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지정학

[評천하] 방글라데시 총리 해외도피, 영국 '반이민' 폭력시위 外

해설과 함께 읽는 이번주 국제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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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무함마드 유누스 방글라데시 과도정부 최고 고문이 8일 (현지시간) 다카의 대통령궁에서 정국 혼란을 수습하고 총선을 관리할 과도정부 출범식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2024.08.09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2024.08.0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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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의 대규모 시위사태로 15년간 독재자로 군림해온 세이크 하시나 총리(76)가 헬리콥터를 타고 인도로 도피하면서 군의 지원을 받는 과도정부가 수립되었습니다. 세이크 하시나 총리는 방글라데시 '독립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세이크 무지부르 라흐만 전 총리의 딸로서 20여년간 권좌에 앉아 방글라데시를 이끌어왔는데 장기집권을 이어가면서 독재자로 변모, 반대파 시위대를 유혈진압하는 것으로 악명 높았습니다. 이번 대규모 시위는 '독립 유공자' 후손들에 대한 공무원 30% 할당제를 부활시키려는 정부와 집권당의 시도에 청년 학생들이 반발해 시작했는데, 집권당 가문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부활하려 했던 것입니다. 방글라데시는 매년 40만 명의 신규 대학 졸업생이 3000개의 공무원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는데, 그 30%를 집권당을 중심으로 하는 이른바 '독립 유공자' 가문이 독식하려고 하니 젊은이들이 크게 반발하게 된 것입니다. 물론 집권세력의 전반적인 부패와 국민에 대한 억압이 근본 원인이었던 것입니다. 7월 이후 격화된 이번 시위로 300명 이상이 사망했다는 해외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세이크 하시나는 군에 진압 명령을 내렸는데, 군이 항명하자 곧바로 도망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현재 인도에 머물면서 영국으로의 망명을 타진하고 있는데 영국에서 아직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는 듯 합니다. 인도에서 해외언론이 하시나의 아들 사지브 와제드 조이를 인터뷰 했는데, 어머니 세이크 하시나는 다시는 정치에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도 가난했던 방글라데시를 '라이징 타이거'로 불릴 정도로 경제발전시켜준 댓가가 이것이냐며 불만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집권 기간 중 방글라데시는 세계 의류 생산기지로 떠올라 연평균 7%의 성장을 이어왔습니다. 이슬람 국가인 방글라데시는 1971년 파키스탄으로부터 독립할 당시 인도의 도움을 받았고 이후에도 인도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특히 친인도 입장이 강한 하시나의 집권당은 방글라데시 국민의 10%에 달하는 힌두교도들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한편 군, 야당, 시위학생 단체는 합의를 통해 방글라데시 출신 경제학자로 '그라민 은행'을 세워 저소득층을 돕는 '마이크로파이낸싱'을 실시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무함마드 유누스(84)를 과도정부 수반으로 낙점했습니다. 유누스는 무엇보다 '민정이양'을 위한 선거 일정을 수립해 빠른 시일내에 발표해야 할 것입니다. 선거를 포함한 정치 일정이 확정되어야 현재 실권을 쥐고 있는 군이 정치에 계속 머물지 않고 원래의 군 업무에 복귀할 수 있게 됩니다.


유누스가 정치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에 집권당 만큼이나 부패한 야당 정치인들, 실권을 쥐고 있는 군부, 급진적 요구를 할 위험성이 있는 학생 시위단체 사이에서 어떻게 방글라데시를 정상화의 길로 올려 놓을지 우려가 됩니다. 게다가 현재 시위대는 세이크 하시나 전 총리를 후원해왔던 인도에 대해 반발심이 강한 상태여서 경제적 안정을 위한 자금을 인도에서 끌어오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아마도 중국이 접근해 자금을 지원하려 할 수 있는데, 중국에 경제적으로 의존하면서 민주화를 이뤄낼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하마스의 정치부문 최고지도자인 하니야 정치국 수장이 이란의 수도 테헤란 한복판에서 암살된 것을 둘러싸고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에 갈등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바이든 미 대통령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8월 1일 전화회담을 가졌는데, 바이든은 "하니야의 살해는 시기가 나쁘고, 테헤란에서의 공작 실행은 지역규모 전쟁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자 네타냐후는 "교섭의 중심인물인 하니야가 사망해 몇일간은 협상이 멈춰지겠지만, 하마스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 결국 합의를 진전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해를 구했습니다. 그러면서 네타냐후는 "교섭에 진전이 있다"고 말했는데, 바이든은 이에 대해 "제멋대로 말하지 말라"며 불쾌감을 표시했다고 합니다.


이번 암살로 인해 공석이 되어버린 하마스 정치국 수장직에 작년 10월 기습작전을 기획한 야후야 신와르가 선출되었습니다. 신와르를 1987년 하마스 창립 때부터 참여해왔고, 하마스에서 주로 보안 및 정보조직에서 활동하면서 이스라엘에 협력한 팔레스타인인들을 색출해 처형해 '칸유니스의 도살자'라는 악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그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무함마드 데이프와 함께 하마스의 군사조직을 이끌어 왔는데, 이번에 정치부문까지 지도하게 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는 강경한 입장의 신와르가 이스라엘과의 협상까지 관여하게 되어 협상의 진전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강한데 반대로 군사부문에 대한 권위와 리더십을 갖고 있는 그가 휴전협상을 직접 지휘하는 경우 오히려 협상에서 유연성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현재 가자지구의 사망자가 4만명에 육박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고, 주민들은 조속한 휴전을 바라고 있습니다. 이란과 마찬가지로 하마스 역시 하니야의 암살에 대해 보복조치를 안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만, 조속한 휴전을 위해서라도 또 자신들에게 불리한 트럼프의 재선을 돕지 않기 위해서라도 '확전'을 피해야 할 것입니다.




젊은이들의 폭력시위가 영국 전역을 휩쓸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어린이 3명이 살해된 뒤 무슬림 망명 신청자가 범인이라는 가짜뉴스가 온라인에서 확산하면서 반이민 폭력시위가 이어져왔습니다. '화난 영국 젊은이' 문제는 오래 전부터 보도되어 왔던 것인데, 또 한번 폭력사태로 터져나왔습니다. 이번에는 '반(反) 이민' 문제와 연결되 터져나왔는데, 스웨덴,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 '반이민' 정서가 대두되면서 민족주의 성향의 극우정당이 세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영국은 제조업이 쇠퇴하면서 런던 금융권이 나라 전체를 떠받치는 경제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일부 금융권 엘리트들은 고액의 임금을 누리고 있고 이들의 세금으로 유지되는 공공부문은 적절한 수준의 생활을 누릴 수 있지만, 제조업의 붕괴로 일자리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영국 사회가 제공하는 기본적인 사회복지 혜택에 의존해 근근히 생활해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민확대가 자신들의 얼마 남지 않은 일자리를 위협한다고 생각하면서 반이민 정서가 확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제조업을 살리고 일자리를 늘리지 않는 한 '화난 영국 젊은이'는 또 다른 계기에 거리로 뛰어나와 폭력을 휘두르게 될 것입니다. 유럽 경제의 쇠락과 함께 '화난 유럽 젊은이'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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