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2025년 10월 5일(현지시간) 멕시코 멕시코시티 소칼로 광장에서 취임 1주년을 맞아 첫 국정연설에 포함된 정부 활동을 지지자들과 정부 관계자들에게 보고하는 연설을 마친 후 군중을 향해 손을 흔들자 색종이 조각이 떨어지고 있다. /사진=로이터/뉴스1
2025.11.2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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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레나(Morena)의 역설 —비리 리오스(Viri Ríos)
전 세계가 점점 더 우파 포퓰리즘에 잠식되어 가는 가운데, 멕시코는 드물게도 진보 정부가 여러 차례 선거를 거쳐 권력을 유지하면서 실질적 성과까지 낸 사례로 꼽힌다. 보수 정당들은 정치 지형에서 대부분 사라졌고, 집권 좌파 정당인 모레나1는 연방의회에서 절대적 다수 의석을 확보했으며, 32개 주 중 23개 주를 통치하고, 두 명의 대통령을 배출했다. 현 대통령 클라우디아 쉐인바움의 지지율도 76%에 달한다. 멕시코의 아직 초기 단계인 민주주의 역사에서 단일 정당이 이처럼 전면적 권력을 확보한 적은 없었다.
모레나의 강세는 전 세계 진보 진영의 주목을 끌고 있으며, 멕시코 좌파가 어떻게 이토록 비범한 선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는지 정치 전략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어쩌면 가장 단순한 사실이다. 모레나는 지지층에게 실제 성과를 제공했다. 모레나 집권 이후 멕시코 노동계층의 삶은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 2018년 말 집권 이후 실질 노동소득은 30% 상승했고, 1300만 명 이상이 빈곤에서 벗어났다. 최상위 1% 소득 점유율로 측정되는 불평등은 거의 한 세기 만에 가장 가파르고 빠른 하락세를 보였으며, 이는 과거 20년 가까이 걸리던 변화를 불과 4년 만에 달성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모레나가 추진한 정책의 결과다. 모레나는 수백만 명의 노동자를 빈곤 임금에 묶어두던 기존 노동정책 체계를 해체했다. 그 결과 최저임금은 국경 지역에서 3배, 전국적으로 2배 이상 인상됐고, 유급 휴가일은 2배로 늘었으며, 기업의 퇴직연금 부담률은 3배로 올랐다. 아웃소싱은 대폭 제한됐고, 노동조합 비밀투표는 의무화됐다. 이 일련의 개혁은 좌파가 오랫동안 꿈꿔온 변화를 실제로 실현한 역사적 성취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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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멕시코에는 새로운 희망이 뿌리내렸다. 정부 신뢰도는 두 배 이상 증가했고, 민주주의 만족도는 급등했으며, "국가가 국민을 위해 통치한다"는 믿음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모레나는 신자유주의의 핵심 축 일부를 그대로 남겨두었다. 무엇보다 재정 개혁을 회피해 국가의 재분배, 개발 역량을 충분히 확장하지 않았다. 대신 긴축과 예산 재배치를 통해 소규모 인프라 사업과 현금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집중했고, 공공보건, 교육, 민간 경찰력, 장기 발전전략 등에는 충분히 투자하지 않았다.
모레나가 왜 더 깊은 재분배 정책을 추진하지 않았는지는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멕시코 경제가 글로벌 공급망에 깊이 얽혀 있는 만큼 재계의 반발을 우려했을 수도 있다. 혹은 더 단순하고 불편한 이유—당 내부의 부패—일 수도 있다.
이 원인이 무엇이든, 결과는 뼈아픈 역설이다. 모레나가 노동계층을 위해 이룬 성취는 전국 지방권력 확보를 보장할 만큼 충분하지 않았다. 이에 모레나는 전국 권력 장악을 위해 지름길을 택해, 역사가 깊은 후견인-피후견인 정치 네트워크에 의존하거나 정치 구체제 인사들과 손을 잡았다. 실제로 모레나 연합 내 의원, 주지사의 20%는 과거 우파 또는 중도우파 정당 출신이다.
이로 인해 모레나가 진보 개혁을 추진할 동력은 희석됐다. 내부 협상으로 인해 많은 개혁이 지연되거나 포기되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모레나는 내부의 중대 부패 의혹을 사실상 무시하며 당이 추구하는 이상(理想)보다 당 구성원들을 우선시했다는 점이다. 이 이상이 모레나의 집권을 가능케했는데도 말이다.
가장 논란이 큰 정책 중 하나는 사법개혁이다. 이 개혁은 향후 3년간 모든 판사를 국민직선으로 교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발상은 남미와 같이 불평등이 심한 국가에서 사법부가 종종 경제 엘리트의 이해를 대변하며 민주적으로 제정된 개혁을 법 해석이라는 명분으로 약화·차단해 왔다는 정확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실제 멕시코 대법원은 오랫동안 경제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려 왔다. 미지급 노동시간 청구권을 부정하거나 노동자가 자신의 보호 조항을 포기하도록 허용하거나, 노동권 자체를 인정하지 않은 판결이 반복되었다. 또한 누진세 도입을 체계적으로 막고, 대규모 탈세 구조를 용인했으며, 공공 인프라 사업도 잇따라 차단했다. 사법부는 불투명하고 연고주의적이며 일부는 노골적으로 부패해 왔고, 대다수 국민에게 '정의'를 제공하지 못했다.
사법개혁의 필요성 자체는 옳았지만, 모레나의 개혁은 너무 성급하고 조잡하게 추진되면서 과두 세력의 영향력이 지속될 커다란 빈틈을 남겼다. 6월 첫 사법 선거에서는 수십 명의 무소속 후보가 거대한 투표용지에 등장해 유권자들의 판단이 극도로 어려워졌다. 명확한 정당 라벨이나 유권자 정보도 부족해, 지역 권력자와 모레나 내부 다양한 파벌—일부는 보수 성향—이 특수 이익의 입맛에 맞게 결과를 좌지우지할 공간이 생겼다. 규제도 미흡해 모레나 상원의장이 나중에 "조직범죄 연계 인물들이 실수로 후보 명단에 포함됐다"고 시인할 정도였다.
더구나 최고법원을 포함한 최상위 법원 판사들에게는 재선(再選) 제도가 아예 없었다. 이는 국민이 판사를 책임 있게 견제할 수 있는 능력을 크게 약화시킨다. 선거자금 감시 장치도 부실해, 사법부가 오히려 부자들의 영향에 더 취약해질 위험이 있다.
이는 멕시코 좌파에게 존망이 걸린 위협이다. 쉐인바움 대통령은 사법개혁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국민의 72%가 개혁을 지지하고 있으며, 많은 시민이 이를 통해 부패와 면책을 줄일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만약 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사법개혁은 모레나의 '아킬레스건'이 되고, 오랫동안 분열되고 무기력하던 보수 야권을 되살릴 수도 있다.
멕시코는 경제 규모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불평등하고 빈곤한 국가로 남아 있으며, 현재의 사법개혁이 사법 접근성을 실제로 개선할지도 불투명하다. 지금은 모레나가 노동개혁의 인기와 오랜 세월 국민에게 외면받아온 야권의 약세 덕을 보고 있지만, 구조적 변화에 대한 더 깊은 의지 없이는 이 정치적 허니문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모레나는 내부 부패를 청산하고, 시장 반발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며, 멕시코가 역사적으로 결여해온 광범위하고 건강한 중산층을 구축할 만큼 대담한 비전을 완전히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 의회에서의 절대 다수 의석은 역사적이지만 동시에 짧은 기회다. 공공보건 확대, 교육의 질 개선, 도시 주택난 해결, 재정 개혁 등 급진적이고 야심찬 의제를 실행할 절호의 순간이다.
지금이 그때다.
2. 권위주의의 위협 —움베르토 벡 (Humberto Beck)
2024년 멕시코 대선에서 좌파 정당 모레나는 클라우디아 쉐인바움 후보의 승리로 대통령직을 지켜냈다. 쉐인바움은 60%라는 압도적 득표율을 기록했으며, 이는 2018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약칭 AMLO)가 얻은 53%를 웃도는 수치다. 모레나의 눈부신 선거 성과는 국제 좌파의 관심과 열정을 불러일으켰다. 극우가 선거에서 인기를 얻으며 부상한 다른 국가들과 달리, 멕시코는 좌파 정당의 헤게모니가 공고해진 특별한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트럼프 정부 2기 아래에서 미국 정부가 멕시코(및 다른 많은 국가들)에 대해 보여온 적대감은 쉐인바움에게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그는 미국과의 양자 관계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관리했으며, 이를 통해 국내외적으로 국가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부각할 수 있었다.
쉐인바움의 당선은 모레나의 실세인 오브라도르에게도 승리를 의미했다. 멕시코시티 시장으로서의 경력이 쉐인바움에게 강력한 이력을 제공했지만, 성공의 열쇠는 오브라도르가 그녀를 후계자로 지명한 데 있었다. 쉐인바움의 승리는 다수의 유권자가 오브라도르의 국가 프로젝트의 지속을 원했다는 점을 보여줬다. 임기 시작 후 거의 1년이 지난 지금, 그의 국정 지지율은 70%를 넘나들고 있다.
쉐인바움은 취약계층을 위한 현금 지원과 최저임금의 지속적 인상이라는 두 가지 핵심 정책에서 전임자의 성과를 유지하려는 의지를 이미 드러냈다. 그러나 그는 오브라도르 모델의 더 우려스러운 특징들—대통령과 집권당으로 권력을 집중하는 경향, 공공 행정의 군사화—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모레나를 국제적으로 지지하는 이들은 종종 당의 성공에 내재한 이러한 권위주의적 측면을 인식하지 못한다.
현재 모레나는 멕시코 사회의 대다수, 특히 지난 30년간의 경제 현대화 과정에서 주변화된 사람들을 실제로 대표하는 유일한 정치 세력으로 여겨진다. 수십 년 동안 멕시코 하층민에게 실질적 대표성을 제공하는 데 실패한 야당들은 오늘날의 위기를 스스로 초래했다. 여전히 그들은 과두적 민주주의 개념을 고수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브라도르의 2018년 승리는 과거에는 민주주의 제도를 신뢰할 이유가 없었던 많은 이들에게 멕시코 민주주의의 제도적 정당성을 부여했다. 그 이후로 모레나는 국가 대다수에 실질적 혜택을 제공해왔다.
그러나 이 당은 이러한 대중적 지지를 바탕으로 권력집중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집권 초기부터 오브라도르는 대통령 권한을 제한하거나 권력 행사와 공공지출을 보다 투명하게 만들 수 있는 인물 및 기관을 공격해왔다. 임기 말로 갈수록 그는 다원주의와 책임성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를 넘어, 멕시코 국가를 더욱 권위주의적 방향으로 변화시키려는 시도를 본격화했다. 쉐인바움이 계승하고 있는 이러한 변화는 멕시코의 민주주의 이행 과정에서 등장했던 제도들—행정 투명성 기구, 독립적 선거기관, 자율적 사법부—을 해체하거나 방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사법부 직원들이 2024년 9월 11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에서 상원을 통과한 정부의 사법 개혁안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모레나는 자당의 정치적 행위에 대한 궁극적이고 의문 제기 불가능한 정당화로 "멕시코 국민"을 내세운다. 하지만 이 "국민"은 환경운동, 페미니즘, 폭력 피해자 운동 등 멕시코 국가에 정당하고 필수적인 민주적 요구를 제기해 온 다른 모든 이들을 포함하진 않는다. 모레나가 규정하는 정당한 "국민"은 오직 당의 정치적 통제에 유리한 이들뿐이고, 그 외의 사람들은 기득권 엘리트의 은밀한 이익을 대변할 뿐이라고 몰아세운다.
모레나 지지자들은 권력 집중을 기업 및 언론의 과두 세력에 맞서 공적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정당화해왔다. 오브라도르는 이를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결탁을 해체하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그러나 결과는 엇갈린다. 당은 국가전략적 자주성을 강화하려 했던 분야—에너지, 식량, 의약품 유통—에서 오히려 부패 의혹에 직면해 왔다. 또한 노동정책과 현금지원에서의 성과는 무엇보다 공공보건 보장의 대폭 축소 등 국민 복지의 다른 핵심 영역에서의 실패로 약화되었다.
모레나는 최근 사법개혁을 사법행정의 문제와 멕시코 사법부의 부패를 해결하기 위한 민주적 실험으로 제시해왔다. 이 개혁은 모든 법원의 판사직을 선출직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은 모레나에 우호적인 대다수의 판사를 확보하도록 설계됐다. 모든 판사와 대법관을 국민 직선으로 뽑는 방식은 국가 권력분립 구조에 도전을 제기한다. 후보 선별은 행정부와 입법부(둘 다 모레나가 장악)가 임명한 위원회에서 이루어졌으나, 이는 범죄조직 연루 후보들의 출마를 막는데조차도 실패했다. 모레나는 또한 사법 구성원에 대해 "직무 수행의 탁월성 여부"와 같은 임의적 기준을 근거로 해임할 수 있는 새로운 인사기관인 사법징계법원을 창설했다.
6월 첫 사법부 선거에서 모레나 성향 후보들은 대법원과 사법징계법원 전석을 차지했다. 선거 직전 정부는 시민들에게 누구에게 투표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가이드'를 배포했다. 그러나 가장 놀라운 사실은 매우 낮은 투표율이었다. 전체 유권자의 13%만 투표했고, 그 중 22%는 투표용지를 무효 처리했다. 다만 당내 분열로 인해 모레나의 정치적 장악 목표는 복잡해지고 있다. 이번 사법부 선거의 결과는 동시에 당의 헤게모니를 공고히 하는 한편, 집권 세력 내부 다양한 파벌과 연계된 이익집단들이 멕시코 사법체계를 장악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모레나의 정치 프로젝트에는 또 하나 종종 간과되는 권위주의적 차원이 있다. 바로 새로운 민군통합 정부 모델의 형성이다. 오늘날 멕시코 군은 현대 멕시코 역사에서 전례 없는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멕시코는 범죄 조직이 지배하는 지역에서 국가 통제력이 급격히 약화되는 상황을 겪어왔으며, 이는 20세기 후반에 시작돼 모레나 집권기 동안 정점에 이르렀다. 이것이 바로 모레나 헤게모니의 역설이다. 즉, 권력이 집중되는 동시에 그 권력은 점점 제한적이고 비효율적으로 변하고 있으며, 그 결과 농촌과 도시 모두에서 범죄 조직이 주민을 위협하고 착취하며, 극단적 경우 국가 기능을 대체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모레나의 정치적 통제 강화는 이렇게 민간 권력과 국가 권력이 나뉘어지는 가운데, 군과 범죄 조직의 힘이 커지는 현실과 맞물려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가까운 미래에 어떻게 수렴할까? 한 가지 가능한 지표는 쉐인바움이 추진한 치안정책 변화다. 그는 민간 주도의 범죄 대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쉐인바움의 치안정책은 어떤 면에서는 전임자의 실패를 드러낸다. 그의 정부는 취임 6개월 만에 오브라도르의 6년 임기 전체 동안의 강력범죄 관련 체포 건수를 넘어섰다. 그럼에도 최근 조사에 따르면 61%의 시민이 자신이 사는 도시를 불안하다고 느끼고 있다. 이러한 현실이 쉐인바움의 임기뿐 아니라 모레나의 정치적 유산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규정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3. 비리 리오스의 반론
나는 움베르토 벡이 멕시코를 권위주의 국가로 분류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사법개혁의 실행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정당하지만, 새로운 사법부 선출 방식을 시도했다는 이유만으로 멕시코가 비민주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중요한 맥락을 결여한 것이다.
멕시코 사법부는 결코 진정으로 독립적이거나 중립적이지 않았다. 사법부는 힘센 자들을 위해 봉사하는 체제를 유지했고, 국민을 위한 기관이 아니었다. 수년 동안 사법부는 책임성을 결여한 채 운영되었으며, 탈세를 보호하고 노동권을 약화시키며 민주적 개혁을 무력화해왔다. 그것은 권력에 대한 민주적 견제가 아니었다. 엘리트 지배를 포장한 것일 뿐이었다.
정부가 얼마나 민주적인지를 진정으로 평가하려면 절차적, 제도적 기준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민들이 정부를 실질적으로 형성할 수 있는지, 그리고 제도가 공익을 위해 봉사하는지를 물어야 한다. 내 관점에서, 모레나는 멕시코의 과거 어떤 민주정부보다 이 기준을 더 충족해왔다.
모레나의 권력 집중에 대한 우려를 다루기 위해서는, 정치학자 아담 쉐보르스키의 민주주의 정의—"집권 정당이 패배할 수 있는 체제"—를 참고하는 것이 유익하다. 이 기준에 따르면 멕시코는 여전히 확고한 민주주의 국가다. 모레나는 선거에서 패해왔고, 지금도 패하고 있다. 불과 한 달 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모레나는 선거를 치른 지방정부의 65%를 잃었다. 지난 대선에서는 40%의 유권자가 야당을 지지했으며, 야당은 현재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다수를 통치하고 있다. 모레나의 의회 절대 다수 의석조차도 이념적으로 이질적인 연정 파트너들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들은 점점 독자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권위주의 공고화의 신호가 아니다. 생동하는 민주주의의 분명한 징표다.
모레나가 멕시코의 투명성 관련 기관을 개혁한 것이 심각한 실책이라는 점은 사실이다. 그 기관은 언론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맥락은 중요하며, 일부 자율기관이 행정부의 통제를 받게 되었다는 이유로 멕시코가 권위주의 국가가 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그 기준이라면 칠레, 캐나다, 홍콩, 일본도 권위주의 국가로 불려야 할 것이다. 비정치적, 전문관료적 기관이 본질적으로 우월하다는 생각은 종종 정책을 민주적 경쟁으로부터 분리하려는 시도를 숨기곤 한다. 정치화는 민주주의의 위협이 아니다. 오히려 민주주의의 필수 조건이다.
모레나가 당에 대한 충성이 민주주의보다 우선하는 통일된 헤게모니 정치운동이라는 주장도 완전한 허구다. 모레나는 단일체가 아니다. 당은 깊게 분열돼 있으며, 다양한 파벌이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멕시코가 실제로 직면한 위험은, 당선된 공직자 상당수가 진정한 변혁적 좌파 비전을 공유하지 않는 정당 출신이라는 것이다. 모레나가 이념적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하고 이러한 숨은 야당 세력이 당의 의제를 형성하도록 허용한다면, 결국 새로운 형태의 보수 복귀를 허용할 위험이 있다.
모레나가 선거법을 개편해 야당의 승리를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인정한다. 하지만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좌파가 가장 먼저 이를 규탄해야 한다. 그것은 조직된 시민 집단이 집권당을 견제할 수 있는 능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어떤 논쟁도 추측이 아니라 증거와 비교 분석에 기반해야 한다.
이 점이 중요한 이유는, 멕시코 야당이 정부가 권위주의적이라고 비난하는 경우가 흔히 다른 민주국가에도 존재하는 제도를 도입했는데 단지 멕시코가 2000년대 초에 가지고 있었던 제도들과 다르다는 이유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이 논쟁은 종종 허위 주장 위에 구축된다. 좋은 예가 다가올 선거 개혁에 대한 현재의 반응이다. 야당과 그 동맹들은 개혁안의 내용을 알지도 못한 채 이미 독재적이라는 낙인을 찍었다. 그들은 선거 개혁이 비례대표제를 폐지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통령은 명확히 그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야당의 비판은 익숙한 전술이다. 위기를 조작하고, 그것을 반복해 사실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좌파는 과장된 분노와 성급한 권위주의 비난을 넘어,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민주적 개방이 지속적 변화로 이어지도록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멕시코의 민주주의는 역사상 처음으로 국가의 거대한 하층민에게 실질적 참여와 가시적 이익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러한 진전을 왜곡하는 오진이 아니라, 이 성과를 더욱 심화시키는 일이다.
4. 움베르토 벡의 반론
비리 리오스는 모레나 좌파 프로젝트의 핵심 '역설'을 정확히 지적한다. 그녀는 모레나가 수백만 명을 빈곤에서 구해냈지만 동시에 신자유주의적 과두제 국가의 일부 기둥을 그대로 유지해 왔다고 말한다. 또한 사법 서비스 접근을 민주화하려는 목표를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강력한 이익집단의 사법부 장악을 더욱 공고히 할 가능성이 큰 사법개혁과 같은, 모레나의 상징적 정책들 내부의 모순도 강조한다.
그러나 집권 7년 차에 접어든 지금, 모레나의 이러한 역설은 당이 여전히 좌파 프로젝트인지조차 의문을 제기할 만큼 심화됐다. 당은 대중적 이익을 위한 조치를 시행해 왔지만, 동시에 광범위한 부패와 공공보건, 공공안전 등 주요 공공정책 분야에서의 재앙적 비효율을 특징으로 하는 정치기계로 변모했다. 민주적 대중 대표성을 보장하는 정책은 모레나가 장기 집권을 확보하려는 더 큰 목적에 봉사할 뿐이다.
쉐인바움 정부 아래에서 모레나는 당의 정치 모델이 잠재적으로 가지는 억압적 성격을 더욱 강화했다. 제도적 권력의 경쟁 대안들의 중심을 공격하는 것뿐 아니라, 최근에는 일련의 권위주의적 개혁안도 통과시켰다. 여기에는 치안의 군사화, 군이 시민을 감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치, 비평가들이 잠재적 "권위주의적 디지털 인프라"라고 부르는 시스템의 구축 등이 포함된다. 이는 적절한 민간 감시 없이 군의 사회 개입을 확대하는 강압적 감시장치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충성파가 주도하는 공공기관의 묵인 속에서, 모레나 정치인들은 비판자를 침묵시키기 위해 점점 더 노골적인 검열에 의존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조치들이 멕시코 사회의 급진적 재구조화를 목표로 한 프로젝트의 일부였다면, 모레나는 부패 척결에 나섰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모레나 관계자들을 둘러싼 부패 스캔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국가는 여전히 정치 엘리트를 부유하게 만드는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쉐인바움의 남은 임기 동안 근본적인 방향 전환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모레나는 사회 정의의 이름을 내세워 권위주의 프로젝트를 정당화하는 새로운 정치 계급의 이익을 위해 정치적 통제와 법적 면책의 체제를 계속 구축하게 될 것이다. 현재로서는 모레나가 멕시코에서 진정한 '대중민주주의 정치'의 탄생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비리 리오스는 라틴아메리카 여러 언론 매체의 칼럼니스트이며, '이건 정상이 아니야No Es Normal'을 비롯해 불평등의 법적 기원을 다룬 여러 저서의 작가다. 리오스는 멕시코 정치경제를 다루는 영어 뉴스레터 '멕시코 디코디드Mexico Decoded'를 운영하고 있다.
움베르토 벡은 멕시코시티 소재 멕시코컬리지El Colegio de México에서 역사를 가르치며, '반란, 아나키, 혁명: 순간을 통해 본 정치의 해부Insurrección, anarquía, revolución: una anatomía política del instante'의 저자다.






미국의 진보적 계간지 디센트(Dissent)는 가을호에 '멕시코 모델'이라는 제목으로 멕시코의 좌파 집권당 모레나가 이끌고 있는 '개혁'에 대한 지지와 비판 양론을 실었습니다. 비판하는 쪽도 진보 계열 인사인데, 이 비판자는 모레나가 국민에게 자유와 평등을 가져다주기보다는 권력을 독점해나가고 있으며, 이것을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감추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한마디로 국민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는 위선적 개혁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이번에 실시한 사법개혁이 그렇다고 합니다. 모레나는 사법부 개혁이라는 기치 아래 판사와 대법관의 직선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모레나에 가까운 인사들이 선출되었습니다. 앞으로 몇 년에 걸쳐 사법부 직선제를 계속 확대해나갈 것입니다. 이 기사에서 모레나의 '개혁'을 옹호하는 필자는 멕시코 사법부가 가진 자들 편에 서왔기 때문에 이것을 어떻게든 혁파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그리고 모레나의 개혁이 문제가 있는 점도 인정하지만, 이 역시 모레나 내부에 섞여들어온 보수인사들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즉, 이들 보수 인사들을 걸러내고 당을 더욱 진보적으로 바꿔나가야 하는 것이지 사법부 직선제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멕시코, 튀르키예 등에서 사법부를 둘러싸고 진행되는 논쟁이 우리에게 의미있는 것은 한국에서도 사법부에 대해 여러 논의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법부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그리고 사법부와 입법부, 행정부는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할지 이런 나라들의 선행 실험들이 타산지석이 될 것입니다. 정치적 실험은 실패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다른 나라, 다른 시대의 선례들을 철저히 연구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멕시코의 '사법 개혁'이 개선이 될지 개악이 될지 꼼꼼히 지켜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