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중국 '판다 외교' 제대로 읽기

중국은 자국을 비판하는 국가에 판다를 대여하길 꺼린다. 그런데 시진핑은 왜 미국에 판다를 돌려주기로 결정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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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7 13:55

The Diplom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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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통상적으로 소프트파워보단 하드파워에 강점을 갖고 있지만 판다를 통한 소프트파워 외교만큼은 상당히 성공적인 듯 합니다. 금년 한국에서 불었던 푸바오 열풍을 보면 그렇습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정치외교를 주로 분석해 보도하는 더디플로맷 2024년 5월호의 이 기사는 푸바오가 왜 한국에서 태어나 사랑을 듬뿍 받았다가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야 했는지에 대해 설명해줍니다. 2차 세계대전 중 장제스의 중화민국에서 시작돼 지금까지 큰 힘(소프트파워)을 발휘해오고 있는 중국의 판다 외교를 잠시 음미해보시기 바랍니다.


최근 외교정책 관련 보도는 판다에 대해 터무니없이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워싱턴 DC의 국립동물원은 50여 년 동안 미국 수도에서 판다를 길러왔는데, 지난 11월에 데리고 있던 판다를 모두 중국에 돌려보냈다. 미국에 남아 있는 판다 4마리(모두 애틀랜타 동물원)도 올해 안에 중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1972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에는 이 몸집 큰 털복숭이 곰이 한 마리도 남지 않게 된다.


세 마리의 판다가 워싱턴 DC의 국립동물원을 떠난 지 일주일 후, 판다를 사랑하는 미국인들에게 다행히도 희소식이 전해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중국이 새로운 판다를 미국으로 보낼 것이라고 발표했다. 시진핑은 "우리는 판다 보호를 위해 미국과 계속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캘리포니아 주민의 희망에 부응해 양국 국민 간의 우호 관계를 심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후 새로 보내는 판다가 샌디에이고 동물원으로 올 것이 확정되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미국 등 여러 국가들에 있는 판다의 임대 계약 연장을 거부해 온 중국 정부로서는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를 의미한다. 이 조치는 정상회담의 예상밖으로 따뜻한 분위기와 함께 미중 관계에 대한 시진핑의 접근 방식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를 보여주었다. 지난 10년 동안 양국은 서로를 향한 비난과 무역 갈등, 기술 경쟁으로 점점 더 격렬하게 대립해왔다. 시진핑의 이번 결정은 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중국이 보다 우호적인 미중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019년 4월 테네시주 멤피스 동물원의 판다 한 쌍이 20년 만에 떠나면서 미국 동물원들은 판다를 잃기 시작했다. 같은 달에 샌디에이고 동물원은 마지막 두 마리의 판다를 떠나보내며 25년간의 판다 보호 프로그램 참여를 마감했다. 앞서 언급했듯 워싱턴 DC의 국립동물원은 2023년 11월에 세 마리의 자이언트 판다와 작별을 고했다.



마찬가지로 영국 에든버러 동물원도 2023년 12월에 판다를 떠나보냈다. 호주에서도 2024년 초에 애들레이드 동물원에 남아있던 판다들이 모두 떠날 예정이다. 일본의 판다 애호가들은 2017년 도쿄에서 태어나 큰 인기를 끌었던 판다 샹샹과 작별을 고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샹샹은 2023년 2월 쓰촨성의 중국 판다 보호구역으로 돌아갔고, 오사카 외곽의 한 공원에 있던 판다 세 마리도 마찬가지로 중국으로 돌아갔다.


현재로서는 중국 정부가 대여를 연장할 의향이 있다는 징후는 없다. 미국을 제외하고는 중국이 새 판다를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받은 국가는 없다.


"중국은 판다를 유치할 수 있는 특권을 받은 국가들에게 중국에 우호적일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충분히 우호적이지 못할 경우 판다를 철수시킨다"

판다 외교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독특한 외교 형태로 자리 잡았다. 당시 중화민국 영부인이었던 쑹메이링(宋美齡)은 1941년 11월 일본과의 전쟁 중 중국을 지원해 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판다 두 마리를 미국에 선물했다. 1949년 마오쩌둥이 승리를 선포하고 장개석 총통이 이끄는 국민당이 대만으로 피난한 후, 중국 공산당은 전 세계 야생 판다 공급을 독점적으로 통제하게 된다. 마오쩌둥 시대에 중화인민공화국은 9개국에 24마리의 판다를 선물했는데, 특히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마오쩌둥이 미국에 선물한 판다 한 쌍이 가장 유명하다. 오늘날과 달리 당시에는 기한을 정한 임대가 아닌 진정한 선물이었다.


덩샤오핑이 중국에서 정권을 잡았을 때 그가 시행한 정책 변화 중 하나는 판다 선물의 중단이었다. 대신 판다를 임대하고, 해외에서 판다가 낳은 새끼도 중국으로 돌려보내도록 계약서를 작성했다. 이러한 변화는 판다를 일방적인 선물로 주는 것에서 '주고받기'의 대상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판다가 귀중한 소프트파워 수단이라는 인식은 널리 퍼져 있었고 덩샤오핑은 중국이 관계 개선을 원하는 국가에 판다를 계속 대여했다.

판다에서 늑대로

개혁개방 시대에는 판다가 중국 외교의 큰 자산이었지만, 최근 시진핑이 보다 공격적인 '전랑'(戰狼: 늑대전사) 외교로 전환하면서 중국은 이 국보급 동물을 전 세계와 계속 공유하지 않기로 했다. 전랑외교는 2012년 시진핑이 집권한 후 더욱 전투적인 형태의 외교를 지칭하는 신조어가 되었다. 중국 외교관들이 외국 지도자를 공개적으로 모욕하거나, 갑자기 회의장을 나가거나, 개인적으로 협박하거나, 외국 외교관에게 소리를 지르는 것 등이 그 예다.



'중국의 민간군대: 전랑외교의 형성'(China's Civilian Army: The Making of Wolf Warrior Diplomacy)의 저자 피터 마틴(Peter Martin)은 중국 정치 엘리트들 사이에서 '굴욕의 세기'(약 100년 동안 중국이 일본과 서방 국가들로부터 반복적으로 침략을 받았던 시기)가 끝나고 중국이 부상하고 있다는 느낌이 만연함을 지적하며 이러한 공격적인 형태의 중국 외교를 설명했다.


또한 시진핑 주석과 다른 당 엘리트들이 이러한 공격적인 대외관계 스타일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전랑외교를 펼치는 중국 외교관들은 빠르게 승진할 수 있는 것이 분명하다. 오늘날 중국 외교관들은 실제로 대외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국내 정치권을 의식해 활동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공격적인 판다 외교

그렇다면 판다외교와 전랑외교는 어떻게 합쳐질 수 있을까? 오늘날 판다외교가 무엇이고 무엇이 아닌지 이해하면 답을 찾을 수 있다. 판다는 특정 국가에 중국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심어주기 위해 선물로 제공되는 것일까, 아니면 중국 외교 무기고의 진정한 협상 도구일까, 아니면 다른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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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의 판다 정책은 변화한 것으로 보인다. 런던 소재 SOAS(동양아프리카연구대학)의 중국 연구소 소장인 스티브 창은 워싱턴포스트 기사에서 "중국은 이제 판다를 유치할 수 있는 특권을 받은 국가들에게 중국에 우호적일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충분히 그러지 못할 경우 판다를 철수시킨다"라며 최근의 변화를 설명했다.


예를 들어, 2017년 핀란드의 한 동물원은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고수하겠다고 밝힌 후 판다 두 마리를 제공받았다. 또 다른 예로, 2011년에 영국과 중국 간 석유계약 체결을 기념하기 위해 에든버러에 대여된 판다 두 마리는 2023년 영국을 떠났다.


또한, 시진핑은 판다외교와 관련된 행사를 통해 판다를 받기 원하는 국가들로부터 더 많은 약속을 기대한다는 신호를 보냈다. 세계 지도자들은 판다를 직접 요청해야 했고, 판다의 새 보금자리 도착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시진핑 주석과 함께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러한 행동과 요구는 모두 시진핑이 중국의 판다를 서방 지도자들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에는 더 많은 판다를

그렇다면 최근 중국과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다른 국가들은 판다를 잃고 있는데 왜 미국은 판다를 더 많이 확보하고 있는 것일까? 호주는 반대의 경우다. 2023년 11월 중국을 방문한 앤서니 알바니즈 호주 총리는 7년 만에 호주 지도자의 중국 방문을 기념하는 국빈 만찬에서 시진핑 주석과 판다에 대해 논의했다. 이 방문은 중국과 호주의 관계를 회복하고 안정화하기 위한 긴 과정과 일련의 합의 끝에 이루어졌다.


하지만, 알바니즈 총리가 "호주의 어린이와 가족을 대표하여 판다가 호주에 계속 존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호주가 새로운 판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 중국과 호주 애들레이드 동물원의 대화는 아직 진행 중이고, 동물원 대표와 호주 정부 관계자들은 여전히 희망을 품고 있다.


중국의 눈에 미국은 확실히 특별한 존재인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은 미중 관계에 큰 진전을 가져왔지만, 미중 관계는 여전히 매우 전투적이고 의견 불일치로 가득 차 있다. 바이든-시진핑 정상 회담에서 두 정상은 인공지능 안전과 마약퇴치 노력에 협력하고 오해와 갈등 고조를 방지하기 위해 군 지휘부 간에 보다 직접적인 소통 라인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두 정상은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이견을 보였다.


예를 들어, 시진핑 주석은 현재 진행 중인 반도체전쟁에서 미국의 수출통제를 비판했으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이 첨단 프로세서를 개발하거나 수입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를 통해 바이든은 중국의 기술 개발을 상당히 늦출 수 있는 미국의 독특한 능력을 보여주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시작된 이전 무역 전쟁은 대부분 중국 산업보다 미국 소비자에게 더 큰 피해를 입힌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시진핑 주석에게 미국을 적대시하면 실질적이고 가시적 인 결과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상기시켰다.


시진핑이 미중 관계를 왜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또 다른 힌트는 정상회담에서 가장 큰 쟁점이었던 대만 문제에 있다. 시진핑 주석은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마련된 정상회담 중에도 바이든과 미국 대표단에게 중국이 대만통일 원칙 앞에서 흔들림이 없다고 말하며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중국 관리들은 기자들에게 시진핑이 바이든에게 "대만 무장과 중국 내정간섭을 중단하고 '대만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실질적 조치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기로 결정하면 미국이 대만을 방어할 것이라는 신호를 여러 차례 보냈으며, 대만에 대한 미국의 지원은 시진핑이 중국 지도자로서 현대사에서 가장 큰 외교정책상 승리를 거두는 데 최대 장애물이다. 시진핑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의 무기와 자금이 우크라이나 측에 결정적인 도움이 되면서 러시아가 고전을 한 사실에서 교훈을 얻었음은 분명하다. 우크라이나보다 동맹국이 훨씬 적은 대만에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미국이 대만의 방어를 돕지 않는다면 아무도 돕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은 대만을 지지한다는 신호를 공격적으로 내보냈다. 국무부가 계속해서 그의 말을 번복하고 있지만 바이든은 중국이 공격하면 미국이 군사력을 사용해 대만을 방어할 것이라고 반복해서 말하고, 또 "대만의 독립에 대한 판단은 대만이 스스로 내릴 문제"라며 대만의 독립에 관한 미국의 오랜 정책('하나의 중국' 정책)에서 벗어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바이든은 중국의 지역적 영향력에 맞서기 위해 아시아에서 미국의 동맹을 강화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트럼프 치하의 4년간의 고립주의 이후, 바이든의 단호함으로 인해 시진핑은 중국이 미군과 지역 동맹국들과 싸우지 않고 대만을 탈환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재점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퍼즐의 마지막 조각은 중국 국내상황이다. 2012년부터 시작된 시진핑 정부는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경제의 혜택을 누려왔다. 그러나 오늘날 시진핑은 여전히 진행 중인 부동산 버블 문제와 다가오는 인구 문제와 같은 위기로 점철된 코로나 이후의 경제와 싸우고 있다. 시진핑은 중국을 미국의 진정한 라이벌인 글로벌 초강대국으로 만들겠다며 자신만만하게 취임했지만, 지금은 그 자신감이 흔들리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귀여운 판다 두 마리는 시진핑이 더 이상 미국과의 직접적인 경쟁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다. 상대적으로 하찮아 보일 수 있는 이 선물은 오히려 이전에 공격적이고 직설적이던 시진핑이 조금 덜 대립적인 모습을 보이는 새로운 미중관계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지 어떨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겠지만, 지난 10년간 긴장이 계속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희망적인 상황전개일 수 있다.



제러마이어 메이는 컬럼비아대, 파리정치대, 대만국립대, 미시간대에서 수학한 후, 현재 대만 타이베이에 거주하면서 인도태평양 외교정책 분석가로 활동중이다.


2001년 창간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제관계 전문지. 호주에서 창간했을 당시에는 격월간 페이퍼 매거진이었으나, 2009년부터는 온라인 매거진이 되었다. 본사는 일본 도쿄를 거쳐 현재는 미국 워싱턴 DC에 소재.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전문으로 한 폭넓은 커버리지가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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