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지정학

[評천하] 해설과 함께 읽는 이번주 국제정세

기사이미지

(마이애미 로이터=뉴스1) 박재하 기자 = 국가기밀을 불법 반출한 혐의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기소 인부 절차를 위해 플로리다주(州) 마이애미 연방법원에 출석했다. 사진은 당시 법정 스케치. 2023.06.13/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3.06.16 12:10

icon 3min
kakao facebook twitter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법원에 출석했습니다. 전·현직 대통령이 법정에 출두한 것은 미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번 재판은 1심, 2심 등을 거치면서 대선이 있는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트럼프는 이로써 언론보도의 스포트라이트를 계속 받게 될 것이고 이를 자신의 선거캠페인에 십분 활용하려 할 것입니다. 미국 헌법에 따르면 '반란죄'가 아닌 이상 확정판결로 수감중이라도 대통령선거에 나올 수 있습니다. 대통령 당선후엔 '셀프 사면'도 가능합니다. 재선을 꿈꾸는 트럼프에게 어쩌면 유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세계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가 250억 달러(약 32조원) 규모의 '투자 제국'을 셋째 아들 알렉산더에게 물려주기로 했습니다. 아버지 소로스도 친민주당으로 정치자금을 많이 지원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아들 알렉산더는 "아버지보다 더 정치적"이라고 합니다. UC 버클리 역사학 박사인 알렉산더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성평등, 낙태권 등 아버지의 진보적 가치를 더욱 확대하겠다고 밝혔고,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한다면서 반(反) 트럼프 캠페인에 대대적으로 기부할 것을 예고했습니다.


아버지인 조지 소로스는 유대계 헝가리 이민자인데, 2차대전 직후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 런던정치경제대(LSE)에서 '열린사회와 그 적들'로 유명한 칼 포퍼의 지도를 받으며 철학을 공부했고, 이후 런던 금융권에서 투자가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소로스는 1992년 영국 파운드화 위기때 파운드화 공매도로 큰 수익을 올린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전 세계 민주주의 확대를 위해 오랫동안 매년 15억 달러(약 1조 9000억원)를 민주주의 단체들에 기부해왔습니다. "아버지보다 더 정치적"임을 밝힌 후계자 알렉산더는 이러한 기부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이 미국 대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쿠바감청시설을 운영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이 보도가 나온 시점이 공교롭게도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을 앞둔 시점입니다. 지난 2월 블링컨 장관의 방중이 중국의 '정찰풍선' 사건으로 취소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사건이 불거진 것입니다. 미국 일각에서는 케네디 행정부 당시 발생했던 '쿠바 미사일 사태'까지 거론하는 듯합니다만, 미국을 겨냥한 미사일과 미국을 감청하는 시설은 위협의 정도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사실 미국도 한국이나 일본, 몽골 등에 중국의 시그널 정보를 수집하는 시설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16일에 중국을 공식 방문합니다.



쿠바는 미국에 가까워서 특히 문제가 되었지만, 중국은 라틴아메리카에서 존재감을 높여왔습니다. 여러 나라들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기도 한 중국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에게 큰 규모의 차관을 공여하기도 했고, 에너지와 광업 부문에 대규모 투자도 했습니다.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의 21개국이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 서명했습니다. 2016년에 나온 중국의 전략보고서는 중국이 남미에서 "적극적으로 군사 교류 및 협력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중국은 라틴아메리카에서 활동을 강화하고 있지만, 가급적 미국에 가까운 중미보다는 남미쪽에 집중해왔습니다. 미국을 의식해서 조심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 보도된 '쿠바 감청시설'은 미국 코 앞인 쿠바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을 받았습니다.




러시아군이 바그너 그룹 처리를 위한 수순을 밟기 시작했습니다. 바그너 그룹은 용병들과 감옥에 있던 기결수들을 모아서 전쟁에 투입하는 프리고진의 사기업인데, 그러다보니 참전자 본인이나 가족들에게 '보훈 혜택'이 안 주어집니다. 르몽드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바그너 그룹 등에 속한 "의용군 병사들"에게 7월 1일까지 국방부와의 계약에 서명을 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의용군 병사들"의 전투력에도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러한 계약이 무엇보다 병사들과 가족들에게 정규 병사들과 동일한 "사회복지와 지원"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규병사들이 사망하는 경우 유족들에게 500만 루블(약 7800만원)이 지급되는데, "의용군"에게는 이런 보훈 혜택이 없습니다.


최근 바그너 그룹 수장 프리고진이 러시아군 수뇌부뿐만 아니라 푸틴 대통령도 비난하기 시작했는데, 국방부 차원에서 바그너 그룹 처리의 수순에 들어간 것입니다. 국방부 측이 보훈혜택을 제시하며 바그너 그룹의 병사들을 프리고진으로부터 떼어내 정규군에 편입시키려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군은 내부적으로도 분열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항공전력이 약한 우크라이나군이 반격에 성공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입니다. 당분간 전선의 교착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1년 이상 지속된 금리인상을 일단 중단했습니다. 상황에 따라 추가 인상이 가능하다고는 했지만, 미국은 높은 이자율에 따라 주택론 부담이 너무 커져 부동산시장이 위축되었고, 기업들의 설비투자도 냉각되었고, 중견은행 3개가 파산한 상황입니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 중단에 따라 세계 정치경제의 분위기도 변화가 예상됩니다.

 
close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