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25 14:33
최근 멕시코 의회는 일련의 헌법 개혁안을 가결했다. 주의회 대부분이 비준한 이 개혁안은 사법부를 붕괴시킨 다음 이를 통해 멕시코 민주주의와 연방공화국의 이미 약해져버린 법치(法治)를 완전히 묻어버리게 될 것이다.
(This article was produced by and originally published in Noema Magazine.)
이 만행의 가해자들은 내가 1994년 대통령이 되어 실행한 개혁의 동기와 내용, 결과를 왜곡했다.
내가 재임 중 처음으로 한 중대 결정은 멕시코 사법부의 독립성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개헌에 착수하는 것이었다. 이 개혁은 공정선거 보장을 위한 개혁과 마찬가지로, 멕시코가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 건설에 실패했기 때문에 국민들의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진보를 향한 요구가 충족되지 않고 있다는 나의 확신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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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의 멕시코 권력자들은 방향을 틀어 최근 수십년 동안 진정한 민주주의의 토대로 세운 사법 및 선거기관의 독립성을 뒤엎어버렸다.
지금까지 어떤 일이 어떻게 벌어졌는지 파악하려면 우리가 멕시코의 민주주의를 확립하기 위해 매우 오랫동안 힘겹게 투쟁해 왔으나, 그렇게 얻은 성과가 권력에 굶주린 자들의 변덕에 휘둘려 해체되어버린 역사적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
민주주의를 향한 멕시코의 긴 여정
1910년대 멕시코 혁명전쟁 시기가 지난 후, 멕시코는 라틴아메리카를 비롯한 세계의 다른 여러 국가와 달리 제한적이었지만 정기적으로 실시되는 다당제 선거를 통해 행정 및 입법 권력이 주기적으로 교체되었다.
멕시코 헌법에는 민주주의가 우리의 정치체제로 명시되어 있었다. 하지만 공식적, 비공식적 규칙 때문에 내가 몸담았던 제도혁명당 외의 정당들은 오랫동안 실질적으로 이 정기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이 없었다. 전국 차원의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행정부와 입법부를 선출하는 선거에 하나의 당이 계속 승리하고 다음 선거를 준비하고 실시하는 역할까지 했다. 그래도 황금률이 하나 있었는데, 대통령 임기가 6년 단임제로 제한되었기 때문에 제도혁명당 당수의 재선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확실히 일당통치의 정치적 안정성 덕분에 수십년 동안 상당한 경제적, 사회적 발전이 이루어졌고, 중요하고 유용한 제도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그 대가 역시 컸다. 정부의 권력이 아무런 견제 없이, 불균형하게, 자의적으로 행사된 것이다.
의회가 행정부의 조치를 감시하거나 견제하지 못했고, 행정부를 무조건 지지하는 것이 의회의 역할로 여겨졌다. 특히 중대한 위기의 시기에 권력의 남용을 허용하여 심각한 경제 위기와 정치적 퇴행을 초래한 그릇된 정책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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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면, 1917년 헌법 조항들과 달리 멕시코의 정치체계는 민주주의가 오랜 기간 온전히 작동하기 위한 기본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멕시코에는 진정한 민주주의가 없었다. 의회와 사법부의 충분한 견제와 균형이 없었기에 정부가 법적, 정치적으로 일절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자의적이면서 정도에서 벗어나 권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작위와 부작위를 통해 의도적으로 법치를 약하게 유지하여 치안부재와 기본권 침해를 가져왔을 뿐 아니라 부패를 흔한 것으로 만들었기에, 멕시코의 민주주의는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니었다. 민주주의와 정의는 상호의존적인 것으로서 하나가 없이는 다른 것도 존재할 수 없다.
물론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려면 충분한 법률의 정비, 법의 공정한 적용, 보편적이고 평등한 재판 받을 권리 등 몇 가지 핵심 조건이 필요하다. 법관들이 전문성과 공정성, 독립성을 갖추는 동시에 이들을 지휘하는 대법원 역시 마찬가지의 전문성, 공정성, 독립성을 갖추고, 이에 더해 법률과 정부의 조치가 헌법에 위배될 경우에 이를 위헌으로 지적할 부가적인 권력을 가져야만 위의 조건들이 성립할 수 있다.
1917년 헌법 제정으로 독립적이고 공정한 사법부가 세워졌지만, 이후의 연이은 '사법개혁'은 헌법의 이상을 바로 무시했다. 궁극적으로 이런 '개혁들'은 대개 대통령이 대법원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법원을 통제하기까지 하는 능력을 확대하려고 했고, 그 결과 행정부가 아무 제약 없이 정책을 수행할 수 있었다.
행정부는 고위직 임명부터 예산 통제까지 사법부 전반에 여러 통제 수단을 행사했다. 20세기 대부분의 기간 동안 멕시코 사법부는 사실상 일당 지배가 자리잡게 됨에 따라 집권한 지도자를 섬기는 멕시코 정치체계의 일부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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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빈번히 개인의 권리 보호에 실패했고, 헌법적 근거가 빈약한 정부 정책과 조치를 승인했으며, 국민의 사법 서비스 접근을 제한했다.
“멕시코 의회가 최근 가결한 헌법 개혁안의 취지는 사법부를 붕괴시킨 다음 이를 통해 멕시코 민주주의와 연방공화국의 이미 약해져버린 법치를 완전히 묻어버리려는 것이다”
대통령 후보로 지명된 후, 선거 운동을 진행하는 동안, 그리고 대통령직에 오른 후에도, 나는 멕시코를 독립적인 사법부라는 필수불가결한 동반자를 지닌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로 만드는 데 최선을 다했다.
나는 취임 5일차에 의회에 개헌안을 보냈다. 나는 상원과 하원을 직접 찾아가 모든 정당의 의원들이 개혁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유의미한 선거개혁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독려했다.
의원들을 만날 때는 모든 정당과 대화를 하고, 절대 강요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갖고 있었다. 1994년의 개혁은 기본적으로 대통령에게 종속된 법원 때문에 더욱 쉽게 자리잡게 된 멕시코의 준권위주의적 과거와의 단절을 의미했다.
이런 반(反)민주주의적 비정상 상태를 바로잡는 것이 1994년 개혁의 주요 목표였다. 개혁은 사법부의 권한을 상당히 합리적인 수준으로 강화했다. 대법원은 법률과 행정권력 행사의 합헌성 여부를 결정하는 한층 강력한 권한을 얻었고, 압도적 다수 의원의 지지를 얻어 법률의 전체나 일부를 폐지하고 대법원의 통제하에 행동할 능력을 획득했다. 연방정부와 주정부 및 기초자치단체 간 법적 분쟁을 재판할 권한도 대법원에게 부여되었다. 대법원은 연방 상하원 또는 주 의회의 소수당이 들고 온 법률이나 결의안의 합헌성을 판결할 권한도 얻었다. 개혁안은 연방제뿐 아니라 정치적 소수파의 권리를 보호할 기능도 강화했다.
개혁안에 따라 기본 사법부 예산을 관리하고, 하급 법관을 임명하고, 엄격한 가점 및 성과 기준을 정하고, 관리 체계를 수립하는 연방사법위원회(CJF)가 설립되었다. 그 결과 법관들의 전문성 수준을 높이기 위한 기준이 정해지고 정치적인 임명과 은퇴에 따른 기존의 조직적 해이가 억제되었다.
1994년 개혁은 조밀하고, 유능하고, 개혁 가능한 대법원을 만들기 위해 1917년 헌법에 명시된 대로 대법관 정원을 26명에서 11명으로 줄이고 종신제였던 임기를 15년으로 감축했다.
대법원 규모를 줄이는 과정에서 종신 대법관들 중 누가 남고 누가 나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 문제의 공정한 해결을 위해, 개혁안에서는 대법원의 모든 대법관이 조기 퇴직하기를 권했다. 또한 1917년 헌법의 최초 규정에 보다 가까운 체계로 즉시 돌아갈 수 있도록 했고, 상원이 행정부가 제출한 법관 후보자 3인 명단에서 새 법관을 선택하도록 했다. 이 법관들은 유례없이 엄격하며 선명하게 규정된 기준을 충족해야 했다. 요약하면 목표는 사법부가 행정부에게 맞추는 관행을 정확히 뒤집는 것이었다.
내가 상원에 제출할 명단을 최대한 신중하게 작성하려고 한 이후부터, 이 명단은 변호사 협회, 법학계, 저명한 법률가들의 제안에 따라 작성되었다. 1995년 상원에서 대법관으로 선출한 11명 중 그 누구도 나와 직업적, 정치적, 개인적 관계를 맺은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 내가 특별히 만족했던 이유였다. 그렇게 구성된 대법원은 나의 재임 중에 중요한 문제에서 내가 이끌던 행정부의 결정에 정면으로 반대함으로써 자신들의 독립성을 입증했다. 세디요 정부는 대법원의 결정을 전적으로 존중했다.
선거개혁
사법개혁이 일단락 되자, 나는 멕시코를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 국가로 만들기 위한 선거개혁 협상에 착수하기를 모든 정당에 요청했다. 그 어떤 개혁도 목표했던 이상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음에도 멕시코는 1977년 정치개혁 이후 이 방향을 유지해 왔다. 선거 규칙과 절차는 보다 정확한 개표 결과를 보장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이런 이유로 나의 최대 경쟁자는 이전과 달리 내가 당선된 선거의 합법성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선거 경쟁의 조건은 여전히 불평등했다. 나는 주저없이 내 선거 결과는 적법했지만 공정하진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이런 식으로 모든 면에서 대승적 자세로 진지하게 협상에 임하겠다는 내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려고 했다.
이후의 협상은 여러 이유로 난항을 겪었다. 복잡한 이슈와 정당 간 불신은 극복해야 할 문제이기도 했는데, 나는 새 정부 초기에 멕시코를 덮친 끔찍한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이 과제를 해결해야 했다. 고통스럽지만 필요한—확실히 인기는 없을—조치를 통해 경제 위기에 대처해야 했고, 이 조치들은 모두 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정치 환경을 조성하고 말았다.
“민주주의와 정의는 상호의존적이어서 하나가 없이는 다른 것도 존재할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해야 했던 어려운 결정이 기회주의적인 선동 정치가에게 정치적인 이익을 안겨줄 것이 자명했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인기를 얻는 것이 아니라 멕시코가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사회 쇠퇴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막는 일이었다. 우리의 개혁은 성공했고, 이후 5년 동안 멕시코 경제는 연평균 5% 성장률을 보였으며, 사회정책을 통해 빈곤에 직접 맞설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정치적 조건들' 즉 선거 후견주의1 없이 이루어졌다. 정치적 조건들이 작용하면 소외된 집단을 품위 없이, 굴욕적으로 대우하게 되기 때문이다.
어려움은 있었지만 18개월간의 지난한 노력 끝에, 모든 정당이 선거제도, 규칙, 절차를 급진적으로 바꾸는 대대적인 개헌에 합의했다.
그 결과 멕시코 연방선거관리위원회(IFE)는 행정부로부터 완전히 자율적인 기관이 되었다. 선거개혁은 여러 중요한 성과 중에서도 특히 정당의 자금 조달과 언론매체 이용, 후보자의 선거 경쟁에서 공정성을 보장하는 정밀한 조건을 마련했다. 선거기관이 국민의 투표권을 보호할 책임 이행에 필요한 인적 자원, 장비, 기타 역량에 대한 높은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예산 자원을 가져야 한다는 원칙도 규정했다. 이 권리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자율적 기관인 연방선거재판소(TEPJF)를 설립하여 사법부 내에서 모든 선거 관련 분쟁을 해결하는 동시에 대법원에 연방 및 주 차원에서 선거법의 합헌성 여부를 판결할 권한을 부여했다.
멕시코시티 시민들은 1996년의 개혁2 덕분에 오랫동안의 관행대로 대통령이 지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민주적으로 시장을 선출할 권리를 얻었다. 멕시코 정부를 이끄는 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도 이렇게 민주적인 방식으로 선출되었다.
멕시코는 개혁을 통해 마침내 경쟁에 의한, 중립적이고 공정한 선거를 위한 조건을 갖추었다.
이 선거개혁은 1994년 사법개혁과 더불어 진정한 권력분립 및 입법부와 사법부가 대통령을 효과적으로 견제하는 민주주의의 조건들을 충족시켰다. 이로써 독재적이고 폭력적인 대통령제가 끝나고 오래도록 열망했던 진정한 민주주의 대통령제가 탄생했다.
일당통치의 종말
선거개혁과 사법개혁으로 만들어진 제도와 규칙, 절차에 따라 1997년에 연방의회 선거가 실시됐다. 내가 속한 당은 70년 가까이 유지하던 과반을 잃었고, '나뉘어졌지만' 그래서 확실히 민주적인 정부라는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다. 게다가 2000년 선거에서는 현대 멕시코 역사상 최초로 야당에서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이런 개혁들이 멕시코를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로 만들었지만, 멕시코가 완벽하다거나 변화가 전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환상은 내게 없었다. 시간이 흘러 개혁의 실행 경험이 쌓이고 국내외 정세가 변하면서 1994년과 1996년 개혁안에서 확립된 내용을 수정하고 추가적으로 제도적 발전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했고 그럴 필요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모든 개혁은 멕시코의 민주주의를 강건하고 비가역적인 민주주의로 견고히 다지고, 어떤 상황에서든 선거기관과 사법부의 적법성, 역량, 독립성이 체제의 주춧돌로 존중받을 것이라 확신했다.
과거로의 회귀: 법 준수 의무를 위반하는 대통령
안타깝게도 현재 여당과 그 수장인 멕시코 대통령이 이 중요한 민주주의 조건을 광범위하게, 체계적으로, 과격하게 위반하고 있다.
우선, 연방선거 조직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인 현 국가선거관리위원회(INE)의 독립성과 제도적 역량이 가차없이 공격받고 있다. 첫 번째 공격 방식은 국가선거관리위원회가 헌법적 사명을 완수하도록 선출된 기관과 사람들 모두를 중상모략하고, 모욕하고, 위협하는 것이었다.
기관의 온전한 활동에 필요한 예산이 근거 없이 대폭 삭감되었다.
또한, 국가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 운동 전, 그리고 선거 운동 기간에 정부가 해서는 안될 일에 대해 규정해놓은 규칙과 절차를 정부 측이 공개적으로 대놓고 무시하면서 이 독립 기관은 또 한번 큰 치욕을 겪었다. 이런 법 위반을 저지른 이들은 주로 대통령과 정부 및 여당 고위 관계자였다. 이는 내 판단이 아니며, 연방선거재판소(TEPJF)가 최근 연방 및 주 선거에서 행정부가 여당 후보자 편을 들어 공정성과 중립성, 형평성 원칙을 위반했다고 판시(判示)한 내용이다.
"우리가 멕시코의 민주주의를 확립하기 위해 매우 오랫동안 힘겹게 투쟁해 왔으나, 그렇게 얻은 성과가 권력에 굶주린 자들의 변덕에 휘둘려 해체되어버렸다."
국가선거관리위원회는 오래 전에 행정부가 말과 행동에서 이 세 가지 원칙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는데, 이는 위법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는 항상 조롱으로 대응하면서 선거기관의 권위를 멸시했다.
20세기 상당 기간 동안 실행되어온 후견주의는 항상 폭력적, 불법적, 비윤리적인 방식으로 국민들이 '공식' 정당을 지지하도록 유도한다고 여겨져왔다. 일단 집권하고 나면 현행 공식 정당이 불명예스러울 만큼 엄청난 규모로 후견주의를 실행에 옮겼고, 민주주의 국가인 멕시코를 떠받치는 개혁들의 정신과 내용을 명백히 위반했다는 사실은 비극적이다.
이런 점에서 현 정부가 진정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관리할 역량과 권한을 가진 독립적이고, 공정하며, 전문성을 갖춘 기관인 국가선거관리위원회를 해체하려고 하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 사악한 목표는 대통령이 의회에 제출한 법안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이 법안들은 행정부가 장악한 다수파가 승인했지만 대법원에서 위헌 판결을 받았다. 그러자 정부와 집권당은 이런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독립 선거기관을 타도하고 정부의 통제하에 놓이도록 고안된 엉터리 기관으로 대체한다는 일관된 목표를 가지고 개헌을 실시했다.
유감스럽지만 이번 개헌까지 갈 것도 없이 국가선거관리위원회와 연방선거재판소의 독립성은 이미 심각하게 훼손되었었다. 이 두 기관의 위원과 재판관의 임기 종료로 생긴 공석을 채우기 위해 새로운 후보자를 지명했고, 이러한 과정에서 기관의 독립성을 약화시킬 기회가 생겼다. 이렇게 지명된 자들에게는 공정한 법 적용에 반드시 필요한 정치적 중립성이 결여되어 있었다.
최근 국가선거관리위원회와 연방선거재판소의 결정에서 이 부끄러운 실태를 입증하는 증거가 드러났다. 여당과 집권연정이 연방하원 선거에서 실제로는 의석의 52%를 획득했음에도 두 기관의 개입을 통해 결국 의석의 약 73%를 확보해냈다.
멕시코 헌법을 명백히 위반하는 이 불합리한 과잉대표는 집권연정 정당들에게 의석을 나눠주기 위해 규칙을 악의적으로 왜곡시켰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렇게 여당과 집권연정은 연방하원에서 특별다수결(3분의2 이상)이 가능해졌고, 이로써 개헌안과 법률안을 사실상 제약 없이 통과시킬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다.
행정부는 선거기관에게 한 것처럼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판사와 대법관의 결정에 가차없이 이의를 제기하고 기관으로서의 사법부와 대법관 개개인을 모욕했다. 행정부는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것과 달리 독립성, 전문성, 윤리적 행동이라는 필수 요건을 거의 충족하지 못하는 이들로 대법원 공석을 채우기 위해 다분히 애썼다.
이런 공격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지금까지 입법부, 사법부의 권력 남용을 막는 데 헌법을 적용하며 독립성과 청렴성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대법관들로 과반을 지켜왔다.
자기 뜻대로 움직이는 대법원을 갖지 못한 대통령의 좌절감은 비정함과 복수심으로 바뀌었다. 대통령은 사법부가 행정부의 이익에 맞춰 움직이에 할 목적으로 사법부의 독립성과 청렴성을 훼손하려고 했다.
올해 초에는 1917년의 헌법제정을 기념하는 제헌절에 다수의 개헌안을 포함한 개혁안이 정식으로 제출되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있었다. 이 개헌은 궁극적으로 사법부의 대대적인 훼손과 투명성과 책임성, 국가 발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율적 국가기구들의 폐지로 이어졌다. 파괴될 위기에 처해진 이 국가기구들은 행정권력의 자의적 사용을 제한할 목적으로 개설되었기에, 결국 파괴된다면 우리는 민주주의에 반드시 필요한 평형추를 잃게 될 것이다.
법률가, 변호사, 전문가 협회, 다양한 소속의 국회의원들, 연방 및 주 사법부 구성원, 시민사회단체들은 수차례 열린 토론회에서 대통령의 사법부 개혁 제안을 철저하고 신중하게 분석했다. 이들 모두가 특히 수년간 법치와 치안이 위태로웠던 멕시코에서, 제도는 개선될 수 있고 개선되어야 한다는 원칙에 공감하며 분석을 실시했다.
이 토론회에 참석했던 전문가들은 문제의 진단과 해결을 위해, 명시된 목표와 대통령이 제안한 제도적 변화 사이의 일관성을 조사했고 그 제안 내용에 중대한 일관성 문제가 있다는 결론에 여러 차례 도달했다. 대통령이 제안한 수정안은 멕시코가 직면한 심각한 사법 및 치안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사법부가 행정부의 이익에 맞춰 움직이게 할 목적으로 사법부의 독립성과 청렴성을 훼손하려고 했다”
대통령의 제안은 그의 주장과 달리 국가가 정의를 추구하고 구현할 능력을 전혀 개선하지 못한다. 이 개혁안은 모든 민주주의에 꼭 필요한 법 앞의 평등, 권리의 보호, 공정성, 사법 접근권, 대응성, 투명성, 적법절차와 비례성에 부합하지 않기에 무용지물이다.
이 개혁안은 이 모든 원칙에 사실상 전부 위배된다. 이 개혁안은 최근 멕시코에서 국민들을 범죄와 폭력, 학대와 부패한 공권력 앞에 노출시킨 현재의 위기를 초래한 제도적 결함을 다루지 않고 있고, 따라서 말과 달리 정의 추구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법률가들과 전문가들은 정의를 누릴 국민의 기본권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적 변화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위한 인적, 물적 조건이 무엇인지 발표했다. 대통령의 개혁안에서는 이런 필수 요소 중 무엇도 고려되지 않았다. 그의 의도는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기관인 사법부를 파괴하여 정치 권력을 장악해 집중시키려는 자신들의 하수인으로 전락시키려는 것에 불과했다.
이 비뚤어진 목표는 대통령의 개혁안에서 분명히 알 수 있다. 이는 핵심 요소를 검토하면 드러날 것이다.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개헌안이 실행되면, 사법부 전체—판사, 고등판사, 대법관—가 3년 후 공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이들의 자리는 국민 투표로 선출된 자들이 채우게 될 것이다.
실제로는 집권당이 장악한 행정부와 의회가 결정한 명단에서 후보자들이 나올 것이다.
요구되는 경험과 전문적 자질도 최소한의 수준일 것이다. 공천도 정치적 판단에 따라 이루어질 것이고, 최근 선거운동에서 그랬듯이 '사법부' 선거운동에 집권한 '공식' 정당이 동원되어 제일 유능한 후보가 아니라 제일 다루기 쉬운 후보를 선출할 것이다.
당연하게도 재판관이 자신들의 뜻을 따르기를 바라는 범죄집단 등 다른 행위자들은 돈이나 폭력이라는 전통적인 방식을 통해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재판관 선거 절차는 주 사법부에도 되풀이될 것이다.
이러한 형태의 선거는 기괴한 웃음거리가 될 것이기에 사법부 구성원들이 사법부 선거의 유권자들 덕분에 자기 자리를 얻었다고 보지 않고 자신을 후보로 공천해준 정치적 후원자와 미심쩍은 후원자들(이들은 범죄자일 가능성이 크다)에게 공을 돌릴 위험이 있다.
따라서 법이 아니라 지배적인 정치세력에 복종할 재판관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새 정권에게는 '복종하지 않는' 자들을 맘대로 처벌할 수단도 갖게 될 것이기에 이런 위험은 더욱 커질 것이다.
사법부 운영시스템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향후 재판관들의 전문 경력 발전을 관리할 목적으로 개설된 연방사법위원회 역시 폐지될 것이다. 연방사법위원회가 사라지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필수 영역에서 30년 간 구축한 제도적 기반이 파괴될 것이다.
현 정부는 연방사법위원회 대신 두 개의 기관을 신설한다고 한다.
그중 한 곳은 사법부 재원을 배정하고 관리하며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재판관들의 경력을 관리하는 사법행정기구(OAJ)다. 무의미하고 사소한 차이를 제외하면, 이미 대법원을 장악했고 행정부, 사법부도 같은 당 출신으로 구성할 여당은 여당의 대리인을 이 기관의 수장으로 임명할 것이다.
사법행정기구의 구성원들이 준수해야 할 전문성과 청렴성 요건에 대해서도 아무 언급이 없지만, 이들이 예산과 인사라는 당근과 칼을 이용해서 재판관의 판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는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다. 또한 행정부가 사법부의 예산안을 여당이 장악한 하원의 검토 대상으로 만들 예정이기 때문에, 사법행정기구가 행정부의 희망사항에 따라 행동하게 할 또 다른 안전장치도 생길 것이다. 사법행정기구가 말을 듣지 않는다면, 연방하원은 항상 예산을 엄벌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신설될 기관은 사법징계재판소(TDJ)이다.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기관의 설치 목적은 사법부 내부의 운영시스템 감독이 아닌 재판관의 징계를 통해 정치적 주인에게 복종하게 만드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권력을 향한 야망은 1857년 헌법 원칙을 배반했고 개혁을 장기 독재 체제로 바꿔버렸다”
사법징계재판소 설립은 법치주의와 인권이라는 기본적인 보편 원칙에 노골적으로 위배된다. 이 기관의 한 가지 기능은 형사 사건과 사기, 탈세 사건에 관한 판결에 대해 재판관에게 고정된 시한을 부과하는 것이다. 재판관이 이 시한을 지키지 못하면, 사법징계재판소로 회부되어 조사를 받게 된다. 사법징계재판소는 재판관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고 이들을 제재할 충분한 권한을 갖게 된다. 항소권은 없다. 한번의 판결로 끝이다. 다시 말해 적법한 절차를 요구할 권리가 없다는 뜻이다.
정치 권력이 사법징계재판소를 이용해서 범죄자가 아닌 정권의 반대자라는 잘못된 이유로 법정에 끌려나온 사람들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리지 않고 머뭇거리는 재판관들을 처벌하는 상황을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이에 더해 개정된 법은 조사가 완료되기 전에—다른 말로는 "선제적으로"— 검사가 피의자를 구속할 권한을 크게 키울 것이다. 정부는 반대 의견을 물리칠 전권을 부여받아 법치주의의 모든 기본 원칙을 짓밟을 수 있다.
'사법개혁' 프로젝트의 목적과 대상, 수단이 뒤틀린 것이라면, 이 '개혁'의 승인 절차는 헌법과 법률, 의회 내부 제도를 심각하게 기만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새로 선출된 연방하원은 9월 1일에 출범했고 처음으로 의원의 80%가 출석했다. 그리고3일 뒤 9월 4일, 충분히 시간을 들여 개혁안을 검토하고 논의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여당은 특별다수결(3분의1)로 개혁안을 통과시켰다.
상원의 경우, 원래는 여당이 특별다수결에서 한 표가 모자랐다. 믿을만한 출처에 따르면 여당이 중대 범죄로 기소된 야당 상원의원 본인과 가족이 처벌을 받지 않게 해 주겠다고 제안하는 터무니없는 방식으로 모자란 1표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틀 동안 여당이 다수인 주 입법 기관들은 법에 명시한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연방의회가 승인한 법안을 비준한 어이없는 일도 있었다. 여당이 강행한 이 사법개혁안 가결은 멕시코 역사에 저지른 중대범죄다.
21세기의 반애국자들
멕시코인들이 1821년에 독립을 쟁취했을 때, 우리는 마침내 자유인의 국가, 독립의 아버지 미겔 이달고와 호세 마리아 모렐로스가 꿈꿨던 진보와 정의를 추구하는 주권국가가 될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이들의 꿈은 멕시코를 사랑하지 않고 자신만을 위한 권력만 원했던 폭군과 범죄 조직의 보스들에 의해 좌절되었다. 당시 반애국자들은 악랄하게도 찬란하고 유망한 독립을 맞이했던 멕시코 국민을 절망에 빠트리고, 주권과 영토의 대부분 잃게 만들었다.
여러 해 동안 동족상잔의 비극을 거치면서 멕시코의 자유주의 영웅들이 반동세력을 물리치고 1857년 개혁안에 명시된 개혁을 단행하여 자유민주주의 공화국 건설의 토대를 마련해줄 때까지 멕시코는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위대한 베니토 후아레스 대통령을 필두로 한 자유주의자들은 외국인 군주3를 통치자로 앉히려고 했던 멕시코의 공모자들이 지지한 외세의 침략을 물리쳤다.
안타깝게도 권력을 향한 야망은 1857년 헌법 원칙을 배반했고 개혁을 장기 독재 체제로 바꿔버렸다. 1910년, 프란시스코 이그나시오 마데로와 그의 동맹들이 독재정권을 타도하여 멕시코를 민주주의 국가로 되돌려놓았다. 하지만 반애국세력이 신속하게 음모를 꾸미고 그를 암살하여 마데로가 세운 민주주의 국가를 범죄자의 독재국가로 바꿔버렸다.
이 독재정권은 멕시코 혁명으로 무너졌다. 멕시코 혁명은 멕시코 역사에서 전례없는 경제적, 사회적 발전이라는 결실을 맺었지만 혁명을 탄생하게 한 마데로의 민주주의를 향한 이상 실현을 너무 오래 지연시켰다. 몇 세대가 지난 뒤 20세기 말, 우리는 드디어 멕시코가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에 속한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른바 '4차 변혁4'(4T)을 내세운 새로운 반애국자들이 멕시코를 다시 독재국가로 되돌리려고 한다. 이들은 멕시코에 있었던 세 번의 중요한 변혁, 즉 독립(1810~1821), 개혁전쟁(1858~1861), 멕시코 혁명(1910~1917)을 계승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들은 멕시코 역사에서 위대하게 미래로 나아간 변혁들을 국가의 비극으로 바꿔버리는 중대범죄를 저질렀다. 그들이 말하는 4차 변혁은 멕시코의 민주주의를 독재국가로 바꾸려는 시도다.
에르네스토 세디요는 1994년부터 2000년까지 멕시코의 대통령으로 재임했다. 현재 그는 예일대학교 세계화연구소 소장이자 베르그루엔 연구소 위원이기도 하다.
역자 박해진은 중앙대학교 영어영문학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역서로 '언더그라운드 엠파이어'(근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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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멕시코의 시장 한 명이 시날로아 카르텔 소행으로 보이는 공격을 받아 취임 6일만에 사망했습니다. 참수당한 상태였습니다. 43세의 이 시장은 마약 카르텔에 맞서 싸우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시장에 당선되었지만, 카르텔은 그를 살려두지 않았습니다. 더 문제는 멕시코의 첫 여성 대통령으로 최근 취임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이 시장 살해 사건과 관련해 강경대응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오브라도르 전임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 국가재건운동(MORENA)의 "총알이 아닌 포용"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멕시코는 주로 펜타닐을 생산해 미국에 밀반입하는 마약 카르텔이 북부 지역을 장악하고 있고, 중앙정부는 수도 멕시코시티를 포함한 남부 지역을 통치하고 있습니다. 과거 70여년간 일당독재를 해온 제도혁명당의 마지막 대통령인 에르네스토 세디요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사법부와 선거관리기관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멕시코의 고질적인 후견제도 즉 지역유지와 지역민이 표를 사고팔면서 이권으로 엉켜있는 상태를 고치려고 했습니다. 세디요 전 대통령 자신은 그러한 개혁이 어느 정도 성공했고, 그 성공에 따라 제도혁명당의 일당독재 시대가 막을 내렸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포퓰리스트인 오브라도르는 자신의 국가재건운동을 새로운 제도혁명당으로 만들어 일당독재 체제를 만들려고 하며, 이를 위해 다시 사법부와 선거관리기관을 행정부와 집권당의 하수인으로 만들려고 헌법과 법률을 '개악'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멕시코는 과연 어디로 갈까요? 엄청난 부와 군사력을 갖춘 멕시코 카르텔을 과연 중앙정부가 통제하는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첫 여성 대통령 셰인바움은 사실 오브라도르의 '꼭두각시'에 불과할까요? 아니면 자신의 독자적인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까요? 이 9월 23일자 노에마 기사는 현재 진행중인 법관 직선제를 포함한 헌법 '개악'이 가져올 멕시코의 위기에 대해 개탄하는 세디요 전 대통령의 연설을 옮겨적은 것입니다. 미국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멕시코를 알아야 하고 멕시코를 이해하려면 미국을 알아야 합니다. 좀 딱딱하고 긴 글이지만 멕시코가 어떤 상황인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