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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돌보는 우리 아이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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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PADO

2023.09.29 13:42

Wall Street 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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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노동해방'의 최후 전선은 아마도 '육아'노동이 아닐까요? 아이들의 '인간성' 함양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접근이 매우 조심스러운 분야이지만 이미 많은 부모들이 오늘도 유튜브에게 아이를 맡기고 잠시 한숨을 돌리고 있습니다. 교육 일선에서는 벌써 이러한 '비디오 육아'가 아이들의 의사소통 능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섞인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비디오 육아의 영향에 대해 제대로 반추해 볼 틈도 없이 조만간 'AI 육아'가 폭풍을 일으킬 것입니다. 챗GPT 등의 생성 AI 기술이 많은 관심을 받으며 빠르게 발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비디오 육아에 비해 AI 육아가 가진 장점은 크게 두드러집니다. 일방향 소통인 비디오와 달리 실제로 '상호교류'가 가능합니다. AI 육아도우미는 쉴새없이 쏟아지는 아이의 질문 공세에도 전혀 지치지 않고 너그럽게 답을 해줄 겁니다. 육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발상황에도 훨씬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정서 함양에 미칠 영향은 미지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튜브 육아'처럼 AI 육아는 빠르게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될 겁니다. 문제는 AI를 육아에 사용할 것이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용할 것이냐가 될 것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후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가 된다고 상상해 보라. 육아의 대부분은 그대로겠지만 AI의 사용으로 어느 정도 변할 수 있다. 이전 부모 세대가 육아의 무게를 덜어주는 도구로 텔레비전과 비디오 게임을 사용했듯 AI 기기가 '전자 베이비시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


AI 테디베어는 아기가 내는 소리와 유아의 물음에 맞춤식으로 응답할 것이다.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어도 지치지 않는 컴퓨터 육아도우미는 아이를 재우는 일을 손쉽게 처리할 것이다. 알렉사1의 고급 육아용 버전은 요청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또 가르쳐 주며, 아기가 우는 이유마저도 추론할 수 있으리라.


지난 세대의 혁신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도구들은 기술을 통해 아이에게 다가가 부모들의 시간을 아끼고 스트레스를 줄여줄 것이다. 그러나 이전 기기와는 달리 인간 행동을 모방하는 데 있어서 그 정교함 때문에 우려도 상존한다. AI 육아기기가 영유아가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을 변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두뇌가 생애 초반에 놀라운 방식으로 발달하는 점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인간은 약간 미완성의 상태로 태어난다. 가능한 진화적 이유를 들어보자면 일반적인 태아가 자궁 내에서 더 오래 있으면 머리가 너무 커져 안전한 출산이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은 타협해야 했다. 엄마 뱃속에서 40주가 지나면 태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40주 된 아기 뇌는 아직 성장의 여지가 많이 남아 있다. 생후 2년 동안에 성장 대부분이 이뤄지는데 1초에 약 100만 개의 뉴런 연결이 형성되는 등 놀라울 만큼 빠르게 진행된다. 아이가 세 살이 되면 그 뇌는 성인 크기의 약 80%까지 성장한다.



이는 아이의 두뇌 발달을 육성해서 인생의 성공을 준비할 짧은 시간적 기회를 준다. 이는 인간이 모든 종 중에서 가장 지적이고 창의적이며 생산적인 이유의 핵심이다.


아기가 급속도로 빠른 이 발달 초기 단계를 최적화하려면 풍부한 대화가 가장 필요하다. 발달 심리학자들은 이를 '서브 앤 리턴2serve and return' 상호 작용이라고 한다. 이는 부모가 자녀와 상호 작용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며 자녀의 인지 및 정서적 능력 발달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전에는 오직 성인 양육자만이 이 필수 요소를 제공할 수 있었다. 마케팅 담당자들이 전달하려는 메시지와는 달리, 클래식 음악, 교육용 TV, '베이비 아인슈타인3Baby Einstein' 영상은 아기의 뇌에서 의미 있는 새 뉴런 연결을 생성할 수 없다. 여기에는 상황에 맞춘 대화 즉, 양방향 소통이 없기 때문이다.


새로 등장하는 AI 기기들은 이 모든 걸 바꿔놓았다. 인간의 모습과 유사한 방식으로 만들어졌으며 인간 뇌가 만들어지는 방식과 매우 비슷하다. 이들은 대량 데이터 입력으로 형성된 복잡한 연결 신경망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이가 어른과 애정 어린 상호작용의 형태를 통해 필요한 입력을 받아들이는 반면 챗GPT는 이를 대규모 언어 모델 형태로 받아들인다. 우리가 뇌를 발달시키는 인간 상호작용을 자동화된 대안으로 보완하게 되면 인간과 기계의 경계선은 모호해져 버릴 것이다.


/사진제공=LG유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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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이 가족의 부담을 좀 덜기 위해 기술 혁신을 활용하려는 이유를 이해하기란 어렵지 않다. 특히 초반 몇 년 동안 육아는 매우 고되다. AI의 도움은 부담이 벅찬 부모들에게 변혁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지난 세기 중반에 세탁기와 기타 가전제품이 돌봄노동에 혁명을 일으켜 여성들이 노동력에 대거 진입할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아기의 뇌 발달을 촉진하는 상호 대화에 AI 육아 도우미를 활용하면 어떨까? 뇌 발달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이들의 뇌가 가장 '유연한' 시기, 즉 아이들이 접한 내용을 기반으로 스스로 뇌세포를 재구성할 능력이 가장 높은 기간 동안 두뇌 발달의 빈도와 일관성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이 기술은 이런 과정이 없었다면 발달 지연을 겪었을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인지 잠재력을 일깨우고 성취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신중히 진행해야 할 문제다. 새로운 기술은 우리 뇌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초기 인류는 표식과 패턴을 만들려고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뉴런이 활성화되어 궁극적으로 뇌가 시각 피질을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사용하게 됐다. 읽고 쓰는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미국의사협회 소아과 저널JAMA Pediatrics이 1월에 낸 보고서에 따르면 SNS를 습관적으로 사용하면 청소년기 두뇌가 사회적 보상에 반응하는 방식에 변화를 불러온다고 한다.


기초 뇌 발달에 관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부분은 여전히 많다. 어린이들의 뇌가 반응형 AI와 접하게 되면 예측할 수 없는 본질적인 면에서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 잘못된 종류의 정보나 상호 작용을 줄 경우 아이들의 인지 발달을 크게 왜곡시킬지도 모를 일이다.


최근 밝혀진 신경과학 연구 하나를 살펴보자. 연구진은 오래 전부터 어른과 아이의 대화가 많을수록 아이의 언어와 어휘 발달에 진전이 있음을 알았다. 그런데 지난 10년간 연구에서 이 관계의 중요한 작용 메커니즘이 밝혀졌다. 어린이와 양육자가 의사소통하거나 함께 놀 때 그들의 뇌파가 말 그대로 동기화된다는 것. 이런 현상은 성인들이 그룹을 지어 노래하거나 춤을 추거나 얼굴을 맞대고 의사소통하는 등 협력 활동을 하는 경우에도 관찰됐는데 동일 뇌 영역에서 유사한 뇌 활동이 일어났다. 뇌파가 더욱 일치할수록 결과물도 더 생산적이었다.


프린스턴Princeton 연구진이 2020년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어린이와 양육자의 경우 이러한 현상은 특히 학습이 이루어지는 전두엽 피질에서 발생한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추가 연구에서는 이 '뇌신경 동기화neural synchrony'가 어휘 습득을 비롯해 사회적 학습과 문제 해결 능력을 촉진한다는 점이 드러났다. 그러나 AI는 쌍방향 교류가 가능하다고 해도 뇌신경 동기화에 필요한 실제 두뇌가 없다. 우리는 뇌신경 동기화 없이 쌍방향 교류만 경험한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직 모른다.


일생동안의 성취에 있어서 인지력만큼이나 중요한 능력이 '회복탄력성resiliency'인데, 이는 거의 전적으로 초기 기초 두뇌 발달에 의해 결정된다. 아이가 어린 시절 다양한 경험을 하고 애정이 담긴 어른의 지도를 받게 되면 적응력 있는 대응 방식을 배우게 된다.


연구에 따르면 또한 부모에게서 보살핌을 많이 받았던 긍정적인 기억을 지니고 있는 성인이 끈기grit와 의욕의 수준이 더 높다고 한다. 그러나 부모가 어떤 기본적인 책임을 자동화 장치에 전가하고 아이가 이 자동화 장치에 애착을 갖게 된다는 건 무슨 뜻일까? "아이들의 사회적 및 정서적 발달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다." 셰필드대학University of Sheffield의 연구원 노엘 샤키Noel Sharkey와 어맨다 샤키Amanda Sharkey가 2021년 윤리정보기술Ethics and Information Technology 저널에 기고한 논문에서 한 말이다.



우리는 AI 지니를 다시 병에 담을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그러나 AI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으면 인류는 인생의 처음 몇 년간 나타나는 발달 능력을 허비할 수 있으며 우리의 진화 구조 자체를 교란시킬 위험도 있다.



다나 서스킨드는 TMW초기교육+공공보건센터의 공동센터장이자 시카고대학교 소아 달팽이관 임플랜트 프로그램의 소장이다.


1889년 창간된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지. USA투데이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발행부수를 자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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