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이슈 경제

인재 확보가 곧 글로벌 경쟁력이다

어떤 나라는 인재를 모으고, 어떤 나라는 인재를 내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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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SK텔레콤은 지난 9일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MBA 학생들과 교수진 40여 명이 인공지능(AI)을 배우기 위해 SK텔레콤 본사에 방문했다고 10일 밝혔다. 케임브리지 대학교 MBA 학생들이 ICT 체험관 티움(T.um)을 관람하고 있다. (SKT 제공) 2024.7.10/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2024.09.06 14:52

The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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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팔을 공동창업하고 테슬라, 스페이스엑스를 이끌고 있는 기업가 일론 머스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입니다. 머스크가 창출해 낸 일자리와 부를 생각해보면 머스크 같은 이민자 한 명이 한 나라의 경제에 얼마나 큰 기여를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머스크 같은 인재를 100명만 유치할 수 있다면 우리 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합산 출생률이 0.7 수준으로 떨어진 한국은 더더욱 글로벌 인재 유치에 발벗고 나서야 합니다. 병역 의무와 공무 담임권 같은 '국민'으로서의 의무 및 권리가 없는 '영주권'만 줘도 기업가, 발명가, 과학자는 한국에 와서 일하고 생활할 것입니다. 그들이 우리 경제에 기여한 것들은 '국민'이 함께 누릴 수가 있습니다.


국민의 자격인 시민권 또는 국적은 쉽게 나눠주지 않지만 해외 인재들에게 영주권 또는 장기 비자는 쉽게 나눠주는 UAE 두바이의 국가전략이 바로 그것입니다. 고대 아테네도 시민(국민)들은 전쟁과 정치를 하고 상공업은 영주 외국인들이 맡았습니다. 가사도우미 같은 비숙련 근로자 유치를 넘어 고도의 지식을 갖춘 숙련 근로자 등 인재를 유치하는 방향으로 이민 정책을 구상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영토 위에 어떤 사람들이 함께 살아갈지를 결정하는 정책은 그 나라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을 정도로 막중합니다.


2024년 8월 17일 발행된 이코노미스트의 이 기사는 글로벌 인재 유치가 왜 중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이들을 유치할 수 있을지 상세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어쩌면 우리가 가야할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사의 중간에 '인재들은 다른 인재들과 함께 교류하길 좋아한다'는 내용과 '이들에게 매력적인 곳이 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눈에 띕니다. 과연 서울, 대전, 부산, 광주는 충분히 매력적인 곳인지, 그리고 지방의 육성을 위해 인재들을 분산배치하려는 기존의 정책이 옳은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일론 머스크 같은 인재들이 과연 한국에서 살려고 할까요?


제케 에르난데스는 걱정이었다. 12살인 아들 루카스가 2년 동안 키가 자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아과 주치의는 루카스에게 더 많이 먹으라고 말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결국 여러 검사 끝에 다른 의사는 루카스가 소장을 손상시키는 셀리악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내렸다. 해결책은 밀가루를 먹지 않는 것이었다.


와튼 비즈니스스쿨에서 가르치고 있는 에르난데스 교수는 이민의 주요 요소 하나를 설명하기 위해 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의 (지금은 건강한) 아들은 미국에서 글루텐 불내증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준 이탈리아 태생의 의사 알레시오 파사노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 파사노 박사는 셀리악병이 흔한 나라(이탈리아)에서 드물다고 여겨지던 나라(미국)로 이주했다. 셀리악병 환자들에게 둘러싸여 자란 그는 미국에서 이 질환이 정말 그렇게 드문지, 아니면 단순히 진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인지 궁금했다. 2003년, 그는 획기적인 연구를 통해 셀리악병이 유럽인만큼이나 미국인에게도 발병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제는 진단과 치료가 현저하게 개선되었다.


파사노 박사와 같은 똑똑한 이민자들은 이주한 국가에 큰 혜택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많은 정부는 이들의 정착을 어렵게 만들거나 아예 내쫓아 버린다. 숙련된 이민자를 환영하는 정부조차도 이민자 유치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부 정부는 단호하게 이민자 유치를 추진해 큰 보상을 받기도 한다.

필요한 두뇌

두뇌가 뛰어난 이민자들이 한 국가에 도착한다고 해서 그들이 두뇌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사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가져온다. 그들은 현지인이 모르는 것을 알고 있으며, 현지인이 이용할 수 없는 외국어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비즈니스에서 과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이민자들의 능력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에르난데스 교수는 신간 '이민에 관한 진실The Truth about Immigration'에서 "이민자들은 다른 방식으로 유용하다"고 주장한다.



하버드대의 샤이 번스타인과 다른 연구자들은 이 유용성을 측정하는 독창적인 방법을 발견했다. 그들은 함께 연구하던 동료가 너무 일찍(즉 60세 이전에) 사망했을 때 과학자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조사했다. 이러한 비극은 당연히 동료를 떠나보낸 과학자들의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이민자 동료의 죽음은 더 큰 생산성 감소를 가져다 준다. 이민자 동료를 잃은 과학자들이 이후 받은 특허의 수는 비이민자 동료를 잃은 과학자들과 비교해 거의 두 배 가까이 감소한다(17% 대 9%).


"이민자 발명가들은 외국 기술에 의존하고, 외국 발명가와 협력하고, 외국 지식 시장에서 인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국경을 넘어 아이디어의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고 저자는 결론을 내린다. 이민자는 미국 인구의 14%, 발명가의 16%이며, 특허, 특허 인용 및 특허의 경제적 가치로 측정한 혁신의 23% 이상을 직접 만들어낸다고 저자들은 추정한다. 이들이 미국 출신 협력자들의 생산성을 높인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전체 혁신의 무려 36%를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고도로 숙련된 이민자들이 가져다주는 이점을 고려할 때, 각국이 기업만큼이나 우수하고 똑똑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많은 정부가 세계 최고의 인재를 유치하고 싶다고 말한다. 중국 공산당은 최근 외국인 과학자의 영주권을 허용하는 등 "해외 인재 채용을 위한 지원 메커니즘을 개선하겠다"고 공언했다. 미국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유능한 외국인, 특히 AI 기술을 가진 외국인의 입국 절차를 간소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대학을 졸업하면 누구나 "자동으로" 그린카드(즉, 영주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똑똑한 사람들은 이동성이 뛰어나다. 전 세계 인구의 3.6%만이 이민자인데, 인도의 엘리트 공과대학 입학시험에서 최고 점수를 받은 1000명 중 36%는 대학 졸업후 이민을 떠난다. 상위 100명 중에서는 62%가 이주한다. 시카고의 싱크탱크인 마르코폴로MacroPolo에 따르면 전 세계 상위 20%의 AI 연구자 중 42%가 해외에서 일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채용 담당자처럼 인재유치에 대해 체계적으로 생각하는 정부는 거의 없다. 많은 정부가 의학이나 AI 등 특정 기술을 가진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이는 단편적이고 관료적인 경우가 많다. 해외에서 학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거액의 현금을 지급하는 중국의 "1000명의 인재" 프로그램은 2008년부터 2018년까지 8000명의 과학자와 공학자를 등록했을 뿐이며, 대부분 중국 출신이었다. 많은 나라에서는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는 것보다 모여드는 일반대중을 막는 데 훨씬 더 많은 정치적 에너지가 소모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정부는 이동성 높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다른 정부는 적극적으로 이러한 노력을 스스로 망치기도 한다. 미국이 젊은 인공지능 천재 디디 다스Deedy Das를 어떻게 대했는지 생각해 보라.


코넬대학교를 졸업한 다스는 구글(검색 분야)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2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AI 비서'를 개발한 스타트업 글린Glean의 창립 팀원이었다. 그는 바이든과 트럼프가 모두 원하는 종류의 이민자이다.


하지만 영주권을 원했던 그는 난관에 부딪혔다. 미국은 한 국가가 한 해에 전체 영주권의 7% 이상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인도 태생의 다스와 같이 인구가 많은 국가 출신의 신청자에게는 까다로운 조건이다. 싱크탱크인 케이토Cato연구소는 인도인 신청자의 경우 승인을 받기까지 134년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고 추정한다. 파키스탄이나 잠비아처럼 훨씬 가난한 나라들도 디지털로 전환한 상황에서 미국의 영주권 신청이 여전히 종이 서류들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그래서 다스는 일반적으로 "천재 비자"라고 불리는 비자를 신청했다. 그는 자신의 기술 및 상업적 업적을 상세히 설명하는 926페이지 분량의 서류를 전혀 이해하지도 못하는 공무원들에게 보내야 했다. 하지만 그의 비자신청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그는 실제로 요구 자료를 제대로 제출했는데도 '자료 제출 미비'의 이유로 거절당했던 것이다. 그는 항소했고 결국 비자를 발급받았다.


그는 이러한 절차가 "혁신을 억누른다"고 말한다. 확실히 이러한 것들이 인재를 내쫓는다. 미국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 중 73%는 비자가 쉽게 발급된다면 미국에 머물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 미국에 머무는 비율은 41%에 불과하다고 싱크탱크인 경제이노베이션그룹Economic Innovation Group은 보고하고 있다. 이것이 미국 대학이 세계 최고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지난 20년 동안 호주와 캐나다 대학들에 유학생 유치에 있어서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는 이유일 수도 있다.

두뇌 확보

HSBC의 영국인 은행가인 사이먼 윌리엄스를 두바이가 어떻게 맞이했는지 비교해 보라. 그는 거주 비자를 받는 데 일주일이 걸렸고 번거로움도 거의 없었다. 두바이가 속해 있는 아랍에미리트(UAE)는 외국인의 시민권을 허용하지 않지만 고소득 전문직의 취업 허가는 아주 간단하다. 한 달에 5만 디르함(1800만 원) 이상을 버는 사람은 유효기간 최대 10년짜리 '황금 비자'를 받을 수 있다. 과학자, 발명가는 물론이고 일부 예술가들도 받을 수 있다.


정착하는 것도 쉽다. 윌리엄스는 현지 신분증, 운전면허증, 전화번호, 은행 계좌, 신용카드, 독실한 현지인들은 기피하는 주류의 구매허가증을 취득하는 데 일주일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말한다. "매우 효율적인" 공항도 도움이 되었다. 윌리엄스는 "미국 공항의 90분 동안 줄을 서야 하는 끔찍한 상황"과 "방문을 반겨주지 않는 이민국 직원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을 UAE의 첨단 시스템과 대조했다. 두바이에 도착하면 "여권을 주머니에서 꺼낼 필요 없이 카메라가 저를 인식하고는 화면에 '안녕하세요, 사이먼 J. 윌리엄스 씨'라는 문구와 함께 입국 게이트가 열립니다." 그는 더 환영받는 동시에 더 안전하다고 느낀다.


이코노미스트는 각국이 더 개방적일 경우 얼마나 많은 외국인 인재를 확보할 수 있을지 추정하기 위해 갤럽 세계 여론조사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 조사는 매년 150개 이상의 국가와 지역에서 약 20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설문조사다. 이 설문조사에서는 무엇보다도 기회가 된다면 영구적으로 해외로 이주할 의향이 있는지, 만약 그렇다면 어디로 이주할 것인지에 대해 묻는다. '인재'임을 표현하는 대리변수로는 '학사 학위 소지'를 택했다. 2010~2023년(설문조사가 거의 실시되지 않은 2019년과 2020년 제외)의 데이터를 사용하여 이주가 쉬워질 경우 각 국가에서 얼마나 많은 학사 학위 소지자를 확보하고 또 잃게 될 것인지 예상치를 계산했다.

설문응답자 중 자신들이 희망하는 나라로 모두 이민을 갔을 경우 각국의 순유입/유출 비교. /그래픽=The Economist

설문응답자 중 자신들이 희망하는 나라로 모두 이민을 갔을 경우 각국의 순유입/유출 비교. /그래픽=The Economist


부유한 영어권 3개국이 가장 인기가 있었다(위 차트 참조). 진입 장벽이 없다면 2300만 명의 대학 졸업생이 미국으로, 1700만 명이 캐나다로, 900만 명이 호주로 이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국가를 떠날 의향이 있는 졸업생 수를 계산에 넣으면, 대학 졸업생들의 글로벌 자유 이동은 미국 내 대학 졸업생 수를 7% 증가시킬 것이다(아래 차트 참조). 캐나다, 호주, 스위스는 대학 졸업생 수가 약 2.5배, 뉴질랜드는 4배 이상 증가할 것이다.


같은 설문 응답의 인구 대비 로그 스케일 비교. /그래픽=The Economist

같은 설문 응답의 인구 대비 로그 스케일 비교. /그래픽=The Economist



반면에 중국과 인도는 절대적 수치에서 졸업생 수가 가장 많이 감소할 것이다(각각 1400만 명, 1200만 명). 그러나 인구 대비의 상대적인 수치에서는 이란, 에콰도르, 콩고민주공화국이 가장 큰 순유출을 보일 것이다. UAE는 소폭 증가를 보일 것이다. 사막에 있는 항구가 매력적일 순 없다. 정책이 겨우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한 나라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많은 요소는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요소다. 벨기에는 뉴질랜드의 아름다운 경치를 가질 수 없고, 뉴질랜드는 벨기에의 지리적 위치를 가질 수 없다. 가장 중요한 매력 요인인 일자리의 질은 단기간에 바꾸기 어렵다.


우수한 인재들은 같은 분야의 다른 우수한 인재들과 함께 일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인재가 모여 있는 곳은 엄청난 이점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2022년 상위 20%의 AI 연구자 중 57%가 미국에서 근무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중국이 빠르게 따라잡고 있는 이유는 자국에서 수많은 AI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엘리트 AI 연구원의 절반 이상이 중국 밖으로 나가는 반면, 미국은 국내 양성 엘리트 AI 연구원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수의 연구원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시작하든, 각국 정부가 외국인 인재에게 더 매력적인 국가를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고도로 숙련된 인력이 입국하는 절차를 간소화하고 현지 대학의 외국인 졸업생이 직장에 입사하는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 외국인을 존중할 수 있다. 디지털노마드의 증가와 같은 글로벌 노동 시장의 변화에 적응할 수도 있다. 그리고 새로운 이민자를 수용하기 위한 인프라를 더 쉽게 구축할 수 있다.


포르투갈은 이러한 측면에서 모범이 되는 나라다. 불과 10년 반 전만 해도 포르투갈은 인기가 전혀 없었다. 2010~2012년의 설문조사 데이터를 사용한 이코노미스트의 계산에 따르면, 포르투갈로 이주하기를 원했던 모든 졸업생이 이주했다면 포르투갈의 대학 졸업생 수가 1% 증가를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2021~23년의 설문조사 데이터를 사용하여 계산을 다시 해보면 이번에는 대학 졸업생 수가 140% 증가한다.


어떤 면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도움이 되었다. 포르투갈은 구제금융이 필요할 정도로 파산 상태였다. 정부는 국영 항공사를 매각해야 했고, 새로운 민간 소유주가 미국행 항공편을 더 많이 취항하면서 포르투갈은 많은 미국인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더욱 넓게 보면서 포르투갈 정부는 성장을 촉진하는 방법에 대해 열심히 고민해야 했고, 재능 있고 부유한 이민자들에게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BMW의 소프트웨어를 설계하는 포르투갈 회사인 크리티컬 테크웍스의 안드레 필리페는 "포르투갈 정부는 [숙련된 근로자가] 비자를 더 쉽게 받을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한다. "복잡한 행정절차가 이젠 훨씬 적어졌습니다."


포르투갈은 숙련된 신규 이민자를 노동력에 통합하는 데도 능숙하다. 라이트하우스 리포트의 연구에 따르면 포르투갈의 대학 교육을 받은 이민자들은 다른 EU 국가에 비해 자신의 능력에 맞는 직종에 종사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많은 정부가 해외에서 취득한 자격증을 인정하지 않거나 그 인정 절차를 어렵게 만들어 놓는다. 워싱턴 D.C. 소재 이민정책연구소(MPI)의 잔 발라토바와 마이클 픽스는 코로나가 확산되는 동안 외국에서 교육을 받은 간호사와 의사 16만5000명의 능력을 미국이 전혀 활용하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했다.


포르투갈은 온화한 기후와 맛있고 건강한 요리와 같은 다른 이점도 현명하게 활용했다. 예를 들어, 비즈니스스쿨인 NOVA는 2018년에 리스본 중심부에서 해변가의 새 캠퍼스로 이전했다. 이 학교는 영어로 수업을 진행한다는 점과 잘 짜여진 커리큘럼뿐만 아니라 학장 페드로 올리베이라의 말처럼 "이곳은 살기가 좋다"는 이유로 외국인 학생들을 유혹하고 있다. 캠퍼스의 중앙 홀을 내려다보면 맨발에 서핑 보드를 들고 비즈니스 정장을 입은 기업간부 모습의 청록색 동상이 우스꽝스럽게 서 있다. 산책로가 바다로 이어진다. 직원의 절반과 MBA 학생의 70%가 외국인이며, 독일인과 이탈리아인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올리베이라 학장은 학생들의 다양한 관점이 토론을 풍성하게 한다고 말한다.


포르투갈의 합법 이민자 인구는 2015년 40만 명 미만에서 현재 100만 명 이상으로 급증했다. 6월 3일, 루이스 몬테네그로 신임 총리는 NOVA를 방문한 자리에서 포르투갈을 젊고 숙련된 이민자들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이민 정책을 발표했다.

두뇌 확보 캠페인

장벽을 낮추는 것이 당근을 제공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라지 초우두리 교수 등은 26년 동안 15개국의 노동 관련 이민 개혁에 대한 데이터 세트를 사용하여 발명가의 이주를 막는 정책이 다국적기업의 특허에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반면 이러한 이동성을 장려하기 위해 고안된 정책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그 효과는 훨씬 작았다.


캐나다, 스웨덴, UAE와 같은 일부 국가에서는 고도로 숙련된 사람들이 취업 비자를 비교적 쉽게 취득할 수 있다. 어떤 나라는 외국인 학생도 쉽게 직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데, 예를 들어 덴마크에서는 대학 졸업생의 경우 자동으로 3년짜리 취업허가를 받는다. 단순하고 객관적인 규칙을 적용하면 프로세스가 더욱 빨라진다. 예를 들어 일정 금액 이상을 벌면 누구나 입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거나 지원자에게 젊은 나이, 자격증, 언어 능력 등에 가점을 주는 등이 그것이다.


공무원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재량권을 부여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경향이 있다. 핀란드는 특정 기준을 충족하는 학생에게 AI를 사용하여 거주 허가를 발급하고 복잡한 사안에 대해서만 이민국 공무원이 개입하는 반면, 이탈리아는 정부 위원회가 어떤 스타트업이 투자자 비자를 받을 만큼 혁신적인지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라고 컨설팅회사인 헨리앤파트너스의 크리스 케일린은 말한다. "정부는 사업계획의 내용을 판단하는 데 능숙하지 않습니다. 차라리 '50만 유로를 투자하면 합격'이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로펌인 프래고먼은 100개 이상의 국가 이민 시스템에 대한 지수를 작성한다. '제한적 시스템' 지수에서 미국은 이라크에 이어 두 번째 나쁜 것으로 평가되었다. 또 다른 지표는 외국인 근로자가 취업 비자를 취득하는 데 평균적으로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 살펴본다. 부유한 국가들 사이에 엄청난 차이가 나타나는데, 이스라엘의 경우 34일인 반면 이탈리아는 232일이다.


에르난데스 씨는 비자 발급 지연은 구직자뿐만 아니라 잠재적 고용주에게도 피해를 준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한 회사에서 지금 당장 충원이 필요한 중요한 공석이 생겼고 완벽한 후보자를 찾았다고 가정해 보자. 안타깝게도 이 지원자는 외국인이라 H-1B 비자(고도 숙련 근로자를 위한 비자)가 필요하다. 회사에 이미 일정 수 이상의 H1-B 보유 직원이 있는 경우, 미국 시민권자를 찾기 위해 이미 노력했으며 임금을 낮추지 않을 것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노동부에 신청해야 한다. 노동부가 일단 승인하면 회사는 이민국에 신청해야 하며, 이민국은 추첨을 실시하는 이듬해 4월까지 신청서를 보관한다. 이 추첨 단계에서는 신청의 4분의3이 거절되는데, 이들은 모두 평균 연봉 13만 달러(1억7000만 원)의 확실한 일자리를 제공 받은 전문가들이다. 추첨 결과는 5월이 되어서야 알 수 있는데, 결과가 나쁜 경우 회사는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하고 이민 변호사에게 막대한 돈만 지불한 셈이 된다.


운이 좋아 회사가 추첨에 당첨되더라도 다음 해 10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마저도 비자의 유효기간은 3년밖에 되지 않고 갱신도 복잡하다. 에르난데스 씨는 "전립선 검사를 받는 것과 취업 비자 스폰서가 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인사 담당자는 아마도 전자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한다. 워싱턴포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숙련된 노동자가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 망명을 신청하여 취업 허가를 받는 것이 더 쉬울 수 있다.


추첨의 무작위성 때문에 적어도 그 효과를 연구하기는 더 쉬워졌다. 중국 인민대학교의 준 첸과 다른 연구자들은 2003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에 기반을 두고 벤처 캐피탈의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 1만7000개를 조사했다. 3분의 1 이상이 최소 한 개의 H-1B 비자를 신청했지만, 평균적으로 원하는 비자의 절반만 발급받았다. 첸과 공동 연구자들은 추첨에 당첨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비교한 결과, 비자를 더 많이 받을수록 기업의 "재무 성과, 상장 가능성, 혁신의 양과 질"이 향상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많은 고소득층은 혼자서 이동하지 않는다. 이들을 유치하려면 각국은 그들의 가족도 고려해야 한다. 두바이에서는 '황금 비자' 소지자가 배우자의 취업 비자를 '보증'해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제한" 수의 가사도우미를 고용할 수 있다. 한 외국인은 "보모에게 비자를 발급하는 데 2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말한다. 저렴한 부동산과 소득세 '제로'까지 더해져 그의 가족은 런던에 있을 때보다 UAE에서 훨씬 더 편안하게 지내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두뇌 경시

반면 미국에서는 숙련된 이민자의 자녀가 성인이 되면 더이상 부양가족으로 간주되지 않아 추방당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페도라 카스텔리노는 여섯 살에 미국으로 이주했다. 생명과학 회사에서 일하는 그녀의 아버지는 2015년에 자신과 부양가족에게 영주권을 부여하는 영주권을 신청했다. 하지만 앞에서 말한 다스와 마찬가지로 그도 인도인이기 때문에 대기 시간이 무제한으로 길어질 수 있었다. 카스텔리노가 21세가 되는 11월에는 고향처럼 여겨왔던 이 나라를 떠나 자신의 커리어를 다른 곳에서 추구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녀는 의사가 되기를 희망하며 캐나다 이주를 고려하고 있다.


외국인을 존중하는 일은 쉬워야 한다. 하지만 많은 정부가 보안에 너무 집착하여 실패하고 있다. 시진핑 치하의 중국은 훨씬 더 까다로워졌다. 외국인은 출국하고 돌아올 때마다 경찰에 등록해야 한다. 호텔에서는 외국인이 체크인할 때 당국에 신고해야 하며, 이코노미스트 특파원인 필자가 경험했던 것처럼 많은 소규모 호텔은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외국인을 받지 않고 돌려보기도 한다. 필자는 허베이성에서 어느 눈 내리는 밤에 투숙을 하려 했지만 6개 호텔로부터 거부당했다. 중국 당국은 공식적으로 중국 여성들에게 외국인 남자친구는 스파이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중국에 있는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의 옌스 에스켈룬드는 외국인에게 기회의 땅이라는 중국의 명성은 "오래 전에 사라졌다"고 말한다. "10년 전만 해도 이력서에 자랑스럽게 중국 근무 기록을 적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왜 중국에 있느냐, 더 나은 곳을 찾을 수 없었냐'고 묻습니다. 중국에서는 살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고, 이는 공항에 도착한 후 중국어 앱이 없으면 아무것도 결제할 수 없고 커피 한 잔도 살 수 없을 때 더욱 심해집니다."


중국 대중도 이민자 유입을 부정적으로 본다. 2020년에는 부유하거나 숙련된 외국인의 이민을 쉽게 만들자는 제안이 대중적 반발에 직면했고, 중국 남성들은 이민자들로부터 중국 여성을 보호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제도를 추진한 싱크탱크의 대표는 온라인에서 '반역자'라고 비난받았다. 독일 싱크탱크인 메르카토르 중국학연구소(MERICS)의 한 연구가 중국이 중국과 기존 유대가 없는 인재를 유치하는 데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결론을 내린 것은 당연한 결과다.


중국에서 가장 개방적인 지역인 홍콩조차도 외국인들에게 많은 매력을 잃었다. 팬데믹 기간 동안 홍콩에 있었던 한 은행원은 매우 엄격한 봉쇄 조치로 인해 세 자녀를 집에서 홈스쿨링하고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이웃에게 신고당할 위험에 처했던 비참한 상황을 회상한다. 그는 홍콩의 "불신 분위기"를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두바이와 대조한다. "여기 UAE 사람들은 항상 '여기가 마음에 드세요? 어떻게 하면 더 좋아하시도록 만들 수 있을까요'라고 묻습니다."


두바이 경제관광국 국장인 헬랄 알마리는 사소하지만 흥미로운 예를 들어 설명한다. 일부 외국인들은 현지 규정 때문에 해변에서 반려견을 산책시키지 못한다고 불평했던 적이 있다. UAE 관리들은 이 규정이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했다(많은 무슬림은 개를 부정하게 여긴다). 하지만 외국인들에게 불편을 준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타협에 이르렀다. 일부 해변은 이제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을 위한 전용 해변이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사무직 일자리가 원격으로 수행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많은 국가에서 디지털노마드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했다. 수십 개 국가에서 원격 근무 비자를 발급하고 있다. 컨설팅 회사인 MBO파트너스에 따르면 미국 디지털노마드의 수는 팬데믹이 절정에 달한 이후 증가세가 둔화되었지만, 미국 근로자의 11%는 스스로를 디지털노마드라고 답했다. 이들은 평균보다 젊고 자신의 일에 더 만족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에게 가장 매혹적인 직장은 세금이 낮거나 라이프스타일이 쾌적하고 진입 요건이 비교적 쉬운 곳인 경우가 많다. 금융회사의 콘텐츠 마케팅 전략가인 비벡 샨카르는 2019년부터 디지털노마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두바이에서 살려고 했지만 "매우 소비주의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두바이에 도착하자마자 이것저것 사야 한다는 메시지와 일정 수입이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 그렇지 않으면 가치가 없다는 메시지가 쏟아져 나옵니다." 그래서 그는 "좀 더 정상적인" 포르투갈로 이주했다. 포르투갈에는 돈을 쓰지 않고도 어울리고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장소가 많다고 그는 말한다. 그리고 여가시간에는 서핑도 할 수 있다.


디지털노마드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는 곳에서는 일반적으로 이들이 계속 머물도록 설득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이는 어려울 수 있다. 미국의 노마드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한 도시에 평균 71일만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오클라호마주 털사에 이러한 사람들을 유치하기 위한 계획을 연구한 결과, 사무실 공간을 지원하고 학교 이사회에 참여하도록 장려하는 등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 느끼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참가자의 4분의3이 최소 2년 이상 머물렀다.


이주민들은 거주할 곳이 필요하다. 주택 공급이 제한된 지역에 많은 이주민들이 몰려들면 집값이 상승하여 현지 주민들을 분노하게 하고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시드니에서 싱가포르에 이르기까지 여러 곳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 특히 그리스, 헝가리, 몰타에서처럼 부동산을 구입하는 사람들에게 영주권을 나눠주는 경우 이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제도는 최근 아일랜드, 스페인, 포르투갈에서 폐지되었다.


과거 이민자를 환영했던 호주와 캐나다가 최근 이민자 유입을 억제하려는 이유 중 하나는 집값 인플레이션이다. 그러나 더 많은 건설을 허용함으로써 집값을 억제할 수 있다. 두바이는 호주나 캐나다보다 땅이 훨씬 적지만 2040년까지 두 배 이상 늘어나는 인구를 감당할 수 있다고 두바이 정부는 자신하고 있다.


올해는 42억 명의 인구가 투표권을 행사하는 역사상 가장 큰 '선거의 해'다. 이는 인재 이동성에 좋지 않다고 로펌인 프래고먼의 줄리아 온슬로우-콜은 말한다. 공직 후보자들은 종종 이민 제한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하며, 때로는 해외 우수 인재의 입국을 막는 레토릭을 사용하기도 한다. 트럼프 매니페스토의 첫 번째 약속은 "국경을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온슬로우-콜은 "우리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보고 있는데, 합법 이민에 대한 전망은 암울합니다"라고 말한다.


이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비결처럼 들리지 않는다. 데이먼 러니언(유명한 기자이자 작가, 1880~1946)의 말을 좀 바꿔 표현해보자면, 가장 많은 인적 자본을 끌어들이는 국가가 항상 가장 빠르고 가장 큰 성공을 거두는 것은 아니지만, 영리한 돈은 그쪽으로 베팅한다.


1843년 창간돼 국제정세와 정치, 경제, 사회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는 영국의 대표적인 주간지. 정통 자유주의 성향의 논평, 분석이 두드러지며 기사에 기자의 이름(바이라인)을 넣지 않는 독특한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PADO가 가장 탐독하는 매거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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