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글로벌사우스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기업

서방 기업들, 주의 요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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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나이로비의 휴대전화 판매점. 중국의 휴대전화 브랜드 Oppo, 화웨이 등의 로고가 배경에 보인다. /사진=로이터/뉴스1

2024.10.11 14:27

The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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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울 정도로 싼 가격에 적당한 품질, 중국산 제품들의 특징입니다. 아주 정밀한 기술을 요하는 분야에서는 아직 선진국들 제품보다 뒤쳐지고 있지만 하루가 다르게 따라잡고 있습니다. 중국 기업들은 서방의 견제와 중국내 공장 임금의 상승으로 해외생산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8월 1일자 이코노미스트 기사는 중국기업들의 해외진출, 특히 글로벌사우스 진출에 대해 간략히 정리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가전 대기업 화웨이의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는 마오쩌둥의 정치군사전략을 따라 지금까지 회사를 키워왔습니다. 중국내에서도 앞서 있는 대기업들과의 정면승부를 피하고 우선 농촌 변두리 시장을 장악한 후 최종적으로 대도시로 진출했습니다. 해외전략도 마오쩌둥 방식을 따른다고 합니다. 즉 글로벌사우스를 먼저 장악해 글로벌노스를 포위하는 것입니다. 이 전략은 비단 화웨이만의 전략은 아닌 듯합니다. 이코노미스트의 이 기사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글로벌사우스에서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고 있고, 현지 생산도 늘려가고 있다고 합니다. 이 기사의 부제가 말하듯 서방기업들은 주의가 요망됩니다. 아직 브랜드파워가 확고하지 못한 한국 기업들은 더욱 주의가 요망됩니다.


수십 년 동안 전 세계 대기업들은 중국을 비즈니스를 해야 할 필수 장소로 여겨 왔다. 중국 기업들도 마찬가지였다. 중국 내수 시장은 방대하고 어지러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해외에서 고객을 찾아야 할 이유가 거의 없었다. 한편 중국의 거대한 제조업 부문은 값싼 노동력의 뒷받침을 받아 다른 곳에서 제품을 생산할 필요가 없었다. 중국의 해외 투자에 대한 많은 선진국들의 호들갑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들의 글로벌 행보는 아직 상대적으로 약하다.


2023년 중국 상장 기업의 해외 매출은 1조5000억 달러에 불과한 반면, 미국 상장 기업은 5조8000억 달러, 유럽 상장 기업은 6조400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지난해 중국의 해외직접투자(FDI) 비중은 국내총생산(GDP)의 17%에 불과한 반면, 미국은 34%, 독일은 49%에 달했다. 게다가 이러한 투자 중 상당수는 원자재나 해외 지적 재산권 확보에 집중되어 있다. 세계 최대 수출국이라는 중국의 위상도 약간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 중국이 해외로 수출하는 상품 상당 부분은, 비록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중국내 외국계 기업들이 생산한 것이다.


생산이 상대적으로 국내에 집중되어 있던 이러한 상황은 이제 빠르게 변하고 있다. 2016년 이후 중국 기업들의 해외 매출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데이터 제공업체인 에프디아이마켓츠(fDi Markets)에 따르면, 중국 기업의 '그린필드'1 FDI는 전년도 500억 달러에서 지난해 1620억 달러로 급증했다. 그 중 거의 4분의3이 제조업에서 발생했다.

국내 부진

이러한 대외 확장은 중국 국내 경제의 매력이 줄어들고 있음을 반영한다. 중국은 더 이상 예전처럼 빠른 속도로 성장하지 않는다. 또한 자동차에서 풍력 터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에서 가격 전쟁에 시달리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문제가 많은 부동산 부문을 제외하더라도 중국 비금융 상장 기업의 평균 투자 수익률은 지난해 4.9%로 유럽 기업의 6.6%, 미국 기업의 8.7%에 비해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국내 경제가 흔들린 것이 2000년대 초반 정부가 해외 투자를 독려했던 슬로건을 빌리자면 더 많은 중국 기업에게 "밖으로 나가라"는 유인이 되었다. 많은 기업이 해외 수요의 4분의3을 차지하는 부유한 국가에서의 매출을 늘리고 싶어 한다. 그러나 정치적 분위기가 중국 기업들에게 불리하게 바뀌면서 이들 시장에서의 확장은 까다로워졌다.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유럽과 미국에서 막대한 관세를 부과받았다. 서방 정치인들은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셰인과 테무에 대해 불평하고 있다. 짧은 동영상 앱인 틱톡은 중국 모기업인 바이트댄스가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에서 사용 금지될 위험에 직면해 있다.


일부 중국 기업들은 중국에서 다른 개발도상국으로 생산지를 옮겨 무역 장벽을 피하려 하고 있다. 이는 2012년 반덤핑 관세로 인해 사실상 미국 시장에서 퇴출된 중국 태양광 업체들이 오랫동안 취해온 접근 방식이다. 미국은 이제 중국에서 직접 태양광 패널을 수입하지 않는 대신 세계 3대 태양광 모듈 생산업체인 진코솔라, 트리나솔라, 롱기 등 중국 기업들이 대규모 공장을 건설한 동남아시아에서 많은 양을 수입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이제 다른 산업에서도 모방되고 있으며, 이는 중국 기업의 해외 제조업 투자 급증을 설명하는 이유가 된다. 일부 공장은 서구에 건설되고 있지만, 중국 투자의 가장 큰 부분은 글로벌사우스를 향했다. 지난해 중국의 '그린필드' FDI 상위 10개 국가 중 9개가 글로벌사우스에 속한다. 7월에는 중국 전기차 업체인 BYD(비야디)가 동남아시아 최초로 태국에 새로운 자동차 공장을 설립했으며, 중국 배터리 업체인 CATL은 동남아시아에서 생산을 확대하고 모로코와 튀르키예에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역 데이터를 보면 이러한 신규 공장들은 현지 공급망보다는 중국 수입 부품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그린필드 FDI 상위 10개국에서 제조에 사용되는 중간재의 중국산 수입은 지난 10년 동안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중국의 대형 해운업체인 코스코는 최근 미국 인근의 멕시코 공장으로 더 많은 물량을 운송하기 위해 중국-멕시코 간 선편을 늘렸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존슨 완은 중국 기업이 해외에 공장을 짓는 주된 이유는 관세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프랑스 경영대학원 INSEAD의 구올리 첸 교수는 중국의 강력한 공급망에의 근접성이 일반적으로 중국 기업의 경쟁 우위였다고 지적한다. 사실, 중국의 공장 임금은 2010년 이후 4배 가까이 급격히 상승하여 시간당 8달러 이상이 되었고, 이제는 동남아시아 평균을 훨씬 웃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월등한 규모의 경제와 잘 발달된 인프라 덕분에 자국에서 제조하는 것이 여전히 더 저렴한 선택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해외생산의 사업상 매력이 강화될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은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 따라 글로벌사우스 전역에 걸쳐 전력망, 철도, 항구 건설에 1조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이 투자액의 대부분은 전력 회사인 State Grid, 열차 제조업체인 CRRC, 해운업체인 COSCO 등 중국 기업을 통해 유입되었다). 이러한 인프라 투자로 인해 수혜국은 제조업을 하기에 더욱 매력적인 곳이 되었다.


해외에서 실제로 생산을 확대하는 것은 중국 기업들에게도 좋은 일이다. 서방 정부는 사실상 중국산 제품인 것을 단지 원산지 위장을 위해 글로벌사우스에 있는 공장을 이용하는 것을 단속하기 시작했다. 지난 6월 미국 상무부는 동남아시아에서 중국 기업들이 제조하는 태양광 제품 중 상당수에 대해 관세를 부과했는데, 이는 해당 공장이 최종 조립 외에 별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남극의 오로라

서구의 적대감에 직면해 대담한 중국 기업들이 사용하는 또 다른 인기 전략은 단순히 다른 곳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모건스탠리의 추정치를 활용한 이코노미스트의 계산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중국 상장 기업의 글로벌사우스 매출은 4배 가까이 증가한 반면, 서방 기업의 글로벌사우스 매출은 3분의1 증가에 불과했다. 작년에 중국 기업이 이들 국가에서 벌어들인 8000억 달러의 매출은 부유한 국가에서 벌어들인 매출을 넘어섰다.


서구의 경쟁자들과 싸우고 있는 중국 기업들은 저렴한 대체제를 제공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전 세계 가난한 소비자들의 구미에 맞출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되었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구입하는 스마트폰의 절반은 테크노Tecno, 인피닉스Infinix, 이텔Itel 등의 브랜드로 많은 기기를 100달러 미만으로 판매하는 중국 기업 트랜시온Transsion에서 제조한다. 하이얼과 메이디를 비롯한 중국 가전제품 업체들도 아프리카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브라질과 멕시코는 셰인의 저렴한 의류를 가장 많이 수입하고 있다.


코넬대학교의 루르드 카사노바와 앤 미루는 중국 기업들이 제조 기술을 향상시키면서 적어도 글로벌사우스에서는 품질이 좋지 않다는 평판을 벗었다고 지적한다. 이는 더 비싼 품목을 판매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시장조사업체인 마크라인스MarkLines에 따르면 태국에서 2020년 6%에 불과했던 중국 자동차 판매 비중이 2023년에는 18%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경쟁자들이 포기한 러시아 시장에서 자동차 판매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 의료장비 제조업체인 마인드레이Mindray는 중남미에서 환자 모니터링 시스템을 공급하는 선도적인 업체다. 중국의 풍력터빈 제조업체인 골드윈드Goldwind와 인비전Envision도 신흥 시장에서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 기업도 생산을 글로벌사우스로 이전하면 이쪽 시장에서 판매하기가 더 쉬워질 것이다. 예를 들어 에티오피아에 공장을 둔 트랜시온은 아프리카 전역에 휴대폰을 빠르고 저렴하게 배포할 수 있다. 현지 생산은 또한 중국의 이미지를 개선한다. 퓨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서구인들은 중국에 대해 점점 더 의심하는 반면, 글로벌사우스의 많은 사람들은 중국이 자국 경제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인도인은 예외다). 가난한 나라에 공장을 짓는 것은 이러한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며, 중국을 현지 경제에 대한 위협이 아닌 발전의 원동력으로 여기도록 한다.


중국이라는 브랜드가 강화되고 있음을 증명하듯, 중국은 비제조업 분야에서도 글로벌사우스 내 입지를 다지고 있다. 2022년에 설립된 중국 커피 체인점인 코티Cotti 커피는 현재 아시아와 중동 전역에 700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틱톡 사용자가 가장 많은 10개국 중 9개국은 개발도상국이다.


이 모든 사실은 서방 다국적 기업들에게 경종이 되어야 한다. 그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에서 현지 경쟁자들에게 꾸준히 밀려나고 있다. 또 많은 서방 기업들은 중국 기업들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급성장중인 경제권으로 진출하려 하고 있다. 2016년까지만 해도 미국과 유럽 상장 기업의 글로벌사우스 매출은 중국 기업의 글로벌사우스 매출의 15배에 달했다. 그 이후 그 비율은 5배로 줄어들었다. 중국 기업들은 이미 글로벌사우스에서 일본 기업들을 앞지르고 있다.


서방 기업들은 여전히 몇 가지 이점을 누리고 있다. 이들은 수십 년 동안 글로벌 브랜드를 구축하고 해당 시장의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하는 현지 직원을 고용해 왔다. 한편 중국의 지정학적 야망은 때때로 경제적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또 남중국해에 대한 영유권 주장으로 인해 일부 동남아시아 이웃 국가들과의 관계가 악화되었다. 또한 스리랑카와 잠비아처럼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를 통해 대규모 투자를 받았지만 빚을 갚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에서도 중국은 인기가 없다.


그렇다면 글로벌사우스 소비자들을 차지하려는 경쟁은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서방 기업들은 중국의 경쟁자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또한 서방 정치가들의 국내시장 보호 노력이 해외에서 자국 기업들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1843년 창간돼 국제정세와 정치, 경제, 사회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는 영국의 대표적인 주간지. 정통 자유주의 성향의 논평, 분석이 두드러지며 기사에 기자의 이름(바이라인)을 넣지 않는 독특한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PADO가 가장 탐독하는 매거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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