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06 14:52
중국 스파이 풍선이 미국 상공을 비행한 지 3개월 후, 중국과의 관계가 1979년 수교 이후 최악의 상태에 이른 시점에서 제이크 설리번은 자신만의 은밀한 임무에 착수했다.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인 설리번은 2023년 5월 10일 매우 중요한 회의를 위해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으로 날아갔다. 이 회의는 빈의 역사적 명성에 걸맞은 비밀스러운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설리번은 2024년 1월 중국의 최고 외교 정책 관리가 된 베테랑 중국 외교관 왕이를 만나기 위해 비엔나에 있었다. 악수와 단체 사진 촬영 후, 양측은 임페리얼호텔에서 이틀에 걸쳐 8시간 이상 지속된 일련의 회담을 시작했다.
이는 몰타와 태국을 포함한 세계 각지에서 이루어진 여러 비밀 회동 중 첫 번째였으며, 이제는 '전략 채널strategic channel'이라고 불린다. 설리번은 8월 27일 베이징에 도착해 왕이와 또 다른 회담을 가질 예정이며, 이는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으로서 설리번의 첫 중국 방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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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채널은 긴장이 고조된 시기 동안 경쟁 강대국 간의 관계를 관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미국이 중국과의 경쟁 개념에 사로잡혀 있고 중국이 세계에서의 자국의 위상에 대해 최고의 자신감과 편집증 사이를 오가는 시기에, 이 채널은 관리들에 따르면 양국의 오판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 완충장치 역할을 했다.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Asia Society Policy Institute의 중국 전문가인 로리 대니얼스Rorry Daniels는 이 비밀 채널이 경쟁 강대국 간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지만 서로에 대한 이해를 돕는 데는 기여했다고 말한다.
"단기적인 안정화, 레드라인 소통, 상대방에게 해롭게 보일 수 있는 행동을 사전 검토하는 데 매우 성공적이었죠." 그가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과 중국 관리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이 외교 채널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운영되었는지에 대한 세부 사항을 전할 수 있게 되었다.
빈에서의 회담에는 많은 게 걸려 있었다. 풍선 사건은 미중 관계를 급격히 악화시킨 여러 사건 중 하나에 불과했다.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해 분노했고, 미국은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에 대해 격분했다.
모든 문제는 미중 관계에서 가장 민감한 주제인 대만을 배경으로 쌓여 있었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은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대만 주변에서 군사 활동을 증가시켰고 이는 미국의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한편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공급하고 군사 훈련을 시키려는 노력은 중국의 분노를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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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낸시 펠로시가 미국 하원의장으로서는 25년 만에 처음으로 대만을 방문하면서 긴장은 고조되었다. 중국은 대규모 군사 훈련으로 대응했고 처음으로 대만 너머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설리번은 근래의 사건들을 염두에 두고 회담을 준비했다. 회담 일정에는 잘츠부르크의 호텔 자허에서 갖는 만찬도 포함돼 있었는데 존 F 케네디 대통령, 여왕 엘리자베스 2세, 스파이 소설 '제3의 사나이'를 쓴 그레이엄 그린이 묵었던 곳이기도 했다.
"제이크가 머릿속에 갖고 있던 생각은 본질적으로 우리가 기존의 상황을 일단 모두 받아들이고는 '좋아, 자 그렇다면 어떻게 안정적인 궤도에 오를 수 있는 길을 찾아낼 수 있을까'라고 하는 동시에 국익을 위해 미국이 고집하는 일에 대해서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죠." 한 미국 관리가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빈은 워싱턴과 베이징에서 같은 거리에 있고 관리들이 큰 주목을 받지 않고 만날 수 있는 도시였기 때문에 선택되었다. "좀 첩보작전 같은 느낌이었죠." 두 번째 미국 관리가 말했다.
또한 빈이 스파이들의 안식처로 오랫동안 알려진 것을 고려하면 흥미로운 선택이었다. "그 호텔에 다른 스파이들도 많았을 거예요." 그 관리가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양측은 대부분 호텔 안에 머무르면서 회의를 비밀에 부쳤다. "매우 간소해요. 비행기로 도착해서 호텔로 가고, 방으로 들어가서 몇 시간 동안 앉아 있죠." 첫 번째 미국 관리가 말했다. "빈이나 몰타, 방콕 시내를 돌아다니는 일은 없어요... 세계를 보는 가장 화려하지 않은 방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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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들은 관광을 위해 빈에 온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 관계를 안정화하려는 과제를 맡았다. 6개월 전,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회의에서 만났을 때 전략채널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그들은 관계가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관계에 '최저선'을 두고 싶어 했다. 하지만 몇 달 만에 그 계획은 풍선 사건으로 인해 무산됐다.
빈은 두 번째 기회였다. 하지만 왕이가 이에 동의할지는 불분명했다. 몇 달 전 뮌헨에서 미국 국무장관 안토니 블링컨과 우크라이나에 대해 격렬한 언쟁을 나눈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였다.
"중국이 동의할지 확신하지 못했어요." 두 번째 관리가 말했다.
전략채널은 고위급 방문 때는 하기 어려운 종류의 심층적인 논의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미국은 이전에도 중국 관련 민감한 임무를 위해 국가안보보좌관들을 활용했다.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조지 HW 부시 대통령이 브렌트 스코크로프트Brent Scowcroft를 베이징에 보냈을 때가 그 예다.
빈 회담의 일정에는 만찬도 포함되었는데 참가자는 각측 4명으로 제한됐다. 핵심 쌍방이 단순한 논점 주고받기가 아닌 진정한 논의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가벼운 순간들도 있었다. "여행이나 스포츠, 그런 종류의 이야기를 나눴어요." 첫 번째 관리가 말했다. 그러면서 회담의 진지한 성격을 강조하기 위해 그런 대화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덜 짜여진 대화를 만들려는 계획은 효과가 있어 보였다. "양측이 미리 적어둔 입장 요지를 안 보고 그저 꽤 심도 있는 철학적, 전략적 대화를 나누는 걸 보는 건 매우 드문 일이에요." 두 번째 미국 관리가 말했다.
물론 양측은 상세히 논의하고 싶은 전략적 이슈들의 목록을 가지고 회의에 들어갔다. 한 중국 관리는 왕이가 빈, 몰타, 방콕에서의 회담을 세 가지 주제를 강조하는 데 사용했다고 말한다.
그의 주요 메시지는 중국이 대만을 가장 중요한 문제로 보고 있으며 절대 넘어서는 안 될 "레드라인"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대만 독립이 양안 평화에 가장 큰 위험이자 중미 관계에 가장 큰 도전이라고 지적했어요." 중국 관리가 말했다.
중국은 미국이 대만에게 접근하는 걸 내정 간섭으로 본다. 하지만 공개 석상을 벗어난 자리에서는 미국의 대만에 대한 영향력이 중국보다 더 크다는 걸 이해하고 있다. 중국 관리는 이 전략적 채널이 왕이와 설리번이 "매우 솔직하게" 대만 문제를 논의할 수 있게 해주었다고 말했다.
일례로 빈에서 설리번은 미국이 전쟁을 촉발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두 번째 관리는 말했다.
"우리는 중국을 대만을 둘러싼 분쟁으로 끌어들이려 하지 않아요. 그것보다 더 사실과 거리가 먼 것은 없어요." 두 번째 관리가 덧붙였다. 그는 중국이 미국의 의도에 대해 "꽤 음모론적"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편집증을 입증이라도 하듯, 시진핑 주석은 정상회담 몇 주 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에게 미국이 중국으로 하여금 대만을 공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중 관계의 느린 해빙
- 2021년 3월: 알래스카에서 중국 관리들과 바이든 행정부 간의 첫 회의가 격렬한 공개 비난으로 변질
- 2022년 8월: 미국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가 대만을 방문하자 중국이 분노하며 대응으로 대만 인근에서 군사 훈련을 실시
- 2022년 11월: 발리 G20 정상회의에서 바이든과 시진핑이 양국 관계에 "최저선"을 두기 위한 외교적 비밀 채널을 설치하기로 합의
- 2023년 2월: 미 공군이 북미 상공을 비행한 고고도 정찰 풍선을 격추시켜 긴장 고조
- 2023년 5월: 설리번과 왕이 간의 첫 비밀 채널 회의가 빈에서 열림
- 2023년 9월: 설리번과 왕이 간의 두 번째 비밀 채널 회의가 몰타에서 열림
- 2023년 10월: 왕이가 바이든을 만나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하며, 미중 정상회담의 길을 열다
- 2023년 11월: 바이든과 시진핑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측 모두 긴장 완화를 향한 한 걸음을 내딛었다고 동의
- 2024년 1월: 세 번째 비밀 채널 회의가 방콕에서 열림
- 2024년 8월: 설리번이 국가안보보좌관으로서 처음으로 베이징을 방문해 네 번째 회담을 가짐
"중국은 기본적으로 '너희들 대만을 갖고 불장난을 하고 있어'라는 생각을 여전히 갖고 있죠." 첫 번째 미국 관리가 말했다.
중국 관리에 따르면, 왕이는 대만 외에도 다른 두 가지 메시지에 집중했다. 그는 미국이 양국 관계를 "경쟁"으로 규정하는 것을 거부했다. 그리고 그는 중국이 미국의 수출 통제에 반대함을 강조했다.
설리번은 왕이가 새로운 현실을 이해하도록 노력했다. 양국이 경쟁 관계에 있지만 협력을 배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중국에게 정말 어려운 일이었어요." 두 번째 미국 관리가 말했다. "그들은 관계를 깔끔하게 정의하고 싶어 했어요. 양국이 파트너인지 아니면 경쟁자인지 둘 중 하나라고요."
중국 관리는 중국이 미국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왕이는 협력, 대화, 소통을 하면서 동시에 중국의 이익을 해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매우 명확히 설명했어요."
왕이를 설득시키진 못했지만 빈 회담은 새로운 시작을 가능하게 했다. 이는 그해 6월 블링컨의 중국 방문과 다른 상호 고위급 방문의 길을 열었다.
2023년 9월, 빈 회담 4개월 후, 설리번과 왕이는 또 다른 회의를 위해 몰타에 도착했다.
이곳은 역사적 중요성을 가졌으면서도 눈에 띄지 않는 또다른 장소였다.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후 조지 HW 부시 대통령과 소련 지도자 미하일 고르바초프 간의 회담이 열렸던 곳이다.
몰타의 회담에 흥미를 더한 것은, 중국 외교부장이던 친강이 알 수 없는 이유로 해임된 후 왕이가 기존의 더 높은 직책(외교를 총괄하는 정치국원)을 유지하면서 이전 직책인 외교부장으로 재임명되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와 설리번은 시진핑이 그해 11월 샌프란시스코 APEC 포럼 참석 여부 및 바이든과 시진핑 간의 정상회담에 대해 협상하는 데 집중했다.
"몰타는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이 정말로 무엇을 이루려 할 것인지를 확정짓는 자리였어요." 첫 번째 관리가 말했다.
그들은 정상회담을 위한 가능한 거래들을 논의했는데, 여기에는 미국이 중국 정부의 법의학연구소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대신 중국이 펜타닐 제조에 사용되는 화학 물질의 수출을 단속하는 타협안이 포함되었다. 그들은 또한 펠로시의 대만 방문 이후 중국이 차단한 군사 소통 채널을 부활시키는 것에 대해 논의했다. 또한 인공지능 관련 대화채널을 신설하는 것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중국이 러시아의 방위산업 기반 재건을 돕는 것에 대한 미국의 우려와 같은 문제들에 대해 격렬한 의견 교환이 있었지만, 양측 모두 앞으로 나아갈 준비가 된 것으로 보였다.
"빈과 몰타는 중미 관계가 발리 합의로 돌아가는 데 도움을 주었죠." 중국 관리가 말했다. 이는 2022년 11월 바이든과 시진핑이 양국의 격동적인 관계를 안정화하려는 합의를 가리킨다.
그들은 왕이가 10월에 워싱턴을 방문하여 바이든을 만나고 백악관 맞은편에 있는 국빈관인 블레어하우스에서 설리번과 만나 샌프란시스코 회담의 최종 세부사항을 확정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른 미중 정상회담을 둘러싼 준비 과정은 매우 치열했다. 한때는 미국이 시진핑의 호텔 방 내부를 보호하기 위한 방탄 유리 패널을 예상보다 늦게 제공하자 중국 측이 초조해졌다.
결국 바이든과 시진핑이 우드사이드의 필롤리에스테이트에서 4시간 동안 회담을 가지며 행사는 차질 없이 진행되었다. 몰타 회담에서의 주요 아이디어들이 결실을 맺으면서 양측 모두 만족스러워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해 봄에 꽤 어려운 일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드사이드에서 세 가지 상당히 큰 성과를 얻었죠." 두 번째 미국 관리가 말했다.
하지만 그곳에 도달하는 과정에 대해 모두가 만족한 것은 아니었다. 워싱턴에서 바이든은 공화당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당시 영향력 있는 하원 중국위원회 위원장이었던 마이크 갤러거는 2023년 6월 바이든이 "좀비 관여정책" 함정에 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좀 욕을 먹었죠." 첫 번째 미국 관리가 말했다. 그는 이 채널이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길"을 닦았고, 그로 인해 바이든에게 시진핑에게 우려사항을 직접 제기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주었다고 주장했다.
다른 참가자들은 중국에 대해 경쟁적 행동을 취하는 상황일수록 더 많은 외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왕이와의 회의에 참석했던 전 국가안보회의(NSC) 관리인 러시 도시는 미국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하지 않고 있는지를 중국에 설명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한다. "외교는 오해를 해소하고 상황악화를 피하며 경쟁을 관리하는 방법이에요. 실제로 경쟁과 상충되는 게 아니라 지속가능한 경쟁 전략의 일부예요."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 2개월 후, 왕이와 설리번은 방콕에서 다시 만났다. 첫 번째 미국 관리에 따르면, 왕이는 두 가지 문제에 집중했다: 경제, 기술, 안보의 교차점, 그리고 대만이었다.
설리번은 왕이에게 중국이 미국의 기술 수출통제에 대해 분노하고 있지만 "유량(流量) 대 저량(貯量)stock versus flow"의 비유를 사용하며 중국 자체의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관리에 따르면 왕이는 미국이 "마당은 작게, 담은 높게"(좁은 부문에서 강력한 통제) 수출 통제 전략으로 중국의 경제적 부상을 억제하려 한다고 단호히 말했다.
"기술은 중국에게 엄청난 우선순위예요." 첫 번째 미국 관리가 말했다. "그들은 기술 관계의 안보화라고 보는 것의 근본 전제를 받아들이지 않아요. 그들은 이것이 근본적으로 핵심 경제와 혁신에 관한 것이지 국가안보에 관한 것이 아니라고 봐요."
방콕에서 설리번은 다시 중국의 러시아 지원 문제를 제기했다. 첫 번째 미국 관리는 중국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몇 가지 작은 조치를 취했지만 "전반적인 진행 방향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의 대니얼스는 이 외교 채널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 여전히 존재하는 큰 의견 차이를 해결하는 데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라고 말한다. "아직 양국에서 근본적으로 덜 대립적인 관계를 추구하기 위한 지지대를 구축하는 데 성공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러나 많은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양측은 이 채널이 가치 있다고 말한다. 중국 관리는 이것이 건설적인 역할을 하고 대만에 대한 중요한 논의를 가능하게 한 "매우 중요한" 메커니즘이라고 말했다.
이는 일부 전문가들이 미국과 중국이 충돌 가능성으로 향하는 궤도에 있다고 우려했던 시기 이후 대만 문제에 대한 긴장을 낮추는 데 도움을 주었다. 중국이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과의 충돌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지만, 이러한 외교적 관여는 현재로서는 유럽과 아시아의 미국 동맹국들에게 안도감을 준다.
미국과 중국 관리들은 이 채널이 작동한 이유 중 하나로 관련된 인물들의 성격을 꼽는다. 2021년 알래스카에서 있었던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리들과 중국 측 상대방들 간의 첫 만남은 왕이의 전임자인 양제츠와 블링컨 사이의 격렬한 공개 설전으로 폭발했었다. 부분적으로 이 때문에, 중국 관리들은 설리번을 강경파로 보지만 블링컨 대신 설리번과 거래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미국도 왕이를 '호랑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전임자 양제츠보다 선호한다. 왕이는 논쟁적이지 않았다. 첫 번째 미국 관리는 그가 자신의 주장을 강력하게 펼치긴 했지만 말싸움에서 이기기보다는 설리번이 중국의 관점을 이해하도록 하는 데 주력했다고 말한다. "양제츠는 다른 종류의 고양이과였죠." 그가 농담조로 말했다.
이는 양측이 서로를 이해하여 양국 관계에서 더 관리하기 어려운 혼란을 만들고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오해를 피하는 데 집중했던 설리번에게 적합했다.
설리번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 채널이 중국의 정책을 바꾸도록 설득할 것이라는 환상은 없었지만 미중 관계의 역학을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의 정책과 우리의 정책을 가지고, 우리가 취해야 할 행동을 취하면서 관계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하려 노력하는 것 뿐입니다." 설리번이 말했다. "우리는 그 두 가지를 모두 달성할 수 있었죠."
한창 전투중인 적끼리도 외교를 합니다. '오늘 하루는 전쟁터에 누워있는 전사자들을 수습하기 위해 총격을 멈추자' 같은 식의 외교는 전쟁에서 늘 있어왔던 일입니다. 철학자 칸트는 악마들조차 함께 살아갈 공화국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은 현재 패권을 둘러싸고 경쟁중입니다. 하지만 상대방을 절멸하려는 것은 아니며, 결국은 어떤 모습으로라도 함께 살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정치가 필요하고 외교가 필요합니다. 2024년 8월 26일자 파이낸셜타임스 '빅리드' 기사는 미국과 중국이 어떻게 양국의 패권 경쟁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보이지 않는 외교채널을 마련해 대화를 이어왔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경쟁이 제어되지 않고 격화되다보면 군사적 분쟁으로 비화할 수도 있습니다. 양국의 외교관들이 이를 막기 위해 막후에서 노력해왔고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화되었다는 것이 이 기사가 보여주는 바입니다. 특히 미국의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과관과 왕이 정치국원 겸 외교부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두 사람은 입장은 단호하지만 상대방을 설득하려고 노력하는 훌륭한 외교관 자질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에게는 특히 11월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미중관계의 안정화가 중요합니다. 양국이 노골적으로 격돌하게 된다면 민주당 정부에 불리해집니다. 이 기사를 읽으시면서 좋은 외교는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한국 외교는 어때야 하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