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인공지능(AI)의 상당 부분을 구동하는 반도체를 만드는 미국 기업 엔비디아가 기업가치 1조 달러(1340조 원)에 도달하기까지는 30년이 걸렸다. 2조 달러(2680조 원)에 이르는 데는 단 9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 후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5조 달러(6700조 원) 고지를 넘어섰다. 현재 엔비디아는 기업가치가 약 5조4000억 달러(7300조 원)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이다. 내년 매출은 거의 두 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2029년이면 연 매출이 1조 달러(134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엔비디아의 눈부신 성장을 이끈 것은 칩 제조만이 아니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자사 제품 수요를 늘리기 위해 금융공학도 동원했다. 일례로 8월 중순 엔비디아는 자사 칩을 대거 사용할 미국 오하이오주의 거대 데이터센터를 위해 최대 1050억 달러(140조 원) 규모의 재정보증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그보다 일주일 전에는 월가 대형 금융사 6곳의 도움을 받아 5000억 달러(670조 원)가 넘는 AI 인프라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이러한 프로젝트에 판매하는 장비의 가치를 직접 보증하는 방식이다. 일부 투자의 경우 엔비디아가 비용의 최대 4분의1을 보증할 수도 있다. 7월에는 다른 방식으로 일부 고객사의 대형 데이터센터 자금 조달을 도왔다. 수입이 정해진 목표에 못 미치면 부족분을 메워주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자동차 회사의 금융 계열사에서 보듯 기업이 고객에게 돈을 빌려주는 일은 흔하다. 황 CEO는 사업성이 충분한데도 적정 금리로 필요한 자금을 빌리기 어려울 수 있는 사업에 투자가 이뤄지도록 도울 뿐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비판론자들에게 이런 거래는 1990년대 말 닷컴 붐을 짙게 연상시킨다. 당시 시스코와 루슨트 같은 통신장비 제조사들은 자사 장비를 구매하는 통신사에 수십억 달러(수조 원)를 빌려줬다. 통신 서비스 수요가 기대에 못 미치자 일부 통신사가 무너졌고 시스코와 루슨트는 큰 손실을 떠안았다.
투자분석업체 시포트 리서치 파트너스의 애널리스트 제이 골드버그Jay Goldberg의 표현을 빌자면, 엔비디아는 "수요가 실현되도록 돕는 것"과 "수요를 만들어내는 것"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골드버그는 엔비디아가 그 선에 "꽤 가까워지고" 있지만 아직 넘지는 않았다고 본다. 2007~2009년 금융위기를 촉발한 주택저당증권(MBS)의 가치 하락에 베팅해 큰돈을 번 투자자 마이클 버리처럼 더 회의적인 이들도 있다. 그를 비롯한 이들은 AI 칩 수요가 예상보다 더디게 증가하고 공급이 늘어 가격이 떨어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묻고 있다. 그렇게 되면 엔비디아 자체의 이익이 줄어들 뿐 아니라 고객사들에 쏟아부은 아낌없는 지원에서도 잠재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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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최종 대부자
엔비디아가 약정한 금융 지원 규모가 막대하고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시의적절한 질문이다. 지난 3년간 엔비디아는 스타트업에 700억 달러(94조 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약속하고 고객사에 3000억 달러(400조 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제공했다. AI 산업의 자금 조달에서 워낙 중추적인 역할을 하다 보니 엔비디아를 "AI의 중앙은행"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생겼다. 황 CEO의 주장대로 이런 지원이 산업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위험도 따른다.
엔비디아가 금융공학을 동원하는 데는 최대 고객사들이 경쟁자로 바뀌는 상황에 대응하려는 목적도 있다. 아마존,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거대 테크기업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가 엔비디아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올해 이들의 투자액은 약 8000억 달러(1100조 원)로 예상되며 대부분 AI 인프라에 투입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자체 칩 설계에 나서면서 앞으로도 엔비디아 제품을 구매할지 불확실해졌다.
하이퍼스케일러 입장에서 이 맞춤형 칩의 비용은 엔비디아 제품의 5분의1에서 3분의1 수준으로 훨씬 저렴하다. 자사 소프트웨어에 맞춰 설계할 수 있어 일부 작업에서는 성능도 더 좋다. 엔비디아로서는 더 나쁜 소식도 있다. 일부 거대 테크기업이 자체 사용을 위한 칩 개발에 그치지 않고 외부 판매에도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구글은 대형 AI 개발사 앤트로픽에 특화 프로세서를 일부 판매했다. 아마존 역시 맞춤형 칩 사업이 상당한 매출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데이터 제공업체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맞춤형 칩이 엔비디아 매출을 점차 잠식할 것으로 예상한다. AI용 프로세서 시장에서 맞춤형 칩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약 40%에서 2020년대 말 약 50%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이퍼스케일러는 투자적격 신용등급을 갖고 있어 차입 비용이 낮다. 신생 AI 전문 클라우드 업체(네오클라우드)들도 그에 못지않은 지출이 필요하지만 매출은 미미하다. 이들이 돈을 빌리는 비용은 당연히 훨씬 높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작년 11월 연 5.7% 금리로 27억5000만 달러(3조6900억 원) 규모의 50년 만기 채권을 발행했다. 최대 네오클라우드 업체인 코어위브가 7월 26억 달러(3조5000억 원)를 빌릴 때 적용된 금리는 그 거의 두 배였다.
'엔비디아 은행'이 좁히려는 것은 바로 하이퍼스케일러와 나머지 기업 사이의 이런 차입 비용 격차다. 그 방법 중 하나는 직접 고객이 되거나 간접적으로 엔비디아 칩 수요를 늘리는 데 기여할 스타트업의 지분을 인수하는 것이다. 지난해 엔비디아는 이러한 투자를 약 90건 진행했는데 이는 2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올해도 이미 60여 건의 추가 투자에 합의했다.
질적 완화
일부 투자는 사용자가 무료로 내려받아 수정할 수 있도록 가중치를 공개한 오픈웨이트 AI 모델의 보급을 목표로 한다. 대개 구독을 통해 이용하고 내부 작동 방식은 공개되지 않는 앤트로픽, 오픈AI, 구글 등의 독점 모델과는 다르다. 8월 엔비디아는 코딩용 AI 모델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풀사이드에 소프트웨어 사용권 대가로 60억 달러(8조 원)를 지급하고 지분 인수에 10억 달러(1조3000억 원)를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오픈웨이트 모델을 제공하는 플랫폼 허깅페이스를 129억 달러(17조3000억 원)에 인수하기로도 했다. 이러한 투자의 이면에는 하이퍼스케일러로부터 독립된 AI 제품과 기업들을 대거 육성함으로써 엔비디아 칩에 대한 수요를 진작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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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엔비디아는 갈수록 유망한 AI 기업에 투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형 사업의 자금 조달을 더 직접적으로 돕고 있다. 7월 초에는 네오클라우드의 신규 데이터센터 수입이 합의된 최저 수준에 못 미치면 부족분을 메워주겠다는 새로운 방안을 발표했다. 구체적인 조건은 거래마다 다르지만 이런 약정은 대개 6년간 유지된다. 엔비디아는 그 기간 내내 업계 용어로 "컴퓨트", 즉 연산 자원을 정해진 가격에 구매하겠다고 약속한다. 네오클라우드가 해당 연산 용량을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하면 엔비디아가 차액의 일부를 받는다. 이 안전망 덕분에 네오클라우드의 미래 매출을 훨씬 쉽게 예측할 수 있어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한 차입 비용도 낮아진다. 이는 다시 엔비디아 프로세서 수요를 자극한다.
호주 네오클라우드 업체 샤론AI는 약 49억 달러(6조6000억 원) 규모의 이런 재정 보증을 활용해 엔비디아 칩 약 4만 개를 도입할 계획이다. 또 다른 네오클라우드 업체 퍼머스는 최대 17만 개를 구매할 계획이다. 컨설팅업체 세미애널리시스의 애널리스트 댄 니시볼Dan Nishball은 이런 방식이 업계에 영구적으로 자리 잡을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대출기관들이 이런 사업에 자금을 빌려주는 데 더 안심할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이면 된다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막대한 연산 자원이 필요하지만 현금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대형 AI 개발사에도 창의적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지원하는 오하이오주의 거대 데이터센터는 일본 대기업 소프트뱅크의 계열사 SB에너지가 소유하고 있다. 임차인은 오픈AI가 될 예정이다. 엔비디아는 토지, 건물 임대차 계약과 데이터센터 가동에 필요한 전력구매계약을 보증한다. 그 대가로 해당 프로젝트에는 150만 개의 엔비디아 프로세서가 투입되며 사업 기간 동안 여러 차례의 "업그레이드 주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존과 구글에서 칩을 구매하는 앤트로픽조차 이 거래망을 벗어나지 못했다. 보도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복잡하게 얽힌 일련의 합의를 통해 엔비디아가 지분을 보유한 네오클라우드 업체 람다로부터 클라우드 연산 용량을 임차하는 350억 달러(47조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람다는 또 다른 네오클라우드 기업인 헛8Hut 8이 개발 중인 시설을 이용하는데 이 시설의 전체 용량은 엔비디아가 통째로 임차했던 곳이다(현재는 대부분 재임대했을 가능성이 있다).
엔비디아는 이런 사업에 외부 자본을 더 많이 끌어들일 창의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월가 대형 금융사들과 맺은 5000억 달러(670조 원) 규모의 제휴를 통해 국부펀드, 보험사, 연기금 같은 기관투자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이들 투자자는 엔비디아 하드웨어를 구매하고 인프라를 건설해 연산 자원(컴퓨트)을 판매할 별도 법인에 자금을 제공한다. 엔비디아는 이 거래에 대해 사전에 현금을 전혀 투입하지 않으며 어떠한 부채도 떠안지 않는다. 다만 일부 거래에는 총액의 최대 4분의1에 해당하는 "잔존가치 보전"을 제공한다. 일정 기간 뒤 해당 하드웨어의 가치가 기준에 못 미치면 차액을 메워주는 것이다. 또한 기술지원도 제공함으로써 대출 기관들이 자신들이 자금을 댄 장비가 잘 활용될 것이라는 더 큰 확신을 갖도록 해준다. 황 CEO는 이를 연산 자원을 "투자 가능한 자산군"으로 만드는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복잡하게 얽힌 이 계약상 의무들을 떠받치는 기본 전제는 두 가지다. 엔비디아 칩의 가치가 유지되고, 연산 자원 수요가 계속 빠르게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둘 중 어느 하나도 장담할 수 없다.
먼저 반도체 칩부터 살펴보자. 황 CEO는 칩이 "상호 대체 가능"하고 내구성이 뛰어나며, 판매 후에도 수년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활용도가 높아진다고 말한다. 대출과 보증의 담보로 삼을 수 있을 만큼 금융기관이 가치를 인정하는 자산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AI 칩이 얼마나 오래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지는 논란거리다. 마이클 버리는 대형 클라우드 업체들이 칩의 감가상각 기간을 2~3년이 아닌 5~6년으로 잡아 이익을 부풀렸다고 주장해왔다.
지금까지는 황 CEO의 주장에 힘이 실린다. 구형 칩도 여전히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8월 코어위브는 엔비디아 A100 칩을 사용하는 계약을 발표했는데 계약 기간은 2029년까지 이어진다. A100은 2020년에 출시된 칩으로 엔비디아는 그 이후에도 여러 신형 모델을 출시했다. 구형 칩이 가치를 유지한다는 증거는 또 있다. 세미애널리시스에 따르면 AI 산업의 주력 칩인 엔비디아 H100의 1년 계약 기준 임차료는 시간당 약 2.80달러(3760원)다. 2023년 초 출시 당시보다 불과 10분의1가량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러한 칩들의 긴 수명과 높은 가치는 그저 공급 부족이 만들어낸 착시일 수 있다. 컴퓨팅 자원이 부족하면 기업들은 구형 칩이라도 계속 돌릴 수밖에 없다. 많은 기업이 이런 칩을 AI 모델이 질문에 응답하는 과정인 추론inference에 사용한다. 최신 하드웨어가 투입되는 모델 학습보다 필요한 연산량이 훨씬 적은 작업이다.
엔비디아 스스로도 기존 제품을 대체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내걸고 해마다 뛰어난 성능의 신형 칩을 출시한다. 그러다 보니 구형 칩의 가치가 유지돼야 한다면서 동시에 신형 칩이 구형을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기묘한 처지에 놓였다.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엇나가는 가이던스
공급이 늘어나면 연산 자원 가격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추론 지출이 학습 지출을 넘어서면서 하이퍼스케일러는 물론 오픈AI 같은 개발사까지 추론 전용 칩을 내놓고 있다. 엔비디아의 매출총이익률은 약 75%로 부러움을 살 만한 수준이다. 규모가 더 작은 경쟁사 AMD는 약 55%다. 반도체 설계업체 퀄컴에 인수된 한 AI 하드웨어 기업의 창업자 팀 데이비스Tim Davis는 선택지가 다양해짐에 따라 반도체 제조의 경제성이 "압박을 받기 시작할 것"이라고 본다.
칩 가격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요인은 다름 아닌 수요 자체다. AI 투자가 계속 활황을 이어가는 한, 엔비디아는 칩을 팔고 고객사는 데이터센터를 채울 것이며 각종 보증이 실행될 일도 거의 없다. 그러나 수요가 시장 기대치만큼 폭발적이지 않다면 네오클라우드를 비롯한 AI 서비스 제공업체들은 연산 용량을 판매하거나 수익을 내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러면 엔비디아의 재정 보증이 발동돼 남아도는 연산 자원을 사들이거나, 가격 하락분을 메우거나, 필요 없는 전력의 요금을 내야 할 수 있다. 이러한 성장 둔화는 엔비디아의 매출을 깎아먹고, 결과적으로 그와 같은 의무를 이행하는 데 쓸 현금흐름까지 악화시킬 것이다. 이 시나리오는 수요가 붕괴해야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성장이 기대에 조금만 못 미쳐도 얼마든지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그렇다면 엔비디아가 얼마나 많은 돈을 내놓아야 할지가 문제다. 엔비디아는 앞으로 약 250억 달러(34조 원)의 지분 투자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부채는 약 330억 달러(44조 원)다. 고객사에 대한 우발채무는 약 3000억 달러(400조 원)에 달하지만 불황 때만 현실화하기 때문에 재무제표에는 잡히지 않는다. 여기에는 오픈AI 데이터센터에 대한 1050억 달러(141조 원)의 보증, 월가 제휴를 통한 최대 1250억 달러(168조 원)의 보증, 그 밖의 약 670억 달러(90조 원) 규모 재정 보증이 포함된다.
물론 엔비디아가 보증 금액 전액에 가까운 돈을 실제로 물어내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약정 기간이 수년에 걸쳐 분산되어 있어 만기가 한꺼번에 도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가령 오픈AI 데이터센터에 제공하기로 한 재정 보증은 2028년부터 20년간 지속된다. 오픈AI가 임차료 지급을 중단하더라도 엔비디아는 다른 임차인을 구해 손실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게다가 엔비디아 자체의 재무 구조도 이러한 부채를 충분히 견뎌낼 만큼 탄탄하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보증이 발효되면서 엔비디아의 "모든 의무를 합산한" 부채가 내년 초 530억 달러(71조 원)에서 2029년 초 2000억 달러(270조 원)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현재 990억 달러(130조 원) 규모의 현금·유동성 증권 보유액과 올해 약 2000억 달러(270조 원)의 현금을 창출할 사업이 이를 상쇄한다. 현재로서는 엔비디아의 모든 보증의 만기가 일제히 도래하고 이익이 거의 완전히 증발하는 대재앙 수준의 침체가 닥치지 않는 한 회사가 위험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엔비디아의 약정 규모가 계속 불어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금융조사업체 크레디트사이츠CreditSights의 앤디 리Andy Li는 엔비디아가 "어딘가 탈이 날" 때까지 "가속페달을 밟을" 것을 우려한다. 세미애널리시스는 엔비디아가 네오클라우드 재정 보증 프로그램의 대상인 데이터센터 용량 100MW당 약 59억 달러(7조9000억 원)의 보증을 떠안는 것으로 추산한다. 세미애널리시스에 따르면 이런 보증을 더 늘릴 경우 2028년 말에는 이 프로그램 하나만으로 엔비디아의 위험 노출액이 1750억 달러(235조 원)에 이를 수 있다.
갈수록 복잡한 금융수단을 활용해 고객 수요를 촉진하는 기업은 엔비디아만이 아니다. AMD는 오픈AI와 메타가 자사 칩을 대규모로 구매하는 계약을 맺는 대가로 두 회사에 상당한 규모의 자사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제안했다. 4월 구글은 앤트로픽이 자사 칩 350억 달러(47조 원)어치를 구매하는 데 필요한 자금 조달을 돕기 위해 기업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구글을 대신해 해당 칩을 개발하는 브로드컴은 앤트로픽이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부족분을 메우기로 했다.
매출과 대출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자금을 구하지 못했을 투기성 프로젝트들까지 추진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복잡한 거래들이 전제한 것보다 산업의 수익이 적거나 실현되기까지 더 오래 걸린다면, 값비싼 칩이 대거 유휴 상태로 남게 될 것이다. 이 거래망에 엔비디아보다 깊이 얽힌 기업은 없다. 황 CEO는 AI 인프라 확충이 "전속력으로 진행 중"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엔비디아 투자자들은 이번 호황에 자금을 더 많이 댈수록, 거품이 꺼질 때 짊어져야 할 부담 또한 그만큼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AI 붐과 이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급으로 우리나라의 많은 투자가들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 등락에 희비가 엇갈리는 나날을 겪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 AI 붐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회사가 바로 시가총액 세계 1위인 엔비디아인데, 엔비디아가 단지 GPU만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자사 GPU의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AI 회사들의 데이터센터 건립을 적극 돕고 있는 금융기관 역할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코노미스트 9월 3일자 기사는 AI의 미래가 실제로 밝다면 엔비디아의 금융지원은 '미래 수익을 미리 끌어쓰는 것'이 되겠지만, 생각만큼 밝지 않다면 '버블 만들기'에 불과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엔비디아는 우리 돈으로 수백 조원 이상의 여유 자금을 가지고 있고, 이를 가지고 금융기관으로부터 AI 회사들이 대출을 받는 것을 보증 서줄 수가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신용으로 새로운 신용이 창출되는 것입니다. 엔비디아의 수익, 즉 쓰지 않고 남아 있는 자금이 AI 회사의 투자로 흘러들어가는 것은 전체 경제로 본다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만, 자칫 이것이 지나쳐서 신용이 신용을 부풀려 '버블'을 크게 키운다면, 그리고 AI 붐이 '신기루'로 밝혀진다면, 우리는 엔비디아 발(發) 세계 경제 위기를 겪게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메모리 반도체 특수를 누리고 있는 한국 경제도 직격탄을 맞게 될 것입니다. 그만큼 우리는 AI가 과연 기대한 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AI가 세계경제의 샘이 솟는 오아시스가 아니라 신기루임이 밝혀지는 순간, 세계 경제는 또한번의 큰 홍역을 앓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