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15 14:31
그의 첫 임기는 공화당 주류에 크게 의존했다. 하지만 이제 트럼프 이너서클은 여러 억만장자를 포함하고 있으며 '새로운 우파' 이념으로 무장되어 있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곧 최고 권력을 가질 사람들이 화요일 밤 도널드 트럼프의 바다 위 금빛 요새인 마러라고에서 크랩과 초밥, 미국식 슈가쿠키를 먹으며 선거 결과를 기다렸다.
한 테이블에서 트럼프는 억만장자 첨단기술 기업가인 일론 머스크와 UFC(종합격투기단체)의 최고경영자인 데이나 화이트와 함께 앉았다.
최종 결과가 나오기 몇 시간 전, 머스크는 승리를 선언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오후 10시 32분에 자신이 소유한 플랫폼인 X(옛 트위터)에 자신의 팔로워 2억 명 앞으로 "게임, 세트, 매치"(승리라는 의미)라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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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공화당 후보 트럼프가 카말라 해리스를 꺾은 것이 확인된 후 트럼프와 머스크는 리조트 테라스에서 함께 식사를 했고, 머스크는 멀리 떠 있는 화성을 배경으로 달 위를 걷는 우주비행사 그림의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머스크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는 라틴어 표현인 "노부스 오르도 세클로룸"이라고 X에 적었다.
마러라고의 환희에 찬 장면들 속에는 트럼프 2기 대통령직이 1기와 어떻게 다를지, 특히 그의 새로운 측근들이 얼마나 변화할지를 보여주는 많은 시그널이 드러났다.
78세의 공화당원 트럼프는 첫 임기 때보다 억만장자 기부자 및 동맹자, 특히 머스크의 영향을 훨씬 더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치적으로 떠오르는 새로운 미국 우파의 이데올로기를 기꺼이 수용하고 취임 첫날부터 공격적인 의제를 추진하기로 결심했다.
8년 전, 트럼프는 공화당 주류에 도움을 받아야 했다. 이번에는 부통령 당선자인 JD 밴스와 자신의 장남 도날드 트럼프 주니어부터 행정부 내 요직을 노리는 부유한 동맹 세력에 이르기까지 트럼프와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마가'(MAGA: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약칭) 충성파다.
목요일에 트럼프는 자신의 최고 선거운동 전략가이자 플로리다에서 오랫동안 자신을 대신해 정치적 작업을 해온 수지 와일스를 차기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임명하면서 첫 대규모 인사 발표를 단행했다.
[PADO 트럼프 특집: '미리보는 트럼프 2.0 시대']
이는 1월 20일 백악관 복귀를 준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내각 등 팀 구성을 공개하는 인사 발표가 다음 주에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 첫 번째 움직임이다.
트럼프의 목표는 선거 유세에서 약속한 불법이민자 대거 추방부터 전면적인 감세와 수입품에 대한 전면적인 관세 부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책을 신속하게 시행하는 동시에 정적에 대한 엄정한 보복을 가하는 것이다.
2016년 힐러리 클린턴을 꺾은 후 트럼프의 측근 상당수는 새 정부를 구성할 준비가 되지 않은 정치 초보자였다. 결국 트럼프는 당시 부통령 당선인이자 공화당에 깊은 뿌리를 둔 전직 주지사이자 상원의원인 마이크 펜스에게 정권 인수 작업을 맡겼다.
그는 또한 비서실장에 라인스 프리버스, 재무장관에 스티븐 므누신, 국무장관에 렉스 틸러슨을 지명했는데, 모두 전통적인 비즈니스 그룹들과 외교안보 기관들의 입맛에는 맞지만 자신이 특별히 잘 알지 못하는 인물들이었다.
트럼프는 자신이 진정 추구하고 싶었던 포퓰리즘 의제를 억제하는 이러한 선택을 후회하게 되었고, 그런 시나리오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노력해오고 있다.
"당시엔 조직이 엉망이었습니다. 아무도 트럼프가 승리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습니다"라고 현재 컨설팅 회사인 EFB애드보커시에서 일하는 공화당 전 의회 보좌관 존 피헤리는 2016년 대선 이후 사정에 대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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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이제 자신들의 비전을 추구하는 대신 트럼프의 비전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최고경영자들과 비즈니스 리더들이 특히 선거 기간 동안 정치인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지만, 머스크가 트럼프와 가까워진 것은 특히 주목할 만한 일이며, 이는 차기 행정부에 뚜렷한 플루토크라시(부자들의 지배) 요소가 있을 수 있다는 신호다.
머스크는 공개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하고, 2024년 선거에 1억7200만 달러를 지출한 슈퍼팩에 자금을 지원했으며, 트럼프와 긴 대화를 나누기 위해 X에 그를 초대했고, 핵심 경합주 펜실베이니아를 돌아다니며 표를 모았으며, 이러한 노력 덕분에 결국 펜실베이니아는 트럼프쪽으로 뒤집혔다.
그 대가로 트럼프는 이 테슬라-스페이스X 최고경영자를 규제를 철폐하고 정부 지출을 대폭 삭감하는 위원회에 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이번 선거가 화성에 사람을 이주시킨다는 자신의 비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트럼프의 당선에 기여했습니다. 그는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라고 피헤리는 말한다. "그가 도와줬던 일때문에...트럼프의 신임이 대단합니다."
두 사람의 동맹은, 트럼프쪽 사람들은 부인하지만, 잠재적인 이해상충의 위험성과 함께 향후 정책을 둘러싼 갈등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두 사람의 동맹은 서로에게 적합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새 이너서클에는 다른 최고경영자들도 있다. 현재 두 명의 억만장자가 그의 정권인수팀을 이끌고 있다. 9/11 세계무역센터 테러로 수백 명의 직원을 잃은 금융서비스 회사 캔터피츠제럴드의 오랜 수장인 하워드 러트닉이 인선을 주도하고 있다. 러트닉은 트럼프의 오랜 친구로 TV프로 '어프렌티스'에 출연하기도 했다.
정권인수팀의 정책 파트를 이끌고 있는 것은 트럼프의 아이디어를 뒷받침할 의제를 개발하는 싱크탱크인 미국우선정책연구소의 의장이기도 한 린다 맥마흔 전 WWE(월드 레슬링 엔터테인먼트) 최고경영자다.
러트릭과 맥마흔 모두 선거운동에 수백만 달러를 후원한 후, 러트릭은 재무부 장관, 맥마흔은 상무부 장관에 지명될 가능성이 있는 인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헤지펀드 매니저인 존 폴슨과 이번 주 팜비치에서 친(親)트럼프 배지를 옷깃에 달고 있던 스콧 베센트도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직계가족은 새 행정부에서도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지만 이번에는 '마가' 계통이 더 강할 것으로 보인다. 2016년에는 트럼프의 딸 이방카와 남편 재러드 쿠슈너가 백악관 고위직을 맡았다. 젊은 시절 민주당원이었던 쿠슈너는 일부 외국 정부들 사이에서 트럼프 첫 임기의 혼란 속에서 그나마 합리적인 인물 중 한 명으로 간주되었다. 하지만 이방카 트럼프나 쿠슈너 모두 이번 행정부에 합류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가족 구성원은 46세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돈 주니어'(Don Jr)라고도 불린다―였다. 그는 아버지가 JD 밴스 상원의원(오하이오)을 러닝메이트로 선택하도록 설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트럼프가 젊은 남성들에게 인기 있는 팟캐스트에 더 많이 참여하도록 설득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또한 민주당의 가장 유명한 정치가문의 후손으로 한때 제3당 후보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가 트럼프의 지지자로 돌아선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와 트럼프 대선캠프의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기부자들은 두 사람과 함께 하루 동안 매사냥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트럼프 주니어는 케네디를 "진정한 르네상스형 인간"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주니어가 항상 아버지의 마음에 드는 인물로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는 다른 어떤 가족 구성원보다도 자신의 팟캐스트 등에서 '새로운 우파'의 열렬한 옹호자였다.
그는 행정부에서 공식적인 직책을 맡을 생각은 거의 없어 보이지만, 정권교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 잠재적 공직 후보자들의 충성도를 체크할 계획이다. 선거 전, 공직 후보자들 구성된 "마가 벤치(선수 대기석)"를 만들고 "나쁜 선수들"이 트럼프 행정부에 얼씬도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2016년에는 이런 나쁜 자들이 행정부에 대거 들어왔었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제대로 된 선수가 누구인지, 대통령의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할 사람들, 정당하게 선출된 미국 대통령보다 자신들이 더 잘 안다고 주제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라고 그는 이번 주 토크쇼 '폭스 앤 프렌즈'에서 말했다. "저는 그런 사람들이 이 행정부에 포함되도록 하고 싶습니다."
올해 40세인 JD 밴스도 백악관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영향력 있는 역할을 하게 된다. 70년 전 리처드 닉슨이 부통령을 역임한 이후 최연소 부통령인 그는 공화당의 미래를 설계할 최고의 위치에 있다.
그는 해병대 4년, 예일대 로스쿨 졸업장, 피터 틸의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 경험, 베스트셀러 '힐빌리의 노래'를 통해 가난에서 일어나 상원의원이 되기까지 성장해 왔다. 그는 또한 공화당의 오래된 골프클럽 이미지를 뒤집는 데 일조했다.
"우리는 월스트리트를 위해 일하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일하는 사람을 위해 헌신할 것입니다"라고 올여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밴스는 말했다.
밴스 측근은 첨단기술과 이민자 문제가 그의 두 가지 핵심 정책 관심사라고 말했다. 밴스는 8월 파이낸셜타임스(FT)에 "구글을 해체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트럼프는 나중에 그것은 너무 지나친 것 같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싱크탱크 어메리칸컴퍼스의 수석 경제학자이자 파이낸셜타임스 정기기고자인 오렌 카스에 따르면 "밴스는 새로운 우파의 형성 단계부터 핵심적인 리더였다."
8월에 트럼프는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와 툴시 개버드(민주당원에서 트럼프 지지자로 변신한 또 다른 인물)를 그의 정권인수팀에 추가했다. 두 사람 모두 이번 주 마러라고에 있었지만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는 불분명했다. 케네디는 "계속 이어지는 회의에 거듭 참석하고는 있지만 회의를 싫어한다"고 트럼프 캠프의 한 관계자는 말한다.
그러나 케네디는 기자들에게 자신이 새 행정부의 보건과학 분야에서 역할을 하게 될 것 같다며 백신 연구를 검증하겠다거나 식수에서 불소를 제거해야 한다거나 말하고 있다.
이번 주 팜비치에는 많은 고위직 후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에너지 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는 선거 당일 밤 선거승리 집회 무대 바로 앞에 서 있었고, 릭 그레넬 전 국가정보국장 대행과 빌 해거티 상원의원(테네시)도 국무부 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마을 곳곳에서 목격되었다. 정보 분야 고위직에 오를 수 있는 카쉬 파텔 전 미 국방부 장관 비서실장도 마러라고에 참석했다.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과거에 트럼프를 비판했던 사람들에 대한 관용은 거의 없다. 트럼프의 고문인 팀 머토는 트럼프에게 등을 돌린 전직 참모들이 "새 정부에서 직책을 얻기 위해 전향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덧붙인다. "우리는 모두 그 사람들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팜비치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 주민들조차도 부유한 사람들이 직책을 맡기 위해 몰려드는 것이 미칠 영향을 걱정하고 있다.
마러라고에서 2분 거리에 살고 있는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억만장자 회장이자 트럼프 기부자인 토마스 피터피는 이웃인 트럼프의 승리로 섬의 도로 폐쇄가 늘어날 것을 한탄한다.
"8년 전, 그가 당선된 후 대사직과 다양한 각료 자리를 위해 끊임없이 사람들을 인터뷰하느라 많은 사람들이 계속 오갔던 것이 기억나네요"라면서 피터피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교통 체증이 당분간 계속될 것 같네요."
미국이 만든 대통령제는 고대 로마공화국을 모델로 삼았는데 대통령은 집정관, 상원은 원로원, 하원은 평민원, 법원은 호민관을 참고했다고 합니다. 미 의회가 자리 잡은 그다지 높지 않은 언덕을 '캐피톨'이라고 부르는데, 그 별명은 로마 의회가 자리 잡고 있었던 카피톨리누스 언덕에서 따온 것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대통령이 참고한 로마 집정관 자리가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왕'으로 불렸다는 점입니다. 즉 대통령은 왕의 기능을 이어받았는데, 단지 공화정에서는 임기제로 운영된다는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대통령은 여러모로 왕과 비슷합니다. 특히 대통령이 일하는 방식이나 주변을 관리하는 방식을 보면 어느 나라든 왕가(王家)를 연상시킵니다. 내각책임제의 총리에 비해서는 가족들이 좀 더 많이 관여하고 대통령의 개인적 측근들이 마치 왕실의 내관(內官)들처럼 일합니다. 그것은 미국도 한국도 심지어 프랑스도 대동소이합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11월 9일자 '빅리드' 기사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어떻게 구성될지 논하고 있는데, 트럼프 2기가 1기에 비해 더욱 트럼프 색깔이 강해질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2016년엔 트럼프가 준비가 너무 안 되어 있었고, 공화당 역시 힐러리 클린턴에게 이길 것이라고 생각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트럼프와 철학을 공유하는 사람들보다는 공화당 주류가 급히 추천한 사람들로 고위직을 채웠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합니다. 또 지켜봐야 할 부분은 일론 머스크같은 어마어마한 부호들이 대거 가담할 것이라는 점과 이와 반대로 '흙수저' 출신 JD 밴스로 대표되는 '새로운 우파'가 공화당의 미래를 주도할 가능성입니다. 일론 머스크는 억만장자중의 억만장자고 미국 '테크'(IT를 포함한 최첨단 기술) 부문을 대표합니다. 반면 JD 밴스는 '일하는 사람들'에 봉사하는 공화당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테크' 부문의 탐욕을 비판합니다. 어쩌면 일론 머스크 계통과 JD 밴스 부통령 계통 간에 사상투쟁이 펼쳐질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트럼프 2기 '궁정'이 어디로 갈지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한국 외교도 트럼프 2기 '궁정'과 커넥션을 강화하고 그 동향을 정확히 파악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