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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評천하] 中 '3중전회' 폐막,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선 패배시 피바다" 外

해설과 함께 읽는 이번주 국제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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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신화/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8일 중국 베이징의 징시호텔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20기 3중전회) 폐막 연설을 하고 있다. 이번 3중전회에서 발표된 사안들은 현존 정책에 대한 조정에 불과해 경제 살리기 대안이 제시될 것이라는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4.07.19.

2024.07.26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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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3기' 임기 내 가장 중요한 정치행사로 꼽혔던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제3차회의(약칭 3중전회三中全會)가 18일 막을 내렸습니다. 중국공산당 당원 9900만명 중에서 250명으로 구성되는 중앙위원회는 매년 한 차례 전체회의를 갖는데, 전통적으로 3차 회의에서 경제정책 방향 등 중요한 국정방향이 발표되어 왔습니다. 이 3차 회의를 '3중전회'라고 부릅니다. 참고로 중앙위원회는 250명, (중앙)정치국 위원은 25명,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은 7명입니다. 시진핑 주석, 리창 총리를 포함한 7명의 상무위원이 중국의 최고지도부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이번 '3중전회'에서 결정된 것들 중에 "2029년까지 개혁을 완성"하겠다는 표현이 우선 눈에 띕니다. 시진핑의 세번째 당 총서기(국가주석을 겸함) 임기가 2027년에 끝나는 것을 감안할 때 2029년을 적시한 것이 '4연임'을 위한 사전포석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시진핑에게 권력이 집중된 상황에서 아직 후계자가 보이지 않습니다. 두 번째 눈에 띄는 것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지방세 세수가 급감해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지방정부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책입니다. 이번에 발표된 바에 따르면, 앞으로 중국 중앙정부는 국세로 지방을 지원하는 교부금을 늘리고 국세 일부를 지방세로 전환하겠다고 합니다. 부동산 위기가 기업, 개인, 지방정부의 연쇄파산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겠다는 포석입니다. 세 번째 눈에 띄는 것은 "새로운 생산력"(新質生産力)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미국과의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과학기술의 자립을 이뤄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재현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한 점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 이코노미스트 등은 분석기사를 통해 공급, 특히 투자 중심으로 경제성장을 이끌어왔던 중국 경제가 수요 확대로 정책 기조를 전환하기를 기대했는데, 이번 3중전회 발표문을 보면 여전히 '공급 측면'에 집중되어 있는 것 같아 아쉽다고 평가했습니다.




미국의 첨단기술 봉쇄에 맞춰 중국은 과학기술의 자립을 목표로 한 과학기술 R&D 투자확대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지 아래 반도체 생태계 구축에 전념하고 있는 화웨이가 상하이에 대규모 반도체 장비 연구개발(R&D) 센터를 짓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상하이 칭푸지구에 120억 위안(약 2조2600억원)을 투입해 첨단기술 캠퍼스를 조성하고 있고, 화웨이는 이곳에 반도체 장비 연구개발 센터를 짓고 있는 것입니다.



정밀하게 반도체를 인쇄방식으로 찍어내는 리소그래피(노광) 첨단 장비의 90%를 ASML(네덜란드 소재)이 공급하고 있는데, 미국은 첨단 노광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막고 있습니다. 화웨이는 노광장비의 국산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작년 화웨이는 역대 최고 수준인 전체 매출의 23.4%를 R&D에 지출했습니다. 하지만, 노광장비에는 미국의 광원 기술, 독일의 광학 기술, 일본의 부품 등 각국의 첨단 기술이 총집합되어 있기 때문에 중국이 자체 공급망만 활용해서는 최첨단의 노광장비를 만들기 어려울 것이라고 합니다. 미국의 기술봉쇄를 중국이 과연 뚫을 수 있을까요?




중국의 2사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치를 밑돌았는데, 이와 관련해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기준금리0.1% 인하했습니다. 이번 금리 인하는 11개월만에 단행된 것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 사퇴를 전격 발표했습니다. 그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새 후보로 지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민주당 유력인사들의 해리스 지지 선언이 이어지고 있어서 8월 19일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해리스가 무난히 후보 지명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아직 민주당의 '대주주' 중 한 명인 오바마 전 대통령이 공개 지지를 밝히지 않고 있는데, 오바마는 해리스에 대해 다른 생각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인도계 혼혈 흑인으로 여성인 해리스가 과연 공화당 표를 잠식하는 이른바 중도확장력이 있을까에 대해 우려하는 것일 수도 있고 다른 후보를 지지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또는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바이든 후보직 사퇴 이후 나온 여론조사에서 해리스의 약진이 일시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만,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이 진행되면서 해리스에 대한 지지가 어느 정도 확장성을 보일지, 그리고 어느 정도 견조함을 보일지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이제 해리스에 대한 본격적인 네거티브 공격이 이어질 텐데 해리스에 대한 지지가 강하지 않으면 쉽게 무너집니다. 미국 대선은 이제부터입니다.




트럼프는 자신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24시간 안에" 끝낼 수 있다고 호언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재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트럼프 후보가 전화회담을 가졌습니다. 구체적인 회담 내용은 나오지 않았지만, 젤렌스키로서는 트럼프 재선이 신경 안 쓰일 수 없고, 또 트럼프가 강하게 '종전'을 밀어붙이면 젤렌스키는 어느 정도 반발하는 모양새를 갖추면서도 '굴복'하는 듯한 모습을 취하면 '나는 끝까지 싸우고 싶었는데, 트럼프(재선되는 경우)가 강하게 밀어붙여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의 출구전략을 펼칠 여지가 생깁니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 재선이 젤렌스키에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한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정부도 종전을 향해 움직임을 시작하고 있는 듯 하고,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중국을 방문해 왕이 외교부장을 만났습니다. 중국도 종전을 위해 중재를 하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습니다.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되는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협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베트남의 응우옌 푸 쫑(80) 공산당 서기장이 별세했습니다. 몇 달 전 서열 2위인 국가주석직에 취임한 또 럼이 공산당 서기장 대행을 맡고 있는데, 현재로서는 또 럼이 후계자 경쟁에서 가장 유리한 상황으로 보입니다만, 2026년으로 예정된 공산당 전당대회까지는 아무도 결과를 알 수 없습니다. 치열한 권력투쟁이 물밑에서 진행될 것입니다. 응우옌 푸 쫑은 공산당 서기장 취임 이후 13년간 경제성장, 미중러 사이에서 유연하게 국익을 추구한 '대나무 외교'를 추진해왔고, 최근 몇년간 부정부패 척결 운동인 '불타는 용광로' 정책을 추진해왔습니다. 이 '불타는 용광로' 정책에 의해 두 명의 국가주석이 낙마하고 수많은 고위인사들이 낙마하거나 처벌받았습니다. '불타는 용광로'의 칼날은 민간에도 미쳤는데 4월 11일 베트남의 억만장자인 쯔엉 미 란(67, 女)은 '60조원 규모의 사기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아직 항소 기회가 남아 있습니다.


응우옌 푸 쫑 전 서기장의 부정부패 척결 운동이 경제성장과 함께 느슨해진 공직자들의 기율을 바로잡으려는 것일 수도 있고 또 건강이 악화되고 있는 최고 권력자의 후계 구도를 놓고 진행되는 권력투쟁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공직자들이 부정부패로 낙마하거나 처벌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서 몸조심을 위해 가급적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외국인투자가들의 적극적 투자를 막는 요소로 작용해왔는데, 전 서기장이 별세함에 따라 이런 기조가 바뀌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습니다. 하지만 후계자가 확정되기까지는 부정부패라는 칼을 이용해 정적을 공격하는 싸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특히 당 서기장 대행을 맡고 있는 또 럼 국가주석은 원래 공안권력을 맡으면서 부정부패를 진두지휘해왔다는 점에서 자신이 후계자로 확정될 때까지는 계속해서 이 '부정부패' 칼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오는 28일에 베네수엘라 대통령 선거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현지의 ORC컨설턴트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현 마두로 대통령의 지지율은 14%, 야권연합의 에드문도 곤잘레스 우루티아(75)의 지지율은 57%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다른 여론조사들도 유사한 결과를 보이고 있어서 선거가 공정하게만 치러진다면 에드문도 곤잘레스 우루티아가 압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차베스-마두로로 이어져온 현 집권당이 권력을 순순히 내놓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62)은 최근 "내가 패배할 경우 나라가 피바다가 될 수 있다"고 협박성 발언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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