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지정학

과학 초강대국이 된 중국

식물 생물학에서 초전도체 물리학에 이르기까지 중국은 과학의 최첨단에 있다

기사이미지

중국의 한 연구실을 시찰 차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신화통신/뉴시스

2024.06.28 15:23

The Economist
icon 13min
kakao facebook twitter

경제나 군사력에서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는 건 아직 시기상조로 보입니다만 과학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초강대국'으로서 미국을 따라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느덧 중국 과학계가 내놓는 영향력 높은 논문의 수가 미국과 유럽을 합친 것보다 더 많다고 합니다. 이는 중국공산당의 강력한 리더십이 전략적으로 예산을 배정하며 추진한 덕분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과정은 어떻든 이웃국가인 중국의 성과에 대해 두려움과 함께 부러움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중국 과학이 모든 분야에서 서구를 압도하는 건 아닙니다. 성과주의가 팽배하다 보니 연구 부정이나 저질 논문도 많고, 지적 탐구열이 주도하는(당장의 가시적인 성과는 못 내더라도 장기적으로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는) 기초과학 부문의 연구는 아직 미국, 유럽의 수준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어느덧 과학 초강대국이 된 중국 과학계의 비결과 현실을 살펴보면서 미중 갈등으로 서구와의 과학 협력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현실을 아쉬워합니다. 한국 과학기술계도 중국 연구개발진들과 어떻게 협력하고 경쟁할 것인지 기본 원칙을 세워나가야 할 것입니다.


베이징에 있는 중국과학원(CAS) 연구동 건물의 아트리움에는 '특허의 벽'이 있다. 폭이 약 5미터, 높이가 2층인 이 벽에는 192개의 특허 증서가 깔끔하게 정렬되어 있고 뒤에서 품위 있게 조명을 받고 있다. 지상 층에는 벨벳 로프 뒤에 유리병들이 줄지어 있는데 이 병들에는 특허가 보호하는 혁신의 산물인 씨앗이 담겨 있다.


세계 최대 연구 기관인 중국과학원을 비롯한 중국 전역의 연구소들은 식용 작물의 생물학에 대한 연구 논문을 대량으로 생산한다. 지난 몇 년 동안 중국 과학자들은 제거하면 밀 알갱이의 길이와 무게를 증가시키는 유전자, 수수와 기장 같은 작물이 염분이 있는 토양에서도 잘 자랄 수 있게 해주는 유전자, 그리고 옥수수의 수확량을 약 10% 증가시킬 수 있는 유전자를 발견했다. 2023년 가을, 구이저우의 농부들은 중국과학원에서 개발한 유전자 변형 거대 벼의 두 번째 수확을 완료했다.


중국공산당은 농업 연구를 국가의 식량안보를 보장하는 데 핵심이라고 보고 이를 과학자들의 우선순위로 지정했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이 생산하는 작물 연구의 질과 양은 엄청나게 증가했고, 이제 중국은 이 분야의 선두주자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저명한 유럽 식물과학 저널의 편집자에 따르면 어떤 달에는 제출된 논문의 절반이 중국에서 온다고 한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식물과학 연구의 부상은 중국에서 유일한 현상이 아니다. 2019년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연구 현황을 조사하고 중국이 언젠가 과학 초강대국이 될 수 있을지 물었다. 오늘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명확하게 "그렇다"이다. 중국 과학자들은 최근 고퀄리티 과학의 두 가지 주요 지표에서 우위를 차지했다. 중국의 최고급 연구의 성장세는 둔화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미국, 유럽, 일본이 주도하던 옛 과학세계의 질서가 막을 내리고 있다.



한 국가의 과학연구의 품질을 측정하는 방법 중 하나는 매년 생산되는 고영향력 논문high-impact paper—다른 과학자들이 후속 연구에서 가장 자주 인용하는 출판물—의 수를 집계하는 것이다. 과학 분석 회사 클래리베이트Clarivate의 데이터에 따르면, 2003년 미국은 고영향력 논문을 중국보다 20배 더 많이 생산했다(차트 1 참조). 2013년까지 미국은 중국의 약 4배에 달하는 최고급 논문을 생산했지만 2022년 논문을 조사한 가장 최근에 발표된 데이터에서는 중국이 미국과 유럽연합(EU) 전체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최고급 논문을 생산했다.


물론 인용에 기반한 지표는 조작이 가능하다. 과학자들은 자신의 논문이 다른 연구에서 언급되는 횟수를 높이는 방법을 찾아내고 있으며, 최근 경제학자 취 슈민Qui Shumin, 클라우디아 스타인웬더Claudia Steinwender, 피에르 아줄레이Pierre Azoulay의 연구에 따르면 중국 연구자들은 서양 연구자들보다 자국 동료들의 논문을 훨씬 더 많이 인용한다. 하지만 중국은 이제 조작이 덜 가능한 다른 벤치마크에서도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중국은 네이처가 만든 네이처 인덱스에서 선두를 차지하고 있는데 네이처 인덱스란 일련의 저명 저널에 실린 논문들에 대한 기여도를 집계한 것이다. 출판을 위해 선정되려면 논문들은 연구의 질, 새로움, 영향력 잠재성을 평가하는 동료 심사 패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20142014년 이 인덱스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 중국은 2위였지만 적격 논문에 대한 기여도는 미국의 3분의1 미만이었다. 2023년이 되자 중국은 1위에 도달했다.


과학연구 산출량을 측정해 매기는 레이던 랭킹Leiden Ranking에 따르면 현재 세계 10위권 내에 6개의 중국 대학 및 연구기관이 있으며, 네이처 인덱스에 따르면 그 수는 7개다. 이들은 아직 서구에서 유명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상하이교통대, 저장대, 베이징대의 이름을 케임브리지, 하버드, ETH 취리히와 같은 맥락에서 듣는 것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칭화대는 이제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 대학입니다." 옥스퍼드대학교 고등교육 교수 사이먼 마긴슨이 말한다. "놀라운 일이에요. 한 세대 만에 이룬 성취니까요."


오늘날 중국은 네이처 인덱스와 인용 지표 모두에서 물리학, 화학, 지구·환경과학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차트 2 참조). 하지만 미국과 유럽은 여전히 일반 생물학과 의학 분야에서 상당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오늘날 중국의 가장 중요한 학문 분야는 공학입니다." 마긴슨 교수가 말한다. "군사 기술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국가를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것이기도 해서 그렇다고 생각해요."


중국은 응용연구에 강하다. 예를 들어 중국은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태양전지판에 관한 연구를 거의 지배하다시피 하는데 이는 기존의 실리콘 셀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태양광을 전기로 변환시킬 가능성이 있다. 중국 화학자들은 특수한 막을 사용하여 해수에서 순수한 물을 분리한 다음 전기분해를 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 2023년 5월, 이들 과학자가 중국 국영 에너지기업과 협력해 중국 동남부 해안에 시범적으로 부유식 수소 농장을 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중국은 또한 오늘날 다른 어떤 국가보다 더 많은 특허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그 중 상당수가 진정으로 독창적인 발명이 아닌, 기존 설계의 점진적인 개선에 관한 것이다. 새로운 발전이 확산되고 채택되는 속도는 중국이 서구보다 느린 편이다. 그러나 중국의 강력한 산업 기반과 저렴한 에너지를 결합하면 소재material와 같은 물리적 혁신에서 대규모 생산을 빠르게 개시하는 게 가능하다. "중국이 서구 국가들에 비해 정말로 우위를 가지고 있는 부분이 바로 이겁니다." AI를 사용하여 새로운 소재를 발견하는 영국 기업 머티리얼스넥서스Materials Nexus의 CEO 조나단 빈Jonathan Bean이 말한다.


중국은 또한 더욱 눈에 띄는 방식으로 자국의 과학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6월 초, 중국의 로봇 우주선 창어 6호가 달의 뒷면에 있는 거대한 분화구에 착륙해 암석 샘플을 채취하고 중국 국기를 꽂은 후 지구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6월 말에 성공적으로 지구로 귀환한다면1, 이는 도달하기 어려운 달의 뒷면에서 샘플을 가져온 최초의 사례가 된다.

먼저, 도구를 갈아라

중국 과학의 재편은 돈, 장비, 사람이라는 세 가지 영역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이루어졌다. 실질 화폐가치로 계산했을 때 중국의 연구개발(R&D) 지출은 2000년 이래 16배 증가했다. OECD의 2021년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은 여전히 전체 R&D 지출에서 미국에 뒤처져 있다.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중국은 6680억 달러를 지출한 반면 미국은 8060억 달러를 지출했다. 그러나 대학과 정부 기관의 지출만 따지면 중국이 앞서고 있다. 미국은 여전히 기초연구에 약 50%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지만 중국은 응용연구와 실험개발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차트 3 참조).


자금은 전략적 영역에 세심하게 투입된다. 2006년 중국 공산당은 향후 15년 동안 과학이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지에 대한 비전을 발표했다. 중국공산당의 5개년 계획에는 과학에 대한 청사진도 포함돼 있다. 2021년에 발표된 현행 계획은 양자기술, AI, 반도체, 신경과학, 유전학 및 생명공학, 재생의학, 여기에 더해 심우주, 심해, 지구의 극지와 같은 '프론티어 영역' 분야의 탐사 연구를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세계적 수준의 대학과 정부 기관을 만드는 것도 중국의 과학발전계획의 일부였다. '211 프로젝트', '985 사업', '구교연맹九校联盟'과 같은 사업들은 선별된 연구기관에 자금을 제공하여 연구 능력을 개발하도록 했다. 대학은 교원이 영향력 높은 국제 저널에 논문을 발표하면 평균 4만4000달러(6000만원), 최대 16만5000달러(2억3000만원)에 달하는 보너스를 지급했다.


인력 구축이 우선순위였다. 중국 교육부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9년 사이에 600만 명 이상의 중국 학생들이 해외 유학을 떠났다. 최근 몇 년 동안 그들은 새롭게 습득한 기술과 지식을 가지고 물밀듯이 돌아왔다. OECD의 데이터에 따르면 2000년대 후반부터 중국을 떠나는 과학자보다 중국으로 돌아오는 과학자들이 더 많다. 중국은 이제 미국과 유럽연합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연구원을 고용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23년도 국가최고과학기술상을 수상한 우한(武漢)대학 리더런(李德仁) 원사와 칭화(清華)대학 쉐치쿤(薛其坤) 원사에게 2024년 6월 24일 훈장과 증서를 수여했다. /사진=신화통신/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23년도 국가최고과학기술상을 수상한 우한(武漢)대학 리더런(李德仁) 원사와 칭화(清華)대학 쉐치쿤(薛其坤) 원사에게 2024년 6월 24일 훈장과 증서를 수여했다. /사진=신화통신/뉴시스


종종 '바다거북이2'로 불리는 귀국 과학자들의 상당수는 인센티브에 이끌려 귀국했다. 2010년에 출범한 '청년천인계획'과 같은 프로그램은 40세 미만의 연구자들에게 최대 50만 위안(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약 2억 원)의 일회성 보너스와 함께 본국에서 연구실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데 최대 300만 위안의 보조금을 제공했다. 이는 효과가 있었다. 2023년 과학 저널 사이언스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이 사업은 젊은 고급 연구자들을 데려왔다. 평균적으로 이들은 생산성으로 자신들의 분야에서 상위 15%에 속했다(한편 진정한 슈퍼스타급은 제안을 거절하는 경향이 있었다). 더 많은 자원과 학문적 인력에 대한 보다 풍부한 접근성 덕분에 귀국 과학자들은 몇 년 사이에 미국에 남아있는 비슷한 연구자들보다 2.5배 더 많은 논문의 주요 저자가 되었다.


'당근'도 있었지만 어느 정도의 '채찍'도 있었다. 최근 몇 년간 해외에서 일하는 중국 과학자들은 더 많은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다. 2018년 미국은 '중국 이니셔티브'라는 사업을 시작했는데 산업계와 학계에서 중국 스파이를 뿌리 뽑으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이 사업은 대체로 실패했다. 중국의 '군민융합전략'과의 연관성 때문에 학생들이 추방되었다는 보고도 있었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현재와 과거의 중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인종적 학대나 차별을 경험한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에 활용할 수 있는 과학자가 더 많다는 것은 이를테면 양자컴퓨팅 분야에서 중국의 몇몇 학계 연구실이 그 규모 면에서 서구의 기업 연구실 수준임을 뜻한다. "중국에는 20명, 30명, 심지어 40명이 같은 실험에 참여하는 연구진이 있죠. 정말 좋은 진전을 이루고 있어요." 델프트대학교의 양자 연구원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이 말한다. 2023년 중국 연구자들은 양자컴퓨터 내에서 얽힌 양자비트, 즉 큐비트의 수에서 신기록을 세웠다..


중국은 과학 장비에도 많은 돈을 썼다. 2019년 이코노미스트가 중국의 과학 연구 현황을 조사했을 때, 중국은 이미 슈퍼컴퓨터, 세계 최대 구경의 전파망원경, 지하 암흑물질 검출기 등 부러움을 살만한 화려한 장비 목록을 갖고 있었다. 그 이후로 목록은 더욱 늘어났다. 중국은 이제 세계에서 가장 민감한 초고에너지 우주선 검출기(최근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을 테스트하는 데 사용됐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정상 상태 자기장(소재의 특성을 측정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을 갖고 있으며 곧 세계에서 손꼽히는 수준의 중성미자 검출기(기본 아원자 입자 중 어떤 유형이 가장 질량이 큰지 알아내는 데 사용될 것이다)를 보유하게 될 것이다. 유럽과 미국도 자체적으로 많은 멋진 장비를 보유하고 있지만 중국은 빠르게 장비들을 추가하고 있다.


중국 최고 연구 기관의 개별 연구실들도 장비가 잘 갖춰져 있다. 최근 중국의 합성생물학 연구실을 견학한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전 연구원이자 기자인 니코 맥카티는 학계 연구기관에서 "기계들이 미국보다 더 뛰어나고 더 광범위하다"는 점에 충격을 받았다. 실리콘밸리에 대한 중국의 대답이라고 하는 선전선진기술연구원(SIAT)의 첨단 바이오파운드리를 두고 맥카티는 "4층 전체가 로봇으로 가득 찬 놀라운 건물"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대학들이 최첨단 장비와 엘리트 연구원들로 채워지고 급여도 점점 더 경쟁력을 갖추면서, 젊고 야심만만한 중국 과학자들이 서구 연구기관에 느끼는 매력은 줄었다. "지도교수들은 미국을 어떤 '과학의 메카' 같은 걸로 생각했을지 몰라도 요즘 중국 학생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맥카티가 말했다.


예를 들어 AI를 보자. 2019년에는 이 분야의 중국 학생들 중 단지 34%만이 대학원 진학이나 취업을 위해 자국에 머물렀다. 미국 싱크탱크인 매크로폴로의 AI 인재 추적기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에는 그 수치가 58%로 늘었다(미국의 2022년 수치는 약 98%였다). 중국은 이제 세계 AI 연구 논문의 약 40%를 차지하는데 이는 미국의 약 10%와 유럽연합과 영국을 합친 15%와 대비된다. 역대 가장 많이 인용된 연구 논문 중 하나로, 딥 뉴럴 네트워크를 어떻게 이미지 인식용으로 훈련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논문은 중국에서 일하는 AI 연구자들에 의해 작성되었다. 비록 미국 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를 위한 것이긴 했지만 말이다. "중국의 AI 연구는 세계적 수준입니다." 조지타운 신흥안보기술센터의 AI 분석가인 재커리 아놀드가 말했다. "컴퓨터 비전과 로보틱스 같은 분야에서 중국은 연구 출판물에서 상당한 우위를 점하고 있어요."


중국 과학의 질과 양의 성장은 당분간 멈출 것 같지 않다. 과학기술 연구에 대한 지출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2024년에 자금 지원을 10% 늘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중국은 엄청난 수의 젊은 과학자들을 훈련시키고 있다. 2020년 중국 대학들은 140만 개의 공학 학위를 수여했는데 이는 미국의 7배에 달하는 수치다. 중국은 이제 학부 수준에서 미국보다 2.5배 더 많은 최고 수준의 AI 연구자들을 배출했다. 그리고 중국 대학들은 2025년까지 미국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과학·기술 분야 박사 학위 소지자를 배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 멀리 보려면 한 층 더 올라가라

중국이 더 많은 최고급 연구를 생산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막대한 양의 저질 과학 논문도 생산한다. 평균적으로 중국의 논문은 인용 횟수로 측정했을 때 미국, 영국, 유럽연합의 논문들보다 영향력이 낮은 경향이 있다. 그리고 소수의 선택받은 대학들은 발전했지만 중간 수준의 대학들은 뒤처진 상태다. 중국의 2군 연구기관들은 여전히 동급의 유럽, 미국 기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질이 낮은 연구를 생산하고 있다. "중국이 탑 레벨에서는 환상적인 연구 수준을 보여주긴 하지만 그 기반은 약해요." 오하이오주립대학교 과학정책 교수 캐롤라인 와그너Caroline Wagner가 말한다.


호기심이 주도하는 (응용연구가 아닌) 기초연구에 관해서는 중국이 여전히 추격 중이다. 가장 권위 있는 두 과학 저널인 네이처와 사이언스의 발표 실적을 비교해 보면 중국은 미국보다 훨씬 적은 논문을 발표한다. 중국이 완전히 새로운 기술의 발견에 있어서 자국의 잠재력을 못 보여주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가 여기 있을 수 있다. 기초연구는 특히 중국 기업 내에서 부족한데 이는 발견을 하는 과학자들과 그것을 결국 활용하게 될 산업 간의 격차를 만들어내고 있다. "더 독창적인 혁신 측면에서는 이게 마이너스가 될 수 있죠." 중국 태양광 기업인 롱기그린에너지테크놀러지LONGi Green Energy Technology의 수석 과학자 쉬 시시앙이 말한다.


논문 발표에 대한 인센티브는 가짜 과학 저널 시장을 만들어냈다. 2024년 초 '연구윤리Research Ethics'저널에 발표된 한 연구는 중국 학자들과의 익명 인터뷰를 실었는데 한 학자는 논문 출간의 압박과 직업 유지의 필요성 때문에 "부정행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인용 카르텔'이란 것도 등장했다. 자신들의 인용 지표를 높이려고 서로의 논문을 인용하는 저질 논문을 작성하는 연구자 그룹을 이른다. 2020년 중국의 과학 기관들은 이러한 현금 지급 제도가 끝나야 한다고 발표했고 2021년에는 국가적 규모로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검토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실제로 상황을 개선시켰다. 2023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일례로 중국 연구자들이 자신을 인용하는 비율이 감소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의 중위권 대학들도 서서히 서구의 동급 대학들을 따라잡고 있다.


따라서 미국과 유럽이 여전히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영역들도 그리 오랫동안 안전하지는 않을 듯 하다. 생물학과 보건과학은 깊이 있는 특정 주제별 지식에 더 많이 의존하며 역사적으로 중국이 "자국에 가져와 발전을 가속화하기"가 더 어려웠다는 게 버밍엄대학교 생명공학 교수이자 영국 산업통상부 고문을 역임한 팀 대폰Tim Dafforn의 견해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도 중국의 위상이 커지고 있다. 현재 미국이 임상의학에서 고영향력 논문을 약 4배 더 많이 생산하고 있지만 많은 영역에서 중국이 이런 핵심연구를 인용하는 논문을 가장 많이 생산하고 있다.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음을 의미하며 향후 이 분야에서 확장이 일어날 것임을 예고한다. "생물학 부문에서 중국은 놀랍도록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클래리베이트의 과학정보연구소 수석 과학자 조나단 애덤스가 말한다. "새로운 영역으로 초점을 전환하는 중국의 능력은 상당히 놀라워요."


중국 과학의 부상은 서구 정부들에게 양날의 검이다. 중국의 과학 시스템은 국가 및 군대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많은 중국 대학들이 명시적으로 국방 관련 연구를 하는 연구실을 보유하고 있으며 일부는 스파이 활동이나 사이버공격에 연관됐다는 의혹을 받았다. 중국은 지적재산권 절도 혐의도 받았다. 점점 더 엄격해지는 규제로 인해 해외 연구 협력자들이 중국 밖으로 데이터를 가져가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 악명 높은 사례로, 2019년에는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미국이 자금을 지원한 코로나바이러스 연구에 대한 접근을 중국 정부가 차단한 일이 있다. 중국 연구자들이 서구 과학자들이 기대하는 윤리적 기준을 준수하지 못한 사례들도 있다.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협력은 서구 연구자들에게 흔한 일이다. 미국 저자들의 통신 관련 논문 중 약 3분의1이 중국 연구자들과 협력한 것이다. 영상과학, 원격감지, 응용화학, 지질공학 분야에서는 그 수치가 25~30%다. 유럽에서는 그 수치가 더 낮아서 약 10%지만 여전히 상당한 수준이다. 이러한 파트너십은 양국 모두에게 이롭다. 중국은 소재와 물리학처럼 이미 강점을 가진 영역에서 더 많이 협력하는 경향이 있다. 2023년 발표된 한 예비연구에 따르면 AI 연구에서 미국이나 중국의 공동저자가 있는 게 상대국 저자들에게 동일하게 유익했으며, 평균적으로 75% 더 많은 인용을 받았다.


함께 일함으로써 여러 주목할 만한 성과도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옥스퍼드대학교 공학부와 옥스퍼드 수저우 첨단연구센터의 조인트벤처는 영국 공항 전역에서 사용된 신속검사법을 개발했다. 2015년 카디프대학교와 화난농업대학교의 연구자들은 박테리아가 항생제 콜리스틴에 내성을 갖게 만드는 유전자를 식별해냈다. 이에 따라 이 항생제의 최대 소비국인 중국은 동물 사료에서의 콜리스틴 사용을 금지했고, 동물과 인간 모두에서 콜리스틴 내성이 감소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정치적 압력이 중국과의 협력을 제한하고 있다. 2024년 3월, 미국과 중국의 과학자들이 상호 이익이 되는 주제에 대해 협력할 수 있다고 명시한 미중美中 과학기술협정이 조용히 6개월 더 연장되었다. 중국 정부는 45년 된 이 협정을 갱신하는 데 열심인 것으로 보이지만 많은 미국 공화당 정치인들은 중국과의 협력이 중국의 국가 안보 목표 달성을 도울까 우려한다. 유럽에서는 환경 및 기후 프로젝트를 제외하고 중국 대학이 거대한 유럽 연구 사업인 호라이즌Horizon을 통한 자금 지원에 접근하는 게 사실상 금지되었다.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폐쇄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중국은 많은 과학 기술 분야에서 자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또한 연구 성과를 측정하는 방식을 국제적 저널 등재 외의 방식으로 바꾸려 한다. 많은 연구자들이 언론과 대화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본 기사를 위해 발언할 수 있는 연구자를 중국에서 찾기란 어려웠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의 식물 과학자는 해외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1년 전에 허가를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모순적이죠. 과학자가 동료들과 소통하기 위해 해외를 방문하는 자유는 제한하지만 한편으로는 중국이 뒤처지는 것을 원하지 않으니까요."

늙을 때까지 살고, 늙을 때까지 배워라

중국과 서구의 과학자들의 압도적인 의견은 협력이 계속되어야 하고, 나아가 더 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많은 협력의 여지가 있다. 중국의 과학 산출량이 극적으로 증가했지만 국제적으로 협력하는 비율은 약 20%로 크게 변함이 없다. 서구 과학자들은 훨씬 더 많이 국제적으로 협력하는 편이다. 서구 연구자들도 중국의 최신 과학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수 있다. 작년 네이처 휴먼비헤이비어Nature Human Behaviour에 발표된 연구 데이터에 따르면, 동등한 품질의 연구인 경우 중국 과학자가 서구 논문을 인용하는 비율이 그 반대의 경우(서구 연구자가 중국 논문을 인용하는 것)보다 훨씬 높았다. 서구 과학자들은 중국을 방문하거나 그곳에서 일하거나 공부하는 경우가 드물어, 중국 과학자들이 서구에서 잘 해왔던 것처럼 중국 동료들로부터 배울 기회를 잃고 있다.


서구의 연구실에 오고자 하는 중국 학생들과 연구자들에게 문을 닫는 것은 서구 과학에도 재앙이 될 것이다. 중국 연구자들은 미국 및 유럽에서 최고 수준 대학의 여러 학과의 중추를 이루고 있다. 2022년에는 미국에서 일하는 최고 수준의 AI 연구자들 중 미국 출신보다 중국 출신이 더 많았다. 서구의 과학 연구 체계는 현재 대부분의 일상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데 많은 수의 학생들, 그것도 대개는 해외에서 온 학생들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의 거대한 과학계가 계속해서 더 강해지지 않으리라 생각할 만한 근거는 거의 없다. 중국의 경제 문제가 결국 공산당으로 하여금 연구 지출을 줄이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만약 중국이 서구 과학 커뮤니티로부터 완전히 단절된다면 중국의 과학 연구는 타격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모두 임박한 것 같진 않다. 2019년 당시 우리는 권위주의 체제에서 학술연구가 번성할 수 있는지도 물었다. 아마도 시간이 지나면 그 한계가 명확해질 것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리고 적어도 자연과학에 관해서는, 번성 가능하다는 게 답이다. "중국의 기적에 한계를 규정하는 것은 매우 현명하지 못한 처사라고 봐요." 마긴슨 교수가 말한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한계가 없었거든요."


1843년 창간돼 국제정세와 정치, 경제, 사회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는 영국의 대표적인 주간지. 정통 자유주의 성향의 논평, 분석이 두드러지며 기사에 기자의 이름(바이라인)을 넣지 않는 독특한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PADO가 가장 탐독하는 매거진이기도 합니다.
 
close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