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북유럽 기업은 왜 이리 강할까?

레고, 노보노디스크, 이케아 등 유럽 최고 기업들은 북유럽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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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뉴스1

2025.01.10 14:50

The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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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많은 진보주의자들은 북유럽의 복지시스템을 동경합니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의 2024년 12월 30일자 기사는 북유럽의 스타 기업들에 주목합니다. 인구가 얼마 되지 않는 이들 나라에서 어떻게 세계적인 기업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가라고 질문합니다. 인구가 덴마크는 약 590만, 노르웨이가 550만, 스웨덴이 1000만, 핀란드가 555만 정도입니다. 한국의 경기도보다 작은 인구를 가진 이들 나라에서 세계 최대 가구기업인 이케아, 세계최대 완구업체인 레고, 세계적인 제약 회사인 노보노디스크 등이 나왔습니다. 기사에서 짚고 있는 몇 가지 성공 요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덴마크의 '노동 유연성'과 대부분 북유럽 국가의 '낮은 법인세'입니다. 덴마크는 유럽의 다른 나라들보다 노동자의 고용과 해고가 자유롭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북유럽의 튼튼한 복지시스템과 연동합니다. 실업 대책이 워낙 튼튼하니 노동자들도 실직과 이직에 대한 두려움이 적은 것입니다. 말하자면 자본주의적 탄력성과 사회민주주의적 복지가 한 쌍인 셈입니다. 북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해외시장에 크게 의존하는 작은 나라인 한국은 북유럽의 복지시스템과 함께 창의적 기업들이 활약할 수 있는 기업환경을 연구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도 그들의 진취적이고 단합된 '바이킹' 기업 정신을 배워야 합니다.


코펜하겐에 있는 "칼스빌라"의 1층 다이닝룸에서 손님들은 고전적인 조각상들로 장식된 매력적인 정원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아르누보 스타일의 집은 칼스버그(Carlsberg) 창립자의 아들인 칼 야콥센이 1892년에 지었다. 현재 이 집을 회의 장소로 사용되고 있는 이 맥주 회사는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 중 하나로 성장했다. 칼스버그의 현 CEO인 야콥 아아룹-안데르센은 칼스버그의 성공은 덴마크 기업들의 성공 방정식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한다. 어젯밤 저녁 식사 자리에서도 누군가가 자신에게 "어떻게 이렇게 작은 나라가 이렇게 많은 대기업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라고 질문했다고 한다.


덴마크뿐만이 아니라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도 마찬가지다. 북유럽의 네 주요 국가는 세계 GDP의 약 1%와 인구의 0.3%를 차지할 뿐이지만, 놀라운 대기업 목록을 만들어냈다. 레고는 매출 기준으로 세계 최대의 장난감 제조업체이며, 이케아는 가구 제조업체 중 최대일 뿐만 아니라 스웨덴식 미트볼 덕분에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큰 외식 체인이다. 북유럽은 기계(Atlas Copco), 통신 장비(Nokia와 Ericsson), 안전벨트(Autoliv), 엘리베이터(KONE) 등 모든 것을 선도하는 제조업체들의 본고장이다. 이 지역은 또한 세계 최대의 음악 스트리밍 회사(Spotify)와 최대의 선구매 후결제 서비스(Klarna)를 탄생시켰다. 체중 감량 약품의 선구자인 덴마크의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는 유럽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으로, 새로운 약물에 대한 실망스러운 임상 시험 결과로 인해 12월 주가가 하락한 이후에도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북유럽 기업들은 지난 10년 동안 유럽의 다른 지역 기업들보다 더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 네 나라의 비금융 상장기업들이 지난 10년 동안 유럽 평균보다 더 높은 주주 수익을 창출했다(차트1 참조). 현재 북유럽 기업들은 유럽의 가장 가치 있는 기업들로 구성된 'MSCI 유럽'의 약 13%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5년 전 10%에서 증가한 수치다. 이는 현재 독일 기업들의 비중과 비슷한 수준이다.

유럽의 대기업·중소기업 600개를 망라한 인덱스 STOXX 600 기업 중 기업 본사 위치를 기준으로 연간 중위 수익률을 비교한 차트. /그래픽=The Economist

유럽의 대기업·중소기업 600개를 망라한 인덱스 STOXX 600 기업 중 기업 본사 위치를 기준으로 연간 중위 수익률을 비교한 차트. /그래픽=The Economist


북유럽 기업들은 동종 산업의 글로벌 경쟁 기업들과 비교해도 우수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우리는 북유럽의 가장 가치 있는 상장 기업 20개를 주요 해외 경쟁사들과 다양한 지표를 통해 비교했다. 평균적으로 북유럽 기업들은 2023년 경쟁 기업군의 중위값보다 7%포인트 높은 영업 이익률을 기록했으며, 투자 자본 수익률은 5%포인트 더 높았다. 우리가 조사한 20개 기업 중 14개 기업은 경쟁사들과 비교했을 때 영업 이익(감가상각 전) 대비 부채 비율이 더 낮았다. 연간 매출 성장률은 경쟁사들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물론 모든 북유럽 기업이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배터리 제조업체인 노스볼트(Northvolt)는 최근 파산했으며, 노키아의 휴대폰 사업은 아이폰에 밀려 몰락했다. 북유럽의 성공에는 운이 작용한 측면도 있다. 이 지역은 목재와 철광석, (특히 노르웨이의 경우) 석유와 가스 등 방대한 천연자원에 접근할 수 있는 혜택을 누리고 있다. 그럼에도 북유럽 기업들의 뛰어난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요인은 무엇일까?


한 가지 요인은 북유럽 사업가들이 바이킹 조상들처럼 해외로 모험을 떠나는 성향을 지녔다는 점이다. 야콥 아아룹-안데르센 칼스버그 CEO는 "우리나라가 작다는 사실은 국제적인 시각을 필수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축복과도 같다"고 말했다. 데이터로 확인 가능한 북유럽의 가장 가치 있는 10대 기업들은 국내 매출 비중의 중간값이 2%에 불과하다. 이는 유럽 다른 국가의 기업들이 12%, 미국 기업들이 46%를 차지하는 것과 비교된다. 세계 최대의 보석 제조업체인 판도라(Pandora)의 최고재무책임자인 안데르스 보이어는 자사가 코펜하겐의 단일 매장에서 시작해 7~8년 만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설명한다. 현재 덴마크 시장은 판도라 전체 매출의 1%만 차지하고 있다.


두 번째 요인은 북유럽 기업들이 오랫동안 기술을 열정적으로 수용해왔다는 점이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레고의 창업자는 새로운 플라스틱 성형 기계를 사용해본 후 장난감의 주 재료를 목재에서 플라스틱으로 변경했다(해당 기계 도입에 당시 연간 매출액에 해당하는 비용이 들었다). 오늘날 이러한 정신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의 통계 기관인 유로스탯의 데이터에 따르면, 직원 수가 10명 이상인 유럽연합 기업 중 45%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에 반해 북유럽 4개국의 평균은 73%로, 유럽 내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기술에 대한 북유럽의 열정은 활발한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유럽 도시 중 스톡홀름은 런던, 파리, 베를린 다음으로 많은 벤처캐피털 투자를 유치하고 있지만, 인구는 이들 도시들보다 훨씬 적다. 헬싱키는 '앵그리버드'를 만든 로비오(Rovio)와 '클래시 오브 클랜'을 개발한 슈퍼셀(Supercell)을 포함해 게임 개발자들로 가득 차 있다. 현재 북유럽의 기업가들은 실패하더라도 풍부한 실업수당과 잘 작동하는 공공 의료 및 교육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 없이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


북유럽 기업들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세 번째 요인은 정부 정책이다. 북유럽은 높은 개인 소득세율로 풍부한 복지 시스템을 운영하지만, 기업 이익에 대한 세율은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매년 워싱턴에 위치한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은 경제자유 지수를 발표하는데, 관세율과 같은 지표로 시장 개방성을 평가하고, 규제 수준으로 기업 운영의 자유도를 측정한다.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은 모두 상위 10위권에 포함된다. 특히 덴마크는 근로자의 고용과 해고가 유럽 내 다른 국가보다 용이하며, 정부의 디지털화 정책은 비즈니스 환경을 더욱 간소화했다. 덴마크의 해운 대기업인 머스크(Maersk)의 CEO인 빈센트 클레르크는 "덴마크에서는 부가가치세 등록 번호를 하루 만에 받을 수 있다"고 말하며, 이 과정이 몇 달이나 걸리는 프랑스와 비교했다.


네 번째 요인은 장기적인 관점을 가진 주주들이다. 컨설팅 기업 맥킨지에 따르면, 북유럽 대기업의 80%는 장기적인 소유 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유럽 전체의 60%, 미국의 20%와 비교된다. 이 지역에서는 기업가 가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머스크와 레고는 각각 창립자인 몰러 가문과 크리스티안센 가문의 지배를 받고 있으며, 일상적인 경영은 외부 인사들이 맡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은행업으로 부를 축적한 발렌베리 가문이 아틀라스콥코(Atlas Copco)와 에릭슨(Ericsson) 같은 여러 기업에 큰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다른 주요 북유럽 기업들인 칼스버그와 노보노디스크는 비영리 재단이 경영권을 가지고 있다.



이 같은 소유 구조는 외국 기업들이 북유럽 기업들을 인수하는 것을 막아줌으로써, 기업들에게 성장할 시간을 더 많이 제공했다. 또한 기업들이 장기적인 성공에 투자하기도 수월하게 했다. 맥킨지에 따르면 북유럽 상장 기업의 80%는 서방의 다른 경쟁사들보다 연구개발(R&D)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한다. 노보노디스크 최고경영자 라스 프루에고르드 요르겐센은 자신이 10년 혹은 20년 후 회사의 모습을 설계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장기적 관점이 필수적인 이유는 북유럽 기업 모델이 향후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해외 시장에 의존하는 북유럽 기업들은 특히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노출되어 있다. 이미 일부 기업은 영향을 받고 있다. 2023년 러시아 정부는 칼스버그의 러시아 사업부를 몰수하고 "임시 관리" 대상으로 만들었다. 이후 칼스버그는 해당 사업부를 현지 직원 두 명에게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한편, 머스크는 후티 반군 미사일 공격으로 인해 홍해에서 선박과 컨테이너 터미널이 피해를 입었으며, 이에 따라 수에즈운하를 우회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며 시간과 비용이 증가했다.


해외 비즈니스 환경은 도널드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 동안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모든 국가에서의 수입품에 대해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위협이 실제로 시행될지는 불확실하지만―당선 이후 트럼프는 멕시코, 캐나다, 중국을 맹공격했다―, 무역에 대한 더욱 회의적인 정책 기조가 앞으로 미국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유럽 기업들에도 문제가 될 수 있는데, 가장 가치 있는 북유럽 10대 기업들은 매출의 약 3분의 1이 미국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상황을 헤쳐나가는 데에는 북유럽 기업들의 마지막 특성이 필요하다. 레고의 최고경영자인 닐스 크리스티안센은 북유럽 기업들이 성공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찰스 다윈의 말을 인용했다. "반드시 가장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은 아닙니다. 변화에 적응하는 자가 살아남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에 대비하는 전세계 기업들에게 이 지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유효하다.

1843년 창간돼 국제정세와 정치, 경제, 사회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는 영국의 대표적인 주간지. 정통 자유주의 성향의 논평, 분석이 두드러지며 기사에 기자의 이름(바이라인)을 넣지 않는 독특한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PADO가 가장 탐독하는 매거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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