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40년 호황은 끝났다. 다음은 무엇일까?

2023.09.08 12:03

Wall Street 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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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폴 크루그먼은 1994년 포린어페어스 11·12월호 기고문에서 일본, 한국,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기적이 그다지 기적이 아니라고 주장한 적이 있습니다. 과거 1950년대에 소련이 똑같이 고속경제성장을 보였던 적이 있었지만 그러한 경제성장은 오래가지 못했다고 하면서, 동아시아 경제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입니다. 노동생산성의 증가와 이에 따른 실질 소득의 증가가 별로 없이 생산요소 투입, 즉 돈과 노동력을 대량투입하면서 경제성장을 이끌었다는 것입니다. 이후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에 빠져버렸지만 한국, 대만, 싱가포르는 꾸준히 성장해 선진경제를 이뤄냈습니다.

악명높았던 '제로 코로나' 정책이 끝나면서 많은 기대를 모았던 중국 경제가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모습을 보이는 지금, 중국도 한국, 대만, 싱가포르처럼 노동생산성과 실질임금의 증가를 이뤄내면서 '중진국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폴 크루그먼이 지적한 소련과 동아시아의 '요소투입 경제의 문제점'을 중국이 극복할 수 있을까요? 노동생산성이 증가하려면 경제, 사회, 교육 등이 지금보다 자율적이고 창의적이어야 할텐데 지금까지 국가와 공산당이 지도해온 중국 경제발전의 경로를 바꿀 수 있을까요?

이러한 질문에 대한 전망은 아직까지 어둡습니다. 시진핑 집권 이래 중국 지도부가 이념적으로 훨씬 경직됐기 때문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서구식 소비 경제에 대한 뿌리깊은 의구심을 갖고 있으며 지도부가 시진핑의 주요 경제 목표 중 하나인 '자립'에 역행할 것을 우려해 재정 적자도 기피하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 경제의 침체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경제 전반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를 위해서라도 중국 경제가 다시 갈피를 잘 잡기를 바라야겠지만 중국 경제의 문제가 구조적, 이념적으로 뿌리 깊은 것임을 감안할 때 대중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방안도 적극 모색해야 하겠습니다.

수십 년 동안 중국은 공장, 고층 빌딩, 도로에 투자하여 경제를 발전시켰다. 중국의 경제성장 모델은 놀라운 성장기를 촉발시켜 중국을 빈곤에서 벗어나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수출 강국으로 만들었다.

이제 그 성장 모델이 고장났다.

추격성장에 효과적이었던 기존 방식은 이제 중국이 빚에 허덕이고 건설할 물량이 줄어들면서 그 효과가 퇴색하고 있다. 중국의 일부 지역에는 별로 쓰이지도 않는 교량과 공항이 가득하다. 아파트 수백만 채가 빈집이다. 투자 수익률이 급격히 감소했다.

문제의 징후는 중국의 암담한 경제 데이터를 넘어 먼 지방까지 확산되고 있다. 서남부의 윈난云南성은 최근 축구장 3개 크기의 새로운 코로나19 격리 시설을 짓는 데 수백만 달러를 지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이 몇 달 전 '제로 코로나' 정책을 종료하고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난 지 오래된 상태에서 나온 발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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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민간 투자가 약하고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관료들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차입과 건설을 계속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한다.

경제학자들은 오늘날 중국이 저성장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본다. 게다가 인구 감소와 미국 및 미 동맹국과의 관계악화로 인해 외국 투자와 무역이 위태로워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경기 침체기가 아니라 한 시대의 끝자락일 수 있다.

"우리는 경제 역사상 가장 극적인 궤적의 전환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경제 위기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컬럼비아대학교 역사학 교수 애덤 투즈Adam Tooze의 말이다.

중국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국제통화기금IMF은 향후 몇 년간 중국의 GDP 성장률을 4% 미만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지난 40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런던 소재 리서치 회사 캐피털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는 중국의 추세성장률이 2019년 5%에서 3%로 둔화되었으며, 2030년에는 약 2%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추세로는 시진핑 주석이 2020년에 공언한 2035년까지 경제 규모를 두 배로 늘리겠다는 목표 달성에 실패할 것이다. 이는 중국이 중진국 이머징 마켓emerging market 대열을 졸업하기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미국을 앞질러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이 되겠다는 중국의 오랜 야망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

과거 중국의 경제가 몰락하리라는 여러가지 예측이 있었지만 대부분 빗나갔다. 중국의 급성장하는 전기차 및 재생에너지 산업은 중국의 시장지배력이 여전히 막강함을 보여준다. 미국과의 갈등이 인공지능이나 반도체 같은 기술 부문에서 혁신을 가속화하여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그리고 중국은 재정 지출을 확대하는 등, 원한다면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수단을 여전히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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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경제학자들은 대체로 중국이 기존의 성장 촉진법의 효과가 체감하는 보다 어려운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여긴다.

이러한 기미는 팬데믹 이전에도 일부 눈에 띄었다. 중국 정부는 더 많은 차입과 호황을 누리고 있는 주택 시장에 의존해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은 몇 년 간 중국 GDP의 25% 이상을 차지했다.

팬데믹 초기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는 데 성공하고 팬데믹으로 인한 미국 소비 급증으로 중국의 경제 문제는 한층 더 가려질 수 있었다. 이후 부동산 거품은 꺼졌고 서구의 중국 제품 수요가 감소했으며 정부 차입은 지속 불가능한 수준에 달했다.

특히 최근 몇 달 동안 중국의 경제 전망이 상당히 어두워졌다. 제조업 활동은 위축되고 수출은 감소했으며 청년 실업률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경제 전반이 디플레이션에 빠지면서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로 손꼽히는 컨트리 가든 홀딩스는 디폴트 가능성에 직면했다.

일본 같은 경기 침체?

일부 경제학자들은,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부양책을 구사하고 민간 부문이 보다 적극적으로 위험을 감수할 수 있도록 만들지 못하면 중국의 경기 둔화가 1990년대 이후 부동산 거품 붕괴로 수년간의 디플레이션과 미미한 경제 성장으로 이어진 일본식 장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일본과 달리 중국은 선진국의 지위에 도달하기도 전에 이런 침체기를 맞게 될 전망이다. 중국의 1인당 소득은 선진국에 비해 훨씬 낮다. 중국의 작년 1인당 국민소득은 약 1만2850달러로 세계은행이 분류하는 '고소득' 국가의 최저 기준인 1만3845달러에 미달한다. 2022년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은 약 4만2440달러, 미국은 약 7만6400달러다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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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가 약화되면 최근 수십 년 간 가장 강력한 중국 지도자인 시 주석에 대한 대중적 지지가 약화될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 조직적인 반대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전문가 일부는 중국 정부가 경제 침체에 대해 국내에서는 더욱 억압적이고 해외에서는 더욱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만 등의 지역에서 분쟁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

8월 10일, 한 정치 모금 행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경제 문제가 "시한폭탄"이라며 이 때문에 중국 지도부가 "나쁜 짓"을 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관영 신화통신의 논평을 통해 반격했다. 바이든이 "미국의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전략'의 일환으로 중국을 비방"하려는 것이란다. 논평은 또한 몇 가지 난관에도 불구하고 올해 중국의 경제 회복세가 견고하다고 설명했다.

중국 관료들은 금리 인하를 포함해 성장을 되살리기 위해 몇몇 온건한 조치를 취했으며 상황이 악화될 경우 더 많은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언했다. 중국 지도부에 대한 언론 문의를 처리하는 국무원 신문판공실??院新??公室은 질문에 응답하지 않았다.

"특정 서방 정치인과 언론이 코로나19 이후 중국 경제 회복의 어려움을 과장하고 부풀려왔습니다." 8월 16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말이다. "팩트가 그들이 틀렸음을 입증할 것입니다."

'중국의 세기'

이는 충격적인 변화다. 중국은 1978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 시대를 시작하면서 시장의 힘을 수용하고 특히 국제 무역과 투자에서 중국을 서방에 개방했다. 이후 40년 동안 꾸준히 경기 사이클을 거스르며 경제성장을 거듭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중국은 1인당 소득이 25배 증가했고 8억 명 이상의 중국인이 빈곤에서 벗어났다. 이는 전 세계 빈곤 감소율의 70%가 넘는다. 중국은 기근에 시달리던 나라에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으며 미국의 가장 강력한 리더십 경쟁자로 부상했다.

학자들은 중국의 부상에 매료되어 일각에선 '중국의 세기'를 논하기도 했다. 20세기를 '미국의 세기'라 불렀던 것처럼 21세기는 중국이 세계 경제와 정치를 지배하는 시대가 되리라는 것이었다.

중국의 호황은 인프라 및 기타 경질자산hard asset에 대한 특이할 정도로 높은 수준의 국내 투자에 기반한 것으로, 중국의 경질자산은 2008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평균 GDP의 약 44%를 차지했다. 이는 전 세계 평균 25%, 미국의 약 20%와 대비되는 수치(세계은행 데이터)다.

이러한 막대한 지출은 부분적으로는 국영 은행이 예금 금리를 낮게 설정해 자금을 저렴하게 조달해 건설 사업에 지원할 수 있는 '금융억압financial repression' 정책 덕분에 가능했다. 중국은 수만 킬로미터의 고속도로, 수백 개의 공항, 세계 최대 규모의 고속 열차 네트워크를 신설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과잉건설의 증거가 보다 뚜렷해졌다.

중국 서남재경대학西南??大?의 연구에 따르면 가장 최근 데이터인 2018년 기준으로 중국 도시 아파트의 약 5분의1, 즉 최소 1억3000만 가구가 비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 남부 하이난海南성의 도시 단저우?州에 있는 고속철도 역은 건설에 550만달러가 들었지만 승객 수요가 너무 적어 한 번도 사용되지 않았다고 중국 언론은 전한다. 하이난성은 역을 계속 개방하면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하이난성에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작년 1인당 GDP가 7200달러 미만으로 중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으로 손꼽히는 구이저우?州성은 1700여 개의 교량과 11개의 공항을 자랑하는데 이는 중국 상위 4개 도시의 공항을 합친 것보다 많다. 구이저우성은 2022년 말 현재 약 3880억달러의 미결제 부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4월에는 재정을 보강하기 위해 중앙정부에 지원을 요청해야 했다.

하버드대학교 경제학 교수 케네스 로고프Kenneth Rogoff는 중국의 경제적 부상은 다른 많은 아시아 경제가 급속한 도시화 시기에 겪었던 것, 그리고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성장을 촉진했던 것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수십 년에 걸친 중국의 과잉건설은 일본의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의 인프라 건설 붐과 유사한데 이는 과잉투자로 이어졌다.

"중요한 점은 뭔가를 건설해서 얻는 효용이 체감하고 있다는 것이죠." 로고프 교수의 말이다. "건설로 얻을 수 있는 것엔 한계가 있습니다."

건설 요구 상당수가 충족됨에 따라 경제학자들은 현재 중국이 GDP 1달러 성장에 약 9달러를 투자해야 한다고 추정한다. 이는 10년 전에는 5달러 미만이었고 1990년대에는 3달러를 조금 넘었던 것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동아시아 연구소 소장 버트 호프만Bert Hofman에 따르면 민간 기업의 자산 수익률은 5년 전 9.3%에서 3.9%로 감소했다. 국영기업 수익률은 4.3%에서 2.8%로 후퇴했다.

한편 중국의 노동 인구는 줄어들고 있으며 생산성 증가율은 둔화되고 있다. 호프만의 분석에 따르면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생산성 향상은 중국 GDP 성장의 약 3분의1에 기여했다. 이 비율은 지난 10년 동안에는 6분의1 이하로 감소했다.

부채의 심화

중국 여러 지역이 내놓은 해결책은 계속 빌려서 건설하는 것이었다. 다양한 수준의 정부 및 국영기업이 보유한 부채를 포함한 총 부채는 2012년 200% 미만이었으나 2022년 기준 중국 GDP의 300%까지 증가하여 미국을 능가했다(국제결제은행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데이터 기준).

부채의 대부분은 도시에서 발생했다. 직접 차입으로 사업 자금을 조달하는 데 중앙정부가 제동을 걸자 도시의 지방정부들은 부외금융²off-balance sheet fInancing으로 눈을 돌렸다. IMF에 따르면 중국 지방정부의 부외금융 부채가 9조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 소재 경제 리서치 회사 로디움그룹Rhodium Group은 지방정부가 사업 자금 조달에 사용한 파이낸싱 회사 중 약 20%만이 국내외 투자자가 소유한 채권을 비롯한 단기 채무를 이행하기에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거대한 격리 센터가 설치될 윈난성에서는 막대한 인프라 지출로 인해 수년간 성장률이 상승했다. 이곳 지방정부 관료들은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현수교, 1만 킬로미터가 넘는 고속도로, 중국의 그 어느 지역보다 더 많은 공항 등을 짓는 데 수천억달러를 투자했다.

대대적인 인프라 사업은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고 담배, 기계, 금속 등 윈난성 제품의 무역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윈난성은 중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으로 손꼽혔다.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 성장세가 약화됐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토지 판매 수익이 줄어들면서 지방정부 재정이 큰 타격을 입었다.

중국의 롄허신용평가?合??에 따르면 윈난성의 부채 비율은 2019년 108%에서 2021년 151%로 상승하여 IMF가 위험하다고 지정한 150%를 돌파했다. 올해 초 피치Fitch는 윈난성 정부가 인프라 건설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사용한 파이낸싱 회사들이 차입금 규모와 지방정부의 재정 악화로인해 위험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윈난성은 계속해서 큰 사업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20년 초, 윈난성 정부는 수백 개의 인프라 프로젝트에 약 5000억 달러를 지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양쯔강 일부에서 건조한 윈난성 중심부로 물을 돌리는 150억달러 이상의 사업도 포함된다.

윈난성 원산文山시가 2월에 발표한 계획에는 경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여러 조치 중 하나로 '상설' 격리센터가 명기돼 있다. 6월에 정부가 공식적으로 격리센터 공사 입찰을 시작하자 지역 주민들은 자금 사용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정말 돈 낭비예요." 중국의 인기 마이크로블로그 플랫폼 웨이보微博의 한 사용자가 쓴 글이다.

윈난성 관계자는 올해 말 완공 예정되는 격리시설 건설 계획을 확인했지만 더 이상의 언급은 거부했다.

보다 엄격한 통제

베이징의 고위 관료들은 지난 수십 년간의 성장 모델이 한계에 달했음을 인식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해 신세대 당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경제 활동 확대를 위해 건설을 위한 차입에 의존하는 관료들을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어떤 사람들은 개발을 사업에 투자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걸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시 주석이 경고의 의미로 말했다. "새 신발을 신고 낡은 길을 걸을 수는 없습니다." 시 주석이 지금까지 중국의 낡은 성장 모델을 탈피하기 위해 노력한 것은 거의 없다.

경제학자들은 중국이 소비와 서비스 산업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게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라고 말한다. 미국, 서유럽과 보다 유사한 균형 잡힌 경제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리라는 것이다. 중국의 가계 소비는 GDP의 약 38%에 불과하며 최근 몇 년 동안 비교적 큰 변화가 없는 반면, 미국의 가계 소비는 GDP의 68%에 달한다(세계은행 데이터 기준).

이를 바꾸려면 중국 정부가 국민의 소비를 늘리고 저축을 줄이도록 장려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건강보험 및 실업급여를 늘려 상대적으로 빈약한 중국의 사회안전망을 확대하는 것도 포함된다.

시 주석과 일부 측근은 미국식 소비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중국의 의사결정에 대해 잘 아는 이들은 전한다. 중국이 산업 역량을 강화하고 서방과의 잠재적 갈등에 대비하는 데 집중해야 할 시기에 낭비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한 중국 지도부는 개인이 돈을 어떻게 쓸지에 대해 더 많은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되면 정부이 원하는 방식의 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국가의 권위가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7월 말에 발표된 소비 촉진 계획은 중국 안팎의 경제학자들로부터 디테일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발표된 계획은 스포츠 및 문화 행사를 제안하고 농촌 지역에 더 많은 편의점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적 통제를 강화하려는 욕망에 따라 시진핑 지도부는 국가 개입을 더욱 강화해, 중국을 반도체, 전기차, AI 등 정부가 선호하는 산업에 강점을 가진 더 큰 산업 강국으로 만들고자 했다.

중국이 이러한 분야에서 진전을 이룰 수 있음을 의심하는 외국 전문가는 없지만 그것만으로는 전체 경제 수준을 끌어올리거나 수백만 명의 대학 졸업생이 취업하기에 충분한 일자리를 창출하기에는 부족하다고 경제학자들은 말한다.

중국은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서방에 대한 반도체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수십억달러를 투자했다. 그 결과 복잡도가 높지 않은 반도체 칩의 생산량이 증대됐지만 TSMC 같은 회사에서 생산하는 수준의 고급 반도체는 만들지 못했다. 실패한 반도체 사업 중에는 수억달러의 정부 지원을 받은 유명 파운드리 두 곳도 있었다.

지난주 중국이 실망스러운 경제지표를 연이어 발표하자마자 중국공산당 이론지 '치우스求是'는 시 주석이 6개월 전 고위 관료에게 한 연설을 공개했는데 연설에서 시 주석은 서구식 물질적 부를 추구하는 대신 장기적인 목표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역사적 인내심을 유지하며 꾸준하고 단계적인 진전을 이뤄내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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