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9 14:53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 중심부의 한 번화한 구역에 25년 동안 구 유고슬라비아 국방부의 검게 그을린 잔해가 자리 잡고 있다. 1999년 코소보전쟁 당시 나토(NATO)의 폭격으로 파괴된 후 일부러 그대로 내버려두었다.
하지만 이제 이 세르비아 민족주의의 성지가 허물어지고 화려한 호텔과 아파트로 재개발될 예정이다. 투자자들은 다름아니라 세르비아의 오랜 적대국 미국에서 온 사람들이다. 미국은 1990년대에 두 차례나 나토의 군사개입을 주도하여 발칸지역 내 세르비아의 침략을 저지한 바 있다.
그리고 투자자들은 베테랑 미국 금융가들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의 사위이자 전 백악관 선임고문인 재러드 쿠슈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지원하는 투자펀드인 어피니티 파트너스를 이끌고 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저명한 전 트럼프 행정부 보좌관 리처드 그레넬이 중개를 도왔다. 분석가들은 이 거래는 비동맹 노선을 추구하는 소국이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 가능성에 대비하는 방법을 잘 보여준다고 말한다. 또한 오랜 친구인 러시아로부터 세르비아를 떼어내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된 시점에서 세르비아에 대한 서방의 관심이 높아진 것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2017년부터 세르비아의 대통령을 맡고 있는 알렉산다르 부치치는 이번 건이 전적으로 비즈니스에 속하는 것일뿐이며 정치적 거래는 아니라고 말한다. "매우 자랑스럽습니다"라고 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한다. "이것은 더 많은 투자자와 더 많은 사람들을 베오그라드로 불러들일 것입니다. 그러면 트럼프 호텔, 리츠칼튼 호텔 ... 우리는 모든 것을 곧 갖게 될 것입니다. 미국인 투자가들을 대표해 협상하는 사람들은 매우 전문적이었습니다. 그들의 요구는 까다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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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거래는 명백히 정치적인 측면도 있다. 거래 상대방은 결국 세르비아라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11월 미국 대선에서 그와 비슷한 내셔널리즘 포퓰리스트인 트럼프가 승리할 경우 부치치 대통령은 백악관과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국무장관 후보로도 점쳐지고 있는, 노골적인 트럼프 지지자 그레넬은 트럼프의 발칸 특사 시절 베오그라드에 대한 이러한 투자 아이디어를 처음 제기한 인물이다.
이 거래에 참여한 사람들에 따르면 이는 미국의 대세르비아 투자를 장려하여 세르비아를 서방의 영향권에 묶고 러시아와의 오랜 관계를 약화시키려는 더욱 큰 그림과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그레넬은 1945년 이후 미국이 일본에 투자한 것처럼 미국과 세르비아 관계가 과거를 단절하고 새로운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방법으로 이 거래를 설명하려 한다.
"세르비아를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미국과 가까워지게 하는 데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그는 FT에 말한다. "아직 더 많은 일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친러시아 성향이 강한 세르비아의 강력한 우익 민족주의 그룹들로부터 이 거래에 대한 비판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투자자들은 세르비아 건축가들과 협의하여 나토 폭격 희생자들을 위한 기념시설을 이 부지에 짓기로 약속했다.
동시에 쿠슈너는 이웃나라 알바니아의 에디 라마 총리가 흐뭇해 할 럭셔리 관광 프로젝트에 투자할 계획이다. 라마는 "사막에 물이 필요하듯 우리에게는 초럭셔리가 필요합니다"라고 말하며 쿠슈너와 그레넬이 알바니아에 먼저 투자 제안을 한 후 세르비아에 관심을 가졌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알바니아에서는 그레넬이 아닌 쿠슈너가 먼저 접근해왔다는 점이라고 그는 덧붙인다. "세르비아에서는 확실히 그레넬이 먼저 움직였지만 여기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라고 라마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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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에서는 이 거래가 발표되자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이해상충 문제가 제기되었다. 그레넬과 쿠슈너는 자신들은 사인(私人)으로서 행동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부인했다. 쿠슈너는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될 경우 행정부에서 어떤 역할도 맡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에서는 이 베오그라드 거래를 세르비아 총리로서 3년, 대통령으로서 7년 등 10년간 국내 및 유럽지역 정치를 지배해 온 54세의 부치치가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EU를 끌어들이는 고전적인 위험분산 전략으로 보고 있다.
세르비아의 변호사이자 인권 전문가인 밀란 안토니예비치는 부치치가 점점 더 다극화되는 세계에서 세르비아의 장기적 이익에 가장 적합한 중간 길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묘사하며 "그는 체스를 잘 두는 고수"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글로벌 체스판에 플레이어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부치치의 서재에는 타이머가 달린 실제 체스판이 있다. 만약 그가 체스판의 말이라면, 그는 아마도 지그재그로 움직이고 있는 비숍(장기의 상象에 해당)이 될 것이다. FT 인터뷰에서 부치치는 현재의 요동치는 세계가 세르비아에게 기회의 세계이면서도 동시에 위험의 세계라고 말한다.
트럼프 사람들과 협력하는 동안에, 그리고 바이든 행정부와도 점점 더 긴밀하게 협력하는 동안에도 부치치는 투자 유치를 위해 미국의 라이벌 강대국인 중국과의 관계를 발전시켜왔다. 그는 또한 비록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를 멀리하고 중개자를 통한 간접적인 방식을 이용하면서도 어떻게든 세르비아와 러시아의 끈끈한 정서적 유대를 유지해 왔다. 국내 정치의 강력한 세력인 세르비아 민족주의자들은 러시아를 같은 슬라브족인 소울메이트로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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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의 대표적인 여론조사업체 스리단 보고사블레비치에 따르면, 세르비아 사람들은 중국에 대해서는 '계산된' 사랑을, 러시아에 대해서는 '비이성적'인 사랑을 갖고 있다. 세르비아는 러시아 제재를 지지하지 않는 유럽의 단 두 국가(다른 한 곳은 벨라루스) 중 하나다. 또 세르비아와 헝가리는 지난 5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프랑스 국빈방문 후 들른 유럽 국가였다. 중국은 세르비아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으며 세르비아 여론조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외국 세력으로 종종 1위를 차지한다.
동시에 부치치는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의 관계를 강화해왔으며 수십억 유로 규모의 프로젝트인 유럽 최대 리튬광산 개발을 위해 EU와 협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부치치는 자신의 목표는 세르비아의 최대 무역파트너인 EU에 회원국으로 가입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12년 동안 후보로 거론되어 왔지만 법치주의에 대한 약속과 코소보의 불안정한 지위에 대한 EU의 우려를 극복하는 데 거의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비엔나 인간과학연구소의 이반 베이보다 연구원은 "부치치는 '모두 잡기' 정책을 추구하고 있습니다"고 말한다. "언제는 시진핑 주석이 세르비아를 방문합니다. 그리고 며칠 후 젤렌스카(우크라이나 영부인)와 드미트로 쿨레바(우크라이나 외무장관)가 오죠. 그런 다음 그는 러시아 문화센터에 가서 서방에 반대하는 수정주의 성향의 연설을 합니다. 그리고 이틀 뒤에는 EU와 자리를 함께 하면서 경제성장 계획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EU를 믿느냐는 질문에 부치치는 대답을 회피한다. "나는 EU를 옹호하거나 공격하는 사람이 아닙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사람들이 EU를 공격하는 데 매우 열광하는 것을 볼 때 저는 그런 사람들은 이성적이지 않기 때문에 가까이 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소위 EU적 가치에 대해 열광하는 모습을 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EU가 집단사고를 너무 많이 갖고 있다고 말한다. "[EU] 회의에 가면 마치 대규모 친우크라이나 집회에 참석하는 느낌이 듭니다. 누군가가 모두가 기대하는 말을 하지 않으면 마치 외부 침입자처럼 취급받습니다. 아무도 다른 의견을 듣고 싶어 하지 않죠."
그러나 그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이끄는 신흥 강대국 그룹인 브릭스에 새로 가입한 어느 회원국 국가수반이 서방은 쇠퇴하고 있다면서 브릭스 가입을 권유했을 때 그 권유를 거절했다고 회상하기도 한다. "나는 그에게 우리 세르비아는 EU의 길을 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화되면서 러시아가 세르비아계 소수 민족이 거주하는 이웃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코소보에서 분란을 선동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부치치를 서방쪽으로 이끌기 위해 힘을 쏟았다.
서방 외교관들과 지역 분석가들은 그가 서방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제재 반대 입장을 취하는 것은 1990년대 발칸 전쟁 당시 세르비아에 대한 제재 경험에서 비롯된 혐오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제3자에게 탄약을 판매하여 우크라이나 군대에 공급하게 함으로써 키이우를 은밀히 도왔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부치치는 때때로 묘사되는 것처럼 러시아의 앞잡이도 아니고 작은 푸틴도 아닙니다"라고 비엔나 인간과학연구소의 베이보다는 말한다. "대부분의 세르비아 사람들이 푸틴을 좋아하나요? 그렇습니다. 그들은 러시아를 사랑하나요? 물론이죠. 하지만 어디로 여행하고 싶냐고 물으면 모두 서유럽으로 가고 싶어 합니다."
부치치는 카멜레온 같다고 말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지도 모른다. 극단적 민족주의자로 정계에 입문한 이후 그는 중도로 이동해왔지만, 최근에는 베오그라드에서 범세르비아 민족 회의를 주최하는 등 우파의 지지를 강화하기 위해 민족주의 카드를 정기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EU와 나토의 우크라이나 정책을 비난하는 트럼프 팬이자 반자유주의적인 헝가리 총리 빅토르 오르반과 별로 다르지 않다.
세르비아 최대 야당인 자유정의당의 창립자이자 지도자인 드라간 질라스는 "그[부치치]는 국가를 부패시켰습니다"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검찰은 엉망이며 완전히 정치화되어 있습니다. 부치치는 베오그라드에서 인기가 없지만 민족주의가 권력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부치치는 조지 소로스가 설립한 오픈소사이어티재단의 이사회 의장이며 투자자이자 자선가인 알렉스 소로스(조지 소로스의 아들)와 우정을 쌓아왔는데, 그의 부친 조지 소로스는 오르반과 트럼프 지지자들이 오랫동안 악질적인 자유주의의 앞잡이로 혐오해 왔다. 분석가들은 부치치가 오르반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변호사 안토니예비치는 부치치가 오르반과 비슷하지만, 세르비아의 언론이 헝가리보다 덜 통제되고 있다고 말하며 "똑같이 모방하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말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부치치를 서방 진영으로 끌어들이는 데 시간과 돈을 투자했으며 세르비아의 야심찬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를 지원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바이든보다 더 자연스러운 파트너가 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 유럽 외교관은 "부치치는 트럼프가 승리하면 자신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한다. "(트럼프 측근) 그레넬은 지난 4년 동안 베오그라드를 중심으로 이 지역에서 매우 활발하게 활동해 왔습니다."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가 세르비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부치치는 말을 아꼈다. "저는 그렇게 거물 지도자는 아니어서 유럽의 다른 많은 지도자들처럼 어느 한 쪽 편을 들지는 않습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제 친구 빅토르 (오르반)는 100% 트럼프 편입니다. 브뤼셀(EU)의 제 친구들은 100% 바이든 편입니다. 저는 그렇지 않아요. 저는 오직 세르비아 편이고 단지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그는 계속해서 트럼프의 백악관 방문을 회상하는데, 이는 바이든과의 형식적인 만남과 대조를 이룬다. "제가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는 릭 그레넬과 의견 차이가 컸던 시기였지만 그는 매우 부지런하고 헌신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우리는 잠수함 같은 좁은 방에서 거의 3시간 동안 토론을 했습니다. 이제는 제가 같은 대우를 받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당시에 트럼프와는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나는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기 전에 좋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 후 한 번 만났고, 리셉션에서 두 번 2분 정도 만났지만 내용이 있는 대화는 아니었습니다. 대부분의 세르비아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90%가 트럼프 편일 것입니다."
현재 이 지역의 가장 큰 문제는 트럼프의 재선이 세르비아의 가장 가까운 이웃 국가들 사이의 첨예하고 오래 지속되어온 갈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것인지이다.
공항에서 베오그라드로 향하는 도로 위에 커다란 검은색 글자가 고가도로 위에 펼쳐져 있다. "코소보는 세르비아입니다." 베오그라드를 떠나는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고가도로 반대편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기억하세요. 코소보는 세르비아입니다."
세르비아 민족의 전설적인 발상지인 코소보는 1999년 나토 폭격의 도움을 받으며 2008년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이후 이 지역의 정치적 갈등요인이 되어 있다.
EU 협상가들은 작년에 바이든 행정부의 지원을 받아 세르비아가 코소보의 국제기구 가입을 비공식적으로 허용하고 코소보 정부는 세르비아계가 다수인 지역에 더 큰 자치권을 부여하는 잠정적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이 합의는 아직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
트럼프가 재선된다면 협상의 속도가 극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그레넬은 사석에서 트럼프 2기 정부에서 고위직에 임명된다면 발칸반도를 우선순위에 둘 것이며 세르비아와 이 지역을 미국의 당연한 동맹세력으로 본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 지역 외교관들에 따르면 그레넬은 발칸 특사 시절 코소보 협상을 강하게 밀어붙였다고 한다. 그는 빠른 해결을 주장하면서 EU의 전략을 가로막았고. 이러한 공격적인 태도로 많은 EU 관리들과 일부 미 국무부 외교관들을 격분시켰다.
그는 또한 알빈 쿠르티 코소보 총리의 입장을 고려할 시간이 거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 1년 동안 EU 관리들과 바이든 행정부는 쿠르티에게 실망하면서 그가 타협하지 않고 합의에 대한 희망을 약화시킨다고 비난했다.
코소보 관리들과 세르비아의 반대파 인사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부치치에게 너무 유화적으로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그레넬의 지지자들은 그가 과거에 부치치에게 러시아에서 벗어나도록 압력을 가하고 세르비아 가스의 대부분을 공급하는 러시아로부터 가스 수입을 줄여 에너지 공급선을 다변화하도록 밀어붙였다는 점을 지적하며 반박하고 있다.
부치치 대통령으로서는 협상의 가속화로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다. 코소보의 독립 수용이 세르비아의 EU 가입을 위한 공식 조건이다. 하지만 서방의 압력에 굴복하고 이에 동의하는 것은 정치적 자살 행위가 될 수 있다. "지난 30년 동안 부치치만큼 인기가 높았던 사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인기에도 불구하고 그는 코소보 독립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치고 싶어도 부치지 못했습니다." 여론조사업체 보고사블예비치의 말이다.
부치치는 최근 코소보 문제에서 한 발 물러나 보스니아에서 민족주의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서방 외교관들은 부치치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가 경제발전이라는 그의 말을 믿는다고 말한다. 2027년으로 예정된 대통령 임기 종료와 맞물릴 그의 주요 프로젝트는 세르비아를 새로운 경제로 이끌 세계박람회인 엑스포다. "엑스포는 이 나라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라고 부치치는 말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부치치는 미국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투자유치의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쿠슈너-그레넬 거래와 관련된 부동산 프로젝트와 사바강 유역 개발사업인 베오그라드 워터프론트 프로젝트를 예로 들었다. 이 프로젝트는 알바니아의 두레스 마리나를 개발한 UAE 건설업자인 모하메드 알라바르가 돕고 있다.
좌절감에 빠져 있는 그의 국내 반대자들에게 그런 이야기는 싸구려 이야기일 뿐이다. 그들은 부치치를 믿을 수 없는 야누스적 인물로 보고 있다. 부치치는 이러한 비판을 일축하며 누구나 변화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매일매일 배워야 합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당나귀만 생각을 안 바꾸죠."
발칸반도는 유럽의 화약고로 불려왔습니다. 1차 세계대전의 방아쇠가 된 오스트리아제국의 황태자 부처 암살사건도 발칸의 사라예보에서 발생했습니다. 발칸은 합스부르크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가톨릭), 오스만투르크 제국(이슬람), 러시아제국(정교)이 각축을 벌이던 곳이며, 이에 따라 민족, 종교 등으로 사분오열 나뉘어져 대립해왔던 곳입니다. 발칸에서는 같은 슬라브족이며 정교회를 믿는 러시아에 친근감을 느끼는 세르비아가 나라의 크기나 세력에서 가장 큽니다. 1990년대 '남부 슬라브족'을 억지로 묶어뒀던 유고슬라비아('남부 슬라브족의 나라'라는 뜻)가 분열되면서 특히 이슬람교도, 정교회교도, 가톨릭교도가 혼재해 있던 보스니아에서 피의 내전이 발발했습니다.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세르비아가 보스니아내 세르비아계(정교회)를 지원해 이른바 이슬람계나 가톨릭계에 대해 '인종청소'를 자행하기도 했습니다. 유고슬라비아가 무너진 후 아직도 나뉘어진 국가들 사이의 경계가 모두 확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가장 큰 문제는 코소보입니다. 코소보는 인구의 95%가 이슬람교도로서 유럽 내 최대 이슬람 국가입니다. 세르비아계 정교도 신자들가 소수민족으로 있습니다. 문제는 코소보가 세르비아계 슬라브족에게 민족의 발상지로 믿어지고 있는 성지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세르비아인들은 코소보를 세르비아 안에 두고 싶어 합니다. 독립에 반대하는 것입니다. 물론 서방은 독립에 찬성하고 있으며 코소보의 독립과정에서 서방이 큰 도움을 줬습니다. 코소보의 독립을 둘러싸고 세르비아인들은 서방에 대해 원망을 품고 있는데, 세르비아의 부치치 대통령은 좀 더 유연합니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종잡을 수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만, 말은 믿을 것이 못 된다 하더라도 눈에 보이는 행동은 믿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다름아닌 트럼프의 사위인 쿠슈너의 투자를 유치하려 하고 있습니다. 수도 베오그라드의 중심지에 호텔, 아파트 건설권을 주려 하고 있습니다. 그는 세르비아인들이 좋아하는 러시아, 중국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만(참조: 러시아의 다음 전선은 발칸반도가 될 것인가?) 미국과 EU에도 접근하고 있습니다. 부치치 대통령이 펼치고 있는 이 묘기에 가까운 외교적 '줄타기'가 어디로 이어질까요? 부강한 서방의 일원이 될지, 줄타기에 실패해 땅에 떨어지게 될지, 아니면 러시아, 중국과 함께 서방에 맞서는 '저항의 축' 일원이 될지, 파이낸셜타임스 2024년 7월 9일 '빅리드' 기사를 읽으시면서 함께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