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09 13:00
지정학에서 바다가 다시 한번 중요해졌다. 중동에서는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선박을 위협하며 세계무역을 방해하고 있다. 1월 12일 미국과 영국은 예멘의 후티 반군 목표물 60여 곳에 대한 공습을 시작했다. 이 동맹국들의 공습은 세계무역의 중요한 동맥인 '항행의 자유'를 되찾기 위한 시도인 동시에 중동 분쟁의 지리적 범위를 극적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대만은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선거를 앞두고 있다.1 대만섬을 둘러싼 싸움은 태평양 너머로 확대되는 치열한 미중美中 해전을 수반할 수 있다. 유럽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흑해와 크름(크림) 반도를 둘러싼 해양분쟁을 촉발할 수 있다. 해양력海洋力의 시대가 돌아왔다.
이 새로운 시대에 서방 해군에게 희망적인 부분도 있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여전히 최첨단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러시아나 중국과는 비교할 수 없는 해군 동맹과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서방의 해군 우위는 약화되고 있다. 중국 해군은 이제 세계 최대 규모다(차트 참조). 미국의 조선 능력은 시들해졌다. 유럽 해군은 1999년에서 2018년 사이에 잠수함의 28%, 호위함 및 구축함의 32%를 감축해 예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이는 실망스러운 추세다. 보호무역주의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바다는 여전히 세계 경제의 중요한 통로다. 전세계 선박들의 일일 평균 수익을 측정하는 클라크시ClarkSea 지표는 2023년 평균수익이 10년간의 추세치보다 33%이나 높은 수치를 기록했음을 보여준다. 해상무역은 3% 증가한 124억 톤, 글로벌 조선업은 10% 증가했다. 중국이 처음으로 선박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물동량 기준 전 세계 무역의 약 80%는 해상으로, 금액 기준으로는 약 50%가 해상으로 이동한다.
이러한 운송이 중단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2020년의 코로나 팬데믹은 공급망에 혼란을 일으켰고, 1년 후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의 수에즈운하 봉쇄도 마찬가지였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세계 곡물 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그리고 최근 몇 달 동안 홍해에서 발생한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은 2000년대와 2010년대 조잡한 무기를 쓰던 해적 사태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남아프리카를 경유하는 해로를 택하게 되면서 아시아-유럽 간 운임 비용이 세 배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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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을 가로지르는 동맥은 단순히 물리적인 상품만 운반하는 것이 아니다. 데이터 분석 회사인 텔레지오그래피TeleGeography는 전 세계에 574개 이상의 해저 통신케이블이 운영되고 있거나 부설이 계획되고 있다면서 이 해저 케이블들이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97%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그로 인한 유럽의 긴장은 이 인프라에 대한 지정학적 위험성을 부각시켰다. 2022년 발트해를 관통하는 노르드스트림 1, 2 가스 파이프라인이 신원 미상의 공격자에 의해 폭파되었다. 1년 뒤에는 에스토니아, 핀란드, 스웨덴을 잇는 데이터 케이블이 의문의 사고로 끊어졌다.
바다가 국제질서의 핵심이라면, 바다는 그 질서에 대한 도전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미중 경쟁의 핵심은 아시아 해양에 대한 지배력에 관한 것이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에 맞서고 중국의 잠수함과 함정 증가를 추적하기 위해 손을 맞잡고 있다. 중국해군은 항모전단(세 번째 자체 제작 항공모함인 푸젠함이 거의 완성 단계)을 갖추고 대만 주변에서 해군 훈련의 규모와 횟수를 늘리고 있다. 또한 솔로몬 제도에서 적도 기니, 아랍에미리트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항구들에서 자신들의 틈새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짙어지는 먹구름
킹스칼리지런던의 알레시오 파탈라노는 바다의 지정학이 몇 가지 독특한 특징을 갖는다고 말한다. 지상군은 특정 장소에 배치되어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온다. 훈련 임무가 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반면 군함은 여러 가능성에 개방된 목적을 띠고 항해를 위해 출동한다. 항해 목적은 언제든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 어느 날은 우호적인 예방을 위해 어느 항구에 정박했다가 다음 날 갑자기 후티 반군의 미사일을 격추할 수도 있다.
게다가 바다는 경쟁에 자연스러운 환경이다. 공해는 국제수역이다. 유엔해양법협약은 각국이 연안에서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을 설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지만, 세부 사항을 놓고 국가 간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은 해양법협약에 서명하지 않았고 중국은 주요 조항을 무시하고 있다. 평화시에 지상군이 이렇게 애매한 국제법적 안개 속에서 서로 마주치는 일은 거의 없다.
또한 해군력은 확전을 피하는데 용이하기 때문에 유연한 외교술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육지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새로운 병력으로 군대를 신속히 보강할 수 있다. 하지만 해상에서는 문제 지점까지 군사력을 보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누가 누구를 공격했는지 파악하는 시간도 오래 걸린다. 따라서 해상 위기가 유혈사태로 번질 가능성이 적다. 파탈라노는 2010년 북한 잠수함이 한국 해군의 천안함을 공격해 침몰시킨 사건이 발생했지만 한국이 자제력을 발휘했던 사례를 예로 들었다.
여전히 깊은 바다
상대적으로 느린 해군의 대치 속도와 그 내재적 모호성은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무장 어선을 이용해 이웃 국가를 괴롭히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필리핀에서 중국 선박이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작은 암초인 제2토마스 숄에 재보급하려던 필리핀 선박을 들이받고 괴롭힌 사건이다. 2024년 1월 3일 미국은 항공모함을 보내 필리핀과 훈련하는 것으로 중국의 도발에 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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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섀도우복싱은 평화시이긴 하지만 위협적 성격을 갖고 있다. 과거 탈냉전 시대에 바다는 "힘의 투사를 위한 편안한 통로"가 되었다. 런던의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닉 차일즈의 설명이다. 당시 미국과 연합군 해군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여유롭게 폭격했다. 때때로 해적을 잡기도 했다. 차일즈는 "이제 우리는 바다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는 시대로 되돌아왔다"고 말한다. 낯선 영역이다. 나토 국가가 벌인 마지막 대규모 해전인 영국과 아르헨티나 간의 포클랜드 전쟁에 참전했던 마지막 장교는 오래 전에 은퇴했다.
파탈라노는 이탈리아 해군의 연안 초계함인 프란체스코 모로시니의 예를 들며 과거와 달리 더 강력한 적과 싸우기 위해 함정이 더 커지고 무장이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과거에 이 급의 초계함은 해안방어를 위한 소형함정이었다. 하지만 신형 프란체스코 모로시니함은 1990년대의 호위함2과 크기가 같고 대공방어 시스템과 더 강화된 무장을 갖추고 있다. 미국의 차세대 구축함은 현재의 구축함보다 3분의 1이나 더 많은 미사일을 탑재할 예정이다.
고강도 해전의 전망은 잠수함의 중요성 또한 높이고 있다. 최신 감시 시스템 및 정밀 유도 무기로 인해 대형 수상 함정은 특히 적 해안에 근접할수록 점점 더 취약해진다. 잠수함은 이러한 위험에 훨씬 덜 취약하다. 잠수함의 움직임과 임무는 일반적으로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적 해역에 잠입하여 전자정보를 수집하거나 특수부대를 투입하고, 해상에서 적 함대를 은밀하게 추적하거나 위기 상황에서 연안을 돌아다니다가 필요시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미국의 오하이오급 잠수함은 최대 154기의 순항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데, 이는 미국 최고의 무장력을 자랑하는 수상함보다 26% 더 많은 양이다.
수중전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미국과 동맹국의 잠수함을 탐지, 추적, 표적으로 삼는 데 한계가 있는 러시아와 중국에 비해 서방이 기술적으로 가장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호주와 같은 중급 해군국이 30년 동안 수천억 달러를 들여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을 임대하고 영국과 함께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커스(AUKUS) 합의는 2021년에 세 나라(미국, 영국, 호주)가 발표했다. 이 오커스급 잠수함은 화력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이 잠수함은 영국의 현 공격잠수함과 달리 기존 어뢰관보다 더 많은 미사일과 더욱 진보된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는 수직발사관을 장착하게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벌어진 전쟁은 이러한 무기가 대규모 해상 전투에서 어떻게 사용될 수 있을지를 보여준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해역에 기뢰를 설치하고 오데사에 정박 중인 화물선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후티반군은 상업용 선박들을 향해 드론과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적어도 한 척의 선박에 올라타는데 성공했다.
봉쇄 전술은 아시아에서 벌어지는 모든 전쟁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깊은 관심을 받고 있다. 미 국방부 국방정보국의 전 중국 분석가인 로니 헨리는 "대만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중국의 (대만에 대한) 장기 봉쇄가 결과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한다. 워싱턴 브루킹스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론은 중국이 대만을 향하는 모든 선박에 검사를 위해 중국 본토에 정박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대만을 봉쇄한다는 시나리오를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이해하려면 이 논문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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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나리오에서는 약 100척의 군함으로 구성된 미국 주도의 연합군이 대만 동쪽으로 수백 마일 떨어진 항로를 개척하여 봉쇄를 해제하려고 시도한다. 오핸론은 기뢰밭을 소해掃海하는 데 한 달 이상 걸릴 것이며, 중국이 자율적으로 위치를 변경할 수 있는 첨단 기뢰를 배치할 경우 시간이 더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이나 대만은 보험금을 보조하거나 화물선에 깃발(국적을 표시하는 깃발)을 다시 달거나 선박이 침몰할 경우를 대비해 선주에게 보상을 약속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전쟁 지역에 기꺼이 투입될 선원도 찾아야 한다. "수천 명의 선원이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고 논문은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로니 헨리는 섬 동쪽(중국에서 먼 쪽)의 항로를 다시 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대만의 동해안 항구들은 높은 산과 좁은 도로로 고립되어 있으며 취약한 터널에 의존해 있다. 전투에서 중국 함대를 격파하더라도 미국은 "중국과 가깝고 중국의 공군력이 우세한 상황에서" 수개월 동안 매일 수백 톤의 화물을 (중국에 가까운 쪽인) 대만 서부의 주요 항구들로 수송해야 할 것이다. 항공을 통한 공급은 아마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인다.
차기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부 사령관으로 지명된 사무엘 파파로 제독은 미국이 중국의 봉쇄망을 뚫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만이 그러한 봉쇄를 깨뜨릴 수 있는 모든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오핸론은 덜 낙관적이다. 그의 계산에 따르면 "결과를 예측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것이다. 헨리의 전망은 더욱 어둡다. 그는 미국이 대만에 상륙하는 중국을 물리치기 위해 만든 현재의 해군전력은 대만의 항구와 비행장에 대한 중국의 장기 봉쇄를 뚫을 수 있는 전력은 아니라고 경고한다. "현재 우리가 구축한 전력으로는 이길 수 없다."
해양력을 이용하는 능력은 중국과 대만 양쪽에 모두 영향을 미친다. 대만은 에너지와 농업을 해상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봉쇄에 취약하다. 하지만 중국도 대부분의 석유와 원자재를 해상으로 운송해야 한다. 따라서 중국에 대한 한 가지 보복 옵션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한 것처럼 중국 항구 근처를 '근접 봉쇄'해 선박을 공격하고 기뢰를 매설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중국 본토에 대한 공격으로 인한 핵확산 위험을 포함해 대만 항구를 개방하려는 노력과 동일한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보다 쉽고 안전한 방법은 호르무즈 해협이나 말라카 해협과 같은 해상 길목에서 중국행 선박을 막는 '원거리' 봉쇄일 수 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피오나 커닝햄은 현재의 미 해군 사이즈로는 현재 동남아시아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의 4분의 1만 차단할 수 있을 정도라고 계산한다. 그는 봉쇄를 시행하는 데 한 달이 걸리며, 중국 내 민간품목 및 군수품 부족을 일으키려면 최소 6개월 이상 봉쇄가 지속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봉쇄는 해양력의 두 가지 중요한 측면을 보여줄 수 있다. 하나는 이전 시대에 글로벌 제국들에 의존했던 것처럼 해양력이 글로벌 동맹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커닝햄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파푸아뉴기니, 싱가포르 및 이 지역의 다른 파트너들이 미국에게 자국 해역과 비행장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른 하나는 현대 해운의 다국적 특성으로 인해 무엇을 막고 무엇을 통과시킬지 결정해야 하는 것이 현장의 봉쇄 담당자들에게 매우 어려운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에즈 운하를 가로막았던) 에버기븐호는 일본이 건조하고 소유했지만 대만 회사가 용선하여 인도 선원들이 승선하고 중국에서 유럽으로 물품을 운송하는 선박이었다.
봉쇄는 또한 기술이 해전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로봇 기뢰는 스스로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부설이 더 쉬워진다. 영국 해군의 싱크탱크 책임자인 케빈 로우랜드는 "많은 봉쇄가 무인 함정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제안한다. 또 사이버 작업을 통해 선박의 문서와 경로를 확인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인다. 반대로 우크라이나는 드론이 공중에서 어떻게 봉쇄 작전중인 함정을 공격할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우크라이나는 40여 년 전 포클랜드 전쟁에서 그 가치가 입증된 구식 대함 미사일을 많이 사용했지만, 무인수상정, 즉 드론 보트를 이용해 흑해와 크림반도 및 러시아 연안의 항구에서 러시아 함정을 반복적으로 공격했다. 지난 1월 4일에는 후티 반군의 무인수상정이 미군 군함과 상선들에 몇 마일 이내로 접근했다가 폭파되기도 했다.
거의 모든 주요 해군은 앞으로 유인有人함정과 함께 많은 수의 무인無人함정들을 운영할 계획이다. 기술이 법을 앞지르고 있다. 영국 해군의 국제법 최고 전문가인 캐롤라인 터켓 중령은 관련법의 대부분이 100년 이상 된 것이라고 말한다. 1982년에 채택된 유엔해양법협약은 평시에도 조난당한 선원에게 도움을 제공하는 등의 의무를 선박의 '선장'이나 군함의 지휘관에게 부과하고 있는데, 자율적으로 항해하는 무인함정에는 이 두 가지 의무가 있을 수 없다.
회의론자들은 무인함정의 군사적 영향이 과장되었다고 주장한다. 조준이 잘 된 기본화기로도 많은 수의 무인함정을 제거할 수 있다. 대부분의 대형 해군이 테스트 중인 함상 레이저와 같은 새로운 무기는 무인함정 격퇴를 도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우랜드 대령은 해군력의 본질에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예전에는 해군을 보유하는 것이 매우 비싼 일이었습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진입 장벽이 높았죠. 하지만 지금은 진입장벽이 낮아졌습니다. 바다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수십억 파운드짜리 구축함을 보유한 웅장한 해군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그럴 것 같다. 하지만 해양을 차지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에서 게릴라식 습격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게다가 더 크고, 더 잘 무장하고, 더 비싼 군함에 대한 필요성으로 인해 군함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 한때 전 세계 바다를 지배했던 영국 해군은 곧 보잘 것 없는 16척 구성의 프리깃함과 구축함 함대로 전락할 것이다. 다른 함정들을 포함해 총 70척에 불과하게 된다. 반면, 중국 해군은 2022-23년 1년 동안에만 약 30척의 함정이 증가했으며, 이 중 15척은 미 국방부가 '주요 수상 전투함'으로 분류한 함정이다. 미 해군 산하의 해군정보국이 작년에 제작한 슬라이드에 따르면 중국은 2035년 경 미국보다 50-55% 더 많은 군함을 보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은 소모전消耗戰에는 양量과 규모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는 바다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새로운 병사를 징집하고 창고에서 탱크를 긁어모으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하지만 파탈라노는 군함은 한 척을 교체하는 데 3-5년이나 걸리기 때문에 해군에게는 이러한 선택지가 없다고 말한다. 새로운 함정과 인력을 확보하는 일은 비용도 많이 들고 힘들며 느리다.
전쟁이 오래 지속되면 미국은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된다. 미국 정보기관의 추산에 따르면 중국 조선소의 선박 건조 능력은 선박의 부피를 측정하는 총톤수 기준 21만 톤 이상이다. 미국은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이 그 격차를 어느 정도는 줄여줄 수 있겠지만 혼자서는 10만 톤 미만이 최대 건조 능력이다. 런던 버크벡 대학의 엠마 솔즈베리는 미 해군이 필요로 하는 것과 의회와 미국 납세자들을 설득해 지원을 약속받은 금액 사이에는 "큰 괴리"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영국 해군이 국방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년 동안 약 3분의 1로 꾸준히 유지되어 왔다고 지적한다.
큰 변화
해양력의 시대에 경쟁을 해나가려면 더 큰 해군과 이를 구축할 수 있는 능력뿐만 아니라 사고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외교는 항구, 해양 동맹, 무역로 확보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배를 탈 승조원들을 훨씬 더 많이 모집하고 훈련시켜야 할 것이다. 미국은 태평양 전쟁에서 충분한 병력과 장비를 이동시킬 수 있기 위해 미국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민간 해운선박들을 많이 확보해둬야 할 것이다.
역사학자 앤드류 고든은 1차 세계대전에서 승리를 못 거둔 유틀란트 해전에 관한 저서에서 영국 해군의 실패 원인을 설명하면서, "길고 평온한 트라팔가 해전 이후"가 문제였다고 결론지었다. 1805년 나폴레옹에 대한 영국의 해전 승리는 오랜 기간의 자만과 정책적 표류로 이어졌다. 1916년에는 영국의 제독 중 누구도 큰 전쟁을 치른 적이 없었다. 군 엘리트들 사이에서는 영국의 제해권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이런 분위기는 오늘날에도 남아있다. 차일즈는 "여러분은 2차 세계대전이 남긴 길고 고요한 태만을 보고 있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흑해, 홍해, 남중국해의 소용돌이치는 물결은 곧 폭풍이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의 부상과 함께 미중간 패권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양 강대국 사이에는 거대한 태평양이 있고, 이 태평양은 두 나라의 경쟁장소가 되고 있습니다. 해양력의 시대가 돌아왔습니다. 보통 운임을 계산할 때, 선박-철도-항공기의 운임을 1 대 5 대 50이라고 합니다. 선박은 속도는 철도보다 조금 느리지만(화물철도가 대략 시속 60~70km라면 화물선은 시속 40~50km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이 실을 수 있는 장점이 있고, 또한 공해라는 뻥 뚤린 공간을 이동하기 때문에 여러 국경을 넘어야 하는 철도와 달리 도어투도어로 운송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글로벌 물류의 대부분은 해상으로 이뤄집니다. 중국은 빠른 속도로 해군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해군은 전 세계 어디나 방문하면서 필요시엔 당장 전투를 할 수 있어서 외교적 수단으로 육군보다 편리합니다. 평시와 전시를 수시로 오갈 수 있는 것이 해군함정이라는 플랫폼입니다. '해양력 시대가 돌아왔다'고 선언하는 이 1월 11일자 이코노미스트 기사는 해양과 해군의 특성에 대한 넓고 깊은 지식을 짧지만 정확한 언어로 간추려 현재의 미중 경쟁을 조명해봅니다. 현재 진행중인 미중간 해양력 경쟁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