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

[評천하] 필리핀 두테르테 전 대통령 전격 체포 外

해설과 함께 읽는 이번주 국제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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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AP/뉴시스] 11일(현지 시간) 필리핀 마닐라 국제공항 인근 빌라모르 공군기지 앞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이날 홍콩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던 두테르테 전 대통령을 마닐라 국제공항에서 체포해 빌라모르 공군기지에 구금했다. 2025.03.11.

2025.03.1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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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이 홍콩에서 귀국하던 길에 마닐라 공항에서 체포되어 그대로 필리핀 정부 항공기에 실려 국제형사법원(ICC)가 소재한 네덜란드 헤이그의 구금시설로 이송되었습니다. 국제형사법원은 두테르테가 대통령 재임기간(2016~2022년) 중 실시했던 이른바 '마약과의 전쟁'에서 사법적 절차 없이 의심 가는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한 혐의 즉 '인도에 관한 범죄'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두테르테는 공식적으로 6000여명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그는 의회 청문회에서 그런 사실을 순순히 시인했지만 모두 공익을 위한 것이었다며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일부에선 피살자가 3만명 가까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필리핀에서 가장 강력한 정치 가문은 두테르테 일가마르코스 일가입니다. 두 가문의 관계는 1960년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두테르테의 아버지가 마르코스 전 대통령(현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의 부친)의 각료 중 한 명이었습니다. 하지만 두 가문은 두테르테 일가가 마닐라의 봄 기간 중 마르코스 축출에 협조하면서 갈라서게 됩니다.


두테르테는 1988년 마르코스쪽 시장이 물러난 다바오 시의 시장에 당선되고 이후 장기간 시장직을 역임합니다. 두테르테는 시장직에 있는 동안 '마약과의 전쟁' 명분으로 경찰관과 폭력배를 조직해 마약범을 '소탕'(사살을 포함)하는 조직을 만들어 운영했고, 이러한 강권 정책이 인기를 얻어 2016년에는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무자비한 '마약과의 전쟁'을 필리핀 전국에 실시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 조금이라도 마약 유통 및 사용의 의심이 있는 사람은 제대로 경찰 조사나 법원 재판을 받지 않고 '즉결 처분'되었습니다. 최대 3만명이 이렇게 죽어갔고, 국제형사법원은 이것을 인도(人道)에 반한 범죄로 보고 체포영장을 발부했던 것입니다.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이 체포를 지시하고 '범죄인 인도'에 협조한 데에는 정치적 계산도 있습니다. 필리핀은 대통령직이 '단임'이기 때문에 마르코스 주니어는 2028년 선거에 출마할 수 없습니다. 현재로서는 부통령인 두테르테의 딸 사라 두테르테가 유력한 상황입니다. 마르코스 일가는 이것을 막아야 합니다. 대통령과 부통령으로 협조해왔던 두 가문이 작년 초부터는 정면으로 충돌하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초 아버지 두테르테가 마르코스 주니어를 "마약 중독자"라고 비난하기 시작했고, 작년 말에는 마르코스 주니어의 사촌인 하원의장이 주도해 사라 두테르테의 공금횡령 문제를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은 공개적으로 "대통령이 나를 살해하려 한다. 내가 만일 죽게 된다면 대통령과 영부인, 하원의장을 보복 살해하라고 내 히트맨들에게 이야기 해놨다"고 폭로했습니다. 그리고 의회는 이것을 문제 삼아 사라 두테르테 대통령을 탄핵소추했습니다. 이런 충돌의 와중에 필리핀 정부가 아버지 두테르테를 체포해 헤이그 국제형사법원으로 보내버린 것입니다.



얼마 뒤 5월에는 중간선거가 있습니다.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으로서는 두테르테 일가의 힘을 선거 이전에 무너뜨려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2028년 대선에 사라 두테르테가 출마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문제는 국민입니다. 필리핀도 정치적 양극화가 심하다고 합니다. 북부는 마르코스 지지, 남부는 두테르테 지지입니다. 그런데, 마르코스와 두테르테 양 가문의 싸움에는 친미냐 친중이냐는 대외정책도 개입하고 있습니다. 친중 성향이 강했던 두테르테는 미국의 쇠퇴를 공공연히 이야기했고, 필리핀군과 미군의 연합훈련도 중단시켰습니다. 두테르테 재임 기간 중 중국인들이 대거 입국해 'POGO'라고 불리는 불법 온라인 사업들도 번창했습니다. 일부에서는 두테르테의 정치자금이 여기서 일부 나왔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마르코스 주니어가 대통령에 취임 하자마자 친미 노선을 밀어붙여, 미군과의 연합훈련 부활,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대치, POGO 불법화 같은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양 가문의 싸움 뒤에는 미국과 중국도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문제는 필리핀의 여론, 특히 두테르테를 지지하는 남부 지방의 여론입니다. 필리핀은 수많은 섬으로 이뤄져 있고 작은 섬들은 중앙정부의 권력이 미치지 않고 자체 무장한 곳도 많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가까운 시일 내에 개최되는 방향으로 미중 정부가 현재 일정을 조율중이라고 합니다. 홍콩 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빠르면 4월에 트럼프가 중국을 방문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트럼프측은 시진핑을 플로리다의 사저 '마라라고'로 초대했는데, 중국측은 이곳보다는 워싱턴이나 중국에서 회담을 갖기를 바라고 있다고 합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측이 미국에서 회담을 갖기를 바라며, 트럼프의 생일이 6월 14일이고 시진핑의 생일이 6월 15일인 점에 착안해 '생일 정상회담'(birthday summit)을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다만 아직 협의가 초기 단계이어서 트럼프의 방중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트럼프는 2기 정부를 맞아 더욱 강경한 대중국 견제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각에서는 전통적 외교 즉 '강대국 정치'를 좋아하는 트럼프의 외교관에 비추어 미국과 중국이 '세력권'(sphere of influence)를 나눠갖는 대타협도 가능하며, 한국 외교가 이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번 트럼프 2기 첫 미중정상회담을 보면 트럼프 대중 외교의 '기조'(key note)가 무엇인지 가늠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린란드 선거에서 중도우파인 민주당이 예상을 깬 30% 득표로 1당에 올라섰습니다. 이 당은 덴마크로부터의 점진적 독립을 옹호하고 있는데, 이번 선거의 최대 이슈는 역시 '독립'이었습니다. 트럼프는 그린란드를 덴마크로부터 매입할 의사를 밝혔고, 계속해서 그린란드 주민들에게 "부자로 만들어주겠다" "수십 억 달러(수 조원) 투자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독립해서 미국에 편입할 것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군이 점령했던 '쿠르스크' 지역을 전격 방문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30일간 일시 정전' 방안에 합의를 했는데 아직 러시아는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향후 협상을 대비해 러시아로서는 우크라이나군에 빼앗긴 쿠르스크를 되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전 협상 과정에서 러시아가 점령중인 동남부 우크라이나 영토와 '맞교환'을 해야 할텐데, 그러면 셈법이 복잡해질 위험성이 있습니다. 현재 미국의 지원이 끊긴 틈을 타 러시아군이 쿠르스크 탈환을 위해 공세를 펼치고 있고, 3월 12일 현재 러시아측이 86% 이상을 탈환했다고 합니다. 푸틴은 쿠르스크를 완전히 탈환한 이후 정전 협상에 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쿠르드족이 주축이며 미국이 후원하고 있는 시리아민주군(SDF)가 시리아 임시정부에 합류하기로 했습니다. 시리아민주군은 현재 북동부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일본 경제가 작년 4분기 동안(2024년 10~12월) 0.6% 실질성장했고, 이것을 1년치 연율(年率)로 환산하면 2.2% 성장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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