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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뉴스1
2025.02.21 16:11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전쟁은 더이상 과거처럼 한치 앞이 안보이는 안갯속이 아니다. 다양한 센서를 장착한 위성과 드론이 전장을 항상 샅샅이 감시하고, 인공지능(AI)은 실시간으로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한다. 그 결과, 양측 모두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표적을 포착하고 공격하기가 과거보다 훨씬 쉬워졌다. 이는 대규모 전통식 공세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다.
미국 정부는 이러한 변화에 큰 역할을 해왔다. 우크라이나군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사용된 것보다 더 성능이 뛰어나면서도 저렴한 드론을 개발하도록 지원했으며, 목표물을 식별하고 무기를 유도해 적의 후방 깊숙한 곳까지 타격하는 AI 기반 '킬 체인'을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줬다. 미국 기업들도 이 새로운 전쟁 양상의 최전선에 서 있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자사의 무기가 실제 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관찰하고 이를 개선하고 있다. 또한, 전통적인 전쟁 방식을 혁신하려는 미국 기업들에 민간 자본이 몰려들고 있다. 지난해 12월,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Palantir)는 항공우주 기업 RTX(구 레이시언)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방산업체 자리에 올라섰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만 해도 팔란티어의 시가총액은 RTX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그 격차를 크게 벌렸다(차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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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주요 방산기업과 팔란티어의 시가총액 비교. /그래픽=The Economist
첨단 기술의 최전선에서 뒤처지고 있는 미군
그러나 미국이 보유한 기술력과 혁신, 그리고 막대한 국방 예산에도 불구하고 정작 미국 군대는 변화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3년 말까지 미군 최고위 장성을 지낸 마크 밀리 전 합참의장은 자신이 4년간 지휘했던 군 조직이 근본적으로 작전 수행에 부적합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지난해 구글 CEO 출신이자 어느 군사 기술 투자 펀드의 후원자인 에릭 슈미트와 공동 기고한 글에서, 미국 기업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AI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군은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배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미군은 드론이 넘쳐나는 전장 환경에 대응할 장비와 훈련이 부족하며, 무기는 매달 기술이 진화하는데도 미국은 이를 획득하는 데 수년이 걸린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미 국방부가 작전 방식, 무기 획득 방식, 구매 시스템 전반에 걸쳐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미국의 새 대통령도 이에 동의하는 듯하다. 이번 주 트럼프 대통령은 개혁의 선봉장 역할을 맡아온 일론 머스크에게 국방부 개혁을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는 지난달 인준 청문회에서 국방부가 "너무 폐쇄적이며, 새로운 기술의 유입을 막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신임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월츠 역시 최근 한 인터뷰에서 "위대한 인재와 기업 리더들이 국방부에 들어가 획득 시스템을 전면 개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버의 전 임원인 에밀 마이클을 포함한 테크 업계 출신 인사들을 국방부 고위직에 임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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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미국이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유지하며 중국과의 전쟁에서도 승리할 수 있으려면 세 가지를 바꿔야 한다. 첫째는 군대 자체로, 전투방식과 무기체계를 혁신해야 한다. 둘째는 이들을 지원하는 방위산업으로, 기존의 대형 방산업체 중심에서 보다 혁신적인 신생 기업들로 균형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셋째는 가장 이해하기 어렵고 변화에 대한 저항이 가장 크지만, 모든 해결책의 핵심적 요소인 국방 예산을 둘러싼 정치적 이해관계 조정, 즉 '이권 나눠먹기 정치'다.
군 내부 개혁의 필요성과 수준을 둘러싸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신 기술이 과대평가되고 있으며, 군사력의 핵심은 여전히 전통적인 전력 요소—즉, 좋은 전술, 병력 규모, 탄약 비축량—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인공지능(AI)이 복잡한 임무 앞에서는 한계를 보일 것이며, 지휘관들이 이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또한, 험준한 지형은 로봇을 무력화할 수 있다며, 미국이 해야 할 일은 차세대 기술보다 병력 증강, 조선 산업 확대, 정밀 미사일 개발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반면, 전쟁 양상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믿는 급진적인 입장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일론 머스크다. 그는 최근 중국의 드론 기술 시연을 보고 "어떤 바보들은 아직도 F-35 같은 유인 전투기를 만들고 있다"는 발언을 남기며, 값비싼 전투기보다 대량의 저렴한 드론이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비슷한 논조지만 덜 직설적인 주장은 라즈 샤와 크리스토퍼 커코프가 공동 저술한 '유닛 X'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10여 년 전 미 국방부 내에서 방위혁신본부(DIU)라는 미래지향적 조직을 설립하려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기존 무기체계를 대폭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극초음속 무기와 대함 미사일이 해군 함정을 쉽게 격침시킬 수 있는 시대에, 구축함과 전함 건조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단언한다.
중도적 입장을 취하는 신중한 개혁론자들도 있다. 이들은 미국의 기존 군사력 구조를 완전히 해체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본다. AI와 자율 무기가 소프트웨어만으로 인간 조종사의 모든 역할을 대체할 정도로 발전하지는 않았으며, 무인 수상 함정이 흑해에서는 효과를 발휘했지만 태평양을 횡단하거나 대서양의 폭풍을 뚫고 항해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중국의 드론 군집 시연은 정교하게 연출된 불빛 쇼였을 뿐, 재밍(전파 교란) 공격을 받으면 쉽게 무력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물리적 한계도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소형 드론이 중무장 상태로 중국의 방공망을 회피하면서 태평양을 건너는 것은 불가능하다. 1월 20일까지 미국 방위혁신본부 부본부장을 지낸 아디티 쿠마르는 "모든 무기체계가 최고급에 모든 능력을 갖출 필요는 없지만, 어떤 시스템은 그럴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시각에서는, 미국이 소위 '하이-로우 믹스(high-low mix)'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고 본다. 즉, 소수의 첨단 고급 플랫폼과 무장의 무기(high)와 훨씬 더 많은 수의 저렴하고 단순하며 대개는 무인화된 무기(low)를 함께 운용되는 방식이다. 고급 무기는 여전히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에이태큼스(ATACMS) 전술 탄도미사일과 영불(英佛) 합작 스톰섀도(Storm Shadow) 순항미사일은 크름(크림)반도에서 러시아의 방공망을 파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고급 무기들은 더 저렴한 무기들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방식으로 활용되거나, 또는 '로열윙맨(loyal wingman)' 개념처럼 유인 전투기와 드론이 나란히 작전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운용될 수도 있다.
균형 잡힌 군대
군사력 구성의 최적 조합을 두고 논쟁이 뜨겁다. 특히, 어떤 고급 무기를 폐기하고 어떤 무기를 유지할 것인지가 가장 민감한 문제다. 마크 밀리 전 합참의장은 지난해 한 연설에서 잠수함의 수를 두 배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잠수함은 미국이 보유한 가장 복잡하고 비싼 무기 중 하나지만, 높은 은밀성 덕분에 첨단 감시 기술이 발달한 전장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그는 항공모함의 미래에는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5000명의 승무원이 탑승한 배가 앞으로 20년 내에 무용지물이 될 것이 확실하다"며, "전자전 장비로 미사일을 교란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그 배는 태평양 전쟁 당시 미드웨이 해전에서 최고 전성기를 찍은 거대한 강철 덩어리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밀리는 F-35 전투기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과연 2088년에도 유인 전투기가 하늘을 지배할 것이라고 믿는가?"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법의 위험은, 미국이 2030년 이전에 전쟁에 휘말릴 경우, 전통적인 무기체계(F-35 같은)도 충분하지 않고 신기술 무기들도 실전 배치가 부족한 상태에서 전투에 나서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어떤 무기를 구매할 것인지는 잠시 내버려두고, 누가 그것을 제작할지를 살펴보자. 현재 미국의 무기 획득 시스템은 정부가 유일한 구매자가 되어 요구 사항을 설정하고 모든 연구·개발(R&D)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를 띠고 있다. 이는 대형 항공모함이나 폭격기처럼 개발비용과 기간이 막대한 프로젝트를 민간 기업이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소형 무기나 소프트웨어 기반 장비처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가 필요한 장비를 획득하는 방식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팔란티어의 최고기술책임자 샴 산카르는 '국방 개혁'이라는 4000자 분량의 선언문을 발표했다. 그는 1993년 51개였던 미국의 대형 방산업체가 현재 단 5개로 줄어들었다며(차트 2 참조), 이로 인해 혁신이 저해되었다고 지적했다. 산카르는 "방산업체들의 통합이 획일화를 낳았고, 혁신적인 창업가들과 엔지니어들을 내몰았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기업 수의 감소를 넘어 방산업체들의 정체성과 기업 문화를 바꾸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방부 고위직을 제안받았으나 거절한 산카르는, 냉전 시대에는 미국 국방 예산의 단 6%만이 전문 방산업체로 흘러갔다는 점을 강조한다. 당시 대부분의 국방 계약은 민간 부문과 군사 부문을 함께 운영하는 기업들에 돌아갔다. 예를 들어, 그는 자동차 회사 포드가 1990년까지 인공위성을 제작했으며, 시리얼과 과자로 유명한 제너럴밀스가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유도 시스템을 개발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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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방산업계는 1980~2001년을 거치면서 주요 5개사로 통폐합됐다. /그래픽=The Economist
민간 시장과의 연계는 방산업체들이 경쟁력을 유지하도록 만들었으며, 연구·개발(R&D)에 대한 자체 투자를 견인했다. 그러나 현재 미국 국방 예산의 86%가 전문 방산업체에 집중되고 있다. 마이클 브라운 전 방위혁신본부 본부장은, 미 국방부의 10대 공급업체 3분의 2가 군사 부문에만 의존하고 있는 반면, 중국의 주요 방산업체들은 군사 부문에만 의존하는 비율이 3%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사고방식이 얼마나 다를지 생각해 보라"고 그는 말한다.
무기체계가 점점 데이터와 소프트웨어에 의존하게 되면서, 미 국방부와 방산업체들은 테크 업계의 위험 감수 문화와 함께 업데이트를 자주하고 AI를 더욱 많이 사용하는 신속 개발 프로세스를 받아들여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 방위혁신본부의 드론 개발을 언급하며 아디티 쿠마르는 "우리는 저렴한 상업용 기성 부품을 활용하고, 정부에서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며, "그 결과 기존 국방부가 지불했던 것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통합해 무기를 배치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형 실리콘밸리 기업들도 점차 국방부와 협력하는 방향으로 돌아서고 있다. 2월 4일, 구글은 오랫동안 유지해온 AI의 군사적 활용 금지 정책을 철회했다. 오픈AI, 앤트로픽, 메타 등 AI 선도 기업들도 국방 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국방부 출신이자 현재 '특별 경쟁 연구 프로젝트'를 이끄는 일리 바이라크타리는 "과거에는 테크 기업들이 국방부와 협력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으며, 그들은 이제 국방부와의 협력에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도 이러한 변화에 동참하고 있다. 벤처캐피털의 방위산업 투자 규모는 지난 10년 동안 18배 증가했다. 컨설팅 기업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벤처캐피털의 방산 투자액은 2014년 5억 달러에서 2024년 87억 달러로 급증했다.
돈만으로는 전비태세를 제대로 갖출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민간 기업의 활력을 정부의 느린 획득 시스템에 접목하는 것은 쉽지 않다. 미국 국방 예산은 연간 8000억 달러 이상으로 세계에서 가장 크지만, 그 배분 과정은 비효율적이며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혀 있다. 이론적으로는 행정부가 국방 전략을 설정하고, 각 군(軍)의 지휘부가 이에 필요한 전력을 국방장관에게 요청하며, 이후 정부가 의회에 예산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복잡하다. 각 군 지휘부는 의회에 직접 로비하여 자신들이 원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려 하고, 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 경제를 고려해 국방부가 낡은 무기를 퇴역시키는 것을 막기도 한다. 또한, 의회는 국방부의 예산 재조정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으며, 국방부는 예산 중 60억 달러 이상을 유연하게 사용할 수 없고, 1500만 달러 이상을 재배치할 경우 반드시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정치적 갈등의 가장 큰 결과는 끝없는 지연이다. 우크라이나에서 드론은 6주마다 소프트웨어, 센서, 무선 시스템을 교체하며 진화하고 있다. AI 기술도 1년이면 시대에 뒤처진다. 하지만 미 국방부의 예산 배정 프로세스는 최소 2년이 걸린다. 게다가, 정치적 교착 상태로 인해 예산안이 기한 내에 통과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지속 결의안"(의회에서 예산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전년 예산을 지속해서 적용하는 것)이 작동하게 되는데, 이는 새로운 국방 프로그램 착수를 막는다. 지난해에는 이로 인해 6개월간 예산 집행이 지연됐다. 최근까지 국방부 부차관보를 지낸 마이크 호로위츠는 "국방 획득 시스템을 간소화하고 속도를 높이는 것이 국방 혁신의 핵심 열쇠"라고 강조했다.
의회에 혁신적인 새 계획에 예산을 지원해줄 것을 설득하는 것이 가능은 하지만 매우 어렵다. 2023년 8월, 당시 국방부 부장관이었던 캐슬린 힉스는 2년 내에 배치가능한 "수천, 수만 대"의 업그레이드가 용이한 드론을 구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레플리케이터(Replicator) 계획"을 주도했던 호로위츠는 이를 "엄청난 진보"라고 평가했다. 그는 기존의 비싸고 느린 무기 획득 방식('펜타곤 표준')과 달리, "레플리케이터는 저렴하면서도 빠르게 전력(戰力)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브라운은 방위혁신본부 본부장 재직 당시(2018~2022년) 1만7000달러였던 드론 가격이 현재는 그 10분의 1 이하로 낮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회가 레플리케이터 계획에 단 5억 달러(국방 예산의 0.5%)를 배정하도록 설득하는 데만 해도, 힉스와 그녀의 팀은 약 40차례의 브리핑을 진행해야 했다. 더욱이, 이런 효율적인 획득 방식이 국방부 전체에 확산되고 있지는 않다고 브라운은 지적하며, "그게 가장 실망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사례로는 기타거래권한(OTA)이 있다. 이는 연방조달규정의 2000페이지에 달하는 복잡한 규제를 우회하여 정부 기관이 보다 신속하게 물자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절차적 혁신이다. 국방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오스틴 그레이에 따르면, 국방부는 현재까지 OTA를 통해 860억 달러를 지출했으며, 그중 대부분이 최근 5년 사이에 사용되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OTA 활용이 정체 상태에 빠졌다고 브라운은 우려했다.
브라운은 국방부 법무팀이 "조직을 흔드는 일"을 경계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국방부에는 너무나 많은 분야에서 위험회피적 사고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 위험을 감수하고 나섰다가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팔란티어의 샴 산카르는 2022년 챗GPT가 공개되어 큰 주목을 받았을 당시, 자사가 미 육군을 위해 개발 중이던 제품에 유사한 챗봇 기능을 무료로 포함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육군이 원래 계약서에 그런 기능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고 회상했다.
트럼프와 머스크는 변화를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들의 주변 인물들 역시 국방 개혁에 대한 거대한 구상을 가지고 있다.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똑똑한 인재들을 대거 채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심지어 바이든 행정부에서 근무했던 일부 전직 관리들조차, 트럼프가 국방부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호로위츠는 "트럼프 측이 자신들이 말하는 혁신을 실제로 추진하고 국방부 관료 체계를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만 있다면, 이는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창조적 파괴?
그러나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초점은 국방 획득 시스템을 개혁하는 것보다 비용 절감에 맞춰져 있는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군사 지출과 관련해 "수천억 달러 규모의 사기와 낭비를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헤그세스 역시 최근 데이터 기업 스케일AI의 CEO를 만났다고는 하지만 이런 것보다 국방부 내 '워우키즘'를 제거하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가 IT 분야의 최고의 인재들을 영입한다고 해도, 국방 예산을 둘러싼 의회의 반발을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그럼에도 이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특별 경쟁 연구 프로젝트'의 바이라크타리는 "우리는 아직 위기의식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워싱턴에서는 유럽 대륙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하며, 아시아에서 전쟁이 발발할지 모른다는 인식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세계 최강국의 지위를 유지하려면 군대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민간 기업들의 강점을 고려할 때, 필요한 혁신이 실현되는 것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정치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바이라크타리는 "현재 우리가 처한 문제를 모두가 이해는 하고 있다"며, "우리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세계 최강국이지만, 정작 우리의 군대가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19세기 말, 앨프레드 마한이 '해양력'(sea power)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미국의 해군 정책의 전환을 촉구했습니다. 아메리카 대륙에 고립되어 있던 미국이 경제의 확장과 함께 태평양, 대서양을 넘어 세계로 진출하려하던 시점이었습니다. 그가 해군력(naval power)이 아닌 해양력(또는 바다의 힘)이 중요하다고 했던 것은 해군력은 민간의 조선업과 해상운수 등이 두텁게 저변을 형성해야 그 기반 위에 단단히 설 수 있다는 것입니다. 2월 15일 발간된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국방력은 그 제조업의 기반이 너무 약해졌습니다. 앨프레드 마한 식으로 말하자면 해양력이 아닌 단순한 해군력 뿐이라는 것입니다. 주요 방산업체들은 과거에는 민수용 제품과 함께 군수품을 만들어 국방부에 공급했는데, 지금은 국방부의 지원을 받아 무기를 만들어 공급하는 전문 방산업체들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중국의 경우 이런 전문 방산업체는 3%에 불과합니다. 또,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의 광범위한 활용이 보여주듯 더 이상 과거의 전투 방식은 무용지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1차 세계대전의 거함거포(巨艦巨砲)가 2차 세계대전에서는 항공모함의 항공기에 의해 대체되었습니다. 3차 세계대전에서는 또 어떤 군사혁신(revolution in military affair: RMA)이 전장을 지배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현재로서는 드론, AI, 로봇이 새로운 전장의 주인공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월 단위로 바뀌어가는 첨단 기술 환경에서 미 국방부의 기존 무기 획득(procurement) 방식은 과감히 바꿔야 할 것이라고 제언합니다. 자주국방과 함께 한미동맹을 국가안보의 주요 축으로 삼고 있는 우리로서는 한국의 무기 획득 시스템에 대한 우려와 함께 우리의 동맹인 미국의 획득 시스템에 대한 우려를 함께 갖게 됩니다. 과거에 안주하지 않고 군사혁신을 이뤄내는 나라만이 살아 남는다는 것은 피할 수없는 역사적 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