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24 15:18
트럼프가 미국 47대 대통령으로 취임했습니다. 그는 취임 첫날부터 엄청난 변화를 예고했습니다. 그는 취임 연설에서 "상식(common sense)의 혁명"을 이야기했는데, 이는 그와 MAGA 지지자들이 평소 '현실과 유리된 도회지 출신 엘리트'가 지배하는 민주당을 비판할 때 사용하던 표현입니다. 트럼프는 취임하자마자 바이든 행정부의 78개 대통령령을 "역사상 최악의 정권에 의한 파괴적이고 과격한 내용"이라면서 일괄 철회했습니다.
그가 서명한 행정명령 중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이민자 나라' 미국의 정체성을 결정해온 법 원칙 중 하나인 '출생지주의'(속지주의) 국적(시민권)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일 것입니다. 물론 이는 결국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가서 합헌성을 다퉈야 할 중대사안입니다. 국가를 하나의 사회계약으로 볼 때, '누가 우리인가'(Who are we?) 즉 사회계약 당사자의 범위를 정하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고, 이것이 결정된 이후 '우리는 어떻게 조직될 것인가'라는 상대적으로 부차적입니다. 따라서 지금까지 미국이라는 나라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규정해온 국적 '출생지주의'(정확히는 부모가 미국인인 경우엔 속인주의, 외국인인 경우엔 속지주의/출생지주의가 적용되므로 국적 부여 범위가 '합집합'으로 최대입니다.)
트럼프는 남부 국경에 대해 비상사태를 선언했고, 곧이어 미국 정부는 이곳에 약 1500명의 미군병사를 추가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 마약카르텔을 해외 '테러조직'으로 지정했습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바이든이 도입했던 전기자동차(EV) 보급정책도 철회했고, 미국 연안의 새로운 석유 및 가스 채굴을 금지했던 각서도 취소했습니다. 연방정부 개혁과 관련해서는 일론 머스크가 공동 수장으로 지명된 '정부효율성부'를 신설했고, 연방 공무원들의 재택근무를 금지했습니다. 그리고 틱톡(TikTok)에 대해서는 미국내 서비스 종료를 75일간 유예했습니다. 이 75일 안에 미국 내 서비스를 중국 정부와 무관한 곳에 매각하라는 것입니다. 국제관계에선 지난반 팬데믹 당시 트럼프와 마찰이 있었던 세계보건기구(WHO)를 탈퇴하고 기후변화를 둘러싼 국제 협력을 약속한 2015년 파리협정에서도 탈퇴할 것을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2021년 1월 6일에 발생했던 연방의회 난입 사건 연루자 약 1500명을 사면했습니다.
또 알래스카 주에 있는 북미 최고봉 '데날리(Denali) 산'을 옛날 이름인 '맥킨리(McKinley) 산'으로 되돌렸고, '멕시코만'이라는 이름을 '아메리카만'으로 개칭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데날리-맥킨리 산의 이름 변경 문제는, 데날리가 원주민들이 부르는 이름이고 맥킨리는 1896년 금광을 찾던 사람이 당시 윌리엄 맥킨리 미국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이 산에 '맥킨리'라는 이름을 붙인 것에서 연유하는데, 알래스카 원주민들이 자기들과 무관하게 이름 붙여진 것에 대해 오랫동안 항의해왔었습니다. 이런 논쟁이 진행되고 있던 와중에, 2015년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미 지질조사국을 통해 산의 이름을 '데날리'로 공식 변경하도록 했습니다. 알래스카 원주민들의 문화적, 역사적 정체성을 존중한다는 명분이었습니다. 트럼프는 이런 변경을 좌파적 수정주의로 보며 '맥킨리'로 되돌린 것입니다. 트럼프의 눈에는 PC(정치적 올바름)주의 내지 워우키즘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좌우파의 '문화전쟁'이 현재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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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바이든이 임기 마지막 주에 쿠바를 테러지원국 명단에 뺐는데, 트럼프는 취임 첫날 쿠바를 테러지원국 명단에 복귀시켰습니다.
트럼프 취임에 맞춰 미국내 투자 약속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습니다. 21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챗GPT 개발사인 오픈AI, 일본의 소프트뱅크, 미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오라클이 미국 AI(인공지능) 산업에 최소 5000억 달러(약 718조원)을 투자해 새로운 AI 기업인 '스타게이트'를 설립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트럼프는 투자를 발표하면서 이것이 "중국이나 다른 나라, 특히 중국에 갔을 돈"이었다고 말했는데, 자신이 미국내에 투자하도록 했다는 뜻입니다. 트럼프는 비상권한을 통해 미국내 AI공장 설립과 공장 운용에 필요한 전력 공급을 용이하게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 기자회견에는 샘 올트먼(오픈AI), 손정의(소프트뱅크), 래리 엘리슨(오라클)이 참석했습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전화회담을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가졌습니다. 트럼프 외교정책에서 사우디가 차지하는 위상을 잘 설명해줍니다. 이 통화에서 빈살만은 4년간 6000억 달러(약 860조원)의 대미국 투자 의향을 밝혔다고 사우디 국영통신이 보도했지만, 이상하게 백악관은 이 제안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1월 22일, 대만 고검(高檢)은 중국으로부터 자금을 받아 대만 정권전복을 목적으로 하는 무장조직을 설립하려 했다는 죄목으로 예비역 대만 육군 중장 등을 국가안보법 위반으로 기소했습니다. 대만의 라이칭더 정부는 중국이 현역 또는 최역 군인들을 협력자로 포섭하는 '침투공작'을 시도하고 있다며 중국 스파이 적발을 강화하고 있고, 이에 중국측 스파이로 기소된 사례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기소된 사람들의 약 70%가 '군관계자'입니다. 이번에 기소된 예비역 육군중장은 2018년 이후 중국 본토에서 중국군 관계자와 만나 자금을 건내받고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대만 안에서 내응할 수 있도록 계획을 짰다고 합니다. 이번에 기소된 6명이 중국으로 받은 돈은 우리돈으로 약 4억5000만원 정도입니다. 대만은 라이칭더 총통의 집권 민진당은 '반중' 입장이며, 야당인 국민당은 '친중' 내지 '대중국 유화' 입장인데, 지난 몇 달 동안 라이칭더 정부가 중국에 대한 군사적 대비를 강화하기 위해 대폭 국방비를 증액하려 했던 것을 야당들이 이를 막아 정치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만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여소야대'입니다. 대만에서는 중국을 둘러싼 '반중'과 '대중국 유화'(또는 친중) 입장 간 정치적 대립이 격심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