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바이든의 중국 투자 규제는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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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총회에서 연설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뉴스1

2023.10.13 13:05

The Wire Ch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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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을 비롯한 경제 부문에서 발생하는 미중 갈등은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게 매우 민감한 문제입니다. 미국과 중국 양쪽 모두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입장에서 한쪽 편만 들기란 어렵습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들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꾸준히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명분과 실리가 충돌하는 상황에서는 전반적인 흐름을 따르는 게 신중한 선택이니까요.


바이든 행정부는 몇몇 부문에서 대중국 무역을 규제한 데 더해 투자도 규제하기에 나섰습니다. 미국 재계는 반발합니다. 게다가 투자 규제가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립니다. 미국 기업은 투자에 쿼타를 설정한 경우 직접 해외에서 돈을 빌려 투자하는 우회방법을 모색할 수도 있고, 사실 이미 전부터 대중 투자를 줄여오고 있기도 했습니다. 미국 정부의 괜한 규제가 시장원리를 훼손하는 결과만 가져올 위험성도 있습니다. 미국의 중국 '디리스킹'에 대한 미국 국내의 반응은 앞으로 미국 정부의 입장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짐작할 수 있는 단초가 되기 때문에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1년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도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올봄에 열린 중국 비즈니스 컨퍼런스에서 수잔 클라크 미국 상공회의소 CEO는 열정적으로 자제를 호소했다. 워싱턴DC에서 열린 이 컨퍼런스에서 그는 참석한 정치인, 임원, 관료, 언론인, 학자들이 하나만 기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모든 경제교류가 국가안보에 위험을 초래하는 것은 아닙니다."


클라크는 연설의 첫 5분을 중국 공산당에 대한 미국 상공회의소의 긴 비판 목록을 요약하는 데 할애했으며, 세계 최대의 비즈니스 협회인 미 상공회의소가 미국의 안보가 위험에 처했을 때 "명확한 타깃과 책임감이 있는" 무역 및 투자 제한을 지지함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클라크는 미국의 민간 부문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중국 경제에서 여전히 누릴 수 있는 막대한 상업적 기회를 훼손하길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는 중국에 대해 디커플링decoupling처럼 무지막지한 접근 방식을 취할 수 없습니다." 그는 말했다. "디리스킹de-risking의 정밀한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합니다."


컨퍼런스가 열릴 당시 라파예트광장 바로 건너편에 위치한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대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계획을 마무리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는데 이는 매년 중국 기업에 투자되는 자금 수십억 달러를 막을 수 있는 전례 없는 조치에 관한 것이었다. 클라크의 연설은 소문의 계획에 대한 반응이기도 했다. 그리고 관료주의적 통제가 기업의 수익성과 기술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그의 메시지는 그가 목표로 하던 청중에게 잘 전달되었던 것 같다.



바이든 대통령이 마침내 8월에 미국의 해외 투자에 대한 행정명령을 발표했을 때, 이는 개방적인 무역·투자 원칙에 대한 미국의 공약에서 한 걸음 물러난 매우 이례적인 조치인 동시에 그 범위가 좁다는 점에서 크게 중요하지 않은 조치이기도 했다.


이 행정명령은 군사, 정보, 감시 또는 사이버 지원 역량에 중요한 반도체, 인공 지능 및 양자 컴퓨팅의 일부 분야만 대상으로 한다.


또한 미국 기업의 대중국 반도체 무역을 엄격히 제한한 작년 10월 7일의 수출통제와는 달리 해외 투자에 대한 행정명령은 재무부에 규정을 '제안'할 것을 지시할 뿐이다. 다시 말해 신고 및 금지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최종 규정은 빨라도 2024년 즈음 시행될 예정이다.

미국 상공회의소나 미국 주요 기업 경영자 협회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usiness Roundtable은 더와이어차이나의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으나 두 단체 모두 이번 결과에 대해 안도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의회는 2018년 미국 재계의 로비로 비슷한 계획이 무산된 후 바이든 행정부에 조치를 취하라고 다시 압박했다. 지난번과 같은 운명을 피하기 위해 백악관은 이번에는 민간 부문 관계자 175명과 협의했으며 심지어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은 "행정명령을 발표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재계와 이에 대해 논의한" 바이든 행정부에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가 그 과정이나 현재 결과에 만족하고 있는 건 아니다. 심지어 기업들도 현재로선 상대적으로 완화된 상태인 심사가 시간이 지날수록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실제로 이 규정에 대한 반발이 사방에서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초당적인 비판론자 쪽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산업계와 너무 긴밀하게 협력했다고 주장한다. 일례로 전문가들은 클라크가 중국 비즈니스 컨퍼런스에서 연설하던 날, 바이든 대통령이 캠페인 기금 모금 행사를 위해 뉴욕으로 향하고 있었다는 걸 기억한다. 참가 티켓 한 장에 2만5000달러(3400만원)였던 이 행사는 미국의 거대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전 임원이자 중국 정·재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해밀턴 "토니" 제임스Hamilton "Tony" James의 저택에서 열렸다.



(워싱턴DC 로이터=뉴스1) 정윤미 기자 =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음력설 명절 행사에 참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 사자춤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짓고 있다. 2023.01.26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워싱턴DC 로이터=뉴스1) 정윤미 기자 =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음력설 명절 행사에 참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 사자춤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짓고 있다. 2023.01.26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비판론자들은 또한 현재의 해외투자 규정이 너무 느슨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공화당 하원의원이자 하원 중국공산당 특별위원회를 이끄는 마이크 갤러거Mike Gallagher는 바이든의 계획을 두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민해방군 함대가 통과할 수 있을 만큼 넓은 허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 계획은 인수 합병, 그린필드1 합작 투자, 사모펀드, 벤처캐피탈, 심지어 몇몇 부채 자금 조달까지 다루지만 갤러거를 비롯한 다른 의원들은 상장 주식, 뮤추얼·인덱스펀드 같은 이른바 패시브 투자도 규제 대상에 포함되기를 원한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소속의 민주당 의원 맥신 워터스Maxine Waters도 미국 사모펀드와 벤처 캐피털 회사에 규제 대상 산업에 대한 기존 투자를 처분할 것을 촉구했다. 새로운 규제가 기존 투자에 대해선 소급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조지타운대학교 보안·신흥기술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벤처캐피탈—GGV캐피탈, GSR벤처스, 퀄컴과 인텔의 투자 부문 등—은 해외투자 규제의 대상이 되는 세 가지 산업에 이미 수백억 달러를 투자했다. 예를 들어 중국의 AI 기업 아이플라이텍iFlytek은 위구르족 무슬림 탄압을 위해 중국 당국에 음성 인식 기술을 제공해 비난받았으며 2019년 미국 정부의 규제 목록에 추가됐지만 GSR벤처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플라이텍과 공동 투자를 진행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행정명령에 명시된 연장된 절차가 일종의 시간 끌기 전술이며 규제가 실제로는 제대로 시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중국 투자 옵션을 계속 열어두길 바라는 미국 금융계의 이해관계와 재무부가 깊이 얽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재무부는 처음부터 해외 투자에 대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죠. 지금도 그렇고요. 의회가 밀어붙이지 않는 한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데릭 시저스Derek Scissors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 연구원은 말한다.


의회는 이 사안을 밀어붙일 수 있다. 의회는 미국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 회사가 인권 침해와 중국의 군사력 증강을 위해 중국 기술에 자금을 지원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의원들이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



최근 상원의 국방수권법 개정안에 따라 해외 투자에 대한 신고 규정을 법으로 강화하고 초음속 기술 및 위성 기반 통신과 같은 다른 분야로 그 범위를 확대할 수도 있다.


이렇게 보면 미국 재계의 입장에서는 상황의 해결이 아직 요원한 셈이다.


"전 세계에 사업장이 퍼져있는 다국적 기업의 경우 전체 리스크를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로디움그룹Rhodium Group의 이사 레바 구존Reva Goujon이 말한다. "투자 거래에 대한 규제가 오늘 적용되지 않는다면 내일은 적용될 수도 있죠."


해외 투자 규제에 대한 미국 정부의 우왕좌왕은 미국이 자기검토에 골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규제로 인해 누가 이득을 얻고 손실을 입는지는 미국과 중국의 복잡다단한 경제 관계에서 어느 위치에 서 있는지, 그리고 국익에 가장 부합하는 게 무엇인지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새로운 규제 제도가 시간이 지나면서 약해지면 워싱턴의 재계 이익단체의 힘과 바이든 행정부 내 대중對中 유화파의 목소리가 결합되어, 미국의 라이벌 중국에 맞서야 한다는 당파를 초월한 목소리를 압도할 것이다.


그러나 의회가 관련 입법을 강화하고 재무부가 그에 따라 규제 제도를 만들어나가면 기존 미국 정부의 자유방임 정책에서 한 걸음 더 멀어지게 되며 국익이 항상 재계의 이익과 일치하지는 않음을 보여주는 신호가 될 것이다.


"이건 장전된 무기 같은 겁니다." 구존은 말한다. "규정의 모호함—부분적으로는 의도된 것이고 부분적으로는 불확실성이 반영된—은 투자에 찬물을 끼얹죠. 앞으로 규제가 어떻게 적용될지 아무도 자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역사의 운율

1967년 마지막 날, 재무부, 상무부, 국무부 장관은 다른 고위 관료와 함께 록히드 제트스타에서 내려 텍사스 스톤월의 린든 B 존슨 목장에 도착했다. 존슨 대통령이 사랑하는 그의 "텍사스 백악관"을 방문하여 미국의 해외투자를 제한하고 규제하는 행정명령의 최종 세부사항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이튿날 기자회견에서 존슨 대통령은 기존에도 자발적인 보고 제도가 있었지만 국제수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이제 해외투자 제한이 꼭 필요한 것이 되었다고 말했다.


"여러분의 직업, 농장 또는 사업의 번영은 유럽,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또는 아프리카에서 일어나는 일에 직간접적으로 의존합니다." 존슨 대통령은 미국 국민에게 말했다. "우리는 자유세계 경제 전체의 힘을 위태롭게 하고, 그로 인해 전례 없는 번영을 위협할 수 있는 적자를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이어서 그는 미국의 국제수지 적자를 적어도 10억 달러 줄이겠다는 계획을 설명하며 "해외투자를 하는 미국 기업들 간의 공정성을 보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상무부 내에 해외투자 규제 전반을 감독하는 새로운 사무실을 설치했고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금융기관과 투자자가 자신의 해외투자에 대해 보고하고 평가하도록 하는 다층적인 절차가 신설됐다. 이 제도는 명목상으로는 레이건 행정부(주석 필요)까지 지속되었지만 미국이 금태환을 종료하고 변동환율제로 전환하여 국제수지 위기를 완화한 1970년대 초에는 이미 그 목적이 크게 무의미해졌다.


상무부는 해외투자 규제 시행 후 몇 년 동안 어느 정도의 성공을 기록했다. 1968년 미국의 자본 이전이 급격히 줄어 목표치였던 10억달러보다 초과 감소했다. 그러나 1975년 상원 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그 궁극적인 효과에는 "의문의 여지"가 있었다.


물론 미국 재계는 처음부터 이 제도를 비난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일 위험이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H 필립스 국제상공회의소 미국 지부장은 존슨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발표한 다음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재계는 존슨 행정부의 해외투자 규제 계획에 대해 사전에 전혀 아는 바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행정부가 규제 계획에 대해 업계 대표들과 "강력하고 지속적인 논의"를 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러나 당시 재계의 비판은 클라크 미국상공회의소 CEO의 비판과 놀랍도록 유사하다. 실제로 미국 업계는 오랫동안 관료의 개입이 투자를 방해하고 수익창출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그러나 미국의 해외투자 규제의 역사를 보면 미국 다국적 기업이 정부 규제의 영향을 과장하는 경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상무부 고위 관계자는 나중에 존슨 대통령의 규제가 미국의 해외투자를 그다지 억제하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미국 다국적 기업들은 정부의 투자자본 할당제도를 우회하기 위해 해외 차입으로 전환했던 것이다.


이는 오늘날 해외투자 규제 제도가 미국 기업의 경쟁력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영향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미국 다국적 기업의 투자처로서 중국이 얼마나 중요할까?


업계 최악의 우려가 현실이 되어 의회가 규정을 전방위로 확대하여 중국의 모호한 군사-민간 융합 분야 전반에 걸친 수많은 회색 영역에 대한 투자를 모두 규제 대상으로 놓는다고 가정해 보자.


로디움그룹이 수행한 연구는 그러한 제도의 효과를 보여주기 위해 미국 의원들이 제출한 이전 법안을 활용했다. 이런 법안에는 AI에서 조선업에 이르기까지 10개 가량의 "중요 분야"가 규제 대상으로 들어갈 것이며, 이는 지난 20년간 중국에 대한 미국 전체 해외 투자의 43%, 약 1100억달러 규모가 된다.


1100억달러는 엄청난 금액이지만 전체 맥락을 놓고 보면 별로 그렇지 않다.


미국 경제분석국BEA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전체 해외 주식 투자에서 중국과 홍콩의 비중은 3.3%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미국의 유럽연합EU 투자는 전 세계 총 투자액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중국보다 경제 규모가 9배나 작은 캐나다조차도 중국보다 두 배나 많은 미국 투자를 유치했는데, 이는 종종 간과되는 지역 통합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미국 해외투자 대상국의 투자금액 비교. 유럽연합, 영국, 캐나다, 중국, 일본 순이다. /자료: 미국 경제분석국(BEA)

미국 해외투자 대상국의 투자금액 비교. 유럽연합, 영국, 캐나다, 중국, 일본 순이다. /자료: 미국 경제분석국(BEA)


(참고: BEA 데이터는 주요 투자 대상국을 비교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미국 해외투자의 일차적인 수혜자를 반영하는 것이지 궁극적인 수혜자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룩셈부르크나 홍콩처럼 자본이 거쳐가는 경유지는 공식 수치를 왜곡하며 이 때문에 실제로 독일이나 중국 같은 곳에 최종적으로 도달하는 미국의 해외투자 규모는 공식 수치보다 더 클 수 있다.)


"[중국에 대한] 전체 투자 규모가 커 보이지만 글로벌 맥락에서 보면 별로 그렇지 않아요. 중국이 글로벌 성장을 주도하는 데 있어 얼마나 두드러진 역할을 해왔는지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고요." 싱가포르 소재 힌리히재단Hinrich Foundation의 연구위원 스튜어트 패터슨Stewart Paterson은 말한다.


패터슨은 중국의 상당한 규모의 소비 시장과 제조 부문 전반의 인프라가 여전히 일부 미국 다국적 기업에게 매력적이고 지속적인 가치를 제공한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미국 테크 기업 애플, 인텔, 퀄컴은 지난해 전체 글로벌 매출의 19%, 27%, 62%를 각각 중국 본토에서 창출했다.


패터슨은 중국 시장에 큰 돈이 걸려 있는 소수의 다국적 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무역 및 투자 규제에 대해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시장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R&D에 자금을 지원하고 혁신을 촉진하여 미국의 경쟁력에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기업들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회복탄력성이 클 수 있다. "애플은 현금을 아주 많이 벌어들이기 때문에 중국 시장을 모두 잃더라도 R&D에 투자할 여력이 충분합니다." 글로벌 투자은행 노무라증권의 주식 애널리스트였고 리서치회사 라디오프리모바일Radio Free Mobile의 설립자인 리처드 윈저Richard Windsor는 말한다.


애플은 2022년 거의 400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지만 R&D 예산은 260억달러로 매출의 6.5% 가량이었다. 매출의 18%를 R&D에 지출하는 퀄컴은 중국에 대한 노출도가 훨씬 높다. 하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퀄컴을 대체할 수 있는 반도체 기업이 없다.


더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미국 기업이—심지어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테크 대기업도—중국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패터슨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다국적 기업의 총 매출 중 중국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2.6%에 불과하다.


"만약 제가 해외투자 규제에 반대하는 주장을 굳이 해야 한다면 시장 경제가 작동하는 제도적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을 겁니다." 패터슨은 말한다. "실제 수치를 산술적으로 계산해 보면, 기업 투자와 매출의 잠재적 손실로 인한 미국 경제와 미국 소비자의 후생 손실은 전체 경제의 맥락에서 볼 때 그다지 큰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해외투자 규제 이전에도 많은 미국 투자자들은 중국이 그만한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듯 보인다. 미국의 대중국 투자는 2005년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140억달러였는데 이후 5년 동안 연평균 100억달러로 감소했다. 작년에는 82억달러로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미국 벤처캐피탈은 더욱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오히려 중국 정부가 미국 사람들의 중국 투자를 만류하는 데 미국이 규제로 할 수 있는 그 무엇보다도 더 많은 일을 했죠." 윈저는 중국의 민간 영역에 대한 단속과 컨설팅 및 실사 작업에서 정치적 위험이 늘고 있는 상황을 거론하며 말한다.


해외투자 규제 계획은 이러한 추세를 그저 악화시킬 것이다.


"이 규정은 내년에 확정되기 이전에도 미국 기업의 중국 투자 의지에 찬물을 끼얹을 겁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무역·기술 프로젝트 디렉터 에밀리 벤슨은 말한다.


예를 들어 이미 반도체 및 양자 컴퓨팅 부문에 대한 투자를 기피했던 미국 벤처캐피탈 회사들은 이제 중국의 수익성 높은 바이오테크 분야를 기피하고 있다. 해외투자 규제가 강화될 경우 바이오테크 분야도 포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의 세쿼이아캐피털Sequoia Capital은 한술 더 떠 중국을 전담하는 완전히 새로운 조직을 분사했다. 그리고 실리콘밸리의 GGV 캐피탈은 최근 비슷한 행보를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일부 기업의 경우 미국과 G7 생태계에서의 시장 점유율 때문에 굳이 중국과 연루되어 얻을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습니다." 로디움그룹의 구존은 말한다. "하지만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기업들도 있죠."


그러나 만일 중국 시장에 전념하는 기업들조차도—클라크가 상공회의소에서 말한 것처럼—미국 자본이 중국의 군사 개발에 자금을 지원해서는 안 된다는 데 동의한다면 미국은 정확히 어떻게 이를 규제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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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투자 규제 계획의 가장 흥미로운 요소 중 하나는 비판론자들도 이 제도의 잘못에 동의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 이유는 매우 다르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의 경우, 이 계획은 종종 너무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바이든이 제안한 제도는 군사, 정보 및 대량 감시 최종 용도로 "독점적으로" 또는 "주로" 사용되는 AI에 초점을 맞출지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두 문구의 차이는 매우 중요하다고 워싱턴DC 소재의 다국적 로펌 모건루이스Morgan Lewis의 파트너 변호가 지오바나 시넬리Giovanna Cinelli는 말한다. "AI가 적용되지 않은 분야는 없습니다." 그는 말한다. "무기 시스템, 전기차, 로봇청소기 등 AI는 모든 곳에 존재하죠."


시넬리는 이러한 모호함이 투자 규제의 확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기에 분개한다. "적절한 정의가 없으면 규제의 촉수는 계속 확장될 겁니다." 그는 말한다.


AEI의 시저스는 구체성이 부족한 게 문제라는 데 동의하지만 법적으로 허점과 우회할 여지를 남길 수 있기 때문에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는 명확성이 부족하다는 것은 재무부가 실제로 규제를 이행할 의사가 없다는 신호로 본다. "제안된 규정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걸 선호해 모든 중요한 문제를 미해결 상태로 놔뒀습니다." 그는 말한다.


CSIS의 벤슨은 이보다는 중간에 가까운 입장이다. 행정명령의 일부가 "훌륭하다"고 인정하면서도 다른 일부는 "학생이 교수의 피드백이 필요한 대학 논문을 제출한 것처럼 읽힌다"고 평했다.


벤슨은 또한 다른 전문가보다 조금 더 낙관적이다. 규제 계획의 모호함이 의도적인 것일 수 있으며, 미국 정부가 경계를 어디로 설정할지 더 잘 파악할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새로운 도구의 주요 기능 중 하나는 더 많은 데이터를 생성하는 겁니다." 그는 말한다. "대형 기관투자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만으로도 어떻게 하면 규제가 정확한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미국의 대중국 투자 감소로 인한 공백을 타국 투자자들이 메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국과 같은 소수의 미국 동맹국 및 파트너 만이 자체적인 해외투자 규제 제도를 보유하고 있다. 다른 국가들도 이를 검토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행정부에 해당하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최근 중국에 초점을 맞춘 경제안보 의제의 일환으로 해외투자 정책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미국은 동맹국과 파트너들이 미국 투자자와 테크 기업이 빠져나온 공백을 메우는 일을 하지 말고 해외투자에 대해 미국과 유사한 규제 메커니즘을 마련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신미국안보센터Center for a New American Security의 에너지, 경제 및 안보 프로그램 선임 연구위원 에밀리 킬크리즈Emily Kilcrease는 말한다. "궁극적으로 이는 미국의 일방적인 정책보다 더 지속 가능한 접근 방식이 될 겁니다."


하지만 성공할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 문제는 유럽연합에서 뜨거운 논쟁이 되고 있으며, 독일 업계는 중국의 전기차 분야에 투자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작년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 폭스바겐은 베이징 소재의 호라이즌로보틱스Horizon Robotics와의 합작 투자에 20억달러 이상을 투입했다. 인텔 캐피탈은 2017년 호라이즌에 시드 펀딩을 제공한 바 있는데 이제 호라이즌은 폭스바겐의 지원을 받아 자동차용 칩을 개발해 인텔의 시장 영역에 진입하고 있다.


비판론자들은 또한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국들을 '작은 마당, 높은 울타리' 전략으로 결집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중국의 첨단 및 신흥 기술 발전 속도를 늦출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한다.


코펜하겐비즈니스스쿨의 더글러스 풀러Douglas Fuller 부교수는 중국 스타트업의 경우 인텔과 같은 서구의 테크 선도 기업의 벤처 부문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명성 가치"를 제공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본투자 외에도 중국은 이미 필요한 벤처캐피탈 관리 및 운영 기술을 갖추고 있습니다."


다른 이들은 이러한 기술을 말타기 경주처럼 단순한 경쟁으로 보면 안된다고 주장한다.


"중요한 것은 제안된 규정에 대한 사전 통지가 미국의 경쟁력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라는 사실입니다."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벨퍼 과학국제문제센터의 기술정책 연구원인 케빈 클라이먼Kevin Klyman은 말한다. "하지만 경쟁력은 누가 선두에서 1등을 하느냐에 따라서만 정의되는 게 아니죠."


클라이먼은 포드와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 CATL의 협력을 미국 기업이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와 같이 디지털 및 친환경 전환에 필수적인 부품과 공정 기술에 능통한 중국으로부터 시장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지적한다.


"투자자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를 하나로 묶어주는 접착제입니다." 그는 말한다. "이를 제거하면 과학적 협업, 기술 이전 및 파급 가능성이 줄어들죠."


의회가 포드-CATL 파트너십을 면밀히 검토하기 시작한 후 포드는 CATL과의 협력 계획을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디리스킹'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려면 아직 한참 멀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중국이 반도체와 배터리 기술에 필수적인 광물의 수출을 제한할 의사를 보인 것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연쇄반응을 주의해야 합니다." 로디움그룹의 구존은 말한다. "중국은 기초 기술 분야에서 미국과의 격차를 좁히고 적재적소에 산업 정책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느끼고 있는데, 미국은 이것이 중국 국가 개입의 또 다른 증거라면서 미국의 새로운 규제가 필요한 이유라고 주장합니다." 비단 최첨단 기술 분야가 아니더라도 "상황의 유동성은 모든 투자자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그는 경고한다.


이는 미국에도 분명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무역과 투자라는 기본 원칙을 무너뜨리는 과정에서 미국은 미중 경제 관계가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중대한 질문을 마주하고 있다. 해외투자 (규제) 규정은 완전히 시행되거나 확대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미중무역이라는 호락호락하지 않은 이 공간에 또 하나의 새로운 변수를 더하게 될 것이다.



루크 퍼테이는 덴마크국제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이자 옥스포드대학 에너지연구소의 선임 펠로우이며 저서로 '중국은 어떻게 패배하나: 중국의 글로벌 야망에 대한 반발'이 있다. 뉴욕타임스, 파이낸셜타임스, 가디언, 힌두, 포린어페어스, 포린폴리시 등에 기고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 중국 특파원 출신인 데이빗 바르보자가 2020년 만든 중국 전문 온라인 주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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