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23 22:10
작년 10월의 어느 흐린 금요일, 과거 철강 도시였던 펜실베니아 브래독 소재의 실내농장 피프스시즌의 직원들은 평소처럼 출근했다.
2년 전 설립돼, 6만 평방피트(약 5600㎡, 1700평) 크기의 로봇이 가득한 창고 안에서 매년 수만 파운드의 상추를 생산하는 이 실내농장은 순조롭게 돌아가는 듯 보였다. 피프스시즌은 자체 브랜드로 출시한 샐러드 도시락(이 도시락의 타코 버전은 실내농장에서 키운 로메인과 과카몰리, 또띠야, 치즈를 곁들였다)은 홀푸드와 크로거를 비롯한 매장 1200개에서 팔린다. 작년 초 피프스시즌은 2022년 매출이 600%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작년 10월에는 브랜딩을 새롭게 바꿨고 매장에는 새로운 패키지가 풀리고 있었다. 건물 안에는 새로운 태양광 패널과 마이크로그리드가 설치됐다. 오하이오 콜럼버스에 더 큰 농장을 설치할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그날 근무는 영원히 시작되지 않았다. "대표님이 오더니 '저스틴, 우리 이야기 좀 합시다'라고 하는 거예요." 피프스시즌의 설립 당시부터 유지보수 기술자로 일했던 저스틴 스트리커다. "'다른 사람들에겐 얘기하지 마요. 곧 큰 회의를 열 겁니다'라더군요. 전 제가 해고당하는 줄 알았죠. 근데 회사 전체가 끝장나버렸어요." 경영진은 피프스시즌을 즉시 폐업한다고 발표했다. 전기 기기를 끄고 급수 설비를 비운 후, 농장 안의 식물들은 죽도록 내버려뒀다. 스트리커를 비롯한 직원 수십 명은 서둘러 다른 일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수직농업 업계는 최근 실패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데 피프스시즌은 그 중 가장 드라마틱한 사례다. 아팔라치아의 하이테크 온실을 운영하며 토마토와 채소를 재배하는 앱하베스트는 최근 분기 보고서에서 추가로 투자를 받지 못하면 "사업을 계속 영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심각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앱하베스트는 회사의 사업성에 대해 자신들을 오도했다는 투자자들에게 고소당한 상태다. 업계 선구자인 에어로팜은 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우회상장을 추진하다 작년에 포기했다. 2004년 설립된 에어로팜이 2021년 5월 투자자 대상 PT에서 예상한 2021년 매출액은 겨우 400만 달러였고 같은해 조정 EBITDA 영업손실은 3900만 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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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의 수난은 이뿐만이 아니다. 물류 컨테이너를 재활용해 작물을 재배하는 프랑스 회사 애그리쿨은 올해 1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베를린 소재 수직농업 기업 인팜은 최근 전체 직원의 절반이 넘는 500명을 해고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복잡한 실내농장용 로봇 시스템을 개발한 아이언옥스는 직원의 절반 가까이를 해고했다.
이처럼 수직농업 업계는 최근 많은 수난을 겪었는데 앞으로는 더 심각할 수도 있다. 2022년 12월 초 기준으로 실내농장 업계에 17억 달러(약 2조2500억 원)가 투자됐는데 이는 농업기술 부문에서 가장 많은 투자액이다. 1만 년 역사의 산업인 농업에 '파괴적 혁신'을 가져오겠다는 생각에 많은 투자자들이 지갑을 열었다. 수직농업 스타트업 플렌티에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처음 투자했을 때, 소프트뱅크 CEO 손 마사요시는 플렌티가 "현행 식량 체계를 재편할 것"이라 말했다. 여러 변수를 통제할 수 있는 실내농업은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물론 투자자들은 돈을 벌 것이라 기대했다.
최초의 수직농장이 오픈한 지 20년 가까이 지나고 자본금은 캘리포니아 폭염 속 로메인처럼 말라가고 있는 지금, 두 가지 의문이 고개를 든다. 수직농업은 정말로 기존 실외농업과 경제성 차원에서 경쟁이 가능한 걸까? 그리고 투자자들은 어떻게 상추에서 실리콘밸리 스타일의 투자수익을 거둘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걸까?
식물 재배 비용은 얼마나 들까?
실내농업은 이론상 이점이 매우 많다. 전통적인 농법에 비해 물을 90% 적게 쓴다. 현재 미국에서 재배되는 상추는 대부분 가뭄으로 고통받는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에서 나온다. 실내에서 재배하면 대장균 감염이나 식물 바이러스(최근 캘리포니아 살리나스밸리의 상추를 초토화시켜 상추 가격을 폭등시켰다)로 인한 병해도 피할 수 있다. 실내농장은 살충제를 전혀 쓸 필요가 없고 비료 사용도 줄이고 비료가 강으로 흘러가는 것도 막을 수 있다. 보스턴이나 뉴욕시 인근에서 상추를 키우면 미국 서부에서 수천 킬로미터를 실어보내지 않아도 돼 연료 사용도 줄이고 신선함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 통상적인 식자재 유통망을 거치는 동안 시들기 쉬운 까다로우면서도 맛있는 식재료를 재배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후변화로 폭염, 가뭄, 홍수가 더 잦아지면 몇몇 작물의 경우 실내에서 재배하는 게 필수가 될 수도 있다.
허나 현실에서는 상추 한 통을 키우기까지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한다. 창고 안에 만든 농장(보통 식물을 수직으로 여러 층을 쌓아 천장까지 올리는데 이 때문에 수직농장이라 불린다)은 짓는 데도 비용이 많이 들고 운영하는 데도 비용이 많이 든다. 일례로 피프스시즌은 브래독의 농장을 만드는 데 2700만 달러(약 355억 원)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만든 농장은 일 년에 샐러드 400만 개 가량을 생산할 수 있다. 에어로팜은 투자자에게 자사의 모델5 농장 디자인은 5200만 달러(약 685억 원)가 들지만 2023년 9월 출시 예정인 모델7 농장의 비용은 4300만 달러(약 566억 원)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설립된 샌프랜시스코의 수직농업 스타트업으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를 비롯한 투자자들로부터 현재까지 9억4100만 달러(약 1조2400억 원)를 투자받은 플렌티는 버지니아 리치몬드에 신설하는 농장에 3억 달러(약 4000억 원)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농장 운영을 개시해서 실외에서 재배한 작물과 경쟁하려 들기 전부터 감가상각을 치르게 되죠." 수직농장에서 일하는 농업 컨설턴트 피터 태스걸의 말이다.
조명만 해도 값비싸다. "식물은 인간보다 5~10배의 빛을 필요로 합니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경영학 교수이자 비영리기구 CEIA의 설립자로서 실내농장의 경제 모델을 연구하는 에릭 스테인의 말이다. 수직농장은 잎채소 재배를 먼저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잎채소가 다른 작물에 비해 빛을 덜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명을 구입하고 전기료를 내는 데 상당한 비용을 치른다. 스테인 교수는 1만 평방피트(약 930㎡, 280평) 규모의 작은 농장도 일 년에 전기료가 10만 달러(약 1억3000만 원) 혹은 심지어 20만 달러 이상 나올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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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 바깥에 재생에너지를 추가하면 도움이 되긴 하지만(에너지 사용에 따르는 탄소 발자국도 줄일 수 있다) 지붕에 태양광 패널 몇 개를 다는 것으로는 전기 필요량을 충당하지 못한다. "보통의 한랭 기후라면 상추 1에이커를 키우는 데 태양광 패널 5에이커가 필요할 거예요." 환경제어농업을 연구하는 미국 농무부 소속 연구자 케일 하빅의 말이다. 만일 고층빌딩을 상추 수직농장으로 만들면 뉴욕 맨해튼 정도 면적을 태양광 패널로 깔아야 한다.
창고 형태의 완전 실내 농장(자연광 없이 보라색 LED 빛으로 식물을 재배한다)은 비교적 최근에 생긴 것이다. 환경에 대한 우려가 점차 높아지는 것도 영향을 미쳤지만 LED 조명의 가격이 하락한 것(대마초 산업의 성장이 한몫했다)도 중요한 요인이다. 그러나 실내 농장의 전반적인 개념은 몇몇 투자자들이 기대한 것처럼 급진적인 건 아니다. 예를 들어 이미 미국에서 소비하는 토마토의 상당 부분이 보다 전통적인 형식의 온실에서 재배된다(대부분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온다). 네덜란드의 경우 온실에서 한 해 100만 톤 가까운 토마토를 생산하는데 작은 국토 면적에도 불구하고 주요 식량 수출국으로 손꼽힌다.
수직농업 업계의 많은 스타트업이 농장 운영을 위한 복잡한 기술을 직접 개발했다는 점을 과시한다. 컴퓨터 영상 판독과 인공지능을 활용해 작물들을 모니터링하고 빛, 온도, 습도 등을 조절해 재배에 최적화된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거의 모든 업체들이 비용 절감을 위한 독창적인 기술적 솔루션을 찾았다고 주장한다.) 맞춤형으로 제작한 로봇 시스템으로 씨앗을 심고 작물을 심은 선반을 움직이고 수확하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모든 회사가 자신만의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면 비용은 급격히 늘어난다.
"기술을 독자 개발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창업자들이 실리콘밸리가 농장에는 투자하지 않을 테지만 기술 기업에는 투자할 거라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도시농업 컨설팅 업체 애그리텍처의 설립자 헨리 고든스미스다. "현실에선 업체들이 R&D에 미친듯이 돈을 퍼붓고 나서는 '제기랄, 이거 안 되네요'라고 하는 게 다반사죠." 스타트업이 외부의 기술을 들여오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그럴 때도 자신들이 전체 시스템을 처음부터 다 직접 만들었다고 이야기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피프스시즌을 비롯한 여러 기업이 실내농장의 운영비용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노동비 절감을 위해 자동화에 투자했다. "실내농업에 기술을 잘 접목시켜서 노동비 문제를 해결하고 엄청 멋진 로봇을 만들겠다고 돈을 날리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회사였어요." 피프스시즌의 최고카테고리매니저였던 그랜트 밴든부쉬의 말이다. 피프스시즌의 농장은 자동화로 농장 운영이 가능함을 보여줬다. 그러나 로봇공학 엔지니어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에게 높은 임금을 지급해야 했다. "야채 같은 1차 상품 시장에서는 회사 전반의 운영비를 커버할 수 있을 정도의 판매 수익을 내기가 정말 힘듭니다."
농장이 더 크면 회사가 더 많은 상품을 팔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그는 말한다. 미국의 몇몇 농장들도 네덜란드 온실 방식을 도입해 훨씬 적은 인력으로 농장을 운영하게 될 수 있다. "농장 운영에 드는 간접비는 훨씬 적죠. 회사 사무실 같은 게 없으니까요. 기술지원팀이나 IT팀은 외주로 돌릴 수 있어요. 시설 전체의 매니저가 곧 수석 농부이자 직원들에게 급여를 주는 사장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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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미국 스타트업은 수익을 내기도 전에 많은 연봉을 받는 임원진을 거느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회사들 대부분은 여전히 벤처 투자 자금에 의존하고 있어요." 스테인 교수의 말이다. "투자 받고 나면 제일 먼저하는 게 뭔지 아세요? 친구들을 몽땅 고용합니다. 그리곤 운영 부문의 관리자 임금을 잔뜩 부풀려 놓죠." 첨단 온실기업 앱하베스트는 6억4000만 달러(약 8300억 원) 넘게 투자를 받았는데 2022년의 9개월간 8300만 달러(약 110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여름 분기에는 수확기의 실외 농장과 경쟁해야 했기 때문에 총매출이 52만4000달러(약 6억8000만 원)에 불과했다. 작년 1/4분기부터 3/4분기의 총매출은 1000만 달러였지만 그 대부분은 두 명의 임원을 해고하면서 퇴직금을 700만 달러 지급하는 등으로 써버렸다.
실내농장 시설을 건설하고 운영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다보니 미국 동부에 위치한 실내농장이 서부 캘리포니아에서 키우는 상추와 비용으로 경쟁하는 게 어려운 실정이다. 캘리포니아 노지(露地)에서 키운 상추를 서부에서 동부로 옮기는 운임비용을 고려해도 그렇다. 노지 재배는 낮은 땅값, 훨씬 적은 에너지 소비, 낮은 총노동비로 비용이 보다 적게 든다. 2020년 코넬대 연구는 시카고나 뉴욕의 실내농장에서 재배한 상추는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미국 서부 해안 지역에서 생산한 상추보다 두 배 이상 비쌀 것으로 추산했다.
첨단기술 농장이 마침내 수익을 내는 게 가능할지라도 그 지점까지 다다르는 데 수 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피치북의 애널리스트 알렉스 프레드릭은 말한다. "이 회사들이 곧 맞닥뜨리게 될 상황은, 5년이나 10년 내로 손익분기점에 다다르지 못하면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해 계속 투자를 받아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현재는 투자 유치가 정말 어려운 상황이고요."
시장이 침체기를 겪으면서 투자자들은 새로운 투자를 중단했다. 게다가 최근 에너지 가격의 급등은 몇몇 업체들에게 한계점이 됐다. "전 투자자들이 이게 장기전이라는 걸 알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피프스시즌의 작물 재배를 총괄했던 원예학자 크리스 서브니다. "그러더니 어느날부터 갑자기 투자 수익을 원하네요."
농업과 IT의 산업적 여건은 다르다
한 창업자는 많은 투자자들이 농업 분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내게 말했다. 최첨단 기술을 쓰지 않는 온실처럼 이미 효과가 확인된 사업 모델을 점진적으로 개선시킨 것보다는 가장 섹시하고 혁명적인 기술에 더 끌린다는 것이다.
대마초 같은 고가의 작물이나 딸기 같이 일반 채소보다는 좀 더 비싸게 팔리는 작물이 아닌 어린잎채소를 갖고 돈을 버는 것도 어렵다. "시장에서 개당 1~2달러에 팔릴 물건을 만드는 데 2000만 달러 짜리 최첨단 설비를 마련하는 게 정말 그럴만할 일일까요? 바로 그게 문제죠." 스테인 펜실베이니아대 교수의 말이다. (자체 브랜드를 가진 채소를 파는 실내농장이 늘어나면서 마트에서 매대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채소를 담은 상자에 상당한 프리미엄을 붙여 수익을 더 내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샐러드에 돈을 더 낼 의향이 있는 소비자는 그리 많지 않다.
세심한 통제가 가능한 완전 실내농장은 의약품, 향수, 화장품에 사용하는 식물을 키우는 데 활용할 수도 있다는 게 수확 로봇 스타트업 루트AI의 창업자 조시 레싱의 생각이다. 레싱은 온실 스타트업 앱하베스트의 최고기술책임자였다. (앱하베스트는 매출 부진 문제에도 불구하고 2021년 4월 6000만 달러를 들여 루트AI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농장의 규모를 더 키우면 기술비용이 줄어들어 가격이 싼 식재료를 보다 사업성 있게 재배하는 것도 가능하다.
스테인 교수는 농장에서 상추 1파운드를 재배하는 데 드는 운영비용 데이터(많은 업체들이 공유하기를 꺼린다)를 수집하고 있다. 어느 농장이 가장 효율적인지 확인하고 실내농업 업계 전반에 교훈이 될 만한 내용을 추려내기 위해서다. 그는 실내농업이 여전히 성공 가능한 사업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일부 투자자가 기대하는 방식이나 또 일부 스타트업이 약속한 방식으로 성공 가능한 사업은 아닐지도 모른다.
"전 아무리 생각해봐도 (투자자들이 왜 투자를 하는지) 모르겠어요. 농업의 산업적 여건은 실리콘밸리 첨단 산업의 여건과 다르거든요." 스테인 교수의 말이다. "어떻게 포장하려고 해도 사실은 바뀌지 않아요. 영업이익률 20~25% 정도 나오는 농장을 세우겠다 그러면 그건 가능성 있는 투자입니다. 하지만 150%가 되는 일은 없어요."
또한 스타트업들은 자신들의 성장 가능 속도를 너무 과하게 예측했다. 예를 들어 에어로팜은 2015년 자신들이 5년 내 농장 25개를 건설할 계획이라 했다. 그러나 2023년 현재 미국에 대형 상업농장 두 곳과 아부다비에 R&D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가 얼마나 빨리 돈을 벌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과대 예측을 했다. 투자자 대상 PT에서 에어로팜은 기업가치가 2021년 400만 달러(약 52억5000만 원)에서 2026년 5억5300만 달러(약 7300억 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회사 가치와 수익성에 대해 굉장히 과대 포장을 했죠." 고든스미스의 말이다.
경영도 또다른 난관이다. 경험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새로운 기법으로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식재료를 생산할 수 있는지 파악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앱하베스트 투자자들은 앱하베스트가 회사의 문제를 밝히지 않고 성공 가능성을 잘못 제시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앱하베스트는 "경험이 부족한 경영진을 가진 신생 기업이 처음으로 대규모 재배에 뛰어들면서" 맞닥뜨린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농장 한 곳은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문제로 완공이 지연돼 앱하베스트는 당초 기대했던 것만큼 매출을 올리지 못했다. 앱하베스트의 커뮤니케이션 책임자는 회사가 교육훈련에 많은 투자를 했으며 농장을 확장하기 전에 기존 농장의 운영을 개선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해 최초로 지은 농장을 유통업체에 매각한 후 재임차했다. 그럼에도 앱하베스트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다음은 무엇일까?
피프스시즌 같은 기업들이 고전하는 가운데에도 (일부 투자자들은 물러섰지만) 업계에는 계속 투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고든스미스는 업계가 가트너 하이프 사이클에서 말하는 '환멸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한다. 이 단계에선 새로운 기술을 만드는 스타트업들 몇몇이 실패하기 시작하고 그에 따라 관심이 사그라든다. 투자자들이 일부 대형 업체들로 투자 범위를 좁히면서 업계는 합병 정리 과정을 거치게 될 수도 있다.
"저는 지금 업계에서 벌어지는 게 어느 정도는 신생 업계에서 자연스러운 진화와 성숙의 과정이라고 봐요." 뉴욕 소재의 수직농장 기업 보워리의 설립자이자 CEO인 어빙 페인의 말이다. (그는 초창기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든다. 1900년대 초반 자동차 업계는 250개가 넘는 브랜드가 있었으나 오래지 않아 소수의 기업으로 재편됐다.) 보워리는 2015년 설립돼 현재 농장 7개소를 운영하며 내년에도 추가로 농장을 개장할 예정이다. 그는 보워리가 2022년 마지막 분기에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었다고 한다. 또한 최근 경제 상황이 녹록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2022년 전체 실적도 역대 최대였다 한다. 하지만 회사가 언제 수익을 내기 시작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고든스미스는 미국의 수직농장 대부분이 수익성을 달성하기엔 아직 멀었다고 한다. "어느 대형 사모펀드 회사의 의뢰로 분석을 한 적이 있는데 향후 10년 동안 북아메리카에서 수직농업이 대규모 노지 재배와 경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지 못했어요." 그는 현재 수직농업이 가장 가능성이 있는 곳은 중동이라고 한다. 폭염으로 실외 재배가 비현실적이고 소비자들은 현재 수입 채소에 비싼 값을 지불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도 일부 업체들은 마침내 수익성을 달성할 비법을 찾았노라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전통적인 농장과 실내농장 양쪽에서 유기농 허브를 재배해 월마트 같은 곳에서 판매하는 솔리오가닉은 다른 실내농장과는 달리 흙에서 재배를 하면서 특허를 받은 처리기법을 사용해 수익을 내고 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현재 수익을 내고 있다고 주장하는 리틀리프팜은 자동화된 온실을 통해 수익성을 달성했다 한다. 대만의 예스헬스그룹은 맞춤형 LED 조명 등의 자체 장비를 갖고 십 년 넘게 수직농장을 개발해왔는데 대만의 농장에서 수익을 내고 있으며 올해 중으로 회사 전체적으로도 (R&D 비용까지 포함해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업체가 장기적으로도 업계의 하향 추세를 거스르고 계속 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보다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작물 재배로 초점을 바꾸는 업체들도 있다. 오이시라는 스타트업은 독특한 맛을 가진 딸기를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비싼 가격(딸기 11개가 든 상자가 20달러(약 2만6000원)다)에 판다. 플렌티가 샌프랜시스코 시설을 폐쇄한 뒤 신규 개설한 농장 중 하나는 버지니아에 있는데 미국 최대의 딸기 유통업체 드리스콜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한 해에 딸기 2000만 파운드(1만 톤)를 재배 중이며 오는 겨울에 첫 수확을 할 예정이라 한다.
이들 업체가 장기적으로 어떻게 될지, 그리고 수직농업 업계에 들어온 투자금 중 얼만큼이 변변한 결과물 없이 결국 실패한 투자가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기후변화가 농업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현실이다. 홍수와 가뭄, 폭염으로 죽는 작물들이 많아지면 실내에서 작물(상추나 딸기말고도)을 성공적으로 재배하는 게 필수가 될 것이다. 오늘날 망해가는 스타트업들에 투자한 수십억 달러가 그때가 되면 어떤 평가를 받을까?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요긴했던 돈으로 여겨질까, 아니면 고수익을 추구하는 벤처캐피털이 보다 탄력적인 식량 확보를 방해했던 사례로 기억될까?
'스마트팜'은 한국 농업의 미래를 논할 때나 정부의 농업 정책에서 빠지지 않는 소재입니다. 그 이름부터 (흙내음 가득한 농업과는 결이 다른) 첨단기술을 연상케 하니까요. 사실 스마트팜이란 단어의 정의는 꽤 헐렁한 편이라 창문을 원격으로 여닫을 수 있는 비닐하우스부터 외부 환경과 거의 완전히 차단돼 운영될 수 있는 실내농장까지 모두 이 범주에 넣을 수 있는데, 이번에 전문 번역으로 소개드리는 미국의 경영 전문 월간지 패스트컴퍼니(Fast Company)의 2월 27일 기사가 다루는 '수직농장'은 가장 급진적인 형태의 스마트팜입니다. 최첨단기술을 앞세운 '미래 농업'에 손정의의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를 비롯한 많은 투자자들이 이 분야에 1조 원 넘게 투자했는데 업계의 주요 기업들은 하나씩 망해가고 있습니다. IT 업계의 '경제학'과 농업의 '경제학'은 완전히 다른데 창업자나 투자자나 그걸 간과했다는 게 패스트컴퍼니의 분석입니다. 일각에서 소개하는 소수의 (게다가 철지난) 외국 사례만 보고 정책을 정하는 건 큰 문제입니다. 한국의 스마트팜 관련 정책의 수혜는 농민보다는 스마트팜 설비 업자가 받고 있는 것도 사안을 다각적으로, 세부적으로 들여다보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이 기사는 스마트팜이 전혀 가망이 없다는 게 아닙니다. 다만 그간 과대선전돼 오던 방식과는 다른, 전통적인 농업의 경제학을 고려한 방식이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