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새로운 도시국가를 건설하는 실리콘밸리 억만장자들

실리콘밸리는 늘 자신만의 유토피아 건설을 꿈꿨다. 과연 누가 이주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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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네그로의 마을 페라스트. /사진=Ivan Glusica

2024.03.15 14:02

The Atlan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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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영국 등 유럽의 신교도들이 '종교적 자유'를 찾아 대서양을 건너와 세운 나라입니다. 이후 기업가, 자본가들이 '경제적 자유'를 찾아 건너왔습니다. 미국이란 나라의 역사는 자유를 향한 프로젝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처음 상륙한 동부의 사회적, 경제적 질서에 구속감을 느낀 이들은 드넓은 서부로 떠났고, 서부의 끝 캘리포니아에 다다르자 태평양을 건너 동아시아로 진출했습니다. 전통적인 국민국가의 영역을 벗어나 새로운 도시국가형 '스타트업'을 꿈꾸는 이들이 유독 미국에 많은 것은 (미국이 가장 부유한 나라라는 자명한 이유 외에도)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암호화폐 업계를 필두로 새로운 '네트워크 국가'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집니다. 비트코인과 함께 가장 많이 거래되는 암호화폐 이더리움의 설립자 비탈릭 부테린은 2023년 3월 몬테네그로에서 2개월짜리 네트워크 국가인 '주잘루'를 선보였습니다. 세금이 없는 나라, 불필요한 정부 서비스에 돈을 낼 필요가 없는 나라, 생명연장을 위한 실험에 제약을 가하지 않는 나라 등을 꿈꾸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여기 소개하는 애틀랜틱의 2024년 2월 기사는 (말미가 다소 감상적으로 흐르긴 하지만) 새로운 세대의 몽상가들의 면면과 '새로운 국가'를 설립하려던 과거의 논의 등을 상세히 설명합니다.


한편,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과 비교해보면 자신들이 얻은 부의 자유만 추구하는 이들의 철학이 얼마나 빈곤한지 드러납니다. 이들 상당수가 꿈꾸는 국가는 화려한 휴양지 리조트의 대형 버전에 지나지 않습니다. 인간의 다양한 욕망과 면모가 뒤얽히는 현장(우리가 그토록 경멸해마지 않는 관료제도 그 중 하나입니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진정한 의미의 '건국'은 요원할 수 밖에 없습니다.


1.

몬테네그로의 수도로 통하는 국제공항에는 도착 게이트가 단 두 개뿐인데 2023년 봄에는 평소보다 더 붐볐다. 나도 다른 많은 사람들과 같은 이유로 그곳을 찾았다. 발칸반도에 위치한 작은 국가 몬테네그로는 주로 미국인들이 주축이 된 사회·정치 운동의 중심지로 어울릴 법한 곳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되었다.


내가 특히 관심을 갖고 있던 것은 주잘루Zuzalu였다. 친환경 암호화폐 이더리움ethereum의 공동 창립자인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이 조직하고 어느 정도 비용을 부담한 두 달간의 공동 생활 실험체다. 라도비치Radovići에서 멀지 않은 아드리아 해안의 새로운 리조트이자 계획 공동체인 곳에서 진행 중이었다. 일종의 수련회이자 컨퍼런스인 주잘루는 테크 업계의 디지털 유목민들이 전 세계 여러 지역으로 이주하여 원하는 대로 자신들만의 사회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시험무대이기도 했다. 약 200명이 두 달을 꽉 채워 살기로 신청했다. 나처럼 들락날락한 사람들도 있었다. 내가 참석했던 날의 대화 주제는 '새로운 도시와 네트워크 국가'였다. 유럽에서 온 관광객들은 산책로에서 시가를 피웠고, 주잘루 참가자들은 여행과 운동 계획을 세우고 나중에 참가자 대상으로만 열리는 가수 그라임스Grimes의 공연장으로 향하는 셔틀을 탔다.


네트워크 국가란 테크 업계에서 영향력 있는 비트코인 옹호자인 발라지 스리니바산Balaji Srinivasan이 처음 제안한 개념이다. 그가 2022년 7월 4일에 출간한 저서 '네트워크 국가'에서 설명한 것처럼, 네트워크 국가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작한다. 이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토지를 구입하고 "최소한 기성 정부 한 곳"이 외교적으로 국가로 인정할 정도로 집중적으로 거주함으로써 오프라인 세계로 이동한다. 투표를 할 필요는 없다. 투표를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네트워크 국가에 그대로 머무르거나 더 마음에 드는 다른 네트워크 국가로 '퇴장'하는 것이다.


그 외에는 내가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 스리니바산은 특정 식단(코셔, 케토)을 먹는 사람, FDA 규제가 싫은 사람, 캔슬 컬쳐를 싫어하는 사람, 베네딕토 수도사처럼 살고 싶은 사람, 공공 건물을 패러데이 케이지1에 넣어 인터넷 사용을 제한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네트워크 국가 같은 걸 만들 수도 있으리라고 제안한다. 국가가 무엇을 기반으로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지만 '도덕적 혁신' 또는 '하나의 계명'에 기반해야 한다.



그래서 몬테네그로에서는 지오데식돔2geodesic dome 안에서 발표자들이 제안하는 다양한 사회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대화는 '브레인스토밍에 나쁜 아이디어는 없다'는 친근한 분위기로 이어졌다. 엄청난 규모의 제안이 한 시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마다 차례로 발표됐다. 몇몇 제안은 온라인 커뮤니티 또는 '탈중앙화된 자율 조직'으로 시작하여 대의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처음부터 구축해야 할 것이었다. 또 다른 제안들은 전통적인 의미의 스타트업에 가까웠다. 창업자가 주도하고 기업처럼 운영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독일의 기업가 타이터스 게벨Titus Gebel은 시민이 고객이 되어 개인적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정부 서비스에 대해서만 비용을 지불하는 '무료 민간 도시'의 설립을 제안한다. 도시 운영자와 소규모의 운영위원회가 모든 중요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현재 서구의 기존 체제는 개혁이 불가능합니다." 게벨은 프레젠테이션에서 말했다. "더 이상 사람들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후 나는 프랙시스의 공동 창립자이자 CEO인 20대의 청년 드라이든 브라운Dryden Brown과의 Q&A를 들었다. 프랙시스는 벤처캐피탈의 투자를 받은 단체로, 지중해 지역 어딘가에 새로운 '영원한 도시' 프랙시스를 건설하여 미국 민주주의와 그 모든 결함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한다. 인터넷에서 브라운은 전투적이고 자기과시적이지만, 실제로 만나면 나이든 어른들이 자신을 '멋진 청년'라고 부르는 데 익숙한 사람처럼 반사적으로 공손한 태도를 취한다. 20대 초반이던 시절 그는 자신을 '재정적으로 보수적이고 사회적으로 어색한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밈meme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뉴욕에서는 나를 피하던 브라운은 내가 몬테네그로에 나타나자 놀라울 정도로 나를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내가 그라임스 공연에 들어가자 그는 내게 "해냈군요!"라고 말했다).


Q&A에서 그는 과거에도 자주 했던 이야기들을 주로 했다. 그의 가족은 독립전쟁에 참전했고, 자신이 15~16살 때부터 새로운 도시를 만들고 싶었으며, 프랙시스에 대해 알아야 할 중요한 점은 그곳에 사는 모든 사람이 훌륭하리라는 것이다. "또 다른 일론 머스크가 이 도시로 이주하게 되면도 거기서부터 수익이 발생하는 겁니다." 그는 말했다. 브라운은 "위험에 대한 내성이 있고, 재능이 있으며, IQ가 높은 인재를 도시에 유치하고 계속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높은 IQ"라는 부분을 두 번이나 말했다.


프레젠테이션 둘째 날, 나는 세바스찬 브루네마이어Sebastian Brunemeier라는 바이오테크 투자자와 점심을 먹었다. (하지만 그는 단식 중이었기 때문에 우린 물만 마셨다.) 놀라울 정도로 친절하고 솔직한 브루네마이어는 2021년에 롱바이오LongBio라는 벤처 캐피탈 펀드를 공동설립해 투자한 '수명 극대화주의자longevity maximalist'다. 그는 이제 자신과 다른 사람들이 '생명주의3vitalism'라고 부르는 대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장수에 특화된 네트워크 국가를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죽음은 필연이 아니라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기본 전제는 이렇습니다. 생명이 좋은 것이고 건강이 좋은 것이라면, 죽음과 질병은 나쁜 것이죠." 브루네마이어는 설명했다. 이 네트워크 국가의 시민들은 미국의 규제와 의료 실험에 대한 복잡다단한 제한을 벗어나 더 오래, 건강하게 살겠다는 목표를 자유롭게 추구하게 된다. (미국의 세법으로부터도 벗어날 수 있다.) 이들은 우선 온두라스의 한 섬에서 '비탈리아'란 이름의 '팝업 도시'를 두 달 동안 운영한다.


네트워크 국가에서 영감을 받은 다른 몇몇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나이지리아에는 기업가들을 대상으로 한 신도시 이타나Itana가 있는데, 이 도시는 세금 혜택으로 외국인 사업가들을 유혹하고 있다. '생명주의'쪽 사람들이 향하고 있는 온두라스 앞바다의 섬에는 이미 실험적인 유전자 치료를 제공하는 '프로스페라Próspera'라는 커뮤니티가 있다. 하이퍼루프원Hyperloop One의 공동 설립자인 벤처캐피털리스트 셰빈 피셰바Shervin Pishevar는 바하마에 '스마트 아일랜드'를 건설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자체 공항을 갖춘 계획 공동체처럼 들리지만 피셰바르는 자신의 야망이 그보다 훨씬 더 크다고 공언했다. "우리의 차기 프로젝트 중 하나는 맨해튼보다 더 큰 섬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는 2023년 10월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스리니바산 주도의 네트워크 국가 컨퍼런스에서 말했다. 그는 장소를 밝히지 않았지만 해당 지역의 정부와 99년 임대 계약이라는 "본질적으로 조약treaty"을 협상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류의 프로젝트에 대한 소개는 웅장함과 불만과 함께 진행된다. 민주적 거버넌스의 뒤틀린 관료제가 인류를 구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십 년 전에는 달에도 갔는데 왜 인류에겐 아직도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없는 걸까? 수세기 전에는 개척자와 선구자를 칭송했는데 왜 오늘날에는 그들을 비난하는 걸까? 왜들 이렇게 행동가와 건설가들을 경멸할까? 왜 이 모든 관료주의가 최고의 인재들을 가로막는 걸까?



이런 프로젝트의 대부분은 아직 조약이 체결될 정도로 현실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강력하고 긴밀하게 연결된 업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충분히 현실적이다. 이들은 활기차고 창의적이며 때때로 매력적이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미래를 꿈꾼다.

2.

네트워크 국가란 개념은 완전히 독창적인 게 아니다. 미국은 유구한 분리주의적 열망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자유방임주의적 정착지에 대한 구체적인 꿈은 적어도 1970년대부터 존재했다. 당시 네바다주의 반동주의적 백만장자 마이클 올리버는 "이 나라를 위한 진정한 치료법은 생산적인 사람들이 떠나고, 빈대들끼리 서로에게 세금을 물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레이먼드 크레이브Raymond B Craib의 최근 저서 '모험 자본주의Adventure Capitalism'에 따르면, 올리버는 남태평양에 인공 섬을 건설하는 것을 처음으로 고안했다. 그는 이후 바하마의 일부 섬을 침공하고 포르투갈의 우익 분리주의 운동에 자금을 지원하는 등의 계획을 세웠다.


네트워크 국가 아이디어는 신반동주의 사상의 아버지로 불리는 테크 업계 인사 커티스 야빈이 15년 전에 제안한 '패치워크Patchwork' 개념과도 매우 유사하다. 2008년,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렇게 썼다.


"패치워크의 기본 아이디어는 우리가 역사에서 물려받은 엉터리 정부를 깨부수고, 주민의 의견과 관계없이 각각 개별 주식회사가 통치하며 주권과 독립성을 가진 수만, 수십만 개의 미니 국가로 구성된 글로벌 네트워크로 이를 대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주민은 이사를 가면 된다."


야빈의 다른 글과 마찬가지로 이 글 또한 매우 냉소적이며 독자로 하여금 과장이길 바라게 만드는 표현으로 가득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의 빈민층을 없애기 위해 "약간의 공중 폭격"을 제안했다. 그의 어조는 패치워크 아이디어가 오랫동안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한 이유일 수 있다. 그에 대한 위키백과 항목에서 '대안우파Alt-right'와 '인종에 대한 견해'라는 소제목에서 읽을 수 있는 내용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제 미국의 너저분한 현실에 지친 사람들이 야빈의 글에 새로운 감동을 느끼며 다시 돌아오고 있다. "그는 너무 세상을 앞서갔죠." 벤처캐피털 회사 어셈블리캐피털Assembly Capital의 공동설립자 윌리엄 볼William Ball은 한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말했다.


돌이켜보면 네트워크 국가는 실리콘밸리가 처음부터 지향해 온 꿈이 틀림없다. 영국의 학자 리처드 바브룩Richard Barbrook과 앤디 캐머런Andy Cameron은 1995년에 발표한 유명한 에세이 '캘리포니아 이데올로기'에서 실리콘밸리의 기술자들이 "기존의 사회적, 정치적, 법적 권력 구조가 시들고 자율적인 개인과 소프트웨어 간의 자유로운 상호작용으로 대체될 미래"를 기대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저자들은 캘리포니아의 고속도로, 대학, 광범위한 공공 인프라가 모두 복잡한 관료 조직에 의해 건설되고 세금으로 지원되었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포착했다.



2년 후, 테크 업계는 자체적으로 동일한 테제를 내보였다. 바브룩과 캐머런의 에세이와는 달리 분석적 거리를 두지 않은 것이었다. 미국의 투자자 제임스 데일 데이비슨James Dale Davidson과 영국의 저널리스트 윌리엄 리스-모그William Rees-Mogg 경이 쓴 '주권적 개인The Sovereign Individual'은 캘리포니아의 테크 산업이 성장하고 있을 때 출간됐다. 이는 '자기 소유권self-ownership'이라는 개념에 대한 선언문이었으며, 정부와의 어떤 종류의 상호 관계도 완전히 경멸하는 태도를 취했다. 데이비슨과 리스-모그는 때때로 너무 산만한 은유를 사용하고 있어 그 주장의 임팩트를 약화시킨다. ("국가는 납세자를 농부가 젖소를 다루듯 대하는 데 익숙해졌다. 젖을 짜기 위해 밭에 두는 것이다. 조만간 소는 날개를 달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암호화폐의 발전을 예측했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여전히 읽히고 있으며, 2020년 재출판본에는 피터 틸이 새로운 서문을 썼다. 또한 국민국가가 다루기 어려워지면서 가장 안정적인 정부 형태는 도시국가, 즉 "오래된 베네치아 모델"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새로운 시대에 컴퓨터는 모든 제도와 사회 구조, 그리고 세계 경제 전체를 변화시킬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시민을 통제하고 세금을 징수할 수 있는 권한을 축소하여 국가 정부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 또한 영구적으로 부유한 상류층, '인지적 엘리트'를 만들어낼 것이며, 이들은 "일반 시민과 동일한 물리적 환경에 존재할 수 있지만" 결코 일반 시민을 자신과 동등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결국 이 엘리트들은 자유롭게 세계 곳곳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완전 온라인 경제의 참여자로서, 그들은 '장소의 폭정'에서 벗어나 원하는 곳 어디든 갈 수 있고, 최대한의 자유를 추구하며 과거에 국가가 제공하던 서비스의 상업적 버전에 대해 원하는 만큼의 비용을 지불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데이비슨과 리스-모그는 도덕적인 이유로 이 중 어느 하나에라도 반대하면 러다이트주의자이자 망상적인 국가주의자라고 주장했다.


실리콘밸리의 '탈출구'에 대한 집착은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에 가장 두드러졌다(그리고 가장 많은 조소를 받았다). 패트리 프리드먼Patri Friedman(자유시장 이론가 밀턴 프리드먼의 손자)과 피터 틸은 당시 시스테딩연구소Seasteading Institute에서 바다 위에 '떠다니는 도시'를 건설하고자 했다. '공해公海 상의 버닝맨'이라는 조롱을 받았던 이 프로젝트는 기술적 난이도와 고유의 엉뚱함으로 인해 실패로 끝났다. 2023년 여름, 줌Zoom으로 프리드먼과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그는 반짝이는 고양이 귀를 쓰고 자신이 기회의 순간이라 여겼던 것에 대해 생동감 있게 이야기했다. 프리드먼의 투자 펀드인 프라노모스캐피털Pronomos Capital은 틸의 지원을 받아 5개 대륙의 프로젝트에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프라노모스는 프랙시스, 프로스페라, 이타나 등 다른 네트워크 국가 벤처에 자금을 지원했다.) 프리드먼은 지난 20년 동안 '경쟁적 거버넌스' 개념을 주장해 왔다. 정부를 스타트업에 의해 파괴될 수 있는 산업처럼 취급하는 개념이다. "사람들은 이제 이 문제를 훨씬 더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죠." 그는 말했다.


네트워크 국가는 실리콘밸리의 사상가들 사이에서 즉각 인기를 끌었다. 투자자 마크 안드레센Marc Andreessen, 코인베이스의 CEO이자 공동 창업자인 브라이언 암스트롱, 엔젤리스트AngelList 공동창업자 나발 라비칸트Naval Ravikant 등이 네트워크 국가 개념을 지지했다.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은 비탈릭 부테린이 지지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쓴 글에서 스리니바산의 일부 지적에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그의 기본 전제를 옹호했다.


부테린과 스리니바산은 대비되는 인물이다. 스리니바산은 남성중심적이고 우파적인 문화로 악명 높은 투박한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에 올인하는 건방진 인도계 미국인이다. 그는 소셜미디어에서 사람들과 싸우고 기자를 "목줄이 달린 개"라고 부른다. 부테린은 보다 젊고 가냘픈 외모의 러시아계 캐나다인이다. 그는 더 부드럽고 친절한 이미지를 갖고 있으며, 그가 개발한 암호화폐 이더리움은 극좌파를 포함한 모든 정치적 성향으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다. 스리니바산 혼자서 주도하는 운동에 거부감을 느낄 사람들은 부테린의 참여로 안도할 수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스리니바산의 네트워크 국가 개념에 대한 부테린의 가장 큰 불만은 네트워크 국가가 부유층의 안식처가 되기 쉽다는 점과 전권을 가진 창업자는 영구적인 상태가 아니라 일시적인 조치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보다 민주적인 거버넌스와 주변 커뮤니티와의 긍정적인 관계를 추구하도록 수정하고 다른 모든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더한 네트워크 국가라면 어떨까요? 이런 비전이라면 저도 지지할 수 있습니다." 부테린은 이렇게 결론지었다.


이렇게 보다 포괄적으로 정의된 네트워크 국가 아이디어는 폭넓은 매력을 갖는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팬데믹으로 인해 삶의 여러 측면이 더 빨리 인터넷으로 이동했다. 미국의 월급을 받고 생활비가 저렴한 곳으로 이주하여 원하는 곳 어디든 돌아다니는 디지털 유목민 또는 원격근무자가 그 어느 때보다 흔하다. 또한 미국이 근본적으로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 미국이 피할 수 없는 하나 또는 여러 가지의 위기에 직면했다는 느낌이 그 어느 때보다 흔해질 수도 있다.


대부분의 네트워크 국가 옹호자들은 자신이 떠나고자 하는 사람과 사회에 대해 너무 많이 또는 너무 부정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기성 사회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그 안에 담겨있는 실망과 분노를 느끼지 않기란 어렵다. 스리니바산의 책은 유토피아 건설에 관한 이야기만큼이나 문화 전쟁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는 현재 미국에서 '좌파 권위주의자'로 구성된 '푸른색 부족4blue tribe'가 대부분의 권력을 쥐고 있다고 주장한다. 스리니바산은 수년 동안 이 리버럴 카르텔이 자신들과 반대되는 목소리를 퇴출시키고 악마화해왔다고 주장한다. 이제 개척지를 '다시' 열어야 할 때가 왔다. 이는 문명만큼이나 오래된 이야기다. 박해를 받으면 마을을 떠나야 한다.

3.

프랙시스가 처음 나의 관심을 끈 것은 뉴욕 시내에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나는 호기심에 그곳의 파티에 참석했었다. 페이스북으로 유명한 윙클보스 형제, 오픈AI의 CEO 샘 올트먼과 그의 동생 잭이 운영하는 펀드, 최근 화려하게 무너진 두 개의 암호화폐 펀드, 그리고 패러다임Paradigm과 베드락캐피탈Bedrock Capital 같은 업계의 거물급 투자자들로부터 약 1900만 달러를 유치한 프랙시스의 사람들은 주잘루를 만들기 수년 전부터 파티를 열어 왔다. 모델과 아티스트, 뮤지션 등의 멋진 청년들을 초대해 '영원한 도시에서 만나요'라는 문구가 적힌 인식표를 나눠주었다.


"사람들이 이런 데에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방법은 이걸 문화적으로 흥미롭게 만드는 겁니다." 벤처캐피털리스트이자 아인 랜드5Ayn Rand의 신봉자인 리바 테즈Riva Tez는 2022년 인터뷰에서 자신이 프랙시스에 초기 투자를 한 데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다음 세대를 위한 '골트의 협곡6Galt's Gulch'을 어떻게 건설할까요?" 그는 '아틀라스'에서 환멸을 느낀 산업가들이 건설한 한적한 자유방임주의 사회를 언급하며 물었다. "재미있어 보여야 해요.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처럼 보여야 하죠." 이를 위해 프랙시스는 인터넷에서 탄생한 매혹적인 반문화counterculture에 끼어들기 위해 노력했다. 이 문화는 밀레니얼 세대의 주류 리버럴 사상을 조롱하며, 인종 정치와 성 역할에 대해 꽤 우파적인 논점을 내세운다. 일반적으로 이 분야의 참여자들은 장난스런 수준의 '그럴듯한 부인7plausible deniability'을 유지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2023년 여름 맨해튼 소호SoHo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열린 모임에서 미래의 프랙시스 입주 희망자들은 여러 그룹으로 나뉘어 여러 가지 큰 질문에 답했는데 그 중 하나는 이런 것이었다. "이상적인 사회에서 여성은 어느 정도까지 남성과 동등하게 일하거나 대학에 진학하거나 교육을 받아야 할까요?"


새로운 도시를 위한 최고의 마케팅은 이미 존재하는 도시의 문제점이다. 멀리서 발생한 산불로 하늘이 주황색으로 변하고 뉴욕시에서 하루 동안 밖에 있는 것이 담배 6개비를 피우는 것과 같다는 뉴스가 나왔던 2023년, 프랙시스는 맨해튼 전역에서 일주일 동안 블랙타이 갈라를 포함한 일련의 파티를 개최했다. 그 후 나는 파티에서 만난 뉴욕의 예술계 인사이자 소설가인 올리비아 캔-스펄링Olivia Kan-Sperling에게 메일을 보냈는데 그는 프랙시스의 온라인 저널에 글을 기고한 바 있다. 난 프랙시스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만날 수 있는지 물었다. 그는 자신이 프랙시스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반사적으로 프랙시스를 폄하하는 사람들의 동기가 의심스럽다고—그는 나 또한 여기에 포함된다고 여겼던 것 같다—답장을 보냈다. "이 프로젝트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매일 국내외에서 사람들을 살해하는 나라에서, 노숙자들이 문 앞에서 죽도록 방치되는 도시에서 사는 데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않는 듯 보인다는 게 흥미로워요."


프랙시스의 핵심 전제는 현재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뉴욕의 문제는 분명 오랜 세월에 걸친 인간의 실패와 관료제의 기능 부전의 결과다. 만일 선택지가 다음의 두 종류 뿐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작은 영향력만 행사할 수 있는 정치력을 쌓을까? 아니면 절대적인 통제권을 가지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까?


산불의 연기 속에서 파티를 치른지 얼마 지나지 않아 드라이든 브라운은 프랙시스의 텔레그램 채팅방에 몇 시간 동안 비행기를 탈 것이며 커뮤니티의 어떠한 질문에든 답하겠다고 글을 올렸다. 그는 처음 들어온 몇몇 질문에 답했다. 프랙시스는 '구역 운영자'(아마도 자기 자신)가 관리할 것이며, 자신은 프랙시스의 도시가 원자력과 지열에너지를 사용하길 바라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교통수단은 걷기와 운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질문들은 더 어려워졌다. 프랙시스는 어떤 산업을 지원하며, 호스트 국가로부터 어떤 종류의 규제 양보가 필요할까? 프랙시스에서 농사, 배관 및 기타 "어려운 전문 노동"은 누가 할까? 유럽 사람들은 "민주주의에 대한 우리의 '다른' 관점"을 어떻게 볼까? 브라운은 이 마지막 몇 가지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그는 2023년 9월에 발행된 마더존스8Mother Jones의 기사에 대해 거의 대응하지 않았다. 전직 프랙시스 직원들은 이 기사에서 그가 백인 우월주의와 파시스트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그의 일상 대화와 그가 신입사원에게 제공한 독서 목록에서 이것이 명백히 드러난다고 말했다. (브라운은 당시 마더존스에 보낸 성명에서 "우리는 가십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최근에는 해당 기사의 주장을 "거짓"과 "근거 없는" 것으로 규정하고 프랙시스가 극우적인 주장을 "결코 장려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2023년 10월 말, 브라운은 한 국가로부터 프랙시스 프로젝트에 대한 일종의 지분을 제공하는 대가로 토지, 인프라, '규제 샌드박스'를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그는 현재 '강철 비자Steel Visa'라고 부르는 실버 멤버십 카드를 제공하고 있으며, 갑옷을 입은 남성이 그려진 우표의 견본을 게시하고 있다. 그는 2026년에는 사람들이 프랙시스의 본거지가 될 미지의 나라에서 합법적으로 거주하고 일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브라운은 날씨를 제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스타트업과도 제휴하고 있다.)


내가 세어본 바로는 '골트의 협곡'에는 랜드의 대역으로 추정되는 이름 없는 '어부'를 포함해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주민이 25명 가량 있었다. 심지어 마을도 아니었다. 소설에서는 "무작위로 흩어져 있는 집들의 군집"으로 묘사된다. 협곡에 사는 모든 사람들은 삶과 산업에 대해 정확히 동일한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서로에 대한 책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전혀 없다). 정착촌의 이념적 순수성을 유지하기 위해 주민들은 선발 과정을 거쳤다. 물론 이는 근본적으로 미국의 본질과 상반된 것이다. 미국의 건국이념은 불완전할지라도 각기 다른 정치 성향과 이해관계가 공존하고 권력(과 책임)을 공유하도록 허용한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골트의 협곡 주민들은 다음과 같은 선서를 해야 했다. "나는 다른 사람을 위해 살거나 다른 사람이 나를 위해 살 것을 요구하지 않을 것을 내 삶과 그 삶에 대한 사랑으로 맹세합니다."


이는 프랙시스 같은 프로젝트의 한 가지 모델이 될 수 있다. 브라운은 주민들이 비슷한 사고방식의 사람들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들은 거주자가 되고 부동산을 구매하기 위한 권리를 신청해야 한다. 그는 이렇게 설명한 바 있다. "근원적인 가치관이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는 사회에서는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조화로운 길을 설계할 수 없습니다. 더 나은 미래가 무엇인지에 대해 서로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죠."

4.

몬테네그로 정부는 네트워크 국가 프로젝트에 호의적인 것으로 보이며, 이것이 프랙시스와 비탈리아가 몬테네그로를 선택한 이유다. 몬테네그로는 2021년 디지털 유목민을 위한 비자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2022년에는 비탈릭 부테린에게 시민권을 부여했다. 실리콘밸리를 떠나는 사람들을 유인하기 위해 더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몬테네그로의 중앙은행이 지원하는 디지털 화폐를 만들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정치적으로 취약하다. 주잘루에 모습을 드러낸 몬테네그로 총리는 암호화폐 업계와의 유착으로 부패 의혹을 받아왔다. 어떤 잠재적 호스트 국가도 완전한 백지상태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이는 도시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직설적인' 프레젠테이션을 주잘루에서 진행한 도시계획가 패트릭 램슨 홀Patrick Lamson-Hall이 지적한 사항이다. 그는 주말 동안만 주잘루에 머물렀다. (내가 두 달 동안 주잘루에 계속 머무를 것인지 묻자 그는 "저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에요"라고 답했다.) 어느 날 아침, 램슨 홀은 모든 종류의 관할권을 가진 일종의 강화된 경제특구로 건설된 온두라스의 화려한 프로스페라 정착촌 이야기를 꺼냈다. 이 거래에 서명했던 정권은 최근 선거에서 무너졌다. 새 정권은 이러한 특권 철폐를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됐다. 현재 이 프로젝트의 배후에 있는 미국 델라웨어 소재 기업은 온두라스 정부를 상대로 온두라스 연간 정부예산의 약 3분의2에 해당하는 100억 달러 이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그들은 온두라스 국민의 뜻보다 앞서 나간 거죠." 램슨 홀은 말했다. 몬테네그로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아니면 팔라우? 혹은 코스타리카나 나이지리아 등 비슷한 계획이 세워지고 있는 나라는 어떨까?


그는 새로운 도심이라는 전반적인 개념에 대해 반대하지 않았으며, 자신은 주잘루에서 본 야망에 박수를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네트워크 국가의 사람들 몇몇이 마음에 들었고, 이들이 새로운 솔루션을 테스트하고 싶어 한다는 걸 좋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정교하게 만든 고기 파이를 자르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실제로는 디스토피아적인 악몽이 될 것 같아요."


네트워크 국가의 요점은 너저분한 절차를 버리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는 겉보기에는 편리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근시안적인 생각이다. 원하는 바를 달성하더라도 사람들이 내가 한 일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는 통제할 수 없다. "발전이란 사회 안의 합의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그는 말했다. 지루하더라도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 "항상 가장 빨리 도착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도착하면 된 거죠." 주잘루의 젊은이들은 자기 자신들의 미래를 철저히 고려해 볼 시간도 없이 너무 빠르게 움직이고 했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언젠가 가정을 꾸릴 수도 있고, 나이가 들 수도 있으며, 한적한 해안가 낙원에서 미식과 고급 휴양을 즐기는 것과는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원할 수도 있는 일인데 말이다. "자신들의 선호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상상할 줄 몰라요."


램슨 홀은 리조트와 그 뒤에 있는 수백 채의 아파트 빌라를 가리키며 여기가 이런 네트워크 국가 프로젝트들이 실제로 어떻게 될 것인지를 잘 보여줄 거라고 말했다. "여기는 포템킨 마을입니다. 여기선 사업을 할 수 없습니다. 차를 고칠 곳도 없어요." 현지인은 침대 시트를 갈아주고 커피를 만들어주며 적당한 수준의 영어를 구사한다. 네트워크 국가는 그들에게 무엇을 제공할까? 몇몇은 일자리를 얻을 수도 있다. 아마도 영구적인 하위 계층으로 지정될 것이다. 대부분의 네트워크 국가 선구자들은 자신들이 현지 지역경제에 제공할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하지 않았다.


"저는 어떠한 의미에서건 계급 투쟁가는 아닙니다." 램슨 홀은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주잘루에 참석한 일부 발표자들의 엘리트주의에 충격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타인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그들은 누군가 자신에게 그런 책임을 지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사실에 불쾌감을 느끼는 듯 했다. "그런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주권국가의 막강한 권한을 가지게 된다고 생각하면 정말 끔찍해요." 그는 말했다.

5.

주잘루에서 발표자들은 미국의 도시들이 엄청난 문화적 가치를 창출했지만 이젠 낡고 관리가 엉망이라는 데 공감하는 듯 보였다. "저는 거버넌스 때문에 뉴욕에 사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밴 차량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네트워크 프로젝트 키프트Kift의 창립자인 콜린 오도넬은 말했다. 그건 그래, 나도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난 우리 시장이 싫어. 하지만 지금은 그게 사실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내가 뉴욕에 사는 이유는 다른 곳에서는 도저히 살 수 없기 때문이고 다음과 같은 미스테리에 대한 경외심 때문이기도 하다. 잘 작동하지 않는 것 같은데... 어떻게 지금처럼 잘 작동하는 거지?


몬테네그로에서 돌아왔을 때 나는 뉴욕시 퀸즈에서 열리는 한 생일 파티에 참석했다. 너무 일찍 도착해서 플러싱 메도우 코로나 파크Flushing Meadows Corona Park에 앉아 동네 사람들의 축구soccer 경기를 구경했다. 이 공원은 한때 염습지鹽濕地였다. 당시에는 대부분 10미터 높이의 쓰레기 더미였다. 젖은 석탄 잔해와 거리의 쓰레기가 뒤섞여 쥐와 모기가 들끓었고, 유명한 롱아일랜드의 알코올 중독자였던 스콧 피츠제럴드는 '위대한 개츠비'에서 이곳을 "잿더미가 밀처럼 자라나 산등성이와 언덕, 기괴한 정원을 만드는 환상적인 농장"이라고 묘사한 바 있다. 그 쓰레기 더미가 주말마다 100개의 축구팀이 경기를 펼치는 공원이 된 것은 관료제의 기능부전 덕분이다. 상반된 평가를 받는 도시계획가인 로버트 모시스Robert Moses는 공원의 40미터 높이의 조각상을 의뢰했는데 사람들은 그 거대한 지구 모양의 철제 조각을 싫어했다. 뉴스데이의 표현을 빌리자면 "웨스턴유니언 광고"를 연상시키는, 영감도 없고 진부한 기업 쓰레기였다. 건축가 렘 쿨하스는 1978년 저서 '섬뜩한 뉴욕'에서 금속 대륙이 지구의 골격에 "탄 불고기처럼" 매달려 있다고 썼다. 뭐, 하지만 하늘이 아주 파란 날에는 어떨까?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 연령대 뉴욕 주민의 절반인 약 300만 명이 뉴욕에 거주할 여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그들은 여기 살고 있다. 이 복잡하고 잔인한 도시에는 작은 기적들이 가득하다. 주말에 100개의 축구팀이 모이는 것처럼. 1964년 미켈란젤로의 피에타가 이 공원에 전시되자 이곳에 거주할 여력이 없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피에타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 사실도 그렇다. 내가 공원을 들렀던 날에는 10대 청소년들이 뉴욕 메츠 경기 전까지 주변을 서성이며 시시덕거리고 있었다. 공공 골프장은 새벽 1시까지 운영된다. 지하철은 밤새 달린다. 내가 그곳에 앉아 있는 동안 가족들은 바비큐 치킨과 생일 케이크를 나눠 먹었다. 노인들은 사이드라인에 앉아 게토레이를 마셨다. 내 나이 57세가 되는 2050년쯤에는 이 공원이 물속에 잠길지도 모른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누군가 영원한 도시를 약속한다고? 어떤 것도 영원하진 않다.


완벽한 것도 없다. 도시도,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삶도 영원할 수 없다. 아무리 치밀하게 계획되고 화려하게 꾸며진 유토피아적 공간이라도 결국은 그 누구도 미리 계획하고 예측할 수 없는 인간 드라마의 무대가 될 것이다. 문득 취재하면서 만난 모든 이들에게 던지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질문이 떠올랐다. 난 이렇게 묻고 싶었다. "'어디로 도망가더라도 자신의 문제를 피할 순 없다'는 표현을 들어본 적 있나요?"


1857년 창간된 미국의 대표적인 시사·문예 매거진. 진보적 성향으로 롱리드 피처, 인터뷰 기사로 유명합니다. 본래 월간지였으나 현재는 1년에 10회 발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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