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17 15:38
12월 중순, 두 그룹이 함께 이뤄낸 승리를 축하하며 한자리에 모였다. 바로 해방감에 젖어있는 암호화폐 업계와 미국 대통령 당선자인 도널드 트럼프의 가족이다.
12월 10일, 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비트코인 MENA(중동-북아프리카) 2024 콘퍼런스'에서 트럼프의 차남 에릭 트럼프가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었다. 업계 관계자들 앞에서 에릭 트럼프는 그의 아버지가 "가장 친(親)암호화폐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확신시켰다. 그는 두 운동(트럼프의 MAGA와 암호화폐)을 동일한 기득권 체제에 의해 희생되었던 존재라며 연결 지었다.
"기득권 체제의 비열함... 그들은 우리의 삶을 힘들게 만들었어요." 그는 미국 정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 공격이 없었더라면, 제 눈이 암호화폐 산업에 이렇게 열리지는 않았을 겁니다... 저는 여러분이 당하는 걸 봤습니다. 은행 계좌를 빼앗기는 걸 봤죠."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는 시작부터 암호화폐가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고, 최근 몇 년 동안 직면했던 수준의 규제가 사라지면서 주류로 들어가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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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산업은 대통령 당선자와 그의 가족이 암호화폐 관련 플랫폼인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에 개인적으로 투자하며,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와 함께 자신들에게 황금기를 열어줄 것이라 믿고 있다.
선거 운동 중 트럼프는 비트코인을 국가의 전략적 비축 자산으로 삼아 사실상 준비 자산으로 만들고, 암호화폐 자문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친암호화폐 기업인 폴 앳킨스를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수장으로 지명했다.
암호화폐 소유자들은 들떠 있다. 선거 한 달 뒤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10만 달러(1억4000만원)를 돌파하자, 에릭 트럼프는 아침 6시에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이 소식을 전했다. 두바이에서는 "BTC 100K THANKS TRUMP"(비트코신 10만, 감사해요 트럼프)라는 문구가 스프레이로 칠해진 노란색 람보르기니가 거리를 질주했다.
26세의 오스트리아인 디디 슈타이너는 자신의 첫 군대 급여로 비트코인을 구매했다. 그는 트럼프가 비트코인을 준비 자산으로 고려하는 것에 대해 "어마어마한 호재"라고 말했다.
"비트코인은 희소성이 있기 때문에, 국가, 기업의 구매 압력이 어마어마할 수 있습니다"라고 슈타이너는 (비트코인 컨퍼런스가 열리는) 아부다비의 태양을 피하기 위해 빨간 "MAKE BITCOIN GREAT AGAIN" 모자를 쓴 채 말했다. "트럼프와 함께라면 우리는 더 빨리 꿈을 실현할 수 있을겁니다."
암호화폐의 부활은 극적인 전환을 보여준다. 2년 전, 샘 뱅크먼-프리드의 거래소 FTX 붕괴로 인해 비트코인 가격이 1만 6천 달러로 폭락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 산업에서 등을 돌렸던 시점과 비교해보면 더욱 그렇다.
[PADO 트럼프 특집: '미리보는 트럼프 2.0 시대']
"이건 거의 신화적이고 기적적인 반전입니다. 2024년 초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입니다." 반더빌트 대학교 법학대학원 부학장 예샤 야다브는 이렇게 말했다.
친암호화폐 행정부는 기록적인 자금 유입, 더 많은 거래, 기관 자금 유치를 촉진할 수 있다. 전통 금융업체들은 규제 기관에 걸리는 것에 대한 걱정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암호화폐 산업은 범죄자들이 모여들고 온라인 사기를 도왔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 분야의 많은 경영진은 최근 몇 년 동안 민사 소송을 당하거나 감옥에 수감되었다. 그런 점에서 미국 정부, 그리고 어쩌면 월스트리트의 암호화폐 포용은 결국 일반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들이 다시 피해를 입을 위험성을 높인다.
"주류 편입 확대와 규제 완화의 조합이 너무 걱정됩니다"라고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 연구원 에스와르 프라사드는 말했다.
더 많은 투자자들이 변동성이 큰 이 시장으로 다시 끌려들어오면서 암호화폐가 전통 금융 시스템과 점점 더 얽히게 된다면, 가격 폭락의 영향은 이전의 암호화폐 하락보다 훨씬 더 치명적일 수 있다.
"암호화폐 산업이 단순히 부활한 것만이 아니라, 이제 제도화될 것입니다"라고 반더빌트대의 야다브는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 임기 내내 암호화폐 업계는 미국 당국에 의해 악마 취급을 받은 기분을 느꼈다.
게리 겐슬러의 지휘 아래―아부다비 비트코인 콘퍼런스에서 그의 이름이 나오자 청중들 사이에서 '우~'하는 야유 소리가 들렸다―미 증권거래위원회는 기업들이 금융 시장을 규율하는 기존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규제 당국은 코인베이스(Coinbase)와 크라켄(Kraken) 같은 거래소, 소프트웨어 회사 컨센시스(Consensys), 결제 회사 리플(Ripple)을 포함한 주요 암호화폐 회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주로 이들이 미등록 증권을 판매했다는 혐의로 고발했다. 미국 법무부와 기타 당국도 여러 회사들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했다.
"트럼프 하에서 이런 일은 당장 중단될 겁니다"라고 스텝토(Steptoe)의 파트너이자 전 SEC 고문이었던 코이 개리슨은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겐슬러를 해임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말한 후, 겐슬러는 트럼프의 취임일에 사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은 업계의 환호를 받았다.
"이것은 여러모로 새로운 시작입니다"라고 여름에 소송을 당한 컨센시스의 선임 고문 빌 휴스는 말했다. "지난 행정부는 암호화폐에 대해 초토화 전략을 취했어요"라고 덧붙이며, 트럼프의 당선은 "지금의 매우 적대적인 방식에서 일관되고 시장 친화적인 태도로의 진화를 의미합니다"라고 말했다.
암호화폐 업계 CEO들은 트럼프 끌어들이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크리스 마르잘렉(Cris Marszalek) 암호화폐 거래소 '크립토닷컴'(Crypto.com)의 대표는 플로리다에서 트럼프를 가장 최근에 만난 인물이다.
암호화폐 지지자들은 트럼프의 발언뿐만 아니라 그의 측근들의 견해에도 흥분하고 있다. 이들 중 다수는 디지털 화폐를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2002년부터 2008년까지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을 역임한 폴 앳킨스는 블록체인 회사 시큐리타이즈(Securitize)와 암호화폐 거래그룹 디지털체임버(Digital Chamber)의 자문위원회에 속해 있다.
트럼프의 상무부 장관 지명자인 하워드 루트닉(Howard Lutnick)은 스테이블코인 대기업 테더(Tether)와 깊은 연관이 있는 월스트리트 회사 캔터피츠제럴드(Cantor Fitzgerald)를 이끌고 있다. 트럼프의 재무부 장관 후보인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는 "암호화폐는 자유를 의미한다"고 말하며 디지털 자산 산업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트럼프의 가장 가까운 조언자 중 한 명이자 오랜 암호화폐 지지자인 일론 머스크는 새로운 자문기관인 정부효율성부(DOGE)를 이끌고 있다. 이 부처의 이름은 밈코인 도지(Doge)를 암시하는 것이다.
한편, 벤처 투자자인 데이비드 삭스는 자문 역할로 암호화폐와 인공지능 관련 노력을 이끌 예정이다.
"[삭스는] 뭔가를 만들어낼 줄 알고 정책을 이해합니다"라고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니(Gemini)의 공동 설립자 타일러 윙클보스가 말했다. "그는 암호화폐에 아주 초기부터 참여했고, 미국을 친기업적, 친혁신적, 친암호화폐적으로 만들기 위해 트럼프를 지지했습니다."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모두 우리 산업을 좋아한다면, 좋은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할겁니다"라고 암호화폐 그룹 갤럭시(Galaxy)의 설립자 마이크 노보그라츠가 말했다.
워싱턴에서 암호화폐를 받아들이는 새로운 태도는 우연이 아니다. 트럼프의 당선은 워싱턴과 미국 전역에서 협력적인 정치인의 승리를 확보하기 위해 몇 달간의 타겟팅 로비 활동과 수억 달러의 투자가 만들어낸 결과다.
벤처캐피털 기업 안드레센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와 세쿼이아 캐피털(Sequoia Capital)의 테크 부문 거물들은 크라켄(Kraken)의 공동 설립자 제시 파월, 제미니의 타일러 윙클보스와 그의 쌍둥이 형제 캐머런과 함께 트럼프 선거캠프에 기부했다.
코인베이스(Coinbase), 리플(Ripple), 안드레센호로위츠는 친암호화폐 단체 페어셰이크(Fairshake)의 펀딩을 주도했고, 이는 이번 미국 선거기간 동안 가장 큰 슈퍼팩(Super PAC, 대형 선거자금 후원조직) 중 하나로 성장해 기부받은 모금액 1억7천만 달러 중 약 1억3천5백만 달러(1조 원)를 선거후원금으로 사용했다.
기부금은 벤처캐피털 회사 패러다임(Paradigm), 멀티코인 캐피털(Multicoin Capital), 스테이블코인 운영자 서클(Circle), 캐시 우드의 아크(Ark), 시장조성자 컴벌랜드(Cumberland)와 점프 크립토(Jump Crypto) 등에서 나왔다. 이는 페어셰이크의 뒷배가 얼마나 두텁고 넓은지를 보여준다.
코인베이스가 지원하는 로비 그룹 '스탠드 위드 크립토'(Stand With Crypto)는 이번에 친암호화폐 의원 294명이 당선된 것을 축하했다. 반(反) 암호화폐 의원은 134명이 당선됐을 뿐이다. "페어셰이크는 그 존재 가치를 증명했습니다"라고 리플의 법률 고문 스튜어트 앨더로티가 말했다.
페어셰이크의 대변인 조쉬 블라스토는 이 단체의 작업이 "의회의 친암호화폐 규제를 승인하는 능력에 명확하고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단체는 반암호화폐 정치인을 표적으로 삼았지만, 광고 중 디지털 화폐를 직접 언급한 경우는 드물었고, 대신 국경 안전 같은 이슈에 초점을 맞췄다. 이 단체는 이미 2026년 중간 선거를 준비하고 있으며, 리플로부터 새로 2천5백만 달러를 포함해 7천8백만 달러를 모금했다.
이들의 캠페인은 종종 '낡고 지친 기득권 체제'에 맞서 싸우는 '경제적, 개인적 혁명'을 위한 전투로 표현되며, 이는 암호화폐가 변혁적인 힘으로 인식되기를 바라는 목표를 반영한다.
"누가 미국에서 암호화폐를 수호할 것인가?" '스탠드 위드 크립토' 웹사이트의 문구다.
이제 자금이 투입되었고, 친암호화폐 정치인들이 선출된 지금, 암호화폐 업계 경영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목표를 실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업계는 많은 사람들에게 큰 돈을 지불했고, 그 대가를 기대할 겁니다"라고 아메리칸대학교 워싱턴법학대학(워싱턴 DC 소재) 교수 힐러리 앨런이 말했다.
최우선 목표는 친암호화폐적인 증권거래위원회 구성이다. 앳킨스의 지명은 암호화폐 업계에서 환영받았으며, 그는 이 산업을 잘 이해하고 별도의 디지털 자산 규정을 만드는데 호의적인 사람으로 평가된다.
"그는 확실히 이 산업을 이해합니다"라고 2019년부터 앳킨스와 함께 일해온 시큐리타이즈의 최고경영인 카를로스 도밍고스가 말했다. "폴(앳킨스)은 규제 간소화의 옹호자였어요… [그는] 경청하고 피드백에 따라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며, 이 산업에 대한 적대감이 없는 사람입니다."
도밍고스는 증권거래위원회 내부 분위기가 이미 바뀌었다고 말했다. 12월에 몇몇 위원들을 만난 뒤 "분위기가 매우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당신의 문제가 무엇인가요?', '우리가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나요?'라는 식이에요."
“새로 들어오는 행정부는 잘못된 암호화폐 정책 결정을 되돌릴 기회를 갖고 있으며, 특히 '초크포인트 2.0'과 같은 정치적 동기로 시작한 규제 결정을 바꿀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어떤 암호화폐 토큰이 증권으로 간주되어 미국 법률에 따라 규제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규칙을 원하며, 대체로 모든 암호화폐 토큰이 증권으로 간주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경영진은 "따를 수 있는 명확한 규칙"을 원하며, 이를 통해 "강제집행 조치를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얻기를 바란다. "암호화폐 보유자들에게는, 이 기업들이 준수하는 기본적인 보호 기준이 있다는 이점이 생깁니다"라고 개리슨은 말했다.
암호화폐를 더 주류로 밀어 넣기 위해, 열성 지지자들은 'SAB 121'(암호화폐 회계처리 및 공시) 규정을 폐지하는 데도 열의를 보이고 있다. 이 규정은 고객을 위해 디지털 토큰을 보유하는 기관이 이를 자신의 대차대조표에서 부채로 처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보관된 자산은 일반적으로 대차대조표 외 항목으로 간주되므로, 이 규정은 월스트리트 대형 은행들과 펀드매니저들이 디지털 토큰을 보유하는 것을 꺼리게 만들었다. 지지자들은 이 규정을 폐지하면 그들이 토큰 보유에 더 개방적이 되어 월스트리트에서 암호화폐를 더 널리 수용하는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길 바라고 있다.
의회는 2024년 여름 이 규정을 폐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제 암호화폐 업계는 트럼프가 규정을 폐지하고 대기업들이 시장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은행 서비스에 대한 접근권 확보도 또 다른 초점이다. 암호화폐 기업들은 미국 주요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데 대해 강력히 비판하며, 이를 "작전명 초크포인트 2.0(초크포인트는 숨쉬는 것을 압박하는 부위를 의미)"이라고 부르며, 대형 대출기관을 자신들에게 적대적으로 만든 바이든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새로 들어오는 행정부는 잘못된 암호화폐 정책 결정을 되돌릴 기회를 갖고 있으며, 특히 '초크포인트 2.0'과 같은 정치적 동기로 시작한 규제 결정을 바꿀 수 있습니다"라고 코인베이스(Coinbase)의 최고법률책임자인 폴 그리왈은 말했다. 그의 회사는 2022년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로부터 받은 편지 일부를 공개했는데, 이 편지에서 대출기관들에게 "모든 암호화폐 자산 관련 활동을 중단하라"고 요청했다.
한편, 각국의 법정 통화에 연동되는 디지털 토큰인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을 규율하기 위한 새로운 법안도 논의되고 있다. 경영진들은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을 규제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마련되길 바라고 있다. 영국의 디지털 자산 데이터 회사 CCData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2천억 달러(약 290조원) 이상으로 급증했다.
"법적 공백을 메우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라고 스테이블코인 운영업체 서클(Circle)의 글로벌정책 책임자인 단테 디스파르트는 말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까지 다루는 유럽연합(EU)의 획기적인 암호화폐 법안이 2025년 시행될 예정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디지털 달러는 미국보다 유럽에서 더 명확한 법적 지위를 가질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국제적인 공백을 허용하는 '미국 우선' 행정부를 상상할 수 없습니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규제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대규모 전통 자산 관리사들이 암호화폐에 몰려들 가능성에 투자자들이 흥분하고 있다. 이는 암호화폐를 주류로 밀어 올릴 것이기 때문이다.
"암호화폐는 일부 열성가만을 위한 자산에서 이제 정부 관리들과 정치인들이 이를 주류로 인정하고 지지하는 자산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라고 반더빌트대의 야다브는 말했다.
사실, 주류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작년에 증권거래위원회는 현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상장지수펀드(ETF)의 출시를 승인했다. 이는 규제를 받는 상품으로서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토큰의 가격변동에 올라타기 위해 돈을 쏟아부었다.
가장 큰 펀드인 블랙록(BlackRock)의 비트코인 펀드는 자산 규모가 거의 600억 달러(약 87조원)에 이르렀다. 다른 지역들도 뒤따랐고, 홍콩은 지난해 4월 자체 비트코인 ETF를 출시했다.
위스콘신주 투자위원회와 미시간주 퇴직시스템을 포함한 연금펀드들도 이미 펀드를 통해 비트코인을 보유하기 시작했다고 문서들이 보고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10만 달러를 돌파하자, 시장에서는 FOMO(fear of missing out: 기회를 놓칠까 하는 두려움)가 생겨났고, 그동안 관망했던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다시 시장으로 몰려들었다.
"제도화는 이미 시작되었으며, 2025년으로 접어들수록 그 모멘텀은 더 강해질 것입니다"라고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Binance)의 CEO 리처드 텡은 말했다.
2022년 거래소 FTX의 붕괴로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했을 때, 주로 피해를 입은 것은 일반 투자자들과 FTX를 지원한 벤처캐피털 회사들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더 많은 기관들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에서 우호적인 감독관들이 등장하면서 암호화폐 지지자들은 완화된 규제가 월스트리트 은행, 연금 펀드, 헤지펀드 등을 대규모로 시장에 끌어들이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는 수십억 달러를 시장에 투입하고 암호화폐 가격을 더욱 높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큰 위험을 동반한다.
"현재 증권거래위원회가 상대적으로 강한 [감독]을 유지해왔다는 사실이 확실히 제약 요소입니다"라고 브루킹스의 프라사드는 말했다.
"암호화폐 산업이 원하는 것은 정부 감독을 받는 것이지만, 그 감독이 매우 약하게 유지되는 것입니다. 그래야 그들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는 훨씬 더 광범위한 채택을 장려할 수 있게 해줍니다."
스테이블코인은 특히 토큰을 뒷받침하는 미국 국채의 규모를 고려할 때 체계적인 금융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대규모 인출 사태가 발생하면, "전통 금융 시스템의 여러 부분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일련의 사건을 촉발할 수 있다"고 프라사드는 말했다. 대형 자산 운용사와 소매 투자자들은 다음 경제 침체 국면에서 상당한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세계의 규제 당국과 중앙은행들도 이를 인식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비트코인이 언젠가는 붕괴할 투기적 거품이라고 주장합니다"라고 유럽중앙은행(ECB) 관계자들은 최근에 썼다.
암호화폐가 전통 금융 시스템과 점점 더 얽히게 되면서, 가격 붕괴에서 비롯된 취약점이 "전통 금융 시장으로 더 강력한 파급 효과를 만들어내고 금융 시스템 전체에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고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최근 검토 보고서에서 밝혔다.
"제가 우려하는 점은 이것이 더 통합됨에 따라, 2008년 문제가 됐던 모기지 연계 자산에서 훨씬 더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로 갈아타는 것이 됩니다"라고 아메리칸대의 앨런은 말했다. "모기지 담보 증권은 그래도 어딘가에 실제로 주택과 연관이 있었지만, 암호화폐 자산은 허공에 만들어진 것에 불과합니다"라고 그녀는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감시를 벗어난 대안 금융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욕망에서 태어난 이 산업이, 이제는 아마도 가장 큰 기득권 세력인 미국 정부에 의해 받아들여졌다는 사실에 기뻐하고 있다는 점에 역설적인 요소도 존재한다.
"가격을 국가가 지원하는 제도화가 밀고 있습니다. 이는 엄청난 아이러니입니다"라고 반더빌트대의 야다브는 말했다.
트럼프 2.0 출범을 맞아 세계 금융권에서 가장 큰 관심사항 중 하나가 암호화폐입니다. 트럼프는 지난 대선 선기기간 중 자신이 친암호화폐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암호화폐 보유자들의 표심을 의식한 발언이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는데, 파이낸셜타임스(FT)의 2025년 1월 2일자 '빅리드' 심층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캠프와 암호화폐 업계 사이의 협력이 꽤 체계적으로 진행되어 왔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선거자금도 엄청난 규모로 후원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미국의 전통산업과 제조업의 부활을 꿈꾸는 트럼프로서는 암호화폐가 국제화폐로서 달러가 맡고 있는 역할의 일부를 대신해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종이로 찍어내는 달러가 국제화폐가 되기 위해서는 무역적자 메커니즘을 통해 달러가 해외로 흘러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즉 종이 화폐를 통용시킬 수 있는 '달러 패권'이라는 힘에는 무역적자, 국내산업 공동화라는 그림자가 생기게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메커니즘의 부담을 암호화폐가 일부 맡아준다면 미국의 무역적자가 줄어들고 국내산업이 살아날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의 '암호화폐 지지'는 단순한 정치적 레토릭이 아니라 정치경제학적 이해에 기반해 있을 수 있습니다. 선거기간 중 맺어진 암호화폐 업계와의 돈독한 동맹관계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향후 암호화폐는 가장 중요한 국제적 논의사항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