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06 16:10
한 우크라이나 드론 조종사가 자신의 자폭 드론을 피해 간이 화장실에 숨은 러시아 군인 두 명을 발견했다. 그는 좁게 열린 문을 향해 프로펠러 4개가 달린 접시만한 크기의 드론을 급강하시키는 일명 '포쿠스fokus' 기술을 선보였다.
러시아 군인들의 몸은 드론에 장착된 몇 kg짜리 폭발물에 의해 산산조각 나며 연기 속으로 사라졌다. 먼지가 가라앉자 화장실에서 신체 일부가 튀어나와 있는 것이 보였다.
"왔던 곳으로 돌아갔네요." 드론 조종사 올렉산드르 다흐노가 며칠 후 무장 드론과 함께 날아간 정찰 드론이 촬영한 장면을 다시 보며 말했다. 그리고는 낄낄 웃었다.
명랑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의 이 29세 청년은 이렇게 러시아 군인 2명을 사살했다. 그는 1년 반 동안 러시아 군인 300명 가량을 사살했다고 하는데 이는 이라크에서 복무했던 미군 최고의 저격수로 알려진 크리스 카일이 세운 기록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다흐노의 동료들 중 일부는 이보다 더 많은 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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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기의 기관총 사수나 저격수처럼 공중 드론 조종사들은 현대 전장에서 가장 치명적인 병사들이다. 그들은 RPG(로켓추진유탄)의 폭발력을 저격수의 정밀도로, 대포의 사거리까지 전달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그들은 전선 앞에 무인지대를 만들어 러시아 대군이 올해 방어선을 돌파하는 걸 저지했다. 규모가 훨씬 크고 장비도 더 우수한 러시아군은 조금씩 전진했지만 돌파구를 만들지 못했고, 주로 이 드론 킬러들 때문에 큰 손실을 입었다.
영화 속에서 거구의 마초로 묘사되는 엘리트 군인의 이미지는 체력이 부족하고 스크린에 중독된 오늘날의 젊은이들이 실전에서 제대로 싸울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를 키웠다. 하지만 드론 조종은 군사 전투보다는 컴퓨터 게임과 더 관련이 깊은 빠른 사고력과 날카로운 눈, 민첩한 손가락을 필요로 한다.
포탄이 부족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장갑차와 보병 공세를 저지하기 위해 이런 '덕후 람보'들에게 점점 더 의존하게 되었다. 우크라이나는 드론 부대를 대부분의 군 여단에 통합한 최초의 국가로, 이들 부대는 자체적인 기술 허브와 폭탄 공장을 운영하며 창의적인 하위문화subculture처럼 활동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두뇌와 기술로 러시아인들을 죽이려고 하는 민간인 팀이에요." '야스니오치Ясні Очі'('밝은 눈'을 의미) 드론 대대의 지휘관 헤오르히 볼코프가 말했다.
러시아도 빠르게 따라잡아 더 많은 수의 드론을 하늘에 띄울 수 있게 되었지만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자국이 숙련된 조종사와 기술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말한다. 드론 조종사는 보병 등에 비해 적과 거리를 둘 수 있고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인 병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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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20대 남성인 조종사들에게 원거리 살상은 참호전의 유혈이 낭자하는 근접전 없이 현실적인 비디오 게임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화면 속의 인간은 때때로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살점이 찢어지는 걸 보게 되죠. 어떻게 사람의 머리가 떨어져나가는지도요." 제47기계화여단 소속인 다흐노가 말했다. "끔찍할 수 있죠. 누군가의 다리가 날아가고 그가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걸 보게 되니까요."
한때 공유오피스의 책임자였던 그는 자신은 무장한 침략자들을 막는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을 뿐이며, 이에 대해 농담하고 웃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걸 걱정하기 시작하면 그만둬야 할 거예요. 적이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생명체니까요." 그가 말했다.
투지 넘치는 스타트업들
우크라이나의 소형 드론 사용 혁신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략 이래 우크라이나에게 전술적 우위를 제공해왔다.
'야스니오치' 같은 드론 팀들은 러시아군의 움직임을 추적하기 위해 무보수로 상업용 드론을 운용하던 민간인들로 시작했다.
마케팅 대행사의 오너였던 37세의 볼코프는 곧 3D 프린터로 제작한 플라스틱 집게를 사용해 드론으로 소형 폭탄을 투하하는 단계로 발전했다. 그는 군에 입대했고, 2023년에는 폭발형 드론을 실험하고 있었다.
1인칭시점 드론first person view drone(FPV)으로 알려진 빠르고 민첩한 이 기체는 기체에 달린 카메라에서 실시간 영상을 전송받는 고글을 착용한 조종사가 조종한다. 이들 드론의 지름은 보통 18~25센티미터이고 비행거리는 약 20킬로미터 정도다. 최대 4킬로그램의 폭발물을 탑재해 드론이 표적에 충돌할 때 폭발시킬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또한 러시아인들이 슬라브 민간전승의 사악한 마녀의 이름을 따서 '바바 야가'라고 부르는 더 큰 드론도 개발했다. 이들은 보통 4킬로그램 짜리 폭탄 4개로 무장하고 공중에서 투하한 후 재장전을 위해 기지로 돌아올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공장들이 매달 수만 대의 FPV를 대당 500달러(67만원)에 생산하고 있어 공급이 풍부한 상태다.
최고의 원격 살상 부대 뒤에는 도발적이면서도 질서정연한 IT 스타트업처럼 운영되는 조직들이 있다. 볼코프는 성공의 핵심은 혁신, 물류, 통신, 그리고 견고한 군사 전술이라고 말했다.
"뛰어난 조종사 한 명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어요." 그가 말했다.
동부 드니프로페트롭스크 지역에 있는 야스니오치의 본부에는 관제사들이 정찰 드론의 영상을 보면서 공격 드론 팀들의 작업을 조율하는 지휘 센터가 있다. 기술자들을 위한 작업장과 수십 명의 신병을 위한 조종사 훈련 학교도 있다. 그리고 탁구대도 있다.
최근 어느 날 근처 들판에서 훈련하던 드론 조종사 열두 명은 담배를 피우고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며, 서로를 놀리면서 번갈아 가며 자신들의 기량을 뽐냈다. 한 조종사는 FPV 드론을 공중에서 뒤집은 다음 지면에 부딪히기 직전에 휙 날려 보냈다.
드론 부대 인원의 대다수는 군 경험이 전무하다. 경례나 업무 수행을 위해 명령을 기다리는 것을 포함한 계급 문화를 대체로 무시한다.
볼코프는 때때로 군부대의 지휘관이라기보다는 투지 넘치는 스타트업 대표처럼 보인다. 그는 이것을 창의적인 직업으로 생각하는 걸 선호한다고 말했다. "저는 프로듀서고 이 친구들은 제 X같은 아이돌 그룹인 거죠." 그가 말했다.
팀원들은 전선 근처의 장소들을 포함해 스스로 장비를 혁신하고 수리한다.
볼코프의 부관 예브헨 야체프스키(34)는 본래 농업화학자였다가 폭탄 제조자가 됐다. 그는 유튜브에서 폭발물 제조법을 배웠고, 이후 전투 공병 한 명과 현업에서 다이너마이트를 사용했던 55세의 전직 광부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야스니오치 팀들이 배치된 북부 하르키우 지역의 몇몇 마을 주택들은 소규모 폭탄 공장과 기술 허브로 작동하고 있다.
한 집에서는 야스니오치 소속 군인이 소련 시대의 RPG 유탄에서 기폭장치를 톱으로 잘라냈다. 폭약을 제거해 슬로쿠커에서 녹인 다음 더 가벼운 플라스틱 케이스에 부어, 드론이 더 강력한 폭발력을 가진 폭탄을 운반할 수 있게 만든다.
다른 집에서는 한 엔지니어가 지면에 충돌했을 때 폭발하지 않은 러시아제 활공 폭탄에서 떼어낸 유도 시스템을 부착했다. 이 폭탄 공장의 주요 목표는 더 많은 폭약을 추가해—때로는 덕트 테이프를 쓴다—전장에서 숨을 곳을 거의 남기지 않는 더 큰 폭발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어린 시절 게임을 너무 오래 한다고 어머니한테 꾸중을 들었던 열렬한 게이머였던 다흐노는 최근 4킬로그램짜리 폭탄을 장착한 대형 FPV 드론을 러시아 군인들이 대피해 있던 학교 강당으로 날려보냈다.
"이제 학교는 없어졌어요." 그가 말했다. "제 어린 시절 꿈이 마침내 이뤄졌죠."
새로운 무기의 부상
2023년 말, 포병 탄약이 부족해지면서 공격용 드론 조종사들이 그들의 실력을 입증했다. 실패한 반격작전과 미국의 새로운 군사 물자 지원의 지체로 우크라이나군은 수적 열세와 화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은 '파머Farmer'와 같은 이들을 필요로 했다. 그는 말수가 적은 27세의 전직 레스토랑 매니저로, 닭과 돼지를 키우는 모바일 게임을 하면서 이 콜사인을 얻었다.
2022년 러시아군이 그의 고향을 점령한 후, 그는 정찰 드론 조종사가 되었지만 관측병 역할에 지루함을 느꼈다. "죽이는 게 더 재미있죠." 그가 말했다. 현재 그는 야스니오치에서 FPV 드론을 조종한다. 그의 논리는 단순하다. 러시아인을 더 많이 죽일수록 더 빨리 집에 갈 수 있다.
2023년 가을 러시아가 동부 도시 아브디이브카 주변을 돌파하려 시도하자, 야스니오치는 그 서쪽 마을들에 배치되었다. 그들의 임무는 종심 1.6킬로미터의 살상 구역을 만들어 전선의 참호에서 수세에 몰린 우크라이나 보병들을 러시아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전선 뒤로 몇 킬로미터 떨어진 지하실과 다른 장소들에 진지를 구축했다. 수킬로미터 떨어진 본부의 관제사들은 정찰 드론에서 전송되는 실시간 영상을 보여주는 여러 화면을 주시하며 표적을 식별해 조종사들에게 전달한다.
움직임이 많지 않은 시간대에는 장갑차와 장거리 감시 장비 같은 고가치 표적을 찾는다. 파머는 나무에 숨겨진 탱크 세 대를 하루 만에 제거했다. 지난 10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쿠르스크 지역을 침공했을 때, FPV들은 그곳의 러시아군 수천 명을 고립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교량 장비를 타격했다.
러시아군 기갑차량들이 우크라이나 전선을 향해 달려올 때, 드론 조종사들은 엔진이나 포탑 같은 취약점을 찾는다. 일단 차량이 움직이지 못하게 되면, 러시아군이 회수하기 전에 추가 공격으로 파괴할 수 있다.
제47여단을 위해 근처에 배치된 다흐노는 러시아의 가장 현대식 전차 중 하나인 T-90이 우크라이나 참호를 향해 돌진하는 것을 발견했다. 그의 FPV가 포탑 바로 아래를 타격하고 폭발했다. 피해는 경미했지만, 러시아 전차병이 겁을 먹자 전차는 도로를 이탈해 나무를 들이받고 멈췄다. 승무원들이 전차에서 내려 도망갔고, 드론 팀들은 곧 버려진 전차를 마무리했다.
이러한 타격은 종종 정찰 드론의 영상에 포착된다. 한 영상에서 다흐노는 보병들이 가득 탄 러시아 장갑차를 타격한다. 장갑차가 도로를 이탈하자 병사들이 위에서 뛰어내린다. 한 병사가 다른 병사 위로 구르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운 느낌까지 준다.
이런 종류의 영상은 SNS에서 인기를 끈다. 드론 부대는 영상에 쿵쾅거리는 전자음악을 덧입히고 자신들의 부대 배지를 추가한다. 이들을 위해 자금을 모금하는 자원봉사자들은 종종 드론이 죽이러 들이닥칠 때 공포에 질린 러시아 침략군들의 반응이 담긴 스틸컷을 게시한다.
"할머니들이 돈을 기부하시고, 결과를 보시면 자신들도 여기에 기여했다고 느끼시죠." 야스니오치 지휘관 볼코프가 말했다.
'이제 그만'
기갑차량을 동원한 전진이 여러 차례 실패하자, 러시아군은 이제 종종 소규모 보병 그룹을 보내 불탄 차량과 부서진 건물이 널브러진 무인지대를 건너 증원군을 기다려 함께 전진할 수 있을 정도로 오래 버틸 수 있도록 새로운 시도를 보였다 이는 드론 조종사들이 인간 대 기계의 전투에서 개별 병사들을 표적으로 삼게 됨을 의미한다.
파머는 하루 작업을 위해 평소 할당량인 FPV 드론 20대의 두 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대부분은 장갑차용 고폭탄이 아닌 보병을 겨냥한 파편탄으로 무장했다.
때로는 표적이 너무 많아서 관제사의 신호나 정찰 드론의 영상 피드를 기다리는 대신, 이륙해서 FPV의 불분명한 자체 영상으로 적을 수색한다. 여름에는 러시아군이 무성한 잎사귀 아래 더 잘 숨어 있어서 더 어렵다.
FPV가 접근할 때 나는 거대한 모기 같은 소리는 이제 보병들에게 포탄이 날아가는 소리만큼이나 전장에서 가장 무서운 소리가 되었다.
다흐노는 자신의 드론이 살상을 위해 급강하할 때 적의 반응을 자세히 관찰한다고 말했다. 공포는 빠르게 저항이나 필사적인 도주 시도로 바뀌고, 그다음 마침내 체념하거나 팔을 들어 연약한 몸을 지키려는 마지막 안쓰러운 시도를 한다.
"총을 쏘려고 하고 뭔가를 던지려 하다가, 어깨가 축 처지고 '이제 끝이야'라는 것처럼 드론을 바라보죠." 그가 말했다.
드론 조종사는 폭격기 조종사처럼 상대적으로 안전한 거리에서 일방적인 전투로 살상한다. 오직 화면 속 이미지만이 어느 정도의 친밀감을 제공한다. 드물게는 드론 조종사들이 적들을 항복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다흐노는 한 지친 러시아군이 그의 드론을 보며 팔짱을 끼고 "이제 그만하겠습니다"라고 입모양으로 말했던 것을 회상했다. 표적을 추적하던 정찰 드론의 배터리가 떨어지고 다른 드론을 보내기에는 너무 어두워서 그 침략자는 도망갈 수 있었다.
"할 수 있었다면 그를 죽였을 거예요." 다흐노가 말했다. "대체 여기에 왜 왔냐고요. 그가 기도하든, 빌든,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든 상관없어요.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의 어머니들도 울었을 거예요."
무전 감청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적들이 시체가 널브러진 도로를 '죽음의 길'이라고 부르는 것을 듣는다.
"그저 도로와 들판일 뿐이에요. 숨을 수 있는 곳이 없죠." 다흐노가 말했다.
러시아 군인들은 종종 죽은 척을 하지만, 우크라이나 팀들은 시체들의 패턴을 파악하거나 그들이 재채기를 하거나 눈을 뜰 때 발견함으로써 그들을 식별해낸다. 정찰 드론은 타격 후의 상황을 파악해 조종사들이 치명상을 입혔는지 아니면 다른 드론을 추가로 보내야 하는지 결정할 수 있게 한다.
최근 한 우크라이나 부대가 온라인에 공유한 영상은 들판에서 드론이 투하하는 유탄을 피해 도망치는 한 러시아 군인을 보여준다. 다리는 불구가 된 것 같았고, 그는 작은 나무 아래로 몸을 끌고 갔다. 또 다른 유탄 투하로 그의 주변에 불이 붙었다.
러시아 군인은 소총을 바닥에 세우고 총구를 입에 넣었다. 방아쇠를 당겼지만 고장으로 격발되지 않는다. 그는 소총을 옆으로 던졌다. 그는 두 번째 소총을 집어 들어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나뭇가지를 향해 발사한 다음, 총구를 입에 넣고 방아쇠를 당겼다. 총알이 그의 모자와 머리 뒷부분을 날려버렸고 그는 땅에 쓰러졌다.
최근 한 러시아 군인의 머리를 날려버린 자신의 드론 공격에 대해 이야기하며, 파머는 빠른 죽음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운이 좋았죠." 파머가 말했다. 죽기 전에 고통받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드론 조종사들은 그들의 공격 성공률이 약 3분의1이라고 말한다. 러시아군은 드론조종사의 조종기와 기체 사이의 연결을 방해하는 것에 점점 능숙해져 드론이 지상으로 추락하게 만든다. 때로는 기술적 결함으로 인해 드론이 충돌 시 폭발하지 않는 일도 있다.
파머는 최근 한 러시아 군인을 죽이기 위해 드론 세 대를 연속으로 보냈다. 첫 번째는 그가 깔개 아래 숨었을 때, 두 번째는 그가 나와서 일어섰을 때, 세 번째는 들판으로 도망갔을 때 사용했다. 드론들은 표적 근처를 타격했지만, 어느 것도 폭발하지 않았다.
"그 녀석, 그날 아침 교회에 가서 기도를 한 게 틀림없어요." 파머가 말했다.
전쟁은 유혈이 낭자하는 참혹한 현장입니다. 생존을 위한 인간의 혁신 본능이 가장 빛을 발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훗날 역사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어떻게 평가할지는 좀 더 두고볼 일입니다만 장차전(將次戰)이 어떻게 벌어질지를 분명히 보여줬다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드론의 활약이 돋보이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포격 소리가 전장에서 가장 두려운 소리였지만 이젠 드론의 비행음이 더 큰 공포를 불러 일으킵니다.
드론은 이미 전장의 풍경 자체를 바꿔놓았습니다. 전차를 앞세워 보병이 진격하는 방식은 2차세계대전 이래 하나의 규범처럼 자리잡았는데 이제는 전차조차도 드론을 피해 숲 속 등에 숨어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렇게 바뀐 전장의 풍경이 주는 교훈을 놓치는 군대는 실패를 피할 수 없습니다. 남아프리카에서 벌어진 보어전쟁에서 이미 기관총에 의한 대량 살육전이 벌어졌는데도 이 전쟁의 교훈을 무시한 장군들은 10년 뒤 벌어진 1차세계대전에서 기관총의 위력을 무시하고 돌격전을 펼치다 수십만 명의 병사들을 사지로 몰아넣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11월 3일자 기사가 상세히 전하는 우크라이나의 드론 부대의 모습은 또한 장차전의 군대가 어떻게 운용될지도 미리 일별할 수 있게 해줍니다. 군 부대라기 보다는 오히려 일종의 스타트업처럼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야스니오치' 부대의 모습은 인구감소 시대에 결국 예비군 위주로 갈 수 밖에 없는 미래 대한민국 군대의 편제에 대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드론과 공개출처정보(OSINT) 분야는 장차전에서 각광받는 분야임과 동시에 민간 영역의 기여가 중요하기 때문에 향후 예비군 제도 혁신에서도 중점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드론 전투에서 우리는 많이 배워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