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끔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비판자들에게 관대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는 지난해 "내가 정말 권위주의자인가?"라고 반문하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비판은 좋은 것이다. 우리는 분노나 원한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때로는 비판자들에게 보다 적대적인 면모를 드러내기도 한다. 그는 지난해 6월 "외국 세력들이 우리 사회에 분열을 조장하기 위해 NGO들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며 진노했고, 이어 "그들은 자신들이 민주주의와 인권, 언론 자유의 수호자라고 주장하지만, 사실 그것은 그들만의 민주주의, 인권, 언론 자유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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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장군의 모습에서 고양이를 품에 안는 할아버지 이미지로 변신한 인물에게 어느 정도의 모호함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프라보워의 기질은 너무나 변덕스러워서 그의 동맹들조차 인도네시아의 거시경제 안정성과 민주주의의 미래를 우려하고 있다.
프라보워는 권력을 중앙집중화하고 있으며, 다당제 민주주의에 대한 자신의 오랜 경멸을 실천하려는 듯 의회 내 야당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그는 인도네시아의 재정 능력을 넘어서는 지출을 하고 있으며, 측근들을 경제 분야 핵심 직위에 앉히고 군에 더 큰 공적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그 결과 일부에게 1997~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인도네시아의 안정을 떠받쳐온 개혁이 역행하기 시작하는 조짐처럼 보인다. 당시 금융위기는 수천만 명을 빈곤으로 몰아넣었고, 정치적 불안정과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분리주의 반란이 이어지는 시대를 열었다. 오늘날 비슷한 혼란이 발생한다면 인도네시아의 2억9000만 국민에게 피해를 줄 뿐 아니라, 호주와 싱가포르 같은 이웃 국가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니켈 등 주요 원자재 수출에 타격을 입히며 세계 최대 무슬림 인구 국가가 지난 20년간 이룩한 경제적, 정치적 진전을 무너뜨릴 수 있다.
방만한 재정
프라보워가 최근 인도네시아의 관행에서 가장 크게 벗어난 부분은 대규모 지출이다. 그는 두 개의 거대한 포퓰리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하나는 학생들의 발육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무상급식 프로그램이고, 다른 하나는 농민들을 착취하는 중간상들을 대체하기 위해 전국 8만 개 마을 단위에 설치하는 농업협동조합 네트워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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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으로 추산하더라도 이 두 사업만으로 올해 최소 320조 루피아(약 180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올해 예산상 세입의 약 10%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는 인도네시아 재정에 가해지는 부담을 과소평가한 것일 수 있다. 프라보워 집권 이후 예산 전망은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 석탄, 니켈, 팜유 등 주요 수출품 가격 하락으로 세수가 타격을 입었고, 2025년 세수는 당초 예상됐던 7% 증가 대신 3% 감소했다.
그럼에도 프라보워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다른 분야의 지출을 대폭 삭감하고 재정적자가 확대되도록 허용함으로써 자신의 핵심 사업들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해왔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2.9%로,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사상 최대 규모였다. 이는 2003년부터 재정 건전성을 제도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법으로 규정한 3% 상한선에 위험할 정도로 근접한 수준이다.
신용평가사인 S&P는 조만간 인도네시아 국채 신용등급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강등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문제 제기하는 인도네시아 정부 관계자들은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40%에 불과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부채는 세수로 상환해야 하며, 부채 상환 비용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다. S&P에 따르면 지난해 세수의 16%가 이자 지급에 사용됐는데, 이는 10년 전의 9%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S&P는 이 비율이 15%를 넘는 상태가 "지속될 경우" 신용등급 강등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강 곡선
이란 전쟁은 이러한 압박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주로 석탄 형태의 에너지를 수출하는 순에너지 수출국이지만, 원유는 순수입국이다. 정부는 연료와 전기요금을 보조하고 있는데, 유가 급등 이전에는 올해 이 비용이 120억 달러(예산상 세입의 약 7%)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석탄과 니켈 가격 상승 덕분에 세수는 다소 증가할 전망이다. 정부는 수출품에 대한 횡재세(windfall tax)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석유와 가스 가격은 이보다 훨씬 더 크게 상승했기 때문에, 세수 증가 효과는 급증하는 보조금 부담에 의해 상쇄될 것이다. 재무부는 추가로 57억 달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재무부는 올해 평균 유가가 배럴당 97달러에 이를 경우 재정적자가 GDP의 3.5%까지 확대돼 법정 상한선인 3%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수도 자카르타의 정부 관계자들은 이 상한선이 인위적으로 지나치게 엄격하며 일시적으로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이 규정이 다소 자의적으로 유럽연합(EU) 재정규칙을 베낀 것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동남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은 더 큰 재정적자를 기록하고도 위기를 겪지 않은 사례가 있다.
그러나 프라보워는 3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와 같은 매우 큰 비상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재정적자 상한선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그는 이 상한선이 경제성장을 가로막고 있을 수 있다고 시사한 바 있다.

프라보워는 무상급식 프로그램을 주 6일에서 주 5일로 축소해 약 11억 달러를 절감했다. 또한 보조금이 지급되는 휘발유 구매량을 차량당 하루 50리터로 제한했다. 또, 공무원의 재택근무 확대와 출장 축소 같은 조치를 통해 이론적으로는 올해 74억 달러를 절감할 긴축 정책이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유사한 긴축 시도에 이은 것으로, 당시에도 재정적자 확대를 막는 데는 실패했다.
아마도 프라보워는 연료 보조금을 삭감하거나, 지출 프로그램을 축소하거나, 아니면 재정적자 3% 상한선을 포기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연료 보조금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가가 급등했을 때 마지막으로 축소됐다. 당시 대규모 거리 시위가 발생했다. 특히 탐욕스러운 엘리트를 견제하고 인도네시아 자원의 혜택을 대중에게 더 많이 돌려주겠다고 약속하며 선거운동을 벌였던 포퓰리스트 정치인에게 휘발유 가격 추가 인상은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다.
대신 인도네시아 정부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하는 듯 하다. 지난 20년 대부분의 기간 동안, 그리고 프라보워를 포함한 최근 세 명의 대통령 아래서 재무장관을 지낸 스리 물랴니 인드라와티는 재정 규율을 확립해왔다. 그러나 프라보워는 지난해 9월 그녀를 해임하고 상대적으로 무명에 가까우면서도 공격적인 성향의 푸르바야 유디 사데와를 후임으로 임명했다.
푸르바야가 최근 공격한 대상에는 게으른 세관 공무원들("해고하겠다"), 국제통화기금(IMF)("멍청하다"), 씨티그룹 소속 인도네시아 경제학자("진짜 경제학자가 아니다"), 그리고 본지(本紙) 이코노미스트(역시 "멍청하다")가 포함된다. 푸르바야는 모든 것이 문제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2026년 평균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르더라도 지출 삭감과 세수 확대를 통해 재정적자를 GDP의 약 2.3% 수준까지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우리는 안전하다. 나는 대통령에게 '세계 경제나 국제 유가의 변동을 걱정하지 마십시오'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프라보워가 손 본 기관은 재무부만이 아니다. 국영기업 관리 권한은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는 새로운 국부펀드인 다난타라(Danantara)로 넘어갔다. 대형 국영기업들은 배당금을 늘려 프라보워의 핵심 사업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국영은행들은 한발 더 나아가 배당금을 늘리는 것은 물론 정치적으로 선호되는 사업들에 우대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최대 국영은행 세 곳은 프라보워의 마을 협동조합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국영기업 아그리나스(Agrinas)에 80억 달러를 대출했다.
명목상 독립기관인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I)도 '부담 나누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는 정부 예금에 더 높은 금리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프라보워의 협동조합 사업과 기타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것을 명시적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1월 프라보워는 조카인 토마스 지완도노를 중앙은행 고위직에 앉혔다. 능력 있는 인물로 평가받는 지완도노의 임명은 국회가 중앙은행 총재를 해임할 권한을 가져야 할지를 놓고 논쟁하는 시기와 맞물렸다. 국회가 그런 권한을 가지게 되면 중앙은행 총재의 독립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프라보워 정부는 민간 부문으로부터도 더 많은 자금을 끌어내려는 것으로도 보인다. 재벌들은 시장금리보다 낮은 이자를 지급하는 30억 달러 규모의 '애국자 채권' 매입을 요청받았다. 이 자금은 다난타라(국부펀드)가 지원하는 폐기물 에너지화 사업에 투입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최대 민간 재벌 그룹을 운영하는 화교계 기업인들은 정치적 충성심을 보여주기 위해 이 채권을 적극 매입했다. 이들은 아마도 인도네시아 최대 테크 유니콘 기업 고젝(Gojek)의 창업자이자 전 교육부 장관인 나디엠 마카림에게 검찰이 부패 혐의로 3억2000만 달러를 청구한 사건을 의식하고 있을 것이다. 마카림은 해당 사건이 근거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다른 기업인들 역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보수주의
인도네시아 정부는 팜유와 광업 분야에서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의심되는 기업들로부터 수백만 헥타르의 토지를 몰수하기도 했다. 환경 규정이 위반되고 있다는 점 자체를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법 집행은 선택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총장은 올해 이러한 벌금 부과를 통해 80억 달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프라보워는 지난 2월 인도네시아의 천연자원을 약탈하는 이들을 언급하며 "그런 부패 세력과 싸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권위주의적일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자신의 계획을 확실히 실행하기 위해 프라보워는 정치권력을 중앙집중화하고 있다. 그는 하원 의석을 보유한 8개 정당 가운데 7개 정당을 연립정부에 참여시켰고, 이들은 전체 의석의 91%를 차지한다. 유일하게 남은 야당도 입장을 바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프라보워는 자카르타 외곽 언덕에 있는 자신의 목장으로 각 당 지도자들을 불러 모아 이 연정을 "영구적인 연합"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프라보워는 이러한 '야당 없는 정치'를 인도네시아적 가치의 표현이라고 묘사한다. 대통령 취임 직전 연설에서 그는 인도네시아인들은 논쟁이 아니라 협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야당의 존재는 서구 문화"라며 이를 굳이 따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자신이 2009년부터 2019년까지 당시 정부에 맞서 매우 적극적인 야권 정치인으로 활동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전직 장군인 프라보워 대통령은 군에도 공적 영역에서 더 큰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2024년 취임 직후 그는 장관들을 군사훈련학교로 데려가 군복을 입히고 제식훈련과 각종 팀워크 훈련을 받게 했다. 세련된 전문관료 이미지의 스리 물랴니 인드라와티조차 차렷 자세로 훈련에 참가했다. 이후 수천 명의 공무원들이 군 기강을 체험하고 예비군에 편입되기 위해 비슷한 교육과정에 보내졌다. 군은 프라보워의 무상급식 프로그램에서도 큰 역할을 맡고 있으며 최소 452개의 급식 조리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마을 협동조합 사업을 위한 창고와 상점 건설에도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프라보워의 그린드라(Gerindra) 당은 현역 군인이 민간 직책을 맡을 수 있도록 군법을 개정해 군의 확대된 역할을 제도화하려 했다. 이는 1967년부터 1998년까지 인도네시아를 통치한 독재자 수하르토 시절 군의 '이중 역할(dwifungsi)'을 떠올리게 했다. 당시 군은 국가 운영과 관료제 구성에서 큰 역할을 맡았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이 법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3월 12일 해당 소송을 담당하던 28세 변호사 안드리에 유누스는 오토바이를 타고 귀가하던 중 공격을 받았다. 괴한들은 그에게 산을 뿌렸고, 그는 극심한 화상을 입었다. 프라보워는 이 공격을 규탄했고, 4월 30일 군사법원은 군 정보기관 소속 장교 4명을 가해자로 기소했다.
떠오르는 위험들
이 사건은 다시 프라보워 자신의 복잡한 과거를 떠올리게 했다. 장인이었던 수하르토 정권 아래 특수부대 지휘관이었던 그는 정권에 항의하던 수십 명의 활동가를 납치했다. 1998년 수하르토 실각 이후 프라보워는 독재자의 딸과 이혼했고 납치 사건에 자신이 관여했음을 인정했다. 당시 실종된 활동가 약 12명은 끝내 행방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는 단지 명령에 따랐을 뿐이며 자신이 구금했던 사람들은 모두 무사히 석방됐다고 주장했다. 수하르토 실각 이후 개혁 정부가 소집한 군 조사위원회는 프라보워를 군에서 퇴출시켰지만, 그는 그 이상의 처벌은 피했다.
비판자들은 프라보워가 인도네시아를 수하르토 시절의 이른바 '신질서' 체제로 되돌리려 하며 지난 28년간의 민주화 개혁을 뒤집으려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이 특히 우려하는 것은 프라보워가 오랫동안 추진해온 지방선거 폐지 구상이다. 그는 주지사, 시장, 군수(인도네시아 416개 군의 최고 행정책임자)를 주민 직선이 아니라 지방의회가 선출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직선제가 비용이 많이 들고 부패만 초래할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반대자들은 그의 최종 목표가 대통령 직선제까지 폐지하는 데 있다고 우려한다. 그렇게 되면 수하르토 시절처럼 의회가 대통령을 선출하게 된다. 이 경우 프라보워는 거대한 여권 연합의 지지만으로도 손쉽게 두 번째 임기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프라보워의 옹호자들은 그가 수하르토를 따르려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는 수하르토의 '신질서' 체제 아래에서 성장했지만, 인도네시아가 그동안 발전시켜온 시끌벅적한 민주주의와 그에 수반되는 타협과 협상의 정치에 적응해 왔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전임자이자 오랜 정적이었던 조코 위도도에게 두 차례 대통령 선거에서 패한 뒤, 2019년 조코위(Jokowi)로 널리 알려진 조코 위도도 대통령 정부에서 국방장관직을 맡는 데 동의했다. 그리고 마침내 2024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을 때는 조코위의 아들을 러닝메이트로 내세웠다.
어쨌든 프라보워는 집권 후 18개월 동안 일부 권위주의적 조치들에 대해서는 선을 그어왔다. 지난해 부패와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시위가 수십 개 도시를 마비시키고 일부 지역에서 폭동과 약탈까지 발생했을 때, 측근들은 그에게 계엄령 선포를 권고했다. 그러나 프라보워는 이를 거부하고 민간 사법기관과 법원에 의존했다. 경찰은 수천 명의 시위대를 체포했지만 이후 거의 모두를 석방했다. 또한 시민단체 활동가들 사이에 큰 우려를 불러일으킨 군법 개정안도 많은 이들이 두려워했던 것만큼 광범위하지는 않았다. 영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에번 락스마나는 이 개정안의 주된 목적이 비대해진 군 조직에 역할을 부여하는 데 있었다고 평가한다.
프라보워의 정책 가운데 일부는 충분히 합리적이기도 하다. 천연자원 개발권은 오랫동안 부정하게 배분되거나 운영돼 왔다. 이를 재검토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며, 다만 공정하게 집행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또한 실적이 부진한 국영기업들을 폐쇄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이것 역시 오랫동안 미뤄져 왔던 과제다.
낙관론자들은 프라보워가 수하르토식 독재를 부활시키려는 욕망보다는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려는 열망에 더 크게 움직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1998년 장인이었던 수하르토의 후계자가 되기 위해 권력투쟁을 벌였지만, 결국 군에서 축출됐다. 이후 요르단으로 사실상 망명해 오랜 세월 상처를 추스르다가 인도네시아로 돌아와 정계에 복귀했다. 대통령 당선은 25년에 걸친 그의 명예회복 여정의 정점이다. 그는 자신이 어렵게 쌓아 올린 모든 것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프라보워의 지지자들은 그가 수하르토보다 오히려 수하르토가 축출했던 인물, 즉 인도네시아 건국 대통령 수카르노와 더 닮았다고 주장한다. 엘리트들을 설득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하려는 프라보워의 접근법은 수카르노가 '지도민주주의(Guided Democracy)'라고 불렀던 정치방식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100명이 넘는 장관으로 구성된 프라보워 내각은 수카르노 시절 이후 최대 규모이며, 가능한 한 많은 정당을 체제 안으로 포섭하려는 같은 의도를 반영한다. 프라보워는 심지어 복장과 화법까지도 인도네시아 건국의 아버지 수카르노를 닮았다.
어쩌면 프라보워의 힘들었던 과거 자체가 잠재적 비판자들을 프라보워 편으로 만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수하르토식 강압이 굳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인도네시아는 이미 조코 위도도(조코위) 정부 시절부터 점점 더 권위주의적인 국가가 되고 있었다. 밝고 친근한 이미지 덕분에 조코위는 더 민주적인 지도자로 보였지만, 그의 정부는 이미 견제와 균형을 약화시켰고 부패가 만연하도록 방치했으며 법 집행기관을 정치화했다. 2017년 반부패위원회 소속 한 공무원이 경찰관 두 명으로부터 산 공격을 당한 사건은 얼마 전에 벌어진 안드리에 변호사에 대한 공격과 여러 면에서 유사했다.
프라보워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위험은 다가오고 있다. 그중 하나는 방만한 재정 운용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더욱 훼손하는 것이다. 실제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프라보워 집권 기간 내내 점진적으로 자본을 회수해 왔다(그래프 참조). 프라보워가 국내 재벌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것도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그 결과 그들이 인도네시아에 투자하기보다는 자금을 싱가포르에 숨겨두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루피아화는 프라보워 집권 이후 달러 대비 11% 하락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신용등급 강등이 현실화되면 차입 비용이 상승하고 루피아화 가치는 더욱 하락할 것이다. 이는 결국 수하르토를 대통령직에서 끌어내렸던 것과 유사한 하강 악순환을 촉발할 수 있다.
또 다른 위험은 억눌린 반대 세력이 거리에서 분출구를 찾는 것이다. 지난해 8월 폭동은 부패 반대 시위 현장에서 장갑차를 탄 경찰이 음식 배달 오토바이 운전자를 치어 숨지게 하면서 시작됐다. 1998년과 마찬가지로 이번 시위도 해고, 물가 상승, 기타 경제적 어려움이 불을 지폈다. 프라보워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환심을 사기 위해 가자지구에 평화유지군 8000명을 파병하겠다고 제안한 것도 위험 요소다. 이는 친팔레스타인 성향이 매우 강한 인도네시아 국민들을 돌아서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라보워는 현재 해당 파병 계획이 보류된 상태라고 말하고 있다.) 프라보워 정부는 현재 수카르노와 수하르토조차 통제하기 어려웠을 문제들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자원대국에 인구가 3억명 가까이 되는 큰 나라입니다. 인도네시아는 큰 나라답게 오래전부터 인도와 함께 '비동맹' 외교에 앞장 서왔습니다. 요즘 한국 국민들 중에서는 방위산업과 관련해 인도네시아가 KF-21 공동개발 약속을 제대로 안 지키고 뭔가 우왕좌왕한다는 인상을 받고 있는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특히 전투기 구매와 관련해 인도네시아가 특정 국가가 아니라 여러 나라들과 거래를 하는 것은 사실 비동맹 외교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대부분의 전투기를 미국에서 구매하는 것은 우리가 미국과의 동맹을 중시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산 전투기를 구매해서 운용하면 계속해서 미국에서 부품을 조달하고 미국과 시스템을 결합하기에도 유리합니다. 즉, 한국은 미국과 동맹임을 공공연히 보여주는 것입니다. 반대로 인도네시아가 여러 나라로부터 전투기를 조달한다는 것은 특정 국가와 깊게 연결되지 않겠다는 의사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인도네시아는 프라보워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중국에 가까워지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프라보워는 오랫동안 군부와 함께 장기독재를 했던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사위였습니다. 프라보워는 다당제를 기반으로 하는 서구식 민주주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공공연히 이야기 해왔습니다. 서구가 만들어놓은 '민주주의' 대신 야당이 있을 이유가 없는, '초당적' 정치로 나라를 이끄는 '인도네시아 고유의 민주주의'를 하자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야당을 파괴하고, 군부를 정치와 행정에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일반 서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재정 적자를 감수해가며 무상급식과 유류비 보조 등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무리한 무상급식 정책에 따른 부패 문제, 식중독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반대여론이 나오자 얼마 전엔 무상급식을 담당하는 국가영양청 청장을 경질하고 체포해 구속하는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일종의 '꼬리자르기'인 셈입니다. 프라보워가 서구식 민주주의를 멀리하고 과거의 권위주의 통치로 회귀한다면 미국이나 유럽보다는 권위주의 정치를 하고 있는 중국에 좀 더 경도될 것으로 보입니다. 인도네시아를 너무 서구화해버리면 자신의 통치가 위협 받기 때문입니다. 현재로서는 인도네시아는 정치적 권위주의와 경제적 포퓰리즘이 결합된 형태로 나아갈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아시아에서 가장 민주화된 나라 중 하나인 한국에 대해서도 일정한 거리를 둘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처럼 한국식 민주주의를 일상에 녹여 보여주는 대중문화 콘텐츠는 조금씩 제한하기 시작할 것 같습니다. 이코노미스트의 5월 14일자 '브리핑' 기사도 동남아시아의 대국 인도네시아가 어디로 갈지 우려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중요한 인구·자원 대국 인도네시아를 지켜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