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9 15:21
아마도 류칭펑은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아니면 그저 운이 좋았을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중국의 선도적인 인공지능(AI) 기업으로 손꼽히는 아이플라이텍iFlytek의 회장 류칭펑이 2021년 7월 15일 베이징의 무대에 올라 자사의 최신 기술을 발표했을 때, 그의 타이밍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남색 정장을 입고 선 류칭펑은 청중들에게 "AI 교육의 새로운 시대"를 선포하는 데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시험, 에세이, 숙제를 채점하고 교정과 맞춤형 학습 계획을 제공함으로써, 아이플라이텍의 1000달러(130만 원)짜리 태블릿 컴퓨터 'T10 AI 학습기'가 중국 학생들의 학습 방식을 바꿀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아이들의 부담을 줄이고 학업 성과를 향상시켜야 합니다." 류칭펑이 말했다. 그는 아이플라이텍이 첫 학습기를 출시한 지 2년 만에 "AI 기술의 혁신으로 대규모 개인 맞춤형 학습이 현실화됐다"고 덧붙였다.
물론 지금까지 수많은 '교육용' 장난감, 게임, 앱들이 오랫동안 일종의 교육 '치트키'를 약속해 왔다. 하지만 아이플라이텍의 태블릿은 다르다. 이 태블릿은 학습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으며—엔터테인먼트 앱과 게임은 차단되어 있다—수업 내용은 교과서와 동기화되어 있어 가르치는 내용이 공식 교육과정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태블릿의 카메라는 교사들의 채점을 돕고, '받아쓰기 모드'에서는 학생의 한자 기억력을 평가하는 시험을 실시하고 채점할 수도 있다. 이 기기는 또한 외국어도 지원해 'AI 가상 외국인 교사'가 가르치는 영어 수업을 제공한다. 이 교사는 학생들의 입 모양을 '보고' 발음 교정을 도울 수도 있다.
[PADO '언더그라운드 엠파이어' 북콘서트가 11월 30일(토) 광화문에서 열립니다! (안내)]
하지만 아마도 이 태블릿의 특장점은 출시 9일 후에 중국 부모들이 자녀의 성적 향상을 택할 수 있는 이제 몇 안 되는 옵션 중 하나가 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2021년 7월 24일, 중국 교육부는 중국의 사교육 부문에 대한 광범위한 제한을 발표하여 교육 시스템을 뒤흔들어 놓았다. '쌍감双减'으로 알려진 이 정책은 숙제 줄이기를 요구하고 사교육 기업의 영리 목적 운영을 금지했다. 이로 인해 수익성 높은 과외 산업이 초토화됐다.
방과 후 과외 학원을 운영하며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인 중국의 일부 대형 교육 기업들의 주가가 하룻밤 사이에 폭락했다. 그 몰락은 너무나 철저해서 당국의 조치 6개월 만에 중국 교육기업 뉴오리엔탈의 창업자 유민홍이 중국의 "사교육 시대가 끝났다"고 선언했을 정도였다.
한때 중국과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중국 교육기업들의 화려한 몰락으로 중국의 쌍감 정책에 대한 이야기는 그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기업들의 사례에 집중됐다. 그러나 당국의 조치로 번영한 기업들에 대한 이야기는 덜 알려져 있다.
쌍감 정책이 발표된 날, 아이플라이텍의 T10 태블릿은 품절됐다. 곧 아이플라이텍은 이런 광고를 내보냈다. "우리 아이들이 과외 수업을 받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이플라이텍의 AI 학습기를 사용하세요. AI 학습으로 학업이 더 쉬워져요!" 쌍감 정책 발표 한 달 후 실적 발표에서 류칭펑은 이 정책이 아이플라이텍에게 "큰 혜택"이었다고 했다.
사실 사교육 업체를 근절하는 것은 쌍감 정책의 일부분일 뿐이었다. 정책이 도입된 같은 달, 교육부는 공립학교를 위한 '새로운 교육 인프라'를 만들기 위한 주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전체 교육 시스템에 AI를 광범위하게 도입하고 2025년까지 중국이 AI로 교육을 '디지털 변혁'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PADO 트럼프 특집: '미리보는 트럼프 2.0 시대']
그 이후 3년 동안 중국 정부는 거대한 교육 시스템에 AI를 구현하는 데 있어 세계적 리더가 되고자 하는 의도를 명확히 했다. 최고위 교육 관리들에게 AI는 절실한 교육 개혁의 지름길로 여겨진다. AI가 개인별 맞춤형 지도를 제공함으로써 중국의 악명 높은 경직되고 획일화된 교육 시스템을 해결하는 동시에 중국의 특권층과 취약계층 학생들 간의 격차를 좁힐 수 있기를 기대한다.
교육부 장관인 화이진펑 본인이 이 계획의 상당 부분을 주도했다. 컴퓨터 과학자 출신인 화이진펑은 쌍감 정책이 발표된 지 한 달 후인 2021년 8월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되었다. 화이진펑은 정부가 중국 교육 시스템을 위한 AI 개발에 민간 기업이 "주도적 역할을 하도록" 지원할 것을 거의 10년 동안 공개적으로 주장해 왔다. 민간 교육기업이 비교적 부유한 가정에게 과외 학습을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하느니, 민간 AI 기업과 협력하여 그들의 노력을 공교육 시스템에 통합하자는 게 그의 아이디어였다.
서구의 많은 사람들에게 아이플라이텍을 파트너로 선택한 것은 이상해 보일 수 있다. 아이플라이텍은 음성 인식 기술의 선두주자이며, 주로 신장 위구르 지역의 무슬림 감시에 연루된 혐의로 미국 정부의 제재를 받은 최초의 중국 기술 기업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2019년의 미국 정부 제재는 아이플라이텍이 사실 지난 20년 동안 에듀테크 사업을 해왔으며, 교실에서 AI의 가치에 점점 더 큰 투자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려왔다. 2023년, 아이플라이텍의 교육 상품은 매출의 30%를 차지해 '스마트 시티' 감시 사업의 매출을 앞질렀다. 아이플라이텍의 하이엔드 AI 태블릿은 현재 중국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AI 에듀테크 제품은 30개 성급省級, 거의 300개 지급地級 및 현급縣級의 학교 1만2000개 이상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게다가 아이플라이텍은 공교육 AI에 전력을 다하는 유일한 기업이 아니다. 이 분야의 또 다른 오랜 플레이어인 상하이 소재의 스퀴럴AI러닝Squirrel AI Learning은 쌍감 정책 도입 후 과외 서비스에서 중국 공립학교와의 파트너십으로 전환했다.
"쌍감 정책의 도입은 실제로 중국의 많은 에듀테크 기업들의 판도를 바꿔놓았습니다." 스퀴럴AI의 공동 창업자인 졸린 리앙은 더와이어차이나에 보낸 이메일에서 말했다. "하지만 스퀴럴AI에서 개발하는 것 같은 스마트 학습 태블릿은 쌍감 정책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사실 이 정책은 우리의 개발 노력을 강화했어요."
[새로운 PADO 기사가 올라올 때마다 카톡으로 알려드립니다 (무료)]
심지어 전통적인 영리 과외 업체들도 아이플라이텍과 스퀴럴AI를 따라 이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일례로 2024년 초 중국 인터넷 규제 기관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TAL에듀케이션그룹과 가오투테크에듀Gaotu Techedu가 개발 중인 새로운 AI 알고리즘을 승인했다.
이런 기업들 덕분에 중국은 글로벌 에듀테크 리더로 부상했다. 중국은 AI와 싸우기보다는 적극적으로 교실에 AI를 들이는 국가다. 부정행위와 표절 가능성에 경각심을 느낀 전 세계의 많은 학교들이 챗GPT와 같은 앱을 불안과 의심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아이플라이텍은 AI가 책을 통한 학습뿐만 아니라 체육 수업과 심지어 정신건강 상담에도 도움을 주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아이플라이텍은 자사의 기술이 쌍감이 해결하고자 했던 문제들을 직접 다룰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 매우 '적극적'인 것 같아요." 옥스포드대학의 디지털 교육 교수이자 중국의 AI와 교육에 관한 책을 쓴 제레미 녹스Jeremy Knox가 말했다. "AI를 문제가 아닌 해결책으로 바라보면서 내러티브를 뒤집은 것 같아요."
그리고 중국은 그러한 내러티브를 수출하고자 열망하는 듯 하다. 2024년 1월, 화이진펑 장관은 중국이 "통합화, 지능화, 국제화"를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중국의 에듀테크 기업들이 해외에서 기회를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제 남은 질문은 세계 다른 국가들이 중국으로부터 배우는 데 관심이 있는가다.
아이플라이텍, 자신의 목소리를 찾다
류칭펑은 세계 최대 기업의 제안을 거절하며 자신의 경력을 시작했다. 1999년, 당시 박사과정 학생이었던 류칭펑은 중국과학기술대학—종종 중국의 칼텍으로 불린다—의 공학팀을 이끌고 컴퓨터 텍스트를 사람의 음성으로 합성하는 전국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차이나를 막 시작한 유명 AI 투자자 리카이푸는 류칭펑의 재능을 알아보고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할 수 있는 장학금을 제안했다. 류칭펑은 거절했다.
"그는 자신의 회사를 시작하기로 결심했더군요." 리카이푸는 2012년 블로그 포스트에서 이렇게 회상했다. "1999년 중국에서 회사를 차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류칭펑의 결심은 확고했고 음성 인식 회사 아이플라이텍을 시작했죠."
류칭펑을 움직인 것은 음성-텍스트 변환 소프트웨어의 상업적 잠재력에 대한 확신이었다. 비록 아이플라이텍의 첫 제품이 회사를 거의 파산 직전까지 몰아갔지만 말이다. 당시 중국에서는 이 소프트웨어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이에 대해 돈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 사람은 더욱 적었다. 2000년 중국에서 사용된 모든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94%가 불법복제품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플라이텍이 재정적으로 큰 출혈을 겪고 직원들의 급여 지급도 빠듯했던 상황에서, 한 직원은 회의에서 회사가 부동산 사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류칭펑은 즉각 반박했다. "음성 기술에 대해 낙관적이지 않다면, 나가셔도 좋습니다."
회사의 전설로 자리잡게 되는 그 운명적인 회의에서, 류칭펑과 공동 창업자들은 인공지능이 100억 달러(13조 원) 규모의 산업이 될 잠재력이 있고 아이플라이텍이 이 분야 1위 기업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더욱 굳혔다.
소비자들은 아이플라이텍의 음성 인식 소프트웨어 구매에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중국 최대 통신 회사 중 하나인 화웨이는 이 기술을 자사 시스템에 통합하는 데 잠재력을 보고 2000년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아이플라이텍은 2001년 레노보의 새로운 벤처캐피털인 레노보캐피털로부터 첫 투자를 받았다. 서서히 이 신생 스타트업은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갔다.
"중국의 소프트웨어 유니콘1 대부분은 인터넷의 기하급수적 성장을 타고 성장했지만 아이플라이텍은 어려운 길을 갔죠." 리가 말했다. "그들은 음성 인식을 위한 최고의 기술을 만들고, 얼리어답터를 찾았으며, 존재하지 않았던 시장을 만들었어요."
2004년, 아이플라이텍의 시장은 교육 분야로 확장되었다. 그 해, 교육부의 고위 관리가 회사를 방문하여 중국어 구술 시험 채점에 음성인식 기술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문의했다. 그는 정부가 시험을 수동으로 채점하는 데 많은 돈을 쓰고 있어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플라이텍에게 이는 매우 수익성 높은 파트너십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었다.
"교육 산업에 진출한 후, 우리는 이 시장에 더 많은 수요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장타오 아이플라이텍 수석 부사장이 2018년 장강경영대학원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예를 들어, 지역 방언이 강한 지역의 많은 교사들은 표준 중국어 발음이 좋지 않아요. 우리의 음성 기술은 교실에서 발음을 교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보조 도구를 교사에게 제공합니다."
이제 여러 유명 고객을 확보한 아이플라이텍은 2008년 5월 12일 선전증권거래소에서 기업공개(IPO)를 실시했다. 2010년이 되자 교육부는 아이플라이텍의 시험 기술을 전국적으로 도입했다. (이후 7000만 명 이상의 시험 응시자들이 이 기술을 사용했다.)
이 무렵 아이플라이텍은 위구르어를 표준 중국어와 함께 공식 언어로 유지하고 있는 신장위구르자치구의 교육 관리들과 협력하기 시작했다. 아이플라이텍의 2010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아이플라이텍은 신장대학교와 함께 "다민족 음성 및 언어 핵심 기술"을 연구하기 위한 훈련 연구소를 설립했고 "대규모"로 이중언어 교육을 위한 "지능형 교육 보조 시스템"을 출시했다.
그 후 2013년과 2014년, 위구르 분리주의자들의 일련의 공격으로 인해 시진핑 정부는 '반테러 인민전쟁'을 시작했다. 이는 위구르 소수민족에 대한 잔혹한 탄압이었다. 중국 정부가 광범위한 감시 체계를 구축하기 시작하자, 아이플라이텍은 자사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2013년부터 아이플라이텍은 자사 웹사이트에서 중국 공안부와 협력하여 중국 최초의 "대규모 자동화 음성 인식 및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자랑했다. 이듬해 류칭펑은 연설에서 당국에 "가능한 한 빨리 빅데이터를 사용하여 테러와 싸우고, 음성 지문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가속화하며, 데이터를 통해 국가 안보를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중국 정부가 신장에서 벌인 대테러 작전에서 가장 초기에 필요했던 것 중 하나는 위구르어를 탐지하여 이를 자동으로 녹취하고 번역하는 것이었어요." 사이먼프레이저대학의 부교수이자 신장의 첨단 감시 시스템에 관한 책의 저자인 대런 바일러Darren Byler가 말했다. "아이플라이텍은 그 기술의 선구자 중 하나였어요. 국가와 검열을 위해 이를 필요로 하는 IT 회사들을 위해 위구르어를 해독했죠."
이러한 공로로 아이플라이텍은 중국 과학기술부에 의해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와 같은 IT 대기업과 함께 4대 AI '국가 챔피언'으로 선정되었다. 여기에 선정되면 정부 조달 계약을 따낼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한편 서구에서는 아이플라이텍의 기술이 감시에 응용되는 데 대한 우려가 있긴 했지만 아이플라이텍을 AI 혁신기업으로 인정했다. 아이플라이텍은 자사의 음성 합성 AI의 성능을 과시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어로 말하는 가짜 동영상을 만들기도 했다. 2018년 6월,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컴퓨터 과학 및 인공지능 연구소(CSAIL)는 아이플라이텍과 AI 및 언어 처리 연구에 중점을 둔 5년간의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하지만 같은 해, 미국 정부와 휴먼라이츠워치를 비롯한 NGO들은 중국 정부의 신장 정책에 대해 더욱 강력한 비난을 시작했다. 그리고 미국 언론과 싱크탱크들은 중국의 국가 감시 체제에서 아이플라이텍 같은 민간 IT 기업의 역할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아이플라이텍이 신장의 교육 시스템에도 조용히 확장을 개시한 것은 덜 주목을 받았는데 휴먼라이츠워치의 임시 중국 디렉터인 마야 왕Maya Wang은 이를 "임무 확대"라고 부른다. 2019년 아이플라이텍은 교육부와 여러 협약을 체결해 AI 기술을 사용해 소수민족 학생들 사이에서 표준 중국어를 "홍보하고 보급"하기로 했다. 신장 전역의 도시와 군에서 아이플라이텍의 창옌 지능형 학습 플랫폼과 같은 도구를 사용하고 있었다. 바일러에 따르면 이러한 기술의 사용은 "위구르인을 중국 주류 사회에 동화시키려는 더 넓은 캠페인의 연장선"이었다.
2019년 10월, 트럼프 행정부는 아이플라이텍을 센스타임SenseTime, 하이크비전Hikvision과 함께 상무부의 기업 제재 목록에 추가했다. 윌버 로스 당시 상무장관은 미국이 "중국 내 소수민족에 대한 잔혹한 탄압을 용인할 수 없고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2월, MIT는 아이플라이텍과의 파트너십을 중단했다.
하지만 아이플라이텍에게 미국의 조치는 막다른 길이라기보다는 과속 방지턱에 가까웠다. 2019년, 아이플라이텍은 국영기업을 위한 투자 펀드를 포함한 국가 지원 산업 펀드와 지방정부 펀드로부터 4억700만 달러(5300억 원)를 조달했고, 회사 매출은 제재 이후 1년 동안 29% 증가했다. 정부 보조금도 2020년에 10억 위안(1800억 원) 이상으로 늘어나 2018년에 비해 3.5배 증가했다.
직원들에게 보낸 공개 서한에서 류칭펑은 강경한 어조를 취했다. "우리는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모든 것은 우리의 독자적인 연구 개발에서 비롯된 것이고 우리는 독립적인 지적 재산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당하지 않을 겁니다."
실제로 코로나19가 발생하여 중국의 2억 학생들이 갑자기 집에서 수업을 들어야 했을 때, 아이플라이텍은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고 중국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었다. 회사는 AI를 사용하여 개별 학습자에게 맞춤형 추천을 제공하는 첫 번째 AI 기반 교육용 태블릿 X1 프로를 막 출시한 상태였다. 이는 이전의 교육용 기기에서 한 발 나아간 혁신이었다. 회사는 자사의 태블릿을 아이들이 "집에서 공부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이상적인 기기로 홍보했다.
코로나19의 수혜를 입은 건 아이플라이텍만이 아니었다. 2014년에 설립된 스퀴럴AI는 아이플라이텍의 가장 가까운 경쟁사였으며, 자사의 스마트 기기를 교육 보조 도구로 학부모들에게 마케팅했다. 하지만 스퀴럴AI는 아이플라이텍보다 더 과외 시장에 집중했고, 학생들이 자사의 기술을 사용하여 영어와 수학을 배우는 물리적인 학원을 설립했다. 그 결과 2021년 7월 과외 학원을 금지하는 쌍감 정책이 발표되었을 때 회사는 큰 타격을 입었다.
당시 스퀴럴AI의 수석 데이터 과학자였던 댄 빈드만은 그 격동의 시기 동안 회사의 운명이 오락가락했던 것을 이렇게 설명한다. "하루는 마치 우리가 팬데믹 때문에 거의 문을 닫을 것 같았어요. 그러다가 팬데믹 동안 사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죠. 그런데 [쌍감 정책으로] 갑자기 모든 게 멈췄어요." (빈드만은 2021년 말 회사를 떠났다.)
과외 사교육은 중국의 가장 부유한 도시들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쌍감 정책의 가장 큰 표적이 되었다. 2020년 상하이소비자협회의 추산에 따르면, 베이징, 상하이, 선전의 학부모 4분의3 이상이 사교육에 돈을 지불했다고 한다. 이는 중국의 가장 부유한 아이들과 가장 가난한 아이들이 매우 다른 교육 기회를 갖고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사교육은 또한 당이 통제하기 더 어려웠다. 시진핑의 강력한 이념 통제에 실질적인 우려사항이었다. "학교 바깥의 교육 기관들은 법의 규제를 받아 정상적인 인재 양성 궤도로 돌아가야 합니다." 시진핑 연설문집에 실린 내용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과외 업체에 대해 강경한 조치를 취하면서도, 여전히 AI를 사용하여 농촌과 도시 학교 간의 격차를 줄이는 데 관심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2022년, 신임 교육부 장관인 화이진펑은 온라인 자원의 저장소인 '국가 스마트 교육 플랫폼'을 발표하며, 이를 쌍감 정책을 "심화"하는 데 사용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엄청난 수의 활성 사용자들이—교육부는 조회수가 수십억 건에 달한다고 주장했죠—아마도 거대한 양의 데이터를 생성했을텐데 이는 바로 AI를 훈련시키는 데 필요한 것이에요." 옥스퍼드대학의 녹스 교수가 말했다.
아마도 그 AI 시스템은 아이플라이텍 제품일 것이다. 2023년, 아이플라이텍은 초중등학교를 위한 방과 후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오늘날, 이 에듀테크 대기업의 시가총액은 130억 달러(17조 원)에 달한다.
'AI 길들이기'
그러나 아이플라이텍에게 모든 게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2023년 10월, 중국 SNS는 아이플라이텍의 학습 기기에 실린 한 글에 주목했다. 이 기사는 마오쩌둥을 "매우 재능 있는 사람이자 위대한 인물"로 묘사하면서도 동시에 문화대혁명 기간 동안 "사람들을 고문한" "관용이 없는 사람"이라며 비판하는 듯 보였다.
역풍은 신속했다. 아이플라이텍이 빠르게 그 글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위인"을 비방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회사의 주가는 10% 폭락했다.
검열 문제는 중국의 AI 교육 목표에서 까다로운 문제다. 2024년 6월, 차이나미디어프로젝트의 연구원 알렉스 콜빌Alex Colville은 아이플라이텍 챗봇에게 톈안먼 광장에 대해 말을 하도록 시도했다. 1989년 중국에서 일어난 사건들의 목록을 요청하자 챗봇이 "미끼를 물" 것처럼 보였다.
"챗봇은 1988년부터 1991년 사이에 중국에서 일어난 '중요한 사건들'의 목록을 글머리 기호와 함께 생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콜빌은 이렇게 썼다. "그러다가 갑자기 중간에 멈췄다. 마치 어떤 새로운 안전 프로토콜이 보이지 않게 작동된 것처럼. 스파크의 커서는 1988년 목록 1번으로 인플레이션 상승을 꼽은 후 목록 2번에서 멈췄다. 채팅창 하단에 '작성 중지'라는 메시지가 표시됐다."
결국 챗봇은 질문에 답변할 수 없다며 사과했다. 콜빌은 더와이어차이나에 이렇게 말했다. "중국공산당은 1990년대 후반 인터넷을 활용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AI를 활용하고자 해요. 만약 당 지도부가 AI를 길들일 수 있다면, 이는 21세기 사회적, 정치적 안정을 위한 공산당의 노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중국이 인터넷을 "길들인" 것처럼 AI를 "길들일" 수 있을지는 여전히 열린 질문으로 남아있다. 일각에서는 시스템이 훈련받는 정보를 검열함으로써 AI가 원래 잠재력만큼 똑똑해질 수 없으리라고 주장한다. 한편 다른 이들은 아이플라이텍의 마오쩌둥 사례가 보여주듯이, 시스템이 이미 정보를 "알고 있는" 후에 그 정보를 검열하는 것은 중국 정부에게 위험한 도박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검열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어쩌면 검열 덕분에—중국은 여전히 학교에서 AI를 전면적으로 도입할 생각이다. 스탠포드대학의 디지차이나 프로젝트DigiChina Project의 편집장 그레이엄 웹스터가 지적하듯이, 중국 지도부는 AI와 관련해서 미국 같은 국가들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집착"을 가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또한 AI가 난해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꿈같은, 미래주의적" 희망도 갖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중국의 농촌 학교들에게 AI 만병통치약은 분명 좋을 것이다. 2022년 기준, 중국 청소년 인구의 약 40%가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았다. "격차는 출석률에만 있는 게 아니다." 스콧 로젤은 2020년 저서 '보이지 않는 중국: 도농 격차가 어떻게 중국의 부상을 위협하는가Invisible China: How the Urban-Rural Divide Threatens China's Rise'에서 이렇게 주장한다. "도시 아이들은 또한 학업 시험에서 꾸준히 훨씬 더 좋은 성적을 낸다. 중국의 인적자본 위기는 농촌 문제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AI가 중국 교육 시스템의 격차를 좁히는 데 도움이 되리라 확신하지 않는다. "이런 AI 시스템들은 시험을 위한 교육에는 매우 뛰어나다고 생각해요." 옥스퍼드의 녹스 교수는 말했다. "하지만 교육을 향상하고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저는 상당히 회의적입니다."
다른 이들은 AI가 농촌 학교에서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농촌 학교에 컴퓨터만 보급하면 학생들이 베이징과 상하이의 좋은 학교 학생들과 같은 품질의 자원을 얻을 수 있다고들 하죠." 주하이 베이징사범대학의 교육연구원인 리위안이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교사가 이러한 자원을 적절한 맥락에서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 학생들이 그 자원을 사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부모들이 그 기술을 받아들일지에 달려 있어요."
그리고 부모들은 정부가 아이플라이텍 같은 사기업들을 포용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갖는 듯 보인다. 2023년 아이플라이텍이 교육부와 방과 후 서비스 제공을 위한 파트너십을 발표한 후, 일부 분노한 학부모들은 SNS에서 이 정책이 아이플라이텍의 AI 기기나 서비스의 구매를 강요한다고 불평했다.
"이는 뒷거래와 불공정한 자원 분배의 전형적인 예예요." 한 학부모가 썼다. "이런 협력에 공개 입찰 과정이 있었나요? 교육부는 인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곳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협력을 결정할 수 없어요. 절차를 따라야죠. 그렇지 않으면 불법이에요."
중국의 교육 시스템을 연구한 코넬대학교 국제비교노동학 교수 일라이 프리드먼Eli Friedman은 의구심을 가질 만한 이유가 있다고 지적한다. "IT 회사들이 제공하는 솔루션의 매력은 이해 가능하죠." 그가 말한다. "하지만 이것이 그저 공공자원의 부를 민간 부문으로 이전하는 것일 뿐이라는 더 냉소적인 해석도 가능합니다. IT 회사들은 자사 제품을 중국의 학교 시스템에 도입할 수 있다면 수백만 명의 소비자를 마치 포로처럼 확보하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죠."
중국의 AI 조달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스탠퍼드대학교 연구원 제이슨 루오Jason Luo는 AI에 대한 국가 자금 지원이 "만연한 비효율성으로 악명 높다"고 덧붙인다. 그는 중국 전역의 많은 학교들이 여전히 "AI로부터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또는 이러한 기술들이 실제로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고 한다.
결국 기술은 교육을 개선하기 위한 임시방편일 뿐이라는 게 코넬대 프리드먼 교수의 생각이다. "가장 큰 차이를 만드는 것은 교사-학생 비율과 교사 훈련이에요." 그가 말한다. "IT 기술을 사용할 줄 아는 사람들과 잘 통합될 때만 그 잠재력을 완전히 실현할 수 있어요."
이 황금률은 중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확실히 적용되지만 AI 보조 교육에 대한 중국의 전방위적 압박은 이미 미국 교실에서도 느껴지고 있다. 미국 정부의 제재 때문에 아이플라이텍의 태블릿이 미국 학교에 등장할 가능성은 낮지만 민간기업이며 시애틀에 사무실을 둔 스퀴럴AI는 오래전부터 세계 시장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
"우리는 중국에서의 성공적인 프랜차이즈 모델을 활용한 방과 후 프로그램을 중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우리의 스마트 학습 태블릿을 갖춘 오프라인 자습 센터 설립도 포함해서죠." 스퀴럴AI의 공동 창업자 리앙이 말한다. "또한 우리는 명문 교육기관들과 지역 및 공립학교들과의 협력을 통해 학교 내 학습 환경에서 우리의 존재감을 강화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어요."
현재의 비즈니스 상황에서 이는 대담한 전략이다. 틱톡을 소유한 바이트댄스는 최근 수학 문제를 푸는 또 다른 앱인 고스Gauth로 주목을 받았는데 이는 현재 미국 iOS 앱스토어에서 7번째로 많이 다운로드된 무료 교육 앱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2024년 4월에 서명한 틱톡 매각 법안은 고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기 때문에 바이트댄스가 이를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에서 사용이 금지된다.
리앙은 스퀴럴AI의 기회에 대해 여전히 낙관적이다. 회사의 "미국 운영은 완전히 독립적"이고 "가장 높은 수준의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보안을 유지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AI는 이미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그 자체로 정치적 지뢰밭인—교육을 더하면 위험성이 더 높아진다고 지적한다.
"안타깝게도 미중 협력의 기회는 매우 좁다고 봅니다." 트리비움차이나Trivium China의 톰 넌리스트Tom Nunlist가 말한다. "양국이 서로의 AI 제품을 허용할 리가 없어요. 미국은 여가용 앱인 틱톡이 아이들을 세뇌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어요. 교육에 관해서라면 그 우려는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게 되죠."
매튜 J 대거-마고시안은 프리랜서 중국 애널리스트이자 로직스매거진Logic(s) Magazine의 팩트체커, 리미널랩스Liminal Labs의 선임연구원이다. 트리비움차이나, 차이나프로젝트, 디플로맷, 블룸버그 등에 기고한 바 있다.
엘리엇 첸은 더와이어차이나의 기자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마르코폴로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미래의 경제, 산업 뿐만 아니라 군사부터 교육까지 모든 걸 뒤바꿀 잠재력을 가진 인공지능(AI) 기술의 돌파구는 결국 미국과 중국의 각축전 속에서 마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럽연합은 벌써부터 규제(2024년 8월 세계 최초로 AI 규제법이 발효됩니다)로 잠재력을 옥죄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고,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는 미중 양국에 비해 투자에서 크게 밀립니다.
미국의 적극적인 차단 공세(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입니다)로 중국도 돌파구를 마련하긴 쉽지 않겠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풍부한 인재풀은 여전히 강력한 시너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국의 교육 시장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날로 심해지는 빈부 격차를 좁히기 위해 사교육을 금지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린 중국 정부는 AI가 교육에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에 깊은 관심을 갖고 이를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AI 개발에는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데이터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교육 시장은 그 자체로 엄청난 데이터의 보고라는 점에서 앞으로 그 잠재성이 더욱 두드러질 것입니다. 중국의 AI 기업이 어떻게 교육 시장을 장악하게 됐는지 소개하는 중국 전문 매체 더와이어차이나 6월 기사의 일독을 권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