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03 14:20
연말연초가 되면 각종 회식 자리 등이 줄줄이 잡히는 것처럼 각종 매체에서도 한 해를 결산하거나 이듬해를 예측하는 특집 기사들이 쏟아집니다. 어느덧 창간 2주년을 앞두고 있는 PADO도 2024년 한 해를 정리하는 특집을 마련했습니다.
2024년에 발행된 기사 중에서 화제성, 조회수 뿐만 아니라 기사가 갖는 의의를 더해 편집진이 꼽은 'PADO 2024년의 기사' 10개를 소개합니다.
유발 노아 하라리의 종말론적 비전
한국에서도 인기 높은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의 신간 '넥서스'에 대한 서평입니다만 책 자체보다는 하라리라는 저자의 성향에 대해 심도 있게 분석하고 있어 '넥서스'라는 신간보다는 하라리 자체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도 좋은 읽을거리입니다.
하라리는 AI 시대의 정보 네트워크가 가진 위험성을 역사적 관점에서 분석합니다. 그는 인쇄술의 등장이 과학혁명으로 이어졌다는 통설과 달리, 마녀사냥을 부추긴 사례도 있었음을 지적합니다. 나아가 그는 AI가 개인화된 콘텐츠로 사람들을 조종하고, 인류의 지배를 넘어설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오늘날 유튜브와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으로 인해 정치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는 상황을 떠올려 보세요. (기사 읽기)
[새로운 PADO 기사가 올라올 때마다 카톡으로 알려드립니다 (무료)]
해양력의 시대가 돌아왔다
이 기사는 새롭게 부상하는 해양 지정학의 현황과 도전과제를 분석합니다. 홍해에서의 후티 반군 공격, 대만 해협의 긴장,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해상 전투는 해양력이 다시 중요해졌음을 보여줍니다. 서방은 첨단 잠수함과 강력한 해군 동맹을 보유하고 있지만, 중국의 해군력 증강과 서방 해군의 전력 감소로 인해 해양 우위가 약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전시 물자 수송과 봉쇄 문제인데, 대만 유사시 중국의 봉쇄를 뚫고 물자를 수송하는 것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한 무인함정 등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해전의 양상이 변화하고 있어, 서방은 이에 대응한 해군력 증강과 사고방식의 전환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기사 읽기)
르네 지라르가 JD 밴스와 피터 틸의 사상에 미친 영향
트럼프를 필두로 하는 미국의 '대안 우파'는 독특한 지적 궤적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앞으로 그 중 중요한 한 갈래를 맡게 될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은 자신의 멘토인 피터 틸(페이팔, 팔란티어 창업자)과 함께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틸과 밴스는 지라르의 '모방적 욕망' 이론과 '희생양' 메커니즘을 통해 현대 사회를 비판하고 미국 대안 우파의 비전을 구축합니다. 틸은 이 이론을 기업가적 관점에서 해석하여 자유지상주의적 입장을 정당화하는 데 활용하고, 밴스는 이를 통해 사회적 문제의 구조적 책임과 개인적 책임을 조화시키려 합니다. 틸과 밴스 뿐만 아니라 미국 대안 우파의 주요 인물들이 다시 기독교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 또한 눈여겨볼 일입니다. (기사 읽기)
트럼프의 재선은 '소련 붕괴' 이래 최대의 역사적 격변
영국의 정치철학자 존 그레이는 이전부터 리버럴리즘의 몰락에 대해 많은 글을 썼는데 2024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승리는 리버럴한 세계 질서의 종말을 의미하며, 이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지속적 변화가 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리버럴리즘이 자기비판 능력을 잃고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채 도그마에 빠진 것이 스스로의 몰락을 자초했다고 진단합니다. (기사 읽기)
과학 초강대국이 된 중국
중국은 이미 과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고영향력 논문 생산량에서 미국과 EU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물리학, 화학, 지구·환경과학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이는 R&D 투자 확대, 최첨단 연구 장비 구축, 해외 유학파 과학자들의 귀국 장려 등 체계적인 전략의 결과입니다. 다만 저질 논문도 많이 생산하고 있으며, 생물학과 의학 분야는 아직 서구에 뒤처져 있고, 기초연구보다는 응용연구에 강점이 있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기사 읽기)
트럼프가 당선 직후 '한국 조선 협력'을 요청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앞으로 '해양력의 시대'가 다시 열릴 전망이지만 미국의 조선업 현실은 참담합니다. 미국은 2000년 이후 연평균 3척 미만의 선박만을 건조하여 세계 선박 건조의 0.2%에 불과한 반면, 중국은 전 세계 선박 건조량의 절반을 차지하며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대응하여 미국은 한국·일본과 같은 동맹국들의 투자 유치, 특수선박 분야 집중, 인력 양성 강화 등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으나, 중국과의 격차를 좁히기에는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기사 읽기)
만약 한국이 핵을 갖게 된다면?
PADO는 가급적 한국에 대한 기사는 다루지 않습니다. 독자들께 바다 너머를 보는 시각을 제시하는 것이 저희의 존재 의의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핵무장 문제에 대해서는 이코노미스트 같은 공신력 있는 매체에서 보는 관점을 소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한국에서 핵무장 논의가 주류화된 배경에는 북한의 핵위협 증가와 미국의 방위공약에 대한 불신이 있다고 봅니다. (트럼프의 재선으로 이러한 불신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원자력 기술과 미사일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빠른 핵무장이 가능하지만, 이는 국제적 제재와 중국의 보복, 한반도의 긴장 고조 등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핵무장 지지자들은 이것이 북한에 대한 억제력이 될 수 있다고 보지만, 반대자들은 오히려 더 위험한 군비경쟁을 촉발할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기사 읽기)
[PADO 트럼프 특집: '미리보는 트럼프 2.0 시대']
피터 틸은 민주주의에 흥미를 잃었다
페이팔과 팔란티어를 공동창업한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투자자인 피터 틸은 미국 정치에도 알게 모르게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이기도 했었고 우파 문화운동에도 많은 투자를 했죠. 하지만 틸은 2024년 대선에서는 어떤 정치인에게도 기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실망감과 함께, 민주주의 체제 자체에 대한 그의 근본적 회의를 반영합니다. 틸은 정부보다는 기술 혁신을 통해 문명의 진보를 이룰 수 있다고 믿지만, 현재 실리콘밸리의 혁신이 그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틸은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도 미국 정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입니다. (기사 읽기)
인문학의 기회는 대학 밖에 있다
PADO는 한국의 미래가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국제정세에 대해 알고 고민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믿습니다. 인문학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명한 문화평론가 테드 지오이아는 인문학의 미래가 대학이 아닌 일반 시민사회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저자는 스탠퍼드대학에서 가르친 자신의 경험을 통해, 일반 성인들이 대학생들보다 인문학을 더 깊이 이해하고 삶에 적용할 수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오늘날 IT 기술과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인문학은 인간성을 회복하고 보존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주장합니다. 저자는 19세기 산업혁명 시대의 낭만주의 운동처럼, 현재의 기술만능주의에 대한 반발로 새로운 인문학 부흥이 시민사회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이것이 인문학의 진정한 미래라고 전망합니다. (기사 읽기)
AI는 오히려 중산층의 재건을 도울 수 있다
노동경제학의 세계적인 권위자 데이비드 오터는 AI가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합니다. AI가 모든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과 달리, 오터는 AI가 인간의 전문성을 보완하고 확장하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 근거로 현재 산업화된 국가들의 노동력 부족 현상과, AI가 전문성을 대체하기보다 보완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연구 결과들을 제시합니다. 오터는 AI가 엘리트 전문가들의 독점적 영역이었던 의사결정 업무를 더 많은 노동자들이 수행할 수 있게 함으로써, 오히려 중산층 일자리를 복원하고 소득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흥미롭게도 이 기사는 에펨코리아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많이 읽혔습니다. (기사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