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23 20:17
녹색과 검은색의 위장크림을 얼굴에 바르고 일부는 등에 스팅어 대공미사일을 짊어진 미 제4해병연대 제3대대 '다크사이드' 부대원들이 시스탤리온 수송 헬리콥터를 타고 인근의 정글 속으로 요란한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지휘관들은 초경량 차량과 통신 장비를 실은 헬기 여럿을 이끌고 그 뒤를 좇았다. 불필요한 것은 아무것도 싣지 않았다.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서 쓰던 비디오링크를 위한 대형 스크린은 보이지 않았다. 적에게 탐지되는 걸 피하기 위해 해병들은 위장크림이 열대의 수풀과 잘 어울리게 하는 것 못지 않게 통신 또한 튀지 않게 해야 했다. 이 훈련의 목적은 이름을 붙이지 않은 섬에 산개하여 우군인 '녹색군'와 연계하여 '적색군'의 상륙 침략을 저지하는 것이다.
일부러 모호하게 붙인 명칭들을 걷어내고 보면, 이 해병 부대는 지금 대만 침공으로 촉발될 가능성이 높은 중국과의 전쟁에 대비한 훈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부대가 주둔한 일본 최남단의 섬 오키나와는 대만에서 600km 떨어져 있다. 대만과 오키나와는 미국 군사 전략가들이 '제1도련선'이라 부르는 영역에 속하는데 이는 일본에서 말레이시아까지 이어지는 각종 섬들을 잇는,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차단하는 방위선이다. 어떠한 방식으로 무력충돌이 발생하든 이 해병 부대는 원거리에서 중국 군함을 방해하거나 (가능성은 훨씬 낫지만) 대만에 직접 투입돼 중국의 상륙을 저지하는 식으로 가장 먼저 상황에 임하게 될 것이다.
다크사이드 부대의 지휘관 제이슨 코플랜드 중령은 "대규모로 돌진하는 적군"을 상대하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 말한다. 중국의 군사력은 점차 발달하고 있기 때문에 대만을 둘러싼 전쟁이 어떻게 펼쳐질지를 예측하고 핵전쟁의 재앙을 피하면서 중국을 격퇴시킬 수 있도록 대비하는 건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실정이다. 확실한 것은 단 하나, 핵무기를 전혀 쓰지 않더라도 대만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끔찍한 결과로 이어지리라는 것이다. 비단 대만의 2300만 국민 뿐 아니라 전세계가 그 고통을 받게 된다.
1949년 국민당이 내전에서 패배하고 대만으로 도피한 이래로 중국공산당은 줄곧 대만의 영유권을 주장해왔다. 미국은 오랫동안 대만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돕겠다고 약속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양쪽의 언사는 물론이고 대비태세가 그 어느 때보다도 격화됐다. 중국군은 섬 상륙 훈련을 자주 하고 있다. 중국 군함과 전투기는 '중간선(사실상 대만의 해상 분계선)'을 주기적으로 침범하며 미국 및 동맹국의 군함, 항공기를 방해하고 있다. 작년에 당시 미국 하원의장이던 낸시 펠로시가 대만을 방문한 후, 중국은 대만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PADO '언더그라운드 엠파이어' 북콘서트가 11월 30일(토) 광화문에서 열립니다! (안내)]
위기의 해협
한편 미국은 대만에 더 많은 군사 훈련관을 보내고 있다. 대만 정부는 최근 군대 의무복무 기간을 4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시켰다. 영향력 있는 하원의원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교훈 삼아 대만이 필요로 할 모든 무기를 침략이 발생한 이후가 아닌 침략 전에 미리 제공할 것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촉구했다. 미국이 중국 IT 산업의 목을 조르고 있으며 시진핑 중국 주석이 점차 친러시아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위기가 임박하고 있다는 분위기를 더하고 있다.
미국의 군 장성과 정보기관 수장들은 시진핑이 중국 인민해방군에게 2027년까지 대만을 침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무력충돌이 더 빨리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제 직감으로는 우리가 2025년에 싸우게 될 것 같습니다." 미 공군기동사령관 마이클 미니헌 대장이 최근 부하들에게 한 경고다. 양측이 모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우려를 갖는다. 미국은 중국의 군대가 곧 막기 불가능할 정도로 강력해질 것을 우려하는 한편, 중국은 대만과의 평화 통일 가능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에 초조해한다.
"중국과의 전쟁은 불가피한 것도 아니고 임박한 것도 아닙니다." 중국과 무력충돌이 발생할 경우 이를 바로 관장하게 될 미국의 인도태평양사령관 존 아킬리노 제독의 말이다. 1941년 일본의 선제공격이 발생했던 진주만이 내려다보이는 하와이의 인도태평양사령부 본부에서 아킬리노 제독은 자신의 제1번 임무는 "무력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제 권한으로 가능한 모든 것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만일 무력충돌 억제가 실패하면 싸워서 이길 준비가 돼 있어야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 보여주듯 "단기전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군사 전략가들이 답해야 할 첫 번째 질문은 만일 중국이 대만을 침략할 경우 얼마나 빨리 그 징후를 사전에 포착할 수 있느냐다. 현역 병력 200만 명의 인민해방군은 16만3000명의 대만군과 싸울 경우, 1944년 노르망디 이래 최대 규모의 상륙 작전을 실행하기 위해, 장병 휴가를 취소하고 상륙선과 탄약을 모으고 이동식 지휘소를 설치하는 등 상당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원하는 시기에 전쟁을 치를 경우, 이런 준비 조치를 군사훈련으로 위장하는 게 가능하다. 미국 국방 관계자들은 수혈용 혈액 축적처럼 의심의 여지 없이 전쟁이 임박했다는 징후는 2주 정도 전에나 포착이 가능하리라고 한다. 중국 본토에 가까운 대만령 섬을 점령하는 등의 보다 작은 규모의 침공 작전은 기껏해야 몇 시간 정도 전에나 포착이 가능할지 모른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했던 것처럼 중국의 침략 준비를 미리 노출시키고 국제적인 반대 행동을 주도하려 할 것이다. 시진핑이 노골적인 침략을 개시할 경우 이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대만이 대부분의 국가들과 공식 외교관계를 수립하지 않았다는 애매한 지위를 이용하려 들 수도 있다. 만일 시진핑이 모종의 '(대만측) 도발' 운운하며 대만에 대해 봉쇄 등의 (전쟁까지는 이르지 않는) 조치를 취할 경우, 미국과 동맹국은 모호한 입장을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PADO 트럼프 특집: '미리보는 트럼프 2.0 시대']
미국은 또한 중국의 대만 침략을 대비하기 위한 조치가 무력충돌로 이어질 리스크에 대해서도 가늠해야 한다. 실력 행사를 위해 대만 인근에 항공모함을 보낼 것인가? 대만에 미군을 배치할 것인가? 말라카해협을 통과하는 중국의 석유 공급망을 위협할 것인가? 중국은 이런 조치를 전쟁행위까지는 아니라도 도발로 여길 수 있다.
전쟁이 임박하면 대만은 자국 해군 함정을 (중국과 맞닿아 있어) 취약한 서쪽 해안에서 대만 동부의 산악 지형에 가려지는 동쪽 해안으로 옮길 것이다. 전투기는 지하 격납고에 숨기고 자국 내 230만 예비군을 동원할 것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피란을 시도하고 외국으로 통하는 교통망이 끊기는 상황에서 벌어질 대대적인 공황 상태를 통제해야 할 것이다.
미국 또한 중국의 화망(火網)에 노출된 기지로부터 전투기를 옮기고 있을 것이다. 주요 해상 관문에 해병대가 파견될 것이다. 미군 잠수함이 수면 아래에서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며 몇몇은 대만 인근으로 소집될 것이다. 미국과 대만의 군 지휘관 일부는 분명 침공을 위해 집결 중인 인민해방군 군대에 대해 선제 공격을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거나 적어도 먼저 공격했다는 빌미를 주지 않기를 바라는 측에서 이를 일축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도 마찬가지로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미국과 동맹국이 머뭇거리는 동안 대만 점령을 기정사실화할 수 있길 기대하며 공격 범위를 대만으로 제한해야 할까? 아니면 인근의 미군 전력도 공격해 제2의 진주만 공습을 벌여야 할까? 첫 번째 선택지로 가면 미국이 침략군을 자유롭게 공격할 수 있게 된다. 두 번째 선택지는 미국의 전면적인 참전을 보장하는 것과 다름없다. 또한 중국이 일본의 미군 기지를 공격할 경우 일본도 참전하게 된다.
중국의 침략은 대만에 대한 대규모 미사일·로켓 포격으로 시작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만의 해·공군 전력과 방공망의 상당 부분이 순식간에 파괴될 것이다. 대만 맞은편에 위치한 인민해방군 난징 군구의 부사령원을 역임한 왕훙광 인민해방군 중장은 개전 초 폭격이 24시간 동안 계속되리라고 2018년 예상했다. 1차로는 군사적, 정치적 목표물을 폭격하고 그 다음에는 발전소나 유류창고 같은 민간 인프라를 폭격하는 것이다. 그는 또한 중국이 대만 인공위성을 무력화하고 해저 인터넷 케이블을 절단한 후, 전자전으로 대만군의 지휘통제체계를 혼란에 빠뜨려 미국 및 동맹국 군대와의 협응을 방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왕 중장은 집중폭격으로 인한 대혼란으로 중국이 적어도 이틀 정도의 침략 시간을 벌 수 있으리라고 말했다. 그는 만일 미군이 사흘 내로 도착하지 못하면 "굳이 무의미한 여행을 할 필요 없다"고 엄포를 놓았다. 중국은 또한 대만의 항전 의지를 꺾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중국의 사이버전력은 대만의 텔레비전과 라디오를 해킹할 것이고 대만군 장병에게 항명이나 탈영을 하면 포상하겠다는 메시지를 문자메시지나 SNS로 쏟아낼 것이다.
[새로운 PADO 기사가 올라올 때마다 카톡으로 알려드립니다 (무료)]
그 이후에는 가장 어려운 전투 형태로로 손꼽히는 상륙돌격의 난관을 돌파해야 한다. 중국 본토와의 거리가 3km에 불과한 대만령 진먼(金門)섬의 해변에는 1949년 구닝터우 전투의 흔적이 남아있는데 당시 낚시배를 타고 상륙한 인민해방군 선발대 9000명 대부분이 국민당 군대에 의해 사살되거나 생포됐다. 인민해방군은 이후 첨단무기를 획득하고 노르망디 상륙작전, 1950년의 인천 상륙작전, 1982년 영국의 포클랜드 제도 탈환 등의 선례를 연구했다.
어느 쪽에도 녹록치 않은 싸움
그럼에도 리스크는 여전히 크다. 중국은 1979년 베트남 침공 이래 전쟁을 치른 적이 없다. 대만 해협은 가장 좁은 부분이 130km에 지나지 않지만 그 해류는 강력하고 조수 간만의 차이는 변화무쌍하다. 상륙 작전에 유리한 시기는 3~5월과 9~10월 뿐이다. 대만의 해변 중 단 14곳만이 상륙에 적합한데 모두 견고한 방어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중국군이 침공 1순위로 노릴 타이베이에 가까울수록 더욱 그렇다 (지도1 참조). 대만은 해안가에 벙커와 터널을 여럿 건설해둔 상태다.
인민해방군이 대만 해협을 가로질러 신속하게 상륙군을 옮길 수 있을 만큼의 함선을 보유하고 있는지도 확실치 않다. 대만을 확실하게 점령하려면 30~100만 명의 병력이 필요하다. 인민해방군은 대만 인근에 총 2만명 병력의 육군 상륙여단 6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비슷한 숫자의 해군 육전대(해병대) 병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상륙함은 개전 1~2일간 2만 명 정도만 수송 가능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민해방군 수송기는 개전 초 인민해방군 공수부대원 2만 명 중 절반 정도만 수송이 가능할 것이다. 인민해방군은 최근 여객선을 비롯한 민간 선박을 사용한 훈련을 실시한 바 있는데 이러한 방식으로 훨씬 많은 병력을 수송하는 건 가능하겠지만 이렇게 하려면 온전하게 이용 가능한 항구를 점령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전쟁은 새로운 의구심도 가져왔다. 특히 중국 지상군에 대해서다. 중국의 상륙작전 부대를 비롯한 제병협동대대는 러시아의 대대전술단 체계를 본떠 만든 것인데 러시아 대대전술단은 우크라이나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중국이 대만의 지휘부 참수작전을 신속히 성공시키더라도 우크라이나군이 했던 것처럼 휴대용 미사일발사대와 드론을 사용하는 대만군을 상대로 지속전을 감내해야 할 수 있다.
한편 대만의 전략은 중국의 초기 상륙을 저지하거나 충분한 병력을 상륙시키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대만군은 기뢰, 침몰선 등의 장애물로 항구와 해변을 차단할 것이다. 남아있는 항공기와 함선의 지원을 받아 대만으로 접근하는 인민해방군 병력을 미사일로 공격하고 상륙하는 인민해방군 병력을 포병과 로켓으로 두들길 것이다. 몇몇 인민해방군 문건을 보면 대만은 해변 일대에 인화성 액체를 배출할 수 있는 수중 파이프 시설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만 인근의 섬에는 원격으로 조종되는 기관총도 배치돼 있다.
인민해방군이 상륙 거점을 넘어가는 데 성공하더라도 타이베이와 다른 도심 지역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험준한 지형을 뚫고 장기간 행군을 해야 한다. 그러고나면 양측 누구도 완전히 대비하지 못한 난관과 맞닥뜨리게 된다. 바로 시가전이다. 대만은 민간인 피해를 우려해 시가전을 꺼린다. 인민해방군이 시가전을 연습하긴 하지만 오랫동안 타이베이에 진입만 하면 금방 승리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양측 모두 시가전 상황에 대한 연습을 더 많이 실시하고 있다.
중국의 침략이 교착 상태에 빠지더라도 시간은 대만 편이라 보기 어렵다. "우린 1~2주 정도 중국을 막을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은 못합니다." 어우시푸(歐錫富) 대만 국방안전연구원 연구위원의 말이다. 대만군이 확고하게 저항하지 않으면 다른 어떤 시도도 소용없다. 같은 이유로 대만은 미국의 도움 없이는 장기전에서 스스로를 지킬 수 있으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섬 지형인 대만은 우크라이나보다 침략이 어렵지만 마찬가지로 지원하기도 어렵다. 항구는 중국군이나 미군에 의해 파괴될 수도 있다. 중국의 미사일이 비오듯 쏟아지는 상황에서 대만으로 증원군이나 보급물자를 보내는 것은 대만을 침략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울 것이다.
적어도 미국과 대만은 동맹으로부터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미군 수만 명이 주둔하고 있는 일본은 충분한 전력을 갖고 있다. 필리핀은 군사적으로는 약하지만 대만과 가깝다. 호주는 긴밀한 동맹이긴 하지만 무장 수준은 중간 정도이며 훨씬 멀리 떨어져 있다. 태평양 국가들은 후방 기지를 지원해줄 수 있다. 보다 멀리 떨어진 영국 같은 동맹은 군함을 보낼 수 있다. 인도가 얼마나 도움을 줄 것인지는 큰 의문부호다. 위기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책임 소재가 누구에게 향하는지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다.
미국의 대만 방어 지원은 항공모함을 필두로 이루어지곤 했다. 1995년 중국이 대만 인근에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미국은 대만에 항모를 보냈고 1996년에 미사일을 연사했을 때도 그랬다. 그러나 그 이후로 중국은 미국의 군함과 항공기의 접근을 막기 위한 '반접근/지역거부(A2/AD)' 무기에 많은 투자를 했다. 태평양 깊숙이 타격 가능한 DF-26 미사일(지도2 참조)과 보다 요격이 어려운 신규 초음속 미사일도 여기에 속한다. 중국 해군은 이제 세계 최대 규모로, 접근하는 미국 함선을 공격할 수 있는 잠수함 함대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의 장거리 폭격기도 위협적이다. 대만 전쟁을 시뮬레이션한 비밀 워게임을 진행한 랜드연구소의 데이비드 오크매넉은 구식 미국 전략으로는 "패배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대안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제1도련선 안에서 중국의 작전을 교란하고, 일대의 동맹을 보호하며, 제1도련선 너머의 제해권과 제공권을 장악한다. 태평양의 광활함으로 인한 먼 거리의 문제, 이제 태평양 서부의 미군 기지까지 확장되고 있는 중국의 무기교전구역, 여러 척도에서 미국을 능가하는 중국의 인력과 무기보유량 등, 미국이 극복해야 할 문제점은 많다.
거리가 멀어질수록 미사일이든 폭격기이든 중국이 공격할 리스크는 줄어든다(그래프 참조). 그러나 중국에서 3000km 떨어진 괌(미국의 주요 군사 허브)도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게다가 미국의 방공망은 우려스러울 정도로 얄팍하다. 콘크리트 격납고 같은 소극방어 대책도 별로 없다.
미군 관계자들은 전쟁 가능성에 대해 중국의 군사력 성장에 대한 두려움(한 관계자는 "중국의 군사력에 매일 놀란다"고 말했다)과 긍정론(새로운 전술로 승리할 수 있으리라는)이 뒤섞인 이야기를 한다. 적 공격에 쉽게 노출되는 걸 피하기 위해 전력을 분산시키고 지속적으로 이동시키는 '화력분산'을 강조하며 한편으로 공격시에는 빠르게 집결하거나 협응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기 다른 군종과 무기체계가 서로를 지원하며 싸우는 '합동군' 운영 경험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할 것이다.
군용 제트기는 무리에서 산개해 있다가 전투시에는 공중에서 집결하고 착륙할 때는 작은 지상 공간을 잘 찾아야 할 것이다. 비행기 엔진을 끄지 않고 바로 급유하는 '핫핏(hot-pit)' 재급유를 활용해 신속하게 재공격을 하게 될 것이다. 때로는 민간공항에 착륙할 수도 있고, 2차세계대전 시절에 쓰던 단출한 비행장에 착륙할 수도 있다. 비행기를 보호하기 위해 콘크리트를 더 사용하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라고 괌 앤더슨 공군기지의 제36비행단장 폴 버치 미 공군준장은 말한다. "공중에 있는 게 훨씬 안전합니다."
한편 공병대는 비행장의 구멍난 런웨이를 6시간 내에 복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지상 요원들은 이동식 격납고와 항공관제센터, 데이터링크를 설치할 것이다. 연료와 탄약을 적절한 위치에 보내는 것이 가장 난감한 과제가 될 것이다. 이러한 '신속전투배치(agile combat employment)'의 목표 중 하나는 중국이 보유한 대량의 미사일을 소모하게 만드는 것이다.
미군 수상함은 생존성 증대를 위해 대만 인근에서 싸우는 대신 후방을 지키며 괌 등의 후방 기지에 방공망을 제공하고 중국의 해상 무역을 차단할 것이다. 위험지대를 잠깐씩 오가며 중국의 함선과 항공기를 공격하는 '펄스(pulse)' 전술을 구사할 것이다.
무기를 쥔 전우들
해병대는 '핵심 해안 지형', 특히 대만과 일본, 필리핀 사이의 해협에 위치한 제도에 투입될 것이다. 현지 병력을 지원하고 중국군의 배치를 정찰하며 조만간 실전 배치되는 미사일로 적 함선을 공격할 것이다. 미 해병대는 전차와 곡차포 상당수를 포기하고 각 2000명 이상의 병력으로 구성된 새로운 '해병연안연대(MLR)' 3개 부대 창설을 추진 중이다.
일각에서는 신설 해병 부대가 중국군의 공격에 너무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한편으로는 대만에 직접 투입되지 않을 경우, 신설 해병 부대가 핵심 전투에서 역할을 하기에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해병대는 신설 부대로 중국이 상대해야 하는 위협을 증대시킬 것이며 중국 함선을 취약한 위치로 유도하고, 무엇보다도 중국군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판독할 것이라 한다. 데이빗 버거 해병대 사령관은 (중국의 전략인) A2/AD 전략을 역으로 제1도련선을 방어하는 데 활용해 중국을 압박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미국이 그 안을 파고들며 싸울 필요가 없다고 한다. "우린 1년 52주 내내 거기 있을 겁니다."
산개전(散開戰)은 탄력적인 대응을 위해 효율성을 포기한다. 그럼에도 산개전이 성공하려면 많은 것들이 순조롭게 이뤄져야 한다. 첫째로 지휘통제망이 중국의 전자전 공격을 버틸 수 있어야 한다. 군사 전략가들은 아직 무르익지는 않은 개념인 '킬웹(kill web)'을 거론한다. 킬웹 교전체계에서는 자군 뿐만 아니라 동맹군의 센서(레이더 등)와 무기체계가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협응이 가능해진다. 대만 인근 도서 지역에 투입된 해병대 전력부터 F-35 스텔스 전투기, 드론 등이 모두 단일 네트워크 속의 노드(node)처럼 기능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로는 멀리 떨어진 부대의 보급을 위해 미군의 군수 체계가 더 발달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보복을 감내할 수 있도록 동맹을 설득해야 한다. 동맹국들이 얼마나 이를 감내할 것인지는 오직 적대행위가 발생한 후에만 분명해질 것이라 전략을 세우기가 어렵다.
개전 초기, 대만을 방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임무는 중국의 침략 함대를 격침시키는 것인데 이는 주로 잠수함과 장거리 폭격기의 임무가 될 것이다. 미국은 군함의 규모로는 중국보다 열세에 있지만 수중전에서는 여전히 우위에 있다. 미국의 공격잠수함은 어뢰, 순항미사일, 기뢰를 실을 수 있다. 그러나 언젠가는 무기가 바닥이 날 것이고 그럼 괌 등의 지역에서 재보급을 위해 며칠간 위치를 벗어나야 하는데 여기서 중국군의 공격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너무 먼 곳
하와이, 알래스카, 미국 본토에서 날아오는 폭격기는 중국의 대공미사일의 사정권 밖에서 사용 가능한 무기를 사용할 것이다. 그러나 200해리 이상을 날아갈 수 있는 미국의 장거리대함미사일은 개전 일 주일 내로 소진될 가능성이 높다. 이때부터는 미군 전력이 중국 군함을 격침시키려면 대만으로 더 접근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 기대하는 것은 그때쯤이면 중국 또한 장거리무기가 바닥나리라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모두 상대방의 인공위성을 공격할지, 그리고 만약 공격한다면 언제 공격할지를 두고 격론을 벌일 것이다. 인공위성 공격이 시작되면 지구의 저궤도 영역은 고철처리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 몇몇 워게임 시뮬레이션에서는 양국이 스스로에게도 미칠 수 있는 피해를 우려해 위성 공격을 단념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한 고위 미군 관계자 말마따나 "먼저 공격하는 쪽이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됩니다."
대만 전쟁의 모든 단계가 핵무기의 그림자 아래서 치러질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핵무기 의존도를 낮출 것이라 말한 바 있고 중국은 '선제 불사용' 원칙을 옹호한다. 그러나 중국이 핵무기 보유량을 늘리고 있어 핵전쟁의 리스크는 증대할 것으로 짐작된다. 현재 중국이 보유한 핵탄두는 400개 가량인데 2030년까지 1000개(여전히 미국과 러시아의 보유량 보다는 적다)로 늘어날 것으로 미 국방부는 판단하고 있다. 최근 신미국안보센터(CNAS)가 실시한 워게임에서는 양국 모두 핵확전 위험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의 본토를 공격하거나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그 위험성은 더 커진다.
핵을 사용하지 않고 순전히 재래식 전력만으로 전쟁이 치러지더라도 그 피해는 패자는 물론이고 승자에게도 막심할 것이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실시한 워게임에서는 기본 시나리오 상황에서 대만, 미국, 일본군이 개전 열흘 후 인민해방군의 보급선을 단절시켜 인민해방군 병력 3만 명 가량이 대만에서 꼼짝 못하게 됐다. 대만은 자주권을 유지한 채로 살아남지만 전기가 끊기고 기본적인 생활 서비스 이용도 불가능해진다. 미국과 일본도 항공기 382대, 함선 43척(미국 항공모함 2척 포함)을 잃었다. 중국은 항공기 155대, 함선 138척을 잃었다.
경제적 대가도 막대할 것이다. 랜드연구소는 2016년, 대만에서 전쟁이 1년 지속될 경우 중국의 GDP가 25~35% 감소할 것이며 미국의 GDP는 5~10% 감소할 것이라 추산했다. 컨설팅 업체인 로디움그룹은 2022년, 반도체 공급 교란(대만은 세계 최첨단 컴퓨터 칩의 90%를 생산한다)으로 전세계적으로 전자기기의 공급 부족이 발생할 것이고 세계경제에 "계산이 불가능한" 피해를 입힐 것이라 결론지었다.
이런 경악스러운 결과를 두고 미국과 중국은 정말로 일전을 치를까? 중국 관계자들은 자신들은 여전히 평화로운 통일을 선호하며 어떠한 공격 일정표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또한 중국은 전면 침공 외에도 여러 선택지를 갖고 있다. 경제적 강압도 그 중 하나다. 대만에 대해 전면적, 혹은 부분적 봉쇄를 단행하거나 진먼처럼 외딴 곳에 있는 도서 지역을 점령할 수도 있다. 중국은 전면적인 공격 대신(혹은 그 예고편으로) 이런 식의 '회색지대' 작전을 개시할 수도 있다.
시진핑 주석에겐 때를 기다릴 이유가 충분하다. 중국군이 계속 성장하고 있어서만은 아니다. 미국의 GDP 대비 국방예산 비중은 지난 80년 중 최저 수준에 가깝다. 그러나 대만이 만일 본토와의 화해 가능성을 모두 접고 독립을 선언하거나 미국이 대만에 군대를 주둔시킬 경우 시 주석도 공격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 수 있다. 일 년 넘게 계속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영토 수복에 집착하는 독재자가 끔찍한 오판을 저지를 수 있음을 입증하는 증거다. 저우보(周波) 전 인민해방군 대교(大校)1는 중국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미국이 전세계에 투사하는 군사력을 압도할 필요가 없고 단지 태평양 서부에서만 우위를 점할 수 있으면 된다고 지적한다.
미국과 아시아의 전략가들은 대만을 잃을 경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질서를 미국 대신 중국이 이끌게 될 것이라 우려한다. 일본과 한국은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해야 할 필요를 느낄 수도 있다. 제1도련선은 더는 중국을 제약하는 방위선이 아닌, 중국이 자신의 군사력을 더 멀리 투사하는 데 활용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다. "대만은 병의 코르크 마개와도 같습니다." 한 미군 관계자의 표현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보여준 실패 사례에서 위안을 찾는다. 러시아의 사례를 보고 시 주석이 자국의 대만 점령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켰으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만 해협의 위태로운 균형을 유지하려면 미국은 매우 뛰어난 능력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 미국 자신은 물론이고 동맹국과 대만의 군사력을 보강하여 시 주석을 계속 주저하게 만들어야 함과 동시에 미국의 군사력 보강이 너무 과도하여 당장 공격하지 않으면 대만을 점령할 기회를 영영 놓치게 된다고 생각하지도 않도록 해야 한다.
시진핑 주석의 3연임 확정 이후 중국 외교가 매우 공세적입니다. 오랜 앙숙이던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의 중재로 국교정상화를 결정했고, 사우디는 중국이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에 합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별 성과는 없었지만 시 주석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휴전 또는 종전을 중재하려는 움직임도 보였습니다. 프랑스의 르몽드는 '중미(中美)지역, 중국으로 기울다'라는 제목으로 중국의 중남미 외교에 대한 전면 기사를 실었고 4월말에는 룰라 브라질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합니다. 그렇지만 결국 미중 패권경쟁과 세계 정세를 좌우하게 될 사안은 대만입니다. 오늘 전문 번역으로 소개해 드리는 '미국과 중국이 대만을 둘러싼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코노미스트의 3월 9일자 특집기사는 무섭게 들릴지언정 과장이 아닙니다. 그동안 중국의 대만 침략 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주로 중국이 정말로 전면전을 치를 의사가 있는지 같은 중국 지도부의 분위기를 분석하는 편이었는데 이코노미스트의 이 특집기사는 그보다는 실제로 전쟁이 벌어질 경우 어떤 양상으로 진행될지, 미중 양측에게 어떤 난관이 기다리고 있는지를 다룹니다. 대만 전쟁은 한국에 미칠 영향도 적잖을 것이기에 우리도 경각심을 갖고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