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7 15:09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파나마운하를 둘러싸고 강성 발언을 내놓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당일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훌륭한 중국군을 포함해" 모두가 즐거운 성탄절이 되기 바란다면서 "그들(중국군)은 파나마운하를 애정을 담아 불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미국이 주도해 파나마운하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미국 노동자 3만800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도 하면서 운행료를 낮추지 않으면 운영권을 되찾아가겠다고 했습니다. 트럼프가 계속해서 파나마운하 운영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이라는 정치적 해석과 현재 파나마운하 강수량 저하로 높아진 운행료를 낮추기 위한 협상카드라는 경제적 해석이 있는데, 현재로서는 양쪽 모두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우선 파나마는 미국의 국가이익과 뗄레야 뗄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미국은 군사적, 상업적 목적으로 남미와 중미를 가르는 콜럼비아의 지협을 '파나마'라는 이름으로 독립시켜 운하를 건설했습니다. 군사전략에는 '집중의 원리'라는 것이 있습니다. 군대가 분리되면 적에 의해 각개격파 당하기 때문에 반드시 힘을 하나로 모아 적을 각개격파해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로 클라우제비츠가 내세운 원리로 유명하지만 대부분의 군사전략자들이 동의하는 원리입니다. 미국 해군은 대서양과 태평양으로 나뉘어져 있고 양쪽으로 나뉘어져 있는 해군 세력은 남미 맨끝단에 있는 마젤란해협을 돌아서 겨우 만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빠른 현대식 함정이라도 일주일 이상 걸립니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함정의 피로도도 높아지는 불리한 여건입니다. 이 불리한 여건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 해군이 추진했던 것이 바로 중미의 파나마 지협 운하화입니다. 파나마운하를 이용하면 2~3일 안에 대서양과 태평양을 오갈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양쪽 함대가 하나로 합쳐질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상업적 이익도 있습니다. 철도가 아무리 발달해도 철도 비용은 선박 비용의 5배 이상이나 됩니다. 속도가 덜 필요한 대량 화물은 선박이 훨씬 쌉니다. 미국이 경제력 세계 1위로 올라서던 19세기말 군사적, 상업적 이익에 따라 파나마 지협 지역을 콜럼비아에서 독립시켰고 여기에 운하를 파고 운영권을 갖고는 그 주변지역에 미군을 주둔시켜왔습니다. 그러다가 1970년대 반제국주의 운동이 개도국에서 거세지고 소련도 이를 부추기면서 미국도 어쩔수 없이 파나마운하를 파나마공화국에 넘겨주게 됩니다. 수에즈운하는 전 세계 자본주의의 사활이 걸린 해상교통로라면 파나마는 무엇보다 미국의 사활이 걸린 해상교통로입니다. 미국으로선 그 어떤 비용을 치러서라도 꼭 지켜야 하는 곳입니다. 1989년 12월에 미국은 파나마를 침공해 파나마 실권자 노리에가 장군을 체포해 미국 법정에 세운 적이 있습니다. 미국의 국익이 침해된 경우 다른 곳은 몰라도 파나마는 그냥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였던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트럼프가 다른 곳은 몰라도 파나마에 대해서는 가장 강력한 군사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합니다.
파나마는 최근에 중국과 가까워져왔습니다. 2017년에 대만과 국교를 단절하고 중국과 국교를 맺었습니다. 그리고 파나마운하 지역과 그 이외 지역에 중국 정부와 기업들에 중요한 인프라 프로젝트를 맡겼습니다. 트럼프는 파나마운하가 미국의 "사활적" 국가자산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트럼프의 이런 말들을 운하 운행료를 낮추려는 트럼프의 '블러핑' 즉 협상카드로 보는 해석도 있습니다. 파나마운하는 도크에 물을 채워 배를 올리고 내립니다. 풍부한 수량이 있어야 이러한 도크 에스컬레이션이 원활해지는데 최근 기후변화로 강수량이 부족해지면서 이것이 어려워졌고 이에 따라 하루 통과할 수 있는 배의 숫자를 줄일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운행료의 급격한 상승으로 이어졌는데, 파나마운하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미국으로서는 타격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트럼프는 운행료를 미국에 한해서 낮추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어떤 해석이 옳든 파나마는 '원교근공'의 외교원리에 따라 중국에 접근하고 있고, 미국으로서는 파나마의 대중국 접근을 내버려 둘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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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덴마크의 자치령인 그린란드에 대해 "안전보장과 세계의 자유를 위해 미국이 그린란드를 소유, 관리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그린란드 자치정부 총리는 "그린란드는 사고파는 물건이 아니다"라고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캐나다 북동쪽에 있는 그린란드에는 미군 기지가 있고, 무엇보다 지구온난화로 북극권항로가 열리면 전략적으로 중요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곳입니다. 트럼프는 2019년에도 그린란드의 매수를 언급했던 적이 있었는데, 덴마크 정부는 거부의사를 밝혔습니다.
12월 24일, 루마니아에서 대통령선거가 치러졌는데, 여론조사에서 한자리 수 %에 머물던 '무소속' 후보 카린 조르제스쿠가 '대약진'을 보여 본 투표에서 1위가 되었고, 헌법재판소는 러시아의 선거 개입을 지적하며 선거 무효를 결정했습니다. 조르제스쿠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미국 군사기업의 조종"이 배후의 원인이었다고 주장하는 등 강한 친러 성향을 보여왔습니다. 루마이나의 정보당국은 틱톡 등에서 갑자기 이 무소속 후보가 가장 많이 본 영상에 오르고 이 후보 이름의 해시태그 검색이 세계 9위에 오르는 등 이상한 흐름이 감지되었다면서 러시아의 조직적 개입을 시사했는데, 이 무소속 후보를 응원하는 SNS상 문서들의 문장 중 일부가 올해 가을 이웃 나라인 몰도바에서 친러 후보를 응원할 때 사용하던 문구와 일치했다고 합니다. 러시아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증거 중 하나라는 것입니다. 루마니아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대선을 다시 치러야 하는데, 1위에 오른 이 친러파 후보의 후보자격을 박탈할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금년 초에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에 출마했던 제3당 민중당의 당수 커원저(柯文哲)가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현재 대만은 '여소야대' 상황이어서 민중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습니다. 대만에서는 8년간 타이베이 시장을 역임한 커원저에 대한 비리 의혹이 잇달아 언론을 통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집권 민진당 정부가 여소야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민중당을 압박하고 있는 것일 가능성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