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이슈 경제

부의 불평등 해소, 신생아 '기초자본' 조성은 어떨까

'베이비 본드' 같은 '기초자본' 사업은 청년들이 미래에 투자하는 데 필요한 종잣돈을 제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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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lex P

2025.01.1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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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 문제에는 여러 측면이 있는데 계층간 불평등도 있지만 세대간 불평등도 있습니다. 앞으로의 사회를 이끌어갈 청년들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저출생이 세계적인 문제인 지금, 이를 위한 대책이 절실합니다. 한국에서 자주 거론된 것은 '기본소득' 제도인데 영국의 '아동신탁기금' 사업을 고안했던 줄리안 르 그랑은 노에마 매거진에 2024년 12월 공동기고한 글에서 '기초자본' 제도라는 것을 제안합니다.


기초자본 제도의 장점 중 하나는 곧바로 '소비'하는 소득이 아닌 '투자'를 위한 종잣돈(자본)을 만들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것입니다. 청년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불어나는 계좌를 보면서 투자 행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감각을 얻게 됩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연기금 외에도 국내 증시를 지탱하는 버팀목을 마련할 수 있는 데다가, (마중물 차원에서) 초반 자본 투입만 도와줘도 시간의 경과와 함께 '복리의 마법'이 정책 효과에도 작용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영국 아동신탁기금의 경우, 정부 지출 20억 파운드로 현재 신탁기금 지원 계좌들의 총 가치가 90억 파운드(물론 여기에는 개인들이 비과세 혜택을 위해 직접 저축한 금액도 포함됩니다)라고 합니다. 노동자들도 자본가의 관점에서 투자와 경영 마인드를 익혀보는 것이 건강한 자본주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돈은 거름과 같다. 널리 퍼져서 젊은 것들이 자라도록 북돋우지 않으면 아무 가치가 없다. —손턴 와일더, '매치메이커'

(This article was produced by and originally published in Noema Magazine.)


우리는 창업보다 상속을 통해 부가 더 자주 축적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지난 한 해에만 전 세계적으로 84명의 자수성가한 억만장자들이 1407억 달러(183조 원)를 축적한 데 비해 53명의 상속자들은 1508억 달러(196조 원)를 상속받았다.


그 결과, 미국과 같은 일부 국가들은 증가하는 빈곤과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잠재적으로 강력한 사회 혁신을 도입하고 있다. 콩도르세 후작과 토마스 페인에게서 부분적으로 영감을 받은 이 아이디어의 핵심은 청년들에게 초기 자본을 분배하는 것이다. 페인이 표현했듯이 "세상을 시작하기 위한 어떤 수단"이다.



이른바 '베이비 본드'는 시민들이 18세가 되어 정부 지원금이 만기가 되면 수천 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제공함으로써 부의 분배를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자금은 창업, 주택 구입, 대학 학위 취득 또는 은퇴 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다. 2024년 봄 기준으로 미국 주의회의 4분의1가량이 이 정책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코네티컷과 캘리포니아 같은 일부 주는 이미 이를 실행하고 있다.

부의 불평등

선진국들 사이에서 불평등 심화에 대한 우려는 10년 넘게 증가해왔으며, 특히 미국의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이나 최근의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와 같은 운동의 등장으로 더욱 두드러지게 되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인구의 상위 1%가 국가 부의 약 30%를 소유하고 있으며, 상위 10%가 거의 67%를 통제하고 있다. 반면 하위 50%의 인구는 3% 미만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브루킹스연구소는 미국인들이 생애 동안 경제적 사다리에서 크게 상승(또는 하락)할 가능성이 매우 낮으며 나이가 들수록 그 가능성이 실제로 감소한다고 지적한다.


프랑스의 싱크탱크인 불평등관측소Observatoire des inégalités가 2023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상위 10%가 국가 부의 거의 절반을 소유하고 있는 반면, 하위 10%는 사실상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 열심히 일하는 것이 차이를 만드는 요인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2021년 파이낸셜타임스의 기사에 따르면, 프랑스 억만장자의 거의 80%가 재산을 상속받았으며 2021년 발표된 정부 분석에 따르면 프랑스 억만장자 "상속인" 상위 1%는 근로소득자 상위 1%보다 더 높은 생활수준을 누리고 있다. 총리 자문기구인 프랑스 정부의 '프랑스전략청France Stratégie'은 소수가 결국 대부분의 부를 상속받고 다른 이들은 상대적으로 적게 받거나 전혀 받지 못하는 '상속 사회'의 형성을 피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영국 역시 막대한 부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2021년 발표된 정부 통계에 따르면 영국인 상위 10%가 국가 전체 부의 거의 절반을 소유한 반면, 하위 30%는 2% 미만을 소유했으며, 최하위 10%는 사실상 부가 전무한 상태였다. 실제로 재정연구소Institute for Fiscal Studies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전역에서 최상위층과 최하위층 자녀들은 그 계층에서 벗어나기보다는 그 안에 머물 가능성이 더 높았다.


이러한 통계들로 인해 세 국가의 정책 입안자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모색하게 됐다. 이는 우리를 부의 격차를 해소하고 사회적 이동성을 높이려는 최신의 대담한 정책 아이디어인 '베이비 본드'로 이끈다. 미국의 약 12개 주 외에도 프랑스의 여러 지방 정부들이 이러한 제도를 검토하고 있으며, 영국은 실제로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부분적으로 성공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코네티컷의 선례

미국에서 코네티컷 주는 2021년에 베이비 본드 정책을 시행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최초의 주가 되었다. 코네티컷에서는 매년 약 1만5000명이 저소득층 가정에서 태어나는 것으로 추정되며, 주의 메디케이드/아동건강보험 프로그램인 '허스키HUSKY'의 혜택을 받는 경우 자동으로 채권 수령 자격이 주어진다.


입법자들은 사회의 가장 취약한 구성원들에게 성인 생활을 시작할 수 있는 자본을 제공하는 것이 세대간 빈곤을 해결하는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2023년 7월 1일부터 빈곤층 아동이 태어날 때마다 주 정부는 코네티컷 베이비 본드 신탁이라는 기금에 3200달러(465만 원)를 투자했다.


코네티컷은 2019년 교사 퇴직 기금 구조조정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신탁에 약 4억 달러(5200억 원)를 비축해 두었다. 이를 통해 최소 12년간 자금이 확보되어 정치적 불확실성으로부터 보호받는다.


주 정부에 따르면 각 기부금은 수급자가 18세가 되어 자격이 주어진 후 얼마나 빨리 인출하느냐에 따라 1만1000달러(1600만 원)에서 2만4000달러(3500만 원) 사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첫 지급은 2041년 여름에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수급자들은 30세가 될 때까지 자금을 인출할 수 있다. 초기 지원금은 금융시장에 투자되며 늦게 인출할수록 수익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 자금은 수급자가 주에서 승인한 금융 리터러시 과정을 이수한다는 조건 하에 대학 진학, 직업 훈련, 주 내 주택 구입, 주 내 사업 또는 은퇴 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다.


미래에 규칙을 우회하려는 사람들에 대한 우려가 항상 있지만, 코네티컷 주 재무장관 에릭 러셀은 2024년 가을 필자에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환경을 바꾸길 원한다"며 기부금을 정책 의도대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는 "이를 완벽하게 실행할 방법은 없다"고 인정했다. 한편 러셀은 이러한 프로그램의 이점으로, 빈곤 속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미래의 자금을 자신들의—빈곤한 경우가 많은—지역사회에 재투자할 수 있어 도움이 필요한 지역사회에 더 큰 활력을 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서쪽 끝 캘리포니아에서는 주 의원들이 코로나19 대유행 중에 청소년 3만2500명이 부모를 잃은 후 2022년에 1억 달러(1400억 원)와 연간 1500만 달러(200억 원)의 지속적인 추가 예산이 예상되는 아동 신탁 계좌 프로그램인 'HOPE'를 승인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 주 재무국이 2024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아동 빈곤율이 2021~2022년 사이에 5.2%에서 12.4%로 두 배 이상 증가했는데 이는 사상 최대의 1년 증가폭이었다. 한편 보고서는 코로나19가 18~34세 사이의 라틴·히스패닉계와 아프리카계 미국인, 그리고 저임금 직종의 여성과 이민자들에게 특히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한다.


HOPE 사업은 주로 흑인과 갈색인종이 많은 위탁 보호 시스템의 미성년자들과 코로나19로 부모를 잃은 저소득층 가정의 아동들을 위해 설계되었다. 2025년 7월부터 이 청소년들이 18세가 되면 약 4500달러(600만 원)의 기금을 받게 될 예정이며, 이는 미국에서 유사한 사업 중에서 처음으로 수급자들에게 자금을 지급하는 사업이 될 것이다. 자격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청소년 5만8000명이 실제로 계좌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적격자 식별을 위한 접촉이 이미 시작되었다.


자금을 어떻게 써야만 한다는 요구 사항은 없지만 HOPE의 사무국장인 케이시 오코너는 수혜자들이 "돈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코너는 정책 시행에 대해 자문하는 청소년 패널의 구성원들이 자금이 기본적인 생활필수품에 사용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캘리포니아의 접근 방식은 코네티컷과 다르지만, 러셀과 오코너 모두 청년들이 기초자본startup capital을 합리적으로 잘 사용하리라고 믿는다.


2024년 초, 뉴욕시의 빈곤 퇴치 비영리단체인 할렘칠드런스존Harlem Children's Zone은 비슷한 접근 방식을 시도하기로 결정하여 지역 학생 수천 명에게 1만 달러(1400만 원)의 투자금을 제공했다. 이러한 혁신은 좋은 교육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며 성인 생활을 안정적으로 시작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자본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어반연구소Urban Institute가 수행한 2023년 미국 베이비 본드 시뮬레이션 검토에 따르면 이러한 사업이 인종 간 부의 격차를 상당히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의 기초자본 실험

프랑스 서부의 지방 정부인 루아르아틀랑티크Loire-Atlantique 데파르트망(한국의 도와 군 중간 크기의 행정구역)에서는 비슷한 계획으로, 재정적 자원과 부모의 지원이 부족한 18~25세 사이의 청년들에게 매월 500유로(70만 원)의 보조금을 제공하여 주거, 취업, 직업 훈련 또는 운전면허 취득 등을 지원하고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 정식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데는 많은 경우 1000유로(140만 원) 이상이 들 수 있다. 특히 취약 계층 청년들은 이러한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후 취업과 직업 기회를 얻는 데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향수 판매점이나 상점, 미용실 같은 곳에서 일하고 싶어요. 하지만 운전면허가 필요한데 이제 면허를 딸 수 있을 것 같아요." 수급자인 스테이시가 루아르아틀랑티크 데파르트망에 말했다. 그는 유자격자가 되어 매달 '청년 수당'을 받기 시작한 이후로 돈을 모을 수 있었고 현재 연습 운전면허 취득을 위해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옹은 이미 2021년에 소득이 거의 없거나 전혀 없고 다른 재정 지원을 받을 자격이 없는 18~24세 청년들에게 최대 420유로(60만 원)를 최장 24개월 동안 매월 지급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2024년 가을, 뫼르트에모젤Meurthe-et-Moselle 데파르트망이 루아르아틀랑티크과 비슷한 정책인 '청년 자립 수당revenu d'émancipation jeunes'의 3년 시범 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2022년 자료에 따르면 뫼르트에모젤에서는 30세 미만 인구의 4분의1 이상이 빈곤선(월 1216유로/173만 원)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으며 이 지역 청년의 14%가 "미취업, 미취학, 미훈련"(NEET)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월 500유로(70만 원)의 수당은 6개월 동안 제공되며 한 번만 갱신할 수 있다. 이 수당은 멘토링과 함께 제공되며, 청년들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어떤 사업 프로젝트를 마치거나 주거 접근성 부족과 같은 일시적인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뫼르트에모젤의 해당 사업 예산은 100만 유로(14억 원)이며 매우 단순한 기준을 적용한다. 수급자는 16~24세 사이로 뫼르트에모젤에 거주하는 프랑스 국민이거나 합법적 체류 자격이 있는 외국인이어야 하며 소득이 월 400유로(60만 원) 이하인 경우 해당된다.


"이 사업의 취지는 청년들을 지원하고 변화를 가져오자는 것이에요." 뫼르트에모젤의 데파르트망 의원인 리오넬 아담이 필자에게 말했다. 이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아담은 2018년 여러 동급 지방정부들이 프랑스 청년들을 위한 기본소득 제공을 제안했지만 프랑스 중앙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고 회상했다. 그럼에도 리옹이나 루아르아틀랑티크와 같은 일부 지역사회는 취약계층 청년들을 위해 이러한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데 성공했다. 아담은 뫼르트에모젤 프로그램의 재정적 혜택이 "청년들이 직면한 몇몇 장애물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영국의 경험

이러한 제도들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운영된 영국의 베이비 본드 사업 '아동신탁기금Child Trust Fund'에서 몇 가지 교훈을 찾을 수 있다.


영국인들의 평생 행동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비교적 어린 나이에 작은 규모의 자본—보통 1000달러(140만 원) 이하 —을 보유하는 것이 청년들의 인생 계획에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세가 되었을 때 약간의 자산을 보유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10년, 20년 후에 더 나은 건강, 고용, 소득 기록을 보였다. 20대에 자산을 보유한 사람들은 10년 후 자산이 없는 또래들보다 우울증을 덜 겪었으며 더 강한 직업윤리를 갖고 정치에 대해 더 큰 관심을 보였다. 심지어 결혼 생활의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20대에 자산을 보유한 이들은 이혼율도 더 낮았다. 그리고 이러한 연관성은 교육과 소득 수준과 같은 다른 요인들을 고려했을 때도 여전히 유지되었다.


이러한 긍정적인 결과들은 적은 양의 부라도 청년들에게 발판이 되어 성인 생활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생각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것이 필자를 포함한 영국의 정책 분석가들이 연구 논문에서 베이비 본드 제도의 도입을 주장한 이유다. 줄리안 르 그랑은 경제학자 데이비드 니산David Nissan과 함께 모든 18세 청년에게 1만 파운드(1640만 원)를 지급할 것을 제안했고, 정책 연구원인 개빈 켈리Gavin Kelly와 레이첼 리사우어Rachel Lissauer는 영국의 모든 신생아에게 500파운드(80만 원)와 같은 더 적은 금액을 지급하되 아이가 18세가 될 때까지 접근할 수 없다는 조건으로 제공할 것을 제안했다.


이러한 아이디어들에 대해 가장 먼저 제기된 비판은 18세란 나이는 큰 자본금을 맡기기에는 너무 어리다는 것이었다. 돈이 오락, 값비싼 휴가, 마약 등에 낭비될 것이라는 우려였다. 하지만 이 사안에는 우리가 '두리틀 신조Doolittle creed'라고 부를 법한 것이 작용한다. 이는 버나드 쇼의 희곡 '피그말리온'(1912)에 등장하는 청소부 알프레드 두리틀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것인데 두리틀은 상대가 선물로 주겠다는 10파운드를 거절하고 5파운드만 요구한다. 더 큰 금액이 그를 "신중"하게 만들어 "흥청망청 쓰는 것"을 꺼리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란 이유에서였다. 사람들이 뜻밖으로 생기는 작은 돈은 당장의 즐거움에 쓰기 쉽지만 잠재적으로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큰 금액은 적절한 투자 기회가 생길 때까지 지출을 미루는 현상을 말한다.


2003년, 토니 블레어의 노동당 정부는 '아동신탁기금'이라고 알려진 보편적 베이비 본드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2005년부터 정부는 2002년 9월부터 프로그램이 종료된 2011년까지 태어난 모든 아기를 위해 최소 250파운드(40만 원)의 투자 계좌를 개설했다. 저소득 가정과 장애 아동이 있는 가정은 신생아당 500파운드(80만 원)를 받았다.


현재도 부모, 친척, 가족 친구, 지방 당국, 자선단체나 다른 기부자들은 이 계좌에 연간 총 9000파운드(1500만 원)까지 입금할 수 있으며, 모든 이자나 자본이득은 세금이 면제된다. 투자는 주식, 일부 증권 또는 현금 저축 계좌의 형태로 이루어질 수 있다. 이 돈은 청년들이 18세가 되었을 때만 접근할 수 있었으며—두리틀 신조에 따라—사용 용도에 대한 제한은 없었다.


블레어와 당시 재무장관이었던 고든 브라운은 이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시작했으며, 또 다른 시혜적 복지라는 극단적 우익 세력의 불평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지지를 받았다.


여러 면에서 아동신탁기금은 성공 사례였으며, 특히 저축을 장려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운영 기간 동안 630만 개의 새로운 저축 계좌가 개설되었다. 2023년 4월 기준으로 계좌의 총 시장 가치는 90억 파운드(1조5000억 원)였으며, 이 중 정부가 기여한 것은 20억 파운드(3300억 원)에 불과했다. 이 기금은 부모들, 특히 가난한 가정들에게 인기가 있었는데 대부분은 자녀가 18세가 될 때까지 돈이 묶여있다는 사실을 환영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와 2010년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가 집권한 후, 이 사업은 상대적인 성공과 인기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항의 없이 폐지되었다. 이러한 무관심은 부분적으로 개인별 지원 금액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기 때문일 수 있다. 출생 시 최소 250파운드(40만 원)의 초기 기부금을 저축 계좌에 투자한 것은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이었고, 가족이나 다른 이들의 추가 저축이 있더라도 18세가 되었을 때 매우 큰 금액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2024년 9월 기준으로 약 67만 명의 18~22세 청년들이 평균 2212파운드(360만 원)의 저축금을 아직 청구하지 않은 상태였다. 3000파운드(500만 원) 이상의 투자금을 보유한 계좌는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이러한 금액이 사소한 것은 아니며, 앞서 언급했듯이 작은 금액이라도 사람들의 성인 생활에 중요한 차이를 만들 수 있다. 따라서 관련된 금액의 규모만으로는 사업 폐지 때 항의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을 완전히 설명할 수는 없다. 항의가 부족했던 원인에 대한 보다 가능성 있는 설명은 정책 폐지로 인한 즉각적인 손실을 느낀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당시 가장 나이가 많은 수혜자들인 2002년생조차도 항의하기에는 너무 어렸고 부모들에게 미칠 재정적 손실은 간접적이었다. 2011년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은 잃을 게 없었다. 그래서 정부가 정치적 피해가 가장 적은 지출 삭감 대상을 찾았을 때, 아동신탁기금이 그 대상이 되었다.


그 이후로 이 제도의 많은 실질적인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예를 들어 정부는 많은 계좌를 아동들을 대신해 개설하면서 가족들에게 직접 알리지 않았고, 이로 인해 가족들은 제도가 운영되는 동안 기금의 존재와 추가로 적립 가능한 비과세 저축에 대해 알지 못했다. 또한 많은 은행들도 가족들과 소통하는 데 실패했는데, 때로는 이러한 계좌들이 다른 은행에 매각되어 누구에게 연락해야 하는지 모르는 가족도 많았다. 이 제도는 또한 청년들의 금융 이해력 향상과 같은 다른 중요한 정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을 받았다.


영국의 경험에서 얻은 교훈은 출생 시 지원금이 포함된 베이비 본드 계좌를 관리하는 은행과 다른 금융 기관들이 수급자 가족들과 긴밀한 연락을 유지하여, 그들이 계좌에 적절한 주의를 기울이고, 계좌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며, 현명하게 관리하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또한 출생 시 지급되는 지원금과 18세 이후에 지급되는 지원금 모두에 대해 은행들은 청년들의 금융 교육을 도와야 한다. 손턴 와일더가 말했듯이, "돈은 거름과 같다. 널리 퍼져서 젊은 것들이 자라도록 북돋우지 않으면 아무 가치가 없다." 하지만 널리 퍼뜨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어떻게, 어디에 사용할지 아는 것이 핵심이다.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적, 경제적 도전에 저항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정책들이 사람들이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책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을 경우 사람들이 항의의 목소리를 내도록 만들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이를 위한 한 가지 방법은 잘못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더라도 재정 지원금의 규모를 상당한 수준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영국의 경우, 가장 초기에 생성된 아동신탁기금이 이제 막 만기가 되고 있어서 자금의 오남용이 실제 문제인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초기의 일부 사례를 보면 가난한 가정들이 이 돈을 대학 등록금으로 사용하거나 미래를 위해 따로 저축하는 것으로 보인다. 두리틀 신조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줄리안 르 그랑은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 마셜 연구소 소속으로 영국의 아동신탁기금 제도 창립자 중 한 명이다.


닐스 플라넬은 프랑스 시앙스포(파리정치대) 경영영향력대학원 초빙교수다.


(To read the original essay and other similar essays in English, visit noemamag.com.)


‘집 없는 억만장자’로 유명했던 투자가 겸 자선가 니콜라스 베르그루엔(이젠 집을 마련해서 살고 있다고 합니다)이 설립한 베르그루엔연구소에서 발행하는 매거진. 2014년 허핑턴포스트와 파트너십으로 발행했던 월드포스트가 그 시초로, 현재는 자체 웹사이트 위주로 발행되고 있습니다. 정치적 성향은 두드러지지 않으나 대체로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국제정세, 철학, 테크놀러지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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