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3 14:30
전 세계적으로 이주가 기록적 수준에 도달하면서, 일부 산업이 외국인 노동력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논쟁이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일고 있다.
많은 기업 소유주들은 현지 인구가 고령화되고 노동력이 줄어들면서 저숙련 외국인 노동자를 데려오는 것이 필수가 되었다고 말한다. 존 로스노는 위스콘신 시골에서 1000에이커(120만 평) 규모의 낙농 농장에서 일할 현지 주민을 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는 13명의 멕시코 이주노동자들에게 의지하고 있다. 10년 전에는 8~10명을 고용했다. 이로 인해 그는 다른 농가처럼 젖소의 젖 짜는 걸 돕는 로봇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지 않아도 됐다.
"우리는 정말 좋은 사람들을 구합니다." 로스노가 말한다. 이주노동력을 통해 "제가 고용을 두 배로 늘리고 싶다면 일주일 안에 채울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몇몇 경제학자들은 일부 지역에서는 수입 노동자에 대한 의존도가 건강하지 않은 수준에 이르러, 생산성 증대를 억제하고 기업들이 보다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노동력 부족에 대처를 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PADO '언더그라운드 엠파이어' 북콘서트가 11월 30일(토) 광화문에서 열립니다! (안내)]
이 경제학자들은 자동화에 대한 투자부터 사업 폐쇄와 같은 더 급진적인 구조조정이 그런 대응책에 속할 수 있다고 본다. 고통스럽지만 장기적으로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산업이 특정한 방식으로 조직화되고 그 산업구조가 고용주들로 하여금 이주자들을 모집하도록 장려하게 되면 돌이키기 매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이주를 연구하며 영국 정부의 이민 자문위원회 위원을 지낸 마틴 루스Martin Ruhs 교수는 말했다. "어떤 경우에는 정책입안자들이 '과연 이게 말이 되나요?'라고 물어봐야 해요."
서구 사회가 인구 절벽에 더 가까워지면서 이 논쟁은 앞으로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선진국 전반에 걸쳐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독일 보험사 알리안츠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의 생산가능인구는 2050년까지 그 5분의1이 감소할 것이다.
이런 추세를 상쇄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고령 노동자들이 은퇴를 미루도록 장려하는 것이 그 중 하나다. 그러나 라틴아메리카나 아프리카 같은 지역에는 이용 가능한 노동자들이 많기 때문에 외국 노동력을 수입하는 것이 가장 쉬운 선택일 때가 많다.
이민은 또한 이민자들이 인구를 늘리고 돈을 쓰게 되면서 해당 지역의 경제 성장을 촉진한다. 이는 미국과 유럽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민의 증가가 보수 단체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때에도 마찬가지다.
캐나다, 독일, 영국 등 이민자들이 주로 향하는 국가 전반에 걸쳐 이민은 현재 팬데믹 이전 수준의 2~3배로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작년의 순증 이민자 수가 330만 명인데 이는 2010년대의 평균 90만 명 정도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1다.
[PADO 트럼프 특집: '미리보는 트럼프 2.0 시대']
전반적으로 이민자는 2021년 미국 노동력의 18%를 차지했는데 10년 전의 16%에 비해 증가한 수치라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밝혔다. 오늘날 미국의 농장 노동자 4분의3, 건설 및 광업 노동자의 30%가 이민자다.
영국의 경우 수십 년 동안 이민을 억제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직원을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영국 이민자는 2020년 EU 탈퇴(브렉시트) 이후 급증세를 보였다. 오늘날 국민보건서비스(NHS) 간호사의 27% 이상이 외국 출신인데 이는 2013년 14% 에서 늘어난 수치다. 독일에서는 도축장 노동자의 약 80%가 이민자라고 노조는 추산한다.
과도한 이주노동력 의존의 단점
저숙련 수입 노동력에 대한 의존도 증가는 궁극적으로 경제가 얼마나 빨리 성장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생산성 증가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몇몇 경제학 연구가 시사하는 바다.
호주와 캐나다의 연구는 이민자들이 취약한 기업들을 연명시켜 전반적인 생산성에 부담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2022년 덴마크 연구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를 쉽게 구할 수 있는 기업들은 로봇에 투자를 덜 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선진국 전반에 걸쳐 노동생산성 증가는 부진했다. 미국과 영국의 농업 분야에서 생산성은 10년 이상 정체 상태다. 이민 정책이 더 엄격한 일본과 한국에서는 생산성이 연간 약 1.5% 증가(OECD 자료)했다.
고령화 국가가 활력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이민을 허용하는 것과 과도한 의존을 피하는 것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기는 어렵다. 많은 산업에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뚜렷한 대안은 없다.
[새로운 PADO 기사가 올라올 때마다 카톡으로 알려드립니다 (무료)]
이주노동자의 유입을 단번에 차단하면 그 노동력으로 만들던 제품의 가격이 더 오를 것이다. 또한 가난한 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추구할 선택지가 줄어들 것이다.
시드니대학교의 글로벌 이주 전문가 안나 부처Anna Boucher는 인력 부족으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일부 저숙련 노동자의 이주가 아마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주노동자가 없다면 호주의 어린이집은 일부 문을 닫아야 할 것이고 채소들은 들판에서 시들 것이다.
경제학 연구에 따르면 과학자와 엔지니어 같은 고숙련 이민자의 유입은 실제로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현지 노동자의 임금과 고용 기회를 끌어올릴 수 있다.
저숙련 이민자에 대해서는 경제학자들의 의견이 보다 분분하다. 그런 노동자들은 대체되기가 더 쉽다. 자동화의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체코에서는 일부 농부들이 인공지능 기반 로봇을 사용해 딸기를 모니터링하고 수확한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테벨에어로보틱스Tevel Aerobotics Technologies는 과일을 수확하는 드론을 개발했다. 영국 기업 필드웍로보틱스Fieldwork Robotics는 최근 키 2미터에 플라스틱 팔 4개가 달린 라즈베리 수확 로봇의 판매를 시작했다.
그러나 OECD의 생산성 전문가인 댄 앤드류스는 정부로서는생산성을 높이고 취약한 기업이 사라지게 하는 개혁을 추진하는 게 이민을 늘리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고 말했다.
"어떤 국가는 더 쉬운 길을 택할 수 있죠."
기업의 반발
영국 정부는 농업의 자동화를 가속화하기를 희망하며 농업 기술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또한 기업들이 이주노동자에게 임금을 표준임금보다 20% 적게 지급할 수 있게 하는 규정의 폐지를 고려 중인데 이에 농민 로비 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농민단체들은 기술이 상업화가 돼 있으면 농부들이 빨리 도입하지만 로봇은 과일이나 채소를 잘 따지 못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지향하는 기술은 5년 후에 가능할 겁니다... 우린 5년 전에도 그렇게 말했죠." 농민이자 국립농민조합(NFU) 간부인 마틴 에밋이 말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정부가 작년에 새로운 외국인 노동자 고용의 동결을 발표했다. 정부 각료들은 값싼 외국 노동력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기업들이 혁신을 거부하게 만드는 해로운 순환고리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반면 현지 기업들은 자동화에 투자하고 노동자의 기술을 향상시키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제조업과 플랜테이션을 비롯한 몇몇 산업에서는 업계의 이의 제기로 외국인 고용이 허용되었지만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광범위한 동결은 명시된 종료 날짜 없이 계속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캐나다 정부가 고도로 숙련된 노동자에게 우선권을 주는 신중하게 관리되던 이민 제도를 제쳐두고 외국인 학생과 기타 저숙련 임시노동자의 유입을 대폭 늘렸다고 말한다. 전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 데이비드 닷지David Dodge는 2023년 12월 공동집필한 보고서에서 캐나다 정부는 시장에 저렴한 노동력이 넘치게 함으로써 경쟁력 없는 기업을 연명시키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경제의 생산성을 해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온타리오 워털루대학의 경제학자 미칼 스쿠테루드Mikal Skuterud는 기록적인 이민이 이어진 후 1인당 경제 산출량이 2018년보다 낮아졌다고 지적한다. 캐나다는 너무 많은 저숙련 노동자를 데려와 전반적으로 국가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독일 도축장의 난제
독일에서도 이러한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슈바르츠발트 산기슭의 도축장을 비롯한 기업들이 수입 노동력에 더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은 더 이상 도축장에서 일하지 않으려 한다고 현지 업체들은 말한다. 보수도 낮고 화려하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인력난은 지난 20년 동안 도축장 수가 대략 절반으로 줄어든 이유 중 하나다.
3년 전 현지 수공업자 상공회의소의 간부인 한디르크 폰 웅어른-슈테른베르크는 유럽연합 외부 국가로부터 저숙련 노동자를 고용하기가 더 쉬워지도록 독일 국내법이 개정된 것을 계기로 인도에서 도축장 견습생을 모집하는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2022년 9월, 처음으로 인도 청년 13명이 도착했다.
이제는 그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폰 웅어른-슈테른베르크는 올해 약 140명의 인도 노동자를 데려올 계획이다. 그는 앞으로 그 숫자가 3배로 늘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자동차 정비업부터 건설업까지 현지 기업들은 그가 데려오는 인도 청년 신입사원을 갈망하고 있다. 알프스에서 북해에 이르는 독일 전역의 수공업자 상공회의소들이 유사한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데 그의 도움을 구하고 있다.
독일 슈바르츠발트 지역의 도축장들의 수입 노동력 의존도는 더 커지고 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어디까지가 한계일까요? 우리가 직업소개소인가요? 우리는 끝이 어디인지 모릅니다." 폰 웅어른-슈테른베르크가 말했다.
또한 이 사업은 도축장의 비용을 낮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줌으로써 소비자에게도 혜택을 준다. 국경 너머 스위스에서는 인도 노동자를 구할 수 없어 고기 값이 거의 4배나 비싸다.
그 대신 스위스 기업주들은 신기술을 갖고 실험을 해왔다. 소규모 도축장의 필요성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가격 인하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어스트아우토마텐Wurstautomaten으로 알려진 소시지 자판기가 한 가지 사례다.
한편 독일에서는 이민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도축장의 수입 노동력 의존이 지속가능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반이민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 대한 지지도는 최근 사상 최고치인 23%를 기록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AfD는 올해 후반 몇몇 독일 주 선거에서 가장 강력한 정치 세력으로 부상할 수도 있다.
낙농업의 딜레마
위스콘신주의 낙농업자 로스노는 농업 잡지에 광고되는 자동 착유기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말한다. 몇몇 이웃이 로봇을 실험해 봤지만 계속 수리가 필요해 결국은 다시 사람 노동력을 쓰는 것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또한 로봇은 비용이 이주노동자에 비해 두 배가 들고 유지 보수 비용도 많이 든다고 로스노는 말한다. 이민자들과 함께라면 "노동력은 제약이 되지 않아요."
버몬트주의 낙농업 농민 오넌 휘트콤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생산량을 늘리려 했을 때 이주노동자를 고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대신 그는 네덜란드산 착유 로봇 4대에 80만 달러를 투자했다.
젖소당 우유 생산량이 30% 증가했고 유방염 같은 염증성 질환 발생률이 80% 감소해 항생제에 쓰는 돈이 줄었다고 한다. 휘트콤은 2.5개의 일자리를 줄이고 7년 만에 투자금을 회수했다고 한다.
"이전에는 젖소 300마리를 키웠는데 이젠 240마리로 줄였어요. 그래도 우유 생산량은 더 늘었죠." 휘트콤이 말했다. "이걸 무슨 수로 이겨요?"
인구 감소와 노동력 부족 문제에 대한 완벽한 해결책은 없습니다. 그나마 가장 손쉬운 대안으로 여겨지는 '이민'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문화와 정체성을 가진 이민 인구를 자국 사회에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의 사회적 문제부터 이민 유입이 경제에 미치는 구조적인 영향까지 많은 고민과 대비가 필요합니다. 이민 문제는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한 나라의 운명을 결정할, 그야말로 '사활이 걸린' 사안입니다. 이민 문제에 대해서는 서구에 많은 사례가 있기 때문에 한국이 대비할 여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지금부터 치열한 논의가 이뤄져야 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3월 3일자 기사는 이민 문제에서 간과하기 쉬운 경제적인 문제 하나를 집중적으로 조명합니다. 선진국이 저렴한 이주노동력에 '중독'되어 생산성 향상을 등한시할 수 있다는 겁니다. 보통 생산성 향상의 논의는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 국한되는 편인데 이 기사는 저렴한 이주노동력이 가장 먼저 쏠리는 농업 부문(한국 또한 이미 이주노동자 없이는 농업이 굴러가기 어려운 상황입니다)에서의 생산성 문제를 다루고 있어 더더욱 읽을 가치가 큽니다. 저렴한 노동력 공급은 단기적인 해결책 이상이 되기 어렵습니다. 기술 개발 등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농업에서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살필 수 있다는 게 이 기사의 미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