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점점 커지는 미국 주식에 대한 우려

무역전쟁 우려, 성장 둔화 징후, AI 업계의 균열이 미국 주식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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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뉴시스

2025.03.21 16:01

Wall Street 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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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가 심상치 않습니다. PADO는 앞서 미국 증시가 너무 과열이라 2025년에는 조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을 소개한 적 있습니다만 그 움직임은 예상보다 더 빠르고 격렬합니다. 투자자들이 갖고 있던 두 가지 전제, 1)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은 협상을 위한 엄포에 가깝고 2) 경기 전망이 안 좋아지면 트럼프 대통령도 생각을 바꿀 것이란 전제가 모두 틀린 것으로 판명났기 때문입니다. 경기 침체 가능성을 인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정책을 강행할 것임을 밝힌 트럼프의 3월 9일 폭스뉴스 인터뷰가 가져온 충격입니다.


미국의 개미 투자자들도 바삐 움직이고 있습니다. 3월 들어 미국의 퇴직연금이라 할 수 있는 401(k) 계좌의 거래량은 평소의 4배 이상으로, 지난 5년 중 가장 거래가 많았다고 WSJ는 전합니다. 과거에는 그냥 미국 증시에 묻어두기만 하면 알아서 불어나던 것이 이제 그럴 조짐이 보이지 않으니 금을 비롯한 안전자산과 최근 분위기가 반전된 유럽 시장으로 돈이 옮겨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의 '서학 개미'들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오랫동안 글로벌 증시를 압도했던 미국 주식시장의 우위가 흔들리는 가운데, 다른 국가의 주요 지수들이 S&P 500의 성과를 앞서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 투자자들에게 미국 주식에만 집중된 포트폴리오의 위험성을 일깨우며, 지역적 다변화와 관세 정책이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을 주시할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미국 시장의 조정은 장기적으로는 진입 기회가 될 수 있으나, 단기적으로는 유럽 및 아시아 시장의 상대적 강세에도 주목해야 할 시점입니다.


3월 10일, 새로운 경기 침체 우려가 시장을 뒤흔들어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거의 900포인트 하락했고 미국 주식이 올해 가장 큰 승자가 되리라는 월스트리트의 컨센서스를 약화시켰다.


많은 투자자들은 미국 예외주의—경제적 강점과 기술적 혁신과 같이 미국이 타국 대비 우위에 있다고 여겨지는 이점—가 또 한 해의 견조한 주식 상승을 이끌 것이라 예상했었다.


그러나 무역전쟁 우려, 성장 둔화의 징후, 인공지능 업계의 균열로 낙관론이 다소 빛을 잃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경기 침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고, 이는 미국 주식의 새로운 하락세를 촉발했다. S&P 500 지수는 2.7% 하락했고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 종합지수는 4% 하락했다. 은행 주식과 함께 경제에 민감한 것으로 인식되는 중소기업 주식들도 하락했다. 채권은 상승했다.


"정부가 정색을 하고 정책 목표가 고통을 야기할 것이라고 말한 최초의 사례죠." 머틀리풀자산관리의 투자 애널리스트 셸비 맥퍼딘이 말했다.



미국의 강점이 의문시되는 동안, 다른 국가들은 자국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경제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더 많은 경기 부양책을 내놓았다. 독일은 군사 및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지출을 발표했다.


중국, 캐나다, 멕시코 상품에 대한 트럼프의 관세가 발효된 후 시장은 동요했고, 이는 신속한 보복 조치를 촉발했다. 주식, 채권 수익률, 석유 가격이 폭락했고, 투자자들은 무역전쟁이 미국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서둘러 움직였다.


S&P 500 지수는 지난주 3.1% 하락해 미국 대선 이후 상승분을 지우고 2025년 하락세로 전환됐는데 이는 많은 글로벌 동종 지수 대비 드물게 부진한 실적이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최근 고점에서 10% 이상 하락하며 조정 영역에 진입했다.


이전까지 투자자들은 주요 미국 무역 파트너에 대한 공격적인 관세 부과 등을 포함한 트럼프의 자극적인 정책을 두고 협상의 도구일 뿐이지 실제 실행되지는 않으리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이제는 많은 투자자들이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재점화하고 경제의 회복력을 깨뜨릴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일부는 미국 경제의 예외주의가 생각했던 만큼 견고하지 않음을 우려한다. 많은 투자자들에게 이러한 현기증 나는 일련의 사건들은 앞으로의 불확실성을 나타내는 신호이기도 하다.


"미국 예외주의를 믿고 싶은 욕구는 매우 강해요." 노무라캐피털매니지먼트의 포트폴리오 책임자인 매트 로우가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모든 걸 혼자 하게 되면 모든 게 훨씬 더 비싸질 거라는 게 현실이죠."



트럼프의 관세는 AI 업계의 광채를 흐리게 만들었다. 업계 선두주자인 엔비디아는 1월의 정점 이후 시장가치를 1조 달러(1450조 원) 이상 잃었다. '매그니피센트7'—알파벳, 아마존, 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테슬라—중 메타를 제외한 기업들의 주식은 올해 하락했다.


한편 경제 전선에서 연방준비제도는 금리 결정에 대해 관망 단계에 있다. 압박받는 소비자와 기업들은 오랫동안 금리 인하를 기다려 왔지만 이를 미루고 있는 것이다. 3월 7일 발표된 고용 보고서는 노동 시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시사했지만 약화될 수 있는 징후도 보였다.


앞으로 며칠 동안, 투자자들은 2월의 주요 인플레이션 보고서를 분석할 것이다. 또한 기업들이 트럼프의 광범위한 정책 변화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달러제너럴1울타뷰티2와 같은 기업들의 실적 보고서를 살펴볼 것이다.


이미 일부 기업들은 경고를 발표했다. 타겟3은 관세와 소비자신뢰지수 하락이 실적에 부담을 줘 올해 매출이 정체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많은 제품을 중국과 멕시코에서 조달하는 베스트바이는 소매업체들이 인상된 수입 비용을 전가함에 따라 미국 소비자들이 더 높은 판매가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은 관세가 기업 실적, 특히 주식 랠리의 중요한 원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관세율이 5%p 증가할 때마다 S&P 500 기업의 주당 수익이 약 1~2% 하락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


"지금부터 일주일 후, 또는 한 달 후의 시장 반응이 궁금할 수 밖에 없죠." 노스웨스턴뮤추얼웰스매니지먼트의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 매트 스터키가 말했다. "지금 시장이 그렇게 저렴한 상태는 아닙니다."


투자자들은 수개월 동안 높은 주식 가치평가가 장기 수익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S&P 500 지수는 최근 향후 12개월 예상 수익의 21배에 거래되고 있으며 이는 최근 10년 평균인 18배보다 높은 수준이다.


업계 내부자들의 행동은 종종 시장의 선도지표로 여겨지는데 최근 미국 주식이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신호가 보인다고 일각에선 주장한다. JP모건체이스의 최고경영자 제이미 다이먼은 지난 1월 경제적 역풍이 기업들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주가를 정당화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산 가격이 좀 많이 부풀어 오른 상태입니다." 다이먼이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CNBC에 말했다. "미국 주식 시장 이야기입니다. 다른 나라 주식 시장에는 해당되지 않아요."


몇몇 업계 리더들은 미국 주식 보유를 줄였다. 워렌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는 3214억 달러(466조300억 원)의 기록적인 현금과 국채를 쌓은 후 일본 주식 지분을 늘릴 계획이다. S&P 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 데이터에 따르면 마크 저커버그는 올해 5억 달러(7250억 원) 이상의 메타 주식을 매도했다. 메타는 주식 매도가 사전 계획된 거래의 일부라고 말했다. 저커버그와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모두 2024년에 수십억 달러 가치의 자사 주식을 매각했다.


미국 주식은 2023년과 2024년에 인공지능 열풍과 함께 높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회복하는 경제에 힘입어 맹렬하게 상승했다. 기업 수익이 전반적으로 크게 성장하자 주식 시장은 고점 기록을 수십 번 갈아치웠다.


2024년에 S&P 500 지수는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 시장의 성과를 추적하는 MSCI 월드ex-USA 지수를 1997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앞질렀다. 보다 장기적으로 보면, S&P 500 지수는 2008년 말 이후 연간 총수익률이 평균 16%로, 8%인 MSCI 월드ex-USA 지수의 수익률보다 높다.


그러나 S&P 500은 올해 그 우위를 일부 상실했다. 독일의 DAX 지수와 프랑스의 CAC 40 지수는 각각 약 14%와 9% 상승하여 S&P 500의 퍼포먼스를 압도했다. 홍콩의 항셍 지수는 19% 급등했고 한국의 코스피는 7% 상승했다.


미국 시장의 우위도 최근 몇 주 동안 약화되었다. 팩트셋FactSet에 따르면 최근 미국은 전 세계 증시 시가총액의 약 49%를 차지했다. 지난 1월에는 그 비중이 약 52%로, 2001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팩트셋 데이터에서 최고 기록이었다.


마틴커리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제리드 오스마니는 미국 주식이 너무 비싸져서 자사가 AI 관련 유럽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또한 투자자들에게 일본과 중국과 같은 국가의 더 저렴한 주식에 투자할 것을 권장한다. 그는 트럼프가 다른 국가들에 관세를 부과할지 지켜보고 있다.


"어떤 시나리오도 불가능하지 않죠." 오스마니가 말했다.

1889년 창간된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지. USA투데이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발행부수를 자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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