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15 12:52
UAE 두바이에서 개최된 제28차 유엔 기후변화 회의(COP28)가 만장일치로 합의문을 채택하고 끝났습니다. 원래는 화석연료의 "퇴출"(phase out)이라는 표현이 들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합의문에는 톤을 낮춰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transition away)이라는 표현이 들어갔습니다. 이번 회의에서 합의문이 도출된 데에는 탄소 최대 배출국가인 미국과 중국의 사전 교섭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전 세계가 한 목소리로 화석연료 사용을 점차적으로 줄여나가고 종국에는 사용을 중단하기로 약속한 것이 큰 성과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넘어야할 난관은 많습니다. 무엇보다 내년 말로 예정되어 있는 미국 대선이 문제입니다. 현재로서는 트럼프의 재선이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바이든과 달리 트럼프는 화석연료 친화적인 입장입니다. 대통령에 취임한 후 이번 합의를 일방적으로 폐기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 다른 난관은 저개발국들의 입장입니다. 화석연료 중에서 석탄은 가장 유해한 화석연료이기도 하지만 가난한 나라들로서는 구매하기 쉬운 가장 싼 에너지원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석탄 사용을 금지하게 된다면 이들 저개발국들은 초기 경제발전에 너무 큰 비용이 듭니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자금을 모아 이들에게 에너지 전환을 위한 보조금을 주려고 하는데 매년 비용이 100조까지 들 수 있다고 합니다. 선진국들이 어떻게 이 비용을 충당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환경보다는 경제성장이 급한 저개발국들은 '기후변화' 관련 국제규범을 걸림돌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들의 진정한 동의가 없이는 이번 합의가 실행되기 어렵습니다. 국제법은 이들 나라들의 은밀한 국제규범 위반을 발견하고 제재할 수단이 없기 때문입니다.
일본과 아세안(ASEAN)의 우호 50주년 기념 특별정상회의가 도쿄에서 16~18일간 열립니다. 동티모르도 초대받았습니다. 일본은 50년 전인 1973년에 처음으로 아세안과 비공식대화 관계를 수립했습니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이번 특별정상회의 개최는 중국의 남중국해 진출에 대한 우려가 강해지고 있는 것이 하나의 배경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동남아는 일본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습니다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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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양측이 가까워진 것은 2차세계대전 이후 일본이 남긴 상흔으로 반감을 품고 있는 동남아 국가들을 다시 끌어안으려는 일본의 오랜 노력의 결과였습니다.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태국의 방콕이나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에서 반일 폭동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은 동남아의 반일감정을 달래기 위해 자본 투자, 기술 협력, 대중 문화 등에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지난 10년만 보더라도 일본의 동남아시아 직접투자액은 총 1980억 달러로서 미국의 2090억 달러에 근접해 있고 중국의 1060억 달러는 훨씬 능가합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동남아시아의 기업가들과 정책결정자들은 일본을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국가'로 꼽고 있습니다. 이제 아세안 국가들의 경제 규모도 커졌기 때문에 앞으로 일본은 경제지원보다는 안보협력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시다 총리는 최근 11월에 필리핀을 방문했고, 11월 말에는 베트남 국가주석이 일본을 방문했습니다. 일본은 미국, 중국과 달리 경제원조를 중심으로 조용한 접근을 계속 유지하겠지만 초점은 안보협력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트남을 방문해 베트남 서열 1위인 응우옌푸쫑 공산당 서기장과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시진핑은 양국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심화하고 그 위에서 중국과 베트남의 "운명 공동체" 구축을 위해 협력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지난 9월 바이든 미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해 미-베트남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승격시킨지 석 달 만의 방문입니다.
'포괄적 전략 동반자'는 러시아, 중국, 한국 등 소수의 나라들과 맺고 있었던 것인데 3개월 전에 미국과의 관계도 이러한 수준으로 격상시켰습니다. 과거 베트남 전쟁에서 적으로 맞섰던 양국이 한걸음 가까워졌다는 신호입니다. 이러한 미-베트남 접근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은 바이든의 베트남 방문 직전에 공산당의 외교실세인 대외연락부장을 급파했고, 이번에는 시진핑 주석이 직접 하노이로 달려온 것입니다.
중국이 제안한 "운명 공동체"가 어떤 내용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지만, 블룸버그 통신은 "하노이와 중국 남부를 잇는 철도 노선 강화를 위한 지원"을 이번에 제안했을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아마도 이보다 큰 보따리를 풀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미국의 베트남 접근은 속도를 내고 있는데, 시진핑 방문 이틀 전인 10일 미국의 AI용 반도체 제조업체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가 팜민찐 베트남 총리와 만나 "베트남에 엔비디아 반도체 거점센터가 설립되기를 희망한다"고 했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과 함께 엔비디아 반도체 거점이 설립된다면 베트남은 동남아 반도체 생산의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베트남이 중국을 견제하는 '합종'편에 설 것인지, 중국의 힘에 편승하는 '연횡'편에 설 것인지 베트남 지도자들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PADO 트럼프 특집: '미리보는 트럼프 2.0 시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작년 봄부터 시작한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고 금리인하 국면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전망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연준은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습니다. 9월, 10월에 이은 세번째 동결인데, 연준은 내년에 기준금리를 3차례 인하할 가능성도 시사했습니다. 다우 지수는 이 소식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향후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따라 각국의 경제전망도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원화와 엔화가 약세에서 강세로 급전환했고, 금리도 하강 압력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내년 한국 정부의 경제운용에 여유가 생길 것입니다.
2023년은 중국이 자동차 수출 세계 1위로 올라선 해로 기록될 것 같습니다. 중국은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에 대한 자동차 수출이 급증해 원래의 수출 1위 국가인 일본을 수출량에서 따라잡았습니다. 중국은 전기자동차(EV)를 중심으로 유럽과 동남아시아에 수출을 급격히 늘려왔습니다. 일본의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중국의 전기자동차 경쟁에서 중국이 이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