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1 15:30
인류는 새로운 역사의 시대에 들어서고 있으나 아직 이를 인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른바 '인구감소의 시대'다. 1300년대 흑사병 이후 처음으로 지구의 인구가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1300년대의 인구감소가 벼룩이 옮기는 치명적인 질병으로 인한 것이었다면 다가오는 인구감소는 전적으로 인간의 선택으로 인한 것이 될 것이다.
출산율이 급감하면서, 점점 더 많은 사회가 광범위하고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인구감소 시대로 향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전 지구를 망라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는 고령화되어 작아지는 사회들로 구성된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순사망률—한 사회의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초과하는 현상—또한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다. 지속적인 출산율 붕괴로 인해, 지금까지는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상상할 수 있었던 가족 구조와 주거 형태가 일상이 될 것이다.
인류는 인구감소에 대한 집단적 기억이 없다. 전 세계 인구가 마지막으로 감소한 것은 약 700년 전, 유라시아 대부분을 휩쓴 흑사병의 여파로 인해서였다. 이후 7세기 동안 세계 인구는 거의 20배나 증가했다. 그리고 지난 세기에만 해도 인류 인구는 4배로 늘어났다.
과거의 세계적 인구감소는 흑사병이 끝난 후 생식력으로 인해 반전되었다. 이번에는 생식력의 부족이 인류 인구 감소의 원인이 되고 있으며 이는 인류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혁명적인 힘이 임박한 인구감소를 추동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자녀에 대한 욕구가 줄고 있는 것이다.
[(신간) 미국은 어떻게 글로벌 경제를 무기화하는가? 트럼프 2.0 시대의 필독서 '언더그라운드 엠파이어']
지금까지 정부의 출산 장려 시도는 출산율을 대체출산율 수준으로 되돌리는 데 실패했다. 미래의 정부 정책이 어떤 야심 갖고 있더라도 인구감소를 막지 못할 것이다. 세계 인구의 감소는 사실상 불가피하다. 사회는 더 적은 수의 노동자, 기업가, 혁신가를 갖게 될 것이며 더 많은 사람들이 돌봄과 지원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역학이 제기하는 문제들이 반드시 재앙적인 것은 아니다. 인구감소는 인류에게 내려지는 어떤 심판 같은 게 아니다. 그저 (어렵긴 하겠지만) 새로운 맥락일 따름이고 국가들은 여전히 그 환경 안에서도 번영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정부는 고령화되고 인구가 감소하는 세계의 사회적, 경제적 과제들에 대응하기 위해 지금 사회를 준비시켜야 한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사상가들과 정책입안자들은 이러한 새로운 인구 질서에 대한 대비책이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가오는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장기적인 인구감소가 사회, 경제, 권력 정치를 어떻게 재편할지 상상하지 못한다. 하지만 지도자들이 멈출 수 없어 보이는 인구감소의 힘을 직시하고 고령화된 세계에서 자국이 성공하도록 돕기에는 아직 늦지 않았다.
“한국의 현재 출산율 추세가 지속된다면 국가 인구는 매년 3% 이상 감소하여 100년에 걸쳐 95%가 감소할 것이다”
인구감소 시대를 앞둔 세계의 현황
전 세계 출산율은 1960년대의 인구 폭발 이후 급감했다. 2세대가 넘는 기간 동안, 한 나라씩 감소 추세에 동참하면서 세계 평균 출산율은 끊임없이 하락해왔다. UN 인구국에 따르면 2015년의 전 세계 합계출산율은 1965년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UN 인구국의 계산에 따르면 모든 국가가 해당 기간 동안 출산율 하락을 경험했다.
그리고 출산율의 하락세는 계속되었다. 오늘날, 세계 인구의 대다수는 대체출산율 이하의 출산율을 보이는 국가들에 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장기적인 인구 안정성을 유지할 수 없다. (대략적으로 기대수명이 높은 선진국에서는 대체출산율이 여성 1인당 2.1명 수준이지만 기대수명이 낮거나 남녀 출생 비율의 불균형이 두드러진 국가들에서는 대체출산율이 이보다 다소 높다.)
최근 몇 년간 출산율 급감은 지속될 뿐만 아니라 더욱 가속화된 것으로 보인다. UN 인구국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 직전인 2019년에 세계 인구의 최소 3분의2가 대체출산율 이하의 국가들에 살고 있었다. 경제학자 헤수스 페르난데스-비야베르데Jesús Fernández-Villaverde는 그 이후로 전 세계 출산율이 대체 수준 밑으로 떨어졌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부유한 국가와 가난한 국가 모두 기록적이고 충격적인 출산율 붕괴를 목격했다. 세계를 빠르게 둘러보면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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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부터 시작해보자. UN 인구국은 이 지역 전체가 2021년에 인구감소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보고했다. 2022년 무렵 이 지역의 모든 주요 인구—중국, 일본, 한국, 대만—가 감소하고 있었다. 2023년이 되자 출산율은 일본에서 대체 수준보다 40% 낮았고, 중국에서는 50% 이상, 대만에서는 거의 60%, 한국에서는 놀랍게도 65%나 낮았다.
동남아시아의 경우, UN 인구국은 이 지역 전체가 2018년경 대체 수준 아래로 떨어졌다고 추정했다.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은 수년간 대체 수준 이하의 출산율을 보여왔다. 공식 수치에 따르면, 세계에서 네 번째로 인구가 많은 인도네시아는 2022년에 대체 수준 이하 국가 그룹에 합류했다. 필리핀은 현재 여성 1인당 출산율이 1.9명에 불과하다고 보고한다. 빈곤하고 전쟁으로 분열된 미얀마의 출산율도 대체 수준 이하다. 태국에서는 현재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초과하고 있으며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남아시아에서는 대체 수준 이하의 출산율이 인도—현재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국가—뿐만 아니라 네팔과 스리랑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 세 국가 모두 팬데믹 이전부터 대체 수준 이하로 떨어졌다. (방글라데시는 대체 수준 아래로 떨어지기 직전이다.) 인도에서는 도시 지역의 출산율이 현저히 감소했다. 예를 들어 인도의 거대 도시 콜카타에서는 주 보건 당국이 2021년 출산율이 놀랍게도 여성 1인당 1명으로 떨어졌다고 보고했는데, 이는 대체 수준의 절반도 안 되는 수치이며 독일이나 이탈리아의 어떤 주요 도시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에서도 극적인 감소세가 나타나고 있다. UN 인구국은 2024년 이 지역의 전체 출산율을 여성 1인당 1.8명—대체 수준보다 14% 낮은 수준—으로 계산했다. 하지만 코스타리카의 인구학자 루이스 로세로-빅스비Luis Rosero-Bixby가 2015년 이후 이 지역의 출산율이 "현기증이 날 정도"로 하락했다고 표현한 것을 고려하면, 이 예측은 실상을 과소평가했을 수 있다. 코스타리카에서는 합계출산율이 현재 여성 1인당 1.2명으로 떨어졌다. 쿠바는 2023년 출산율이 1.1명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이는 대체 수준의 절반이다. 2019년 이후 이 나라에서는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초과하고 있다. 우루과이의 출산율은 2023년에 1.3명에 가까웠으며 쿠바와 마찬가지로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초과했다. 칠레에서는 2023년 수치가 여성 1인당 1.1명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보고타와 멕시코시티를 포함한 주요 라틴 아메리카 도시들은 현재 여성 1인당 출산율이 1명 미만이라고 보고한다.
인구학자들이 오랫동안 이슬람교가 급격한 출산율 감소를 막는 방벽 역할을 한다고 가정했던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도 대체 수준 이하의 출산율이 나타나고 있다. 이란은 나라를 통치하는 성직자들의 출산 장려 철학에도 불구하고 약 25년간 대체 수준 이하의 사회였다. 튀니지도 대체 수준 아래로 떨어졌다. 대체 수준 이하인 터키에서는 이스탄불의 2023년 출산율이 여성 1인당 1.2명에 불과했는데 이는 베를린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50년 동안 유럽의 전체 출산율은 지속적으로 대체 수준 이하였다. 러시아의 출산율은 브레즈네프 시대인 1960년대에 처음으로 대체 수준 아래로 떨어졌으며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는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1700만 명 더 많았다.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현재 유럽연합 27개국의 출산율은 오늘날 대체 수준보다 약 30% 낮다. 이들 국가의 출생자 수는 2023년 총 370만 명이 안되는데 1964년의 680만 명에서 크게 줄어든 수치다. 2023년 프랑스는 나폴레옹이 예나 전투에서 승리한 1806년보다 더 적은 출생자 수를 기록했고, 이탈리아는 1861년 통일 이후 가장 적은 출생아 수를, 스페인은 현대적 출생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859년 이후 가장 적은 수를 보고했다. 폴란드는 2023년에 전후 시대 최저 출생자 수를 기록했으며 독일도 마찬가지였다. 유럽연합(EU)은 2012년부터 사망률 초과 지역이 되었으며 2022년에는 출생 3건당 사망 4건을 기록했다. UN 인구국은 2019년을 유럽 인구의 정점으로 표시했으며 2020년 이 대륙이 장기적인 인구 감소 단계에 진입했다고 추정했다.
미국은 선진국들 중 돋보이는 예외 중 하나로 인구감소 추세에 저항하고 있다. 부유한 국가로서는 비교적 높은 출산율(2023년 여성 1인당 1.6명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대체 수준보다는 훨씬 낮다)과 꾸준한 이민자 유입으로, 미국은 필자가 2019년 본 지면에서 "미국의 인구학적 예외주의"라고 명명했던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2023년 미국 인구조사국은 미국 인구가 2080년경에 정점을 찍은 후 지속적인 감소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세계적인 대체 수준 이하 출산율의 물결에 대항하는 유일한 보루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다. 현재 인구 약 12억 명에 UN 인구국이 예측한 현재 여성 1인당 평균 4.3명의 출산율을 보이는 이 지역은 20세기 중반 인구 폭발 시기에 저소득 국가들을 특징지었던 출산율 패턴을 유지하고 있는 최후의 보루다.
하지만 이곳에서조차 출산율은 하락하고 있다. UN 인구국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출산율이 1970년대 후반 이후 35% 이상 감소했다고 추정했는데 당시 이 지역의 전체 출산율은 놀랍게도 여성 1인당 6.8명이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출산율이 대체 수준을 겨우 웃도는 것으로 보이며 남부 아프리카의 다른 국가들도 비슷한 수준이다. 카보베르데와 모리셔스를 포함한 아프리카 연안의 여러 도서국들은 이미 대체 수준 이하다.
UN 인구국은 전 세계 전체의 대체 수준 출산율이 대략 여성 1인당 2.18명이라고 추정했다. 2024년에 대한 최신 중위 추계—대략적인 예상 결과의 중간값—는 전 세계 출산율이 대체 수준보다 단 3%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저위 추계—예상 결과의 하한선—는 지구가 이미 대체 수준보다 8% 낮다고 추정했다. 인류가 이미 지구의 순대체율 아래로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어쨌든 확실한 것은 세계의 4분의1에서 이미 인구 감소가 진행 중이며 세계의 나머지 지역들도 이러한 선구자들을 따라 인구감소의 길을 걸으리라는 점이다.
선택의 힘
전 세계적인 출산율 급감은 여전히 많은 면에서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일반적으로는 경제 성장과 물질적 진보—학자들이 흔히 "발전development" 또는 "현대화modernization"라고 부르는 것—가 세계적인 초저출산율과 국가적 인구감소의 원인이라고 여겨진다. 출산율 감소가 서구의 사회경제적 발전과 함께 시작되었고 또한 지구가 점점 더 부유해지고, 건강해지고,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도시화되면서 시작됐기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낮은 출산율이 단순히 물질적 진보의 직접적인 결과라고 추정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체 수준 이하 출산율로 넘어가는 발전 수준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낮아져 왔다. 오늘날에는 국가들이 낮은 소득, 제한된 교육 수준, 낮은 도시화율, 극심한 빈곤에도 불구하고 대체 수준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 미얀마와 네팔은 UN이 지정한 최빈 개도국이지만 현재는 대체 수준 이하의 사회가 되었다.
전후 시기에 20세기에 가속화된 출산율 감소를 설명할 수 있는 요인들에 대한 연구가 많이 출간됐다. 학자들은 영아 사망률 감소, 현대적 피임에 대한 접근성 향상, 높은 교육률과 문자해독률, 여성의 노동 참여율 증가와 여성의 지위 향상 등의 모든 잠재적 결정 요인들과 그 외 많은 요인들을 광범위하게 연구했다. 하지만 항상 현실의 예외들이 많아 출산율 감소에 대한 일반적인 사회경제적 설명은 불가능했다.
결국 1994년, 경제학자 랜트 프리체트Lant Pritchett는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강력한 국가 출산율 예측 요인을 찾아냈다. 그 결정적인 요인은 의외로 간단했다. 여성들이 무얼 원하는가였다. 설문 데이터가 통상적으로 남편이나 파트너 보다는 여성의 출산 선호도에 맞춰져 있다보니 학자들은 아이에 대한 남성의 욕망보다는 여성의 욕망을 훨씬 더 잘 안다. 프리체트는 국가적 출산율과 여성이 원하는 아이의 수 사이에 거의 일대일에 가까운 연관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의 연구 결과는 출산율 패턴에서 (인간의) '의지'가 핵심적인 역할을 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만일 의지가 출산율을 결정한다면 왜 전 세계적으로 갑자기 출산율이 대체 수준 이하로 떨어진 것일까? 왜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 모두에서 갑자기 자식을 하나만 낳거나 아예 낳지 않는 가족이 흔해진 것일까? 학자들은 아직 이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확답이 없는 만큼 몇 가지 추측과 의견도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이다.
전 세계 사회에서 가족의 혁명—단순한 출산뿐만 아니라 가족 형성에서의 혁명—이 진행 중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는 부유한 국가와 가난한 국가 모두에서, 문화적 전통과 가치 체계를 초월하여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혁명의 징후로는 연구자들이 "결혼으로부터의 도피"라고 부르는 현상이 있는데 이는 사람들이 더 늦은 나이에 결혼하거나 아예 결혼을 하지 않는 것, 비혼 동거와 일시적 결합의 확산, 그리고 1인 가구의 증가를 포함한다. 이러한 새로운 형태들은 전 세계 사회에서 대체 수준 이하 출산율의 출현과 궤를 같이 한다. 완벽하진 않지만 충분히 연관성이 있다.
이러한 비혼 선호가 거의 전 세계에서 이토록 빠르게 보편화되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세계인들은 이제 부모 세대를 제약했던 삶의 방식과는 매우 다른 삶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다. 분명 종교적 신념—일반적으로 결혼을 장려하고 자녀 양육을 찬양하는—은 출산율이 급격히 감소하는 많은 지역에서 쇠퇴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사람들은 점점 더 자율성, 자아실현, 편의성을 중시하고 있다. 그리고 자녀들은 그들이 주는 많은 기쁨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으로 불편한 존재다.
오늘날의 인구 추세는 인류가 어떻게든 종의 존속을 위해 스스로를 재생산하도록 타고났다는 통념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현상은 모방이 결정을 추동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인간 사회의 구성에서 의지와 사회적 학습의 역할을 강조하는 모방 이론mimetic theory 분야에서 더 잘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여성(과 남성)들이 자녀를 갖는 걸 덜 열망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도 자녀를 적게 가지기 때문일 수 있다. 점차 대가족이 희소해지는 현상은 학자들이 "사회적 학습"의 상실이라고 일컫는 현상으로 인해 인류가 다시 대가족을 선택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낮은 출산율을 장기화시킬 수 있다. 80억이 넘는 인구를 가진, 점점 더 건강하고 풍요로운 세상에서도 모든 가계의 대가 단 한 세대만에 끊길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의지'다.
노인을 위한 나라
오늘날 인구학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 세계 인구가 이번 세기 후반에 정점을 찍은 후 감소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공통된 견해가 있다. 일각에선 빠르면 2053년에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다른 추정치는 2070년대나 2080년대에 일어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전환이 언제 시작되든, 인구가 줄어든 미래 세계는 현재의 세계와 크게 다를 것이다. 낮은 출산율은 앞으로 한 세대 동안 더 많은 국가에서 연간 사망자 수가 연간 출생자 수를 초과하게 되며, 그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질 것임을 의미한다. 일각의 예측에 따르면 2050년까지 전 세계 130개 이상의 국가가 사망률 초과 지역에 들게 된다. 이는 예상 세계 인구의 약 8분의5을 포함하는 지역이다. 사망률 초과 국가들은 2050년까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도 나타날 것이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시작될 것이다. 한 사회가 사망률 초과 단계에 들어서면 장기적인 인구 감소를 막을 수 있는 건 지속적이고 점증하는 이민 뿐이다.
미래의 노동력은 오늘날 대체 수준 이하 출산율의 확산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감소할 것이다. 2040년까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를 제외한 거의 모든 곳에서 15세에서 49세 사이의 인구 집단이 감소할 것이다. 이미 서구와 동아시아에서는 이 집단이 줄어들고 있다. 2033년이 되면 라틴 아메리카에서도 이 집단이 감소하기 시작할 것이며 몇 년 후 동남아시아(2034년), 인도(2036년), 방글라데시(2043년)에서도 그렇게 된다. 2050년까지 전 세계 인구의 3분의2가 자국의 생산가능인구(20세에서 64세 사이의 인구)가 감소하는 것을 목격할 것이다. 혁신적인 조정과 대응책이 없다면 이러한 추세는 해당 국가들의 경제적 잠재력을 옥죄게 된다.
인구가 감소하는 세계는 고령화된 세계가 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저출산으로의 행진, 그리고 이제는 초저출산으로의 행진이 상부가 무거운 형태의 인구 피라미드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로 인해 노인이 젊은이보다 많아지기 시작한다. 다가오는 세대에 걸쳐 고령화 사회가 표준이 될 것이다.
2040년까지—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를 제외하고—50세 미만의 인구는 감소할 것이다. 2050년까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외 지역의 60세 미만 인구는 현재보다 수억 명 감소할 것이다. UN 인구국의 여러 예측에 따르면 약 13% 감소한다. 동시에 65세 이상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이는 20세기 후반의 상대적으로 높은 출산율과 기대수명 연장의 결과다.
전체 인구 증가가 둔화되는 동안 노인(여기서는 65세 이상으로 정의한다)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전 세계 어디서나 공통적으로 나타날현상이다. 아프리카 외 지역에서 이 집단은 2050년까지 14억 명으로 곱절이 될 것이다. 80세 이상 인구("초고령자")의 급증은 더욱 빠를 것이다. 이 집단은 아프리카 외 지역에서 거의 3배로 증가하여 2050년까지 약 4억2500만 명에 이를 것이다.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지구상에서 65세 넘는 사람은 4억2500만 명도 되지 않았다.
미래의 인구감소를 선도하는 국가들에 대한 충격적인 예측에서 미래의 윤곽을 엿볼 수 있다. 50년 이상 지속적으로 낮은 출산율을 보이고 기대수명 추세가 좋은 지역들이다. 한국은 한 세대 후의 인구감소 사회의 가장 충격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현재 예측에 따르면 한국은 2050년까지 출생 1건당 사망 3건을 기록할 것으로 나타났다. UN 인구국의 일부 예측에 따르면 한국의 중위 연령은 60세에 근접하게 된다. 국가 인구의 40% 이상이 노인이 될 것이며. 한국인 6명 중 1명 이상이 80세 이상이 될 것이다. 한국은 2050년에 1961년의 5분의1 수준의 출생아만을 가지게 될 것이다. 노인 1명당 생산가능인구가 겨우 1.2명에 불과할 것이다.
한국의 현재 출산율 추세가 지속된다면 국가 인구는 매년 3% 이상 감소하여 100년에 걸쳐 95%가 감소할 것이다. 한국에서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일들은 세계의 나머지 지역에 닥칠 일들의 예고편을 보여준다.
고령화의 물결
인구감소는 익숙한 사회적, 경제적 리듬을 뒤엎을 것이다. 사회는 더 적은 수의 노동자, 저축자, 납세자, 임차인, 주택 구매자, 기업가, 혁신가, 발명가, 그리고 결국에는 소비자와 유권자라는 새로운 현실에 맞춰 기대치를 조정해야 할 것이다. 광범위한 인구 고령화와 장기적인 인구감소는 부유한 국가들의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사회복지 시스템을 마비시켜, 지속적인 번영의 전망 자체를 위협할 것이다. 인센티브 구조, 생애주기별 소득과 소비 패턴, 그리고 조세와 사회 지출에 대한 정부 정책의 전면적인 변화가 없으면, 오늘날의 선진국들은 노동력 감소, 저축과 투자 감소, 지속 불가능한 사회 지출, 예산 적자를 모두 겪게 될 것이다.
이번 세기까지는 서구와 동아시아의 부유한 사회들만이 고령화되었다. 하지만 머지 않은 미래에 많은 빈곤국들은 노동자들의 생산성이 부유한 국가들보다 훨씬 낮음에도 불구하고 고령화 사회의 니즈를 감당해야 할 것이다.
방글라데시를 살펴보자. 오늘날은 가난한 국가이지만 내일은 고령화 사회가 될 것이며 2050년에는 인구의 13% 이상이 노인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2050년 방글라데시 노동력의 중추는 오늘날의 청년들이 될 것이다. 하지만 표준화된 시험 결과를 보면 이 집단 구성원 6명 중 5명이 현대 경제에 참여하는 데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가장 기본적인 국제적 기술 수준조차 충족하지 못한다. 이 집단의 압도적 다수가 "기본적인 질문을 읽고 답하거나" "정수와 소수를 더하고, 빼고, 반올림하는 것"을 할 줄 모른다.
미래의 가난한 고령화 국가들은 실제로 복지국가를 위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기 전에 복지국가를 건설해야 하는 큰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중동, 북아프리카 국가들의 2050년 소득 수준은 서구 국가들이 같은 수준의 인구 고령화를 겪었을 때보다 확실히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국가들이 어떻게 노인 인구를 부양하고 돌보기 위한 적절한 수단을 확보할 수 있을까?
부유한 국가와 가난한 국가 모두에서, 다가오는 고령화의 물결은 많은 사회에 완전히 낯선 부담을 지우게 될 것이다. 60대와 70대는 예측 가능한 미래에 경제 활동을 계속하면서 재정적으로 자립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80대 이상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초고령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집단이다. 2050년까지 일부 국가에서는 이들의 수가 아동의 수보다 많아질 것이다. 고령화되고 축소되는 세계에서 치매 환자를 돌보는 부담은 계속 늘어나는 인적, 사회적, 경제적 비용을 초래할 것이다.
'가족'이 사라짐에 따라 그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가족은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이며 여전히 인류에게 가장 필요한 제도다. 급격한 고령화와 가파른 대체 수준 이하의 출산율은 현재 진행 중인 가족 구조의 혁명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가족 단위가 더 작아지고 더 원자화되면서, 더 적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고, 자발적 무자녀가 여러 국가에서 연이어 높은 수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결과적으로 가족을 필요로 하는 요구가 꾸준히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가족은 점점 더 그 부담을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인구감소 사회들이 이러한 광범위한 가족의 쇠퇴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는 전혀 명확하지 않다. 어쩌면 다른 이들이 전통적으로 혈족이 맡았던 역할을 대신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혈연관계가 아닌 사람들에 대한 의무와 희생의 호소는 가족 안에서의 호소만큼 강력하지 않을 수 있다. 정부가 이 공백을 메우려 할 수 있지만 150년에 걸친 사회 정책의 안타까운 경험은 국가가 가족을 대체하기에는 엄청나게 비용이 많이 들며 그다지 좋은 대안도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기술적 진보—로봇공학, 인공지능, 인간과 같은 사이버 간병인과 사이버 "친구들"—가 나중에는 현재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어떤 기여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러한 전망은 공상과학의 영역에 속하며 그곳에서조차 유토피아보다는 디스토피아가 훨씬 더 가능성이 높다.
마법의 공식
인류 역사의 이 새로운 장은 불길하고 어쩌면 무서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고령화되고 인구가 감소하는 세계에서도 생활 수준의 지속적인 향상과 물질적, 기술적 진보는 여전히 가능할 것이다.
불과 두 세대 전만 해도 정부들, 전문가들, 그리고 국제기구들은 인구 폭발에 대해 공황 상태였으며 가난한 국가들의 출산으로 인한 대규모 기아와 빈곤화를 두려워했다. 돌이켜 보면 그 공포는 터무니없이 과장된 것이었다. 이른바 인구 폭발은 실제로는 공중보건과 의료 접근성의 개선 덕분에 기대수명이 증가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지난 세기의 엄청난 인구 증가에도 불구하고 지구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부유하고 더 잘 먹고 있으며 천연자원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더라도) 그 어느 때보다 더 풍부하고 저렴하다.
20세기 동안 번영을 확산시킨 같은 공식이 21세기와 그 이후에도 더 많은 발전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인구감소가 특징인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현대 경제 발전의 핵심은 인간의 잠재력을 지속적으로 증대시키고 유리한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며, 그 기틀은 인간의 가치를 이끌어내는 데 도움이 되는 정책과 제도들로 이루어져 있다. 일례로 이러한 공식 덕분에 인도는 지난 반세기 동안 극심한 빈곤을 사실상 퇴치했다. 보건, 교육,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물질적 진보를 만들어내는 엔진의 연료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에 상관없이 사회는 여전히 이러한 영역에서의 전반적인 진보로 혜택을 얻을 수 있다. 오늘날만큼 세계적으로 광범위한 교육이 이루어진 시절이 없었다. 교육이 사회와 피교육자 모두에게 가져다주는 엄청난 이득을 고려할 때, 인구 고령화와 감소에도 불구하고 교육 증대가 멈출 것이라고 예상할 이유는 없다.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진 보건과 교육의 놀라운 발전은 과학적, 사회적 지식의 적용을 보여주는데 이러한 지식의 축적은 인간의 탐구와 혁신 덕분에 끊임없이 진보해 왔다. 그 추진력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고령화되고 인구가 감소하는 세계도 점점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
하지만 기존의 인구 피라미드가 뒤집히고 사회가 장기적인 인구감소 하에서 새로운 구조를 갖게 됨에 따라, 사람들은 새로운 사고방식, 관습, 그리고 협력적 목표를 개발해야 할 것이다. 정책입안자들은 인구감소 속에서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한 새로운 규칙들을 익혀야 할 것이다. 물질적 진보를 위한 기본 공식—우호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통해 증강된 인적 자원과 기술 혁신의 보상을 거두는 것—은 동일할 것이다. 하지만 사회와 경제가 직면하는 위험과 기회의 지형은 인구감소와 함께 변화할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응하여 정부는 새로운 현실에 맞는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인구감소 시대의 초반은 분명 고통스럽고 격렬한 변화를 수반할 것이다. 인구가 감소하는 사회에서, 국민연금과 노인 의료보험을 위한 오늘날의 '낸 만큼 받는 적립형pay-as-you-go' 사회보장 프로그램들은 근로 인구가 감소하고 노인 수급권자의 수가 급증하면서 실패할 것이다. 오늘날의 연령별 노동 및 지출 패턴이 지속된다면, 고령화되고 인구가 감소하는 국가들은 성장을 위한 투자는 물론 낡은 기반시설과 장비를 교체하기 위한 재정조차 부족하게 될 것이다. 요컨대 현재의 인센티브들은 인구감소의 시대에 심각하게 부적합하다. 하지만 정책 개혁과 민간 부문의 대응이 필요한 조정을 앞당길 수 있다.
인구감소 세계에 성공적으로 적응하기 위해, 국가, 기업, 개인은 책임 강화와 저축 증가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투자 프로젝트들은 실수 허용의 여지가 더 적어질 것이며 (과거처럼) 소비자나 납세자 풀의 증대로 인한 수요 상승세에 기댈 수도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더 오래 살고 고령까지 건강을 유지함에 따라 그들은 더 늦게 은퇴할 것이다. 점점 더 높은 연령에서의 자발적 경제 활동은 평생 학습을 필수적으로 만들 것이다. 인공지능은 이러한 측면에서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AI는 인구감소 사회가 달리 관리할 수 없는 생산성 향상을 제공할 수 있지만 기술이 부족하거나 구식이 된 기술을 가진 사람들의 해고를 가속화할 수도 있다. 인구가 줄어 노동력이 부족한 사회에서도 높은 실업률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국가와 사회는 감소하는 노동력의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 시급성을 고려할 때, 노동시장이 유연하도록 보장해야 할 것이다. 진입 장벽을 낮추고, 역동성을 높이는 일자리 이직과 변동을 환영하며, 연령 차별을 없애는 등의 조치들이 필요할 것이다.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국가들은 더욱 큰 과학적 발전과 기술 혁신이 필요할 것이다.
인구감소 세계에서의 번영은 또한 개방된 경제에 달려 있을 것이다. 인구 감소가 가져오는 제약을 상쇄하기 위한 상품, 서비스, 금융의 자유무역이 필요하다. 그리고 희소한 인재에 대한 갈망이 더욱 심각해짐에 따라 인구 이동은 새로운 경제적 중요성을 띠게 될 것이다. 인구감소의 그림자 속에서 이민은 오늘날보다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하지만 모든 고령화 사회가 젊은 이민자들을 동화해내거나 그들을 충성스럽고 생산적인 국민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모든 이주민이 수용국 경제에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특히 오늘날 세계에서 급격히 늘어나는 인구 중 너무 많은 이들이 기본적인 기술조차 심각하게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실용적인 이주 전략은 인구감소 사회들에 대대로 이익이 될 것이다. 적절한 이민은 수용국에게 노동력, 과세 기반, 소비 지출을 강화하는 동시에 이주민의 출신국에도 짭짤한 송금으로 보상하게 될 것이다. 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정부들은 이주민을 두고 경쟁해야 할 것이며 해외의 인재를 유치하는 데 더욱 큰 프리미엄이 부여될 것이다. 경쟁력 있는 이민 정책을 올바르게 수립하고 이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확보하는 것은 미래 정부들의 주요 과제가 될 것이지만 그만한 노력을 들일 가치가 있는 일이다.
숫자의 지정학
인구감소는 정부가 시민들을 대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정부들이 서로를 대하는 방식도 변화시킬 것이다. 인류의 감소는 불가피하게 현재의 세계 권력 균형을 변화시키고 기존의 세계 질서에 압박을 가할 것이다.
그 중 몇 가지는 오늘날에도 비교적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다가오는 세대에 대한 인구학적 확실성 중 하나는 인구 성장의 차이가 세계 주요 지역들의 상대적 규모를 급격히 변화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내일의 세계는 훨씬 더 아프리카적일 것이다. 오늘날 세계 인구의 약 7분의1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살고 있지만 이 지역에서 태어나는 사람들이 전 세계 출생자의 거의 3분의1을 차지한다. 따라서 세계 노동력과 인구에서 아프리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앞으로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반드시 '아프리카의 세기'가 바로 앞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국가 간 1인당 생산량이 100배까지 차이 나는 세상에서 인적 자본—단순한 인구 숫자가 아닌—이 국력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인적 자본 전망은 여전히 실망스럽다. 표준화된 시험 결과를 보면 놀랍게도 이 지역 청년의 94%가 기본적인 기술조차 부족하다. 2050년 이 지역의 노동자 풀이 아무리 거대할 것이라 해도 기본적인 기술을 갖춘 노동자의 수는 2050년 러시아 하나의 수준보다 크게 많지 않을 수 있다.
인도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국가이며 적어도 수십 년 더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의 인구통계는 사실상 이 나라가 2050년 주요 강대국이 될 것임을 보장한다. 하지만 인도의 부상은 인적 자원의 취약성으로 인해 제약을 받는다. 인도는 세계적 수준의 과학자, 기술자, 엘리트 졸업생들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평범한 인도인들의 교육 수준은 열악하다. 충격적이게도 오늘날 인도의 젊은이 8명 중 7명이 기본적인 기술조차 부족한데 이는 낮은 취학률과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이들이 다니는 초중등학교조차도 전반적으로 그 교육의 질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중국 청년의 기술 수준은 오늘날 인도 청년보다 수십 년, 어쩌면 몇 세대나 앞서 있다. 인도가 인구가 감소하는 중국의 1인당 생산량이나 심지어 총 GDP를 추월하는 데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중국, 이란, 북한, 러시아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는 파트너십은 미국이 주도하는 서구 질서에 도전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 변경 국가들은 공격적이고 야심 찬 지도자들을 가지고 있으며 국제적 목표에 대해 겉보기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인구학적 추세는 그들에게 불리하다.
중국과 러시아는 오랫동안 대체 수준 이하의 사회였으며 현재 모두 노동력이 감소하고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이란의 인구도 마찬가지로 대체 수준을 훨씬 밑돌고 있다. 북한의 인구 데이터는 여전히 비밀로 남아있지만 작년 말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이 국가 출산율에 대해 매우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한 것은 지도부가 자국의 인구통계에 대해 불만임을 시사한다.
러시아의 인구 감소와 해결이 불가능해 보이는 공중보건 및 지식 생산 분야의 문제점들은 수십 년간 러시아의 상대적 경제력을 약화시켜 왔으며 반전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중국의 출산 붕괴—다음 세대의 숫자가 이전 세대의 절반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불가피하게 노동력을 급감시키고 인구 고령화를 가속화할 것이며, 이는 지금까지 중국의 주요 사회안전망이었던 중국의 대가족이 위축되고 해체되는 상황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더 이상 눈부시지 않은 중국 경제에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사회복지 부담을 예고하며, 결국 중국 정부의 국제적 야망을 위한 자금 조달에 족쇄가 될 수 있다.
물론 핵무기를 보유한 현상 변경 국가들은 미미한 GDP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일으키는 문제에서 보듯이 기존 세계 질서에 과도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각각의 인구감소가 임박함에 따라 국가 권력의 인구학적 기반은 이들 불량국가들에게 불리하게 기울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인구학적 기본 여건은 꽤 탄탄해 보인다. 적어도 경쟁국들과 비교했을 때는 그렇다. 인구통계학적 추세는 앞으로 수십 년간 미국의 힘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이는 미국의 지속적인 세계 패권을 뒷받침할 것이다. 오늘날 미국인들이 겪고 있는 국내 긴장과 사회적 갈등을 고려할 때, 이러한 미국의 장기적인 이점들은 놀라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해외의 전문가들과 행위자들은 이를 고려하고 있다.
미국이 대체 수준 이하의 사회이기는 하지만 모든 동아시아 국가와 거의 모든 유럽 국가보다 높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 강한 이민자 유입과 함께 미국의 상대적으로 탄탄한 출산 추세는 미국에 대부분의 다른 부유한 서구 사회들과는 매우 다른 인구통계학적 궤적을 제공하며 2050년까지 지속적인 인구 및 노동력 증가와 단지 완만한 수준의 고령화만이 예상된다.
상당 부분 이민 덕분에, 미국은 부유한 세계의 노동력, 청년, 고학력 인재들을 보다 많이 차지하게 될 것이다. 지속적인 숙련 이민자의 유입 또한 미국에게 큰 이점이다. 지구상의 어떤 인구도 인구 잠재력을 국가 권력으로 전환하는 데 미국보다 더 나은 위치에 있지 않으며 그러한 인구통계학적 우위는 2050년에도 최소한 지금만큼은 클 것으로 보인다. 다른 경쟁자들과 비교할 때, 미국의 인구통계는 오늘날 훌륭해 보이며—앞으로 더 나아질 수도 있다—물론 이는 이민에 대한 지속적인 대중의 지지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미국은 다가오는 인구감소의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지정학적 예외로 남아 있다.
하지만 인구감소는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권력의 균형을 뒤섞어 놓을 것이다. 두 가지 불확실성이 다른 모든 것들을 압도한다. 인구감소 사회들이 얼마나 신속하고 능숙하게 낯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것인가와 장기적인 인구감소가 국가의 의지와 사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다.
사회가 인구감소로 인한 혼란을 성공적으로 헤쳐 나가리라는 보장은 없다. 사회적 회복력과 사회적 결속력은 분명히 이러한 전환을 용이하게 할 수 있지만 일부 사회는 다른 사회들보다 확실히 회복력과 결속력이 떨어진다. 인구감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사회적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부 기관, 기업 부문, 사회 조직, 개인의 규범과 행동에서 상당한 개혁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덜 야심찬 개혁 사업들도 형편없는 계획, 무능한 리더십, 복잡한 정치적 문제들로 인해 현재 세계 곳에서 빈번히 실패하고 있다.
오늘날 세계 GDP는 대부분 한 세대 후에는 인구감소를 겪게 될 국가들에 의해 생성되고 있다. 전환에 실패하는 인구감소 사회들은 먼저 경제적 침체로, 그리고 아마도 금융, 사회경제적 위기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만일 많은 인구감소 사회들이 전환에 실패한다면 이는 세계 경제를 악화시킬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세계 생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만 인구가 감소하는 경제 지역이 비관주의, 불안, 개혁에 대한 저항으로 인해 영구적인 경직이나 쇠퇴에 빠지는 것이다. 인구감소 사회들이 결국에는 예상대로 새로운 환경에 성공적으로 적응한다 하더라도 그런 적응이 새로운 인구 추세가 현재 요구하는 일정에 맞춰 이루어지리라는 보장은 없다.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 또한 결정적일 수 있다. 인구감소 세계에서 거대한 전략적 불확실성은 광범위한 고령화, 빈약한 출산율, 장기적인 인구감소가 사회들의 자기 방어 태세와 그 과정에서 사상자를 감내하려는 의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전투의 양상을 바꾸는 모든 노동절약적 혁신에도 불구하고 전쟁에서 온기를 가진—그리고 취약한—육신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여전히 없다.
자국의 방어는 희생 없이는 수행될 수 없다. 때로는 궁극의 희생까지 필요하다. 하지만 자율성, 자아실현, 개인적 자유에 대한 추구가 오늘날 부유한 세계 전역에서 '가족으로부터의 도피'를 추동하고 있다. 가족을 이루기 위한 헌신도 부담스럽다면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들을 위한 궁극의 희생에 대한 요구는 얼마나 더 부담스럽겠는가? 반면에 가족적 유대와 의무가 적은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 남성들이 위험을 덜 회피하고 군 복무가 제공할 수 있는 종류의 공동체, 소속감, 목적의식에 대한 갈망을 가질 수도 있다.
인구감소 국가들이 얼마만큼의 사상자를 감내할 수 있는지는 예측할 수 없는 우발적 조건들에 크게 좌우될 수 있으며 놀라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하나의 시험이 되었다. 두 나라 모두 침공 직전에 매우 낮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권위주의적 침략자와 민주주의적 방어자 모두 현재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전쟁에서 심각한 사상자를 감수할 의지가 있음을 입증했다.
중국은 인구감소와 전투 의지와 관련하여 아마도 가장 큰 물음표를 제시한다. 수십 년간 무자비하게 시행된 한자녀 정책과 그 정책이 중단된 지 거의 10년이 되어가는 지금 예상치 못한 출산 붕괴로 인해, 중국의 군대는 필연적으로 형제자매 없이 자란 젊은이들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대규모 사상자 사태는 전국의 가정들에게 대가 완전히 끊긴다는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중국이 외국의 침략에 맹렬히 맞서 싸울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합리적이다. 하지만 해외에서의 모험적 행위나 원정遠征이 계획대로 돌아가지 않을 때 선뜻 사상자를 감내하지는 못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이 대만에 대한 비용이 많이 드는 군사작전을 시작하고 이를 지속하기로 결정한다면, 세계는 인구감소 시대에 닥칠 수 있는 것에 대한 암울한 교훈을 얻게 될 것이다.
새로운 장
인구감소의 시대가 임박했다. 극적인 고령화와 인류 인구의 무기한 감소—결국에는 글로벌 규모로 일어날 것이다—는 인류 역사의 특별한 한 장의 끝과 또 다른 장의 시작을 알리게 될 것이며, 이는 이전 시대만큼이나 특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인구감소는 인류를 심대하게 변화시킬 것이며, 아마도 사회가 아직 고려하기 시작하지도 않았고 이해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도 않은 수많은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다가올 모든 중대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중요하면서도 어쩌면 안심을 주는 연속성도 기대할 수 있다. 인류는 이미 물질적 궁핍을 없애고 점점 더 큰 번영을 만들어내는 공식을 발견했다. 이 공식은 인구가 증가하든 감소하든 상관없이 작동할 수 있다. 일상화된 물질적 진보는 평화로운—깊고, 광대하며, 헤아릴 수 없이 복잡한—인간 협력 시스템에 의해 가능해졌으며 주로 시장에 기반한 이 시스템은 현재 시대에서 다음 시대로 계속 전개될 것이다. 인간의 의지—오늘날 전 세계적인 출산 감소의 원동력—는 내일도 오늘만큼이나 강력한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인류는 지구를 지배하고, 우주를 탐험하며, 스스로를 계속해서 재형성하고 있는데 이는 인간이 세상에서 가장 창의적이고 적응력 있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 이루어지고 있는 가족과 출산에 대한 선택들이 낳을 의도치 않은 미래 결과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창의성과 적응력 이상의 것이 필요할 것이다.
니콜라스 에버스타트는 미국기업연구소(AEI)의 헨리 웬트 정치경제학 석좌다.
우리가 인구학에 대해 갖고 있던 많은 생각들이 잘못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국가가 어느 정도 '선진화'되어야 인구 증가세가 잦아든다는 게 기존의 상식이었는데 중국은 평균 국민소득이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기도 전에 인구감소 추세로 접어들었습니다. 중국은 매우 과격했던 1자녀 정책 때문에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냐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최근 세계 1위의 인구 대국 인도에서도 상대적으로 부유한 남부 지역의 출산율이 급감하면서 의회 의석 재분배 관련 남북 갈등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습니다. 인구 세계 4위인 인도네시아도 2022년 출산율이 대체 수준(현재 수준의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출산율)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아프리카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전 세계가 '인구감소 시대'에 진입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마도 한국은 이 인구감소 시대의 최전방에서 척후병 역할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우리에겐 북한 강경론자로 익숙하지만 인구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를 한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니콜라스 에버스타트는 여기 소개하는 포린어페어스 11·12월호 기고문에서 한국의 경우를 가장 암울하게 봅니다. 현재의 추세가 계속되면 100년 뒤 인구가 95%가 줄어 2124년에는 대한민국의 인구가 250만 명 정도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물론 그 전에 국방력이 먼저 붕괴되면서 이웃국가에 흡수통합될 것입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외신이 한국을 다루는 경우는 북한발 위기가 있을 때 정도였지만 이제는 케이팝 등 문화와 페미니즘 등 사회 관련 보도가 늘었죠. 앞으로는 인구 절벽으로 발생하는 사회의 균열상에 대한 외신 보도가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인구는 사회와 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인구 문제를 중심으로 세상을 살펴보면 단순하면서도 그만큼 명징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서방에서는 중국이 조만간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하려 할 것이라 걱정하지만 과연 1자녀 정책으로 하나가 죽으면 그대로 그 가문의 대가 끊기는 경우가 즐비할 중국의 국민들이 외침 방어도 아닌 침략 전쟁에 얼마나 목숨을 걸려고 할까요? 인구가 줄면서 세계 각국의 군대가 우수한 자원을 모집하기 위해 보다 경쟁적으로 나올 수도 있습니다. 최근 한국군 장교들이 보다 매력적인 처우와 시민권을 좇아 호주군에 입대한 사례에 대한 보도도 나왔습니다. 모든 나라가 보다 우수한 인재를 위해 경쟁하는 시대에 '애국심'은 나타나는 양상을 달리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 편의 학술논문을 방불케 하는 장문의 기사입니다만 다가오는 '인구감소의 시대'에 대해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부분들을 세세히 다루고 있어 한국의 미래 뿐만 아니라 세계의 미래에 관심을 갖는 모든 독자들께 일독을 강력히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