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예술

'아시아 최초의 글로벌 시각문화 뮤지엄' 홍콩 M+ 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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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뮤지엄, 홍콩 /사진제공=Photo: Kevin Mak ? Kevin Mak, Courtesy of Herzog & de Meuron

2023.05.26 08:52

Financial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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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스위스 건축팀인 '헤르초크 & 드 뫼롱'은 과거 영국 경찰서이자 형무소였던 복합단지를 문화센터로 개조한 타이퀀(Tai Kwun, 大館)을 홍콩에 완공했다. 과거 식민지 시대의 유령이 깃든 건물이 있다면 바로 이곳인데 형무소 운동장 주변에 빽빽하게 들어선 감시통제 구조물들로 둘러싸여있다. '아시아 최초의 글로벌 시각 문화 뮤지엄'을 표방하는 최신 건물 M+는 이러한 것에 정반대다.


홍콩섬1에서 항구 너머 카우룽 반도2의 바다 매립지에 자리한 이 건물은 역사나 유적의 영향을 받지 않은 완전히 새 땅에 자리 잡고 있다. 건축가들은 단단히 자리 잡을 발판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립지 아래를 뒤졌는데, 이 새로운 건물을 정착시킬 공학적 고고학 작업이었다. 지하실은 대각선으로 비어 있는 공간이 되었는데, 바로 아래 옆에 공항 익스프레스 철도가 지나감을 나타내 보임으로써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도록 만드는 복합 하부구조 공법이다. 같은 건축가들이 만든 런던 테이트 모던의 '터빈 홀'(Turbine Hall)을 연상시키는 콘크리트 동굴인 이 극적인 빈공간은 '발견된 공간'(Found Space)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이를 발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모든 뮤지엄이 그렇듯 M+도 기억의 저장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축 양식에서도 홍콩의 특수한 조건인 고층건물의 도시라는 감각을 구현하고 있는데, 홍콩의 개별 구조물은 종종 평범하고 진부하지만 총체적으로 모여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모더니티의 도시 풍경을 만들어 낸다.


M+ 뮤지엄, 홍콩 /사진제공=Photo: Joe Wong, Courtesy of M+, Hong Kong

M+ 뮤지엄, 홍콩 /사진제공=Photo: Joe Wong, Courtesy of M+, Hong Kong


2021년 문을 열었지만 코로나 봉쇄 이후 재개관한 M+는 웨스트 카오룽 문화지구의 가장자리에 자리 잡고 있으며 아시아의 MoMA를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2012년 건축 공모 이후 홍콩의 문화는 급격하게 정치화되었다. 아이웨이웨이의 작품 검열이 널리 알려졌다. M+ 주변에는 점잔 빼는 듯한 홍콩 고궁 뮤지엄과 무시무시한 느낌조차 드는 시취(Xiqu, 戱曲) 중국 전통극 센터 등 자의식이 강하게 표현된 여러 건물들이 있는데, 이 건물들은 중국 본토로의 문화적 이동을 대변하며, 이로써 M+의 자유주의적 글로벌리즘에 대항하기 위해 전통적인 중국 문화를 들이미는 듯하다. 하지만 정치적인 의미는 차치하고 이 새로운 뮤지엄은 예술, 건축, 대중문화, 영상, 디자인이 어우러져 진정으로 신나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회주의 리얼리즘 이후 시대의 혼란한 신흥 예술부터 1970년대와 1980년대 홍콩의 제조업, 영화, 인쇄 산업을 흉내낸 풍부한 키치까지, M+ 뮤지엄은 초기의 투박함과 활기, 그리고 점점 더 자신감과 영향력, 풍부한 표현력을 갖춘 아시아의 근현대 예술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개관을 제공한다.


건물 자체(원래는 59억 홍콩달러(미화 7억 5천만 달러)로 추정되었으나 현재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으로 추정됨)는 석재로 뒤덮힌 고층 빌딩들로 빽빽한 협곡 사이에 좀 더 열린 블록을 만들기 위해 이러한 양식을 처음 도입한 뉴욕의 파크 애비뉴에서 익숙하게 보이는 슬래브3포디움4이라는 20세기 중반 건축 양식으로 되돌아간 형태다. 포디움은 사방이 개방되어 있어 의도적으로 접근을 환영하고, 테라스는 홍콩의 오래된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을 제공한다.


메인홀에 전시된 아시아 모더니즘 작품들 "Hong Kong: Here and Beyond"  /사진제공=Photo: Lok Cheng, Courtesy of M+, Hong Kong

메인홀에 전시된 아시아 모더니즘 작품들 "Hong Kong: Here and Beyond" /사진제공=Photo: Lok Cheng, Courtesy of M+, Hong Kong


Focus 갤러리에 전시된 디지털 아티스트인 Beepl의 "Human One"(2022) /사진제공=Photo: Lok Cheng, Courtesy of M+, Hong Kong

Focus 갤러리에 전시된 디지털 아티스트인 Beepl의 "Human One"(2022) /사진제공=Photo: Lok Cheng, Courtesy of M+, Hong Kong



지상층의 광활한 공간은 다소 황량한 느낌은 있지만 건축학적으로 놀랍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아트리움 주변에 있는 일련의 갤러리(총 33개)에 전시된 컬렉션으로 천천히 올라가 보라. 주로 아시아 모더니즘을 다룬 방대하고 빠짐없는 조망이라 할 수 있다. 현대 글로벌 문화 생산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재조정하려는 이 전시의 목표는 그것을 담도록 설계된 공간만큼이나 장대하며 대부분 즐겁고 매력적이다.


그런 미술이 이제는 많이 친숙해졌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많은 곳에서 잘 전시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M+는 전 주중 스위스 대사이자 중국 현대미술의 선구적 컬렉터인 울리 지그(Uli Sigg)의 컬렉션을 포함해 그런 미술로 야심차게 우리의 시점을 이끈다. 또한 큐레이터들이 그래픽과 디자인, 고급과 저급, 품격과 키치를 예술 작품 곳곳에 섞어 놓은 방식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활기찬 전시를 만들어 낸다.


다른 곳에서는 종종 뒷전으로 밀려나는 건축물 자체가 이곳에서는 가장 눈에 띄고 기억에 남는 전시작품이 된다. 일본의 컬트적인 디자이너 구라마타 시로(倉?史朗, 1934-1991)가 디자인한 스시 바의 전체 인테리어는 서방에서 일본의 세계지배를 우려하던 1980년대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다. 게리 창(Gary Chang)의 '트랜스포머 실내공간'을 복제한 작품은 슬라이딩 벽을 살짝 당기는 것만으로 좁은 홍콩 아파트를 순식간에 재구성할 수 있는 멋진 '모빌 인테리어'다. 대중잡지들의 화려한 색상이 관광 안내 책자와 아방가르드 그래픽, 1960년대의 촌스러운 플라스틱 전등갓 옆과 매우 아름다운 모더니즘 의자 옆에서 빛을 발한다.


쿠사마 야요이(草間彌生, 1929-) 작품은 무한 거울 상자에서 필수적인 인스타그램 인증샷을 찍을 수 있다. 나는 사진을 찍지 않았더니 이에 놀란 직원에게 부드럽게 훈계를 들었다. 내가 설명을 잘못 이해한 게 분명했다.



홍콩 국가보안법이 예술적 표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할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우려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노골적이든 교묘하든 정치적 의도를 가진 작품이 많이 보인다. 기자 회견에서 여러 번 강조된 공식 입장은 모든 기관이 법의 테두리 안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분명 조심스럽게 밟아야 할 선이 있지만, 첫인상은 긴장감이나 두려움이 아니고, 역사의 미묘함에 대한 정치적 동기에 의한 재해석 보다는 자유로운 표현과 감상의 폭발 같은 것이다.


방문객의 시선이 이곳의 예술 작품에 집중되는 것은 갤러리들이 방해가 되지 않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날 좀 봐요'라고 시선을 끄는 건축적 곡예도 없다. 대신 재료(콘크리트, 목재, 대나무), 조명(자연 채광, 창문 또는 블랙박스), 규모를 통해 일련의 방들에 미묘하게 다른 분위기를 부여한다. 한 가지 예외는 철로 위에 인위적으로 '발견한 공간'을 다루기 위해 쏟아 부은 엄청난 양의 진짜인지 불분명한 강철과 콘크리트를 필요로 한 구조적 과감성이다.


무엇보다도 열대 조경으로 꾸며진 높이 올려진 테라스는 또 다른 파노라마를 제공하는데, 그 전망은 과할 정도로 관리되었지만 여전히 무성한 열대 초목으로 둘러있다. 그 위에 있는 판때기 모양으로 단순하고 날렵한 건물은 약간 실망스럽게도 사무실과 관리실이 있다. 이 곳에서 방문객은 진부한 건물들이 모여 있는 홍콩의 풍경을 장엄하게 조망할 수 있다. 이 촘촘하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단순한 구조는 결코 평범하지 않으며, 단순한 구성과 20세기 중반의 우아한 기업들을 암시하는 이 건물은 그 내부에 있는 수많은 이미지들을 소비하는 자신의 이미지를 다시 오랜 도시 홍콩에 내비친다.



필자인 에드윈 히스코트(Edwin Heathcote)는 작가이자, 건축가, 디자이너이다. 그는 1999년 이후 파이낸셜타임스의 건축, 디자인 부문 비평가로 활동해왔으며 많은 책을 저술했다. 최근 저작으로 'On the Street: In-Between Architecture'(HENI, 2022)가 있다.


역자인 이희정은 영국 맨체스터대 미술사학 박사로 대영박물관 어시스턴트를 거쳐 현재 명지대 객원교수로 강의와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역서로는 '중국 근현대미술사'(미진사, 근간)가 있다.


1888년 창간된 영국의 대표적인 일간 경제지. 특유의 분홍빛 종이가 트레이드마크로 웹사이트도 같은 색상을 배경으로 쓰고 있을 정도입니다. 중도 자유주의 성향으로 어느 정도의 경제적 지식을 갖고 있는 화이트 칼라 계층이 주 독자층입니다. 2015년 일본의 닛케이(일본경제신문)가 인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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