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3 15:02
53년간 시리아를 통치해왔던 아사드 가문 독재정권이 종식되었습니다. 시리아는 13년 전 이른바 '아랍의 봄' 이후 내전에 휩싸여 있었는데, 아사드 정권은 러시아, 이란 등의 지원을 받아 근근이 버텨오다 이번에 반정부세력의 기습공격에 무너져버린 것입니다. 아사드 정권은 북한과도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이번 기습공격에 아사드 정권이 힘을 못 쓰고 무너져버린 배경에는 최근에 정권을 도와왔던 해외 세력의 지원이 약해졌기 때문입니다. 우선 러시아는 주로 항공세력으로 도왔는데,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세력을 상당부분 러시아로 철수시켰습니다. 해외언론에 따르면 시리아 주둔 러시아 병력을 수천 명 규모로 철수시켰다고 합니다. 또한, 이란도 이스라엘과 싸우느라 시리아를 도와줄 여력이 없어졌고, 친이란 시아파 무장정파인 레바논의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지도부가 붕괴될 정도로 힘을 잃어버렸습니다. 이렇게 해외로부터의 지원이 끊어지게 되면서 아사드 정권은 고립무원에 빠지게 되었고 이 약점을 포착한 반정부세력이 기습공격을 감행해 정권을 붕괴시키는데 성공한 것입니다.
아사드 전 대통령은 러시아로 도피했습니다. 현재 국제사회는 다마스커스에 설립된 시리아 과도정부의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 분주합니다. 튀르키예(터키)와 카타르 등은 대화채널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시리아와 미국이 무슨 관계냐며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고, 중국은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한편, 이스라엘은 이 기회를 이용해 시리아를 침공해 주요 군사시설을 파괴했습니다. 시리아가 이스라엘을 앞으로 침공하지 할 수 없도록 뿌리를 뽑아놓겠다는 것입니다. 시리아는 이란이 헤즈볼라와 하마스에 무기 등을 공급해주던 비밀 병참선이기도 했는데, 친이란 아사드 정권의 붕괴로 이 병참선이 막히게 되어 헤즈볼라와 하마스는 더욱 약화돨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은 사태추이를 지켜보면서 특히 시리아발 난민 발생 가능성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재선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외교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트럼프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24시간 안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호언장담한 적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크라이나가 현재 우크라이나-러시아 군대가 대치하고 있는 전선(戰線)을 새로운 국경선 내지 휴전선으로 받아들일지 여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프랑스 파리에서 회담을 가졌습니다. 화재로 소실된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의 재건을 축하하는 모임 참석을 계기로 두 사람이 회담을 갖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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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회담을 마친 후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을 당장 끝마치고 이 "미친짓"(madness)을 멈출 것을 요구했습니다. 다음날 젤렌스키는 외교적 해법이 합리적이며 자신이 트럼프와 현재의 전선을 그대로 동결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젤렌스키 입장에서는 러시아군의 점령지를 순순히 인정하는 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클 것이므로 어떻게든 트럼프의 압박을 받아 어쩔 수 없이 동결 안을 받아들였다는 이미지를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줘야 할 것입니다. 물론 트럼프와 무리하게 밀고당기기를 하다가 더 큰 손해를 볼 위험성은 있습니다.
또 하나의 이슈는 러시아측이 우크라이나가 기습공격으로 점령한 쿠르스크 지역을 그대로 포기하려 할 것인지 여부입니다. 러시아 땅인 이 지역을 우크라이나가 포기하고 대신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남부의 일부 지역을 '맞교환'할 가능성도 있을 것입니다. 트럼프가 취임하는 1월 20일을 향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영토 확대를 위해 군사적 노력을 최대화할 것으로 보이며 공개, 비공개적으로 외교적 노력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1월 20일로 예정된 대통령 취임식에 초대했습니다. 트럼프는 최고 지도가 직접 얼굴을 맞대고 담판짓는 방식의 외교를 선호하는데, 시진핑과 직접 만나 미중관계를 논의하겠다는 의사로 보입니다. 만약 시진핑이 초대에 응하게 되면 두 사람은 첫 정상회담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트럼프가 어떤 이야기를 내놓을지는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미 공언한 60%의 '관세 폭탄'을 던질지도 모르고 시진핑이 소화하기 어려운 다른 요구들을 내놓을지도 모릅니다.
현재 국내경제가 안 좋은 상황에서 시진핑은 유화적 제스처를 내놓겠지만 트럼프는 대중 강경파를 계속 중요한 자리에 지명하고 있습니다. 국무장관에는 의회내에서 대중국 '매파'로 유명한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지명하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역시 대중 강경파인 그린베레 출신 마이크 월츠 하원의원을 지명할 예정입니다. 오늘 PADO가 발행한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의 브로맨스' 관련 이코노미스트의 분석 기사에 따르면, 시진핑은 트럼프 2.0 정부의 탄생에 지대한 공헌을 한 "퍼스트 버디"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공장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 있다는 약점을 이용해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공세의 자제를 유도하려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일부 중국 전문가들은 시진핑이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시진핑은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는 단독 회담 자리에는 오겠지만 이렇게 시선이 분산되는 취임식과 취임식을 계기로 만든 간소한 정상회담 자리에는 오지 않을 것 같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미국 외교팀이 자리를 잡고 이들의 공식 입장이 선 이후에 트럼프를 만나는 것이 실익이 있을 것입니다. 취임 하자마자 충분한 준비 없이 만나는 것은 피할 것입니다. 이번 취임식 초대에 응할지 말지 시진핑으로서는 고심하게 될 것입니다.
한국의 정치상황에 따라 한미일 공조는 당분간 작동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만 미·일·필리핀의 3국 공조는 제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3국은 도쿄에서 고위급 회담을 갖고 각국의 외교, 국방, 해양경찰 관계자들이 지금까지의 양자 협력을 점검하고 앞으로 3국이 함께 협력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필리핀은 내년에 자국에서 2차 고위급 회담을 개최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PADO 트럼프 특집: '미리보는 트럼프 2.0 시대']
일본과 미국은 한미일, 미일필리핀 등 두 가지 3국 회담을 통해 지역 협력을 강화하려 하고 있는데, 한국은 향후 국내 정치상황에 따라 한미일 3국 회담에 적극 참여할 수 없게 될 가능성도 있고, 이러한 3자 회담 방식을 트럼프가 계승하려 할지도 미지수입니다. 미국으로서는 한-미-일이라는 대중 1차 방어선, 미-일-필리핀이라는 좀 더 해양적 성격의 대중 2차 방어선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과 '함정 수 갭'이 커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제조업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한국, 일본, 그리고 지리적 중요성을 가지고 있는 필리핀과 협력을 강화해나가려 하는 것인데, 이러한 점에서 트럼프 차기 대통령도 바이든 행정부가 세운 이 기조를 이어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미국은 무엇보다 단독으로 서태평양의 제해권을 지켜줄 함정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