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06 16:10
때로는 친숙함이 호감을 낳기도 한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는 그렇지 않다. 그는 11월 25일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아르헨티나 국가시스템을 1년 동안 이끈 후에도 여전히 그 국가시스템에 대해 "무한한 경멸"을 느낀다고 말했다. 붉은 카펫과 대리석으로 장식된 유서 깊은 대통령궁 '카사로사다'의 집무실에 앉아 있는 밀레이는 대통령의 무거운 분위기를 풍긴다. 하지만 그가 급진적 실험의 철학을 설명할 때는 마치 자신의 표현대로 "두더지"처럼 국가시스템을 내부로부터 무너뜨리는 것처럼 들린다. 자유기업에 대한 모든 제약은 사회주의로 이어진다고 그는 말한다. 대부분의 경제정책을 결정하는 틀인 신고전파 경제학조차도 "결국 사회주의를 선호한다"고 말한다. 밀레이에게 깨달음은 명확하다. "국가의 간섭을 없애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할 것입니다."
이러한 결심은 만연한 인플레이션, 말도 안되는 보조금, 수많은 규제가 낳은 수십 년간의 굴욕적 쇠락으로부터 아르헨티나를 뒤흔들어 벗어나도록 하는 개혁의 폭발적인 추진을 이끌어냈다. 그 결과 인플레이션이 급격히 하락하고 정부 지출이 실질기준으로 30% 가까이 감소하는 등 거의 모든 사람이 예상했던 것보다 나은 성과를 거두었다. 물론 이러한 성공은 언제 또 뒤집어질지 모른다. 아르헨티나의 현대사는 실패한 경제개혁으로 점철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신념과 자유시장 이론으로 무장한 밀레이는 이전의 지도자들보다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취임 이후 최고의 순간을 즐기고 있다. 그를 지켜보는 시장과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기뻐하고 있다. 국가 부도 위험을 재는 영향력 있는 척도인 JP모건 '국가 위험 지수'는 2023년 12월 취임 당시의 약 2000에서 현재 약 750으로 하락해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막대한 지출 삭감에도 불구하고 밀레이 대통령은 취임 1년 지난 후의 국민 지지도에서 두 전임자를 앞섰다. 최근 몇 달 동안 그의 인기는 더욱 상승했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인플레이션 하락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인플레이션은 오랫동안 아르헨티나의 재앙이었으며, 화폐 발행을 통한 정부의 과도한 지출로 인해 발생했다. 밀레이가 취임했을 당시 인플레이션은 매달 13%에 달했다. 그가 인위적이고 지속 불가능하게 강세를 유지해왔던 페소화의 평가절하를 단행한 직후 인플레이션은 25%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최근 몇달 동안 월 3% 미만으로 떨어졌다.
[새로운 PADO 기사가 올라올 때마다 카톡으로 알려드립니다 (무료)]
인플레이션 약화는 밀레이의 과감한 재정지출 절감에 따른 것이다. 이는 시장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전기톱을 휘두르며 선거운동을 펼쳤고, 취임 첫 달에 첫 재정흑자를 달성했고, 이후 쭉 흑자를 기록해왔다. 결정적으로 이 흑자는 중앙은행이 정부에 '잠시' 자금을 빌려줘 재정지출을 조달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주는데, 이 자금 대여는 대부분 상환되지 않는 사실상 '돈 찍어내기'다.
밀레이는 예산 삭감이 서민들보다 국가 부문을 겨냥하도록 했다고 말한다. 그는 정부 부처 수를 18개에서 8개로 줄이고, 대부분의 공공사업을 중단했으며, 지방정부에 주던 보조금을 대부분 중단했다. 아르헨티나 경제 컨설팅 회사인 인베크Invecq에 따르면 올해 공공부문 급여와 대학에 대한 지출은 2023년에 비해 실질 기준으로 20% 감소할 것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절감 효과는 연금의 실질 가치를 억제하는 데서 나왔다.
동시에 밀레이 대통령은 이전에 막대한 양의 페소를 찍어 국가시스템에 투입했던 중앙은행의 회계를 정리하려고 노력해왔다. 그가 취임했을 당시 외환보유고는 110억 달러 적자였다. 취임 이후 적자 폭은 줄어들지만, 아직 적자 상태다. 그의 세금 '사면' 덕분에 해외계좌에 있거나 집안에 숨겨둔 달러가 국내 공식 외환시장으로 돌아왔다.
거시경제를 안정화하려는 이러한 노력과 함께, 밀레이와 그의 팀은 항공여행과 아파트 임대부터 이혼과 위성 인터넷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를 얽어매고 있던 수많은 관료적 규제를 줄였다. 물론 그에게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우리는 매일 규제를 줄여내고 있지만 여전히 3200개의 구조개혁이 남아 있습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그는 최근 마라라고에서 만난 일론 머스크도 자신을 따라하고 싶어한다고 말한다.
물론 지출 삭감은 아프다. 올해 경제는 하락세에 접어들었고 실업률은 급증했다. 아르헨티나의 빈곤층 비율은 2023년 40%에서 53%로 급증했다. 그러나 경기 하락은 바닥을 친 것으로 보인다. 성장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키기는 하지만 빈곤과 실업률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는 수십 년에 걸친 세금 감면과 관세 면제 등 엄청난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새로운 법이 자본을 유치하고 성장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 법의 의회 통과를 위해 밀레이는 실용주의적 행보를 보였다. "정치에 대해 많이 배웠습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그는 결국 자신의 비서실장에게 권한을 부여하여 자신이 "도둑"과 "범죄자"라고 비난하는 바로 그 정치엘리트들과 타협할 수 있도록 했다. 놀랍게도 밀레이는 이제 아르헨티나 정치에는 적은 없고 라이벌만 있다고 말한다. 그 라이벌들조차도 "국가가 나쁘게 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고 그는 말한다.
[PADO 트럼프 특집: '미리보는 트럼프 2.0 시대']
대통령의 새로운 실용주의는 외교에서도 빛을 발한다. 2023년 선거운동 기간 동안 그는 중국을 반복적으로 모욕했다. 한때 그는 "암살자와 거래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그는 이제 중국은 "훌륭한 파트너"라고 감탄했다. "그들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차분하게 거래하기를 원합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그는 한때 보통 룰라로 불리는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을 "부패한 공산주의자"라고 불렀지만, 지금은 좀 더 조심스럽다. "저는 룰라와 친구가 되지는 않겠지만 공적 책임을 갖고 있습니다"라고 그는 최근 아르헨티나 가스를 브라질에 판매하는 계약에 대해 열띤 어조로 말한다.
이 모든 것이 아르헨티나의 지속적인 경제 회복에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밀레이 대통령의 성공 뒤에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하나는 정치적 위험이다. 그는 야당의 혼란으로부터 이익을 얻었는데, 이러한 혼란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의문이다. 또 인플레이션이 억제되더라도 저성장, 높은 실업률, 빈곤에 대한 대중의 인내심 역시 언제까지 지속될지 의문이다. 그는 솔직하게 유권자들에게 지출 삭감이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유권자들의 기대치를 낮췄다. 이제 밀레이는 "아르헨티나가 100년 만에 최고의 순간에 접어들고 있다"고 호언장담한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실제 지갑에서 그런 환희를 느끼지 못한다면 이렇게 높여놓은 기대치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선거에서 페론주의자들이 세력을 확대하거나 감당할 수 없는 시위가 발생하면 투자자들이 이탈하여 경기 회복을 위협할 수 있다.
또 다른 위험은 경제다. 페소화가 다시 고평가된 것처럼 보인다. 정부는 자본 통제를 계승해 유지하고 있다. 정부가 공식 환율을 정한다. 정부는 2023년 12월에 페소화를 50% 평가절하했고, 이후 매달 2%씩 평가절하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매월 2% 이상을 기록하고 있어서 실질 환율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이제는 밀레이 대통령 취임 전 수준에 접근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페소의 강세를 잘 알고 있다. 매일 55대의 버스가 상품 가격이 훨씬 저렴한 칠레로 쇼핑객을 실어 나르고 있다.
이는 수출과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밀레이는 외환통제 없이는 정부시책을 계획대로 유지할 수 없을테지만, 이는 아르헨티나에 투자한 돈을 다시 빼내올 수 있는지 확신할 수 없는 투자자들을 주저하게 만든다. 또 그가 마침내 외환통제를 없애고 환율을 자유화한다면 급격한 평가절하의 위험이 있다. 이는 또다시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촉발하여 밀레이의 대표적 업적을 훼손할 것이며, 그의 인기도 약화시킬 수 있다. 페소화 고평가는 아르헨티나의 고질적 문제다. 이는 경제위기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밀레이는 이 모든 우려를 부정한다. 그는 자신의 개혁으로 페소화가 적절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며, 내년에 외환통제를 없애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외환통제가 외국인투자를 막지 않는다고 말한다. 게다가 그는 "서두르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그가 더 많은 외환을 확보해놨다면 외환통제를 더 빨리 해제할 수 있을 것이다. 변동 환율제를 도입하려면 달러 같은 경화(硬貨)가 많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새로운 대출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이로 인해 IMF와의 관계가 경색될 수 있다. 아르헨티나는 이미 IMF에 420억 달러의 빚을 지고 있다. 밀레이는 IMF의 신규 자금 지원은 "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라고 까칠하게 강조한다.
페소화 가치 문제는 현재로서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다. 시장은 올해 초처럼 임박한 평가절하에 베팅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위험이 여전히 남아 있다.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로빈 브룩스는 도널드 트럼프의 정책으로 달러 가치가 상승하고 페소화에 대한 압력이 급격히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 다른 우려는 밀레이가 독선적 태도로 아르헨티나 정치의 견제와 균형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저는 헌법에 합의된 규칙에서 1밀리미터도 벗어나지 않습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하지만 그는 법원을 개혁하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 그는 자질이 부족하다는 평판과 함께 상류층을 위해 사건을 조작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판사를 대법관으로 임명했다. 이 대법관 후보의 임명동의 절차가 상원에서 너무 더디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긴급명령을 통해 임명을 밀어붙일 수 있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밀레이는 또한 아르헨티나 언론에 보도된 내용 중 85%가 거짓이라고 주장한다.
마지막 위험은 밀레이 자신의 즉흥적 성격에서 비롯된다. 그는 최근 부통령과 불화를 빚었다. 이때문에 적어도 상원에서 법안을 통과시키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그리고 그는 해외의 정치적 동지들과 마찬가지로 문화전쟁에 점점 더 관여하고 있다. 그는 "트랜스젠더 이데올로기", 낙태, 기후변화 담론을 비난한다. 그는 기후변화가 인간에 의해 발생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이러한 담론들이 모두 마르크스주의의 새로운 전선(戰線)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경제가 여전히 칼날 위에서 겨우 균형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집중력을 놓치고 산만해지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
요즘 아르헨티나의 하비에 밀레이 대통령이 핫한 인물입니다. 우리는 아르헨티나라는 이름을 월드컵때가 아니면 주로 "채무불이행" "경제 위기"라는 뉴스와 함께 듣습니다. 그만큼 국가부도, 경제위기가 체질화 되어 있는 나라입니다. 사실 아르헨티나는 20세기 초에는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 중의 하나였습니다. 예전에 인기가 있었던 일본 애니메이션 '엄마 찾아 삼만리'는 이탈리아의 가난한 사람들이 아르헨티나로 돈 벌러 가는 모습을 그립니다. 그 정도로 아르헨티나는 부자 나라였습니다. 그러던 나라가 왜 가난한 나라가 되었는지를 연구하던 사람들이 '종속이론'을 들고나왔고, 체게바라 같은 라틴 공산주의 혁명가를 배출했습니다. 이번에는 '종속이론', 체게바라와는 정반대의 해법을 들고 새로운 형태의 혁명가가 등장했습니다. 하비에 밀레이 대통령은 신자유주의적 해법을 제시하며 대통령직에 올랐습니다. 아직 그 개혁의 최종 성적표가 나오기에는 집권 시간이 너무 짧습니다만 최소한 아르헨티나의 고질적 인플레이션은 잡았습니다. 중앙은행이 함부로 돈을 찍어 그것으로 선심성 정책을 펼치던 체질도 잡혀가고 있습니다. 과연 그가 아르헨티나의 고질병을 고쳐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만약 그의 개혁이 성공한다면 남미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코노미스트(10월 30일 발행)의 이 기사는 밀레이 개혁의 내용과 위험성에 대해 균형잡힌 시각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