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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월 20일 저우자화 전 국무원 부총리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사진=신화/뉴시스
2025.02.28 15:39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은 미국에서 또 한 번의 평화로운 권력이양이 완수되었음을 의미했다. 미국은 2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몇 차례의 작은 혼란을 제외하면 순조롭게 권력이양을 이뤄왔다.
반면, 중국에서는 지도부 교체 문제 자체가 금기시된다.
마오쩌둥 이후 가장 강력한 지도자로 평가받는 시진핑은 자신의 후계자에 대해 아무런 신호를 내보내지 않고 있다. 10년이 넘는 정치적 숙청과 권력 집중 이후, 시진핑은 자신의 권위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을 전혀 받지 않는 상황이며, 장기 집권 의사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철저히 통제된 환경에서도 권력 승계 문제는 항상 수면 아래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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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이 집권 3기 5년 임기의 중반에 접어들면서, 2012년 말부터 중국 공산당을 이끌어 온 이 71세 지도자의 후계 문제는 점점 더 시급한 사안이 되고 있다. 이는 중국 내부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도 중요한 관심사다. 공식적으로 거의 언급되지 않는 주제이지만, 중국의 미래를 논하는 모든 자리에서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다.
당을 완전히 장악하고 즉각적인 경쟁자들을 배제한 시진핑이지만, 혁명 원로의 후예인 그는 여전히 미묘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체제의 안정성을 유지하려면 언젠가 후계 구도가 작동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야 하며, 자신에게 만일의 일이 생길 경우 이를 가동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후계 계획을 지나치게 공개할 경우 그는 '레임덕'에 빠질 위험이 있으며, 더 나아가 권력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중국 및 러시아 엘리트 정치 전문가이자 곧 출간될 시진핑의 아버지 시중쉰(習仲勳)의 전기 저자 조지프 토리기안은 "후계 문제는 절대적으로 사활이 걸린 문제이며, 시진핑을 포함한 모든 중국 지도자가 끊임없이 고심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는 지도자가 퇴임후 안전할 수 있는지, 자신의 유산이 보존될 수 있는지, 그리고 정권 자체가 살아남을 수 있는지와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토리기안은 마오쩌둥이 1949년 10월 1일 톈안먼 광장에서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을 선포한 이후, 중국 공산당의 '중심적인 딜레마'는 바로 후계 구도였다고 지적한다.
중국 엘리트 정치 분야의 세계적 학자인 리청(李成)은 시진핑이 후계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신호가 있으며, 다음의 4기 집권이 시작되면 그의 계획이 더욱 명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아직 개인적 야망을 드러내지 않은 조용한 고위 지도자들을 성급히 후계구도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시진핑 주변이 예스맨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하는데, 이는 대체로 사실이다." 홍콩대 현대중국세계연구센터(當代中國與世界硏究中心) 설립자인 리청은 이렇게 말하며,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13년 전 시진핑 자신도 '예스맨'이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마오쩌둥 이후 공산당 총서기와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라는 중국의 두 가지 핵심 직책을 동시에 맡았던 인물은 화궈펑,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그리고 시진핑 단 다섯 명뿐이다.
시진핑이 2027년부터 2032년까지 4기 집권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후계 문제는 더욱 시급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4기가 끝날 즈음 그는 79세가 된다.
2023년 말, 전 총리이자 공산당 서열 2위였던 시진핑 두 살 아래의 리커창이 갑작스럽게 사망한 사건은 "누구든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현실을 강하게 부각시켰다고 베이징 주재 한 외교관은 말했다. 그는 익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지난 6개월간 학자, 외교관, 관계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드러난 바에 따르면,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인물에 대한 공개적인 단서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시진핑 측근들에 대한 접근이 점점 더 제한되면서, 지도부 분석에는 소련 시대 소련지도부 연구에서 사용되던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이는 당 최고 지도부인 7인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역학 관계와 시진핑의 인사 기록을 분석하는 방식이다. 연구자들은 사진, 영상, 연설, 당 문건을 면밀히 검토하며 누가 시진핑과 동행하는지, 누가 총애를 받거나 밀려나는지를 살펴본다.
또한 중국 공산당의 당헌 관련 문건을 분석하고 역사적 전례를 연구하여, 시진핑과 가까운 고위 간부 중 누가 장기적으로 가장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는지, 혹은 시진핑이 갑자기 권좌에서 물러나야 할 경우 누가 대체할 수 있을지를 예측한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시진핑의 기술 패권 및 자립 목표를 실현하는 데 기여한 간부들과 50대~60대 초반의 비교적 다양한 그룹이 차기 지도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베이징 주재 외교관은 공식적인 당의 레토릭에서 시진핑이 장기 집권을 준비하고 있으며, 국가가 어려운 시기를 견딜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이 감지된다고 말했다. "그들은 15년간의 투쟁을 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후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중국 공산당과 중국 자체가 또다시 정치적 혼란기에 빠질 수 있으며, 이는 시진핑의 유산뿐만 아니라 당 자체의 존립을 위협할 수도 있다.
"최고 권력층의 엘리트 정치와 관련해 보면, 시진핑 시대는 현대 중국 역사에서 다른 시기들보다 훨씬 더 안정적이었다." 토리기안은 이렇게 평가하면서도, "하지만 이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왜냐하면 시진핑도 결국은 유한한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시진핑 시대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정치적 경쟁자들과 그들의 파벌을 완전히 제거했다는 점이다.
시진핑은 공산당 내부에 만연한 부패 문제를 명분으로 내세워 수년에 걸친 '호랑이‧파리 사냥' 반부패 캠페인을 전개했다.
이 과정은 경쟁 세력 숙청을 위한 완벽한 명분이 되었다. 숙청 대상은 주로 베이징의 공안 및 정보기관 관계자들이나 장쩌민 전 국가주석에게 충성하던 관리들이었다. 이를 통해 시진핑은 모든 반대 세력을 제거했고, 다른 파벌이 권력을 잡을 가능성도 원천 봉쇄했다.
10년이 넘는 반부패 숙청에 더해, 시진핑은 당 인사 시스템을 능숙하게 활용해 권력을 중앙집권화했다. 필요할 때는 정년 및 임기 제한 규정을 적용하며 자신의 입지를 더욱 강화했다.
현재 2027년 말까지 임기를 유지하는 정치국 상무위원 중에서 시진핑이 공식적인 후계자로 지명할 만한 인물은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음 당 대회에서 비공식적인 정년 규정이 유지될 경우, 현 지도부 대부분은 2027년에 퇴진해야 한다.
시진핑은 덩샤오핑 이후 계승된 '이선 영도'(二線領導), 즉 집단지도 체제를 완전히 탈피했다. 또 과거에는 국가주석과 강력한 총리가 권력을 분점하는 방식이었지만, 시진핑은 이를 따르지 않았다.
후진타오는 원자바오 총리와 함께 통치했고, 그 이전의 장쩌민은 중국의 대표적 개혁 총리인 주룽지와 권력을 나눴다. 그러나 현재 시진핑에게는 그처럼 명확한 '넘버 투'(No.2)가 존재하지 않는다.
싱가포르국립대학(NUS)의 알프레드 우 교수는 "시진핑은 자신의 친구인 블라디미르 푸틴에게서 '넘버 투' 자리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배웠다"고 말한다. "러시아 정치에서 푸틴은 항상 절대적인 1인자다."
중국 엘리트 정치 전문 컨설팅 업체인 세르시우스 그룹(Cercius Group)의 CEO 알렉스 파예트는 시진핑이 이미 수년 전부터 전임 지도자들과 그들의 충성파로부터 '강압' 당하지 않으려면 체계적으로 반대 세력을 제거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예트는 "시진핑은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이들을 제거하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단 시작한 이상, 그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한 번 시작하면 되돌릴 수 없는 일이다."
만약 시진핑이 건강상의 문제나 다른 이유로 갑작스럽게 물러나야 한다면, 외교관들과 분석가들은 후계 구도를 둘러싼 권력 투쟁 속에서 당의 공식적인 계승 규정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런 상황이 발생할 경우, 현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갑자기 후계 구도를 결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싱가포르국립대학 동아시아연구소 방문교수인 프랑크 피케는 "우리는 스탈린 사망 이후 소련에서 벌어진 상황과 유사한 국면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차기 지도자를 결정하는 핵심 인물 중 하나로 차이치(蔡奇)를 지목하며, 그가 '킹메이커'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올해 69세인 차이치는 베이징시 당서기를 지낸 인물로, 현재 당 서열 5위다. 그는 시진핑의 최측근으로 평가되며, 중앙위원회 총서기실(중앙판공청) 주임을 맡고 있다. 이 직책은 사실상 시진핑의 비서실장 역할을 하는 자리로, 마오쩌둥 이후 그처럼 높은 당 간부가 이 직책을 맡았던 적은 없었다. 또한 그는 시진핑과 동행하는 모습이 국영 매체에 자주 등장하며, 시진핑의 회의에 참석하는 등 그가 정치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인물인지 보여준다.
피케는 "사람들이 차이치를 두려워한다"며 "어떤 후계자든 최소한 처음에는 그와 협상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아시아소사이어티의 중국 정치 연구원인 닐 토마스는 "당 공식 규정에 따라" 새로운 지도자가 임명될 경우, 중앙위원회(376명)에서 과반수의 지지를 얻고, 24명으로 구성된 정치국에서도 과반을 확보하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차이치가 당헌 23조를 "유연하게 해석"해 당 중앙 총서기실(중앙판공청)이 정치국 회의를 먼저 소집한 후,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어 지도자를 선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피케는 본다.
토마스는 "이런 방식의 권력 승계는 극도로 불안정하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만 가능할 것"이라며 "그러나 새로운 지도자는 자신의 권위를 입증하고 당의 이미지를 보호하기 위해 중앙위원회의 만장일치 지지를 얻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한 외교관 및 전문가들은 시진핑이 예상치 못한 이유로 권좌에서 내려올 경우, 중국 인민해방군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인물이 될 가능성이 있는 인물로 장유샤(張又俠)가 거론된다. 그는 중앙군사위 부주석으로, 시진핑과 오랜 인연을 가진 군부 내 핵심 인사다. 장유샤의 아버지와 시진핑의 아버지는 국공 내전 당시 동지였으며, 군 내부 숙청이 거듭되는 과정에서도 그는 시진핑의 신뢰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그는 군 수뇌부의 부패 의혹과 관련해 정치적 감시를 받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토마스는 "공산당이 총(銃)을 지휘하지만, 어떤 후계자든 최소한 인민해방군 지도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적극적 지지까지 얻을 수 있다면 더욱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만약 후계 구도가 불안정하게 전개된다면, 장유샤는 군에 대한 정치적 압박을 줄이겠다고 약속하는 시진핑 충성파 한 명을 지지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2년 말 열린 중국의 마지막 주요 지도부 회의에서 정치국 위원들은 68세 이상이면 강제 퇴임해야 했으나, 세 명의 예외가 있었다. 바로 장유샤, 왕이(王毅) 외교 담당 정치국원, 그리고 시진핑 자신이었다.
중국의 차기 지도자를 예측하는 학자들과 외교관들은 현재 50대~60대 초반의 당 간부들을 주목하고 있다.
시진핑 집권 아래 1990년대 이후 처음으로 여성 정치국 위원이 한 명도 임명되지 않았으며, 공산당 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정치국 상무위원회에는 역대 단 한 명의 여성도 포함된 적이 없다. 학자들은 그 이유로 여성 정치인들이 지방 정치에서 두각을 나타낼 기회가 부족했던 점을 꼽으며, 이는 결국 최고 권력층으로 진입할 가능성을 낮추는 결과를 낳았다고 설명한다.
전통적으로 권력에 오르는 경로는 중국 주요 도시 및 성(省)의 지도부를 거치는 것이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에는 베이징시 당서기인 인리(尹力, 62세)와 천원칭(陳文清, 65세)이 있다. 천원칭은 과거 정보기관 출신으로 현재 중국의 법률 시스템을 총괄하고 있다.
이들은 수년간 시진핑과 함께 일해온 인물들로, 국영 매체에 자주 등장하며 외국 관리들을 만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차기 지도자로 발탁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중요한 신호로 보고 있다. 또한 이들은 일부 전문가들에 따르면, 시진핑이 오랜 기간 근무했던 푸젠성과 인연이 있는 '푸젠방'(福建帮)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기도 하다.
중국 공산당 정치에 정통한 관측자들은 또한 시진핑의 정책 우선순위를 반영하는 차세대 간부들에게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이 서방과의 경쟁에서 기술적 자립과 군사력을 강화하는 한편, 지방정부의 심각한 부채 문제를 관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과거 자오쯔양(趙紫陽) 전 총리의 고문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아시아 소사이어티에 몸담고 있는 우궈광(吳国光)은 시진핑이 기술, 금융, 국방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인물들을 지도부에 기용해온 전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중국 전역에는 20명 이상의 부성장이 존재하는데, 이들은 대부분 칭화대를 비롯한 중국의 주요 학술연구기관 출신으로, 과학기술 분야에서 깊은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시진핑 역시 칭화대 출신이다.
이들 중에는 안후이(安徽)성 부성장 장훙원(張紅文), 상하이 당서기 천지닝(陳吉寧), 베이징 시장 인융(殷勇) 등이 포함된다.
우궈광은 중기적 후계 구도를 고려할 때, 1975년생인 장훙원과 같은 정치인들이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1970년대 출생자들은 향후 10년간 중국 국가 지도부의 세대 교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세르시우스 그룹의 알렉스 파예트는 궁극적으로 시진핑이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당의 후계 문제를 결정하는 동시에, 자신의 은퇴 후 신변 안전과 정치적 유산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파예트는 "우리는 1970년대에 정확히 같은 상황을 목격했다"며 "마오쩌둥이 사망하자, 이전까지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등을 돌렸다"고 말했다.
후계 구도의 중요성이 아무리 크더라도, 시진핑은 이 문제를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그는 2022년 2월, 과거 2014년에 했던 발언을 반복하며 "한 국가의 정치 시스템이 민주적이고 효과적인지 평가하는 주요 기준은 지도부 교체가 질서 있고 합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권력 투쟁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본 인물 중 한 명이 바로 시진핑이다.
그의 아버지 시중쉰은 1950년대 마오쩌둥의 최측근이었던 저우언라이의 핵심 실무자로 평가받았으며, 1980년대에는 덩샤오핑의 주요 참모였던 후야오방의 측근 역할을 했다.
일부 외부 관측자들은 덩샤오핑 시대를 시진핑이 참고할 만한 모델로 보고 있다. 이들은 1980~90년대 중국의 경제 개혁과 문화적 개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덩샤오핑 시대 또한 당 내부에서는 혼란이 이어진 시기였다. 덩은 '정신적 오염 척결'과 '부르주아 자유화 반대' 캠페인을 통해 대규모 숙청을 단행했으며, 1989년에는 천안문 사태로 이어진 대규모 학생·노동자 시위를 진압해야 했다.
시진핑의 아버지가 직접 경험한 역사적 교훈을 고려할 때, 토리기안은 시진핑이 두 가지 선택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너무 이른 시점에 후계자에게 권력을 넘겨주는 것, 그리고 덩샤오핑과 마오쩌둥처럼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권력을 움켜쥐는 것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토리기안은 "역설적이게도, 시진핑의 인생 자체가 그가 후계 구도에 대해 그렇게나 걱정하는 이유를 보여준다"며 "자신의 후임자가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하는 것은 극도로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고권력이 제왕적 성격을 가지면 가질 수록 권력 승계 과정이 까다로워집니다. 권력이 분산된 민주공화국이라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맞춰 최고권력자를 교체하면 됩니다만, 제왕적 권력은 보통 전임이 후임을 지명합니다. 과거 왕정에서는 '세자 책봉'이라고 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세자 즉 후계자를 지명하는 '시점'을 찾는 것이 매우 까다롭습니다. 세자를 결정해두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유고'(有故) 상태가 되면 최고권력을 둘러싼 내전에 가까운 '권력투쟁' 즉 '배틀로얄'(battle royale)이 벌어집니다. 반대로 세자를 너무 일찍 지명하면 권력이 슬슬 미래권력인 세자에게로 쏠리게 되고 왕은 '레임덕'이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세자 책봉후 왕은 세자를 경계하게 되는 것입니다. 세자 책봉을 너무 일찍 해 큰 문제가 발생했던 것이 '사도세자' 사례였습니다. 아버지 영조는 아들인 사도세자를 너무 예뻐한 나머지 일찍 어린 나이에 세자 책봉을 해버렸는데, 하지만 책봉 시기도 너무 빨랐고 영조 역시 장수를 하는 바람에 영조와 사도세자 사이에 권력 갈등이 극심해졌습니다. 이것이 사도세자의 사망으로 이어졌던 것입니다. 이렇게 후계자가 없으면 무정부와 내전의 불길한 전망이 떠오르고, 후계자가 있으면 현재권력과 미래권력 사이의 갈등이 나타납니다. 2월 17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 '빅리드' 기사는 중국내에선 금기시 될 수밖에 없는 이 '승계'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습니다. 그리고 후계자가 될 수 있는 후보 몇 사람을 거명했습니다. 거명된 사람들은 이 FT 기사를 보고 시진핑의 의심과 견제를 두려워하며 당분간은 몸을 움츠릴 가능성이 있겠습니다만, 우리는 이들의 이름을 기억해두고 움직임을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진핑 4기를 준비하는 중국 지도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인명의 유한성에 비춰 볼 때 4기가 시진핑에게는 아마도 마지막일 것입니다만, 권력을 내려놓는 것은 그 무엇보다 어렵습니다. 호랑이 등에 올라타는 것은 쉬워도 내리는 것은 어려운 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