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17 15:27
바이든은 퇴임을 앞두고 방송된 고별연설에서 "오늘날 부(富)의 지배 체제가 미국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부자들의 엄청난 부와 권력과 영향력이 우리의 민주주의, 기본권, 자유를 위협하고 있습니다"고 경고했습니다. 실명을 들진 않았지만 일론 머스크 같은 억만장자, 조만장자들이 트럼프와 손잡고 미국 민주주의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지난번 대선에서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매입해 활용하고, 가장 중요한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에서 현금을 뿌리는 등 개입을 했고, 다른 실리콘밸리의 테크 부호들도 트럼프 캠프에 거액의 헌금을 한 점을 의식한 발언입니다. 여기서 '부의 지배체제'라고 번역한 말의 원어는 'oligarchy'였습니다. 이 단어는 과거 소련이 해체되는 과정에 국영기업들을 불하받는 방식 등을 통해 억만장자가 되었던 '올리가르히'를 연상시키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트럼프가 푸틴과 가까우니 '미국에도 독재자 트럼프와 손잡은 올리가르히들이 판치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보입니다. 바이든은 테크 부문의 억만장자들이 권력을 잡게 되는 것을 과거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사용했던 '군산복합체' 표현을 차용해 "테크산업복합체"(tech-industrial complex)라고 불렀습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측근 중 한명인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일론 머스크를 공개 저격하며 "백악관에서 쫓아내겠다"고 거친 발언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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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최근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와 인터뷰에서 "나는 취임식까지 일론 머스크를 쫓아낼 것이며 그는 백악관에 아무 때나 접근할 수 있는 '블루패스'를 갖지 못하고 여느 보통사람처럼 될 것"이라면서 "그는 사악한 사람이다. 그가 대선 당시 자금을 많이 지원했기에 참아왔지만 더 이상은 못 참겠다"고 했습니다.
배넌은 또 "그는 (출신지인) 남아공으로 돌아가야 한다. 왜 전 세계에서 가장 인종차별적인 백인 남아공 사람이 미국 일에 관여하도록 내버려두고 있나"고도 했습니다. 그는 머스크를 직접 거명하며 "그의 유일한 목표는 조만장자가 되는 것"이고 "부의 축적, 부를 통한 권력이 그가 목표로 하는 것이다. 이 나라의 노동자들은 그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트럼프 2기 정권 탄생에 기여한 '공신' 그룹은 크게 2개로 나눠지는데, 하나는 MAGA 그룹이고, 다른 하나는 실리콘밸리 억만장자 그룹입니다. 전자는 러스트벨트의 가난한 백인노동자 계층을 대변하는데 대표적인 인물이 차기 공화당 대통령 후보 지명 가능성이 높은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이고, 이 MAGA 그룹은 문화사회적으로는 우파적이지만 경제적으로는 좌파적 성향도 있습니다. 스티브 배넌도 이 그룹 사람으로 꼽힐 수 있습니다.
이들 MAGA 그룹과 결이 완전히 다른 두번째 그룹은 실리콘밸리 억만장자 그룹인데, 이들은 무정부주의에 가까운 신자유주의 경향을 갖고 있습니다. MAGA 그룹이 세계화에 반대하는 반면, 이들 실리콘밸리 그룹은 테크 주도의 세계화에 적극적입니다. 트럼프 정부는 향후 이 양 그룹의 권력투쟁으로 시끄러울 것으로 보이며, 차기 대통령 후보를 놓고 격돌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퇴임을 몇일 앞두고 중요한 조치를 취했습니다. 첫째, 쿠바를 북한, 이란 등이 포함되어 있는 '테러지원국' 리스트에서 뺐습니다. 쿠바는 눈에 띄지 않지만 개혁개방의 길로 나서고 있고, 북한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국교수립을 단행하기도 했습니다. 첫 번째 임기 때 쿠바를 이 '테러지원국' 리스트에 포함시켰던 트럼프가 취임후 다시 리스트에 포함시킬 수도 있습니다. 둘째, AI 관련 반도체 칩의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단행했는데, 무엇보다 AI 기술에서 빠르게 미국을 따라잡고 있는 중국의 개발역량을 약화시키겠다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6주간 휴전이 합의되었습니다. 아직 국내 절차가 남아 있지만, 예정대로라면 1월 19일(일요일)에 발효됩니다. 이스라엘 내각의 일부 강경 우익 장관들은 이 합의에 항의해 사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번 휴전 합의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모두 자신의 공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협상에는 "전례없이" 현직 대통령인 바이든쪽 인사와 차기 대통령인 트럼프쪽 인사가 함께 참여했습니다. 그래서 양쪽 모두 자신의 공이라고 주장할 근거는 있습니다. 지금까지 1000여 명의 이스라엘 사람과 몇 만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이 사망했습니다. 이번 휴전이 발효할지, 6주 이후에도 연장될지는 하마스, 이스라엘,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에 달려 있게 됩니다.
[PADO 트럼프 특집: '미리보는 트럼프 2.0 시대']
마크 저크버그 메타 CEO가 지난 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팩트 체킹'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번에는 이른바 DEI(다양성, 평등, 포용) 정책을 축소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는 남자화장실에 비치되어 있는 탐폰 등 여성용품을 치우라고 지시했고, 메타가 더욱 "문화적으로 중립적인" 기업이 되어야 하며, 더욱 많은 "남성적 에너지"가 필요하다고도 말했습니다. 트럼프 취임을 앞두고 저크버그가 트럼프에게 우호적인 메시지를 계속 내놓고 있습니다.
미 의회가 2024년 4월에 초당적 합의를 통해 중국 소셜미디어 앱 틱톡(TikTok)의 미국내 서비스를 중단시키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그 서비스 중단 시한이 미국 시간으로 이번 주 토요일 자정(24:00)입니다. 현재 미국의 젊은 세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중 하나인 틱톡이 미국내 서비스를 중단한다면 사용자들의 편익에 타격을 줄 것이며, 또한 영상을 올린 크리에이터들의 생계도 위협할 수 있습니다. 미국 정치가들은 역풍을 우려하고 있어서 중국 정부가 미국인들의 사생활을 염탐할 수 있다는 우려만 제거해내고 틱톡이 계속 서비스를 하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시간이 없다는 것입니다. 틱톡의 미국내 서비스 중단 시한은 미국 시간으로 토요일 자정(24:00)이고, 트럼프 차기 대통령의 임무 개시 시점은 월요일(1월 20일) 정오(12:00)입니다. 그러니까 틱톡 서비스 중단과 트럼프 대통령 임기 개시 사이에 36시간의 시차가 있습니다. 바이든 정부쪽에서는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차기 트럼프 정부에서 알아서 하라는 입장입니다. 틱톡 서비스를 살려놓으려는 쪽에서는 미 연방대법원에 틱톡 금지 법안의 '위헌성'을 물었는데, 현재로선 연방대법원의 입장은 '합헌'이라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방법은 바이든이든 트럼프든 대통령이 법적으론 금지되지만 그 위반에 대해 처벌하진 않겠다는, 즉 법률적으로는(de jure) 금지지만 사실상은(de facto) 허용한다는 메시지를 구글(안드로이드), 애플(iOS), 오라클(미국내 틱톡 운용)에 보내는 것인데, 눈 감아 줄테니 알아서 틱톡을 서비스하라는 것입니다. 문제는 위법에 대한 보호가 법적으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이들 기업들이 불안해 하며 이런 방식을 못 받아 들일 것이라는 점입니다. 틱톡 금지 법안에 따르면 중국 바이트댄스가 틱톡의 미국사업을 안전한 곳에 법적으로 확실하게 매각해버리면 금지를 풀어줄 수 있다고 합니다. 얼마전에 일론 머스크에게 팔 수 있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실현되지 않았고, 시한이 코앞에 와있는 현재로선 매각이 어렵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과거엔 틱톡 금지론자였는데, 이번 대선 과정에선 우호적인 쪽으로 바뀌었습니다. 어쩌면 36시간의 '먹통'을 겪은 후 서비스가 재개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편 최후의 노력을 하려는 것인지 틱톡의 추 쇼우즈 최고경영자는 일론 머스크, 제프 베이조스(아마존), 선다 피차이(구글), 팀 쿡(애플), 샘 올트먼(오픈AI), 마크 저커버그(메타) 등 미국 테크 업계 거물들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틱톡 서비스를 살리려는 최후의 노력입니다.
2024년 중국의 수출이 급등했고, 무역 흑자 증가율이 21%를 기록했습니다. 무역 흑자의 3분의1은 대미 무역에서 나왔습니다. 미국의 무역적자를 무엇보다 싫어하는 트럼프의 취임 직전에 이런 무역통계가 나왔는데, 수출 밀어내기로 국내 내수 침체를 보완해야 하는 중국으로서는 미중 무역갈등이 예상되었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어느 나라든 대체로 위정자들은 내정(內政)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급한 불부터 꺼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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