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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깨어지는 '공동부유'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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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뉴스1

2024.10.18 15:11

The Wire Ch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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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국 경제에 대한 소식은 어느 하나 긍정적인 게 없습니다. 잠깐 중국 증시를 달아오르게 했던 당국의 부양책도 투자자들의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3분기 성장률은 5%에 못 미쳐 최근 18개월 중 최저치입니다.


어떤 경제도 영원히 고속 성장을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도 일본도 모두 그런 단계를 거쳤습니다. 그런데 중국의 경우, 아직 국민들이 충분히 부유해지지도 못했는데 피크를 찍어버렸다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1인당 GDP는 한국이나 일본의 3만 달러는 커녕 말레이시아, 멕시코, 아르헨티나의 1만3000달러 수준에 불과합니다. 불평등의 척도로 흔히 사용되는 지니계수도 한국과 일본(0.33가량)보다 높은 0.46입니다. 시진핑이 마오쩌둥 시대에서 새롭게 발굴해 내세웠던 '공동부유'의 기치가 무색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중국 전문 매체 더와이어차이나는 10월 6일자 기사에서 중국 저소득층 시민들의 절망과 체념을 절절히 보여줍니다.


역사상의 공산주의 혁명을 연구해보면 공산주의자들은 언제나 '농민'에 대해 복잡한 심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레닌, 마오쩌둥, 김일성 모두 정권을 잡는 단계에서는 '토지는 농민에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마치 자영농을 육성할 것처럼 합니다. 농민을 혁명의 주력인 노동자쪽으로 끌어당기려는 것입니다. 하지만 집권이 완성된 이후에는 농민을 버리는 단계로 넘어갑니다. 농민은 기본적으로 무산계급인 노동자가 아니라 자신의 생산수단을 가지고 있는 말하자면 '쁘띠 부르주아지' 즉 소자본가, 작은 유산계급입니다. 따라서 공산혁명의 완성에 방해가 되는 계급입니다. 러시아 공산주의 역사를 보면 농민 계급의 '쁘띠 부르주아'성을 파괴하는 급진주의를 추구할 것인지 아니면 당분간 인정해주고 농민 계급의 소비를 활성화해 경제를 성장시켜나간다는 실용주의를 추구할 것인지 끊임없이 논쟁합니다. 중국의 '후커우'(戶口) 제도도 농민 계급에 대한 공산주의자들의 의심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이 내수를 확충하고 경제성장을 지속적으로 해나간다면 결국은 농민 계급에 대한 의심을 버려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후커우 제도를 폐지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한국은 토지개혁을 통해 소농을 육성했고, 새마을운동을 통해 소농의 생산성을 올리면서 많은 소농의 도시 노동자로의 전환을 도왔습니다. 결국 한국의 경제발전사 중심에 농민 문제의 해결이 있었던 것입니다. 중국 경제전문가 조 스터드웰 또한 저서 '아시아의 힘'에서 한국과 대만의 성공 비결을 성공적인 토지 개혁에서 찾습니다. 중국의 '공동부유'와 후커우 문제를 중심으로 하는 중국 농민 문제를 특히 염두에 두고 이 기사를 읽으시면 유익하리라 생각됩니다.


린시는 매일 22층까지 물통을 들고 계단을 오른다. 상하이 북쪽으로 약 560km 떨어진 산둥성 린이臨沂시에 위치한 그의 삭막한 아파트에서, 그는 바닥에 놓인 가스레인지로 간단한 식사를 준비하고 태양광 발전기로 불을 밝힌다. 딸들을 위해 임시 침대로 텐트를 친다.


린은 14세 때부터 공장 조립라인에서 일해왔다. 두 아이의 싱글맘인 그는 딸들에게 집을 마련해주고자 2021년 저축을 털어 아파트 계약금을 치렀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부동산 부문의 과도한 대출을 단속하자 개발사인 컨트리가든이 자금난에 빠지면서 아파트 공사가 중단됐다.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최근 전국의 비슷한 상황에 처한 많은 다른 주택 소유자들처럼 그는 전기도 수도도 없는 "썩어가는 집"으로 이사했다.


"길을 잃은 것 같고 희망이 없어요."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에 아이들을 따뜻하게 해줄 방법이 걱정인 린이 말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린이에서 500km 떨어진 허난성 정저우郑州의 한 농촌 출신 이주 노동자는 그 심정을 안다고 말한다. QQ 메신저를 통해 대화를 나눈 황 씨라는 이 남성은 두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시골에 계신 연로하신 부모님을 부양하기 위해 하루 거의 14시간을 승차 공유 서비스 운전기사로 일한다고 말했다. 업황이 악화되면서 그의 수입은 2021년 월 5000위안(70만 원)에서 현재 3000위안(42만 원) 조금 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의 부모님이 받는 연금은 월 120위안(2만 원)으로 일상 경비를 겨우 충당할 정도다. 생계를 꾸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황은 연간 400위안(6만 원)의 기본 의료보험료 납부를 중단했다.


"우리가 원하는 건 기본적인 사회 보장과 공정한 환경이에요." 그가 말했다. "우리 아이들이 싸워볼 기회라도 있는 그런 환경 말이에요."


린과 황 모두 원래 이렇게 되려고 한 게 아니라고 말한다.


2021년, 중국 경제가 40년간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한 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국가의 눈에 띄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부유' 슬로건을 부활시켰다. 그해 초 절대 빈곤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한 시진핑은 다시 한번 중국 경제를 조정해 국가의 놀라운 부를 더 공평하게 분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는 듯했다. "공동부유의 실현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당의 통치 기반과 관련된 중대한 정치적 문제입니다." 2021년 초 시진핑은 관리들에게 말했다. "메울 수 없는 빈부 격차가 생기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공동부유는 즉시 당의 최상위 의제가 됐다.


"신문을 펴거나 뉴스를 보면 늘 공동부유에 이야기였어요. 미디어, 정치 담론, 시진핑의 연설, 학교 교과과정 모든 곳에요." 아시아소사이어티 중국분석센터의 중국 경제 연구위원 리지 리Lizzi Lee가 말했다. "부의 격차가 통제를 벗어났다는 게 바로 문제의식이었어요. 이제 이를 되돌리고 부를 더 공평하게 재분배해야 한다는 거죠."



관리들은 소득 분포가 양 끝은 작고 중간이 큰 올리브 모양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경제 정책 결정에서 시진핑이 과도한 역할을 행사한다고 지적하는데 그는 중간을 불리기 위해 양 끝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한쪽 끝에서는 저소득층이 중산층에 합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증거로 중국 동부 제조업 중심지인 이우義烏 외곽의 리주李祖 같은 마을들을 지목했다.


지난 20년 동안 리주는 지방 당국이 마을 연못을 정화하고, 새 도로를 포장하고, 버려진 집들을 창작자들을 위한 스튜디오로 바꾸면서 변모했다. 이제 이곳에는 힙스터들이 즐겨 찾는 카페, 도예 스튜디오, 염색 공방이 들어섰고 매년 수만 명의 방문객을 끌어들인다. 2023년 9월 방문 당시 시진핑은 이 마을을 공동부유의 모델로 내세웠고, 리주 마을 700명 주민의 1인당 소득이 5만2000위안(740만 원)으로 증가했다는 사실에 "기뻐했다"고 전해진다. 이는 중국 농촌 주민 소득의 2배 이상이며 도시 주민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2024년 1월 저장성 정보국은 관리들이 30여 가구에 공동 농가 체험 시설 지분에 대한 배당금으로 현금 다발을 나눠주는 영상을 게시했다.


"정말 기뻐요." 한 마을 주민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삶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어요."


올리브의 다른 한쪽 끝에서 시진핑은 변화를 추진하기보다는 상층부를 잘라내는 편을 택했다. 2021년 말까지 공정한 몫 이상의 부를 축적했다고—관리들은 이를 "자본의 무질서한 확장"이라고 표현하기를 좋아한다—여겨지는 엘리트와 산업 부문들에 대대적인 단속이 가해졌다. 교육과 IT에서 부동산과 금융에 이르기까지 전 산업이 개편되면서 민간 부문에 충격을 주었고 그 여파는 오늘날까지도 남아있다.


중국의 산업계 거물들은 해체되고, 벌금을 물고, 자선 기부를 하도록 강요받았으며, 이는 일종의 공동부유 충성 경쟁으로 이어졌다. 텐센트는 1000억 위안(20조 원)을 약속했고, 그 중 절반은 저소득층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공동부유 기금으로 갔다. 알리바바도 같은 금액을 중소기업, 특수고용 노동자, 농업 산업화를 지원하기 위해 제공했다. 전자상거래 기업 핀둬둬는 100억 위안(1조5000억 원) 기부 약속의 일환으로 2021년 한 분기 이익 3억7200만 달러를 기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모든 구호와 화제성 기부에도 불구하고 '공동부유'에는 실질적인 내용이 거의 없었다고 말한다. 이 지침의 실행은 주로 성이나 부처 관리들과 같은 지방 당국에 맡겨졌고 그들은 모호하고 느슨하게 정의된 정책 목표를 따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황은 자신이 언론보도를 열심히 살펴봤다고 하는데 그와 같은 일반 노동자들에게는 상황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 "부패 관리를 아무리 많이 잡아도 우리 같은 사회 최하층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요." 그가 말했다.


실제로 점점 더 많은 중국 시민들이 황의 생각에 동의하고 있다. 스탠퍼드대학교가 최근 실시한 전국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부나 빈곤의 원인을 능력과 노력의 부족 같은 개인적 요인보다는 불공정한 경제 시스템과 불평등한 기회 같은 구조적 요인으로 돌렸다. 모든 소득 계층에서 지난 5년간 가족의 경제 상황이 악화되었다고 응답한 비율이 훨씬 더 높았고, 황과 린 같은 저소득층은 사회 이동성에 대한 전망에 가장 비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 가구의 투자자, 사업가, 소비자들의 신뢰도에 대한 다른 많은 설문조사가 있었지만 "이 논문은 처음으로 백성百姓, 즉 일반 대중들에게 다가가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 것"이라고 스탠퍼드 중국 경제 및 제도 센터의 공동 소장이자 이 논문의 저자 중 하나인 스콧 로젤Scott Rozelle이 말했다. "그리고 설문 결과는 비관론의 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비관론은 공동부유라는 슬로건을 사실상 포기한 중국 지도부의 담론에도 반영되고 있다. 중국 출판물을 위한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인 중국국가지식인프라(CNKI) 데이터에 따르면, '공동부유'라는 용어가 포함된 뉴스 헤드라인의 수는 2021년 1000개 이상이었던 정점에서 올해는 그 4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러한 변화의 가장 두드러진 징후는 2022년 고 리커창 총리의 정부 업무 보고였다. 전년도에는 중심 주제였던 공동부유가 단 한 번만 언급되었다.


"경제가 너무 안 좋아서 공동부유는 더 이상 높은 우선순위가 아닙니다." 클레어몬트 맥케나 대학의 정치학 교수인 민신 페이Minxin Pei가 말했다. "번영이 없는데 이제 뭘 공동으로 하겠어요?"


"우리가 보는 것은 중국 정책에서 매우 흔한 [공동부유 같은] 극단적인 캠페인들입니다. 이런 캠페인들은 큰 소동과 많은 두려움, 심지어 공황을 일으키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않습니다." 노터데임대학교 키우국제학대학의 메리 갤러거 학장이 덧붙였다.


지난 10월초 중국 정부는 경제의 계속되는 추락을 막기 위해 금리 인하부터 은행의 지급준비율 인하에 이르는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이 응급조치가 시장의 열광을 불러일으키고 올해 5퍼센트 성장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라도, 세계 최대의 사회주의 국가에서 벌어지는 소득과 부의 불평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15억 중국인의 물질적 번영을 개선하기 위한 일관된 경제 정책이 없습니다." 옥스퍼드대학교 중국 센터의 연구원 조지 매그너스George Magnus가 말했다. "서구에서는 공동부유를 재분배 정책으로 해석하지만 공동부유는 주로 정치적 프로젝트입니다. 그리고 이는 중국이 경제적으로 어떻게 통치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죠."

'일단 일부를 먼저 부자로 만들자'

공동부유 슬로건은 집단 소유를 비전으로 삼았던 마오쩌둥 주석 시절 처음 등장했다. 1953년 인민일보의 '사회주의의 길이 공동부유의 길'라는 제목의 기사는 농민들이 번영하려면 단결하여 농기구와 도구 같은 모든 자원을 공동으로 소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오의 경제 정책은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기근으로 끝났지만 그의 후계자인 덩샤오핑은 이 슬로건을 유지하면서도 그 의미를 완전히 바꿨다.


"중국 공산당의 정치적 용어들은 종종 내용물을 비우고 다시 채울 수 있는 병처럼 작동해요." 당의 정치 담론을 연구하는 차이나 미디어 프로젝트의 데이비드 반더스키David Bandurski 소장이 말했다. "정치적 우선순위가 바뀌더라도, 용어는 변형되거나 다시 부상하여 과거와의 연속성을 암시할 수 있습니다."


덩샤오핑에게 우선순위는 중국 경제를 개방하는 것이었다. 공동부유는 여전히 당의 목표로 남아있었지만, 덩샤오핑은 "일부 사람들과 일부 지역이 먼저 부유해지도록 하는" '지름길'을 제안했다. 이는 결국 부가 아래로 흘러내릴 것이라는 기대에서였다. 그의 전략은 이후 몇 십 년 동안의 개혁개방 시대의 기조를 설정했고, 이 시기 동안 중국은 대가를 불문하고 성장을 추구했다. "이는 본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불평등을 허용하라는 메시지이죠." UC어바인의 사회학 교수인 왕펑Wang Feng이 지적했다.


하지만 덩샤오핑 계획의 후반부는 그가 생각했던 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농업에서 건설, 제조업, 서비스업 같은 부문으로 이동한 농촌 출신 이주 노동자들이 중국의 부상을 이끌었지만 후커우(호구) 제도 하에서 대부분 교육, 사회 복지, 의료 및 도시 거주자들에게 제공되는 다른 기회들에서 배제되었다. 농촌 호구로는 이런 혜택을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중국의 도시 가구들이 부동산 시장의 호황을 타고 부를 늘릴 수 있었던 반면, 농촌 노동자들은 같은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현지 호구가 없는 사람들은 도시에서 부동산을 구입할 수 없었는데 이 제한은 최근 몇 년간에서야 점진적으로 완화되었다.


"사실 중국에서 누군가 부를 축적할 수 있느냐의 여부는 신분이 좌우하죠. 대다수의 이주민들은 이 과정에서 배제되었습니다." 왕펑이 말했다. "이것이 제가 말하는 번영의 두 가지 경로입니다. 이주민들은 자신들의 노동과 임금에 의존하는 반면, 도시 인구는 중국의 이 사회 제도를 기반으로 한 특권을 누립니다."


2011년에는 1억2800만 명이 넘는 중국인들, 즉 인구의 10% 약간 못 미치는 수가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고 있었다. 이듬해 시진핑이 집권했을 때, 그는 "적절히 번영한 사회" 건설을 목표로 설정했다. 2021년, 그는 이 건국 100주년 목표의 완성을 축하하며 일련의 지표들을 제시했다. 2010년의 두 배가 된 국내총생산(GDP), 4억 명에 달하는 중산층, 그리고 정부 주장에 따르면 2012년 9899만 명에서 0명으로 떨어진 빈곤선 이하 주민 수 등이었다.


"우리는 중국의 절대빈곤 문제에 대해 역사적인 해결책을 마련했습니다." 시진핑이 말했다.


하지만 중국의 불평등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2020년 5월, 최고 입법기관의 연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고 리커창 중국 총리는 국가의 빈곤 퇴치 노력에 대해 드물게 실패를 인정했다. 그는 중국인의 평균 가처분 소득이 3만 위안(570만 원)에 달했지만 약 6억 명이 월 1000위안(14만 원) 미만으로 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중국의 중간 규모 도시에서 방 하나를 임대하기에도 부족한 금액입니다." 그가 말했다.


이 통계는 많은 중국인들을 놀라게 했다. 중국이 그들이 상상했던 만큼 번영하고 있는지, 아니면 단순히 빈곤층이 시야에서 밀려났을 뿐인지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빈곤선 수준에서 살고 있다." 베이징 사범대학교 중국소득분배연구소의 완하이위안Wan Haiyuan 부소장이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에 썼다. "[그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채널이 거의 없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은 사회의 침묵하는 다수이다."


이 시점에서, 거의 10년간의 집권과 코로나19 팬데믹이 세계 경제를 뒤흔든 후, 시진핑은 국내 지지를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 그는 2021년 8월 연설에서 다른 나라들에서 불평등이 초래하는 사회 문제들을 피하고 싶다는 바람을 언급하며 공동부유 캠페인을 시작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부의 격차와 중산층의 붕괴가 사회적 분열, 정치적 양극화, 포퓰리즘을 악화시켜 세계에 깊은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시진핑이 말했다. "중국은 양극화를 방지하고, 공동 부유를 추진하며, 사회적 조화와 안정을 실현하기 위해 단호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시진핑이 이 슬로건을 이용하기로 한 결정이 한때 시진핑의 정적으로 여겨졌던 태자당 보시라이에 의해 영감을 받았을 수 있다고 말한다. 2012년 일련의 정치 스캔들로 몰락하기 전, 보시라이는 자신이 이끌던 충칭에서 '충칭 모델'을 수립한 것으로 유명했다. 그는 공동부유의 기치 아래 저소득층을 위한 보조금 주택을 제공하고 개인 주택 소유에 세금을 부과했는데 이러한 노력으로 그는 인민의 대변자라는 평판을 얻었다.


"충칭 모델을 통해 공동부유의 정치, 또는 반자본 입장을 내세우는 전략이 정부에 정치적으로 정말 유용하다는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시카고대학의 정치사회학자인 장웨란Yueran Zhang이 말했다. "이는 대중을 동원하고 더 강한 대중 지지 기반을 확보하는 데 정말 잘 작동하죠."


"흔한 용어입니다." 노터데임대학의 갤러거가 덧붙였다. "많은 지도자들이 사용했지만 이를 정말로 끌어올린 건 보시라이였고, 시진핑이 그걸 전국적으로 가져갔다고 봐요."


하지만 보시라이 버전의 공동부유가 어려운 경제 개혁을 포함했던 반면, 시진핑의 버전은 더 정치적 프로젝트에 가까웠다. 실제로 그는 마오쩌둥 시대에 사용되었던 것과 같은 조치들을 사용했다. 너무 많은 권력을 가졌다고 보는 IT 기업들을 포함한 부자들을 겨냥하는 것이었다.


"일반 대중을 돕는다는 명목 하에 당은 IT 섹터를 굴복시켰습니다." 오리엔트캐피털리서치의 상무이자 하버드 케네디스쿨 모사바르-라흐마니 센터의 선임 연구원인 앤드류 콜리어Andrew Collier가 말했다.


이 운동의 타격을 가장 심하게 받은 부문 중 하나인 은행 및 금융 서비스 산업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졌다. 업계의 부패를 근절하기 위한 끝없는 캠페인 속에서 경영자들의 목이 계속해서 날아가고 있었다. 중국의 부패 척결 기관은 금융인들의 "쾌락주의적" 생활 방식을 겨냥했고 이후 주요 국영 금융 기업들은 연봉을 300만 위안(4억 원) 으로 제한하고 보너스를 회수했다.


"[공동부유는] 덩샤오핑 시대에 열린 모든 공간에 대한 정치적 통제를 중앙집권화하려는 시진핑의 더 큰 정치적 프로젝트와 매우 밀접하게 맞아떨어집니다." 매그너스가 말했다.

갈림길

중국은 여전히 구조적 개혁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진전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더디다. 지난 7월의 3중전회는 향후 5년간의 국가 경제 방향을 개괄했지만 실행에 대한 세부사항은 거의 제시하지 않았다. 목표 중에는 재정난에 시달리는 지방 정부에 더 많은 세수를 제공할 재정 및 조세 시스템의 전면 개편과, 더 많은 사람들이 거주지에서 기본적인 공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후커우 제도를 완화하는 등의 농촌-도시 통합 촉진이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올해 성장률 전망이 4.7%에 불과한 상황에서 일각에선 중국이 기회를 놓쳤다고 말한다.


"정말 가장 비극적인 것은 이러한 개혁들이 중국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던 2000년대나 2010년대에 이루어졌어야 했다는 점이죠." 갤러거가 말했다. "모든 사람들이 파이가 줄어들고 있다고 느낄 때 재분배 개혁을 하는 것은 훨씬, 훨씬 더 어렵습니다."


실제로 세제 개혁은 여전히 매우 인기가 없다. 공동부유 캠페인 초기에는 중국의 사회 복지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수입을 창출하기 위해 부동산세가 거론되기까지 했지만 반발에 직면하자 곧 보류되었다.


중국의 재정 시스템이 정확히 역진적인 것은 아니다. 최근 세계은행 보고서가 지적했듯이, 현물 교육, 보건, 사회 보장 혜택을 고려하면 중국의 전반적인 재정 정책은 상위 중소득 국가의 중간 수준, 즉 브라질과 비슷한 수준의 불평등 감소를 달성한다.


하지만 상당히 더 큰 개선의 여지가 있다. 2023년 중국의 전체 세수에서 개인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8.2%에 불과했는데 이는 OECD 국가들의 21%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재정 시스템은 더 많이 낼 여유가 있는 사람들로부터 더 많이 징수하고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주머니에 더 많은 돈을 남겨둠으로써 불평등을 더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세계은행 보고서는 말했다.


하지만 공산당은 현상을 흔들기를 꺼리는 것 같다. "조세 제도의 모든 개혁은 국민의 심리적 인내를 고려해야 합니다." 푸단대학교 중국연구소의 한주Han Zhu 연구원이 2021년 인터뷰에서 말했다. "작은 실수 하나가 쉽게 사회 불안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시진핑이 현금 지급과 사회 지원이 사람들로 하여금 '탕핑躺平'(드러누워 아무것도 안하는 걸 가리키는 중국 신조어)을 조장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라틴아메리카와 같은 다른 지역들을 복지가 "게으른 사람들"을 양산하는 예로 지적했다. "일단 복지 혜택이 올라가면, 내려갈 수 없습니다. 복지주의를 추구하는 것은 지속 불가능합니다." 그는 2021년 말 이렇게 경고했고 이 입장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로디움그룹의 중국 시장 연구 이사이자 파트너인 로건 라이트Logan Wright는 세제 개혁을 하지 않는 것이 큰 위험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중국이 소득 증대를 위해 다른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더욱 그렇다. 경제학자들은 오랫동안 중국이 수출과 투자 주도의 성장 모델에서 소비 주도의 더 지속 가능한 모델로 균형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중국의 GDP에서 가계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2022년 팬데믹 봉쇄 기간 동안 소비자 신뢰가 붕괴된 후 39%로 하락했다.


"현 시점에서 소비 주도 성장의 핵심 장애물은 재정 시스템입니다." 그가 말했다. "어떤 식으로든 가계로 소득을 이전하는 방법을 알아내야 합니다. 정말로 다른 대안이 없습니다."


라이트는 중국의 첨단 제조업으로의 경제적 전환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동력 감소와 인구 고령화와 같은 장기적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AI, 휴머노이드 로봇, 자동화와 같은 혁신에 올인하고 있다. GDP에서 첨단 기술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11%에서 작년 14%로 증가했으며 2026년까지 19%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전략에 대한 집중은 전기차, AI, 배터리 분야에서 매우 성공적인 기업들을 만들어낼 것이지만 중국의 거시경제와 5억 명의 저숙련 노동자들에게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세계의 모든 상위 중소득 국가들 중 가장 낮은 교육 수준을 가지고 있다. 노동력의 70%가 고등학교 교육을 받지 못했다. 해외 이전, 자동화, 중국 노동 시장의 변화로 인해 건설업과 저숙련 제조업의 일자리가 사라짐에 따라, 많은 노동자들이 더 불안정한 비공식 부문으로 밀려나 배달기사나 노점상이 되고 있다.


"여전히 투자 주도이지만 점점 더 노동 집약적이기보다는 자본 집약적인 이런 발전 패턴이 계속된다면, 소득 감소와 고용 약화가 더 구조적인 문제가 될 위험이 높아집니다." 라이트가 말했다.


그의 책 '보이지 않는 중국Invisible China'에서 로젤은 2억 명이 구조적으로 고용 불가능하게 될 수 있는 노동력의 양극화를 예측했다.


"중국이 고소득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그들이 일자리를 얻지 못한다면 성장 정체의 원인이 될 겁니다." 그가 말했다. 그는 중국이 1인당 GDP가 정체되는 중진국 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첨단 기술에 대한 이런 과잉 투자는 경제를 수년간 성장시킬 [인적 자본과 같은] 기초에 대한 투자를 빼앗고 있습니다."


그럼 사회적, 정치적 여파도 뒤따를 것이다.


"점점 더 많은 중국인들—중산층과 저소득층, 가난한 도시 거주자들, 이주 노동자들—이 소외감을 느끼고 있고, 그 불만은 당이 사회 안정을 유지하는 데 잠재적으로 위험한 다른 방식으로 표출될 것입니다." 리가 말했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비영리단체 프리덤하우스가 운영하는 '중국 반체제 모니터China Dissent Monitor'는 올해 2분기에 805건의 반체제 사건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한 수치다. 지난 2년 동안 이 모니터링 프로젝트는 부동산 부문과 관련된 항의 시위 2800건도 기록했다. 구제책을 찾는 주택 소유자들과 건설 노동자들의 시위도 포함된 것이다.


"중국은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시카고대학의 장이 말했다. "자신들의 처지는 개선되지 않고 있지만 국가로서의 중국의 국력과 지위는 크게 증가했다고 믿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죠."


하지만 그는 경제 침체가 계속됨에 따라 부상하는 국가라는 환상을 유지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촌 출신 이주민인 황은 오늘날 이러한 모순과 씨름하고 있다. 고등학교 중퇴자인 그는 대만 전자제품 제조업체이자 애플의 협력업체인 폭스콘이 운영하는 공장에서 수년을 보냈다. 그는 열심히 일해 라인장이 되어 조립 라인의 노동자 150명을 관리했다. 하지만 2021년 전 광부였던 아버지가 폐 질환으로 입원하면서 안정된 삶이 무너졌다.


그는 폭스콘이 이틀 이상의 휴가를 허락하지 않아 직장을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가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아버지를 돌보았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회복할 때까지였다. 그 후 그는 승차 공유 서비스 운전기사로 일하고 있지만 이것이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라고 우려한다. 그는 더 많은 운전기사들이 줄어든 고객을 두고 싸우고 있고, 자율주행 자동차가 도입되어 그들 모두를 대체할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번 달만 해도 여러 플랫폼들이 지방 정부의 시장 포화 경고에 따라 운전기사들의 수수료를 삭감했다.


공장으로의 복귀도 그에겐 불가능하다. 이제 45세인 그는 공장에서 일하기에 너무 늙고 느리다고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이 아는 더 전망이 없는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정부 정책이 다 그렇죠." 그가 말했다.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뭘 할 수 있겠어요?"


뉴욕타임스 중국 특파원 출신인 데이빗 바르보자가 2020년 만든 중국 전문 온라인 주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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