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

남중국해: 아무도 거론하지 않는 가장 위험한 분쟁지역

'미중 무력분쟁이 발발한다면 대만보다는 남중국해가 가능성이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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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해안경비대가 10일(현지시간) 촬영해 공개한 사진으로 중국 해경선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중국명 난사) 군도 동쪽 아융인 암초(국제명 세컨드 토머스·중국명 런아이자오)에서 필리핀 보급선을 향해 물대포를 발사하고 있다. 2023.12.10. /그래픽=PADO /사진=AFP=뉴스1

2024.01.12 14:14

The Atlan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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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이 1월 13일 총통 선거를 치르면서 다시금 대만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이 충돌할 가능성을 주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훨씬 더 첨예한 대립과 분쟁이 이뤄지고 있는 곳이 이미 존재합니다. 중국, 대만은 물론이고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 대부분의 영유권 주장이 충돌하고 있는 남중국해입니다. 저우보周波 전 중국 인민해방군 상교上校(대령)는 뉴욕타임스에 '대만 보다는 남중국해에서 미중 무력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이 발언이 실린 뉴욕타임스의 2023년 9월 인터랙티브 기사도 매우 읽을 만 합니다. 저희도 이 기사를 소개하려 했었는데 영상 컨텐츠는 라이센스가 되지 않아 아쉽게도 포기해야 했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중국과 필리핀의 충돌은 눈에 띄게 거세지고 있습니다.


남중국해에서 특이한 것은 작은 돌섬(rock)이나 수면 아래 있는 암초의 존재입니다. 이 보잘 것 없는 바위에 콘크리트 구조물을 설치하거나 폐선해야 할 배를 고의적으로 좌초시켜 그 위에 국가주권의 수단들(무기나 감시 및 통신 시설 등)을 추가하면서 조금씩 국가의 관할권을 확대해나갑니다. 영토가 영토인 것은 그것이 힘을 투사하는 플랫폼이 되기 때문입니다. 항공모함, 구축함 같은 군함이 국제법상 영토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 것도 국가의 힘을 투사하는 플랫폼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남중국해에는 수많은 돌섬, 암초를 마치 해군 함정처럼 국가의 힘을 투사하는 플랫폼으로 만들려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이 애틀랜틱 기사를 읽으면서 조용히 전개되고 있는 '영토전쟁'을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처음에 등장한 것은 여러 언어가 새겨진 콘크리트 표지석들이었다. 1990년대 중반 필리핀 해군 조종사들이 정찰 비행 중 이를 발견하고 부대를 보내 이를 제거했다. 그 다음은 오두막이었다. 폭풍우가 몰아칠 때 어부들이 피난처로 삼을 법한 작은 나무 구조물들이 무인도에 등장했다. 이를 발견한 조종사 중 하나인 알베르토 카를로스는 당시에는 그다지 위험해보이지 않았다고 회상한다.


나중에서야 카를로스는 자신이 중국의 남중국해 정복 초기 단계를 목격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중국은 척박한 바위섬 여럿에 정보 수집 장비와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스텔스 전투기를 배치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10년 동안 스프래틀리 군도에 있는 점령지 7개소에 3200에이커(390만평)가 넘는 땅을 추가했다.


남중국해는 아마도 세계에서 분쟁이 가장 치열한 수로일 것이다.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필리핀, 대만이 모두 이곳에서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중국만큼 호전적으로 영유권을 주장하는 국가는 없다. 필리핀은 중국군이 거의 매일 자국 선원과 어부들을 위협한다고 불평하고 있으며 페르디난드 '봉봉' 마르코스 대통령 정부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동영상, 사진, 목격자 증언을 공개해왔다. 2023년 10월 말, 당국은 중국 선박이 필리핀 선박과 두 차례 충돌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이러한 사건들로 우려하는 게 비단 필리핀 정부만은 아니다. 과거 미국 식민지였던 필리핀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가장 오래된 동맹국이며 양국은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다. 사실 오늘날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포함한 전 세계의 모든 분쟁 중에서, 남중국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국과 필리핀의 긴장은 잠재적인 폭발력이 가장 큰 분쟁으로 손꼽힘에도 불구하고 주목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2023년 초 한 전직 중국군 고위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간의 분쟁이 대만 주변보다 남중국해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수학적으로 볼 땐 간단한 문제예요."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아시아 해양 투명성 이니셔티브 책임자인 그렉 폴링Greg Poling은 내게 말했다.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장소가 너무 많아요... 뭔가 잘못될 수 있는 잠재적 표면적이 너무 넓습니다."




태평양이 동남아시아 해안으로 굽이치며 필리핀, 인도네시아, 대만의 큰 섬들로 둘러싸인 이 해역에는 산호초를 비롯, 수자원이 풍부하다. 전 세계 어선의 절반 이상이 이곳에서 조업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통행량을 기록하는 항로들이 이곳을 지나고 연간 3조달러에 달하는 무역이 이 항로들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해역 중 200해리는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속한다. 현재 해군 중장인 카를로스는 2022년 1월부터 필리핀 서부사령부를 지휘하며 이 해역을 감독하고 있다. 그의 함대에는 시에라 마드레Sierra Madre라는 함정이 있다. 본래 1944년 미 해군 선박으로 건조돼 1976년 미국이 필리핀에 공여하기 전까지 일본과 베트남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은 군함이다. 1999년 5월 이래 시에라 마드레는 필리핀과 중국 사이 긴장의 원인이 되어 왔다.


당시 시에라 마드레는 팔라완 섬 해안에서 약 200킬로미터 떨어진 영유권 분쟁 지역에 있던 작은 암초인 세컨드 토마스 암초Second Thomas Shoal에 좌초했다. 그해 말 또 다른 함선이 다른 암초에서 좌초됐다. 중국은 필리핀이 (고의적으로) 좌초시킨 선박들을 전초기지로 이용하고 있다고 의심했다.


필리핀 정부 관계자들은 처음에는 시에라 마드레 호를 수리할 계획이었지만 자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말을 아꼈고, 다른 배는 결국 예인시켰다. 하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시에라 마드레는 고철덩어리로 남아 청정한 열대 바다를 가로막고 있다. 소수의 선원들이 승선하고 있으며, 이들은 약간 늘어진 철골 사이로 돌아다니며 해역에 침입자가 있는지 감시한다. 이곳에서 순환근무는 일반적으로 2개월간 진행되지만 최대 5개월까지 연장될 수 있다. 카를로스는 여기서의 순환근무를 '정신력 테스트'라고 불렀다.


시에라 마드레는 중국이 남중국해 대부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기 위해 사용한 지도 속의 환상인 '9단선' 안쪽에 위치한다. 그러나 2016년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는 중국의 9단선 주장을 부정하고 세컨드 토마스 암초가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 및 대륙붕의 일부라고 판결했다.



중국은 이 판결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필리핀이 해경의 호위를 받는 소형 보트로 시에라 마드레 선원들에게 보급품을 전달하려 하면 중국 선박은 이를 차단하려 한다. 2023년 8월 초, 중국 해경은 필리핀 선박이 전초기지에 접근하는 걸 막기 위해 물대포를 사용했다. 같은달 이루어진 두 번째 시도는 성공했고, 미국 정찰기가 상공을 비행하는 와중에 이루어진 9월의 시도도 성공했다.


분쟁이 너무 오래 지속되어 거의 일상이 됐다. 하지만 곧 선박 자체가 새로운 접근법을 요구하게 될 지도 모른다. 취역 80주년이 다가오는 시에라 마드레는 바닷물과 폭풍우와 겨루는 소모전에서 패배하지 않으려면 광범위한 수리 작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카를로스는 2023년 6월 직접 시에라 마드레를 찾았다. 내가 선박의 상태에 대해 물었더니 그는 웃으며 답했다. "'악화' 대신에 쓸 수 있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단어가 뭐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리핀 해군은 시에라 마드레를 포기하지 말라는 엄격한 명령을 받고 있다.


시에라 마드레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필리핀 정부가 택할 수 있는 옵션들은 모두 위태로운 현상을 뒤흔들 가능성이 있다. 완전히 망가질 때까지 계속 선박의 부식을 방치할 수도 있다. 필리핀은 배를 수리하기 위해 이미 위험해진 보급로를 통해 더 많은 자재와 인력을 투입할 수도 있고, 필리핀의 일부 정치인들이 제안한 것처럼 해군이 새로운 시설을 건설할 수도 있다. 미국 싱크탱크 CSIS의 폴링은 어떤 옵션이든 '상대방의 대응을 야기하는 사건action-forcing event'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이 점점 꼬여 가는 느낌이예요."




2023년 1월 마르코스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다음 달, 중국 해경은 세컨드 토마스 암초 인근에서 필리핀이 "군용 레이저"라고 표현한 것을 필리핀 해경 함정에 사용해 승무원들의 눈을 일시적으로 멀게 했다. 디스코드Discord에 유출된 미 국방부 기밀문서에 따르면 마르코스는 이 사건을 "베이징 방문으로 생긴 선의를 무효화하는 것"으로 간주했다. 이 기밀문서는 마르코스가 "필리핀의 남중국해 관련 태세 강화"를 시작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마르코스는 바로 그렇게 했다. 그는 미국이 필리핀 내 주둔 군 병력을 확대할 것을 촉구하고 2023년 초 합동훈련에 참석했다. 11월 말, 필리핀과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3일간 해상 및 공중 연합 순찰을 실시했다.


중국은 필리핀이 미국의 하수인이라고 비난하는 것으로 응수했는데 이는 중국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방식으로 행동하는 소국에 대해 주기적으로 하는 표현이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계속 압력을 가하고 있다. 카를로스는 하루에 약 400척의 중국 선박과 100척의 베트남 선박이 필리핀의 경제수역 및 영해에 들어온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모든 노력과 외교적 항의, 존재감 확대에도 불구하고 그 숫자는 그대로입니다." 카를로스는 말했다. 중국 선박 일부는 해경이나 해군 함정이지만 대부분은 중국해상민병中?海上民兵 소속으로, 스스로를 어선이라고 주장하나 실제로는 군경과 협력하여 강압을 행사한다.


최근 카를로스는 중국 선박들이 팔라완을 향해 동쪽으로 천천히 움직이는 걸 발견했다. 벽에 붙어 있는 커다란 해도海圖를 가리키며 그는 해안 160km 이내에 중국 선박이 모여있는 곳을 보여주었다. 스프래틀리 군도의 북동쪽에 있는 이로쿼이 암초는 석유와 가스가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난 8월부터 중국 선박 수십 척 여기에 몰려들고 있다. 필리핀 해군은 그 달 한 번의 작전으로 50여 척을 몰아냈다. 카를로스는 중국이 "이 지역을 장악하려 한다"고 여긴다.




세컨드 토마스 암초가 도화선이 되기 훨씬 전인 2012년, 중국과 필리핀 선박들은 루손 서쪽의 삼각형 환초인 스카버러 암초Scarborough Shoal에서 팽팽한 대치 상태에 들어갔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그해 6월 해결책을 중재하기 위해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을 만났다. 그때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났고 어떤 약속이 있었는지는 참가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결과적으로 필리핀 선박은 이 지역을 떠났고 중국 선박은 떠나지 않았다. 중국은 이 모래톱을 사실상 장악했고 이후 지금까지 그곳을 지키고 있다.


같은 해, 필리핀과 프랑스 고고학자들은 스카버러 암초 근처에서 난파선을 조사하고 있었다. 중국군은 이들과 대치했다. "우리쪽 동료들이 지금 매우 위험한 상황이며, 중국이 저공으로 비행기를 띄워 어떤 관측을 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당시 프로젝트를 감독했던 유세비오 디종Eusebio Dizon은 말했다. 그는 놀란 과학자들에게 현장에서 물러나라고 지시했다. 그가 당시 모르던 사실이 있다. 중국도 이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고고학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었다는 것이다. 이 지역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정당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난파선 탐사에 돈을 쏟아붓고 있었다.


"그들은 그곳에서 발견한 중국 유물을 이용해 중국이 그곳을 점유하고 있었다고, 그곳이 자신들의 땅이라고 주장합니다." 디종은 말했다. 디종과 다른 전문가들은 남중국해가 수천 년 동안 번화한 무역과 이동의 장소였다고 반박한다. 난파나 유실물은 필연적으로 발생하며 그것이 영유권 주장을 뒷받침해주진 않는다는 것이다.


필리핀 안보 관련 기관들에서는 스카버러 암초 사건 이래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군사화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놓고는 군사화를 시작했을 때 미국이 필리핀을 충분히 지원하지 않았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미국의 대응이 보다 강력했다면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화를 더 늦출 수 있었으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카를로스는 2012년에 대해 "당시 미국은 다른 급선무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변화가 있었다. 2019년 미국은 필리핀과의 방위조약에 남중국해가 포함됨을 명확히 했고, 2023년 필리핀은 미국이 필리핀 내 더 많은 기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친구들이 그렇듯이 우린 때때로 각자의 길을 가기도 합니다." 인도태평양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태스크포스를 지휘하는 크리스 스톤Chris Stone 미 해군 소장은 필리핀과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만나고 서로를 알아가면서 그 우정이 얼마나 위대한지 깨닫게 됩니다."


그러나 아시아에서 미국의 우방국 관계는 종종 우선순위에서 밀려 시험대에 오르기도 하고 심지어 외면당하기도 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한 1060억달러 규모의 대외 원조 패키지 중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지원을 위한 원조액은 20억달러로 이스라엘, 우크라이나, 미국 남부 국경에 배정된 자금에 비해 턱없이 작다.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대표적인 무역 이니셔티브는 실현되지 못했다.




2023년 9월 20일, 나는 필리핀 현역 군인 및 예비군 10여 명과 함께 팔라완 서부 해안에 있는 푸에르토 프린세사Puerto Princesa로 향하는 미니버스를 탔다. 섬을 가로질러 푸른 언덕을 지나 물가에 있는 맹그로브가 우거진 숲으로 둘러싸인 해안가에 이르렀다.


예비군들은 뜨거운 콘크리트 부두 위에 시에라 마드레 선원들을 위한 기부물품 쌀과자, 스팸, 콘비프 통조림 등을 늘어놓았다. 부두 한쪽에는 진한 파란색에 노란색 테두리로 칠해진 60피트짜리 나무배가 정박해 있었다. 곧 통통거리며 무너져가는 전초기지로 배달을 하러 갈 것이었다. 그 여정은 약 30시간이 걸린다.


카를로스는 부두에서 예비군들을 만나 선물에 감사하는 짧은 연설을 했다. 그는 최근 일부 선원들이 식비를 직접 지불해야 했다고 언급했다. 그의 뒤에는 1943년에 취역한 대형 해군 함정이 정박해 있었다. 이 함정의 함장이 해군에 입대했을 때 함정은 이미 취역한 지 59년이 지난 상태였다.


필리핀 해군의 전력은 최근 몇 년 동안 조선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2023년 10월 발표된 보고서에서 미 국방부는 중국 해군이 수상함정 및 잠수함 370척을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했고, 이는 수치상 세계 최대 규모다. 2021년 독일 해군 참모총장은 중국이 4년마다 프랑스 해군 전체와 맞먹는 규모로 해군을 확장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중국은 또한 최근 10년 사이에 세계 최대 규모의 해경 함대를 거느리게 됐다. 중국 해경의 중무장한 대형 함정은 전통적인 해경 함정과는 닮은 점이 거의 없다. 카를로스는 중국 해경 함정을 두고 흰색 페인트를 칠한 해군 군함이라고 설명했다.


카를로스는 중국과 필리핀 해군력의 명백한 비대칭성을 감안할 때 필리핀은 '전국가적 접근법'으로 중국에 대항해야 한다고 본다. "군대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는 내게 말했다. 푸에르토 프린세사는 이러한 접근법의 실험 대상이 되었다.


나는 현지 관청에서 필리핀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스프래틀리 군도 구간을 포함한 관광 개발 프로그램을 이끄는 켄잡 후판다Khenjap Hupanda를 만났다. 현재 스프래틀리 군도를 찾는 방문객을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돼 있지 않고 날씨 때문에 한 해 중 레저 크루즈를 즐길 수 있는 시기는 수개월 밖에 되지 않는다. 잠재적 관광객들은 뱃멀미와 햇볕 화상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정학적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 대부분은 중국 선박과 가까이서 마주치기를 기대합니다." 후판다는 내게 말했다. "심지어 중국 선박과의 근접 접촉을 약속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해요." 지금까지 80명이 세 차례에 걸쳐 투어에 참여했다. 대부분은 필리핀 출신이었지만 20명은 해외에서 왔다. 가까이서 마주친 적은 없지만 멀리서 중국 선박을 목격하는 경우는 많았다.


후아판다는 군도를 둘러싼 갈등보다는 이곳이 지닌 자연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고 싶어 한다. 관광객들은 배 위에서 생활하며 수많은 철새 떼가 찾아오는 라왁Lawak을 비롯한 섬들을 탐험한다. 바다거북을 발견하고 스포츠 낚시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있다. "저희는 필리핀 사람들이 서필리핀해1 가 정치적인 문제만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길 바랍니다." 그는 말했다.


투어의 정점은 푸에르토 프린세사에서 서쪽으로 약 500km 떨어진 (배타적경제수역 밖에 있는) 티투Thitu 섬에서 이틀간 머무는 것이다. 후판다는 티투가 "아마도 필리핀에서 가장 외딴 곳일 것"이라고 말했다. 필리핀 정부는 1970년대에 이 섬을 점령하고 2000년대 초부터 이곳에 주민 정착 사업을 시작했다. 후판다에 따르면 민간인과 군인이 섞여 있는 약 500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으며, 팔라완에서 날씨에 따라 정기 페리를 타고 갈 수 있다.




나는 푸에르토 프린세사에서 작은 오토바이를 타고 서부사령부가 남중국해에 관한 공개 포럼을 개최하는 쇼핑몰로 이동했다. 팔라완주립대학교의 한 교수가 군인, 환경 노동자, 학생, 호기심 많은 쇼핑객을 대상으로 2016년 유엔 판결의 기본 사항을 설명했다. 한 시민단체의 창립자는 학생들에게 현 상황에 대해서 사람들이 "중국의 프레임에 갇히게" 만들 수 있는 온라인 프로파간다를 경계할 것을 촉구했다.


해안 바로 너머에서 상황은 계속 고조되고 있다. 내가 그날 아침 부두에서 본 파란색과 노란색 테두리의 보트는 중국 선박들 사이를 뚫고 시에라 마드레까지 성공적으로 항해하여 기부 물품과 함께 더 많은 재보급 물품을 실어 날랐다. 하지만 그 다음번 임무는 더 다사다난했다. 2023년 10월 22일 아침 6시가 조금 지난 시각, 중국 해경 선박이 필리핀 보급선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리고 두 시간 후 중국 해상민병대 선박이 필리핀 해경 선박을 공격했다.


이 사건은 바이든 대통령의 반응을 이끌어낼 만큼 충격적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필리핀에 대한 미국의 방위 공약은 "철통같다"고 말했다.


1857년 창간된 미국의 대표적인 시사·문예 매거진. 진보적 성향으로 롱리드 피처, 인터뷰 기사로 유명합니다. 본래 월간지였으나 현재는 1년에 10회 발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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