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미국이 독재에 취약한 까닭

'견제와 균형'이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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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31 14:34

The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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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에 대한 필독서 중 하나인 '미국의 민주주의'(1835, 1840)에서 프랑스 정치사상가 알렉시스 드 토크빌은 평등을 기본 원리로 하는 미국의 민주주의가 제도 차원에서는 독재자의 등장을 막는 힘이 있지만, 사람 차원에서는 그럴 힘이 약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민주주의가 권력의 분산과 자치를 중심으로 하는 제도로는 독재를 막는 힘이 있는데, 나름의 세력을 갖춘 귀족들이 존재하는 귀족정과 달리 구성원인 시민들이 고만고만한 힘밖에 없는데다 바쁜 일상에 치여 독재자의 등장에 크게 저항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2024년 5월 18일자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민주주의와 독재 등장 가능성과 관련해 두 개의 글을 실었습니다. 짧은 '리더leader'(권두기사)에서는 토크빌과 비슷한 진단을 내렸는데 좀 더 긴 '브리핑'(이름과는 달리 이코노미스트에서 가장 긴 기사가 올라오는 섹션입니다)에서는 미국 정치의 취약성에 좀 더 강조점을 두면서 비관적인 진단을 내리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대선 판세는 전체 지지율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조금 앞서고 있지만 선거 결과를 결정할 '스윙스테이트'(경합주) 6~7개에서는 트럼프 후보가 앞서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 앞에서 긴장 상태인데, 당사자인 미국 국민들은 더욱 그렇습니다. 로마가 확대되면서 공화정이 붕괴되고 카이사르-옥타비아누스의 제정으로 넘어갔습니다. 5월 18일자 이코노미스트 표지에 카이사르의 석고상이 등장하는 것이 의미심장합니다.


미합중국 대통령직은 적어도 권력에 굶주린 특정 유형의 노인들이 아주 탐내는 자리다. 미국을 건국한 사람들은 대통령직을 더 높은 자리로 만들 뻔했다. 초대 부통령인 존 애덤스는 대통령을 '선출 폐하(His Elective Majesty)' 또는 '엄하(嚴下: His Mightiness)'로 불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상원은 다른 호칭을 승인했다. 즉 "합중국의 대통령이자 자유의 수호자 전하!(His Highness, the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and Protector of their Liberties)" 그러나 하원은 이러한 웅장한 칭호에 반대했고 조지 워싱턴은 자신이 제왕적 야심을 품고 있다는 주장을 불식시키기 위해 하원의 결정을 따랐다. 하지만 그런 비난은 계속되고, 대통령이 하는 일이 마음에 안 들때마다 야당은 '제왕적 야심을 품고 있다'는 비난을 반복했다. 야당에겐 대통령의 일이 늘 마음에 안 들테니 이런 비난은 결국 항구적이었다.


소설가들은 카리스마 넘치는 독재자에 의한 미국 민주주의의 전복을 상상하며 그러한 두려움을 더욱 심화시켰다. 싱클레어 루이스의 '그 일은 일어나면 안 된다'(1935)의 버즈 윈드립 대통령, 로버트 하인라인의 공상과학 시리즈 '만약 이것이 계속된다면'(1941)의 네헤미야 스커더, 그리고 필립 로스의 '미국에 대한 음모'(2004)의 찰스 린드버그가 그 예다. '만약 이것이 계속 된다면'에서는 설교자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시골 출신의 스커더 대통령이 2012년 선거에서 승리하며, 그 다음의 2016년 선거는 열리지 않는다.


11월 대선이 다가오면서 비슷한 시나리오를 상상하는 것은 비단 소설가들만이 아니다. 민주당은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한 후에도 대통령직을 유지하려 했던 도널드 트럼프를 독재자가 될 수 있는 인물로 보고 있다. 트럼프는 자신의 음모에도 불구하고 선거에서 최종 승리한 바이든을 찬탈자라고 비난하고 있다. 트럼프는 바이든이 가짜 법적 절차를 시작하면서 자신을 가두려고 대통령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바이든이 "자신과 가장 가까운 깡패, 부적응자, 마르크스주의자들과 함께" "미국 민주주의 파괴"를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법원은 주기적으로 트럼프의 행정 명령을 막았으며, 선거를 뒤집으려는 그의 노력은 실패로 돌아갔고, 만약 그가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헌법에 따라 임기를 한 번만 더 하는 것으로 제한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를 비판하는 일부 사람들은 미국의 민주주의가 위태롭다고 주장하며,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순진하다고 비판한다. 작년에 여러 공화당 후보의 외교 정책 고문을 지낸 로버트 케이건은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에는 독재로 가는 분명한 길이 있는데, 그 길은 날마다 짧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자들만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전직 각료 중 한 명은 "헌법은 우리 모두가 그 규칙과 규범을 준수하기 때문에 작동한다"고 말한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규칙과 규범을 계속해서 약화시킬 것이며" 따라서 "우리가 알고 있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 마치 무관한 제3자처럼 언급하는 것을 좋아하는 전직 대통령도 이 논의에 참가했다. 작년에 트럼프는 폭스뉴스에서 재선된다면 독재자가 되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이 질문에 대해 잠시 생각하다가 말도 안 된다며 일축했다. 트럼프가 늘 그렇듯, 그의 상반된 발언 중 어떤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기 어려웠다 (진지한 발언이 있기나 할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대법원은 대통령을 기소할 수 있는지 여부와 어떤 상황에서 기소할 수 있는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적어도 대법관 중 일부는 "대통령에겐 면책특권이 당연한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에 동의할 것이다.

권위주의를 다시 위대하게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가 가져올 변화를 생각하면, 불안에 빠지거나 아니면 큰 걱정없이 태연하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본능, 과거 행태, 당에 대한 지배력을 고려할 때 두 번째 임기에서는 민주주의를 더욱 후퇴시킬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최악의 시나리오가 얼마나 실현가능한 것인지는 알 방법이 없다. 하지만 상황이 얼마나 나빠질 수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있는데, 바로 분석에서 '사람' 변수를 빼는 것이다. 트럼프와 바이든이 진정으로 무엇을 의도하는지, 얼마나 그 방향으로 갈 준비가 되어 있는지 등 알 수 없는 것들을 제쳐두고 누가 대통령이 되든 대통령 권한에 어떤 제약이 있을까, 행정적 수완과 함께 헌법을 훼손하려는 확고한 결의를 가진 사람(트럼프에게는 맞지 않는 설명일 수 있다)이 대통령이 된다면 그 사람이 얼마나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을까, 또는 좀 더 긴장시키는 용어로 표현하자면, 미국은 독재자의 등장으로부터 얼마나 안전할까 등을 검토해보는 것이다.


미 합중국에서 대통령제가 실행된 후 첫 100년 동안 한 사람이 홀로 국가를 통치할 수 있다는 생각은 터무니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기에는 대통령직이 너무 약했다. 조지 워싱턴 시대에는 행정부 전체가 4명의 내각 장관과 5명의 대통령 비서관으로 구성되었다. 연방 정부가 급격히 성장하고 파시스트와 공산주의자들이 유럽 민주주의 국가를 장악하고 있던 1차 세계대전 이후 시기에 와서야 이 질문이 타당해 보이기 시작했고 한 사람이 홀로 통치하는 것도 막연하게나마 가능해 보이기 시작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에는 연방 공무원 수가 250만 명으로 증가했다. 1940년대와 1950년대에 미국인들은 대통령을 '총사령관'(Commander-in-chief)이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소수의 참모와 함께 시작했던 대통령직은 이제 수백만 명을 통솔하며, 다른 나라를 파괴하고 따라서 미국의 파괴도 불러올 수 있는 핵 버튼도 쥐고 있다.


대통령의 권한이 엄청나게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권한 행사에 대한 법적 제약은 그에 비례하여 증가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전횡을 견제할 수 있는 중요한 헌법 개정은 단 두 번, 즉 대통령은 두 번 이상 연임할 수 없고(제22차 수정헌법) 의회가 대통령을 '유고'로 결정하면 부통령이 대통령을 대신한다는 조항(제25차 수정헌법)이 있다. 하지만 어느 쪽도 대통령의 일상적인 권한 행사를 제한하진 않는다.


전간기(戰間期: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사이 기간)에 엘리트 미국인들 사이에서 독재 정치는 어느 정도 인기가 있었다. 엘리너 루스벨트는 남편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대공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에 '선의의 독재자'가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펜실베이니아의 한 상원의원은 "이 나라에 무솔리니가 필요했다면 그것은 바로 지금"이라고 선언했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진주만 공습이 있고나서야 멈췄다.


루이스, 하인라인, 로스 등 소설가들이 상상했던 독재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윈드립, 스커더, 린드버그 같은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민 교과목에서는 이것이 헌법과도 관련이 있다고 가르친다. 미국은 너무 크고 정치 권력이 너무 분산되어 있으며 주에 많은 권한이 위임되어 있기 때문에 1인 통치는 여전히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독재자들이 권력을 잡는 가장 일반적인 경로인 군사 쿠데타는 미국에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군대는 미국에서 정무적으로 가장 건강한 기관 중 하나이며, 정치에 관여하지 않기로 결심한 지도자들이 이끈다. 대다수의 경찰관은 대통령이 아닌 주 및 지방 정부를 위해 일하기 때문에 경찰국가에 의한 탄압도 조직화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종류의 폭정은 안전하게 무시할 수 있다.



9명의 판사 중 3명이 대통령 후보 중 한 명(트럼프)에 의해 임명된 연방대법원을 비롯해 법원들(사법부)은 제도적으로 독립적이고 독자적인 의사가 강하다. 언론은 빅토르 오르반과 그의 헝가리 피데즈 당이 하듯 한 정당이 통제하기에는 너무 분산되어 있다. 일부 트럼프주의 싱크탱크가 염두에 두고 있는 유형의 연방 관료제에 대한 단호한 공격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2만5000명이나 되는 법률가들이 있는 조직을 한 사람의 지시에 묵종하도록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현 대통령과 전 대통령 모두 비교적 평범한 일상적 정책조차 절차상의 문제로 더디게 진행되거나 좌초되는 것을 보았다. 대통령이 2028년 선거를 취소하려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해 보라.


하지만 이러한 제약의 대부분은 법에 명시된 내용보다는 민주적 관습과 규범에 달려있다. 대통령직을 제한하는 가장 중요한 관행 중 일부는 현재 대통령직을 놓고 경쟁하는 사람들보다 나이가 많지 않다. 법무부를 대통령의 뜻대로만 움직일 수 없다는 관념은 디스코 음악이 유행하던 시대에 등장했다. 하지만 공직자들이 바뀌면 규범도 함께 바뀔 수 있고, 헌법과 의회, 대법원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더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도둑질 시작하기

미국 정부에 대한 공민 교과서의 시각은 헌법을 폭정에 대항하는 멀리 내다본 탁월한 보호 장치로 묘사한다. 그러나 미국 헌법을 모방한 헌법이 다른 여러 나라에서 채택되었지만 독재자를 막는 데는 실패했다. 19세기 라틴 아메리카의 신생 공화국들은 연방제, 대법원, 입법부, 대통령 등 미국 헌법의 틀을 모방했지만 총을 든 사람들에 의해 민주주의가 전복되었다. 20세기에 필리핀은 미국의 헌법을 그대로 복사해 붙인 것이었지만 페르디난드 마르코스는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20년 넘게 독재자로 군림했다. 반면 이라크, 이탈리아, 일본 등 미국이 의회제 헌법체제 확립을 도운 곳에서는 오히려 제도가 지속되었다. 이는 미국이 좋은 헌법 '때문'이 아니라 안 좋은 헌법에도 '불구하고' 독재자의 등장을 막아온 것은 아닐까라는 이단적인 생각조차 불러일으킨다.


헌법에 대한 공민 교과서의 해석은 정부의 어느 한 부분이 지나치게 강력해지는 것을 막는 '견제와 균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에 대한 가장 명백한 견제 수단인 탄핵은 작동하지 않는다. 하원에서 상원의 최종결정을 위해 세 명의 대통령을 탄핵소추했지만(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 상원에서 실제로 대통령을 해임한 적은 없다. 당시 상원 다수당 원내대표였던 미치 맥코넬이 2021년 1월 6일의 사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실질적, 도덕적 책임이 있다"고 말했을 때도 그와 그의 동료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해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명백히 범죄를 저질렀고 따라서 그에게 죄를 물기에 가장 적절한 장소는 법원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가 제시한 이유였다. 그러나 1월 6일 사태에 대한 재판은 상당히 지연되고 있고 또 법적 근거가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대통령 권한을 제한할 수 있는 사법 시스템이 얼마나 불확실한지를 보여준다.


이 사건의 담당 검사인 잭 스미스는 당시 대통령이 미국을 속여 탈취하려는 음모에 가담했다는 검증되지 않은 법적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이 사건의 진행을 위해 연방대법원은 대통령이 기소 대상인지 아닌지를 결정해야 하는데, 이는 헌법이 명시하지 않은 문제다. 트럼프의 법률팀은 정치적 라이벌 암살에 관여했더라도 대통령은 면책특권을 가져야 한다는 초기 주장에서 한 발 물러섰다. 새로운 입장은 대통령은 공무수행에 관해서는 기소로부터 면책된다는 것이며, 대법원의 일부 법관들도 이를 받아들일 의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 나라에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사소한 개인적 부패나 라이벌과의 불화가 아니라 공적 권한으로 행한 일이다.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한 일, 즉 공무에 대해 기소가 면제되는데다 탄핵이 견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기 때문에 정치적 면책특권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면, 결국 대통령은 법 위에 있는 것이 된다.


이것은 원래의 설계에는 없던 것이다. 건국의 아버지들은 탄핵 조항을 무력화시킨 당파주의의 부상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초기 의회가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 중 일부는 현재 미국인들이 독재라고 부르는 것을 좀 더 쉽게 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었다. 건국의 아버지들은 자생적 독재자를 막고 싶었지만, 강력한 적에 맞서 독립전쟁을 막 겪은 터라 위기상황에서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을 대통령에게 주고 싶었던 것이다.



뉴욕대학교의 싱크탱크인 브레넌센터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경우 대통령에게 부여되는 135개의 법적 권한을 체크했다. 여기에는 미국인의 은행 계좌를 동결하거나 1942년에 통과된 대통령에게 통신에 대한 긴급 권한을 부여하는 법에 따라 인터넷을 차단할 수 있는 권한(다행히도 실제로는 매우 어렵다)이 포함된다. 이론적으로 의회는 6개월 또는 12개월 후에 대통령의 비상사태 선포를 검토하고 잠재적으로 취소할 수 있다. 하지만 의회는 실제 비상사태 취소에 진지하지 않다. 지금 현재 40개가 넘는 '비상사태'가 진행중이다. 그 중 일부는 10년 이상 된 것도 있다.


전시(戰時)에는 비상(사태) 권한이 신문사 폐쇄(우드로 윌슨 대통령), 인신구속 관련 재판 받을 권리 정지(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인 감시와 외국인에 대한 고문 정당화(조지 W. 부시)에 사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권한은 국가에 대한 위협이 임박하지 않을 때도 많이 사용될 수 있다. 대통령이 비상사태라고 말하고 그의 법률가들이 동의하면 비상사태가 성립된다. 대부분의 비상사태는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연방 자원을 배치하기 위해 선포되며, 이것이 이 권한 작동의 표준적 방식이다. 하지만 대통령들에게 법안 통과가 어려워지면서 이 '비상사태'라는 비상구가 너무 매혹적인 것이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경 장벽은 비상(사태) 권한으로 건설되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금까지 국내총생산의 0.6%에 달하는 학자금 부채를 탕감한 것도 비상(사태) 권한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소설 속 윈드립, 스커더, 린드버그 대통령은 정권을 잡았을 때 장벽 건설이나 학자금 대출 탕감보다 더 사악한 일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소설에서 상상하는 악몽에 가까워지려면 아마도 거리에 군대가 나와있어야 할 것이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전적으로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역사상 주 정부나 지방 정부가 계엄령을 선포한 사례는 70여 차례에 달한다. 계엄령이 반복될 가능성에 대한 오늘날의 일부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실 군을 동원한 비상(사태) 권한은 언제부터인가 별로 사용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계엄령이 선포된 것은 1963년 메릴랜드주 케임브리지의 한 영화관에서 흑인 관람객들을 발코니 뒷줄에 앉게 한 것에 반발해 소요사태가 발생했을 때였는데, 이 소요를 진압하기 위해 계엄령이 선포된 것이다. 메릴랜드 주 방위군은 1년 동안 그 도시에 머물렀다.


오늘날 연방정부가 미국 땅에 군대를 배치하고 자유를 제한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폭군 대통령이 그렇게 하고 싶다면 내란법에 따라 군대를 파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1807년에 제정된 이 법은 내란이 발생하거나 연방법이 지방정부에 의해 무시될 경우 대통령에게 육군이나 해군을 파병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이 법은 권한 행사에 대해 '합법적인 때'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언제가 그런 시기인지는 정의하지 않고 있다. "이 법은 모든 대통령에게 항상 장전되어 있는 총과 같습니다. 사실상 아무런 제약도 없습니다"라고 전 법무부 장관이자 현재는 대통령 권한을 연구하고 있는 잭 골드스미스는 말한다. 그는 이 법을 개혁하려는 노력에 참여하고 있다.


내란법으로 무장해 있는 상태에서, 단호하고 악랄한 대통령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법은 파업을 중단시키고, 남부의 독립을 막는데 사용되어 왔으며, 조지 H.W. 부시 대통령 시절에는 1992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인종 폭동이 일어났을 때 발동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이 수갑을 찬 흑인 용의자 조지 플로이드를 사살한 후 일부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했을 때 이 법의 사용을 고려했던 것 같다. 결국 한 공화당 상원의원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그는 주저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전직 고위 관리는 "그(트럼프)는 반란법 발동이 비상시에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라고 말한다. "어쨌든 국방부는 미국 국민을 상대로 작전하려 하지 않습니다."

누구든 가둬라

트럼프 대통령이 10대 시절 다녔던 뉴욕 군사학교의 동기생들은 훈련, 가끔씩의 가학 행위, 학교의 '올해의 인기남'에 대한 투표(트럼프가 평생 처음으로 당선된 투표) 등을 회상한다. 이 학교는 자녀에게 군대식 규율을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부유한 부모들이 선호했다. 또한 라틴 아메리카의 독재자들도 선호했는데, 그들은 아마도 그들의 자식들이 권위를 어떻게 행사해야 하는지 귀중한 교훈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 학교를 다니던 '전직 대통령이자 어쩌면 미래의 대통령'은 마음에 들지 않는 선거 결과를 무시하고 폭도들의 폭력을 부추겼으며 불법 체류 중인 수백만 명의 이민자를 추방하기 위해 주 방위군을 사용하는 방안을 고민했다. 그의 추종자들은 첫 임기때보다 더 잘 준비되어 있다. 공화당은 그의 생각 중에서 무엇을 받아들일지에 대해 제약을 두고 있지 않다. 이에 맞서 일부 민주당원들 역시 그의 재집권을 막기 위해 규범을 무시할 준비가 되어 있는데, 이를 방치하면 규범 파괴를 서로 주고받으며 상호파멸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쇠퇴를 논하는 학자들(바로 트럼프 덕분에 호황을 누리고 있는 분야)은 '국민에 의한 통치' 즉 민주주의에 가장 위험한 순간은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이 막강한 권력을 장악하고 놓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대통령 재임 중 코로나 팬데믹과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전국적인 시위 등 두 번의 위기에 직면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모든 사람들이 잘못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지적하며 무관한 제3자처럼 행동했다. 조지아 주 국무장관에게 투표함을 대신 채워달라고 하는 등 대통령으로서 그가 저지른 최악의 행동도 교활한 전복행위라기보다는 즉흥적인 혼란에 가까웠다. 그는 2020년에 시위대에 총을 쏠까도 생각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러나 자기통제력을 갖춘 잠재적 독재자(즉 더 위험한 버전의 트럼프)가 나타난다면 미국의 민주주의를 전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느 정도는 제도때문에, 미국은 독재자의 등장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1843년 창간돼 국제정세와 정치, 경제, 사회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는 영국의 대표적인 주간지. 정통 자유주의 성향의 논평, 분석이 두드러지며 기사에 기자의 이름(바이라인)을 넣지 않는 독특한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PADO가 가장 탐독하는 매거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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