 관념들을 비판하는 것이었다.


이후 시진핑은 끝없는 반부패 캠페인을 벌이거나 공격적인 외교정책을 펼치면서 당내 반대세력을 제거하고 당의 기율을 강화했다. 이 와중에 미국 등 주요 교역 상대국들이 멀어지게 되었다.



"이른바 반부패 캠페인은 단지...충성파가 아닌 사람들을 숙청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일 뿐입니다." 스탠포드대 중국경제제도센터 선임연구원인 쉬청강許成鋼의 지적이다.


당의 통제는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경제통계 공개에 제한을 두거나 정보 및 방첩 관련법에 따라 외국계 컨설팅 회사를 수사하고, 신장자치구에서 위구르족 100만 명을 '보호시설'에 가두거나 종교와 문화 전반의 한족화가 그런 통제들이다.


"안전은 발전에 꼭 필요합니다. 이것이 시진핑 치하 사회계약의 명확한 메시지입니다."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정책대학원의 중국 전문가 드류 톰슨의 말이다.


2021년 경제가 코로나의 첫 충격에서 겨우 몸을 추스르고 있던 때, 시진핑은 인민의 "더 나은 삶"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강력한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는 이 캠페인을 '공동부유'라고 불렀다.


곧 중국 정부는 억만장자인 마윈의 인터넷 제국을 공격했고 이에 따라 마윈은 공식석상에서 종적을 감췄다. 중국 당국은 계속해서 다른 주요 인터넷 대기업들을 공격해 아이들에게 온라인 과외하는 기업들을 폐쇄하거나 온라인 게임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시진핑은 2021년 8월 공산당 중앙재경위中央財經委 회의에 참석해 공동부유 관련 연설을 통해 이 정책의 진정한 목적을 밝혔다. 당 간부들은 "자본의 거침없는 확장에 단호하게 맞서야 하며" "공공 부문의 지배적 역할을 떠받쳐야 하며" 그러면서도 "어떻게든 기업가들의 열정은 북돋아야 한다"는 것이 시진핑의 말이었다.


이것은 유럽식 사회복지 국가에 대한 요구가 분명 아니었다. 당은 "위대한 현대적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는 장기적인 전략적 목표를 추구하고 있으며, "게으름을 조장하는 '복지만능주의'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사회를 재설계하려는 위로부터의 캠페인은 투자심리에 재앙이 되었고, 특히 미국과의 지정학적 긴장 증가, 중국 정부의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 및 "3개 레드라인"(채무가 과도한 부동산 부문의 부채 감축 계획)과 합쳐지면서 투자심리를 위축시켜버렸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의 IT기업들의 주가는 2021년 2월 이후 70%나 떨어졌다. 대외적 요소가 이런 주가 폭락의 주 원인이었지만 중국 국내 정책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금년 6월 청년실업률이 21.3%를 기록한 이후 중국정부는 청년실업률 통계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이렇게 청년실업률이 급증한 것은 젊은이들을 많이 고용하는 인터넷 부문의 침체에 따른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


"시진핑 경제정책의 비극은 그가 중국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일부 제대로 봤지만 그 문제를 잘못된 방식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원의 중국분석센터 연구원인 닐 토머스는 말한다.

모든 부담은 농민에게

다시 베이징 근교 위신좡으로 돌아가 보자. 한 여성이 자신의 작은 식료품가게 밖의 건물 해체 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길 건너편에 한 아파트가 해체되고 있는데, 몇년 전 공공부지에 용도변경도 없이 불법적으로 지어진 아파트라고 한다.


하지만, 일부 뜨내기 농민공들은 건물 해체의 진짜 목적이 자신들을 베이징에서 내쫓기 위해서라고 의심한다. 수도 베이징은 "1선" 도시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농민공은 호구(戶口, 후커우), 즉 그들에게는 보건, 교육 같은 공공 서비스에 대한 접근할 수 있도록 등록할 돈도 자격도 없다.


길 건너 아파트 해체 작업에 대해 산둥 출신의 이 여성은 "저희들에게 크게 영향을 미칩니다"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하나 둘 동네를 떠나면서 가게 매출이 곤두박질 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에게 중국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구조적 문제는 10년 이상 명확했다고 한다. 즉, 문제는 무엇보다 중국경제가 빚을 져 인프라나 부동산에 투자해 성장하는 것에 과도하게 의존해왔고, 총생산에서 국내 소비가 차지하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것이다.


건축 경기가 더이상 경제성장을 이끌지 못하게 됨에 따라 많은 사람들은 앞으로 무엇이 경제를 이끌어야 할지 답을 못 찾고 있다. 중국내 전기자동차 붐같은 긍정적인 요소도 있다. 하지만, 중국정부가 선호하는 첨단 제조업은 충분한 일자리를 만들지 못할 것이다.


블룸버그의 추산치에 따르면, (가계, 기업, 정부의) 총 부채는 금년 2사분기에 GDP의 281.5%를 기록했다. 여기에 더해 생산성 향상은 느려지고 있고, 인구 전망은 작전에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인구가 줄기 시작하면서 매우 나빠졌다. 중국 정부는 금년 경제성장 목표치를 5%로 정했는데, 수십 년 동안 가장 낮은 목표치다. IMF는 향후 경제성장률이 4%를 밑돌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개선할 개혁조치를 여럿 열거한다. 세계은행 중국 출장소(북경 소재) 소장직을 역임했던 버트 호프먼은 "낮아지는 전망치"라는 자신의 블로그 게시글에서 재정, 금융, 퇴직연령, 연금, 국영기업, 호구 관련 획기적인 개혁을 제안한다.


"제안한 개혁들 중 어느 것도 쉽진 않고, 모두 중국사회의 특정 그룹의 이해와 충돌한다... 하지만 이 제안은 전체적으로 모두를 위한 파이를 키울 것이다"라고 호프먼은 말한다.


어떤 이들은 중국 정부가 진정으로 "공동부유"를 실행할 의지가 있다면 호구 제도를 없애야 했다고 주장한다. 그들이 보기에 이 제도는 농민이나 농민공들을 "2등 시민"으로 전락시켰다.


호구 제도에 대한 약간의 개선은 있었지만, 그것을 전면 철폐했다면 도시화가 더욱 강화되었을 것이고, 부동산 수요가 높아지고 중국 인민의 평균 임금도 올랐을 것이라고 분석가들은 이야기한다. 호프먼의 게시글에 따르면, 현재 중국 인구의 65%가 도시에 살고 있지만, 20%는 사실 뜨내기 농민공이다. 그리고 노동력의 약 25%는 아직도 농업 부문에서 일하고 있다.


"공동부유가 허구라는 거죠." 홍콩대의 정치행정학 명예교수인 존 번즈는 호구 제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농촌 사람들이 도시의 모든 번영에 대해 그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셈이죠."


도시 주민들의 평균 연금 수령액(1년치)은 5만763위안(약 920만원)인데, 이는 농촌 주민들의 평균 수령액 22배에 해당한다. 중국 공무원들의 평균 연금 수령액은 7만7804위안(약 1400만원)이다. 또 도시거주자 1인당 의료보험 지급액은 2021년에 4천166위안(약 75만원)이었는데, 이것은 농촌거주자 지급액의 4.4배에 해당된다.


하지만 현재 경제불황은 도시와 농촌의 빈곤층뿐만 아니라 그 위의 계층에도 미치고 있다. 부유한 중산층은 부동산 투자로 수백만 위안을 잃었다고 아우성이고, 부유층은 투자할 곳이 별로 없고 정부가 너무 경제에 개입한다고 불만이다.


광둥성 남부 지역에서 광산기업을 소유하고 있는 어떤 사람은 지역 당국이 갚을 생각도 없이 자꾸 자신의 돈을 빌려간다고 말한다. 돈은 안 갚고 그 대신 가치도 없는 땅을 자꾸 준다는 것이다. 지금같은 부동산가격 폭락 상황에서 이 땅들은 전혀 가치가 없어서 그는 당국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의 돈을 양계장에 투자해버렸다.


"정부가 민간부문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식의 말은 많습니다. 하지만 빚에 허덕이는 지방정부를 우리가 구해줘야 한다고 압박 받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길을 잃었다는 느낌'

주로 농촌지역인 중국 동부의 안후이 성에서 만난 한 여성이 지난 10월 27일 급서(急逝)한 리커창 총리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는 모습은 중국 지도자들에 대한 인민들의 복잡한 마음을 잘 보여준다.


중국 정부가 안전에 대해 초점을 맞춤에 따라―중국 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감시국가를 만들어냈다―, 안후이의 이 지역에서 범죄가 확 줄었다고 이 여성은 말한다. "감시체계 덕분에 우리는 소매치기 걱정 안 하고 편하게 버스를 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는 쥬쯔(九子) 촌의 리커창 고향집 앞에 꽃을 놓은 후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다른 애도객들과 마찬가지로 그도 중국 국가 지도부가 인민의 일상적 고통을 챙겨주기를 바라는 속내를 내비친다. 많은 사람들은 그런 지도자의 모습을 지난 3월까지 시진핑 정부 서열 2위였던 리커창 총리에게서 보았고, 리커창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용기를 내 직언했다.


"그는 위대한 총리였습니다." 그는 끓어오르는 감정으로 목이 메어 말한다.


시진핑이나 다른 많은 지도자들과 달리 리커창은 서민 동네에서 자라났다. 지금도 이 동네에서는 안후이식 우육면 가게들이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후진타오 전 주석의 후원을 받는 친시장 개혁가로 평가되는 리커창은 한때 시진핑과 주석직을 놓고 경쟁하던 관계로 믿어졌지만 결국 당은 시진핑을 선택했고 시진핑은 더욱 엄격한 체제로 나라를 이끌었다.


"일부 고위급 인사들은 일반 인민들의 부와 기회를 희생시켜서라도 강한 국가를 만들고 싶어 했습니다." 리커창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안후이의 성도 허페이(合肥)에서 만난 다른 애도객은 이렇게 말한다. "리커창 총리는 일반 인민들을 먼저 부자로 만든 후 강한 국가를 만들기를 원했습니다."


일부 정치학자들은 공산당이 경제성장보다 사회문제나 공동부유 같은 것을 강조하는 것은 일종의 권력투쟁으로서 이전 정부들 아래 중국인들의 일자리 80%를 제공하면서 너무 힘이 세져버린 민간부문을 원래의 자리로 되돌리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스탠포드대의 쉬청강은 공동부유라는 용어가 가난한 인민들의 고통을 기업가들 탓으로 돌리고 이들 기업가의 영향력을 차단하기에 아주 편리한 구실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캠페인이 제로 코로나 정책과 부동산 폭락 시기와 겹쳐버렸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동시에 전개되면서 지금 중국은 심각한 문제에 봉착해 있습니다." 쉬청강의 진단이다.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현재 중국 정부가 일시적으로 경제 안정을 위해 민간부문에 대한 압박을 완화했다고 주장한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보통 새 지도부 선출 1년 후 개최되는 관례에 따라 금년말쯤 개최될 것으로 예상되는 3중전회를 기대하고 있다. 혹시 경제에 대한 좀 더 전반적인 계획을 엿볼 수 있을까 해서다. 물론 좀 더 근본적인 개혁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렇게 길을 잃었다는 느낌 또는 미래에 대해 희망을 잃었다는 느낌은 중국에서 만난 적이 없는 병적 현상입니다. 정치적으로 중국정부는 이 현상에 대해 걱정해야 할 것입니다." 옥스포드대 매거너스의 말이다.


하지만 경제에 대한 커가는 불만이 곧바로 사회적 불안으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톰슨은 중국인들이 소위 "백지 시위"에 나선 것은 중국 당국이 제로 코로나 봉쇄를 계속 연장하면서 "엄청나게 시민들의 권리를 억압"했기 때문이었다고 지적한다. 당시 베이징, 상하이 등 많은 도시에서 사람들이 무언(無言)의 항의를 표시하기 위해 백지를 들고 나왔다.


하지만 이런 적극적인 의사표시보다 더 가능성이 높은 것은 과거에 존재했던 중국의 낙관주의가 사라지고 이것이 수동적인 냉소를 부추기거나, 아니면 쉬청강의 표현대로 눈에 띄지 않게 그런 냉소가 사회 전반에 스며드는 것이다. 허페이에서 만난 두 번째 애도객은 중국의 거리 곳곳에서 느껴지는 불확실성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한다. "그냥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르겠다는 느낌입니다."



1888년 창간된 영국의 대표적인 일간 경제지. 특유의 분홍빛 종이가 트레이드마크로 웹사이트도 같은 색상을 배경으로 쓰고 있을 정도입니다. 중도 자유주의 성향으로 어느 정도의 경제적 지식을 갖고 있는 화이트 칼라 계층이 주 독자층입니다. 2015년 일본의 닛케이(일본경제신문)가 인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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