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16 14:18
블라디미르 푸틴은 지난 금요일 러시아 무기산업의 중심지인 툴라에서 수많은 활동가들에게 연설하면서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제재를 러시아 경제가 이겨냈다고 자랑했다.
"그들은 우리에게서 몰락, 실패, 붕괴, 즉 우리가 물러서거나 포기하거나 무너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나는 그들에게 잘 알려진 손가락 제스처를 보여주고 싶지만, 여기에 많은 여성들이 계셔서 참겠습니다"라고 푸틴은 박수를 받으며 말했다. "그들은 성공하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 경제는 그들의 경제와 달리 성장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 경제가 서방 국가들의 제재 공세를 견뎌냈을 뿐만 아니라 이제 두 나라를 제외한 모든 서방 국가보다 더 커졌다고 자화자찬했다. 그는 세계은행의 구매력 평가 기준 GDP 순위를 언급하며 러시아가 독일보다 약간 앞선다고 말했다. "우리 산업계 모두가 제 역할을 다했습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화요일에 IMF는 러시아 대통령의 의견에 동의하는 것처럼 보였다. IMF는 올해 러시아의 GDP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수정했는데, 이는 지난 10월에 예측했던 것보다 1.5% 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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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경제의 회복력은 거의 2년 전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초기 제재가 치명적인 위축을 초래할 것이라고 믿었던 많은 경제학자들을 놀라게 했다.
경제학자들은 러시아 정부가 에너지 판매를 막으려는 서방의 시도를 피하고 국방비 지출을 늘리는 방식으로 경기 침체에서 벗어났다고 말한다.
러시아는 국가 예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023년 9조 6천억 루블, 2024년 14조 3천억 루블, 즉 침공 전 마지막 해인 2021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한 금액을 전쟁에 투입하고 있다. 여기에는 무기생산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에서 싸우는 사람들과 그 가족에게 전쟁 관련 사회수당을 지급하고 점령지에 대한 일부 지출도 포함된다.
최근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보고서에 따르면 군사비 지출이 크게 증가한 것은 "러시아가 현재까지 보여왔던 공산주의 붕괴 이후의 전개와 현저한 단절"을 의미한다고 결론지었다.
푸틴의 최고위 경제관리들은 공공지출이 급증하면 가까운 장래에 경제가 과열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당분간은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가 제재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자원에서 막대한 수입을 계속 창출하지 못했다면 이 모든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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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은 8조 8000억 루블에 달했는데, 이는 2022년의 기록적인 실적에 비해 약 4분의1 감소했지만 지난 10년간의 평균을 상회하는 수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정부는 수입을 창출하기 위해 불규칙한 방법, 즉 서방 기업들이 러시아를 떠날 때 지불해야 하는 '자발적 기부금' 같은 일회성 세금과 부과금 등에 점점 더 의존해야 했다.
미국 워싱턴 소재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의 비상임 선임연구원 엘리나 리바코바는 "푸틴 정권은 석유굴착기 위에 앉아 있기 때문에 회복력이 있습니다"고 말하며 이렇게 덧붙인다. "러시아경제는 말하자면 이제 막 탱크를 생산하기 시작한 거대한 주유소입니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9월에 의원들 앞에서 러시아의 엄청난 군사비 지출을 발표하면서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의 슬로건을 사용해 예산안에 대한 러시아정부의 접근방식을 설명했다.
"모든 것은 전선을 위해, 모든 것은 승리를 위해"라고 실루아노프는 말했다.
오스트리아 빈 국제경제연구소(WIIW)의 선임 경제학자 바실리 아스트로프가 "군사 케인즈주의"라고 부르는 러시아정부의 변화는 푸틴 집권 초기 20년간의 보수적인 거시경제 정책에서 급진적으로 벗어난 것이다.
실루아노프와 중앙은행 총재 엘비라 나비울리나 같은 전문관료들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공격적으로 추구하면서, 은행시스템을 강화하고, 외환보유고를 늘리고, 추가 지출을 억제함으로써 러시아가 여러 차례의 금융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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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접근방식은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의 해외소재 외환 3천억 달러를 동결하고 러시아 정부가 자본의 해외이탈과 은행의 예금 인출을 막기 위해 통화 통제를 시행했던 서방제재의 초기 영향을 완화하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러시아 경제팀(재무부와 중앙은행)이 계속해서 정권을 구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장군들보다 푸틴에게 훨씬 더 유용하다는 것이 입증되었습니다"라고 전 러시아 중앙은행 관리인 알렉산드라 프로코펜코는 말한다.
빈 국제경제연구소의 아스트로프는 경제의 더 큰 위축을 피함으로써 러시아정부가 지출을 통한 성장 촉진으로 방향을 전환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러시아 당국은 공식적으로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을 '특별 군사작전'이라고 계속 언급하고 있지만, 국가경제 전체가 '전시' 생산으로 전환했다.
푸틴은 금요일의 무기 생산업체들 앞 연설에서 러시아가 무기 생산을 늘리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몇 년 동안 충분한 주문이 이어질 것"이라고 약속하며 국방부가 공급업체에 생산비용의 80%를 선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우크라이나가 침략에 맞서는데 필요한 첨단 서방제 무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더 많은 러시아의 미사일, 대포, 드론 생산 노력은 전장에서 러시아군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하지만 푸틴과 다른 러시아 고위 관리들은 최근의 생산량 급증조차도 불충분하다고 불평했다. 수요일에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은 "유망한 신형 야포 체계"의 생산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하면서 러시아 무기 제조업체 중 한 곳의 수장을 공개적으로 질타했다.
쇼이구는 "우리에게 기회가 있다면 그것을 반드시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발레리 잘루즈니 육군 참모총장은 이번 주 우크라이나와 그 동맹국들이 러시아의 방위 산업에 대한 재투자 능력으로 상당한 화력 우위를 점한 시기에 우크라이나는 상응하는 노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인정했다.
러시아 재무부의 추산에 따르면 2022-23년 전쟁 관련 재정투입이 GDP의 약 10%에 해당한다. 핀란드 신흥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같은 기간 동안 전쟁 관련 산업 생산량은 35% 증가한 반면 민간 생산량은 제자리걸음을 유지했다. 푸틴은 금요일 연설에서 전쟁이 시작된 이후 민간 생산이 27% 증가했다고 주장했지만, 근거가 있는 수치는 아니다.
"정부가 다른 모든 것보다 전쟁을 우선시할 때 경제정책의 진실성은 더 이상 담보되지 않는다. 20년간의 신중한 경제정책을 포기하기로 한 러시아의 결정은 분석가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라고 핀란드은행의 연구원들은 최근 러시아에 대한 전망 보고서에서 썼다.
하지만 경제학자들과 러시아 정부의 최고위 전문관료들조차도 급등한 재정지출이 이미 러시아 경제에 새로운 균열을 드러내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예산 수입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석유 및 가스 수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푸틴의 전쟁 추구는 '군사적 생산'이라는 새로운 중독을 만들어냈다.
"전쟁이 오래 지속될수록 경제는 군사 지출에 더욱 중독될 것이다." 빈 국제경제연구소의 경제학자들이 1월에 발표한 논문에서 주장했다. "이는 전쟁이 끝나면 경제침체 또는 노골적인 경제위기의 가능성을 높인다"라고 그들은 덧붙였다.
이러한 성장은 이미 경제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 이는 특히 러시아의 노동 시장에서 두드러지는데, 러시아 군대와 무기 공장이 생산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24시간 공장가동을 위해 부풀려진 임금으로 점점 더 많은 노동자를 외부에서 빨아들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금요일에 러시아가 방위 산업에서 52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전쟁 탓에 이미 암울해진 인구 전망 속에서 민간산업에 노동력 부족이 발생했다. 러시아는 2022년에 30만 명을 군대에 동원했으며 2023년에는 49만 명을 추가로 모집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전선으로 보내지지 않기 위해 러시아를 탈출했다.
"기계제작 및 화학산업에서 가장 큰 인력 부족이 관찰되며, 많은 기업이 국가로부터 받은 주문을 이행하기 위해 쉬지 않고 일해야 한다"라고 모스크바 소재 가이다르연구소의 분석가들은 2023년 12월에 썼다.
넉넉한 임금과 함께 징병면제 혜택을 제공하는 군사부문 생산과 노동력 경쟁을 벌이기 위해 민간 부문도 급여를 인상해야 했고, 이는 내수를 촉진하지만 인플레이션 압력도 가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인들의 소비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국제 시장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수입 비용이 상승해 러시아에 또 다른 경제적 덫이 될 수도 있다.
현재 해외상품들은 복잡한 경로를 거쳐야만 러시아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러시아 소비자들은 큰 타격을 받고 있으며 루블화는 2023년에 달러 대비 약 30%의 가치를 잃었다.
"막대한 예산지출과 러시아의 고립이 결합되어 ... 플라스틱 용기에 반죽을 넣을 때와 같은 효과를 만들어 냅니다"라고 베를린 소재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 센터의 비상임 펠로우 프로코펜코는 말한다. "뚜껑에 부딪힐 때까지 올라간 다음에는 더 이상 갈 곳이 없습니다."
공공지출이 급증하면서 인플레이션이 7-7.5%까지 치솟자 러시아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심지어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보다 더 높은 16%로 인상했다.
금리인상 후 나비울리나 중앙은행 총재는 이러한 지출이 러시아 경제를 과열시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느슨한 재정정책을 통해 잠재력을 넘어서는 성장을 시도하면 저축과 임금인상을 점점 더 갉아먹는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이며, 그 결과 가계자산의 실질적인 성장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될 것입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경제학자들은 러시아가 현재 수준의 군사비 지출을 유지하더라도 성장 속도가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국립 러시아 과학아카데미의 분석가들조차도 생산능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경제의 주요 부문들이 이미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경제 불황의 주요지표 중 하나인 철도수송량 감소가 그 중 하나라고 그들은 문건에서 밝혔다.
다른 경제학자들은 푸틴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적인 침공을 명령하지 않았다면 러시아 경제가 훨씬 더 지속가능한 수준에서 연속적으로 성장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2022년은 매우 낙관적인 전망에서 시작되었고, 성장률도 대부분의 예상을 뛰어넘었습니다. 2022년과 2023년 모두 연간 GDP 성장률이 3% 정도일 것으로 예상했을 겁니다." 바르셀로나 폼페우파브라 대학교(UPF)의 연구교수인 루벤 에니콜로포프의 말이다.
러시아 경제가 예상보다 선전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서방의 제재, 특히 에너지 수출을 막으려는 서방의 시도를 무력화시키면서 중국 등에서 판로를 찾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사우디아라비아의 협력을 얻어 에너지 가격도 올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이른바 '군사 케인즈주의'입니다. 군비지출을 늘림으로써 경제의 총수요를 올리고 이것을 통해 총생산을 자극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1, 2차 세계대전에서 많은 나라들이 경험한 것처럼 이 '군사 케인즈주의'가 전쟁이 끝난 후 무기 생산이 축소되면서 급속도로 경기침체를 가져온다는 것입니다. '군사 케인즈주의'에 재미를 붙인 러시아경제가 과연 전후에 새로운 방식으로 급속히 전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이 2월 3일자 파이낸셜타임스 기사는 서방제재로 인해 러시아 경제가 어려움을 겪어왔을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 우리들에게 신선한 정보와 관점을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