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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불복 사태가 재현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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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대선 결과를 부정하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2021년 1월 6일 미국 국회의사당을 점거하는 폭동을 일으켰을 당시의 사진. /사진=로이터/뉴스1 /그래픽=PADO

2024.10.04 14:12

The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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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현재의 판세를 보면, 전국 지지율로는 해리스가 조금 앞서지만 7개의 경합주(스윙 스테이트)에서는 두 후보가 '초박빙' 상태입니다. 얼마 안되는 표 차로 당락 여부가 가려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 경우 패배한 후보가, 특히 선거 불복의 전력이 있는 트럼프 후보가 쉽게 패배를 받아들일 것 같지 않습니다. 미국의 선거시스템이 지난 번 선거 불복 사태이후 개선되었다고 9월 14일자 이코노미스트의 브리핑 기사는 설명하고 있지만, 불안은 여전하다고 덧붙이고 있습니다. 선거 시스템의 미비보다는 선의보다는 악의가 지배하게된 현재의 정치양극화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선거패배를 받아들이지 않으려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 기사는 미국의 선거시스템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고, 또한 선거부정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그간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을 보면서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우리나라의 경우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라는 점입니다. 한쪽의 극단적인 사람들은 여전히 선거부정을 주장하고 있고 다른 쪽에서는 단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무시합니다. 과거가 아닌 미래를 향해서 어떻게든 의혹의 소지를 없애는 것이 모든 정당들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과거에 대해서는 합의가 어렵지만 미래에 대해서는 합의가 쉽다는 점도 있습니다. 미국의 선거시스템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의 시스템을 더욱 개선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개브리얼 스털링은 문제에 대비하고 있다. "우려되는 점이 있나요? 예. 백업 계획이 있나요? 물론이죠. 하지만 사람들이 우리의 백업 계획에 대한 추가 백업 계획을 갖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에 너무 깊게 이야기하고 싶진 않습니다."


스털링은 선거 관리가 주 업무인 브래드 래펜스퍼거 조지아 주 국무장관 밑에서 일하고 있다. 2020년 선거가 끝난 후 의회가 결과를 확정하기 전, 래펜스퍼거는 당시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로부터 지금은 알려진 아주 고약한 전화를 받았는데, 그는 조지아주에서 결과를 뒤집기에 충분한 표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래펜스퍼거는 거절했고, 트럼프는 다른 방법으로 조 바이든의 승리를 뒤집으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트럼프와 다른 공화당원들은 이미 올해도 패배할 경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스털링과 같은 선거 관계자들과 수많은 당직자, 변호사, 활동가들은 올해 선거를 뒤엎으려는 시도가 실제로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고 그에 따른 준비를 해왔다. 선거 시스템은 어떻게 그 시도를 감당해낼 수 있을까?


미국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대통령 선출 방식은 수백 년이 지난 낡은 방식이다. 결정적으로, 미국인들은 11월 5일에 실시되는 전국적인 단일 선거에서 과반수 득표로 대통령을 선출하지 않을 것이다. 그 대신 50개 주와 컬럼비아 특별구의 유권자들은 대통령 후보 중 한 명을 지지하기로 서약한 "선거인단"을 따로 선출하게 된다. 주 선거관리위원회와 주지사는 선거인단이 먼저 선거 결과를 인증해야 하며, 12월에 각 주의 선거인단이 모여 대통령을 투표로 선출한다. 그리고 새로 선출된 의회가 구성된 후 1월에는 부통령, 즉 이번에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의 감독 하에 선거인단의 투표를 집계하게 된다. 의회의 개표가 완료되어야만 1월 20일에 새 대통령이 취임할 수 있다.


이 과정에는 여러 가지 단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2000년과 2016년의 경우처럼 전국 득표율에서는 졌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직에 당선되는 후보가 나올 수 있다. 민주당이 두 차례 이렇게 패배했다. 둘째, 후보자들이 결과가 불확실한 몇몇 경합주(올해는 7개 주, 즉 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니아, 위스콘신)에만 집중하도록 유도한다. 셋째, 헌법은 선거인단 선출 방식을 결정할 권한을 주에 위임하고 있기 때문에 주마다 선거 규칙이 다르다.


통일성 없는 시스템

메인주와 네브래스카주는 선거인단의 표를 후보자 간에 나눌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반면, 다른 주에서는 승자 독식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대부분의 주에서는 선거인(선거인단 구성원)이 해당 주에서 이긴 후보에게 반드시 투표해야 하지만, 조지아와 펜실베이니아를 포함한 일부 주에서는 "신뢰를 저버린" 선거인이 다른 후보를 선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규정이 없다. 보다 기본적인 수준에서, 카운티가 결과를 보고하고, 선거관리 당국이 주 전체 집계 결과를 작성하고, 후보자가 재검표를 요청하거나 법적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마감일이 주마다 다르다.


무엇보다도 이 과정은 터무니없이 길고, 단일 기관의 관할하에 있지 않으며, 모두 세밀하게 성문화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서 온갖 종류의 방해와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주 공무원들이 현지 결과를 바꾸도록 하는 데 실패한 후 의회와 부통령인 마이크 펜스에게 결과를 거부하도록 설득하려 했다. 이 모든 방법들이 실패하자 그는 의회 밖에 모여 "확정" 절차에 항의하는 군중을 선동했고, 그 결과 사상자가 발생한 폭동이 일어났다.


트럼프가 패배할 경우(이코노미스트의 선거 예측 모델에서는 이번 선거를 박빙으로 보고 있음), 그는 선거 결과에 다시 이의를 제기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선거 패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트럼프에게 매우 본능적인 충동이다. 2016년 아이오와주 공화당 코커스에서 자신이 2위를 차지한 것은 자신을 이긴 텍사스주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가 어떻게든 경선 절차를 조작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그해 힐러리 클린턴과 맞붙었던 대선의 결과를 존중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고, 자신은 오직 사기에 의해서만 패배할 수 있다고 넌지시 말했다. 그리고 2020년 선거 결과를 훔치려 한 혐의로 연방법원과 조지아주에서 기소된 것은 바이든이 아니라 바로 그였지만, 그는 자신이 선거에서 패배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적이 없다.

똑같은 커닝페이퍼

트럼프는 이미 올해 선거에 이의를 제기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 주 게재한 SNS에서 그는 2020년 민주당의 "부정과 속임수"를 비난하며 "내가 이기면 부정행위를 범한 사람들을 법의 범위 내에서 최대한 기소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6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집회에서 그는 "그들이 우리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속임수를 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7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 캠프의 고문인 크리스 라시비타는 "선거일이 아니라 취임식 때까지는 끝난게 아니다"라고 공언했다.


공화당 관리들은 민주당은 사기꾼이고 트럼프는 피해자라는 주장을 끝없이 반복하며 선거불복을 준비하고 있다. 트럼프가 간발의 차이로 패배한 또 다른 격전지였던 애리조나주에서 2021년, 주 상원의 공화당 의원들은 가장 인구가 많은 카운티에서 투표된 투표용지에 대한 전례 없는 당파적 감사를 시작하여 다른 곳에서도 대대적인 감사를 촉발했다(어떤 곳에서도 문제가 될만한 것이 발견되진 않았다). 2022년 트럼프는 중간선거에서 자신의 선거부정 주장에 협조를 거부한 공화당 후보를 탈락시키기 위해 당내 경선에 관여하고 트럼프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후보를 지지하면서 사실상 킹메이커 역할을 했다(래펜스퍼거는 이 숙청에서 살아남은 드문 생존자였다). 따라서 선거 부정에 대한 트럼프의 거짓말을 수용하는 것은 공화당의 신조같은 것이 되었다. 공화당의 가장 높은 조정기구인 공화당 전국위원회(RNC)가 올해 투표 독려 캠페인에 사용하고 있는 슬로건 중 하나는 "조작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선거를 만들자"이다. 트럼프의 변호사이자 애리조나주의 엉터리 재검표 옹호자인 공화당 전국위원회 고문 크리스티나 밥은 270페이지 분량의 '당신의 표를 훔치다'라는 책을 저술하여 민주당이 어떻게 대선을 조작했는지를 설명한다.


지난 4년 동안 공화당이 장악한 주 의회들은 표면적으로는 또 다른 선거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투표 규칙을 강화해 왔다. 애리조나 주 의회는 우편 투표용지가 들어 있는 봉투를 수작업으로 개표하도록 하는 새로운 법안을 통과시켰는데, 이는 선거 관리자의 업무를 어렵게 만드는 조치다. 조지아에서는 선거부정이 있었다는 트럼프의 주장에 동조하는 지지자들이 선거규칙을 만드는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국무장관(래펜스퍼거)을 배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 후 조지아주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의 공정성"이라는 명목으로 각 카운티의 결과를 인증하기 전에 지역 관리들이 부정 의혹에 대해 "합리적인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칙을 통과시켰다.


관측통들은 공화당 관리들이 이 새로운 규칙을 구실로 삼아 실망스러운 결과에 승복하지 않으려 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8월 조지아주의 주도인 애틀랜타에서 열린 집회에서 트럼프는 변화를 추진한 세 명의 주 선관위 위원들을 "정직, 투명성, 승리를 위해 싸우는 투견"이라고 칭하며 실명을 거론하면서 찬사를 보냈다. 세 위원 중 한 명인 자넬 킹은 합리적인 조사를 허용하면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향상될 것이라고 말한다. "선거를 훔치는 것은 우리에게 아무런 이득이 안됩니다. 트럼프 후보를 돕는 것이 나에게 아무런 이득이 안됩니다"라고 그는 주장한다.

/사진=로이터/뉴스1

/사진=로이터/뉴스1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전국적으로 선거 규칙을 둘러싼 100건 이상의 소송에 연루되어 있다. "민주당이 트럼프와 미국 국민에 반하는 선거 간섭을 계속하는 한, 우리의 일은 그들의 음모에 맞서고 11월을 제대로 준비하는 것입니다"라고 공화당 전국위원회 선거 공정성 부서의 대변인 클레어 정크는 말한다. "민주당이 선거일까지 선거 안전장치에 대한 공격을 계속한다면 우리는 소송을 통해 선거가 공정하고 투명하며 합법적이고 정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입니다."


선거법 개정을 추적하는 투표권연구소의 리즈 아보어는 "주요 선거를 앞두고 소송이 제기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라며 "하지만 선거일을 불과 두 달 앞두고 유권자 명단에서 유권자를 삭제하는 데 이렇게 집중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그는 애리조나의 유권자 명단에서 50만 명의 이름을 삭제하기 위한 소송이 진행 중인 것을 예로 들며 공화당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공화당 관계자들이 이러한 법적 소송에서 사용하는 표현은 지속적으로 과열되고 있다. 8월에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비시민권자를 유권자 명단에서 제외해야 하는 의무를 또다시 이행하지 않았다"며 노스캐롤라이나 선거관리 공무원들을 일주일 동안 두 번이나 고소했다. 미시간주의 새로운 투표 관련 법안에 대한 소송을 제기할 때, 트럼프의 며느리와 함께 공화당 전국위원회의 공동 의장 중 한 명인 마이클 와틀리는 "그레첸 휘트머 지사와 민주당이 미시간주의 대문에 '선거 부정행위 환영'이라는 새로운 간판을 내걸었다"라고 비꼬았다. 재검표 절차를 변경하는 문제의 법안은 어쨌든 올해 선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 주 상원의원 스테파니 창은 지적한다.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또한 "표를 지켜라"라는 캠페인을 시작했는데, 이는 "민주당의 음모를 분쇄하기 위해" 경합주에서 10만 명의 투표 감시자와 변호사를 훈련시키고 "2020년의 민주당 속임수가 이번에는 통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공화당 전국위원회 대변인은 지금까지 17만5000명이 자원했다고 밝혔다. 래펜스퍼거와 통화한 트럼프의 전 변호사 클레타 미첼은 현재 "선거가 합법적으로 관리되도록 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자원하는 애국적 시민들을 묶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선거 공정성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좌파 시민단체들은 우리가 그러한 법적 준수를 요구할 때마다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고 그는 비판한다. 이 모든 것은 2020년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공화당 전국위원회와 트럼프가 시도했던 혼란한 막판 뒤집기보다 훨씬 더 조직적이며, 또한 훨씬 더 일사분란한 법적 투쟁을 가능하게 한다.


개표 관계자들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고 있다. 래펜스퍼거는 자신과 동료들이 방금 투표 기계의 "상태 점검"을 마친 스폴딩 카운티의 선거사무소 밖에서 "세상엔 나쁜 사람들이 많고, 어떻게든 자신에게 유리하게 시스템을 조작하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한다. 그는 올해 조지아주의 일부 선거 관리자들은 비상 버튼이 장착된 목걸이줄을 착용할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한 선관위 관계자가 치명적인 양의 펜타닐이 묻은 편지를 받은 일이 있은 후 오피오이드(펜타닐 등) 해독제를 비축해두고 있다.

개표가 중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래펜스퍼거는 이번 선거는 무사히 치러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와 다른 관리들은 경계를 늦추지 않았고 지난번보다 개입에 훨씬 더 잘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2022년 연방의회는 2020년에 트럼프 대통령이 시도했던 일부 개입을 막기 위해 관련 법률을 개정했다. 이 법안은 부통령이 선거인단의 투표 결과를 무시하거나 변경할 권한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데 필요한 의원 정족수를 각 상하원 의원 1인에서 각 상하원 전체 의원의 5분의 1로 대폭 늘렸다.


여전히 절차적 불확실성과 악용될 수 있는 헌법적 허점이 존재한다. 하버드 로스쿨의 로렌스 레식 교수와 스탠포드 로스쿨의 매튜 셀리그먼 교수는 저서 '대통령 선거를 훔치는 방법'에서 주지사에게 결과를 인증하도록 강제하는 완벽한 메커니즘은 없으며, 주 의회는 여전히 선거인단에게 유권자의 투표 결과를 무시하고 주 의회의 지시를 따르도록 명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어떤 경합 주에서도 친트럼프 음모론자를 주지사로 뽑지 않았고, 어떤 주 의회도 그렇게 과격한 입법적 명령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 같은 맥락에서 카운티 관리들이 지역 투표 인증을 거부한 사례도 있긴 했지만, 노터데임대학교의 법학 교수인 데릭 뮬러는 결국 모든 관련 기한은 항상 지켜졌다고 지적한다.


해리스 후보가 전국 득표에서는 승리했지만 트럼프가 선거인단 투표에서 승리해 대통령에 당선되는 경우, 선거인단에서는 동수인데 난해한 절차에 따라 트럼프 후보에게 당선이 넘어가는 경우(이 시나리오의 확률은 300분의 1이다), 이번에는 민주당이 절차를 방해하려 시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민주당은 헌법이 정부에 대해 "반란 또는 반란을 일으켰거나" "그 적에게 원조 또는 위안을 제공한 자"는 공직을 맡을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는 자격이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그러한 조치를 취하는 데 필요한 의회 과반수를 확보할 가능성은 낮으며 당의 주요 인사들은 지금까지 이 아이디어를 일축했다.


지금은 상황도 달라졌다. 이전 선거는 팬데믹 중에 치러졌다. 그러다보니 각 주에서 서둘러 절차 수정을 해야 하는 바람에 이것이 의혹과 소송을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또한 지금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아니기 때문에 법무부가 그를 돕기 위해 끌려 다니지 않을 것이다. 2020년에 트럼프는 법무부를 움직이는 방안을 고려했지만 법무부 직원들이 집단 사퇴하겠다고 위협하자 포기했었다.


또한 2020년과 달리 트럼프는 지지자들에게 조기 투표와 우편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이는 양당간 투표 패턴 차이를 줄일 것인데, 과거엔 공화당원들이 몸소 투표소에 가서 투표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우편 투표 개표에는 더 정확한 절차가 필요하고 더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는 중요하다. 2020년에는 개표 후반에 민주당 표가 더 많이 나오는 현상이 있었다. 몇몇 주에서 트럼프의 명백한 선두가 점차 약화되었다가 뒤집혔고, 밥과 같은 사람들은 민주당이 선거부정을 저질렀다는 증거로 '블루 시프트'(개표 후반 민주당 우세 현상)를 제시한다.


트럼프뿐만 아니라 2020년 선거결과 뒤집기 시도 이후 법적 문제에 처한 것은 그의 많은 동료들이다. 이는 이번에는 그러한 시도에 관여하는 것을 꺼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예를 들어, 밥은 지난 4월 애리조나주에서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는 음모를 꾸민 혐의로 기소된 18명 중 한 명이다. 조지아, 미시간, 네바다에서도 비슷한 소송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배심원단은 트럼프의 가장 상상력이 풍부한 법정대리인 중 한 명인 루디 줄리아니가 2020년 투표를 조작했다고 무고한 혐의로 두 명의 선거 운동원에게 1억4800만 달러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평결했다. 현재 줄리아니의 재산을 압류하여 평결 집행이 진행되고 있다.


연방대법원이 트럼프의 대통령 면책특권을 폭넓게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지난 대선 기간 동안의 행위에 대해 여전히 법적 위험에 처해 있다. 반면, 법원은 그가 선거 사기의 피해자라는 주장은 무시했다. 그렇기 때문에 선거 전문 법률가들은 전반적으로 낙선한 후보가 법적 허점과 헌법적 속임수를 사용하여 선거를 뒤집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생각한다. UCLA의 법학 교수인 릭 하센은 "2020년에 겪은 일을 감안할 때, 사람들이 경각심을 갖고 법원이 제 역할을 다한다면 우리는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선거결과를 훔치는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하지만, 미국인들이 그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그리고 워싱턴의 외국 외교관들이 조용히 이 문제에 대한 브리핑을 요청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걱정스러운 일이다. "선거 도둑질을 중단"시키겠다는 트럼프의 노력은 강력한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라 단지 공화당 유권자와 엘리트층 사이에서 이 근거 없는 주장에 대해 광범위하고 열렬한 지지를 동원하려 했던 것이기 때문에 더욱 걱정스러웠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원 대다수가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를 도둑질 당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다수는 올해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공화당원들은 선거 관리자들보다 트럼프를 더 신뢰한다고 여론조사 기관들은 말한다.


승자와 패자 사이에 선의가 있다면 미국처럼 미로 같은 선거 시스템이라도 올바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선의가 사라지고 악의만 남는다면 아무리 잘 설계된 시스템도 대처할 수 없을 것이다.

1843년 창간돼 국제정세와 정치, 경제, 사회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는 영국의 대표적인 주간지. 정통 자유주의 성향의 논평, 분석이 두드러지며 기사에 기자의 이름(바이라인)을 넣지 않는 독특한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PADO가 가장 탐독하는 매거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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