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8 14:53
지난 3월,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장관은 한국과 일본을 방문해 "간단하지만 중대한 기회"라면서 "미국에 대한 투자"를 홍보했다. 특히 그는 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같은 거대 조선업체의 최고경영자들에게 미국 조선소에 투자해 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이러한 이례적인 투자 요청은 델 토로의 "새로운 해양국가 운영" 비전의 일환이었지만, 실제로는 미국이 더 이상 충분한 양의 선박을 생산할 수 없다는 미국 정부의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관련 수치는 참으로 끔찍하다. 2000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 조선업 전체는 연평균 3척 미만의 선박을 건조했는데, 2023년에 한국 조선소 한 곳에서만 47척의 선박을 건조했다. 11월 미국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한국, 일본이 톤수로 계산한 전 세계 선박 건조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반면 미국은 0.2%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 해군은 현재 더 많은 수상 함정과 잠수함을 요구하고 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12.5%씩 함정 건조 예산을 늘렸으며, 최근의 '30년 계획'에 따르면 2053년까지 290~340척의 신규 함정을 건조할 계획이다. 또한 미국, 호주, 영국이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위해 체결한 오커스(AUKUS) 파트너십으로 인해 미국 조선업 전체에 10만 명의 근로자가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PADO '언더그라운드 엠파이어' 북콘서트가 11월 30일(토) 광화문에서 열립니다! (안내)]
클락슨리서치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델 토로가 미국 해양전략의 "변혁적" 계획이라고 부른 것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골치거리는 물론 세계 최대 조선국이자 전 세계 선박 생산량의 절반을 담당하는 중국이다.
의회예산처의 해군 병력 및 무기 담당 선임 애널리스트인 에릭 랩스는 "미국 조선업이 지난 25년 중 최악인 현 상황을 고려할 때 사람들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미국 조선업에 대해 우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중국이 중대한 지정학적 도전을 제기하는 현 상황은 더욱 주의와 긴장을 불러일으킵니다."
다시 말해, 지금 미국에서 미국의 군함 부족 문제는 전략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즉, 미국이 중국 해군 함정 수에 압도당하고 군의 물자수송을 중국이 만든 화물선에 의존한다면 어떻게 중국과의 전쟁에서 경쟁하고 승리할 수 있겠는가라는 문제다.
"1, 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이 가졌던 장점은 상대방보다 더 많이 생산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선임연구원 잭 쿠퍼는 말한다. 그는 세계 권력 상황의 변화 과정에서 군대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관한 책을 집필 중이다.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미국은 더 강해졌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막대한 조선 능력을 고려할 때, 우리는 [전시 시나리오에서]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중국이 강해지는 반대의 상황에 처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해양력은 오랫동안 미국의 힘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겨져왔다. 1890년 경에 이미 미국의 역사학자 알프레드 마한(Alfred Mahan)은 '해군이 역사에 미친 영향'에서 국가가 "제해권"을 확보해야만 강대국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마한이 말하는 '제해권'은 해군 및 상업적 영역 모두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즉 미국이 보유하는 상선들은 미국 상품을 운송하고 국내 조선업 인력을 유지하게 되는데, 이것이 또한 미국의 해군 우위를 강화할 것이다. 이 책은 세계 해군전략에 혁명을 일으켰고, 그 이후로 미국 국방 부문에 이러한 사고가 확고히 자리 잡았다.
하지만 1970년대부터 세계 제조업 역량이 동아시아로 이동한 이후 미국의 조선 산업은 상선과 해군 함정 생산량 모두 급격히 감소해왔다. 1970년대에 미국 조선업은 전 세계 선박 톤수의 약 5%, 즉 매년 15~25척의 선박을 건조했다. 10년 후에는 건조 속도가 연간 약 5척으로 떨어졌는데, 이것이 현재의 미국 조선업 건조 속도가 되었다. 해군 함정 건조 부문만 보면, 1970년대 이후 14개의 "방위 관련 조선소"가 문을 닫았고, 신규 조선소는 단 하나(1999년에 개업한 앨라배마주 오스탈)뿐이었다.
[PADO 트럼프 특집: '미리보는 트럼프 2.0 시대']
현재 미국의 모든 주요 조선소는 미 해군이 사실상 유일한 고객이다.
한편, 중국 정책입안자들은 마한의 아이디어를 흡수하여 놀라운 효과를 거두었다. 워싱턴 DC 소재 국제전략연구소(CSIS)의 분석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중국은 국영은행 융자와 직접 보조금을 통해 조선 및 해운 산업에 1320억 달러를 투입했다. 그 결과 조선업 인력이 급증하여 현재 미국의 약 4배에 달한다. 또한 군함과 민간 상선을 건조하는 20개의 대형 조선소(미국은 7개)와 신속한 수리 작업이 가능한 140개의 드라이도크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의 한 조선소인 상하이 인근 소재 장난(江南)조선소만 해도 미국의 모든 조선소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건조 능력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중국 조선소에서는 마한 해양전략에 맞춰 상업적 목적과 군사적 목적에 동등한 비중을 두고 있다. 대만 에버그린의 컨테이너선이나 미국 카니발의 대형유람선 옆에 중국 해군 구축함이 건조되는 경우가 많다. BRS십브로커스가 집계한 주문서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중국 조선소들은 전 세계 고객들로부터 약 1700척의 선박을 주문받았다. 반면 미국 조선소는 총 5척의 주문을 받았을 뿐이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중국이 오랜 기간에 걸쳐 투자해 온 결과"라고 국제전략연구소의 조선업 전문가 매튜 퓨나이올은 말한다. "중국은 수십 년 전부터 이를 전략적 우선순위로 삼았고 계속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제야 변하기 시작했다. 2021년, 미 국방부는 중국 해군이 함정 355척을 보유해 미국 해군 298척을 능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해군이 되었다고 공식 선언한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이것이 일련의 경종을 울린 첫 번째 사건이 되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엔진 생산, 무기 및 전자 시스템의 개발을 통해 이제 "선박 건조에 필요한 모든 것을 거의 자급자족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던 2023년 7월, 중국이 미국의 232배에 달하는 선박 건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해군정보국의 브리핑 슬라이드가 언론에 유출되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의 베테랑 조선업 전문가인 로널드 오루크는 이 폭로로 인해 "중국이 본격적으로 문제가 되었다"고 말한다. "이러한 격차는 상황에 대한 우려와 경각심을 고조시켰습니다."
[새로운 PADO 기사가 올라올 때마다 카톡으로 알려드립니다 (무료)]
존 가라멘디 하원의원(민주-캘리포니아)은 더와이어차이나에 미국의 조선업이 지금 기회의 "봄날"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을 위한 선박' 법안과 같은 초당파적인 법안 몇 개가 의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해군은 인력 채용, 공급업체 계약, 함정 설계 등에서의 총체적인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또한 백악관은 녹기 시작한 북극해 지역에서 사용할 쇄빙선을 건조하기 위해 동맹국과 협력하는 등 미국의 비교우위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분야를 모색하고 있다.
캠벨대학교의 해양사학 교수이자 미국 해양대학교의 겸임교수인 샐 머콜리아노는 "지난 30년 동안 이 과정을 지켜봐왔는데, 지금이 해양 분야에 대한 관심과 입법 활동이 가장 활발합니다"라고 말한다.
미국 조선업 부흥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올바른 해결책만 마련된다면 부흥을 이룰 수 있다고 낙관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
중국 조선업의 도전
조선업 관련 모든 논의의 최대 골칫거리는 1920년에 통과된 보호주의 법안인 존스법(Jones Act)으로, 미국 항구 간 운송되는 상품은 미국 국민이 건조, 소유, 운영하는 선박으로 운송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존스법은 오늘날 미국 조선 및 해운업의 엄청나게 높은 비용 때문에 격렬한 비판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자유지상주의 조직인 헤리티지재단은 "에너지 비용을 증가시키고 경쟁을 억압하며 미국 해운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에 필수적인 혁신을 저해한다"며 존스법 폐지를 오랫동안 요구해왔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2022년 텍사스의 케펠암펠스 조선소에서 건조된 컨테이너선 '조지 3세'의 가격은 2억2500만 달러였지만 한국 조선소에서 발주한 비슷한 크기의 컨테이너선 가격은 4100만 달러에 불과했다. 2019년에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에서 건조된 LNG선의 가격이 아시아에서 건조된 유조선보다 5억2000만 달러 더 비싸다고 추정했다.
이러한 비용 차이로 인해 대형 원양선박은 미국 국내에서 건조되지 않고 있으며, 이는 미국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미국은 세계 최고의 LNG(액화천연가스) 수출국인데도 존스법을 충족해가며 미 국내에서 뉴잉글랜드와 푸에르토리코로 수송할 LNG선이 단 한 척도 없기 때문에 두 지역은 해외수입에 의존해야 한다. 물론 이는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에너지정보관리국에 따르면 2023년 4분기에 온도가 낮아 실내난방이 필요한 뉴잉글랜드 주민들은 평균 미국인보다 LNG 소비에 31% 더 많은 비용을 지불했다.
그러나 선박 건조 비용의 가격 차이를 고려할 때 존스법을 폐지하면 미국 조선업의 한국 등지로의 아웃소싱이 가속화되고 미국의 동아시아 의존이 강화될 뿐이라고 존스법 옹호론자들은 주장한다. 가라멘디 의원은 자신이 지난 10년 동안 존스법이 미국의 해양산업을 유지하고 미국의 '힘의 투사'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이유에 대해 "의원들을 교육"해 왔다고 말한다. 또 최근 의회조사국의 한 보고서는 "존스법의 '국내 건조' 요건은 미국 상선 건조 능력의 온전성을 지탱하고 있다"고 썼다.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 조선업이 경쟁력은 늘 없었다고 지적한다. 전성기였던 20세기 중후반에 미국 조선업체들은 선박건조차액보조금(CDS)이라는 법 조항을 통해 막대한 보조금을 받았다. 이 보조금 조항은 미국 조선업체에 연평균 1억 2100만 달러를 지원하여, 특히 한국과 일본이 생산량을 늘리는 상황에서 미국산 선박이 외국산 선박에 대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1980년대 초중반에 저는 전임자로부터 미국에서 화물선을 한 척 건조할 때 보태주는 보조금 액수만으로 아시아에서는 화물선을 한 척 건조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의회조사국의 오루크는 말한다. "그 당시 양쪽의 비용 차이가 얼마나 컸는지 표현하는 그만의 방식이었습니다."
이러한 엄청난 경쟁력 격차에도 불구하고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1981년 선박건조차액보조금이 자유시장경제를 왜곡한다며 이를 폐지했다. 레이건행정부는 상선 건조를 해외로 내보내고 미국 내 해군 건조를 우선시하여 600척 규모의 해군을 건설할 계획을 세웠다.
계획의 첫 번째 부분은 성공했다. 보조금이 폐지됨에 따라 미국 내 상선 건조는 급격히 쇠퇴하여 거의 사라졌다. 그러나 1989년 소련 해체 이후 해군 및 기타 국방 지출이 급감하면서 계획의 두 번째 부분은 실현되지 못했다. 이러한 추세는 90년대에도 이어져 미국에게는 세계 무대에서 당장의 경쟁자가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곧 레이건 대통령이 세웠던 '600척 해군' 목표는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당시 '냉전은 끝났다'는 최고급 정보를 눈앞에 두고 있던 그 똑똑하다는 사람들이 했던 일입니다. 더 이상 경쟁할 소련 같은 해양 강대국은 없었고, 우리는 모든 돈을 스마트하게 써야 했습니다." 미시간대학교 공학교수이자 베테랑 해군 함정 설계자인 조나단 페이지는 말한다.
이후 테러와의 전쟁과 중국의 경쟁자 부상으로 팍스아메리카나가 다시 위협받게 되었을 때는 이미 미국의 해군 함정 건조 능력이 심각하게 저하된 상태였다.
한편 중국은 자국의 해군력 강화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고 있었다. 90년대부터 일본 및 한국 조선소들과의 합작 투자를 통해 중국 조선업체들은 모듈형 선박 건조, 공작기계 제어를 위한 소프트웨어 사용 등의 기술과 엔지니어링 노하우를 습득했다.
중국 기술자들은 야심찬 목표를 설정한 "조선업 중장기 계획(2006~2015년)"이라는 로드맵도 설정했다. 대부분의 목표는 초과 달성되었고, 조선업에서 이보다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한 국가는 없었다.
중국 조선업의 발전은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업계 전반에 걸친 일련의 통합에 이어 중국 최대 국영 조선소인 중국선박공업무역유한공사(CSSC)와 중국선박집단유한공사(CSIC)가 합병하여 세계 최대의 조선 업체가 탄생했다.
"그들은 계속해서 조선 산업을 통합하고 간소화하며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제전략연구소의 푸나이올의 말이다. "그들은 국내외 상업용이든 중국 군용이든 계속 배를 생산하기를 원합니다."
중국 조선업이 통합되면서 전 세계 조선업은 위축되고 있다. 클락슨리서치의 데이터에 따르면 2013년 이후 조선소 수가 40% 감소했다. 2009년 정점에 달했던 321개의 대형 조선소 수는 현재 131개로 줄었으며, 기존 조선소들은 전문화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조선소는 크루즈선만 건조하고 다른 조선소는 준설선만 건조하는 식이다.
"사람들은 무심하게 미국에 조선소가 많지 않다고 말하지만 사실 전 세계에도 조선소가 많지 않다"고 캠벨대학교의 머콜리아노는 말한다.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감소를 목격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가야할 길
중국의 조선업 강점이 대규모 인력, 저임금, 막대한 보조금이라면 미국의 강점은 강력한 동맹과 혁신 역량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조선업을 되살리기 위해 미국이 이 두 가지를 모두 활용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해보지 않은 프로세스를 미국에 도입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동맹국과 협력하여 변화를 모색하거나 그들이 잘 하고 있는 것을 아예 돈 주고 사야 합니다"라고 랜드연구소의 선임 정책연구원 브래들리 마틴은 말한다.
지난 3월 델 토로 해군 장관이 한국과 일본에 투자를 요청한 것이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6월에 한국 조선업체 한화오션이 필라델피아에 있는 필리조선소를 1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1997년 해군 조선소가 폐쇄된 후 문을 연 필리조선소는 이미 외국 기업인 노르웨이의 산업투자회사 아케르가 소유하고 있으며 현재 유조선과 컨테이너선 등 미국 대형 상선의 절반 가량을 생산하고 있다. 조선소 작업 문화의 변화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이번 인수를 통해 미국 최대 조선소 중 하나에 한국식 선박 건조 효율성을 도입할 수 있다.
그러나 정책 입안자들은 미국 조선업 부흥 노력에 있어서 양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도 추구하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의 산업전략은 정밀 제조와 고도의 지적재산이 필요한 하이테크 선박, 특수 선박 등 우리가 탁월한 우위를 가질 수 있는 분야에서 경쟁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바이든 대통령의 국가안보회의(NSC) 국장인 윌리엄 헤너건이 8월에 말했다. "쇄빙선은 이러한 범주의 대표적인 초특수 복합선박입니다."
쇄빙선은 미국 해안경비대가 북극 지역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북극이 녹기 시작함에 따라 러시아와 중국과 같은 라이벌 국가들은 북극의 귀중한 운송로와 광물 자원을 놓고 미국 및 동맹국들과 경쟁하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7월 디펜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쇄빙선 시장을 선점하려는 권위주의 국가들이 전 세계에 쇄빙선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들이 쇄빙선 생산을 주도하도록 만들려 합니다."
미국은 50년 동안 극지 쇄빙선을 건조하지 못했는데, 설리번은 미국, 캐나다, 핀란드가 7월에 공동으로 발표한 쇄빙선협력노력(ICE) 협정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세 나라는 각각 자국의 극지 쇄빙선 건조 역량에 투자하고 "인력 개발"에 협력할 것이다. 이 협정은 북극 동맹국들의 전문성을 활용함으로써 미국 조선소가 차세대 극지 쇄빙선을 건조하도록 하고, 이렇게 생산한 쇄빙선을 국내에서도 사용하고 동맹국들에도 판매할 수 있도록 의도하고 있다.
이 협정에 따른 첫 번째 선박은 현재 미국 미시시피 소재 대형 조선소인 볼린저(Bollinger)가 건조하고 있다. 해안경비대는 2024년에 첫 쇄빙선을 인도하는 것을 목표로 했으나 지연으로 인해 현재는 2028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게다가 예상 비용도 21억 달러에서 32억 달러로 급증했다. 5월에 발표된 의회조사국 보고서에 따르면, 부분적으로는 "해군 함정 설계건조 엔지니어 부족" 때문에 건조가 지연되고 있다. 쇄빙선협력노력 협정을 통해 핀란드와 캐나다의 지원을 받아 문제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미국은 동맹국에 도움을 받는 것과 함께 기술적 혁신이 미국 조선업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예를 들어 무인 수송선을 건조하면 운송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또한 주요 탄소 배출원인 중유 대신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로 구동되는 선박을 건조하면 해상운송을 탈탄소화하고 친환경적으로 높은 속도를 유지하도록 해 더 짧은 운송 시간을 실현할 수 있다.
헤리티지재단의 해양안보 전문가이자 전직 해군 관리인 브렌트 새들러는 "당분간 미국은 핵 추진에서 비교 우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 조선 산업이 바로 이 부분에서 한국, 중국과 차별화되는 비교 우위를 찾기 시작할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산업적 혁신이나 투자 유입은 미국에서 잘 훈련되고 신뢰할 수 있는 인력 없이는 효과를 볼 수 없을 것이다. 수십 년간의 산업적 위축과 미국의 생산 능력 감소로 인해 조선소 근로자와 선박 설계자가 확연히 부족하다. 분석가들은 팬데믹으로 인해 용접공, 배관공, 각종 엔지니어가 특히 큰 타격을 입었으며, 경력이 있는 많은 근로자들이 이미 퇴직했다고 지적한다. 미국 의회예산처의 에릭 랩스에 따르면 현재 미국 조선소 근로자의 75%는 관련 경력이 5년 이하에 불과하며, 이는 선박 건조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건조 이후 재작업이 더 많이 필요하게 됨을 의미한다.
해군 역시 과거에 비해 훨씬 적은 수의 자체 선박 설계자들을 보유하고 있어서 어려움이 있다. 미시간대학교의 페이지 교수는 해군의 인재 충원 시스템이 아직 현대화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해군은 특히 전투함의 경우 설계를 자주 하지 않기 때문에 전체 설계 프로세스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고 그는 말한다.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군과 민간 조선소 모두 직접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해군은 최근 "우리는 거인을 만든다"라는 TV 광고를 대대적으로 내보내며 채용 노력을 강화했다. 지난 9월, 이 광고를 맡았던 블루포지 얼라이언스는 잠수함 건조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9억 5100만 달러 규모의 해군 계약을 수주했다. 해군은 또한 버지니아 주 정부 기관에서 운영하는 '방위산업 속성 교육' 이니셔티브와 같은 근로자 교육 프로그램에 자금을 지원했다.
또한 개별 조선소에서는 근로자를 유치하기 위해 더 높은 임금과 더 나은 근무 조건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개선 사항 중에는 근로자들이 추위나 햇볕, 비를 맞으며 일하지 않아도 되도록 작업장 위에 덮개를 설치하거나 조선소와 가까운 식당이나 주차장을 제공하는 것과 같은 간단한 조치도 포함된다.
조사를 위해 수십 개의 조선소를 방문한 의회예산처의 에릭 랩스는 "해군과 조선소 모두 일자리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미 임금과 복리후생을 개선한 조선소의 경우 인력 채용 및 유지가 향상되었다고 합니다. 더 많은 조선소가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델 토로 해군장관은 이를 더욱 강력하게 표현했다. "인력 유지에 문제가 있는 회사들은 들으세요. 젠장, 직원들을 더 잘 돌봐주세요"라고 그는 최근 일침을 가했다. "가까운 곳에서 주택을 구할 수 없다면 정부와 협력하여 조선소 부근에 주택을 건설하여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문제 해결사가 할 일입니다."
델 토로는 최근 한국과 일본을 방문했을 때 조선소들이 "실제로 병원, 학교, [보육 센터], 볼링장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지어 근로자들을 조선소로 끌어들이고 유지하려고 노력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델 토로는 많은 업계 관계자들과 마찬가지로 상업용 조선 산업에 더 많은 인력을 유치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해군에도 도움이 될 것이며, 두 산업은 공생 관계에 있다고 믿는다.
"잠수함처럼 한 가지 틈새시장만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는 직원을 채용하고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라고 미시간대학교의 페이지 교수는 말한다. "잠수함, 해군 함정, 상선, 연구선 등을 함께 생산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상승 효과가 생깁니다."
미 의회도 이에 동의하는 것 같다. 지금까지 발의된 가장 실질적인 조선업 관련 법안인 '미국을 위한 선박법'은 신규 조선소 근로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에 투자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공화-플로리다)과 마크 켈리 상원의원(민주-애리조나)이 주도하는 초당적 양원 이니셔티브는 규제 개혁과 세금 공제 등 업계에 대한 재정 지원도 다루고 있다.
200명 이상의 상하 양원 의원이 지지를 약속했으며, 11월 이후 공식적으로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후원자들에 따르면 이 법안의 목표는 번영하는 상업용 조선 산업을 육성해 결국 해군 함정 건조에도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켈리 상원의원은 9월에 "조선소는 해군 함정 건조에 쉽게 적응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선박 건조를 위한 공급망이 구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금 우리에게 부족한 것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오늘날 버지니아급 잠수함이나 해군 함정을 건조하려고 할 때 이 점을 확인할 수 있는데, 우리 조선 업계에 확고한 상업용 공급망이 없기 때문에 상황이 어렵습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해군 함정과 상업용 선박을 구분하지 않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들은 해군 함정 설계는 일반적으로 엔지니어링이 훨씬 더 복잡하며 두 부문이 개발 프로세스를 거의 공유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또한, 두 부문이 동일한―게다가 이제는 줄어든― 인력풀을 놓고 경쟁하기 때문에 미국은 상업용 선박이 아닌 해군 함정 건조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내가 월마트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곳에서 일할 사람을 못 구하겠다고 길 건너편에 코스트코를 또 세우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요? 어차피 같은 일할 사람들을 놓고 경쟁할텐데 말이죠." 조선업 문제를 맡고 있는 한 의회 직원은 익명을 요구하며 솔직히 말했다. "상업용 선박 건조를 활성화하면 해군 함정 건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잠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주장은 문제 해결의 시급성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이 비판자들은 현재 미국에게는 개혁을 상업 조선업에서 시작해 결국 해군 함정 건조로 나아간다는 식의 여유를 즐길 시간이 없다고 지적한다. 중국 해군은 전속력으로 항진해나가고 있는 반면 미국 해군은 겨우 물에 떠있을 뿐이라고 이들은 경고한다.
미국에게 이러한 사실을 상기시키려는 듯, 중국은 10월 중순에 대만 총통의 국경일 연설에 대한 보복으로 대만 섬 전체를 포위하는 대규모 군사 훈련을 강행했다. 관찰자들은 이번 훈련이 미국의 군사적 개입을 차단하는 중국의 공중 및 해상 능력을 과시하는 것으로 봤다. 이 훈련에는 전례 없는 수의 전투기와 함께 해군 함정 14척, 해안 경비대 함정 18척, 중국의 현역 항공모함 3척 중 1척이 참가했다.
핵추진 항공모함이라는 소문이 있는 중국의 네 번째 항공모함은 현재 건조 중이다.
브렌트 크레인은 샌디에이고 소재 저널리스트로 뉴요커, 뉴욕타임스, 이코노미스트 등에 기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전화통화에서 "한국 조선의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자 머리 속에 미국 해군과 조선업 문제가 가장 시급한 문제로 들어 있음을 보여준 것입니다. 과거 소련의 스푸트니크 발사로 드러난 '미사일 갭'이 미국을 뒤흔들었듯 현재는 중국 해군과 미국 해군 간 함정 수의 엄청난 차이 즉 '함정 갭'이 미국 군사전략의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미국은 전통 산업의 쇠락으로 조선업이 거의 유명무실화되어 있고, 오랫동안 해군 라이벌 국가가 없어서 함정 건조에 태만해오고 있었는데, 최근 들어 중국 해군이 비약적 확장을 통해 미국 해군보다 훨씬 많은 주요 함정을 보유하고 있음이 드러났습니다. 여기에 더 큰 문제는 절대적인 함정 수도 중국이 많지만 중국은 동아시아에 집중 배치해 놓고 있는데 반해 미국은 함정들을 전 세계에 분산 배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즉, 동아시아 해역만을 놓고 볼 때, 미국과 중국간의 '함정 갭'은 몇 배나 더 커진다는 점입니다. 미국은 조선업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앞으로 시급하게 함정을 건조해 이 '함정 갭'을 메워야 합니다. 해군 함정은 설계에서 건조와 실전배치까지의 시간이 일반 상업용 선박보다 많이 걸립니다. 만약 당장 동아시아에 해상 무력 충돌이 발생하게 된다면 미국은 중국의 군사적 압력에 무릎을 꿇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미국으로서는 미국 내 조선업 재건을 추구하든지 아니면 한국, 일본 같이 조선업이 강한 동맹국들로부터 함정을 급히 구매하거나 다른 형태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헤리티지재단같은 시장경제를 중시하는 싱크탱크들은 시장 메커니즘에 따르라고 조언하고 있지만, 유권자를 의식해야 하는 많은 정치인들은 미국 내 조선업을 되살리고 싶어 합니다. 그들은 미국의 유명한 해양전략가 알프레드 마한의 조언을 상기시키며 '제해권'을 장악하기 위해선 상업용 조선업이 활성화되어 해군 조함(造艦)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문제의 시급성을 지적하며 동맹국으로부터 급히 도움을 받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합니다. 중화권 뉴스 전문 매체인 더와이어차이나 10월 27일자 기사는 현재 미국내에서 진행중인 관련 논쟁을 상세하게 보도하고 있는데, 이 논쟁의 결과가 한국 조선업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트럼프 당선자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중요합니다. 그는 전통적인 제조업의 부활을 꿈꿉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측이 미국의 국내 조선업 재건에 협조해주길 바랄 것으로 예상됩니다. 트럼프 2기가 본격 시작되고 있는 지금 '한미 조선 협력'의 틀을 잘 짜는 것이 한국 조선업과 방산에 결정적으로 중요할 것 같습니다.