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8 14:53
의약품의 역사상 다른 모든 약품을 압도하는 몇 가지가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인 휴미라Humira, 우울증 치료제인 프로작Prozac, 심장병과 뇌졸중 예방을 위한 스타틴statin이다. 이 약품들은 모두 초기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어 환자들을 도왔으며 오늘날에도 매일 수백만 명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 이제 새로운 계열의 약품이 이들의 반열에 합류할 준비를 하고 있다. 심지어 이 모든 약품들을 능가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바로 GLP-1 수용체 작용제다.
이 약품들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호르몬인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의 작용을 모방하는데 수십 년간 당뇨병 치료제로 사용되어 왔다. 최근에는 매우 인기 높은 체중 감량법이 되었다. 그런데 2024년 3월에는 세마글루티드(당뇨병 치료제로는 오젬픽으로, 체중 감량제로는 위고비로 판매되는 GLP-1 수용체 작용제)가 미국에서 과체중 환자의 심혈관 질환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 4월에는 티르제파티드(마운자로와 젭바운드란 이름으로 판매 중)가 호흡장애인 수면무호흡증에 대한 후기 임상시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다. 다른 임상시험에서는 만성 신장 질환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GLP-1 작용제는 간 질환부터 약물 사용 장애와 중독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시험되고 있다. 한 기업은 비만 위험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예방 약물로서의 임상시험까지 고려하고 있다. 세마글루티드를 복용하는 환자들은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 과다 복용의 위험이 낮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약물이 오피오이드 사용 장애 치료에도 사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게다가 장기 감염 치료제로서의 잠재성도 제기됐다.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용도로도 연구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노화 방지 효과와 수명 연장 약물로서의 잠재력까지 거론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의 비영리 연구소인 스크립스 리서치를 이끄는 심장전문의 에릭 토폴Eric Topol은 최근 X(구 트위터)에서 GLP-1 약물을 "의학 역사상 가장 중요한 약물 계열의 혁신"이라고 칭했다.
제약 회사들은 이러한 약물의 새로운 버전과 용도를 찾아내고, 시험하고, 시장에 내놓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배경에는 한 가지 의문이 자리잡고 있다. 어떻게 당뇨병 치료를 위해 개발된 GLP-1 작용제가 신체 전반에 걸쳐 이토록 다양한 유익한 효과를 미칠 수 있을까? 과학자들은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GLP-1 호르몬의 다양한 역할에 대한 놀라운 세부사항들을 발견하고 있다. 이 약물들은 염증을 줄이고 세포 내 불필요한 물질을 제거하는 등 세포의 기본적인 보호 메커니즘을 활성화하여 장기를 더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뇌에 강력한 영향을 미쳐 신체의 나머지 부분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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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P-1은 보통 식사 후 장에서 분비되는 단기 작용 호르몬이다. 혈액 내에서 이 호르몬은 췌장을 자극하여 인슐린(혈당 수치를 낮추는 호르몬)을 분비하고 글루카곤(보통 혈당을 높이는 호르몬)을 억제함으로써 포도당 수치를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장에 작용하여 음식이 통과하는 속도를 늦춤으로써 포만감을 촉진한다. 이 호르몬은 뇌에도 작용한다. 배고픔과 포만감을 조절하는 시상하부에 작용하며 식욕을 조절하는 경로에도 영향을 미친다. GLP-1의 혈당 조절 작용은 이를 모방한 약물이 당뇨병 치료에 성공적인 이유를 설명해준다. GLP-1 작용제가 포만감을 촉진하고 음식 섭취와 관련된 보상 감각을 줄인다는 점은 이 약물이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된 이유를 설명해준다.
얼핏 보면 GLP-1 약물에서 관찰되는 더 광범위한 효과들은 체중 감량에 따른 부수적 효과처럼 보일 수 있다. 비만인 사람은 심장병에서부터 특정 암, 수면무호흡증, 지방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심각한 건강 문제에 더 취약하므로 체중 감량이 건강을 전반적으로 개선시킬 것이다. 물론 그런 일이 일어나기는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그게 전부는 아니다. 41개국의 1만7600명 이상의 과체중 및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세마글루티드 연구에서, 참가자들은 체중의 약 10%를 감량했으며 심각한 관상동맥 관련 증상, 뇌졸중, 심장마비 및 전체 사망률이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심혈관계 개선이 의미 있는 체중 감량이 이루어지기 훨씬 전에 나타났다는 것이다.
다목적 작용제
심혈관 질환을 가진 환자들의 경우, GLP-1 약물은 부분적으로는 심장 세포와 혈관에 있는 동명의 수용체에 결합하여 작용한다. 이는 혈압과 혈중 지방 수치의 조절을 보다 용이하게 한다. 이 약물들은 또한 심장 세포가 포도당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돕고 산화 스트레스, 즉 세포의 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반응성 분자에 의한 손상을 줄인다. 세마글루티드는 혈관을 이완시키고 심장으로의 혈류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산화질소의 생성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문제에 동시에 작용할 수 있는 GLP-1 약물의 이러한 능력이 바로 이 약물을 매우 흥미롭게 만드는 점이다. 심장병이나 당뇨병의 위험이 있는 사람들 상당수는 과체중이거나 고혈압이 있거나 혈액 내 당분이나 건강에 해로운 지방이 너무 많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각각 해결하기 위한 약물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GLP-1 작용제는 마치 분자 수준의 맥가이버 칼처럼 작동한다. (내분비학자들은 제2형 당뇨병에서도 비슷한 점을 발견했다. GLP-1 작용제는 '불길한 8중주'로 알려진 이 질환의 8가지 핵심 결함—인슐린 분비 감소와 근육과 같은 말초 조직에서의 인슐린 흡수 감소를 포함—대부분을 개선한다.)
토론토 마운트시나이 병원 루넨펠드-타넨바움 연구소의 수석 과학자인 다니엘 드러커는 GLP-1 수용체가 있으면 "세포가 더 건강한 상태로 유지되고 사멸에 덜 취약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이러한 보호 효과는 GLP-1 수용체를 가지고 있고 호르몬(또는 약물)이 도달할 수 있는 많은 장기에서 작용한다. 간에서는 기능을 개선하고 지방 수치를 낮출 수 있으며, 만성 신장 질환에서는 혈당 조절 능력과 별개로 유해성과 사망을 줄일 수 있다.
GLP-1 작용제는 또한 신체 전반의 특정 면역계 세포에 작용하여 사이토카인cytokine으로 알려진 염증 분자의 생성을 줄인다. 염증은 부상이나 감염에 대한 신체의 자연적인 면역 반응의 일부이다. 하지만 만성적인 염증은 결국 조직을 손상시킬 수 있으며 암과 심혈관 질환, 신경퇴행성 질환, 자가면역 질환과 같은 건강 문제의 강력한 유발 요인이 된다. 따라서 이를 줄이는 것은 진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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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P-1은 이미 식사 후 감염에 매우 취약한 장에서 염증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시겔라균, 살모넬라균 또는 어떤 종류의 감염성 설사에 걸렸을 때, 드러커 박사는 GLP-1 수치가 "10배 또는 20배" 증가한다고 말한다. 이 호르몬은 해당 장기에 존재하는 면역 세포와 결합하여 염증을 억제한다.
염증 감소는 당뇨병이나 비만 치료를 위해 GLP-1 작용제를 복용하는 환자들이 관절염, 궤양성 대장염,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인한 뇌 피로 증후군brain fog 같은 다른 질환에서도 개선을 보고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공통된 요인이다. 매사추세츠 종합병원과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비만을 연구하는 의사 파티마 스탠포드Fatima Stanford는 통풍과 다른 류마티스 질환의 병력이 있는 환자들도 체중 감량을 위해 GLP-1 약물을 복용한 후 증상이 개선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한다. 이 약물들이 피부, 간, 신장, 심지어 뇌 자체의 염증에도 효과가 있다는 증거도 있다.
이러한 모든 장기가 세포 표면에 GLP-1 수용체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며 인근에 GLP-1에 의해 활성화되는 면역 세포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장기가 어떻게 GLP-1 작용제의 항염 효과 혜택을 얻는지는 이 약물들이 뇌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에서 찾을 수 있다.
뇌에는 GLP-1 수용체가 풍부하게 있으며 매우 적은 양의 약물만이 혈뇌장벽(뇌를 유해 물질로부터 보호하는 필터)을 통과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험을 통해 GLP-1 작용제가 뇌 깊숙이 있는 이러한 수용체로 신호를 전달하는 경로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게 밝혀졌다.
정확히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쥐의 뇌에 있는 GLP-1 수용체가 차단되면 이 약물들이 신체의 염증을 억제하는 능력을 잃는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드러커 박사와 동료들이 1월에 발표한 이 발견은 전신의 염증을 조절할 수 있는 장, 뇌, 면역 체계 간의 통신 네트워크가 존재함을 시사한다. 이는 피부, 폐, 근육과 같이 GLP-1 수용체가 거의 없거나 전혀 없는 장기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염증을 줄이고 뇌의 신경세포 건강을 개선시키기 때문에 GLP-1 약물은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의 치료제로도 관심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GLP-1 약물이 설치류의 뇌에서 학습과 기억력을 향상시키고 아밀로이드라고 불리는 단백질의 축적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약물들은 또한 알츠하이머병의 두 가지 기여 요인인 염증 반응과 산화 스트레스를 감소시킨다. 최근 임페리얼칼리지런던에서 실시한 GLP-1 약물인 리라글루타이드로 치료받은 경도 알츠하이머병 환자 2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예비) 연구에서, 1년 후 뇌 위축이 거의 50% 감소했고 인지 기능 저하는 최대 1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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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기능 향상
이러한 데이터는 뉴욕의 대사 및 체중 감량 클리닉인 웰바이메서의 설립자인 캐롤라인 메서와 같은 내분비학자들이 GLP-1 약물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갖게 만들었다. 그는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환자들에게 이 약물을 사용해야 할 책임을 느끼며, 경도 인지장애나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 세마글루티드와 티르제파티드를 기꺼이 제공하고 있다.
이는 규제기관이 증거로 인정하는 종류의 임상시험에서 얻은 효능 증거보다 한 발 앞서가는 것이다. 하지만 메서 박사는 상태가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환자들에겐 기다릴 시간이 없으며 GLP-1 약물은 이미 좋은 안전성 프로필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약물들이 결국 기억력 감퇴에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명되더라도, 이미 심혈관 질환과 뇌졸중의 위험을 줄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당뇨병과 알츠하이머병 사이에는 인슐린 저항성 증가와 산화 스트레스 증가와 같은 많은 연관성이 있어 이 계열의 약물이 유망하다고 말한다. 일부는 알츠하이머병이 뇌의 인슐린 저항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걸 두고 알츠하이머병을 "제3형 당뇨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GLP-1 작용제의 또 다른 유망한 영역은 이들이 체중 감량 치료제로서 놀라운 성공을 거둔 핵심 이유인 갈망과 보상 감정과 관련된 뇌 내 메커니즘과 상호작용하는 능력에서 비롯된다. 전자 건강 기록 분석에 따르면 다른 이유로 세마글루티드를 복용하는 사람들에게서 새로운 또는 재발성 카나비노이드 사용 장애의 발생률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최근 한 연구에서는 다른 이유로 GLP-1 약물을 투여받은 오피오이드나 알코올 남용 환자들이 오피오이드 과다 복용률이 더 낮고 술에 취하는 빈도도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리라글루타이드가 알코올 섭취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사람의 음주와 관련된 시험에서는 결론이 명확하지 않았다.
점점 더 많은 환자들이 GLP-1 약물을 사용하면서, 이들의 이점(그리고 부작용)에 대한 일화적 보고가 확산되었다. 매우 흔한 보고 중 하나는 약물과 알코올 중독과 같은 의존성 관련 행동을 개선하는 데 놀라운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메서 박사는 이 약물이 자신들의 결혼 생활을 구했다고 말한 사람들이 셀 수 없이 많다고 한다.
만약 이 약물들이 실제로 중독성 행동을 완화하는 것으로 입증된다면, 알코올, 담배 및 다른 많은 약물의 남용 치료에 광범위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국립 약물남용연구소의 신경약리학자인 레안드로 벤드루스콜로Leandro Vendruscolo는 2023년 '사이언스'지에서 세마글루티드를 "지난 수십 년간 가장 흥미로운 약물"이라고 표현했다. 오클라호마 주립대학교 보건과학센터의 약리학자인 카일 시몬스Kyle Simmons는 긍정적인 임상시험 결과가 중독 과학에 "프로작의 순간"—우울증 치료를 위한 프로작 같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의 등장과 이것이 정신의학의 여러 다른 영역에서도 널리 사용된 것을 의미하는 표현—을 가져올 수 있을지 궁금해했다.
GLP-1 작용제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또 하나의 신흥 의학 분야가 있다. 바로 노화다. 이 약물들이 세포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염증, 산화 스트레스, 세포사를 줄인다는 것은 이제 익숙한 상투어가 됐다. 이것들은 바로 노화와 그와 관련된 질병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확인된 문제들이다. 2024년 2월 뉴욕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의 마이클 레오네Michael Leone와 니르 바르질라이Nir Barzilai는 규제 기관의 승인을 받았으며 수명을 연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약물들을 검토했다. 그들은 각 약물이 노화의 특징적 징후들을 표적으로 삼는 능력에 따라 순위를 매겼다. 12개의 약물 또는 약물 계열 중 GLP-1 약물은 4위를 차지했다. 더 높은 순위를 받은 약물 중 두 가지—메트포민과 SGLT2 억제제—도 당뇨병 치료제이다.
더 많이, 더 저렴하게, 더 낫게
이러한 약물에 대한 모든 논의에서 비용과 평생 복용해야 할 필요성이 큰 문제로 대두된다. 두 가지 우려 모두 일시적인 것으로 판명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몇 년 안에 경쟁이 심화되고 제네릭 의약품이 출시되면서 가격이 낮아지고 접근성이 넓어질 것이다. 각국은 가격 할인을 두고 협상할 것이다. 인도와 중국 기업들은 이미 자국에서 특허가 만료되면 GLP-1 약물의 복제약을 만들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제형이 현재 약물의 효능을 개선하고, 근육량 감소와 불쾌한 위장관 부작용—심지어 약물을 주사해야 하는 필요성까지—과 같은 단점들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발견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여러 기업들이 알약 형태의 생산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큰 진전이 될 것이며 생산과 유통 비용이 절감으로 사용자 수를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이다.
GLP-1 약물이 더 광범위한 질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됨에 따라 임상의와 환자 모두로부터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공급 부족이 해결되면, 정부는 어떤 질환의 치료에 이 약물이 비용 효과적인지, 그리고 새로운 약물의 처방이 이미 빠듯한 보건 예산에 미칠 전반적인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복잡한 계산과 씨름해야 할 것이다.
환자들이 장기간 이러한 약물을 계속 복용해야 할지, 그리고 그에 따른 비용과 이점이 어떠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예를 들어 당뇨병이 없는 환자들의 장기 사용에 따른 위험은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이 약물들이 얼마나 사용될 것인지에 대한 추정은 여전히 추측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 약물들의 예방적 사용은 장기적인 질환의 예방이나 개선을 통해 수년 후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점을 수치화하기는 어려우며, 예방을 위한 현재의 예산은 기존 질환의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의 아주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 공중보건 시스템은 이 약물들을 예방용 치료제로 채택하는 데 매우 신중할 것으로 보인다.
GLP-1 약물은 이미 제약 산업에서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많은 새로운 약물이 개발 중에 있다. 하지만 다른 여러 종류의 사업들도 그 영향을 느끼고 있다. 일부는 직접적이다. 예를 들어 식품 산업은 이 약물들의 성공이 허리둘레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수익도 줄어들게 할 수 있다는 우려로 긴장하며 지켜보고 있다. 작년에 모건스탠리는 3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비만 치료제가 식품 산업을 갉아먹을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설문 조사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환자 1인당 칼로리 섭취량이 20~3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식품 관련 기업들, 특히 고지방, 단 음식, 짠 음식과 같은 건강에 해로운 식품을 판매하는 기업들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식습관이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식품 및 호텔 산업은 더 적은 양의 식사와 더 건강한 옵션을 제공하며 적응할 시간이 있다.
다른 전문가들은 한때 과체중이었던 사람들이 체력과 근육량을 유지하기 위해 피트니스와 스포츠웨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는 체중 감량의 심리적 영향이 화장품에 대한 관심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추정한다.
다른 사업에 미치는 상업적 영향은 이제 막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 영향이 좀 더 간접적인 예를 들어보자. 항공 산업이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애널리스트들은 2023년에 유나이티드 항공의 평균적인 승객이 10파운드(4.5kg)를 감량한다면 항공사가 연간 8000만 달러(1060억 원)의 연료비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계산했다.
GLP-1 약물의 등장은 비만을 바라보는 시각도 바꾸어 놓았다. 더 이상 의지력 부족으로 인한 질병이 아니라 신체가 결코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평생의 만성 질환으로 보게 된 것이다. 하지만 당뇨병과 비만은 시작에 불과했다. 인간의 건강, 수명, 행복에 이토록 혁명적인 영향을 약속한 약물은 거의, 아니 아예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GLP-1 수용체 작용제의 대표격인 '위고비'가 마침내 한국에도 상륙했습니다. 아직까지 국내 언론의 반응은 오남용에 대한 우려와 부작용에 대한 경고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만 GLP-1의 잠재력은 '기적의 다이어트약'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흥미롭게도 GLP-1 약물을 두 차례나 커버스토리로 다뤘습니다. 2023년 3월 커버스토리에서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지만) 비만 치료 효과가 뛰어나다는 평을 했는데 올해 10월 커버스토리에서는 '제약 역사상 가장 놀라운 혁신'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을 다뤘습니다. 심혈관 질환 예방은 물론 중독 증세 완화, 심지어 노화 예방 효과까지 보여준다는 연구 결과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심각한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전 세계의 공중보건에 엄청난 영향을 줄 것입니다.
PADO는 이전부터 GLP-1 약물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오젬픽으로 18kg를 뺐다는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의 글도 소개했습니다. GLP-1이 바이오·제약 업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경제와 사회, 보건의료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위고비가 비만 치료 목적으로 시판된 지 3년이 넘은 미국의 경우, 헬스장들이 다이어트 대신 근육 만들기(GLP-1 약물의 주된 부작용 중 하나가 근손실입니다)로 초점을 전환하면서 러닝머신들을 버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아래 소개하는 이코노미스트의 10월 24일자 브리핑 기사에서도 잠깐 언급하지만 패션이나 화장품 업계부터 멀리는 항공 업계까지 폭넓은 변화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정부부터 민간 기업까지 모두 대비하고 준비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